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피란수도 부산 1023일을 찾아서

경북매일
등록일 2025-05-18 18:41 게재일 2025-05-19 12면
스크랩버튼
부산문화관광 해설사와의 특별한 여정
Second alt text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과 피란의 흔적이 남은 공간들을 탐방한 일행이 보수동 책방골목 우리글방 북카페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지난 일요일 대구문화관광해설사와 몇몇이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돌아보는 특별한 기회를 가졌다. 부산 해설사 측의 배려로 지난해에 이어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과 피란의 흔적이 남은 공간들을 탐방하는 소중한 자리였다. 부산에서 준비한 프로그램은 A코스와 B코스 두 개였다.

A코스는 아미동 비석 피란주거지(비석문화마을)-경무대(임시수도 기념관)-임시중앙청(석당박물관)을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탐방하는 일정이고, B코스는 부산항 제1부두-40계단문화관-미국대사관·미국공보원(부산 근현대역사관 별관)-보수동 책방골목을 오전 10시부터 탐방하는 일정이었다.

110년 역사를 가진 부산항 제1부두의 의미를 듣고 폐창고를 둘러보고 바다를 메꾼 새마당 매축지 이야기를 거쳐 1953년 부산역 대화재 사건의 내막도 들었다. 당시 집을 잃은 3만여 명의 피난민에게 군법을 어기고 텐트와 천막을 지어준 리차드 위트컴 장군의 사연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특히 ‘전쟁은 총칼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 나라의 국민을 위하는 것이 진정한 승리다’라며 학교·병원·이주 주택·고아원을 지어줬다는 이야기는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열정적으로 우리를 안내한 김민정 해설사가 김동리의 소설 ‘밀다원시대’를 통해 들려준 전쟁의 참상과 피난민들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던 40계단 현장의 모습도 새로웠다. 김환기·이중섭·한묵·박고석·백영수·양달석 같은 화가의 부두 노동이나 먹고 살기 위한 깡깡이 아줌마 이야기 등은 어려운 시절을 견뎌낸 우리 부모 세대의 소중한 정보였다.

그리고 1929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으로 건립된 건물이 미국대사관 겸 미국공보원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부산근대역사관 별관으로 보존 활용되며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도 인상적이었다. 오래전 미문화원 방화사건을 떠올리기도 했다. 

부산근대역사관에서 맛본 개항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쳐 한국전쟁과 산업화와 민주화의 역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풍성한 근·현대사 자료는 현재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들과 가장 가까운 역사였다. 함께 간 대구문화관광해설사들은 대구근대역사관과 비교하며 많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B코스의 마무리는 보수동 책방골목을 둘러보는 것이었다. 전시에 구덕산과 보수동 일대 책방골목 주변은 크고 작은 80여 개의 학교가 난립해 있었다고 한다. 내일을 모르는 전쟁의 와중에서도 보수동 일대를 오가던 학생들은 향학의 의지를 불태웠고, 70여 개의 서점이 들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Second alt text
피난민의 만남의 장소로 유명했던 40계단 앞.

1970년대에는 금서나 비매품과 유인물이 거래되는 등 부산 민주화운동의 수원지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원도심이 낙후되고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고 영상문화의 발전으로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하지만 도로변과 보수동 골목길로 이어진 대형서점을 상업용도로 바꾸고자 매입했다가 금전상의 이익을 포기하고 새로운 서점으로 탈바꿈시킨 ‘우리글방 북카페’ 주인의 결단과 의지도 놀라웠다. 덕분에 마음에 책갈피 하나를 꽂아두고 온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번 피란수도 부산 1023일의 기록여행은 지난해의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5월 17~6월29까지 전국의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계획한 특별한 여정이다. 우리의 지난날을 돌아볼 수 있는, 부산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하는 충분히 특별한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가비 무료’이니 www.visitbusan.net으로 접속해 신청하면 된다. 

/방종현 시민기자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