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복지부 앞 집회, 의료개혁·대리수술 대책 마련 등 요구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높아지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취임을 맞아 변화와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생명안전네트워크.국민연대.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등 시민단체들은 7월 30일 세종시 보건복지부 정문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불법의료행위에 대한 복지부의 책임있는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시민단체는 지난달 22일 취임한 정은경 신임 복지부 장관의 취임사를 언급했다. 정 장관은 취임사에서 “국민과 의료계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국민 중심 의료개혁 추진으로 국민에게 필요한 진료를 적시에 제공하고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하겠다”면서 “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를 도입해 적정인력 규모에 대한 과학적인 추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는 정 장관이 불법대리수술과 같은 의료현장의 구조적 문제도 살펴봐줄 것을 당부하며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 정부의 대응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불법 대리수술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심각한 범죄행위로, 의료인의 윤리의식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면서 “단순한 위법을 넘어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체계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거론됐고,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 서울 Y병원의 무면허 대리·유령수술 의혹 등 사례들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등한시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병원의 경우 수년간 무면허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을 수술에 참여시키거나, 간호사·간호조무사에게 수술 부위 봉합 등을 지시한 혐의로 2024년 5월 29일 검찰에 의해 기소됐고, 현재 1심 공판이 진행 중이다.
국민연대 이근철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복지부는 연 4천 건이 넘는 무면허 대리수술을 방조했고, Y병원의 K원장의 위법행위에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며 “이는 단순한 직무유기가 아닌 조직적 비호”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 장관이 조규홍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기대감 어린 목소리도 이날 나왔다. 이 대표는 “(조 전 장관이) 지난 2023년과 2024년 국정감사에서 같은 질문에 같은 답변만 반복했고, 실질적인 조치는 없었다”며 당시 국정감사가 형식적 요식행위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복지부는 대리수술 실태에 대한 전수조사에 즉각 착수해달라”고 촉구했다. 또 그간 불법대리수술 병원에 대한 복지부의 행정처리나 처벌이 미미해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대리수술 등 불법의료행위가 횡행하고 있다면서 현행 대응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행·의정감시네트워크중앙회 김선홍 중앙회장도 “복지부는 지난 2024년 12월 2일부터 6일까지 연세사랑병원을 대상으로 36개월간의 행정조사를 벌였지만 그 결과조차 공개하지 않았다”면서 정 장관을 향해 △불법 대리·유령수술 근절을 위한 강제력 있는 법제화 △수술실 CCTV 설치 확대 및 미설치 병원에 대한 제재 △허위 의료광고 처벌 강화 △은폐 및 방기 책임자에 대한 대대적 감찰 및 징계 △모든 수술기록의 실명 기재 의무화 및 위반 시 형사처벌 등의 제도 마련 등을 촉구했다.
특히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는 Y병원 사례를 들며 “Y병원의 범죄는 개인 일탈이 아니라 제도와 행정의 무기력 속에서 조직적으로 자행된 것”이라 지적하고 “국민 건강과 생명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의료행위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성토했다. 이어 김 회장은 “정은경 장관은 방역 행정에서 보여준 책임감과 철저함으로 복지부 시스템을 바로잡을 적임자”라며 “이제는 말이 아닌 실질적 행동으로 국민에게 복지부의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 할 때”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들 단체는 집회에 앞서 조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세종남부경찰서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Y병원 K원장의 대리수술과 진료기록부 허위작성 등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적절한 조치 없이 행정조사를 부실하게 수행하거나 방기해 공중보건과 국민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고발인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책관은 의료법 제59조에 따라 필요한 지도 및 명령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수만 건에 달하는 수술 내역에 대해 실질적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