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송정박상진호수공원에 자리한 카페<br/>아름다운 경치와 책을 즐기는 이들로 만원
산책하기 좋은 공원이라 해서 울산 송정박상진호수공원을 찾았다. 산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몇 걸음 오르자 푸른 호수가 일행을 맞았다. 호수 주변으로 산책로를 만들어 한 바퀴 휘돌아 볼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산책로 보수 공사로 12월까지 산책로 많은 부분 출입을 통제 중이다.
뷰 좋은 입구에 북카페가 섰다. ‘지관서가’, 2층에 화장실이 공원 방문객들이 이용 가능하다 해서 올라가니 창밖으로 보이는 호수풍경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호수 뒤로 단풍이 유명한 무룡산이 보이고, 아름다운 경치를 읽는지 펼친 책을 보는지 모를 사람들로 창가 자리는 이미 만원이다. 서가는 문서나 책 따위를 얹어 두거나 꽂아 두도록 만든 선반이라는 뜻인데, 그 뜻에 맞게 북카페 벽은 책이 가득하다. 도서관이라 해도 될 분위기다. 커피부터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주문해서 먹을 수 있지만 책만 읽어도 좋다고 했다.
서가 앞 벤치에 동상이 보였다. 누군가의 이름을 공원 이름으로 지었다니 어떤 분일까 궁금했다. 박상진 의사(1884~1921)는 울산 송정동에서 태어나 의병장 허위의 문하와 양정의숙에서 수학하고 1915년 광복회를 조직해 총사령에 추대됐다. 광복회는 국권 회복을 위해 무장투쟁을 전개하고 되찾은 나라에서는 공화제 정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던 독립운동단체였다. 그러나 박 의사는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1918년 일경에 체포돼 사형선고를 받고 1921년 대구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정부는 박 의사의 공훈을 기려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중구 학성공원에 광복회 총사령 박상진의사 추모비가 세워져 있고 남구 문화공원에 박상진 의사 동상이 있다.
지관서가(止觀書架)는 인문학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가 기획하고, SK가 재원을 제공하며, 지방자치단체가 공공 공간을 제공해 탄생한 복합 인문·문화공간이다. 2021년 4월 울산대공원을 시작으로 장생포, 선암호수공원, 유니스트, 울산시립미술관, 박상진호수공원, 여주 여백서원 괴테마을에 지관서가를 열었다. ‘멈추어 바라봄’을 뜻하는 ‘지관止觀’은 지관서가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분주하게 달리던 몸과 마음을 잠시 멈추고 止, 나와 세상의 전체를 깊이 바라보는 觀은 인문학의 성찰을 통해 우리 삶을 더 행복하게 변화시키려는 플라톤 아카데미의 근본 목표이기도 하다.
(재)플라톤 아카데미는 우리가 성찰해야 할 핵심적인 주제들을 ‘인생의 테마’로 설정하고, 이를 깊이 있게 탐구해 왔다. 지관서가는 ‘인생의 테마’들을 ‘북 큐레이션’(book curation)의 주제로 삼는 것은 물론, 만남과 소통을 통해 함께 이를 나누려 한다. 이미 ‘관계’(울산대공원), ‘일’(장생포), ‘나이듦’(선암호수공원), ‘명상’(유니스트), ‘아름다움’(울산시립미술관), ‘영감’(박상진호수공원), ‘극복’(괴테마을)을 공간의 핵심 주제로 구현했고, 향후 가치, 몸, 쉼, 건강, 사랑과 같은 키워드들로 확산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미 울산 내에서는 명소로 자리를 제대로 잡은 북카페 지관서가는 공간은 공공단체가 제공하지만 한 곳당 5억 원가량 투입되는 조성 비용은 SK 케미칼이 부담, 운영은 전적으로 공공단체에 맡겼다. 서울대 인문확산센터와 인문360이 도서 큐레이션과 콘텐츠 제작에 참여했으며, 건축사무소 리옹이 공간을 디자인했다. 휠체어나 유모차 역시 이용하기에 무리가 없는 구조로 만들었다. 평소 인문 정신에 관심이 많았던 SK케미칼이 고향과도 다름없는 울산에서 시작하게 되었고, 전국을 대상으로 100여 곳에 만들 것을 구상 중이다. 실제로 안동시와 수원에도 지관서가가 생길 예정이라는 반가운 소식이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