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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순천처럼 하세요

김규인 수필가 1천만 관광객이 찾는 행복한 여행지, 순천만을 부르는 다른 이름이다. 대한민국 제1호 국가 정원과 람사르 습지에 지정된 것을 계기로 순천시는 생태 브랜드화 이미지를 굳히는 데 힘을 모은다. 눈길을 끄는 것은 흑두루미 수백 마리가 순천만 습지에 왔다는 사실이다. 조심스러운 동물이라 사람이 가까이 가면 늘 경계하고 환경이 나쁘면 찾지 않는다. 흑두루미 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동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되었다는 뜻이다. 지구의 환경이 오염만 되어가는 세상에서 그래도 동물이 살기 위해 찾아드는 곳이 있다니 반가운 일이다.신문만 펼쳐 들면 지구가 망가지는 기사가 나온다. 나무가 우거진 지역은 몇 달째 불에 타고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끌 수가 없고, 버려진 쓰레기 더미에서 먹이를 찾는 코끼리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쓰레기를 태우면서 나오는 연기는 앞을 보기도 힘들고 우리의 미래도 연기 속에 싸여 실루엣처럼 희미하기만 하다.바닷물에 떠밀려 해변으로 밀려난 고래의 배를 가르면 플라스틱과 비닐봉지가 쏟아진다. 더는 고래가 살 수 없는 바다에 사람들은 온갖 쓰레기를 쏟아붓는다. 멈추지 않는 인간의 행위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생명을 줄인다. 그런데도 지구를 괴롭히는 인간의 행동은 멈추지를 않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는데도 나는 아직 살만하다고 여기며 그러한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순천은 다르다. 순천시는 흑두루미를 부르기 위해 높이 솟은 전봇대를 지하로 숨기고, 지역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농약을 치지 않고 논의 피를 뽑게 한다. 열심히 지은 농작물을 겨울철 흑두루미의 먹이로 준다. 순천 사람들이 곡식을 주어 흑두루미가 살아가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보살핀다.람사르 습지 지정도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습지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관청과 주민들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의 이해를 얻고 생활의 불편함을 덜어주며 시의 정책에 함께하는 계기를 마련한 결과다. 자연 친화적인 생태관광 도시로 만들려는 순천시의 노력 덕분이다.순천만의 수백 마리의 흑두루미는 노력한 인간에게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몇 마리에 불과한 흑두루미를 수백 마리로 불려준다. 듬성하던 갈대 군락이 바닷가까지 늘어난다. 갯벌에서 게는 뛰어다니고, 땅이 제대로 숨을 쉬고 땅에 기대어 사는 생물의 수가 늘어난다. 물속에서도 삶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사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살아있는 것들의 어울림이 주위를 가득 메운다.“환경을 살리는 생태관광, 지역 주민에게 이익이 되는 지역 기반 관광으로 여행의 콘셉트와 가치가 다른 최고의 순천을 만들어 가겠다”고 한 순천시장의 말보다 앞선 행동이 오늘의 순천만을 만들었다. “순천처럼 하세요”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순천을 돌아보고 느끼고 그렇게 살고 싶다는 사람들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번 가을은 순천만의 갈대를 보고 싶다. 흥겨움에 겨워 춤을 추는 갈대 사이에서 오염된 자연을 벗어나 자연의 조화를 느끼고 싶다. 순천만의 아름다운 낙조를 보며 절박한 마음으로 지구를 위해 따뜻한 손을 내밀기를 기대한다.

2023-11-13

동빈내항과 포항운하 이야기

홍덕구 포스텍 소통과공론연구소 연구원 필자가 포항을 처음 방문한 것은 몇 년 전, 동해안 자전거 종주 때였다. 최북단 고성에서 출발해 4박 5일 동안 동해안 자전거길을 달려 포항에 이르렀다. 영덕과 흥해 지역을 지나면서 파란 동해 바다와 전원이 어우러진 그림 같은 풍경에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포항 시내에 진입한 것은 밤 열 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모텔이 밀집한 지역에 숙소를 잡았다. 돌이켜 보면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였던 듯하다. 죽도시장에서 생선회로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너무 늦은 시간이라 열려 있는 식당이 없었다. 근처 편의점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웠다. 당시에는 ‘동빈내항’이라는 이름조차 몰랐지만, 은은한 조명이 새카만 수면에 아름답게 반사된 야경이 실망한 나와 일행을 위로해 주었다. 그때의 광경은 내게 포항의 첫인상으로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포항에 살며 동빈내항이 과거 번창했던 항구였음을 배웠다. ‘포항운하 역사관’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동빈내항은 일제강점기와 1950, 60년대 동안 경북 일원에 식량을 공급하는 창구 역할을 담당했던 중요한 곳이었다. 그러나 산업화 시대를 거치며 매립으로 인해 형산강과 동빈내항을 잇는 물길이 기능을 상실했고, 주변부는 난개발이 이루어져 낙후된 주거지구를 형성하게 되었다. 양학천, 칠성천의 생활하수가 동빈내항으로 그대로 유입되어 수질 또한 심각하게 오염되었다고 한다. 잘 정비된 지금의 동빈내항과 포항운하 일대를 보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포항운하는 형산강과 동빈내항 사이의 물길을 복원하여 수질오염을 개선하고, 시민들이 여가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수변공간을 조성하기 위해 2012년부터 조성 공사를 시작해 2014년에 완공되었다. 현재 이 지역은 포항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꼽힌다. 송도동에 있는 포항운하관에 가면 동빈내항과 포항운하 지역의 옛 모습이 담긴 사진, 운하 공사 당시의 사진 등 다양한 자료들을 볼 수 있다. 형산강이 내려다보이는 전시관 내 카페에 앉아 차 한 잔의 여유를 누리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그런데 포항운하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포항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도, 전시자료도, 멋진 전망의 카페도 아니었다. 전시관 외벽에는 운하 공사에 삶의 터전을 내어줘야만 했던 사람들을 기억하는 ‘이주자의 벽(壁)’이 설치되어 있다. 이 벽에는 지금의 포항운하 자리인 매립지에서 살았던 827세대 주민들의 이름과 집의 위치가 지도상에 세심하게 기록되어 있다.도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체와 같다는 말이 있다. 도시에는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필요와 요구들이 존재하고, 그에 호응해 도시공간 자체가 지속적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기록으로 남기고 추억하듯, 도시도 이러한 기록과 기억의 작업을 필요로 한다. 현재의 화려하고 말끔한 모습은 도시가 간직한 이야기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오래된 이야기, 잊혀 가는 이야기들을 사랑한다. 포항운하관 ‘이주자의 벽’이 들려준 이주민들의 이야기가 내 기억 속에도 오래 남아 있을 것 같다.

