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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회초리가 나라를 살린다

등록일 2025-08-04 18:07 게재일 2025-08-0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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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깨어 있는 국민’이다. 정치인은 주권자의 감시와 비판을 두려워하지만, 국민이 잠시라도 눈을 돌리면 권력을 남용한다. ‘권력은 마약’일 뿐만 아니라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하기 때문에 주권자는 여차하면 정치인에게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권력을 위임한 국민을 우롱하는 정부여당의 행태를 보라. 민주당은 이미 12년 전에 ‘을(乙)’의 목소리를 듣고 ‘갑질’을 근절하겠다고 ‘을지로위원회’를 만들었고, 이재명 대통령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이 ‘억강부약(抑强扶弱)’에 있다고 역설했다. 그래놓고서는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이진숙을 교육부장관에, 그리고 보좌진에게 온갖 ‘갑질’을 일삼은 강선우를 여가부장관에 지명한 것은 전형적인 표리부동이요 자가당착이다.

국민의 비판이 점점 커지자 대통령은 이진숙의 지명을 철회했고, 강선우는 임명을 강행하려했다. 민주당 지도부까지 나서서 강선우를 적극 비호했으나 국민들은 결코 회초리를 내려놓지 않았다. 야당과 언론은 물론이고, 수많은 시민단체들이 벌떼처럼 일어났다. ‘강선우의 갑질’이 ‘이진숙의 표절’보다 더 나쁜데 왜 측근이라고 두둔하느냐는 여론이 확산되었고,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떨어지자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국민의 매서운 회초리가 마침내 대통령의 잘못을 바로잡은 것이다.

한편 야당의 정치행태는 어떤가? 국민의힘은 야당의 책임인 여당 견제는커녕, 제 살 길도 제대로 찾지 못하고 있다. 정권을 잃고 나서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니 어이가 없다. 윤석열에 대한 판단은 이미 헌재 판결과 대선 결과로 법적·정치적으로 모두 끝났음에도 아직도 ‘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전한길 같은 극우 선동가에 휘둘리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심지어 당 지도부는 윤희숙 혁신위원장이 혁신의 일환으로 요구한 친윤 4명(나경원·송언석·윤상현·장동혁)의 거취표명에 대해 ‘다구리(뭇매의 속어)’를 가했으니 제정신이 아니다.

국민의힘이 더 이상 혁신을 거부하고 퇴행을 계속한다면 국민이 결단을 내려야한다. 작은 회초리로 반성하지 않으면 큰 회초리를 들어야 하고, 그래도 혁신을 거부한다면 ‘회초리가 아니라 몽둥이’가 약이다. 도저히 고쳐 쓸 수 없는 정당이라고 판단되면 버릴 수밖에 없다. 시대착오적인 ‘가짜 보수’가 죽어야 민심을 받들어 혁신하는 ‘진짜 보수’의 시대가 열린다.

이처럼 정치인들에게는 국민의 회초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제는 ‘국민의 수준이 정치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국민의 이성이 늘 깨어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철학자 아렌트(H. Arendt)가 “사유하지 않는 천박함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고 했듯이, 이성이 깨어 있지 않은 사람은 회초리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른다. 나라를 살리는 회초리는 ‘진영인의 회초리’가 아니라 ‘이성인의 회초리’다. 깨어 있는 국민은 결코 진영정치의 노예가 되지 않는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는 ‘공정한 심판자의 회초리’가 나라를 살린다.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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