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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위하는 것이 나를 위하는 것

엄다경 시민기자
등록일 2024-10-03 19:36 게재일 2024-10-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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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빛으로 물들어가는 가을 하늘과 들판.

언젠가 영혼을 볼 줄 아는 분의 말을 유튜브를 통해서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이 화가 나서 분노에 들끓고 있을 때 그의 머리 위 영혼의 그릇에 담긴 붉은 피가 같이 들끓어 결국 그 사람의 영혼으로 쏟아져 내린다고 한다. 우리야 다른 차원을 볼 수 없는 평범한 사람이니 그 말을 믿고 안 믿고를 떠나 화를 내고 분노하면 결국은 다른 사람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그 피해가 돌아온다는 말에는 공감을 할 수 밖에 없다.

세상을 살다보면 세상 일이 내 마음 같지 않고, 상대방이 내 마음을 몰라주어 섭섭한 일들이 숱하게 많다. 하지만 상대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러려니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기 시작하면 조금씩 마음에 평화가 오게 된다. 상대를 이해하는 건 상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해지기 때문이라는 말도 되새겨 본다. 상대를 위하는 것이 결국 나를 위하는 것이란 마음으로 가을의 시작에서 시 한 편을 찬찬히 읽어본다.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 이문재 시 ‘오래된 기도’

살아가면서 행하는 작은 행위들이 모두 기도하는 것이란 말이 참 귀하게 다가온다. 손을 모으고 가지런히 마음을 맑히는 시 한 편을 읽는 것, 그것 또한 하나의 기도이리라. 너무 굉장하게 너무 거창하게 기도하려고 애쓰지 말자. 종교의 여부에도 상관 없이 그저 삶의 순간 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보자. 시인의 인도대로 물 한 잔을 마셔도 천천히 감사하며 마시고, 공중을 지나는 바람도 부드럽게 만져보며 대자연의 기운과 같이 호흡하고 소통하는 기도로 가득찬 아름다운 가을날이 되기길 소망한다. /엄다경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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