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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한글’을 쓰고 있는 우리는 진정 축복받은 사람들

박귀상 시민기자
등록일 2024-10-17 18:16 게재일 2024-10-1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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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br/> 한국어·한글 위상 더 높아져<br/> 더 아끼고 바르게 사용해야 
대구 간송미술관에 전시중인 ‘훈민정음 해례본’.

한글날이 있는 시월이 오면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 어김없이 들먹여지고 소장자인 배익기씨가 여전히 1000억 원을 요구하는 기본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뉴스를 올해도 접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다행히 귀히 보존된 간송본이 있어 국보 제70호로 지정되고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되어 있다. 현재 안동본(간송본), 상주본 두 판본만이 유일하다. 1940년 기적적으로 안동본이 발견되면서 어떠한 소리도 표기가 가능한 ‘한글’의 창제 원리를 알게 되고 훈민정음 해례본에 표기된 반포일을 근거로 설왕설래하던 한글날이 이견 없이 10월 9일로 지정된다.

세종대왕 탄신일 1397년 4월 10일과 훈민정음 반포일 1446년 9월 상순(1~10일)은 당시 사용하던 음력일로 이를 세계 표준 역법인 그레고리력(양력)으로 환산하면 5월 15일과 10월 9일이 된다.

지금껏 ‘스승의 날’이었던 탄신일에 2025년부터는‘국가기념일’로 새롭게 지정된 ‘세종대왕 나신 날’이 대신한다. 겨레의 스승으로서 한글창제와 과학기술, 문화예술 발전에 큰 기여를 한 그 업적을 기리고자하는 의미가 더해진다.

‘한글’과 ‘한국어’는 다르다. 한국어는 수천 년 전부터 자연스럽게 존재해 온 우리의 고유 언어이고 한글은 한국어를 표기하기 위해 약 500년 전 세종대왕이 창제한 문자이다. 우리글이 창제되기 전에는 우리말 표기 수단으로 중국어 표기 수단인 한자를 차용해 썼다.

어려운 한자를 차용해 우리말을 표기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적이었지만 한글은 누구나 읽고 쓸 수 있다. 애민사상이 바탕이 된 한글 창제는 그래서 대한민국의 자부심이다.

어느새 두 아이의 아빠가 된 큰애가 초등학생이던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엄마,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한글은 세종대왕이 만든 게 아니라 집현전 학자들이 다 만들었다고 해요. 그런데 칭찬은 세종대왕이 다 받고 있다고 잘못됐다고 그랬어요.”

당시 큰애 담임은 젊고 패기 넘치던 전교조 선생이었다. 그날, 잘못된 정보를 들고 온 초등학생 아들과 마주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글’은 일부 신하의 극심한 반대도 아랑곳 않고 세종대왕이 혼자서 집요하게 만드신 글이다. 젊고 천재적이었던 집현전 학자들은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데 그저 많은 도움이 됐을 뿐이다. 그들은 세종대왕이 만들어 놓은 언문을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쉽게 익힐 수 있는지를 연구하며 언문 참고서를 만드는 역할도 했다. 입모양을 본떠 만든 상형문자로서 어떠한 말과 소리도 표기할 수 있는 한글은 이제 세계 최고의 문자라고 해도 넘치지 않는다.

지난 한글날 경축식을 중계하던 KBS 공영방송에서 노래가사 자막으로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을 ‘기억 니은 디읃 리을’로 잘못 표기한 채 송출하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은 한글날 홍보물 포스터에 ‘훈민정음’을 ‘ㅎ·ㄴ민정음’이라 표기했다. 공공연히 우리글이 홀대당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외국어와 외래어, 신조어, 축약어가 너무 난무하다보니 소통에도 장애가 있어 ‘세종대왕 나신 날’을 기리며 우리글 한글을 더 아끼고 사랑하여 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올해 노벨문학상이 대한민국 문학작품으로 선정되면서 대한민국 문학사의 영광이자 한국어와 한글까지도 전 세계에 위상을 더 높이게 되었다. 아름다운 한글을 쓰고 있는 우리는 진정 축복받은 사람들이다.

/박귀상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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