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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왕자, 오지 오스본을 떠나보내며

등록일 2025-07-27 19:22 게재일 2025-07-28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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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 오지 오스본은 다음 세상에 잘 도착했을까?/챗gpt

영국의 헤비메탈 밴드 ‘Black Sabbath’의 보컬리스트이자 솔로 뮤지션으로 활동하며 헤비메탈이라는 장르 자체를 완성시킨 장본인 중 한 명이었던 위대한 뮤지션, 오지 오스본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위대한 아티스트의 죽음 앞에 적당한 말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의 죽음은 여러모로 인상적이었다. 그가 불과 세상을 떠나기 17일 전에 올랐던 무대 때문이다. 그는 그것이 그의 마지막 무대라고 미리 알렸다. 마치 마계의 왕좌를 연상시키는 의자에 앉아 노래 몇 곡을 부르기도 했던 그는 세상을 향해 작별 인사를 하며 이보다 더 멋진 마지막은 없을 것이라 선언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정말로 그는 그가 다스리는 어둠의 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자신의 마지막을 예감하고 세상을 향해 소리치며 끝인사를 남기는 일이 얼마나 비현실적인가. 우리 주변의 죽음을 보면 그것은 그야말로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늙고 병들어 요양원으로 떠난다. 고통스런 육신 속에서 정신이 희미해지는 것을 오랫동안 느끼며 크게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촛불 하나가 꺼지듯 조용히 세상을 떠난다. 아니면 뜻밖의 순간에 갑작스레 차에 치이거나 높은 곳에서 실족을 해서, 아니면 어떤 재난에 휘말려 인사 한 마디 남기지 못하고 세상에서 지워지고 만다. 아니면 절망 속에서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도 한다. 떠나는 마당에 몇 마디라도 가까운 이에게 남길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한 일은 대부분 비밀스럽고 은밀하게 행해지고 묻힌다.

마약과 기행으로 얼룩진 부분들이 있지만 어쨌거나 뜨겁게 살아낸 그의 76년 인생을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지만 정말 부러운 것은 희미하게 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저 하늘에 거대한 폭죽 하나를 쏘아 올리고 떠날 수 있었던 그의 마지막이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은 유일무이한 것이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을 그들의 인생을 혼신의 힘을 다해 살아낸다. 그런데 이렇게 멋진 마지막은 어째서 단지 그에게만 허락된 것일까.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는 경우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고령이 되어 질병과의 싸움을 지속해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되었을 무렵, 누구나 보편적으로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이들과 자신이 살았던 세상을 향해 인사를 건네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누군가는 오지 오스본처럼 화려하게 생을 마감하고 싶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조촐하고 소박한 마무리를 꿈꿀지도 모른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나는 이제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는 것과 세상에 기여하는 것을 멈추고 천천히 조용히 죽음의 곁으로 걸어가겠다고 선언하는 자리를 갖는 일이 흔해진다면 어떨까. 어차피 죽은 다음이라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나만 빼고 자기들끼리 모여 육개장과 편육을 집어먹곤 하는 장례식 보다야 훨씬 의미 있고 멋진 일일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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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영화 ‘타짜’에 등장하는 인물인 ‘아귀’는 자신의 숙적인 ‘평경장’의 죽음을 전해 듣고 말한다. “허허, 그 양반 갈 때도 예술로 가는구먼.”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는 때때로 방만한 삶을 살았지만 어쨌거나 헤비메탈이라는 에너지 넘치는 음악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공이 있는 예술가이다. 그런 업적에 걸맞게 정말로 예술로 떠났다.

그의 죽음에 앞선 두 번의 죽음이 떠오른다. 한 명은 그의 벗이자 음악적 동반자, 개인적으로는 그가 가장 능숙하게 다룬 ‘악기’라고 할 수 있는 천재 기타리스트 ‘랜디 로즈’의 죽음이다. 랜디 로즈는 오지 오스본의 곁에서 수많은 전설적인 연주들을 선보이다 1982년 경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다른 한 명은 오지 오스본은 모르겠지만, 그의 열렬한 추종자였으며 아시아의 한 국가에서는 그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천재적인 음악적 역량으로 전설로 남게 된 인물이다. 바로 2014년 우리의 곁을 떠난 ‘마왕’, 신해철이다. 2002년에 오지 오스본의 내한 공연이 확정되었을 때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그의 업적과 위대함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것이 아직도 나는 생생하다. 신해철의 사심 가득한 방송 덕분에 음반가게로 달려가 오지 오스본의 음반을 사가지고 와서 듣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쯤 오지 오스본은 다음 세상으로 잘 도착했을까. 부디 그곳의 무대에서 랜디 로즈를 다시 만나 뜨거운 공연을 펼칠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그 날의 오프닝 뮤지션으로는 신해철을 추천한다. 백스테이지에서 만나 신나게 한 잔 하며 음악 이야기를 나눌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어둠의 왕자 오지 오스본의 명복을 빈다. 


/강백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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