2023-11-13

사법 절차 보호해야 부패 정치 막는다

김진국 고문 민주주의는 불안한 제도다. 주권자가 맑은 눈을 가져야 제대로 작동한다. 눈을 감은 사람이 있을 수 있어도 눈이 밝은 사람이 더 많다는 믿음 위에 민주주의가 서 있다. 그래도 위험은 찾아온다. 집단적인 편견이 있다. 숫자는 적어도 목소리가 커 과대 대표되는 세력도 있다. 나치 독일에서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비극으로 끝났다. 집단 편견은 여러 형태로 우리를 덮친다. 오랜 숙제인 지역감정도 그런 것이다. 정치인을 연예인처럼 추종하는 문화의 확산도 영향을 미친다. 열성 팬은 노래가 나올 때마다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냉정하게 비교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가수는 무조건 1등이다.축구·야구팬이 1등 팀에만 몰리지는 않는다. 팬의 사랑을 받는 다양한 가수와 팀이 무대에 올라 다양성을 유지한다. 거기까지가 정상이다. 그러나 상대팀을 공격하는 훌리건으로까지 나가면 스포츠와 문화·예술을 파괴한다. 더구나 정상적인 숫자로만 비교되는 것도 아니다. 앨범 사재기가 있다. 소수라도 목소리가 큰 악착같은 세력이 있다. 억지를 부리는 세력이 과대 대표된다면 정치를 난장판으로 만든다.민주주의의 중심은 의회다. 민주주의의 요체인 대화와 타협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문제는 부패다. 가장 부패하기 쉬운 곳이 정치권이다. 주권을 위임한 것은 국민의 이익을 지켜달라는 주문이다. 그런데 이 권한을 사익을 추구하는 데 쓰는 정치인이 많다. 선출된 권력이지만 사법제도가 막아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 공수처를 만든 명분도 그런 것이다. 부패 정치인의 눈에는 이것이 눈엣가시다. 정치가 사법 질서를 흔들면 부패를 막을 길이 없다. 사법의 신뢰도도 추락한다.1976년 2월 4일 미국 상원 공청회에서 록히드사가 200만 달러(약 26억 원)를 일본 정계에 뿌린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총리에게 5억 엔(약 50억 원)을 준 사실도 드러났다. 그는 총리이던 74년 자기 가족 기업 땅에 건설성이 공사를 시작하면서 땅값이 수십 배 폭등하는 등 비리가 드러나 사임한 상태였다. ‘청렴한 미키’라는 별명이 붙은 후임 미키 다케오(三木武夫) 총리는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그러자 다수파였던 다나카파는 ‘표적수사’, “너무 까분다”라고 비난했다.도쿄지검 특수부는 다나카를 체포해 정치부패를 막는 보루라는 신화를 만들었다. 6개월 수감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다나카는 여전히 정계의 배후 실력자로 활동했다. 83년 1심 재판에서 다나카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지만 상고가 진행 중이던 93년 사망하면서 재판이 끝났다. 최대의 파벌을 형성한 다나카는 ‘금권정치’, 파벌정치의 한계를 보여줬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정적에 대해 불법 침입·도청을 한 ‘워터게이트사건’을 수사하던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를 해임하려 했다. 그러나 해임을 지시받은 법무부 장관과 차관이 차례로 이를 거부하며 사임했다. 결국 장관 직무대행인 차관보를 통해 특검을 해임했다. 이런 사실이 드러나자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서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미국에서 사법 방해행위는 엄중한 처벌을 받는다.민주당은 9일 이재명 대표 수사를 총괄하는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10일 공수처에도 고발했다.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철회해 표결이 무산되고, 자동 폐기될 처지였는데, 이를 철회하고, 30일 본회의에서 꼼수로 재추진하겠다고 한다. 편법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사법 방해다. 이 차장검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 심판 전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결정을 하지 않더라도 그때까지는 ‘쌍방울 대북송금 대납’ 의혹, ‘경기도청 법인카드 사적 유용 묵인’ 의혹 등 이 대표 수사가 모두 중단될 수밖에 없다. 명백한 사법 방해다. 민주당이 탄핵 이유라고 적시한 의혹을 보면 처가 고용인 범죄기록 조회, 스키장 리조트 이용 청탁, 처가 운영 골프장 부정 부킹, 위장전입 등이다. 이게 국회가 나서서 검사를 탄핵할 이유가 되나. 팬심에 매달리면 극단 정치로 갈 수밖에 없다. 유권자가 눈을 뜨지 않으면 민주주의는 무너진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11-12

제국주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

박진홍부국장 인류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국주의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최초의 제국은 BC 2250년 메소포타미아의 사르곤 대제가 다스렸던 아키드다. 오늘날 이라크와 시리아 대부분, 이란과 터키 일부 지역을 지배했다. 뒤를 이어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 힛타이트, 페르시아 등이 메소포타미아 고대 제국의 바통을 받았다.BC 550년 페르시아 대제국을 건설한 키루스 대왕은 ‘피정복민들은 우리 신민이 된 것을 행운으로 생각하라’는 말을 남겼다. 아마 키루스 대왕은 대제국에 병합되면 ‘당시 중소 민족·국가들간 치열했던 생존 전쟁 위협에서 벗어 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 것으로 보인다.제국주의의 요건은 무엇일까? 다른 문화 정체성을 가진,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다민족·다국민들을 지배하면서 영토 확장에 공격적인 국가로 규정할 수 있다. 때문에 제국들은 단일 정치체제로 수많은 민족과 지역들을 통치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인 가치와 다양성, 개방성, 표준화 등을 지향할 수 밖에 없었다.로마제국을 예를 들면 313년 밀라노칙령으로 기독교가 국교로 공인되기 전까지, 다신교를 신봉했다. 또 피정복민들에게도 일정 세월이 지나면 로마 시민권을 부여할 정도로 개방적인 사회였다. 심지어 48년 클라우디우스황제 때가 되면 피정복민 골족 출신이 권력 핵심 원로원에 입성했고 2세기에는 식민지 이베리아반도 출신이 잇따라 황제까지 된다.식민지에 대해서도 세금과 국방을 일부 부담하는 조건으로 지방자치를 허용했다. 다만 로마제국은 3·4세기 2차례 기독교 탄압으로 기독교인 수천명이 죽음으로써 매우 폭압적인 체제로 비쳐지는 오명을 썼다. 하지만 당시 다신교였던 로마제국은 일신교인 기독교가 체제 유지에 부담이 됐던 것으로 분석된다. 또 기독교의 인류 평등의 가치는 신분제 붕괴를, 군 복무에 부정적인 태도 등도 문제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근대 유럽의 신·구교 종교전쟁으로 기독교인 수백만명이 서로 학살하거나 죽임을 당한 점을 감안하면, 로마가 패쇄적인 체제라고 볼 수는 없다.우리 현대인들은 제국주의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다. 아마 과거 제국들이 식민지 정복 과정에서 보인 참혹한 전쟁과 노예화, 대량 학살 등 때문일 것이다. 특히 근·현대사에서 서구 열강들의 무자비한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식민지 수탈과정은 여전히 많은 분노를 자아낸다.그럼에도 불구, 제국의 속살과 후세에 미친 영향 등을 돌아보면 긍정적인 면이 없지도 않다.최소 수십년이 걸렸던 피정복민들의 동화과정이 고통스러웠지만, 제국들은, ‘세계적인 통합과 협력’을 이뤄냈다. 인류 첫 문명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에서는, 기원전 3천여년동안 수많은 도시국가들이 흥망을 거듭하는 제국들을 중심으로 이합집산 하면서 ‘통합 문화’를 만들어냈다.BC 7C∼AD 5C 고대 세계 중심지였던 지중해의 수많은 민족들도, 폐르시아·그리스·카르타고·로마 등에 병합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닮은 꼴이 돼 갔다.중국의 경우 BC 20C경 상나라가 통치한 황허강 주변 사람들만 한족(漢族)이었으나,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면서 점차 변방 이민족들까지 한족(漢族)으로 동화 돼 갔다. BC 221년 진시황이 중국대륙을 통일했으나, 본래 한족(漢族) 입장에서 진제국 역시 중국 북서쪽에 위치한 변방 이민족이 만든 나라에 불과했던 것.중국은 이후 2천년 동안 또다른 수많은 이민족·지역들을 정복 했으나, 현재 중국인 90% 이상은 스스로 한족(漢族)으로 여기고 있다.또 인류의 중요 문화 유산들이 제국의 잉여경제에서 생산 됐음을 부인하기도 어렵다. 영어는 로마제국의 라틴어에서, 동아시아의 많은 사람들은 현재 과거 자신을 정복했던 한나라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중세 유럽 합스부르크제국은 주변 지역을 지배하며 얻은 잉여 경제력으로 모차르트와 하이든에게 월급을 주고 작곡케 했다.제국주의와 민족주의를 깔끔하게 분리하는 것도, 인도 역사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사실 불가능하다. 고대 인더스문명을 만든 드라비다족은 중앙아시아 초원에서 침입해 온 아리아족에게 정복됐다. 카스트제도와 힌두교 등을 믿었던 아라아족 왕조는 16C초 중앙아시아에 발흥한 이슬람 무굴제국에게 멸망 당했다. 다시 무굴제국은 1857년 대영제국에게 정복되면서, 인도의 정복과 피정복 역사는 뒤죽박죽 돼 버렸다.인류사에는 정의가 없었다. 정복과 피정복의 끝없는 반복 뿐 이었다. 제국주의는 우리 사피엔스종의 이기적 본성, 끝없는 탐욕 때문에 탄생했다.역설적이게도 그 탐욕이 인류사에 많은 발전도 가져왔다.

