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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창포말 등대’ 역사와 기원을 찾아서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4-02-13 18:57 게재일 2024-02-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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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부터 동해 선박들의 안전 지킴이
대게 집게발이 감싼 창포말 등대에서 보는 바다뷰가 장관이다.
창포말 등대로 향했다. 포항에서 출발해 7번 국도를 달리다 화진해수욕장을 지나자 블루로드 표지판이 보였다. 대게공원을 시작으로 포항시가 아니라 영덕군에 접어들었다는 표시다. 시내버스 색깔부터 다르다. 버스 뒤에 우리가 가려는 창포말 등대가 크게 그려져 있다.

강구에서 7번 국도에서 내린다. 그래야 대게 형상을 크게 걸어둔 다리를 건너 블루로드를 따라 달릴 수 있다. 그곳부터 대게를 파는 가게가 줄을 이었다. 대게 삶는 수증기가 하얗게 길까지 마중 나온 거리를 벗어나자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가 바로 옆에 따라붙는다. 오늘따라 일렁이는 높은 파도에 마음까지 쓸려갔다 밀려와서 달리는 기분이 그저 그만이다.


저 멀리 창포리의 해안절벽 위에 등대가 나타났다. 영덕의 특산품인 대게의 집게발이 하얀 등대를 감싸 안고 지켜주는 모습이다. 항로표지 기능과 전망대의 기능을 함께 담당한다. 등탑 자체는 흰색인데 대게 조형물은 청동빛이며, 등롱은 동해의 일출을 따라 해 붉은색이다. 밤이면 붉은 조명을 등대 쪽으로 비추어 낮에는 푸르스름하게 보이던 집게발이 붉게 빛난다. 참으로 멋진 발상이다.


등대 이름 창포말의 유래는 위치한 마을에서 따왔다. 풍력 발전단지 헬기장을 벗어나면 오른쪽 낮은 곳으로 가는 오솔길이 나타나는데 바로 창포리다. 갯가에 유난히 붓꽃이 많이 피어 ‘붓개’ 혹은 ‘창포’라고 했다고 한다. 창포말 등대는 1984년 6월에 영덕읍 창포리 끝단인 ‘창포말(菖蒲末)’에 세워진 등대로, 42km 떨어진 바다에 6초에 한 번씩 불빛을 비추며 동해안을 항해하는 선박들의 안전을 지킨다.


처음에는 보통 등대와 같이 원통형의 흰색 콘크리트 등대였으나, 2006년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조형 등대 현상 공모전’에서 통영 도남항의 연필등대, 부산 송도해수욕장의 고래 입표와 함께 당선되어 독특한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이한 등대로 기장의 젖병 등대, 야구등대도 있어 등대 투어를 다니는 사람들도 늘었다.


등대가 선 곳이 해맞이공원이다. 전국 제일의 청정해역과 울창한 해송림으로 둘러싸여 있던 창포리 동해안 일대가 1997년 2월 대형 산불로 폐허가 되어 방치되다 4년간의 노력으로 수려한 해안 절경과 무인 등대를 활용한 공원을 조성하였다. 산불 피해목으로 침목 계단을 만들어 산책로를 조성하였으며, 사진 촬영과 시원한 조망을 위한 전망 데크와 휴식 공간을 위해 파고라를 만들었고, 어류조각품 18종을 실시간 방송되는 음악과 어우러지도록 했다. 야생화와 향토수종으로 자연학습장을 조성하였는데, 수선화·해국·벌개미취 등 야생화 15종 30만 본, 해당화·동백·모감주나무 등 향토수종 8종 7만 본을 심었다.


64km 청정해역이 펼쳐지는 도로변에 자리해 주차가 편하며 푸른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다는 매력 때문에 1월 1일에는 물론 평일에도 여유로운 휴식을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의 발길이 계속 이어진다. 길가에 대게 루미나리에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을 일러 빛의 거리라고 한다. 일출 명소인 이곳이 노을 또한 아름답다. 저물녘 찾아가 밤이 찾아오면, 등대의 색깔이 수시로 바뀌고 알록달록한 조명이 만드는 풍경이 눈부시다.


블루로드 A 코스 ‘빛과 바람의 길’이 여기서 끝나고 B 코스 ‘푸른 대게의 길’이 시작된다. 부산에서 울산, 포항을 거쳐 영덕을 지나 울진, 강릉으로 향하는 ‘해파랑길’ 중 영덕 구간인 블루로드 반을 지나온 것이다. 영덕을 찾는 이라면 반드시 들러 명소가 된 창포말 등대, 동해 여행을 이곳에서 시작해도 좋겠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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