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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사탕 뷰

김순희 시민기자
등록일 2025-05-06 18:20 게재일 2025-05-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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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예술의전당에서 바라본 건너편 금장대의 풍경이 알사탕처럼 맛있다.

어릴 적 집에서 학교까지는 30분 이상 걸어야 했다. 5월 땡볕에 하교 후 집에까지 가려면 힘들어서 학교 앞 문방구에 들러 알사탕을 샀다. 하얀색에 단단한 알사탕을 깨물지 않고 누가 더 오래 녹여 먹나 내기하며 걷다 보면 동네 입구 교회 종탑이 보였다.

백희나 작가의 책 ‘알사탕’의 주인공도 마찬가지다. 공터에 오늘도 혼자 노는 아이 동동이도 구슬치기하다 지쳐 반려견 구슬이를 끌고 새 구슬을 사러 문방구로 향한다. 그곳에서 동동이가 집어 든 건, 조금 특별해 보이는 알사탕이었다. 그런데 이 알사탕 뭔가 이상하다. 알사탕 하나를 입에 넣는 순간, 귀가 뻥 뚫리더니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목소리는 입안의 사탕이 녹아 사라지는 동안만 들을 수 있다. 동동이가 먹은 알사탕은 소파가 되어 옆구리에 끼인 리모컨을 꺼내달라 하고, 반려견 구슬이는 동동이가 귀찮은 게 아니라 나이가 들어 함께 놀기 힘든 거라고 말해준다. 하얀색에 까만 티가 묻은 건 아빠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늘 잔소리만 해서 한부모 가정인 아빠의 잔소리를 모아 그림책 한쪽을 가득 채웠다. 사탕이 녹는 동안 아빠의 마음의 소리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가 문틈 사이로 동동이를 향해 날아 온다. 동동이가 가만히 뒤에서 아빠를 안아주면 읽는이의 마음도 뭉클해진다. 분홍색 알사탕이 녹을 때 돌아가신 할머니 목소리가 들리고 투명한 알사탕은 동동이의 속마음, 처음 친구에게 다가가 놀자고 한다.

백희나 작가의 상상력으로 태어난 그림책은 여러 언어로 번역해 세계의 어린이와 어른들의 속마음을 들려주었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해 아카데미 후보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작가는 후속작으로 알사탕을 제조하는 방법에 관한 책도 내놓았다. 세계 어린이들이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하는 중일 것이다.

5월은 알사탕의 계절이다. 경주 서악동 도봉서당 뒷마당에 알사탕이 치솟았다. 그중에 성질 급한 몇 송이는 꽃문을 열어 작약 향기를 날렸다. 하얀색, 분홍색, 자주색의 함지박만 한 꽃을 피우려고 알사탕 같은 봉오리가 밭 가득하다. 마당 중앙에 탑이 섰고 사월 초파일을 기다리며 달아놓은 오색등이 꽃보다 먼저 색을 빛낸다. 도봉서당에 잠자리를 얻었다면 누구보다 이른 새벽 능과 능 사이를 산책하며 그날 처음 피운 꽃들과 인사를 건네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경주 여행은 낮에도 볼거리가 넘쳐나지만, 야경 또한 볼만하다. 동궁과 월지의 파노라마 뷰의 밤 풍경과 월정교와 다리 밑을 흐르는 남천에 비친 교촌마을의 경치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경주 읍성도 경주만의 야경을 보여주어서 드라마에 자주 등장한다.

다음으로 즐길 알사탕을 즐기러 금장대로 향한다.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경주에서 연등축제를 준비했다. ‘2025 형산강 연등 문화 축제’(4월 28~5월 11일)라는 이름으로 금장대 부근 언덕에 연등을 달았다. 물론 경주 시내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 화려한 등이 불을 켜 화려하지만, 금장대를 따라갈 순 없다.

경주예술의전당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너 다리 위에서 바라본 맞은편 풍경은 단연 최고다. 지나는 차의 속도를 늦추고 때론 무작정 세우게 만든다. 다리 아래 삼각대를 놓고 절경을 찍기 위해 모여든 사진작가들의 무리가 매일 밤 진풍경을 이룬다. 연꽃을 닮은 등이 밤이면 멀리서 보기에 알사탕처럼 동글동글해 ‘알사탕뷰’라고 별명이 붙었다.

금장대 주변으로 연등이 알사탕처럼 빛나는 5월이다. 낮에 작약밭에서 알사탕의 향기를 맡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금장대의 알사탕뷰를 보면 최고의 호사다. 매해 좋은 사진을 뽑는 행사도 있으니 추억을 저장하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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