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 김선미 대구파티마병원 병원장
“병원은 치료의 공간이자, 사람이 사람을 위로하고 지지하는 공동체여야 합니다.”
대구파티마병원 김선미 병원장은 스스로를 “경영인이기보다 봉사직을 수행하는 사람”이라 칭했다.
1983년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약학과를 졸업한 김 병원장은 “결혼도 고민하고 돈도 벌고 싶었지만 어느 순간 방향이 바뀌었다. 수도자의 삶은 전혀 계획하지 않았지만 여기까지 왔다”고 회상했다.
김 병원장은 대구파티마병원 약제과에서 20년간 근무하며 약제과장으로서 16년을 보냈고, 이후 2020년 8월 병원장직을 맡았고 작년 8월 연임했다.
그는 “병원장은 단순한 직책이 아니라 최고 책임의 봉사직"이라며 “책임의 무게가 커 처음에는 사양도 했지만, 병원에 대한 애정으로 수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구파티마병원은 기부 문화가 일상처럼 자리 잡은 곳으로 ‘성모자선회'가 가장 유명하다.
2006년 사단법인으로 정식 설립된 이 기금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금액을 기반으로 형편이 어려운 환자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한다. 자발적으로 급여 일부를 기부하는 직원들의 정성이 모여 해마다 수많은 환자들에게 의료비를 지원하고,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무료 건강검진도 꾸준히 시행되고 있다.
김 병원장은 “이주노동자 대상 무료 건강검진도 이 기금으로 이뤄진다”며 “8개국 출신 27명의 이주노동자가 SNS를 통해 병원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찾아왔다”고 했다.
이어 “며칠 전 어린이날에는 한국말을 못하는 필리핀 사람이 ‘엄마 아파’란 말만 배워서 병원에 찾아왔다”면서 “이곳에 오면 외국인을 치료해준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은 정성이 모여 큰 물결을 만든다. 이런 문화는 선배 병원장들로부터 이어져온 ‘성모자선회’의 정신이 지금까지도 살아 숨 쉬기 때문”이라며 “이 기금은 행정비용 없이 전액 환자들에게 쓰이며, 병원 스스로도 투명한 집행을 위해 외부 감독과 보고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병원장은 ‘환자 중심’이라는 말을 실천으로 옮기기 위해 병원 전반을 구조화했다. 고객행복실을 보강하고, 환자경험평가에 대응하기 위한 내부 시스템을 정비한 결과 최근 전국 환자경험평가에서 종합병원 부문 대구경북 1위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병원은 지역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함께 살아 숨 쉬는 공동체라고 말하는 김 병원장은 평화시장 상생행사, 지하철 건강검진 봉사, 자매동 주민자치위원회 협업 등 다양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그는 2025년 병원의 비전 슬로건을 ‘모두가 행복한 파티마’로 정했다. 직원들에게 ‘우리 병원’, ‘내 병원’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경영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병원장은 “살면서 대가를 바라고 봉사하면 지친다"며 "하지만 우리는 대가 없이도 기쁘게 일한다. 수도자로서의 삶, 병원장으로서의 책임, 그리고 직원들과 함께 만드는 문화. 이것이 저를 여기까지 이끈 힘”이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