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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민 한마음 큰잔치의 아쉬움

손정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4-05-23 18:15 게재일 2024-05-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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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일 청송군 파천면 청송정원 ‘파천면민 한마음 큰잔치’에서 주민들이 초대 가수의 노래에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지난 5월 3일, 청송군 파천면 청송정원에서 ‘파천면민 한마음 큰잔치’를 했다. 귀농 14년 차 주민이지만, 대구를 오가는 형편이라 매년 해오던 행사를 이번에 처음 알았다. 조카가 가수들도 온다고 하기에 요즘 부쩍 우울하신 어머님 기분전환도 해드릴 겸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외출을 망설이는 어머님께 어르신들을 위한 자리라 꼭 가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대구에 살 때는 노래 교실을 일주일에 두 번씩이나 다니셨던 어머님의 마음속 가득한 신명을 풀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입구에서 행운권 팔찌와 선물을 나누어 주었다. 사물놀이와 난타 등 식전 행사는 이미 끝나고 있었다. 음식은 출장 뷔페였다. 치아가 부실한 어머님이 드시기 편하고 좋아하시는 요리로 가득 담아 드렸다. 예전이면 거뜬히 드셨을 양인데 많다고 덜어 주셨다.


이장님과 부녀회장 등 동네의 젊은 사람들이 진행요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주민들을 위해 과일과 물 등 필요한 것을 살피고 가져다주었다. 아직 젊은 축에 속해 가만히 앉아 있기가 미안했지만, 어머님에 집중하기로 했다.


‘파천면민 한마음 큰잔치’는 파천면에서 해마다 5월에 진행하는 행사이다. 주민들의 화합과 어르신을 모시는 자리라 생각했다. 동네별로 팀을 나눠서 줄다리기 시합, 마을별 노래 대결을 펼쳤다. 몇 명의 이름난, 초대 가수 공연도 있었다. 그 틈틈이 행운권 추첨을 하였다. 식전 행사 중 추첨에서 동네 어르신 한 분은 건조기에 당첨되었다고 자랑했다. 우리도 선물을 기대하면서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을 예감했다.


시작은 네 팀으로 구성된 줄다리기 시합, 우리 마을 중평리와 윗마을 병부리가 한팀이었다. 남녀 각 10명으로 구성된 선수에 건장한 조카도 합류했다. 영차, 영차, 영차 세 번의 구호가 끝나기도 전에 우리 팀이 어이없이 져버렸다.


게임 중에도 추첨이 있었다. 기대하며 번호가 적힌 팔찌를 눈이 뚫어지게 보았지만, 우리는 꽝이었다. 선풍기, 밥솥, 제습기 등이 하나둘 자꾸 줄어들고 있었다.


다음은 노래자랑, 동네별로 대표 선수 한 명씩 노래했다. 모두가 선수였다. 자기 마을 대표가 노래 부를 때, 해당 마을 사람들이 응원하며 무대 앞으로 나와서 춤을 추었다. 우리 동네 차례에선 나도 나가서 응원했다. 초대 가수의 시원한 열창도 있었다. 신나는 노래에 어머님은 계속 손뼉 치며 입으로는 소리 없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시간이 길어지자 나는 지쳤지만, 어머님은 끝까지 몸을 흔들며 손뼉을 치셨다. 그 모습이 안되어 손을 끌고 앞으로 나가 춤을 추자고 하였다. 노인은 하나도 없어서 남사스럽다고 손사래를 치셨다.


무대 앞에는 끊임없이 많은 사람이 신나게 춤을 추고 있었다.


그들 중에는 행사를 준비한 사람들이 많았다. 앉아서 어깨를 들썩이며 손뼉을 치시는 어머님이 안쓰러워 보였다. 주변의 다른 어르신들도 마찬가지였다. 누군가 손을 끌면 슬그머니 못 이기는 척 나갈 수도 있을 텐데 몸은 노쇠해도 마음만은 청춘일 텐데 싶어 마음이 아팠다. 눈앞에는 몸이 부서져라. 흔들어대는 사람들, 군수님도, 면장님도 신나게 춤추고 있었다. 그들을 보면서 끊임없이 손뼉만 치시던 어머님과 어르신들의 공허한 눈빛이 마음에 걸렸다.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다행히 어머님은 하루 구경 잘했다고 하셨다.


시간이 지나도 찜찜한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다. 행사를 준비한 파천면 직원들과 이장님들, 부녀회장님들 이하 진행 요원들 모두가 고맙다. 앞으로도 5월이면 행사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운영에 조금의 변화가 있었으면 싶다. 무엇보다 어르신들을 위한 작은 마음 씀이 동반되기를 기대해본다. 누군가도 소외되지 않으며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힘들겠지만 어르신들도 함께 덩실덩실 몸을 흔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았으면 좋겠다. /손정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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