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밀가루 대량 수입되며 대중화 1990년대 간편식으로 급성장<br/>포장마차서 즐기던 국민 간식이 佛 에펠탑 앞에서도·美 뉴욕서도 인기
포항 철길숲 공원을 걷다보면 살짝 언덕진 곳에 붕어빵 포장마차가 있다. 할머니 두 분이 공원길에 서서 ‘붕어~’라고 외치니 포장마차 주인이 하던 일 멈추고 얼른 붕어빵을 봉지에 담아 배달을 한다. 봉지를 받아들며, 먹고 싶은데 무릎이 아파 언덕을 오르내리기가 힘들다며 미안해하신다. 따끈따끈 갓 구운 붕어빵을 꺼내들고 추억을 먹는 것이라며 소담소담 이야기 나누시는 그 모습이 참 정겹다. 붕어빵도 오르는 물가에 동참하듯 어느새 3마리에 2000원이다.
1000원이면 하얀 봉투에 따끈따끈한 붕어빵을 다섯 마리 담아주던 시절이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지속적으로 오르는 물가에 붕어빵인들 견뎌내랴. 먹을거리가 흔치않던 시절, 붕어빵은 그야말로 최고의 국민 간식이었다.
붕어 모양 쇠틀에 밀가루 반죽과 달달한 단팥소를 넣어 구운 달콤바삭한 붕어빵은 포장마차에서 즐기는 길거리 간식으로 1930년대 일본의 도미빵이 한국으로 건너오며 도미보다 우리 문화에 더 익숙한 붕어로 변신한다. 1960년대 전후(戰後) 원조로 미국으로부터 대량의 밀가루가 수입되면서 대중화 된다. 복고열풍이 일던 1990년대 들어 국화빵·문화빵·붕어빵 등 새로운 스타일의 풀빵들이 생겨나며 간편식으로 급성장한다. 최근엔 팥 외에도 슈크림 등 다양한 재료로 속을 채우며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킨다. 찾는 이에 비해 예전만큼 붕어빵 노점이 많지 않아 ‘붕세권(붕어빵+역세권)’이라도 말도 생겨났다.
한때는 붕어빵 장사로 자식들 공부도 시켰다는데 요즘은 노점 가게가 잘 보이지 않는다. 노점 가게 대부분이 불법이다 보니 신고가 잦아 자주 장소를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끊임없이 오르는 물가로 인해 이익 창출 또한 예전 같지 않다. 게다가 온라인이나 마트에 냉동 붕어빵까지 출현하고 보니 장사가 더 어렵다. 무엇보다 붕어빵 장사를 오래하면 건강이 좋아지지 않는다. 늘 가스불과 함께하다보니 안구건조증, 화상으로 인한 기미 주근깨, 방아쇠수지증후군, 손목·주관절 터널증후군, 하지정맥류 그리고 폐까지 안 좋아진다.
그러나 지금 붕어빵은 K-베이커리로 세계에서 사랑받고 있다. 프랑스 에펠탑 앞에서도 영국 레스토랑에서도 미국 뉴욕에서도 만날 수 있다. 포장마차에서 즐기는 국민 간식 붕어빵이 K-베이커리라는 날개를 달고 세계로 나갈 때는 그 나라 문화에 맞게 변모한다. 프랑스에서는 디저트 카페에서, 영국은 레스토랑 후식으로, 미국 뉴욕은 자유여신상을 본 떠 여신 빵으로 변신해 디저트 문화가 발달한 유럽까지 날아가 K-베이커리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 것이 촌스럽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K-패션, K-푸드, K-뷰티, K-베이커리 등등으로 지금은 세계인의 트렌드를 따라 가기보다 새로운 트렌드를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다.‘오징어 게임’의 공기놀이가 세계인의 놀이가 되었듯 길거리 음식인 붕어빵도 세계인의 간식거리가 되어 있다.
붕어 틀을 끊임없이 뒤집고 돌리며 붕어빵을 구워내는 포장마차에는 추위를 녹여 줄 뜨끈뜨끈한 어묵 국물도 있다. 붕어빵과 어묵 국물을 마시며 포장마차 주인과 얘기 나누는 동안에도 손님이 끊임이 없다. 희한하게도 날씨가 추울수록 매출이 높단다. 맞아, 붕어빵은 추워야 제 맛이지. 따끈따끈한 봉지를 안고 가는 그들은 붕어빵이 아니라 추억을 안고 간다. 포항의 붕세권 철길숲 공원. 그 곳에 가면 붕어빵이 주는 아련한 추억을 만날 수 있다. /박귀상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