2023-11-12

“종점에서 처음으로”

이희정시인 일찌감치 배추를 뽑고더는 밭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알량한 텃밭이다그래도 봄이면 쌈채 모종을 심거나 씨를 뿌리면서무슨 우주 같은 농사꾼인양 했다그리고 가을이 왔다쌈채 농사 끝나고 배추를 심어 구십일도 되기 전벌레한테 모두 먹히기 전일찌감치 뽑아내 입에도 한 잎 집어넣는 일요일 오후가을처럼 하느님이 왔다―고운기, ‘종시(終始)’전문 (고비에서, 2023)움직이지 않는 자는 다치지 않는다. 고운기(1961~)의 시편을 읽으며 상처받은 언어의 모습을 떠올린다. 시인은 최근 시집 ‘고비에서’자신의 투병에 대한 씁쓸한 고백과 담담한 상념을 총 6편의 시집과 같은 제목의 연작시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시인은 병(病)중에 겪은 여러 고비에 대해 어떤 의미의 가벼움과 무거움도 가늠하지 않고 있다. 병을 앓고 난 후의 심경이 그렇다. “그 어떤 기대치의 높낮이도 자리할 수 없음은 깨달은 자의 미학적 실천에 해당한다.”는 최현식의 말처럼 한 인간이 생의 고비에서 최고점(Over the hill)을 찍고 난 후라면 시업(詩業)과 생업(生業)의 현장 정서는‘알량한 텃밭’으로 여겨지지 않겠는가. 그렇다, 시인에게 병을 앓기 전과 후의 대상은 다른 지평으로 놓인다. 그것이 일이든 사물이든 병을 앓기 전에 우주처럼 경작하던 모든 것들이 대수롭지 않은 대상으로 인식된다. 그는 정제된 미의식으로 삶의 의미를 꿰뚫고, 자연의 순환과 경이를 다잡는다.암 투병으로 인해 생과 사를 다투던 시인은 제목을 종시(終始)라고 달았다. 제목을 좇아보면 “종점(終点)이 시점(始点)이 된다. 다시 시점이 종점이 된다”고 했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를 노래했던 시인 윤동주의 산문 종시(終始)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그의 1955년 오리지널 디자인을 증보한 시집(2022) 속의 산문 첫 구절이 그렇게 시작된다. 병을 앓고 난 후 다시 시업으로 돌아온 고운기 시인이 종시를 불러온 연유가 여기에 있음이리라.위 시 속의 화자는 그 자체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것보다 높이 있는 ‘가을(하느님)’의 일부이며, 그것보다 아래에 있는 ‘배추’의 일부이다. 고운기 시인에게 ‘배추’는 거대한 몸이고 ‘밭’은 경작지이다. “일찌감치 배추를 뽑고 // 더는 밭에 나가지 않기로 했다”, 이것은 소위 자연의 문법이다. 자연이 크고 단순한 걸음으로 지나갈 때 그동안은 순종하는 농사꾼처럼 씨를 뿌리고 모종을 심으며 “무슨 우주 같은 농사꾼인양 했다”고 고백한다. 그것이 시를 짓는 일이든 대학에서 학생을 경영하는 일이든, 밭을 경작하는 일이든 매한가지다. 그에게 있어서 모든 현실은 그것 너머의 어떤 것 때문에 존재하므로, 원인이 아니라 결과이다. 그는 결과인 현실 속에서 원인인 궁극을 읽는다. 벌레가 와서 배추를 파먹는 지극히 단순한 풍경 속에서 시인은 배추가 사라지는 “우주”를, 그 순간의 ‘초월’을 그려낸다. “가을”은 그런 초월이 성취되기에 적절한 시간이다. 제목에서도 그는 ‘종시’라고 시를 직조할 때부터 그는 저 하느님의 눈으로 저 아래 지상의 사물들을 바라보고 그것을 다시 하늘이라는 가을로 되돌린다. 지상의 사물들은 대자연의 구현물이므로 같은 속성을 지닌다. 시인은 지상의 사물과 초월적 자연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만드는 사람이다.의식이 자신을 비우고 겸허해질 때 화자는 전유(專有)의 위협에서 벗어난다. 화자는 공포가 사라진 순수의 공간에서만 자신을 드러낸다. 몸의 언어는 모든 현재를 과거로 만든다. 그것은 자신의 몸이 암이란 병에 먹힌 때처럼“쌈채 농사 끝나고 배추를 심어 구십일도 되기 전 // 벌레에게 먹히기 전”“일찌 감치 뽑아 // 내 입에도 한 잎 집어넣는”다고 했다. 그는 평화로운 안식일을 그렇게 맞고 있다. 시인에게 미래란 아직 오지 않은 종점, 이미 겪어본 벌레의 역습으로 인한 투병의 경험이다. 몸의 언어는 채워지지 않는 시작점의 언어, 병마 후의 언어이므로 동시에 유토피아의 언어이다. 그렇게 시인에게 가을이 다시 왔다.“내 입에도 한 잎 집어넣는 일요일 오후, 가을처럼 하느님이 왔다”

2023-11-12

부끄러움은 누구의 몫인가

유영희 작가 연일 터져나오는 여당 발 현대사 쟁점에 등 떠밀려 역사를 공부하는 국민이 많을 것 같다. 육사 안에 있던 홍범도 흉상을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에 자유시 참변을 공부하게 하더니, 백선엽의 친일 기록을 삭제해 간도특설대를 다시 들춰보게 된다. 백선엽은 1943년 간도특설대에 참여해 독립군을 토벌한 행적으로 친일행위자로 이름이 올랐다.백선엽의 친일 행적은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도 등재되어 있지만, 이번 논란의 계기는 노무현 대통령 직속으로 설립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조사와 관련이 있다. 이 위원회는 5년 간의 활동을 마치며 친일반민족행위자 1천6명을 발표했는데 현충원 안장자 중 백선엽을 비롯한 12명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백선엽은 99세 나이로 2020년에 사망하여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되었는데, 당시 국가보훈부는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어 있는 친일반민족행위자 12명의 안장 정보에 모두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2009년)’라는 문구를 기록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백선엽에 대한 재평가 움직임이 시작되어 백선엽 추모식을 챙기더니, 지난 6월에는 ‘백선엽장군기념재단’을 설립했고, 7월에는 백선엽 안장자 기록에서 이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유기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를 비판하자,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은 “국립묘지에 전과기록을 기재한 사람이 없다”면서, “최초 기재 행위 자체가 법적 근거 없이 이루어졌다”고 대답한 것이다. 알고 보니, 다른 11명의 기록은 삭제하지 않았다.이런 기록이 부당하다면 12명 친일 기록을 다 삭제해야 할 텐데 왜 백선엽 기록만 삭제했는지도 의문이고, 아무리 전 정권의 결정이라고 해도 이미 오래 전 사회적 공감대가 이루어진 조사 결과에 대해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한순간에 뒤집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이런 결정은 국가의 정체성을 좌우하는 문제인데, 이렇게 합의 과정 없이 졸속으로 그것도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처리한 것이다.친일행위자로 판정되었으면서 현충원에 안장된 인물을 둘러싸고 여권에서는 기존 친일 평가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고 나섰고, 민주당에서는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국립묘지 안장을 금지하고 현재 친일 묘지는 이전하라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라 접점 찾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역사의식을 가지면, 지금 현실에서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선택들을 고뇌하고 번민하게 된다”는 어느 언론인의 말을 빌릴 것도 없이 정치인들은 자신이 지금 하는 선택이 어떤 역사를 만들어 갈지 고뇌해야 한다. 윤동주처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보는’ 자아 성찰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사람들이라면 국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더 번민해야 한다. 국가경쟁력은 해마다 떨어지고, 하루하루의 삶이 팍팍하기만 한 민초는 정쟁에 갇힌 정치인의 행태가 부끄럽기만 하다.

