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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즐거웠던 설날 윷놀이

박선유 시민기자
등록일 2025-02-06 18:18 게재일 2025-02-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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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겨울 풍경 속에서 친척들이 모여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명절엔 함께 모여 여행을 가자.”

최씨 삼형제의 대대적인 선언이 있었던 건 지난 설날이었다. 그리고 당해 추석을 끝으로 더 이상 전을 굽지 않게 되었다. 대신 명절엔 가족이 모두 모여 여행을 가거나 여의치 않으면 경주에서 만나 놀기로 했다.

달라진 명절 분위기에 우리 가족도 합류하게 된 것이다. 그 첫 여행이 이번 설날에 이뤄졌다. 두 아주버님의 노력 끝에 보현산자연휴양림에서 가장 큰 16인실 예약에 성공했다. 시 가족 모두 12명이니 적당한 크기다. 1시간 거리 가까운 곳이지만 숙박은 처음이라 아이는 몹시 설렜다.

2층짜리 나무집은 꽤 근사했다. 마침 경주에서 보기 힘든 눈까지 내렸던 터라 멋진 설경까지 더해졌다. 짐을 풀자마자 밖으로 나와 눈사람 만들기에 빠져들었다. 누군가는 눈짐승이라고 했다. 찬바람에 손과 얼굴이 얼얼해질 쯤 안으로 들어가 뜨끈한 어묵과 간식을 나눠먹었다. 해가 지자 바로 저녁 준비에 들어갔고 각자 준비해온 재료들로 식탁이 채워졌다. 평소에 먹던 명절 음식은 하나도 없다.

저녁 식사를 마치자 곧장 윷놀이판이 벌어졌다. 윷놀이는 매년 설마다 해오던 연중행사다. 간단한 상품들, 이를테면 갑티슈나 세제류, 참치캔 등 실생활에 쓰이는 소액의 물품들로 이뤄져있다. 하지만 경쟁률은 여느 고가의 물품 못지않게 치열하다. 거기에 청소년들에게 맞는 상품은 없다는 항의로 용돈까지 상품으로 걸렸다. 덤으로 “꽝”까지 추가해 스릴감까지 얹었다.

이번엔 특별히 시어머니 권한으로 ‘하나마나’라는 규칙까지 새로 생겼다. 윷을 던져‘하나마나’란 글자가 적힌 패가 나오면 그 앞에 모를 했던 윷을 했던 모두 무효가 된다. 이때만 해도 그 규칙이 어떤 파장을 몰고 올지 모두 알지 못했다. 역대급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윷놀이가 이뤄졌다. 팀은 세 팀으로 가족 상관없이 나눠졌다. 삼형제와 시어머니팀, 며느리팀, 손자팀으로 구성되었다.

이기는 팀은 각자 뽑기를 해서 저마다 상품을 가져갔다. “꽝”이 존재했기에 이긴다고 끝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글자가 내 손에 쥐어졌을 때 분노했다. “하나마나”는 엄청난 존재감을 보였다. 모를 연속으로 두 번이나 던지고 여러 말들을 잡고 이쯤이면 이길 것이라 확실하던 순간 “하나마나”가 나왔다. “하나마나”는 마치 일부러 오류를 심어놓은 것처럼 결정적인 순간에 등장해 게임은 쉽사리 끝나지 않았다. 누군가 하나마나를 뽑으면 당사자팀을 제외하곤 모두 웃느라 정신이 없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인생사가 윷놀이판에 그대로 있었다. 밤 12시가 넘어가도록 뽑지 못한 상품들이 반쯤 남아있었다. 다들 서서히 지쳐갔다. 평소보다 잠들 시간이 한참 지난 꼬맹이는 눈이 반쯤 풀려 비몽사몽 중이었다. 그러다가도 자신의 순서가 되면 벌떡 일어나 윷을 던졌다. 그리고 우리 가족 중 가장 성공률 높은 뽑기 성과를 보였다.

심야의 주택가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큰 웃음 속에서 새벽 한 시가 넘어서야 윷놀이는 종료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날 단체 늦잠으로 이어졌다. 느지막이 일어난 가족들은 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대형 카페로 향했다. 점심 대신 차와 빵으로 대체한 후 잠시 담소를 나누고 헤어졌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낯설었던 풍경이다. 아마 10년 뒤엔 또 다른 모습의 설날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어떤 모습이든 가족 모두가 행복한 설날이 되길 바라본다. /박선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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