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매일신문이 창간 34주년을 맞았습니다. 1990년 6월 23일 ‘맑고 정직한 신문’을 사시(社是)로 창간한 후 오늘 지령 9241호를 내게 됐습니다. 그동안 본지 임직원들은 ‘종이신문’의 위기 등 언론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서도 독자들의 식견을 넓히는 뉴스 서비스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왔습니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지역사회의 현안을 제시하고, 공론화를 통해 그 해법도 제시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우리는 대구경북(TK) 지역민과 같은 길을 가는 동반자임을 한시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지역의 위기는 반드시 지역신문의 위기로 이어집니다. 잘 알다시피, TK지역은 지금 심각한 인구소멸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매년 이 지역 청년들이 취업이나 대학진학을 위해 수도권으로 떠나가 하루가 다르게 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해 대구와 경북에서 수도권으로 떠난 청년(19~39세)은 1만4000명이 넘습니다. TK지역 기업유치의 최대 위협요인은 인구감소입니다. 삼성·현대 같은 대기업들이 공장입지를 정할 때 해당지역의 인구구조를 우선시하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인구규모가 경제성장 잠재력과 동일시되는 것입니다.
TK통합 성사되면 자급자족도시 가능
인구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은 모두 비상이 걸려 있습니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TK행정통합 추진에 올인하고 있는 것도 인구소멸 위기에 쫓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언론도 청년들이 이 지역에서 마음 편하게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행정기관과 호흡을 같이해야 합니다.
한국사회 인구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수도권 집중 때문입니다. 좋은 직장과 학교를 비롯한 모든 주요 자원이 수도권에 몰려 있으니까 너도나도 서울로 향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수도권에서는 과도한 경쟁시스템이 유발되고, 청년들이 결혼과 출산을 아예 포기하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도 역대정부와 마찬가지로 지역균형발전을 우선시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수도권 일극(一極)주의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TK행정통합이 예정(2026년 7월)대로 성사되면 대구경북은 인구 500만의 도시가 됩니다. 지금은 서로 갈라져 각자도생을 하고 있지만, 인구 500만명으로 뭉쳐지면 작은 국가처럼 자급자족할 수 있습니다. 대구경북은 미래 도시성장을 좌우할 첨단산업 유치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도체·AI·이차전지 산업에는 풍부한 전력과 수자원, 그리고 인재가 필요한데 TK는 합쳐지면 이 모든 것을 보유한 도시가 됩니다. 2030년 군위에 TK통합신공항이 개항하면 그야말로 날개를 달게 됩니다.
다양한 플랫폼으로 지역언론 사명 완성
최근 포항 근해에 막대한 양의 가스와 석유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와, 지역민들은 ‘산유국의 꿈’에 부풀어 있습니다. 만약 영일만에서 석유·가스가 나오면 ‘동해안 시대’가 펼쳐지게 됩니다. 영일만은 국제적인 항구가 될 것이고, TK는 국제해상 무역의 중심지가 될 것입니다. 포항시가 최근 ‘해양수산국’을 신설하기로 한 것도 동해안 시대에 대비하려는 것입니다. 한국석유공사는 영일만 일대에 석유·가스가 35억 배럴이상 매장됐을 가능성이 90%에 이르며, 이를 국제 메이저 석유회사인 엑슨모빌이 검증했다고 합니다.
본지는 창간 34주년을 맞아 앞으로 ‘TK 통합시대’를 차근차근 준비하겠습니다. 행정통합과 통합신공항 건설, 영일만 유전개발 같은 비중있는 의제는 ‘세계속의 TK’라는 거시적 시각에서 다루어야 할 뉴스입니다. 우리는 종이 신문은 물론이지만, 유튜브(TK방송)나 ‘AI TV’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지역언론의 사명을 다하겠습니다. 수도권언론과 차별화되는 지역의제 취재를 위해 TK지역민과의 소통도 강화하겠습니다. 본지는 지금도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독자들이 신문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성원으로 경북매일신문의 역량을 한층 더 키워 주시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