2023-11-12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으로 여는 새로운 길

정상철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은 무엇을 통해서 느끼는 것일까?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소소한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행복도 소중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가족, 친구, 연인 등과의 관계에서 사랑과 소통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해주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사람들에게 큰 만족감과 행복을 주는 요소이다. 가정주부가 전자상가에서 새로운 디자인과 기능이 있는 냉장고를 보면 고가임에도 구매하게 된다. 그것은 생활의 편리함과 행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보면, 중대재해 3법이 통과되고 발효되면서 수많은 기업주들이 구속을 피하기 위해 여러 활동들이 산업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특히, 고위험 수작업을 자동화 하여 원천적으로 위험 작업장을 개선하여 사고를 방지하는 것으로 디자인 씽킹 툴(Design Thinking Tool)을 활용해 문제를 풀어간다.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이란 무엇인가. 현재의 상태를 더 좋은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인간을 생각의 중심에 두고 인간에 대한 공감을 통해서 새로운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여 혁신하는 사고방식과 툴들의 집합으로 정의 한다. 인간의 생각과 미래의 가치, 기술의 균형을 이루는 특징이 있고, 직관적 사고를 통한 숨어 있는 문제 발굴과 분석적 사고를 통한 문제해결로 구성되어 있다. 디자인 씽킹의 문제해결 과정은 다음 단계로 이루어진다.첫 번째, 이해와 공감(Empathize): 사용자의 니즈와 경험을 이해하기 위해 연구와 관찰을 통해 사용자를 탐색하고, 사용자와의 공감을 형성한다. 두 번째, 문제 정의(Define): 사용자의 요구사항과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한다. 이 단계에서는 사용자의 관점과 필요성을 파악하여 핵심적인 과제를 도출한다. 세 번째, 아이디어 도출(Ideate): 다양한 관점과 창의성을 활용하여 아이디어를 발굴한다. 브레인스토밍, 아이디어 스케치, 아이디어 보드를 사용해 아이디어를 확장하고 조합한다. 네 번째, 실험과 검증단계(Prototype): 아이디어를 설계하고 실제 프로토타입(시제품)으로 제작해 테스트한다. 사용자의 피드백을 수집하고, 프로토타입을 수정하며 개선해 나간다. 다섯 번째, 구체화와 개발 단계(Test): 프로토타입의 결과를 바탕으로 최종 솔루션을 구체화하고 개발한다. 사용자의 요구사항과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는다. 각 단계는 반복되며, 문제의 복잡성에 따라 여러 번 반복되기도 한다. 사용자 중심의 솔루션이 도출되고, 실패를 통해 학습하며 개선하는 반복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상황이해·아이디어 발굴·아이디어 설계·시제품 개발·테스트·적용 등 이러한 과정을 거쳐 사용자중심 니즈(Needs)를 반영하여 냉장고 기능과 디자인을 새롭게 하여 삶의 편리성과 행복수준을 높여간다. 제조현장에서도 고위험 수작업을 자동화 아이디어를 설계하고 자동화장치를 개발하여 사람을 안 다치게 하는 사회적 욕구수준을 향상시키는 디자인 씽킹 툴은 행복한 사회를 이끄는 새로운 길이다.

2023-11-12

사마귀를 추모하며!

김규종 경북대 교수 입동(立冬)이었던 11월 8일 된서리가 하얗게 내렸다. 올해 들어 처음 내린 서리였기에 반가운 마음으로 마당에 나선다. 휴대전화 사진기로 루드베키아 노란 꽃과 이파리, 망초와 머위 큰 잎에 내려앉은 서리를 담는다. 불과 며칠 전 반바지 차림으로 거리를 활보하던 청년들이 적잖았는데, 순식간에 일기(日氣)가 급변한 것이다.지구 온난화의 폐해가 세계 전역을 휘감고 있는 시절의 난맥상을 우리도 확연하게 경험하고 있다. 늦가을에도 모기가 극성을 부리고, 오래전에 사라진 빈대까지 출몰한다. ‘팬데믹(pandemic)’에서 따온 ‘빈데믹’이란 신조어가 나왔으니, 한국인들의 응용력은 그야말로 세계 최고다. 특허 능력은 없지만, 실용신안 면(面)에서는 명불허전(名不虛傳) 최고다.마침내 겨울이 오긴 온 것이다. 입동 당일에 된서리가 왔으니, 24절기 가운데 하나는 멋지게 맞췄구나, 하는 생각이 찾아든다. 사흘이 지난 11일 아침에도 된서리가 내려 초록의 잔디가 하얗게 채색된다. 시절의 변화에 가속이 붙는 양상이다. 차가운 바람과 따사로운 햇살 속에서 불원초(不願草)를 하나둘씩 뽑다가 아연 놀라고 만다.잔디 위에 사마귀가 잠자듯 고요하다. 미동도 없기에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려 본다. 그래도 움직임이 없기에 살펴보니 엎드린 채 죽어 있다. 간밤에 부쩍 내려간 냉기를 견디지 못해 이 세상과 작별한 것이다. 집이 없는지, 혹은 집으로 가는 길에 죽었는지 모르지만, 사마귀는 푸르른 하늘과 새털구름과 햇빛과 바람 아래서 생을 마감한 게다.사마귀의 마지막을 동행한 것은 무엇이며, 그 순간 사마귀를 찾은 상념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당랑거철(螳螂拒轍)’이란 고사성어로 친숙한 사마귀가 겨울 초입에 허무하게 세상과 작별하니 마음이 제법 쓸쓸하다. 한여름에 당당한 자세로 나를 향해 앞다리를 곧추세우던 녀석들의 자태가 눈에 밟힌다. 제 분수를 알게 되면 녀석들은 우울증에 걸릴지도 모른다.죽음과 소멸에는 허전함과 아쉬움과 쓸쓸함이 동반한다. 지금부터 53년 전 오늘 1970년 11월 13일 대구 출신의 스물두 살 청년 전태일이 청계천에서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외치면서 분신(焚身)을 감행한다.이 땅의 가장 낮은 곳에 살면서 동료 노동자들의 비인간적인 처우를 개선하고자 싸웠던 전태일! 그는 자신의 외침에 아무런 반향도 보이지 않은 정부와 업주들에게 가장 처절한 형식의 죽음으로 항거함으로써 부당함을 고발한 것이다.그가 세상을 버린 지 반세기가 가까워진다. 그동안 한국 사회는 숱한 정치적 격변과 예기치 못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면서 이른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기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1천100만에 이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엄혹한 노동조건 속에서 가까스로 생존을 이어가고 있다. 더욱이 우리는 20:80의 사회에서 1:99의 부도덕한 사회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사마귀의 죽음이 불러온 상념이 전태일과 노동자들 그리고 사회 전반의 부조리와 모순에 이른다. 언제나 우리는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을 환하게 맞이할 수 있을까?! 그날이 오면!

2023-11-12

대구 도심~신공항간 항공교통시대 열린다

도심항공교통이란 수직 이착륙기를 활용해 지상의 저고도 공중에서 사람과 화물을 이동하는 도심교통 시스템이다. UAM(Urban Air Mobility)이라 하기도 하고 플라잉카, 에어택시 등으로도 불린다. 도심의 교통체증과 물류비용 증가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국, 유럽 등 주요국에서도 일찍부터 추진 중인 분야다. 배터리와 모터를 활용해 친환경적이다. 탄소중립시대에 적합한 교통방식으로 주목받는다. 우리나라도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부터 서울 상공에서 UAM 상용화를 위한 실증작업을 추진한다고 했다.대구시는 지난주 대구도심과 대구경북 신공항을 20분 이내로 오가며 여객과 물류를 수송할 수 있는 미래친환경 (도심항공교통) 상용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한 로드맵을 발표했다.대구시에 따르면 2030년 신공항 개항 시점에 맞춰 도심항공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 아래 5군데 UAM 상용화서비스 거점지역을 선정했다. 동대구역과 K-2후적지, 시청 신청사, 서대구역, 도심 군부대 이전지 등이 지목됐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성못, 테크노폴리스 등 대구의 또다른 도심과 경주, 포항, 울산 등도 확대지역으로 추진할 계획이라 발표했다.대구시는 지난해 10월 SKT,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티맵모빌리티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UAM 생태계 조성 및 공동사업 기반 구축에 이미 나선 바 있다. 특히 모빌리티산업 등 첨단산업 육성에 초점을 둔 대구시의 산업 전략상 도심항공교통 산업을 선도적으로 이끌어 갈 필요성이 높다. 마침 대구는 신공항 개항을 앞두고 있어 도심항공교통의 수요가 많은 장점이 있다. 영남권과 충청권 등의 신공항 이용률을 높이는 데도 상당한 기여가 있을 것이 예상된다.지역의 자동차 부품산업과 연계해 도심항공교통 산업의 기술적 우위를 점하는 한편 관련 기업 유치와 투자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UAM산업은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분야다. 대구시는 지방 최초로 UAM 상용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자부심으로 도심항공산업에 더 집중하길 바란다.

