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단상
지난 달 두류공원에서 열린 ‘치맥 축제’ 현장을 찾았다. 많은 인파가 모였다. 볼거리 공연과 먹거리가 넘쳐나는 풍성한 잔치였다. 대구지역 명소 소개와 대구 10미(味)까지 맛을 한 곳에서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타 시도에서도 지역 홍보에 참여했다.
그런데 광고성 일부 현수막에 “인맥보다 치맥이다”이란 글귀가 보였다. 이게 무슨 말인가? 사전 상 ‘인맥(人脈)’이란 “학문, 출신, 경향, 친소 등의 한 관계로 얽힌 인간관계”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 말은 사람 중심이란 말이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 먼저다. 어떻게 사람이 아닌 ‘개, 소, 말’이 먼저인가? 아무리 ‘황금만능’이라고 하지만 ‘사람’보다 ‘물질’이 먼저인 것은 아니다.
‘치맥’은 무엇인가? 다른 어떤 의미가 따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어 chicken과 ‘맥주’의 앞말을 딴 합성어다. 이런 말을 만들어 ‘인맥’에 대비시킨 것을 대수롭지 않게 ‘언어 유희’라 웃어넘길 수도 있다. 그러나 자라는 꿈나무들에게나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문화를 이해하려는 많은 외국인에게 이 말은 결코 좋은 구절이 될 수 없다.
요즘에는 지구촌, 세계 곳곳에 한류 타고 ‘한글의 우수성과 과학성, 실용성’이 인정받고 ‘한국어’를 제1의 외국어로, 국제공용어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만약에 우리 국민 모두가 분별력 없이 이런 언어문화에 빠진다면 나라 모양이 어떻게 될까?
자칫 ‘개판인 세상’이 아니 되겠는가? 최근 들어 정치권에서도 여야 할 것 없이 당대표 경선으로 표심을 다지기 위해 고심하고 입후보자들은 ‘치맥 축제’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장면이 언론에 보도가 되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세심하게 바라보는가? 가치관이 반듯해야 한다.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나라가 복지국가, 문화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
“인맥보다 치맥이다” 이 말의 거부감 때문에 나는 좋아하던 맥주도 치킨도 먹기가 싫어졌다. 사람 사는 세상에 ‘인맥 없는 치맥’은 무엇을 위한 잔치인가, 의구심이 솟구쳤다.
우리는 언제 다시 “치맥을 나눈 탄탄한 인맥”을, “숙성된 맛 치맥, 성숙한 멋 인맥”을 볼 수는 없을까? 졸속한 행정이나 얄팍한 장사꾼으로 얼룩진 무늬 걷어내고 천년 고목의 결 고운 나이테처럼 반듯한 세상,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 그리운 세상이다.
사람이 먹는 치킨과 맥주이다. 치맥은 사람을 위한 것이어야 하고 인맥을 넓혀주는 ‘치맥축제’가 되어야 한다. 지난해보다 많이 달라진 홍보 현수막 구절에서 희망이 보인다. 그래서 한국문화를 창조하고 선도하는 성숙한 시민의 ‘파워풀 대구’를 보고 싶다.
/손수여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