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보낸 연락 한 통에 현주는 김천에서부터 무더위를 뚫고 부산까지 내려왔다. 1년이란 긴 공백 기간이 있었음에도 우리에게선 어색함을 찾을 수 없었다.
부산역에서 만나 반가워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다 정해지지 않은 목적지를 그제야 정했다. ‘서면이 부산의 핫플레이스야’라는 현주 말만 믿고 지하철을 타고 서면으로 향했다. 우리가 잘못된 출구로 나온 탓인지 도착한 서면은 휑하니 아무것도 없었다. 서면으로 오자 했던 현주를 원망하며 때양볕에 지친 우리는 시원한 바다나 보자며 해운대와 광안리를 두고 고민했다.
밤까지 있을 것이니 야경이 좋은 광안리로 가자는 시민기자의 제안에 광안리로 이동했다. 현주는 광안리에 도착하자 아침부터 아무것도 먹지 않아 주린 배를 붙잡고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며 뭐라도 먹자고 했다. 시민기자의 추천으로 우리는 부산의 별미 밀면을 먹었다. 밀면 맛집을 찾아 밀면을 먹고 있는데, 더운 날 게다가 휴가철의 주말에 부산까지 떠나온 시민기자를 걱정하는 걱정스러운 엄마의 전화도 덤으로 먹었다.
밀면이 만족스러웠는지 배가 채워져서 그런지 텐션이 업된 우리는 버스킹이라도 하는 마냥 길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바다로 향했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파도 소리를 듣고 발도 담가보며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촉촉하고 아련한 눈빛으로 바다를 보고 지난날들을 떠올리는 시간을 보냈다. 물놀이하는 많은 인파를 보자니 부럽고 우리 텐션에 뛰어들지 않자니 아쉬워 수영복이라도 사자며 돌아다녔지만, 작당한 것을 찾지 못해 물놀이를 다음으로 미뤘다. 바닷가의 뜨거운 햇살에 견디지 못해 더위나 날리자며 팥빙수나 먹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팥빙수를 먹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간 카페에는 팥빙수가 없었고 대신 음료와 케이크를 사고 시원하고 탁 트인 창가로 갔다. 바다와 시원한 음료는 환상의 조합이었고 덕분에 프로필 사진을 바꿀만한 여러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조용한 카페에 앉으니 미혼 여성이 무슨 이야기를 하랴. 남자친구와 썸남의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언니, 우리 타로나 보러 갈까?” 답이 없는 관계가 답답했는지 재미 삼아 고민을 날려버릴 수 있는 타로 점괘를 보러 갔다. 타로와 사주까지, 2곳에서 2번이나 점괘를 확인하고 어찌 더 싱숭생숭해진 우리는 어차피 맥주 한잔할 생각이었는데 지금부터 달려보자는 심정으로 현주 친구가 추천한 술집으로 향했다.
아, 이게 웬일. 여긴 카페보다 분위기가 더 좋네. 찍는 사진마다 친구들에게 사진작가 소리를 듣는다. 분위기 좋고 배경 좋고 맥주도 시원하게 맛있는데 우리의 흥을 돋우기에도 기분을 풀기에도 부족함을 느꼈다. “우리 노래방 갈까?” 우리는 언제나 기승전 노래방으로 끝났기에 망설일 이유는 없었다.
‘낭만고양이’, ‘마리아’, ‘8282’ 등 고음을 모은 곡까지 완곡하며 우리의 흥은 최대치로 올라갔다. “현주야, 대구에서 장기자랑 같은 걸 하는데, 우리 거기 나가서 노래 부르자!” 술기운인지 올라간 흥 때문인지 자신감까지 충만해진 우리는 대구 이태원길에서 열리는 주민예술경연대회 ‘펼쳐락(樂)’에 지원했다.
즉흥적인 두 여자의 여행은 그렇게 끝났다. 올라가는 편 기차는 예약도 하지 않아 액션 영화 추격전을 방불케하는 헤어짐도 있었다. 하지만 뭐 어떠랴, 우리 생각과 마음엔 완벽한 여행이었다. 다시 만날 수밖에 없는 경연대회까지 지원했으니 헤어짐도 두말 할 것 없이 좋았다. 모든 것이 하룻만에 일어난 일임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지금 죽어도 노는 것에 여한 없다 싶게 놀았으니, 이쯤이면 여름휴가를 제대로 장식한 것이다. 이제 우리에게 경연대회가 기다린다. 현주야, 파이팅하자! /김소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