2023-11-12

짠테크 유행

우정구 논설위원 불경기 심화와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직장인들 사이에 짠테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짠테크는 소비자가 단순히 안 써서 아끼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낭비를 최소화하여 재물을 모으는 새로운 형태의 재테크 방식의 하나다. 돈에 있어 인색하다는 뜻의 짜다와 금융거래로 이득을 낚아채는 재테크가 합쳐진 신조어다.수년 전 유행했던 욜로(YOLO)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욜로는 ‘인생은 한번 뿐이다(You Only Live Once)’는 뜻으로 미래 또는 타인을 위해 희생하지 않겠다는 자기 중심적 소비패턴이다.최근 한 트렌드 조사기관이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더니 10명 중 9명이 지금은 재테크 필수시대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응답했다.응답자에게 “소비와 낭비를 줄이는 지출을 경험해 봤느냐”는 물음에 대해 98.5%나 “그렇다”고 답했다.특히 주목 가는 대목은 잔돈적금 등 앱서비스를 통해 포인트를 현금화하는 앱체크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10명 중 9명이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에 믿음이 간다는 반응을 보였고, 짠테크를 실천하는 사람을 안쓰럽거나 궁상 맞아보인다는 생각보다 대단하고 현명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불경기가 좀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짠테크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여겨진다.고금리, 고물가, 경기침체와 가계소비 둔화 등으로 국내 전반의 경제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소비 현상이다. 불황기에 적응하려는 소비자들의 절박함을 느끼게 하는 현상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3-11-12

與혁신과제 수용, 당 주류들이 솔선수범을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지난 주 청년정책과 관련한 ‘3호 혁신안’을 내놨다. 청년 비례대표 50% 의무화와 청년 전략지역구 선정, 각종위원회 청년참여가 주요내용이다. 그동안 1·2호 안건은 정치적 의미가 강했지만, 3호 안건은 청년 정치참여를 제도화하기 위한 정책적 성격이 짙다. 혁신위는 발표 전날인 지난 8일 경북대 학생회 소속 재학생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한 자리에서 ‘체계적인 청년정치인 육성시스템 도입’과 관련한 의견을 들었었다. 3호 혁신안은 오늘(13일) 최고위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수용될지는 미지수다. 경북대생 간담회에서도 일부 학생이 “청년이라고 해서 우대받는 것은 공정성에 어긋난다”며 이의를 제기했었다. 첫째 안인 청년 비례대표 50% 할당은 청년 비례대표를 우선적으로 공천하는 방식으로 해서 청년들이 정치 현장에 많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안건인 청년 전략지역구는 국민의힘 우세 지역 중에서 일정 지역구를 45세 이하의 청년들만 경쟁할 수 있도록 ‘청년 공개경쟁 특별지역구’를 선정하자는 내용이다. 혁신위가 특별지역구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보수진영이 우세한 영남지역과 서울 강남권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과거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도 여야는 청년들의 정치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할당제 등을 도입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국회의 본질인 민의대변을 위해서는 다양한 연령대가 의석을 차지해야 하지만, 우리나라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의원이 너무 적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45세 이하 의원이 10% 미만인 나라는 한국뿐이다.그동안 혁신위가 출범한 후 보름여 동안 많은 쇄신과제를 제안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문제다. 혁신위의 쇄신안에 대해 주류의원들이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 소리가 들린다. 한국정치 발전을 견인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윤석열)계 의원들이 앞장서서 혁신과제에 대한 수용결단을 내리길 바란다.

2023-11-12

대한민국 버전 IRA(인플레 감축법)가 필요하다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미국도 유럽 선진국들과 함께 예외 없이 탄소중립을 추진하고 있었으나 민주당 정부는 적극적이었고 공화당 정부는 역행했다. 부시 대통령은 교토의정서에 참여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따라서 미국은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이 선진국 중에서 매우 뒤처졌다. 그래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일이 파리기후협약 복귀였고 모든 정치력을 기울여 IRA를 시행하고 있다.IRA는 미국 연방정부 주도로 2022년부터 2031년까지 500조원(현 환율 기준)을 투입하여 지난해 기준 현재 22%인 재생에너지를 2030년 60%까지 달성하고자 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재생에너지 발전인데, 태양광의 경우 2022년 1천750만KW에서 2031년 7천500만KW까지 순차적으로 확대 설치, 둘째 재생에너지 기반 디지털화한 스마트 그리드(전력망) 설치, 셋째 충분한 전기차 충전소(에너지 저장소) 설치, 넷째 막대한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통한 전기차(움직이는 에너지 저장장치) 보급 확대다.이를 통해서 재생에너지 기반의 새로운 첨단 산업생태계를 조성함으로써 코로나19로 풀린 막대한 자금을 에너지전환과 미래 산업 투자로 이끌어 내고 인플레이션도 감축시키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미래 산업 투자전략이다.재생에너지 기반 에너지전환을 추진하는데 대해 기존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한 에너지산업계의 반발과 석유, 석탄, 가스 관련 산업 등 좌초자산의 퇴출 저항을 주정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점도 있다. 그래서 연방정부가 강력하게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우리나라는 신재생 에너지 정책의 기본인 태양광발전, 풍력발전 등의 기본적인 인·허가권을 지방자치제도의 원칙에 의거하여 일선 시, 군, 구에 부여하고 있다.기초자치단체인 시, 군, 구가 재생에너지 활성화를 위해 경쟁을 했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테지만, 그간 시, 군, 구는 그 권한을 재생에너지발전 사업을 규제하는 쪽으로 경쟁적으로 사용하여 구미시의 경우 이격거리를 벗어나 발전 사업이 가능한 지역이 도시 면적 전체의 0.09%에 불과한 상황까지 왔다.또한 시, 군, 구의 협상력으로는 산업화시대에 적합하게 설계된 한국전력 중심으로 수직계열화 된 전력 송·배전망을 재생에너지기반 에너지전환 시대에 적합한 수평화 된 ‘디지털화한 스마트 그리드’를 한전에 요청할 협상력도 부족하다. 현재 전국 대부분의 지역은 송전선로 부족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한전 또한 수백만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로 구성될 수평적인 재생에너지 기반 디지털화한 스마트 전력망으로 송·배전망을 재구축할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차제에 미국의 IRA와 비슷하게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서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활성화 방안을 찾아보고자 한다.현재 시, 군, 구의 조례를 통한 각종 이격거리 규제로 재생에너지를 설치할 땅이 없고, 한전의 송전선로 부족으로 재생에너지발전사업 자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우리도 미국처럼 법과 제도 정비를 통해 새롭게 정책방향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우리 기업들의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전국 산업단지의 장·단기 RE100 수요파악부터 해야 한다. 파악된 수요를 바탕으로 모든 이격거리 규제를 폐지한 뒤 첫째, 도시와 산업단지 주변 농지에 재생에너지 수요에 적합한 만큼의 태양광 발전단지를 조성하도록 한다.둘째, 재생에너지가 필요한 기업과 농지태양광 발전단지 간에 직접 PPA 방식의 새로운 그리드(전력망) 구축을 활성화한다. 셋째, 전국 곳곳에 재생에너지 충전소 구축 사업을 민간 자본을 끌어들여 충분할 정도로 활성화한다. 넷째, 국내 차량들을 가능한 한 빠르게 전기차로 교체 가능하도록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한다.지금 세계는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난리가 난 상황이다. 미국은 IRA를 통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새로운 재생에너지 기반 산업생태계 조성을 위해 안면몰수하고 있다. EU는 유럽판 IRA(Net Zero Industry Act)를 통해 유럽의 산업보호와 새로운 산업생태계 구축에 여념이 없다. 이러한 시기에 우리나라는 논의만 분분한 채 탄소중립 정책은 끊임없이 갈지자 행보만 하고 있고 에너지전환정책은 거대한 화석연료 발전사들에게 발목이 잡혀 논의만 가득한 가운데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미국의 경우 국고를 500조원이나 직접 투입하는 충격요법을 썼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첫째, 농지태양광 발전단지 조성, 둘째, 산업체와 발전단지 간 직접 PPA 방식 스마트 그리드 구축, 셋째, 전기충전소 설치 등에 “기후금융”을 활용하면 국가 재정 부담은 거의 없이도 탄소중립 달성이 가능하다.불필요한 이격거리 해제하고 전면적인 농지태양광을 허용하는 등 법과 제도만 선진국 수준으로 정비하고 정부에서 제도 활용만 제대로 한다면 우리나라는 다른 어느 나라 보다 발전된 첨단 제조업과 디지털화한 산업 환경을 활용하여 단시일 내에 탄소중립 선도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시급히 대한민국 버전 IRA(인플레 감축법)가 필요한 이유다.

