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출판 펴냄, 신혜우 지음, 인문
그림 그리는 식물학자이자 ‘식물학자의 노트’, ‘이웃집 식물상담소’의 저자 신혜우 작가가 산문집 ‘식물학자의 숲속 일기’(한겨레출판)를 출간했다. 이 책은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원으로 지내며 경험한 메릴랜드 숲속의 사계절과 열두 달 식물 이야기를 담고 있다.
특히, 2025년 런던 린네 학회에서 질 스미시스상을 수상한 작가의 그림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사계절 식물 도안이 눈길을 끈다. 이 상은 식물의 과학적 식별을 돕는 그림을 그린 작가 중 우수성을 인정받은 식물학 예술가에게 주어지며, 신혜우 작가는 한국인으로서 최초로 이 상을 수상했다.
과거 1년간 메릴랜드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던 신혜우 작가는 당시 외롭고 힘든 기억이 가득했으나, 4년 만에 다시 찾은 메릴랜드에서 자신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숲을 만났다. 복잡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숲속을 걸으며 식물들과의 소통을 기록한 내용이 책에 담겼다.
김금희 작가는 이 책을 추천하며 “자연의 아름다운 질서를 일깨우는 다정한 기록이자 상냥한 안내자”라고 평가했다.
이 책은 자연의 조화, 연결, 순환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식물들의 다양한 생태적 과정을 통해 이를 설명한다. 예를 들어, 벚꽃 잎이 떨어질 때 생기는 상처를 식물이 어떻게 회복하는지, 난초의 씨앗이 특정 곰팡이의 도움으로 싹을 틔우는 과정 등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을 드러낸다. 또한, 크랜베리의 공기주머니가 씨앗을 퍼뜨리는 방식이나 호랑가시나무가 겨울의 추위를 견디는 방법 등 계절에 따른 자연의 메커니즘을 상세히 설명한다.
신혜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을 독자들과 공유하고자 했다. 그는 메릴랜드에서의 경험을 통해 식물학자로서의 재능과 인간관계를 돌아보며 성숙한 자아를 발견했다. 이 책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편견 없는 시선과 사랑을 담아내고 있다.
결국, 신혜우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과 인간의 성장을 동시에 그려내며, 독자들에게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전하고자 한다. 그의 글은 단순한 식물학적 지식을 넘어, 삶의 깊은 통찰과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작가는 숲에서 만난 식물들을 하나씩 소개하며 자신이 머문 숲속 시간들을 들려준다. 한겨울 얼어버린 숲속을 걸으며 겨울에 잎을 내는 크레인플라이난초에 관한 에피소드와 겨우내 눈이 쌓이면 식물의 씨앗과 각종 미생물들을 따뜻하게 덮어 봄이 오면 파릇파릇한 신록을 마주하게 하는 자연의 섭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이른 봄, 선임연구관과 함께 폐쇄된 연구동 건물에 들어갔다가 크로커스꽃으로 뒤덮인 비밀의 화원을 마주한 순간의 경이와 봄에 열리는 오키드쇼(난초 꽃 축제) 이야기를 통해 화려하게 핀 꽃들을 싹 틔운 곰팡이의 세계를 펼쳐놓는다.
3월의 어느 날 연구소 한쪽에서 활짝 핀 배나무꽃을 보며 서양배에 관해 ‘오해’했던 재밌는 일화와 5월의 메릴랜드 숲속에서 발견되는 튤립나무 꽃송이와 꽃이 분해되고 흙 속에 스며들어 양분이 되는 과정, 그리고 튤립나무 가지의 가루로 난초의 영양분을 만든다는 신기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우산 모양의 메이애플은 잎 전체에 강한 독성이 있지만, 자신의 씨앗을 퍼뜨려줄 동물에게는 해를 입히지 않게 하기 위해 노란 열매에는 독성이 없도록 구조화했다는 것은 신비롭고도 놀라운 사실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