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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능력을 잃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

정철화 기자
등록일 2025-07-20 20:05 게재일 2025-07-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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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고문

지난 한 주 많은 국민이 분노와 허탈을 경험했다. 서민들에게는 너무 낯선 사람들을 장관 후보로 만났다. 성실한 사람은 넘을 수 없는 선을 ‘이 정도는…’이라며 어물쩍 넘어가는 뻔뻔함을 보았다. 증인도 모두 거부하고, 자료도 내지 않고, 할 수 있으면 해보라고 배짱을 부렸다.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갑질은 서민들의 서러운 기억을 소환했다. 대부분의 서민은 을(乙)로 산다. 갑질을 하고도 ‘뭐가 문제냐’라는 민주당 태도에 ‘을지로위원회’가 사기라고 깨닫는다. 눈을 똑바로 뜨고, 끝까지 거짓말하는 장관 후보에 질려버렸다. 을을 보호하는 장관이 아니라, 을에게 갑질해본 장관이다.

이진숙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불법 조기유학이나 논문 표절만 문제가 아니다. 기본 교육정책에 대한 구상은커녕, 개념조차 없었다. 오죽하면 ‘모르면 동문서답하라’는 쪽지를 앞에다 붙여놓고 답변했을까.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어떻게 기본적인 질문에도 답변을 못 하나. 굉장히 실망스럽다”라고 분개했다.

더 화가 치미는 건 국민의힘이다. 국민은 속이 터지는데, 야당 청문위원은 남의 다리만 긁는다. 언론에 공개된 내용에서 한발도 더 나간 게 없다. 그것도 중언부언, 우물쭈물, 요령부득이다. 준비를 한 건지 의심이 든다. 오히려 여당 의원, 친여 시민단체의 후보 사퇴 요구가 신선하게 들린다.

한국이 1.5당 체제로 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자해적인 비상계엄이 국민의힘 입지를 부숴버렸다. 의석만 적은 게 아니라 싸울 줄도 모른다. 전략은 없고, 고함만 지른다. 아니 고함도 지를 줄 모른다. 혼자 흥분할 뿐 유권자를 설득하지 못한다. 여당에는 할 말도 못하면서 당권 다툼은 피를 튀긴다. 극단적인 선동이 난무한다. ‘공천=당선’이라는 안일함에 젖은 의원들은 정권보다 당권이 관심이다.

이성은 사라지고, 선동가가 설친다. ‘윤 어게인’으로 뭘 하자는 건가. 다시 쿠데타라도 해 복귀시키겠다는 건가. 비상계엄은 실패했으니, 무장 폭동이라도 하자는 건가. 국민의힘을 해체하는 길로 몰아간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찬양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같은 일을 부추기는 꼴이다. 정신 나간 사람들 아닌가.

수많은 정당이 명멸했다. 국민의힘이 소멸해도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 절대 권력이 되는 건 민주당은 물론 민주주의에도 위기다. 영국의 역사가이자 정치인인 존 달버그 액턴 경은 “절대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체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져야 한다. 민주당이 행정권은 물론 입법권까지 압도적으로 장악했다. 검찰과 법원을 겨냥해 사법권까지 쥐려 한다.

진영화는 우리 편을 무조건 옹호하는 방향으로 정치를 왜곡했다. 조국 사태가 그 전형이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서도 부패한 아첨꾼들이 설치는 판이 깔린다. 견제받지 못한 권력은 안으로부터 곪기 마련이다. 견제할 야당이 없으면 집권당이라도 스스로 정화 작업을 해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8년 동안 절대 권력을 휘둘렀다. 그런 박 전 대통령은 내부 정화 장치를 가동했다. 대통령의 친인척, 고위공직자, 여당 정치인부터 감시하고, 단속했다. 권력기관끼리도 견제시켰다. 서정쇄신(庶政刷新) 등으로 서민의 불만을 가라앉히려 노력했다. 절대 권력을 건드리지는 못하지만, 장기 집권을 이어간 기반이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특별하게 결격에 이를 문제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모든 부담을 이 대통령에게 떠넘기는 고백이다. 고름은 살이 되지 않는다. 도려내지 않으면 종양은 번지기 마련이다. 원칙 없는 인사는 이재명 호 밑바닥에 썩은 나무를 까는 꼴이다. 회생불능인 국민의힘에게는 유일한 반전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민주당 강득구·김상욱 의원은 “윤 정권과 달라야 한다”라며 이진숙·강선우 후보의 사퇴를 촉구했다. 경실련은 두 후보가 ‘자질 미달’이라며 지명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친여 시민단체들이 진영의 틀을 벗어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신선하다. 그만큼 문제가 많은 후보자라는 뜻이겠지만, 야당이 구실을 못 하니, 그렇게라도 견제와 균형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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