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평이 넘는 대단지로 조성된 꽃밭이 노랗게 물들어 푸른 동해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주차장에서 꽃밭 가까이 다가갈수록 향이 진하게 풍겼다. 아직 70% 개화 상태라 4월 한 달 호미곶은 노란 유채의 바다일 것이다. 관람로를 너른 들 곳곳에 만들어 놓아 따라 걸으며 사진을 찍기에 좋았다. 코너를 돌 때마다 한흑구 작가의 글이 있어서 읽는 맛도 곁들였다.
노란 물결 한가운데 소나무 한 그루가 섰다. 가로로 누운 유채의 노랑과 세로로 선 늠름한 소나무와 멀리 파랗게 뒤를 받쳐주는 바다에 유유히 떠 있는 배, 포항 호미곶에서만 찍을 수 있는 풍경이다. 노란 풍경 가장자리에 커다란 거울을 세워서 셀카봉 없이 셀카를 찍도록 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
이렇게 멋진 노란 봄의 전설은 이집트에서 나왔다. 이집트 대 평원에서 수천 마리의 양을 키우는 한 청년 ‘헤잠’ 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가난뱅이 아딜러라는 아가씨가 양털을 훔치려고 왔다가 양을 죽이고 말았다. 그러다가 헤잠에게 들켰고, 용서를 빌어서 헤잠은 양을 죽인 아딜러를 용서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아딜러가 시장에서 기름을 짜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좋은 감정이 생겼지만, 시간은 그냥 흘러가고, 아딜러는 같은 기름쟁이 무함마드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헤잠도 그것을 알았지만, 아딜러를 잡지 못하고 그렇게 시집을 가버렸다.
헤잠은 사랑 고백을 하지 못하고 아딜러를 떠나보냈다는 슬픔에 수천 마리의 양들을 모두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간이 흘러 양들이 죽은 초원에는 붉은색 꽃이 피어났다. 마을 사람들은 그 꽃을 동물의 피가 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해 기름이 나올 거라고 꽃의 씨앗을 짜봤더니 역시나 많이 나왔다. 아딜러의 남편은 헤잠이 살던 집으로 이사하자 졸랐고, 아딜러가 이사를 온 후에 붉은 꽃으로 핀 유채꽃 씨앗을 받아 이듬해 몇 배나 더 많은 씨앗을 뿌려서 다시 얻은 씨앗으로 짜낸 기름을 팔아서 행복하게 살았다.
이런 전설을 가지고 있는 유채꽃 꽃말은 명랑, 쾌활이다. 아름다운 전설과 꽃말을 가진 꽃 종자의 38~45%는 기름이 있는데, 최근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카놀라유가 바로 유채꽃의 열매에서 채취한 것이다. 무하마드와 아딜러 둘 다 죽을 때까지 헤잠이 왜 그렇게 죽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하는데, 둘 다 죽고 나서 수년 후에 헤잠의 일기가 발견되었다. 일기에는 ‘사랑한다면 지금 말하라. 내일이면 그 사랑이 남이 되어버릴지 모른다’라고 적혀있었다.
유채는 배추(야생종)와 양배추(야생종)의 자연 교잡종이다. 이것은 우장춘 박사가 밝혀냈다. 그리고 이는 당시 생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유채를 통해서 종의 합성과 종간 잡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표적인 GMO 작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유채꽃이 만발한 10만 평 이상의 호미 반도 경관농업단지는 해마다 유채꽃·유색 보리·메밀꽃·해바라기 등을 계절별로 선보이며 색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유채꽃만 보기에 아쉽다면 인근 호미곶 상생의 손, 국립등대박물관,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등을 방문해 봄의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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