2023-11-12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하버마스 그리고 포항

유성찬 (협동조합) 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포항시민연대 공동대표 발터 벤야민(1892∼1940), 호르크하이머(1895∼1973), 아도르노(1903∼1969년), 에리히 프롬(1900∼1980), 마르쿠제(1892∼1979) 등 학자들은 프랑크푸르트 대학과 인연이 깊다. 그 대학 사회연구소의 회원이고, 독일인들이다. 부유한 유대인의 자제들이기도 하다. 세계사에서 이 사람들을 프랑크푸르트학파라고 부른다. 프랑크푸르트학파는 히틀러의 나치 집권 후에 1933년부터 학문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망명한 독일 출신 유대인 학자들이다. 그리고 2차대전이 끝난 후, 대부분 다시 독일로 돌아와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사회비판이론을 연구하게 된다.여기 또 한 사람의 학자가 있다. 유대인은 아니지만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정통계승자로 불리운다. 현재 생존해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94)가 바로 그 사람이다. 2006년에는 우리나라에도 다녀간 바 있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부유한 관리의 아들로 태어났다. 특이한 점은 어린 시절 나치소년단의 단원이었다는 것이다. 역사속에서 나치소년단원은 독일패망 전에 ‘베를린사수’ 전투로 내몰려 총알받이로 등장하기도 한다. 하버마스는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과정을 겪으면서 나치즘의 실체,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 유대인 대학살에 대해 알게 되면서 사회적, 정치적 의식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파시즘과 사회비판이론을 연구하게 된다. 이후 좌파로부터는 수정주의자로 우파로부터는 공산주의자로 몰리기도 한다. 프랑크푸르트학파와 하버마스는 실존주의를 넘어 현대사회의 ‘인간의 수단화’, ‘인간소외’에 대항해 학문적 과제를 만들어 내었고 이를 사회비판이론으로 발전시키게 된 것이다.하버마스의 핵심은 의사소통이론과 공적토론영역(공론장) 이론이다. 또 이 이론들은 현대의 언론학과 커뮤니케이션 이론에도 영향을 많이 끼쳤다. 프랑스 계몽시대의 공론장은 부르주아지(bourgeoisie)들이 모여서 맥주와 커피를 마시며 논쟁하던 살롱이며, 현대의 공론장은 신문과 라디오, TV방송이다. 약 20여년전부터는 인터넷시대에서 SNS, 모바일톡으로 공론장이 역사적으로 발전하였다고 주장한다. 또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려면 공론장이 그에 맞추어 잘 자리 잡고 있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이치이다.인간의 이성(理性)은 ‘진위(眞僞), 선악(善惡)을 식별하여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말하고, 합리(合理)는 ‘논리적 원리나 법칙에 잘 부합함’을 뜻한다. 사람이 참과 거짓을 구분할 줄 알고 그 이치에 부합하여 살아간다면 그 자체가 대동세상이자 선(善)한 공동체일 것이다. 실제 참된 인간이라면 현실사회에서 ‘벽에 부닥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폭력적 쟁투보다는 평화적인 ‘의사소통행위’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인간적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다. 의사소통이란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역할을 바꾸어가며 자신의 주장을 하게 되고, 또 상대방 주장을 비판하고, 주장에 대해 이유를 물으면서 합의에 도달하는 과정을 말한다.어떤 사회적 문제를 이성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군가는 인내와 시간이라고 말하겠지만 필자에게는 ‘하버마스’와 사회비판이론이다. 현대사회에서 하버마스와 의사소통이론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인간세상사가 다 복잡하게 섞여 돌아가도 이성과 합리성을 가지고 사회적 문제를 풀어가고자 한다면 해결되지 않을 일이 없다는 긍정적 논리이다.시민들의 투표로 포항시청과 포항시의회가 만들어져 있다. 포항시청과 포항시의회는 합리적인 행정행위를 통해서 대부분의 포항시의 문제들을 해결해 갈 수 있을 것이다. 그 근원적인 힘은 참여민주주의의 원리속에서 시민들이 직접 투표장에 가서 투표를 한 행위이다. 즉 시민의 참여가 힘인 것이다. 참과 거짓을 판단하는 이성과 이치에 맞는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참여민주주의는 시민들의 자발성에 뿌리를 내리고 있기에 진실되고도, 당연히 힘이 세다. 이성과 합리성이 왜곡되지 않는 공론의 장(場)이 포항지역사회에 활짝 열리어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포항시의 행정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여기까지는 논리적으로 쉽다.문제는 행정행위로도 해결이 잘 안되는 사회적 사안(事案)들이라는 것이다. 특히나 의료폐기물처리장, 음식물쓰레기처리장, SRF발전소 등 환경문제는 포항시민들의 건강권, 환경권과 직결되고, 부동산 가격의 상승, 하락과 연결되기에 재산의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시민들의 촉각은 바로 반응하고 저항하게 된다.필자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이론과 공론장이 더욱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한다. ‘포항시와 포항시의회의 활동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관변단체, 지역언론, 기업, 시민, 학자 등 포항지역사회를 대표하는 많은 단체와 시민들이 합리적으로 참여하는 공적토론영역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 폐쇄구조가 아니라 열린사회, 열린토론의 공론장이 있어야 해결이 어려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버마스를 본받는 것이 해결의 지름길인 것이다. 단 이성과 합리성을 가져야 하는 것이 진리이다.

2023-11-12

“청년 현안은 정치참여가 아니라 일자리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가 그저께(8일) 경북대에서 학생들과 토론시간을 가진 뒤, 대구시 산격청사로 이동해 홍준표 시장과도 만나 대화를 나눴다. 혁신위가 대구를 찾은 것은 최근 인 위원장이 여당공천과 관련,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는 발언을 한 이후 싸늘해진 이 지역 민심을 의식한 행보로 보인다.혁신위는 이날 경북대 학생회 소속 재학생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는 체계적인 청년정치인 육성시스템 도입 필요성, 청년들과의 소통부족, 취업·집값·국민연금 문제등 청년현안 해소대책에 대한 이야기가 주메뉴였다고 한다. 지방대학 자율성 등 지역균형발전 문제, 대기업 지방이전, RD 예산삭감 문제 등도 언급됐다고 한다.인 위원장은 학생들과의 간담회 후 곧바로 홍준표 시장을 면담했다. 홍 시장은 이 자리에서 평소처럼 친윤계 인사들을 집중 비판하면서, “대통령을 호가호위하는 세력을 정리해달라. 그들이 설치는 바람에 당의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허리가 없어졌다”고 지적했다. 홍 시장은 인 위원장이 두세 차례 도움을 요청하자 “박사님 만나서 말씀드리는 게 도와주는 거죠”라고 했다. 홍 시장은 인 위원장과 비공개 면담을 한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지도부가 전권을 줬으면 혁신위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칠전 통계청 발표를 보면, 지난 10년간(2013∼2022년)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20대 청년이 60여만명에 달했다. 비수도권 광역시 중에는 대구의 순유출 인구가 6만6천명으로 가장 많았다. 20대 청년들이 짐을 싸서 수도권으로 가는 이유는 두말할 필요 없이 양질의 일자리 때문이다. 문제는 청년들이 경쟁관계가 치열한 수도권에 몰리다 보니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현상이 심화한다는 점이다. 여당 혁신위는 지금 청년들의 최대현안이 정치참여가 아니라 일자리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국정운영에 중요한 과제를 제시할 인요한 혁신위는 이번 기회에 청년들의 생각들을 잘 수렴해서 정부정책에 적극 반영하길 바란다.

