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이 미국의 고관세 회피를 노린 우회수출 행위를 대대적으로 단속하고 나섰다. 중국·베트남산 금 가공제품을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에 수출한 업체들이 무더기 적발되면서, 한·미 양국 당국의 공조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4월 미국 관세정책 특별대응본부 산하에 ‘무역안보 특별조사단’을 꾸리고, 전국 본부세관에 10개 전담팀을 배치해 우회수출 감시망을 확대했다. 올해 1~8월 적발된 우회수출 규모는 3569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을 이미 넘어섰다. 건수와 금액 모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50%, 1313% 급증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 중 가장 큰 규모는 금 가공제품이었다. 관세청은 7개 업체가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산 금 제품 2839억원어치를 한국산으로 허위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해 미국에 수출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은 한국 세관에는 외국산으로 신고하고, 미국 세관에는 ‘한국산’으로 조작된 증명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은폐했다. 해당 업체들은 대외무역법과 자유무역협정(FTA) 특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관세청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공조해 수사에 착수했으며, 귀금속 중계무역 급증을 단서로 혐의 업체를 추적했다. 실제로 금 가공제품 중계무역 수출은 2019년 95건(900만달러)에서 2024년 271건(1억700만달러)으로 10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도 우회수출에 강력 대응에 나섰다. 지난 8월 발효된 행정명령에 따라, 미국은 6개월마다 적발 기업과 국가를 공개하고 해당 물품에 40%의 고율 관세와 벌금을 부과한다. 아울러 해당 기업과 국가의 조달 참여도 제한하기로 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우회수출은 단순한 통관 문제를 넘어 우리 기업의 신뢰도와 국가 산업 경쟁력에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빅데이터 기반 모니터링과 국제 공조를 통해 불법 수출을 원천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