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문득 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과일에 대한 기사를 읽은 기억을 떠올렸다. 왜냐하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겪는 분야가 바로 농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지역 포항에서도 바나나와 한라봉 재배가 이루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사과의 재배지도 경북에서 강원도로 옮겨간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
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과일 중 하나가 노지 딸기다. 어릴 적 시간을 돌아보면 딸기는 겨울이 아니라 5월쯤 되어서야 맛볼 수 있는 과일이었다. 그때는 하우스가 아닌 대부분이 노지로 재배되던 시절이었다. 사실 노지 재배 딸기는 지금의 하우스 재배에 비하면 맛이 없다. 소비자는 맛없는 딸기를 원하지 않았고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보관기간의 문제도 발생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고온다습한 날씨, 초여름 태풍 등 예측할 수 없는 기후로 딸기 재배에 어려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딸기의 노지 재배가 점점 온도 조절에 용이한 하우스재배로 옮겨갔고 그게 대중화되었다.
하우스재배로 생산되는 딸기는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숙성해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며 양분도 많아졌다. 단맛은 말할 것도 없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입맛을 찾게 되었는데 우리가 겨울에 흔히 딸기를 맛볼 수 있게 된 이유다.
여기에는 기업들의 마케팅도 한몫한다. 연말과 연초에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여러 기념일과 행사에 빠지지 않는 케이크. 이 케이크는 하얀 생크림 위에다 빨간 딸기를 토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케이크는 맛까지 좋아 가게마다 가장 많이 찾는 디저트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겨울딸기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공급도 많아지게 되면 식품업계에서도 딸기를 활용한 마케팅에 더 활발하게 움직일 거라 예상된다.
겨울에 딸기 케이크를 사 먹으면서도 딸기는 제철이 겨울이라는 생각이 어색하기만 하다. 겨울딸기를 소비자들이 즐겨 찾게 되면서 기후 온난화에 일조를 한다는 딸기. 하우스재배로 딸기를 비롯해 여러 과일이 점점 제철을 잃어가고 이게 대세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초여름쯤에 생산되는 노지 딸기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해서 더 이상 이상하지는 않다는 거다. 사람들은 제철에 나는 딸기의 새콤함보다 당도가 높은 하우스재배 딸기를 선호할 것이기에. 딸기의 제철은 겨울이 아니라 봄과 초여름쯤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요즘 소비자의 요구도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겨울딸기도 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딸기를 먹다가 제철 과일이라는 게 갈수록 무색해지고 있는 지금을 생각해본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