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논란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특히 미디어 폴랫폼과 AI시대인 지금은 난독과 오독으로 인해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제는 버스나 대중교통은 물론 음식점 등에서 오로지 스마트폰 만을 손에 쥔 채 집중하는 모습은 흔한 모습이다.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 학생들은 긴 문장을 읽기 힘들어하고 드라마나 영화 한 편보다도 최근에는 숏폼 영상을 선호한다. 학교에서도 아날로그 책 대신 태블릿 PC라는 교과서의 등장과 유튜브로도 책을 읽는 시대인 지금, 문해력을 높이기 위한 독서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는 초·중·고등학교 학생들뿐 아니라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 성인들도 마찬가지다.
2021년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제3차 성인문해능력조사’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해력을 갖추지 못한 ‘수준1’(초등 1~2학년) 인구는 200만1428명(4.5%)이나 됐다.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 셈하기는 가능하지만 활용이 미흡한 ‘수준2’(초등3~6학년)도 185만5661명(4.2%)이었다. 전체 성인의 8.7%가 단어의 뜻과 맥락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먼저 심심한 사과, 금일, 고지식, 익일, 모집인원 0명 등등의 어휘들은 고급 단위가 아님에도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오독의 현상을 보여준다. 심심한 사과라는 말은 뉴스나 언론에서 종종 접하는 말로 마음 깊이 사과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지루한 사과라고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금일도 금요일로 이해를 하고 고지식(固知識)은 융통성이 없는 사람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인데 고(高)지식으로 알고 있기도 하다. 경북의 한 학교에서 스승의 날 어느 중학생이 선생님께 쓴 편지글에서 “선생님,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고지식 하세요”라고 적었다. 순간 선생님이 당황했지만 다시 보니 학생이 고지식을 높은 지식으로 잘못 알고 있음을 알았다. 대구의 한 대학교에서는 대학생들이 교재나 참고 자료를 제대로 읽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걸 보고 대입 면접에서 짧은 지문을 주고 그 지문이 이야기하는 바가 무엇인지 간단하게 정리하게 하고 면접관이 몇 가지 질문을 던지는 방식을 도입한 경우도 있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을 읽는 능력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이해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 역량을 포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다시 강조되는 게 독서다. 하지만 문해력을 높이는 방법이 어렵지도 않다. 그러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아이들에게는 책의 장면을 큰 소리로 읽어주어야 한다. 직접 책 속에 들어가 상황을 살피고 책 속 단어와 소리 사이 교묘하게 얽힌 관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며 천천히 가는 독서를 하게 한다. 성인이라도 자신의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문장을 소리내어 낭독해 보는 것이다. 또 필사 같은 손 글씨를 써 보는 것도 문해력을 높이는 것도 방법이 된다. AI시대, 디지털 폴랫폼과 기기를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다. 세상의 모든 것이 언어로 이뤄져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중요한 것은 복합 문해력를 키워주는 독서가 더 중요해지는 이유다. /허명화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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