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귀촌한 권숙향·최규학씨 부부<br/>2016년 재배 시작해 2020년부터 수확<br/>높은 당도 입소문 퍼져 판로 개척 성공
지구 환경변화는 경주의 과수 작물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북을 대표하던 사과는 기후 영향으로 작년 한 해 수확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어 비싼 몸값이 되었다. 경주에서 체리, 블루베리, 멜론 농장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날은 제주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만감류를 전문적으로 키우는 곳을 찾았다. 대형 하우스 다섯 동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 농장 간판처럼 보이는 표지판이 붙은 하우스의 문을 열자 대표 내외가 주황빛이 도는 과일들 사이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강소농 부회장인 권숙향씨와 귀농귀촌협회 사무국장인 최규학씨 부부다. 두 사람은 성공한 귀농인이다. 수확된 한라봉과 레드향이 상자별로 담겨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인사를 마치고 함께 동행한 아이를 보시더니 농장 내부 구경을 권하셨다.
또 하나의 문을 더 열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바깥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다. 늦봄과 초여름 어느 즈음의 온기에다 초록이 무성한 나무들마다 샛노란 전구들을 한가득 매달아 놓은 형세였다. 나무들이 줄지어 있는 내부는 겉으로 보는 것보다 규모가 훨씬 크게 느껴졌다.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아이와 새로운 구경에 빠져들었다.
부모님이 계신 내남면으로 20년 전 귀촌한 최규학 대표는 처음부터 농사일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카센터를 운영하던 중 투잡으로 시작한 일이 그를 지금의 성공으로 이끌었다. 농기계 수리 관련으로 경북도 농민사관학교에서 1년 동안 교육을 받을 때였다. 우연히 한라봉이라는 작물을 재배하는 분을 만나 농사에 눈을 뜨게 되었다. 재배를 위해 기술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작목반에도 가입을 했다.
한라봉은 1990년 일본에서 도입돼 감귤과 교배해 육성한 교잡종 감귤의 품종명이라고 알려져 있다. 일본에서는 1984년부터 생산되었으며 품종명은 부지화다. 청견과 폰캉의 교잡종이다. 그중 품질이 우수한 상품은 데코포라는 상표로 유통된다. 한라봉은 제주도에서 재배되면서 새로이 지어진 명칭. 당도가 높고 육질이 부드러우며 과즙이 풍부하다. 열매꼭지 높이가 높은 것에서 낮은 것까지 모양은 조금씩 달라 고르지 않은 특징을 갖고 있다. 녹색으로 시작되어 10월 중순부터 익어가며 12월 초에 이르면 주황빛을 드러낸다. 출하 시기는 12월 말에서 1월까지다.
시기가 설 명절과 맞물리는데다 고급 과일이라는 인식이 있어 선물용으로도 많이 찾는다. 한라봉은 병해충에도 강하고 손이 덜 가는 장점이 있지만 묘목에서 수확까지 3~4년이라는 위험부담이 있다. 카센터 일을 병행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2016년에 두 동의 하우스로 시작된 한라봉은 다섯 동으로 확장돼 2020년부터 수확으로 이어졌다. 높은 당도의 한라봉을 한번 맛본 지인들과 구매자들의 입소문으로 판로까지 충분히 확보되었다. 그렇다 보니 이젠 본 직업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성공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선 철저한 준비를 거쳐야 함을 강조했다.
상큼한 과일 향과 초록의 기운 덕일까. 그곳에 머무르는 동안 대표 내외의 얼굴엔 내내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보통의 일터 개념으로 연결 짓자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그 미소가 다시금 그곳을 찾게 할 것이다.
/박선유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