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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박물관을 가야 하는 이유

허명화 시민기자
등록일 2024-10-10 19:54 게재일 2024-10-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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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국립박물관의 성덕대왕신종 앞에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

며칠 전, 중간고사를 마친 아이와 경주국립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은 그 인기를 실감하듯 오후 늦은 시간임에도 외국인들과 연휴를 맞은 가족 단위의 관람객들이 함께 뒤섞여 있었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야외에 전시되어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성덕대왕신종이었다. 삼삼오오 모여있는 가족들 사이로 마침 녹음된 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종소리는 박물관을 넘어 서라벌 경주를 온전히 감쌌다.

다음은 박물관의 중심인 신라역사관이다. 계단을 통해 올라온 우리에게 역사관은 4개의 전시실로 우리를 맞았다. 함께 간 아이는 어렸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다시 새로운 느낌이라며 반가워했다. 신라역사관은 신라의 성장과 전성기 그리고 신라 시대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전시실에서 만난 토우 장식 항아리, 황금 보검과 유리잔, 임신서기석, 신라의 미소인 수막새, 금관 등을 보는 동안 우리는 ‘신라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는 것 같아’라는 생각이 스쳤다. 유물 중 임신서기석은 예상외로 작은 크기에 놀랐다. 비문의 내용은 그 시절 청소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자는 내용의 서약서인데 아이가 역사책에도 나오는 거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신라의 미소인 수막새 옆에서 아이는 미소를 따라 사진도 찍었다. 황금 보검과 유리잔은 신라가 교류의 흔적을 보여주는 유물인데 아쉽게도 지금은 영국으로 가 있어 사진으로만 볼 수 있었다. 이어서 이차돈의 순교비가 있는 신라미술관, 목간을 볼 수 있는 월지관, 특별 전시실 등 우리가 모르는 경주를 알기에 안성맞춤인 곳이 바로 경주국립박물관이다.

이처럼 박물관은 우리들에게 다양한 주제와 소재를 가지고 그 시대의 세밀한 역사를 보여주고 현재의 모습에서 흐름을 짚어 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관과의 경계도 옅어지고 있다.

우리가 박물관을 바라볼 때 박물관은 세 가지의 큰 기능을 하고 있다. 수집과 보존, 전시의 기능, 교육의 기능이 그것이다. 박물관은 각 유물과 사료들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도록 보존하고 연구한다. 그리고 역사적 가치가 있는 자료들을 새롭게 알아내고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또 시간을 내어 우리가 박물관을 방문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전시의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수집하고 보존하는 작품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희석되기 쉽다. 박물관에서는 자신들이 모은 각종 자료들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선보이는 기능을 하고 있다. 박물관에서의 교육의 기능은 관람객과 참여자들을 체험과 교육을 통해 각각의 박물관이 지켜오는 자료들의 가치를 전파한다. 이를 통해 새로운 전문인력을 양성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연구가 이어져 나갈 수 있도록 한다. 예전과 비교해서 좀 더 폐쇄적이었던 박물관의 이런 기능들이 지금은 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더욱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단순히 전시나 교육을 뛰어넘어 새로운 문화 활동의 시발점으로서 역할을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자연스레 멀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다.

전국을 다니며 한국사 강연을 하는 ‘큰별쌤’ 최태성 강사는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실린 확대된 유물 사진이 아무리 훌륭하다고 해도 직접 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경험과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우리가 박물관에 가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허명화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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