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길을 나선 터라 영해휴게소에서 아침밥을 먹기로 했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건물 오른쪽에 복숭아 장터가 열렸다. 2024년 7월 19일부터 8월 18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판매를 한다고 한다. 각 농장에서 한 부스씩 자리 잡고 자신들의 농산물을 홍보하느라 바쁘다. 중간 단계를 거치지 않아 산지에서 바로 따온 싱싱하고 질 좋은 복숭아를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남산리 마을회관 앞에도 장터가 열리니 내려갈 때 이용하면 좋겠다.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우리도 갓길에 차를 멈췄다. 지인에게 줄 선물로 복숭아가 좋을 것 같아서다. 상인은 일단 칼로 한 조각 오려내 입에 넣어주며 그냥 돌아서지 못하게 입을 막았다. 우리를 보고 여러 대의 차가 더 멈췄다.
복숭아 종류를 물었더니 황도와 오도로끼 두 종류라고 했다. 발음이 어려워 다시 묻자 경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단단한 복숭아다. 옆에 황도는 말랑하니 손으로 만지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오도로끼는 10일에서 20일 정도, 딱 이 시기에만 수확하고 판매되는 복숭아라니 먹고 싶어도 이때 아니면 지나칠 수 있다고 한다. 얼른 한 상자 샀다.
복숭아의 종류는 껍질에 나는 털의 유무에 따라 크게 털복숭아와 천도복숭아로 구분한다. 털복숭아는 다시 과육 색에 따라 보통 백도와 황도로 나뉘는데 블러드 복숭아라고 해서 살이 아주 진한 붉은색에 향기가 매우 진한 종도 있다.
어릴 적 몸살을 크게 앓으면 열에 들떠 입맛이 없어진 손녀를 위해 할아버지는 동네 유일한 점빵에서 통조림을 사 오셨다. 둥근 캔을 꾹꾹 눌러 따서 달콤한 국물과 함께 말갛게 껍질이 사라진 황도를 먹여 주셨다. 숟가락으로 자르면 쓰윽 온순하게 조각이 나는 통조림 복숭아를 먹고 다음 날 순순히 털고 일어났었다. 가끔 달콤한 그 맛에 이끌려 조금 아픈 날에도 더 아픈 시늉으로 할머니 애를 끓게 했었더랬다.
과육의 단단한 정도로 경육종(딱딱한 복숭아)과 용질성(말랑한 복숭아)으로 나누기도 한다. 말랑한 것이 당도가 높아서 인기는 말랑한 것이 훨씬 좋은 편이나, 씹는 맛을 즐기는 사람은 당도와 수분이 적은 단단한 것도 좋아한다. 이것을 물복, 딱복이라 부르며, 이렇게 복숭아가 제철일 때면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물복 vs 딱복으로 탕수육의 부먹 vs 찍먹 급의 논쟁거리가 되곤 한다.
복숭아 잘 고르는 팁을 물으니 별거 없다고 했다. 딱딱한가 만져 보고 색이 선명한 것을 고르라고 했다. 하루 이틀 후숙하면 더 맛있다.
또한 조선시대 농서인 ‘증보산림경제’를 보면 “우물가에는 꽃 심는 것을 꺼리고 더욱이 복숭아나무를 심는 것을 꺼린다”라고 적혀 있다. 사실 복숭아와 같은 과실나무를 우물가에 심지 않은 것은 매우 지혜로운 일이다. 복숭아심식나방과 같은 벌레들이 많이 꼬여 식수로 사용하는 우물이 오염될 수도 있으니까.
복숭아는 밤에 먹는 게 좋다고 한다. 벌레 먹은 복숭아를 불을 끄고 먹게 한 선조들의 지혜가 과학적으로 밝혀졌다. 복숭아의 폴리페놀 성분이 야맹증에 좋단다. 복숭아를 먹으면 밤눈이 밝아진다니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안성맞춤 과일이다. 물복이든 딱복이든 이 시절에 많이 먹어두길 당부한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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