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도 싱크홀(땅 꺼짐) 안전지대가 아니다. 최근 서울 도심에서 발생한 싱크홀로 인해 국민불안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대구에서도 도로가 갑자기 꺼지는 현상이 발생해 시민불안이 커지고 있다. 이날 정오쯤 동구 방촌동 금호강 제방 옆 도로지반이 갑자기 1.7m 깊이(가로 50㎝, 세로 30㎝)로 내려앉았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포항에서도 지난 7월 장기면 대진리 해안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지게차가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포항 구도심은 특히 땅을 조금만 파도 뻘밭이 나올 정도로 지반이 약해 주민불안이 크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대구경북에서는 지난 5년간 63건(대구 12건)의 땅꺼짐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대부분 낡은 하수관 손상과 지하공간 개발 과정에서 발생했다. 4년 전 통계이긴 하지만, 대구시내 하수관 중 20년 이상 된 노후 하수관 비율이 70%가 넘는다. 이 중 30년 이상된 하수관이 13%나 되고, 설치 연도 정보조차 없는 경우도 허다한 모양이다. 낡은 하수관은 도심 속 지뢰밭 같은 역할을 한다. 언제, 어디서든 누수현상이 생겨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운전자가 마찬가지지만, 도심 도로에서 싱크홀을 조심하며 운전하는 사람은 드물다. 싱크홀은 발생 시간과 지점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무방비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다. 특히 싱크홀이 밤에 발생하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싱크홀은 천재지변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싱크홀이 발생하기 전에는 주변의 보도블록과 도로가 깨지는 등 전조 현상이 반드시 나타난다. 사전에 예방하면 사고를 상당 부분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하루빨리 지반을 탐사할 수 있는 지표투과레이더(GPR)를 도입해, 지속적으로 지하 매설물에 이상이 없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다. 서울시는 ‘인공지능 하수관 결함 탐지기술’을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고 한다. 싱크홀은 지하매설물에 대한 철저한 점검을 통해서만 예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