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방조·위증 등 6개 혐의···‘국무회의 소집·사후 문건’ 등
법원이 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로 청구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의 경력, 연령, 주거와 가족관계, 수사절차에서의 피의자 출석 상황,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하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제1 국가기관’이자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 또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하게 돼 있다. 국무회의 역시 국무총리가 부의장 역할을 한다.
특검팀은 제헌헌법 초안을 작성한 유진오 전 법제처장이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국회 승인을 거쳐 총리를 임명하도록 했다’고 밝힌 점 등을 근거로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또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이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도 계엄을 막으려는 목적이 아닌, 절차상 합법적인 외관을 갖추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구속영장에 기재했다.
특검팀은 수사결과를 토대로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허위공문서 행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은 핵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위증 관련 내용을 제외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통령의 뜻이 워낙 강해 말릴 수 없었으며,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도 계엄을 만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해왔다.
사후에 작성·서명한 계엄 선포문은 작성 직후 폐기했기 때문에 계엄 선포를 합법화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없으며, 윤 전 대통령 등 계엄 주요 가담자들이 이미 구속된 상태여서 증거 인멸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날 심사에 54페이지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362쪽 분량의 의견서, 160장의 PPT 자료, 폐쇄회로TV 영상 등을 제시하면서 혐의 및 구속 필요성 소명을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법원은 그러나 양측 주장을 따져본 뒤 특검팀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구속 수사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는다고 보고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형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