2023-11-09

맨발걷기 열풍

우정구 논설위원 맨발하면 에티오피아 출신의 아베베 비킬라 선수가 떠오른다. 1960년 로마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그는 마라톤 전구간을 맨발로 달려 세계 신기록을 수립한 선수다. 그의 맨발 투혼은 마라톤 사상 전무후무한 일로 지금도 그 모습을 많은 사람이 기억한다.최근 맨발로 땅의 기운을 느끼며 걷는 맨발걷기 운동이 선풍적 인기다. 신발을 벗는 데서 오는 자유로움과 자연을 접하며 걷는 편안함 때문인지 맨발걷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맞춰 지자체의 맨발 황톳길 조성도 곳곳에서 붐을 일으키고 있다.건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맨발걷기 열풍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 같다. 이처럼 맨발걷기가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성인병 등 각종 질환에 효력이 있다는 경험담이 방송과 유튜브 등을 통해 퍼지면서부터다. 지역에 따라 맨발로 걷는 어싱족 모임이 생기고, 지자체 주관의 맨발 페스티벌 행사도 벌어진다. 어싱(earthing)은 지구표면과 발이 접지한 상태를 표현한 맨발걷기의 신조어다.최근 부산 해운대와 강원 경포해변 등에는 전국에서 맨발족이 몰리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맨발족을 관광사업의 자원으로 삼으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한다.사실 포항은 일찍부터 맨발 친화도시를 선언한 곳이다. 2020년 맨발로 걷기 좋은 ‘맨발로 30선’을 선정한 바도 있다. 송도 솔밭숲, 기계 서숲, 양덕 나무은행둘레길, 해도 도시숲 등이 ‘맨발로 30선’에 포함된 곳이다. 특히 포항의 맨발 길은 도심에서 가까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인기다.포항의 닉네임으로 맨발걷기 친화도시가 하나 더 추가돼도 좋지 않은가. /우정구(논설위원)

2023-11-09

정부의 규제 혁신이 지방경제 살리는 길

대구경북에서 그동안 꾸준히 건의해왔던 지역 현안들이 정부의 규제개선사업에 포함되면서 지역투자 활성화에 청신호가 켜졌다.정부는 최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기업의 투자 프로젝트 가동지원방안을 확정하면서 △포항의 이차전지 특화단지 업종변경 완화 △영천 경마공원 지방세 감면 인센티브 부여 △대구연구개발특구 변경 권한 위임 △TK신공항 건설을 위한 예타면제와 고속도로 신설 등을 정부의 규제개선 과제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포항의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정부가 포항 블루밸리산단을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로 지정하고 이차전지 기업의 투자를 촉진키로 했으나 산단 내 일부 부지가 업종제한에 묶여 기업 투자가 사실상 제한돼 왔던 문제다. 정부가 해결해주지 않으면 풀 수가 없는 현안으로 이철우 경북지사가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한 내용이기도 하다.또 영천 경마공원 사업도 지방세 감면규모 총량제한 규정에 걸려 3천500억 규모의 2단계 투자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번 규제 완화로 투자가 진행되면 경마공원 사업의 정상화는 물론 1조8천억원 규모 경제파급 효과도 있다고 한다. TK신공항 예타면제와 도로건설 사업 등은 공항개항 목표년도인 2030년에 맞춰 반드시 진행돼야 할 사업들이다. 정부의 규제혁파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이번에 발표된 정부의 내용이 현장에서 바로 적용될 수 있게 행정절차 과정에서 속도를 내야 한다.얼마 전 한 여론조사에서 국내 주요기업 최고 경영자들은 기업혁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의 규제를 들었다. 우리나라에 규제개혁위원회가 만들어진 지 25년이 되었으나 지자체와 기업이 느끼는 불편은 여전하다. 정부가 모든 권한을 쥐고 규제 완화에는 인색한 탓이다.특히 균형발전을 위해선 지방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지자체로 많은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이번에 규제가 풀린 것처럼 더 많은 지역의 현안들이 규제의 선을 넘어 지역으로 넘어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태야 한다. 정부의 과감한 규제 혁신 노력이 지속되길 바란다.

2023-11-09

‘이자장사’ 된서리 맞는 은행들

홍석봉 대구지사장 “고금리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서민의 주름살이 날로 깊어지고 한숨 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지난 7일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 나온 얘기다. 금융권이 고연봉과 성과급으로 배 두드릴 때 서민들은 한숨만 내쉰다는 지적이다.은행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정부·여당까지 전방위로 은행을 압박하고 있다. 고금리에 이자장사로 돈잔치를 한다는 것이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은행은 공공재’, ‘갑질’이라고 지적하며 기회 있을 때마다 금융권을 질타하고 있다. 대통령이 특정 직업군에 대해 비난을 퍼붓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은행들이 돈벌이에 눈이 어두워 공적인 기능과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질책이다. 이자장사로 돈을 그러모으면서 취약계층과 소상공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금융권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왔다. 주위의 어려움은 외면한 채 나만 배부르면 괜찮다는 탐욕주의에 대한 경고다. 고리대금업자 샤일록 수준의 약탈이나 다름 없는 이자장사로 수익과 혜택만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금융권은 고금리 기조 덕분에 사상 최대의 실적을 내고 있다. 5대 은행이 올 9월까지 거둔 이자 이익이 30조366억 원. 전년 동기보다 7.4% 늘었다. 30조 원을 넘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금리 상승때 예금금리는 천천히 올리고 대출금리는 더 빨리 올리는 식으로 막대한 예대마진을 챙긴 덕분이다.“중소기업과 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융활동은 축소해가면서 은행들은 300~400% 성과급을 지급하고 임직원 1인당 평균 연봉 1억 원이 넘는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은 최대 실적을 낸 올 연말에도 성과급 잔치와 연봉 인상은 불보듯하다. 생계에 허덕이는 서민들의 삶과는 너무 동떨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며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금융사들은 IMF외환위기 당시 160조 원에 달하는 공적자금이 투입돼 살아 남았다. 현재의 금융사는 국민의 피땀 덕분에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런 금융사들이 제 잇속 챙기기만 급급,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것이다. 지역 대구은행도 IMF 당시 공적 자금과 지역민들의 우리사주 운동 등으로 생존할 수 있었다.올챙잇적 시절을 외면하고 있는 금융권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은행들이 부산하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 등은 사회적 책임 실천을 위해 상생금융 지원에 나서겠다며 각종 지원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시중은행은 주택담보대출금리를 인하하며 바짝 꼬리를 낮췄다. 급한 불은 끄고 보자는 속셈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은 초과이익 환수 방안과 ‘횡재세’ 도입 논의를 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이몽룡은 ‘금술잔의 맛있는 술은 천 사람의 피요. 옥 쟁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농 떨어질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백성의 원성소리 높다’는 시를 지어 변학도의 탐학을 징계하고 다스렸다. 탐욕에 빠진 금융권이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때다. 함께 가야만 멀리 갈 수 있다.

2023-11-09

입동(立冬)의 계절에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푸근한 날씨가 이례적으로 계속되며 단풍이 곱게 물들더니 이제 안동에서 첫얼음을 보았다는 소식이 들린다. 평년보다 10여 일이 늦은 얘기이고 전국 곳곳에 첫서리가 내리고 고드름이 열렸다는 추위 소식도 들린다. 대지가 얼기 시작한 모양이다.이제 농촌에서는 1년 농사의 끝맺음으로 콩으로 메주를 쑤고, 찬 서리 맞은 배추와 무를 절여 김장을 담그는 계절이다. 입동(立冬) 전후 닷새 이내가 가장 맛 좋다고 하니 갖은양념을 섞어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를 만들어 장독에 넣어 한해의 양식으로 저장해 두면 마음이 푸근하리라. 지난 2년 전 뉴스를 달군 중국 어느 공장의 김치 담그는 장면이 떠오른다. 알몸 남성이 배추를 절이는 모습이 공개되면서 중국산 김치를 거부하는 공포가 확산하여 김치에 대한 원산지 집중 점검이 실시되곤 했었다. 그러나 김치는 미국 일본 등 해외수출량이 약 4만t으로 지난해에 비해 5% 정도 증가했다지만 매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것도 김치 종주국으로서의 자존심을 뺏겨버린 기분이다. 그래서 ‘알몸 김치’였던 중국산에도 손길을 뻗치지 않을 수 없음이 안타깝다. 최근 어처구니가 없는 ‘소변 맥주’와 더불어 중국산 식품에 대한 거부 운동이 일고 있다.누른 황금 들판에서 거두어들인 햅쌀로 시루떡을 만들고 치계미(雉鷄米)로 노인들에게 음식을 전해드리는 풍습은 우리의 경로(敬老)사상으로 주변에 훈훈한 미소를 짓게 한다. 또 가을걷이 후 초가지붕을 다시 덮으며 이엉 잇기하고 ‘입춘날 추우면 그해 겨울이 크게 춥다.’고 하여 군불 때어 바닥 말리고 하던 옛 시골의 정경이 떠오른다. 이번 첫추위 이후에 한파특보가 내려지면 땅속으로 파고드는 동물들처럼 우리도 조금 침체된 생활 속에서도 몸을 움직이며 꾸준히 삶의 에너지를 살려나가야겠다.11일은 ‘빼빼로 데이’다. 11월 11일, 아라비아 숫자 ‘11’이 가늘고 길쭉한 초콜릿 과자를 닮았다고, 30여 년 전 부산의 어느 여고에서 시작한 것을 롯데가 국내 최대의 ‘데이 마케팅’으로 추진했던 날이다. 지금은 젊은 연인들 사이에서 빼빼로나 선물을 주고받는 날로 자리 잡은 인기 있는 행사일이다. 11일은 또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여 빼빼로 데이와 약간의 트러블이 있기도 했지만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든 기념일이니만큼 서로를 잘 융합하여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면 좋으리니….한파특보가 내려졌다. 칼바람 속에 체감 온도가 떨어지면서 시민들도 겨울옷과 목도리 등 추위를 피하기 위한 모습들이 이제 겨울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다.정치계도 연일 찬 바람이 부는 한파로 걱정이다.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터무니없는 날 선 공방으로 밝은 미래를 원하는 국민은 연일 한랭 전선에 싸여있는 듯하다. 이 추운 겨울날 국민들의 마음에는 따스한 날들이 기대될 것인데 연일 쏟아내는 망발에 마음은 더 추워질 뿐이다.이제 나뭇잎 떨어져 나목(裸木)이 되면 풀들도 마르고, 만물 또한 활동을 접고 다음 봄날까지 휴식을 취하는 겨울, 그 초입의 계절인 11월에는 이제 추수 후 겨울잠을 자야겠지. 다음 따뜻한 봄날을 꿈꾸며….

