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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전선시첩’을 읽어야 하는가

손수여 시민기자
등록일 2025-03-23 18:11 게재일 2025-03-2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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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단상

올해는 6·25전쟁 발발 75년 되는 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다. 현재 81억 인구가 함께 사는 지구상에 단 하나뿐인 우리 분단국의 슬픈 역사를 자각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문학이 당대 인간 삶의 투영이라 한다면 전쟁 중이라고 해서 예외일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을 받았다. 임진왜란이 그랬고 35년간의 치욕적인 일제강점기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전쟁은 또한번 우리민족에게 깊은 상처를 안긴 전쟁이었다. 개인도 나라도 힘이 없으면 무너지게 마련이다. 힘을 길러야 하고 스스로를 지켜야 한다. 우리는 같은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어야 하는 동족상잔의 전쟁의 아픔을 지금도 잊지 않고 있다.

문학사적으로 보면 한국전쟁 중 전선이 무너지면서 문인들이 큰 역할을 한 것은 문단의 주요 작가들이 대구로 몰려오면서부터다. 그들은 ‘문총구국대’를 결성하고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전쟁에 참여했다. 6·25전쟁 참전 문인들은 전선에서 체험한 것을 시로 남겨 전쟁중인 군인은 물론 국민의 사기 진작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 기록을 남긴 것이 바로 전쟁 체험시 모음인 ‘전선시첩’이다.

‘전쟁문학’을 우리 문학사에서 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쟁 체험시를 담은 ‘전선시첩’도 마땅히 우리가 챙겨야 할 소중한 시적 자료다. 전쟁 중에 쓴 시적 기록을 폐허가 된 당시는 물론이고 이 후 75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 동안 온전히 보존할 수가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기록물 자체가 매우 한정적이어서 자료의 수집과 접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전선시첩’은 제3집까지 발간이 되었고, 참여 시인은 37명이며 작품은 78편에 이른다. 모윤숙의 개별 작품을 포함하면 38명의 79편이 된다.

필자는 전체를 일독하고 제1집과 제2집의 ‘서문’ 등을 살펴서 해설을 쓰면서 지금은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여기서 분명한 것, 한 가지는 서른여덟 분 모두를 애국시인으로 명명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애국지사’‘의사’나 ‘민족시인’이란 칭호를 붙인 기록은 봤지만 ‘애국시인’이란 공식적 기록물은 접하지 못해 봤다. 한국전쟁에 직접 참여하거나 전쟁 중의 체험을 시로 써서 국가수호와 국군의 사기 진작에 기여한 것은 늦었지만 그 공로를 인정받는 것은 마땅 한 것이다.

6·25전쟁 75주년을 맞아 애국적 시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그들의 피끓는 애국적 감성을 느껴보는 것도 좋다. 또 문학사적 의의를 짚어보는 심포지엄이라도 열어 그들의 애국심을 느껴보자.

우리 기성세대는 1950년대 한국전쟁을 치를 때 그야말로 굶주림에 허덕이며, 연명해 온 세대들이다. 당시의 교육 수준은 형편없었지만, 그래도 시인들은 상대적 지식층으로, 소수 정예의 작가들이었고 그들의 시대적 작가정신은 분투적이었다. 전쟁발발 75년을 맞은 오늘, 그들의 작품을 일독하기를 감히 권한다.

/손수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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