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송정으로 가을 소풍을 다녀왔다. 하늘은 한없이 멀어지고, 바람은 가슬가슬하여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오래된 친구들과 함께였다. 각자 음식 한 가지씩 마련해 소나무 숲 정자에 둘러앉았다. 함께 간 지인 중에 가을에 생일인 주인공을 위해 노래도 불러주며 음식과 함께 정을 나누었다.
신라시대의 화랑들이 이곳의 울창한 송림에서 달을 즐기는 정자였다. 명승을 찾는 시인과 묵객들이 하나같이 탄복한 곳이라고 한다. 정자는 고려시대에 이미 월송사 부근에 창건되었던 것을 조선 중기 연산군 때의 관찰사 박원종이 중건(혹은, 그가 창건하였다고도 함)하였다고 하며, 오랜 세월에 퇴락한 것을 향인들이 다시 중건하였으나 한말에 일본군이 철거해버렸다. 1969년에 재일교포들이 정자를 신축하였으나 옛 모습과 같지 않아서 해체하고 1980년 7월에 현재의 정자(정면 5칸, 측면 3칸, 26평)로 복원하였으며, 현판은 최규하의 휘호로 되어 있다.
관동팔경에 속하는 곳으로 경치가 좋은 거야 두말하면 잔소리이다. 관동은 현재의 영동 지방의 특히 이름난 여덟 곳의 경승지를 말한다. 영동팔경이라고도 한다. ‘영동’에서 ‘영’(嶺)은 ‘대관령’을, 동은 동쪽에 있는 지방이라는 의미로 주로 강원도를 말한다. 1962년까지 강원도였던 경상북도 울진군이 포함되기도 한다. 북한의 총석정과 삼일포, 강원도에 자리한 곳은 청간정, 낙산사, 경포대, 죽서루이다. 울진에 망양정과 월송정 두 곳이 있어 경북의 자랑거리다.
주차장에서 월송정에 가려면 월송정 무장애 나눔길을 걸어서 들어가야 당도할 수 있는데, 이 길은 노약자, 장애인, 임산부와 같은 보행 약자층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산림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성한 길이다. 줄여서 ‘월송나눔길’이라고 부른다. 데크로드, 보행매트, 황토포장으로 이루어진 600m의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쭉쭉 뻗은 소나무 사이로 솔향을 맡다 보면 중간쯤에서 월송정을 만나게 된다.
월송정 1층에서도 바다가 보이지만 2층 누마루에 올라서 보는 바다 풍경이 더 좋다. 짙은 옥빛 바다에서 가을바람이 불어오니, 돗자리를 가져와 마루에 깔고 누워서 쉬는 나들이객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11월 말까지 보수 중이라 누마루에 오르는 것은 겨울로 미뤄야 했다.
월송나눔길 이정표를 따라 걸었다. 소나무 그늘이라 걷기에 그저 그만이다. 파도 소리가 함께해 발걸음이 더 가볍다. 걷다 보니 갈대밭이 보였다. 평해습지였다. 평해사구습지 생태공원은 구산해수욕장, 월송정과 더불어 빼어난 해안선과 배후습지를 활용한 생태공원으로 동해안의 훼손되지 않은 해안사구와 푸른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호흡할 수 있는 차별화된 생태공원이다. 습지와 울창한 송림을 따라 산책로와 벤치가 조성되어 있어 편안하고 즐거운 걷기 여행을 할 수 있다. 해안전망대, 기수역관찰대, 생태관찰대, 조류관찰대, 사구전망대, 광장, 쉼터 등의 시설을 갖춰 맨발로 즐기는 사람들이 우리 곁을 자주 지나쳤다.
습지에서 되돌아 월성정 소나무가 우거진 숲으로 걸었다. 소나무 사이로 울진의 가을 들녘이 누렇게 반짝였다. 동해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자란 논에서 거둔 쌀은 특별히 더 찰진 밥맛을 줄 것이다. 오후 한나절을 소나무 숲에서 보낸 우리의 낯빛이 환해졌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이 가을 자주 월송나눔길을 찾아올 것 같다며 함께 간 친구들과 저녁을 먹으러 가까운 후포 어시장에 들렀다. 살아서 펄떡이는 물고기를 바로 회를 떠서 먹을 수 있었다. 가을 소풍의 마무리로 안성맞춤 밥상이었다. 포항으로 돌아오는 길, 동해안 파도 소리가 끝까지 따라왔다. /김순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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