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가이자 대표적 민족시인 육사 이원록(1904~1944)의 시 ‘광야’의 첫 구절이다. 일제에 항거한 강렬한 민족의식을 노래한 시인은 안동시 도산면 원천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육사(陸史)는 독립운동으로 체포돼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었을 때 죄수번호 ‘264’에서 따온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안동댐 안동민속박물관 야외에는 시인의 정신을 기리고자 건립된 ‘육사시비(陸史詩碑·사진)’가 있다. ‘이육사 선생 기념비 건립위원회’에 의해 1968년 낙동강 강변에 세워진 이육사 시비는 안동댐 건설과 함께 수몰의 위험으로 1970년대 이건돼 현재까지 안동댐 민속박물관 야외에 자리하고 있다.
시비 앞면에는 육사의 시 ‘광야’가 새겨져 있고 뒷면에는 동탁 조지훈 시인의 추모 글이 새겨져 있다. 조지훈 시인은 비문의 마지막에 “광야를 달리던 뜨거운 意志(의지)여 돌아와 祖國(조국)의 江山(강산)에 안기라”며 육사를 향한 절절한 마음을 기렸다.
‘광야’는 시인이 죽은 뒤 시인의 아우 원조가 수습해 1945년 ‘자유신문’에 처음 발표한 유고 시다. 조국 광복을 노래한 시인은 끝끝내 광복을 보지 못하고 1944년 숨을 거두었지만 일본의 패망을 예견했으리라.
안동댐에 와서 민속촌의 예스러움과 월영교의 아름다운 풍광만 보고 갈 일이 아니다. 민속촌 입구의 ‘육사시비’의 글귀를 보며 아름답고 강인했던 영원한 청년 시인 육사의 생을 톺아보는 뜻깊은 시간도 가지길 바라본다.
한편, 또 다른 육사시비는 육사의 생가터인 도산면 원천리에 있다. 육사의 생가 자리에 포도 모양의 일곱 개의 화강암 위에 동판으로 만든 육사 선생의 얼굴과 시 ‘청포도’를 새겨두었다. 1992년 건립되었으며 지난 4월 국가보훈부 경북북부보훈지청에 의해 이달의 현충시설로 선정됐다. /백소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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