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한 설명에 문화·역사·전통 잘 이해
온 세상을 깨끗하게 씻어주던 보슬비가 간간이 뿌리던 일요일, 한국수필문학관 관장님을 포함한 수필 아카데미 회원 27명이 성주로 문학기행을 떠났다. 첫 번째 목적지는 한개마을이었다. 큰 하천가에 있는 마을이라는 뜻의 한개마을, 뒤로는 영취산, 앞으로는 백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지형으로 성산 이씨의 집성촌이다. 마을의 전통 한옥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토석담이 잘 어우러져 있는 마을 초입의 골목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선정되었다.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는 길목이었는데 마을의 기운이 좋아 37명의 과거 급제자를 배출했으며, 선비들이 이 길을 통과하기를 좋아했다고 한다.
진사댁, 조선 시대 마지막 과거시험에서 진사가 된 이국희의 집이다. 초가를 이었으나 서까래와 기둥은 든든한 사랑채에는 주인장의 ‘검이불루 화이불치’ 철학이 담겨있다고 해설사는 말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고사로 검소하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나 사치스럽지 않다는 이야기다. 대문 밖에 대성학당이 있는, 집안 곳곳에 이야기가 풍성한 교리댁은 마을 고택 중에서 백미였다. 마당 한쪽에 버티고 선 ‘남귤북지’ 고사가 스민 탱자나무가 있고, 사랑채 뒤쪽에는 사당이 있다. 거대한 소나무가 어우러진 풍경에서 자연을 그대로 살린 건축물인 우리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해설사의 설명이 없었다면 무심코 지나쳐 버렸을 마구간 앞 하마비에 새겨진 ‘운서영원대’라는 문구에서 벗이 더 오래 머물기를 바라는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사도세자의 호위 무관이었던 이성문이 낙향해 은거하며 지냈던 북비고택에도 들었다. 충신의 툇마루에 쭉 앉아 단체 사진을 찍었다. 응와종택으로도 불리는데 인심 좋은 주인장이 모처럼 안채까지 활짝 열어주었다. 덕분에 잘 정돈된 정원과 당시 상류층 양반 한옥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런 호사는 문화관광해설사와 동행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산책로를 따라 최상단 전망대에 올라 마을 전체를 보았다. 드라마 ‘연인’의 촬영지였던 한주정사가 있는 한주종택에도 들렀다. 마을의 혈 자리에 있는 고택의 사랑채에는 대대로 성리학을 받드는 집이라는 뜻의 ‘주리세가’란 편액이 걸려 있었다. 또한 이 댁의 주인인 이석문과 두 아들, 삼부자의 독립운동을 인정받아 국가보훈처에서 세운 안내판이 하나 더 세워져 있다.
월항면 인촌리 태봉에 있는 세종대왕자 태실과 성산동 고분군도 담당 문화해설사가 동행하며 안내를 해주었다. 문화관광해설사와 동행한 여행을 통해서 성주의 역사적 위치와 문화적 가치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세 곳에 각각 배치된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지역의 문화와 그 장소에 담긴 생활상과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역사 속의 성주에 대해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손정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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