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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이 무너지고 있다

박귀상 시민기자
등록일 2024-10-03 19:36 게재일 2024-10-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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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여름 한 달 길어지고 겨울 한 달 짧아질 것”<br/>  자본시장이 바꿔논 기후, 인간이 감당해야 할 숙제
일요일이었던 지난달 29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가을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무척 행복해 보인다. /박귀상 시민기자

기상청 기후변화 상황지도에 따르면 2050년이 되면 여름이 한 달 길어지고 겨울은 한 달 짧아질 전망이다. 2024년 현재, 기상청에서는 각계 전문가들과 한반도의 계절별 길이 전반에 대한 재설정을 검토하며 여름은 1개월가량 늘리고 가을은 1주, 겨울은 최소 2~3주 줄이는 방안 등으로 조정 논의 중이다.

우리나라는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이 비교적 뚜렷하다. 봄은 3~5월, 여름은 6~8월, 가을은 9~11월, 겨울은 12~2월로 3개월 단위로 분류된다. 계절 분류 기준은 여름 시작 일을 ‘일 평균기온이 20도 이상 올라간 후 다시 떨어지지 않은 첫날’로 본다. 같은 방식으로 봄은 기온 5도 이상일 때이고, 가을은 20도 미만, 겨울은 5도 미만이다. 이 계절 분류 고안은 이병설 전 서울대학교 지리교육과 명예교수가 1979년 발표 이후 약 45년간 큰 무리 없이 모든 행정과 산업 전반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태양력을 따르는 24절기는 계절에 따른 날씨 변화를 쉽게 체감하기 위해 조선시대 무렵부터 도입되었다. 당시 사용하고 있던 음력은 기후와 차이가 많아 농사를 짓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4절기가 보조적으로 사용된다. 15일 간격으로 구분되는 절기는 양력 2월 4일을 입춘으로 봄이 시작되어 우수·경칩·춘분·청명·곡우, 여름은 입하·소만·망종·하지·소서·대서, 가을은 입추·처서·백로·추분·한로·상강 겨울은 입동·소설·대설·동지·소한 그리고 대한으로 겨울을 매듭짓는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주는 심각한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 3개월 단위로 구분되었던 계절 길이 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산업화로 인한 자본시장의 활성화는 인간들의 쓰고 버리는 행동을 부추기고, 그 속에서 과하게 배출된 탄소는 지구의 온도를 필요 이상으로 높인다. 지구온난화는 우리나라에서도 아열대 지방의 열대 과일이 열리게 한다. 제주나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주로 생산하던 열대과일이 이제는 충남·경기·강원 지역에서도 재배 가능하다. 충남 천안의 한 농장에서 재배하고 있는 바나나는 원산지인 동남아시아처럼 올 여름 높은 기온에 강한 햇볕이 더해 오히려 수확이 앞당겨질 정도이다. 우리지역 포항시 흥해읍 망천리에서도 바나나가 익어가고 있다.

지난 9월 23일이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는 가을의 네 번째 절기인 추분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낮 기온은 20도를 웃돈다. 도시개발 확장으로 열 보존율이 높은 산과 숲이 사라진 자리에 콘크리트 시가지가 넓어지며 기온이 올라가고, 문명의 이기로 에어컨 실외기를 통해 밖으로 쫓겨난 실내의 더운 공기도 기온을 높이는 데 한 몫 한다. 지난 6월에 있었던 장마는 전통적인 장마와 전혀 다른 양상인 스콜과 비슷한 형태로 찾아왔다. 이미 우리나라도 2010년부터 기후변화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단시간에 엄청나게 쏟아지는 소나기, 한국형 스콜이 말해주고 있다.

추석이 지나고 기온이 떨어지나 싶더니 다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진다. 지난여름의 폭염처럼 다가올 겨울의 매서운 한파 소식도 들린다. 독일 역사학자 로만 쾨스터(Roman Köster)는 신간 ‘쓰레기의 세계사’에서 “매일 버리는 플라스틱 쓰레기만 에펠탑 100여 개의 무게”라고 했다. 자본시장이 바꿔놓은 기후는 결국 인간들이 감당해야 할 숙제이다. 이제는 플라스틱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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