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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뫼루의 밤풍경에 젖다

김현숙 시민기자
등록일 2024-02-01 18:32 게재일 2024-02-0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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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뫼루 야경.
요즘 SNS에서 구미의 야경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 있다. 구미시 신평동에 위치한 ‘갈뫼루’가 바로 그곳이다. SNS에 올라와 있는 야경 사진들은 정말 멋있었고, 구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마음이 생겼다. 안 가볼 수가 있겠는가. 무작정 밤에 갈뫼루로 향했다. 집에서 겨우 15분 남짓한 거리였다. 내비게이션이 주택이 늘어져있는 골목길로 안내를 했기에 이런 곳에 정자가 있을까, 그것도 문화유적으로 분류되어 있는 정자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참 많이 들었다. 앞에 주차를 하고 올려다 본 갈뫼루는 웅장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갈뫼루는 신라시대부터 물물 교역의 요충지 역할을 해온 비산나루터를 계승하고 기념하기 위해 건립이 되었다고 한다. 비산나루는 신라 비산부곡 때부터 근세까지 선산부의 남부지역 관문 역할을 했기에, 물자교역과 각 지역에서 모여드는 사람들의 상거래 중심지로 통하였다. 부산 등의 하도에서 올라온 상선은 소금과 해산물 등을 하역하고, 내륙 지방에서 생산된 농산물과 수공업, 도자기류 등을 교역하며 자연스레 ‘갈뫼시장’이 형성되었다. 이 시장은 20세기 전반까지 번성하였다. 이곳은 현재 비산동생활체육회의 주관으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을 통해 소통·화합·이해의 한마당이 되고 있다고 한다.


다른 볼거리가 하나 없이 뜬금없는 장소에 세워져 있다고 생각한 갈뫼루는 관리가 굉장히 잘 되고 있었다. 잔디와 돌바닥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올라가는 길 역시 조명이 빛나고 있어 어둡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갈뫼루까지의 길은 높지 않았기에 정말 간단히 밤 산책 하는 느낌으로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정자를 한 바퀴 둘러본 후 그 유명한 야경을 보기 위해 정자 위에 올라섰다. 막힘없이 탁 트여진 전망이 눈앞에 펼쳐졌다. 낙동강과 금오산, 체육공원까지…. 구미시가 한 눈에 들어왔다. 높은 금오산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의 야경이었다.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눈에 들어온 현판은 한글로 쓰여 있어 읽기도 좋았다.


갈뫼루를 한 바퀴 둘러보고 야경을 충분히 즐겼지만, 주변에 뭔가 다른 것이 없는 게 조금 아쉬웠다.


벽화마을이 조성되어 있다고는 하나 밤에 가면 그마저도 구경하기가 쉽지 않다.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산책 겸 다니기 좋을 수 있지만, 갈뫼루를 볼 목적 하나로 가기엔 그 이후가 조금 아쉬운 환경이었다. 주변에 다른 다양한 볼거리가 조성되었으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위치였기에 그저 좋은 야경을 봤다는 것으로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비록 SNS를 통해 접하게 된 장소였지만, 구미시에 사는 사람들은 많이들 알고 있는 야경 명소였나 보다. 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야경을 보러 나와 있었고, 밤 산책을 즐기고 있었다. 다들 어찌 이런 곳을 알고 있나 싶기도 했다. 동시에 구미의 좀 더 많은 명소들을 찾아다녀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이왕이면 의미가 있는 곳으로 말이다.


그 시대의 비산나루터는 어땠을지, 그리고 자연스레 형성된 갈뫼시장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혼자 머릿속에 잠시 그려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시끌벅적했겠지…. 이제 집에 들어가라는 듯 뺨을 스치는 찬바람에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아주 천천히, 한걸음씩….


/김현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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