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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힐링의 계절

박귀상 시민기자
등록일 2024-10-10 19:54 게재일 2024-10-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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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바다국제연극제·철길숲 야행 등<br/>가을 정취 머금은 풍성한 축제와 함께<br/>잠시나마 마음의 평안과 위안을 얻길
본격적인 가을철을 맞아 곳곳에서 완연한 가을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축제들이 펼쳐지고 있다.

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청명한 하늘은 높고 풍부한 먹을거리는 말을 살찌운다. 선선한 바람과 황금 들녘은 풍요로움과 여유를 선사한다. 책을 읽기에도 좋은 독서의 계절. 그러나 책을 들고 있기에는 이 가을, 축제가 너무 많다.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일대에서 열린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비롯하여 부조장터 문화축제, 포항운하축제, 힐링필링포항철길숲 야행, 포은문화축제에 반려동물 문화축제까지 포항은 물론 전국 각 지역마다 무른 여름날 소나기 쏟아지듯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잠시 책을 내려놓은 사람들은 우리 지역 축제는 물론 타 지역 곳곳에서 열리는 ‘가을꽃 축제’를 놓칠세라 전국을 분주히 오간다.

포항이 가지는 철강도시라는 차가운 이미지에 용광로를 대신하는 다양한 문화예술이 스며들어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그래서인지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면 시민을 위한 문화콘텐츠가 무료이거나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정말 많다. 하물며 쉽게 접할 수 없고 다시 보기 힘든 ‘백남준 특별전’도 2010년 포항시립미술관에 무료로 전시되었다. 효자 호텔영일대 갤러리웰에서도 1년 내내 상시 다양한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 또한 무료다. 게다가 지금 10월은 축제의 달이다.

많은 가을 축제 틈새, 효자아트홀에서 ‘제24회 포항바다국제연극제’가 상연되고 있다. 개막작 ‘배비장전’을 시작으로 ‘내 웨딩케이크는 누가 먹어버렸나’ ‘손님(客)’ 그리고 폐막작으로 ‘의자는 잘못 없다’를 10월 2~11일까지 시차를 두고 4편의 연극이 공연된다. 3편의 연극을 꼬박꼬박 충실한 관객이 되어 배우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이제 폐막작 1편을 남겨두고 있다.

‘배비장전’은 구전으로 내려오는 우리의 전통 판소리를 조선 후기에 소설로 정리한 작품으로 원작이 가지는 지배계급의 위선을 현 정치인들의 이중인격적인 모습에 빗대어 해학적으로 풍자한다. ‘내 웨딩케이크는 누가 먹어버렸나’는 중년 부부와 노년 부부의 에피소드. 진정한 사랑에 대한 고찰로 상대를 온전히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코믹하면서도 가슴 찡한 이야기로 관객과 함께 울고 웃으며 공감한다. ‘손님(客)’은 알베르 카뮈의 ‘오해’를 원작으로 한일합방 직전 조선의 인적 뜸한 어느 깊은 산중 강가 주막을 배경으로 각색해 인간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가? 라는 명제를 던진다. 연극 4편 모두 무료다. 이렇게 좋은 작품들이 무료인데도 관객이 많지 않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홍보 부족인가? 관심 부족인가?

문화를 즐긴다는 것은 곧 마음의 여유다. 가을만큼이나 삶에 풍요와 여유를 준다. 영원히 타오를 것 같던 ‘불의 공원’ 불이 매장된 가스 소진으로 어느 날 맥없이 꺼져버렸다. 자연은 순리를 따르고 인간은 이에 순응한다. 비록 불은 꺼졌지만 사람들 마음에 불의 공원이라는 정체성은 그대로 남아 철길숲 공원은 연일 이어지는 가을 축제로 분주히 아쉬움을 달랜다.

내 마음대로 살아지지 않는 삶은 늘 걱정을 동반하고 그런 마음을 다스리고자 무던히도 노력하며 살아간다. 그 속에서 무대 위 배우들의 역설적인 해학과 웃음을 관객이 되어 함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질감을 벗어나 공감으로 다가오고 내 삶을 공유하며 ‘사는 건 다 똑같구나’라는 생각에 위안과 함께 잠시나마 마음에 평안이 깃든다. 이 가을, 시간이 허락한다면 책을 잠시 내려놓고 가을 힐링 축제를 찾아서 양껏 즐겨보자.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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