지인의 딸 결혼식이 있어 부산에 갔다. 예식이 오후 5시라 여유롭게 기차를 타고 부산역에 내렸다. 택시로 갈아타고 헤리움 웨딩홀로 향했다. 언제나 웨딩홀에 들어서면 가슴이 뭉클하다. 마치 뮤지컬 공연에 온 듯 빠져든다. 남녀가 2중창, 3중창으로 하모니를 이루어 아름다운 축가를 부른다. 대형스크린에서는 두 주인공의 알콩달콩 인생의 따스한 봄날 같은 영화를 한편 보는 듯 했다. 그렇게 신랑신부는 하객들의 축복 속에서 행진이 된다.
예식 문화는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며 시공간의 제약을 벗어나 자신들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결혼식을 선호하는 추세가 이어졌고, 주로 하우스웨딩이 호응이 높다. 애완견에게 턱시도를 입혀서 신부의 반지를 입에 물고 레드카펫을 향해 신랑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인물로 등장한다. 하객들은 박장대소를 하며 분위기가 한층 더 업 되었다. 흔히 유아의 남녀 한 쌍이 하얀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등장하는 일이었다. 목사님이나 신부님들이 단상에 서서 덕담을 연설하는 주례 문화는 희미해져 간다. 혼주가 직접 쓴 편지글을 읽으며 축복한다. 사돈끼리 덩실덩실 춤을 추고, 장구를 치고 풍물놀이를 연상케 하는 것도 SNS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본다. 사돈은 남녀 두 사람의 혼인으로 발생하는 인척관계이고, 상대편의 친척을 일컫는 친족호칭이다. 어렵다면 어려울 수 있는 관계이나, 하객들을 웃을 수 있게 설정하니 즐거움을 더해준다.
관례적으로 큰일이라고 하면 결혼, 회갑, 초상 따위의 큰 잔치나 예식을 치르는 일이다. 어렴풋이 기억나는 잔칫집의 음식은 잔치국수였다. 혼기(婚期)에 꽉 찬 처녀총각을 보며 흔히 말하기를, 국수 언제 먹여주나? 라며 우스갯소리를 하며 자극을 주기도 했다. 지금도 식당에 가면 잔치국수라는 메뉴가 있다. 조금 더 잘 한다고 하면 비빔밥이었다. 그보다 조금 더 부유한 집에선 갈비탕이었다. 큰일을 앞둔 집에서는 준비한 떡과 과일, 삶은 문어, 돼지 편육 등을 식당에 가지고 가서 한 접시씩 나누어 먹었다. 요즘은 잔치를 앞둔 집이라도 예전과 같은 분위기는 보기 드물다. 잘살고 못사는 격차도 티 나지 않는다. 대다수 뷔페로 이루어지고 1인분의 가격도 만만치 않다. 축하도 좋지만 가족 수대로 축하객으로 가는 것도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 뷔페에는 음식의 종류가 다양해서 먹을거리는 많지만 낭비도 심하다. 젓가락질 한번 못하는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단 메뉴였던 그 시절의 맛이 그립다. /김영주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