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왜 대구·경북 혁신도시는 실패했나⋯교통·교육 인프라 부재가 결정적
대구·경북 혁신도시는 1차 공공기관 이전의 최대 수혜 지역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조성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체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상권 침체와 인구 증가 둔화 등으로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지역경제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혁신도시가 성공하려면 공공기관 이전을 기반으로 기업이 유입돼 대학·연구와의 산업 연계가 이뤄져 인구 증가,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가 구축돼야 하지만 대구와 김천 모두 이 구조가 거의 작동하지 않았다.
김천혁신도시는 2007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김천시 농소·남면(율곡동) 일원 381만 2000㎡(115만 평)에 사업비 8676억 원을 들여 조성됐다. 한국전력기술, 한국도로공사 등 국가 핵심 공공기관 12개가 이전하며 외형적 규모는 갖췄으나 이들 기관과 연계해 민간기업을 끌어오는 산업 기반이 부족해 실질적인 성장 동력이 만들어지지 못했다.
현재 김천혁신도시에는 2만 2600여 명이 거주하고 있으나 이는 공공기관 직원 중심의 ‘단일 수요’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인구 달성률은 86%에 그치며 가족 동반 전입률도 약 27%로 매우 낮아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 인구 증가와 생활권 확대까지 이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천혁신도시는 KTX 김천구미역이라는 전국적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생활권 내부 이동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역세권 중심의 일방향 교통 구조 때문에 시내와 혁신도시를 연결하는 버스·광역교통망이 부족해 실제 거주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신모씨(35)는 “KTX 접근성만 좋고 내부 교통망은 취약해 자기 차가 없으면 생활이 불편하다”며 “김천혁신도시가 동력을 잃은 가장 큰 이유는 정주 기반이 약한 탓”이라고 말했다.
김모씨(71)는 “10년 전에 율곡동으로 이사왔는데 집값이 오르지 않아 건물주인데도 기초수급자 신청이 가능할 정도”라며 “수도권 집값 오르는 것 보고 깜짝 놀랐다. 젊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희망을 찾지 못해 수도권으로 거주지를 두고 출퇴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구혁신도시가 정체된 핵심 원인으로는 고등학교 부재가 꼽힌다. 이는 학령기 자녀를 둔 공공기관 직원들의 장기 정착을 가로막는 가장 직접적 요인이다. 실제로 공공기관 직원들 사이에서는 ‘평일에는 대구에서 근무하고 주말에는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두 집 생활’이 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족이 대구로 내려오더라도 자녀 교육 때문에 정작 정주지는 수성구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주민 기대를 모았던 정동고등학교 신서혁신도시 이전 계획도 사실상 무산 단계에 접어들었다. 정동고 이전 사업은 기존 부지(6만 1791㎡·동구 용계동 산32 일원)에서 혁신도시 내 부지(1만 4280㎡·동구 숙천동 389번지 일원)로 옮기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2021년 11월 승인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로 부지 매각이 지연되면서 재정 확보에 실패했다.
재단은 공매를 통해 토지 30필지와 학교 건물(감정가 563억 6000여만 원)을 여러 차례 매각하려 했지만 11번 모두 유찰됐다. 최저입찰가는 2023년 6월 451억여 원에서 429억여 원까지 떨어졌지만 응찰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재단은 이전 예정일을 당초 2024년 3월 1일에서 2025년 3월 1일로 늦췄으나 매각이 다시 무산됐다. 결국 학교 법인 호산교육재단은 작년 12월 대구시교육청에 정동고 위치변경 계획 승인 취소를 신청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조모씨(40)는 “고등학교가 없어 첫째 아이의 초등학교 졸업 이후 바로 이사해야 할지, 중학교까지는 다니게 하고 그때 옮길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둘째까지 생각하면 이 지역에서 오래 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정동고등학교가 사립이라 시나 교육청이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혁신도시 주민들이 교육 문제로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행정이 좀 더 헤아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구·경북 두 혁신도시가 모두 ‘도시 외형만 만들고 사람이 정착할 기반을 마련하지 않은 구조적 실패’를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고 진단한다.
조용진 경북도의원(김천3)은 “대구·경북 두 혁신도시는 뼈대 자체를 다시 짜야 한다”며 “이번 2차 이전이 ‘완성형 혁신도시’로 전환할 마지막 실질적 기회”라고 강조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