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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재현 시인과 가을밤에 만나는 시

백소애 시민기자
등록일 2024-10-29 19:52 게재일 2024-10-3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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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시립웅부도서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재현 시인의 시 창작 교실.

책 읽기 좋은 계절, 가을이 왔다. 그리고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상강이 지났다. 올해는 유독 추운 겨울이 될 거라고 한다. 어쩌면 제대로 된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도 전에 겨울이 올지도 모르니 이 가을을 마음껏 즐겨두는 것이 좋겠다. 가을의 정취를 노란 은행, 붉은 단풍으로만 즐기란 법이 없다.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소식이 들려서인지 올가을은 더욱 문학의 색채가 짙어지고 있다.

안동시 원도심 동문동에 자리한 안동시립웅부도서관에는 매주 목요일 저녁이면 가만가만히 모여 시(詩)를 노래하고 배우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안동시립웅부도서관 2024년 하반기 문화교실 ‘피재현 시인의 시 창작 교실’의 수강생들이다. 지난 9월 12명의 수강생을 선착순으로 모집해 10월 11일 첫 강의를 시작해 총 10강으로 진행된다.

강사 피재현 시인은 1999년 등단해 시집으로 ‘우는 시간’(2016), ‘원더우먼 윤채선’(2020)이 있다. ‘원더우먼 윤채선’으로 제10회 백신애창작기금에 선정됐으며 현재 시집작은도서관 포엠을 운영하고 있다. 강의 내용은, 한국 현대시의 이해와 함께 어떻게 쓰고 무엇을 쓸 것인지에 대한 디테일한 서술 방식과 표현 방법을 통해 시 창작의 실제에 이르는 알찬 구성으로 준비되어 있다.

시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쓰기에 도전한 수강생들은 각기 저마다의 내력이 있다. 2년 연이어 수강신청을 했다는 권해숙 씨는 피재현 시인의 시 창작 교실이 개강되기만 기다렸다고 한다.

“작년 강의를 듣고 정말 반했어요. 평소 제가 궁금했던 것을 해소하게 돼서 기뻤거든요. 표현력이나 시적 감성이 풍부해져서 뿌듯합니다. 처음엔 쑥스러워서 자기만의 알을 깨고 못 나왔는데 수업을 거듭 들으면서 평소 알고 싶은 분야를 배우게 돼서 행복해요. 학창시절에 대부분 문학소녀의 감수성은 가지고 있잖아요. 직장생활이며 일상에 치여 바쁘게 지내다가 요즘 평생학습 시대에 이런 강의가 있어서 참 좋아요.”

시 창작교실 수강 후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좀 거창하게 들릴진 모르겠지만, 일단 자신감이 생겼고 자기 성찰을 통해 성장을 하게 되고 또 그러다 보니 내 자신이 참 많이 밝아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또 다른 수강생 김희준 씨는 소설 작품을 드라마로 제작했던 KBS의 ‘TV문학관’을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시청했을 정도로 문학에 진심이다. 시와 소설, 장르를 가리지 않고 관심이 크다. 직장을 다니다 크게 다쳐 몸과 마음이 아팠던 시기에 시를 만났다. 작년에 수강 후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었고 올해 역시 강의를 기다렸다고 한다.

“시와의 만남이 숙명이에요.”

깊어가는 가을밤, 한때는 안동의 제일 번화가였지만 이제는 구도심이 되어버린 오래된 도서관에 불빛이 어룽거린다. 그곳에 일상의 기쁨과 슬픔, 인생을 이야기하고 시와 함께하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백소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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