2023-11-09

가짜뉴스와 여론조작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정보화시대인 오늘날에는 여론전 승패에 정당의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론을 선점하거나 장악한 정당이 보다 쉽사리 민심의 지지를 모을 수가 있고, 그것은 곧 선거의 승리로 이어진다. 여론전에는 좌파정당이 능하다. 공산혁명을 위한 핵심전략이 프로파간다이고, 그런 공산당 전술을 배운 좌파들이기 때문이다.지난 좌파정권 5년 동안 그들은 현란한 활약상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정권의 탄생부터가 그런 전략을 성공적으로 이용한 결과였다. 민노총이니 전교조니 하는 좌파단체들이 주동이 되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그것을 촛불혁명이란 명분으로 포장해서 대통령탄핵 정국으로 몰아갔고, 마침내 정권을 잡기에 이른 것이다.좌파정권이 제일 먼저 한 일 중의 하나가 언론장악이었다. 정권의 유지나 계승을 위해서는 언론을 통한 여론몰이가 필수적이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경영진부터 좌파노조가 장악한 것을 필두로 방심위를 통해서 여타 방송매체도 손아귀에 움켜쥐었다. 특히나 탁현민이라는 콘텐츠 기획 전문가를 발탁하여 각종 정부행사를 기획·연출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하지만 완전한 통제에는 미치지 못했으니, 우파성향의 신문들이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다, 방송활동을 못하게 된 정치평론가들의 유튜브 일인방송이 우후죽순 생겨나서 언론독점을 성토하고 비리를 폭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기 때문이었다.선거판을 뒤집을 뻔한 가짜뉴스의 일례로 소위‘윤석열 커피’사건이 있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기간 중에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의혹’으로 몰리게 되자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다.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의 주임 검사였던 윤 후보가 당시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를 만나 커피를 타 주고 수사를 무마했으니, 윤 후보에게 원죄(原罪)가 있다는 거였다. 그러나 이는 검찰의 대장동 수사에서 허위로 드러났다. 당사자인 조우형씨는 2021년 11월 “나는 윤석열 검사가 아닌 박모 검사를 만났다”며 이른바 ‘윤석열 커피’ 가짜 뉴스를 부인(否認)한 것이다. 대장동 사건의 핵심인 남욱 변호사도 그해 11월에는 “그런 얘기를 김만배씨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했다가 “조씨로부터 직접 들은 얘기가 아니라 착각한 것”이라며 발뺌을 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윤석열 커피’ 주장을 계속 확대재생산했고, 당시 친민주당 언론들은 대장동 관계자 또는 검찰발 기사로 이를 확산하면서 결과적으로 민주당을 뒷받침했다. 또 당시 검찰도 조우형씨 조사 등을 통해 허위임을 확인했으면서도 이를 방치해 가짜 뉴스를 묵인·조장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가짜뉴스와 선동정치가 민주사회의 가장 심각한 위협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선거철에는 여론조작이나 허위사실공표가 급증하게 마련이다.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켜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가짜뉴스와 여론조작을 차단하지 않으면 자칫 나라를 망칠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민의를 왜곡하는 여론조작과 가짜뉴스가 횡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2023-11-09

변화를 통한 병역판정검사 제도 발전

김종호 병무청 차장 최근 나타난 여러 현상을 접하면서 세상의 흐름이 급속도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병무청의 핵심정책이라 할 수 있는 병역판정검사 제도 역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방향으로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우선 병역판정검사의 정밀성 제고를 위해 지속적으로 전문 검사인력을 증원하고 첨단 의료장비를 도입하는 한편 검사 항목을 확대해 왔다.전문의 자격을 갖춘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를 비롯한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임상심리사 등 분야별 전문인력을 증원하고, 자기공명영상(MRI), 컴퓨터단층촬영(CT) 등 최신 의료장비를 매년 확충하여 더욱 세밀한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병리검사의 종류도 매년 1∼2종씩 점진적으로 늘려 2022년 신사구체여과율, 2023년 알부민 및 고밀도 콜레스테롤 등 검사 항목을 추가해현재 30종의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병역판정검사의 정밀성 강화뿐만 아니라 병역의무자 편익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병역판정검사를 통해 확인된 질병은 ‘건강검진결과서’ 제공을 통해 본인에게 알려주고 치료방법을 안내해 준다. 병역판정검사가 생에 첫 종합건강검진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또한, 20대청년들의 정신과 관련 문제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고려, 정밀심리검사를 추가하는 등 심리검사를 강화하고 정확한 진단으로 적기에 치료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병역판정검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비용도 지원한다.신체등급 판정에 참조한 병무용진단서와 의무기록지 발급비용을 지급하고 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 등 경제적으로 취약한 병역의무자는 외부 병원 위탁검사를 우선해 실시하고 있다.이외에도,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범죄 사건 등에 대한 재발 방지와 함께 더욱 정밀한 병역판정검사를 위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병역면탈 추적관리 및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병역면탈 통합 조기경보 체계도 준비하고 있다.병역판정검사는 실질적인 병역의무의 시작으로 병역의무자가 제일 먼저 병무청과 마주하는 곳이 병역판정검사장이다.따라서, 병역의무자들이 불안감을 떨치고 병역이행의 첫걸음을 잘 내디딜 수 있도록 사회의 변화 흐름에 맞추어 제도를 지속 개선함으로써 병역판정검사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속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2023-11-08

유혹에 넘어가는 순간, 나도 보험사기꾼이 될 수 있다

이희철포항남부경찰서 경위 실손보험을 악용한 보험사기 사건이 잇따라 증가하고 있다.특히 실손보험 사기 사건의 경우 회사원과 전업주부, 학생 등 평범함 일반 시민이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생각에 무심코 저지르게 되는 경우가 많아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병원 측의 제안으로 실제 진료 사실과 다른 진료 내역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받는 순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혐의로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년간 적발된 보험사기 규모가 1조818억원으로 매년 급증세를 보이던 보험사기는 급기야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다.보험사기로 적발된 사람들 또한 10만명이 넘어섰다.최근 포항에서도 이같은 혐의로 의사 및 관련자 5명이 구속되고, 120명이 넘는 환자가 불구속 입건됐다.정형외과와 피부과, 피부관리실이 짜고 브로커까지 고용해서 환자를 유치한 뒤 실손보험금 청구가 되지 않는 피부미용 시술을 해주고 도수치료를 받은 것처럼 허위의 진료내역서를 발급해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조사를 해보니 입건된 대다수 환자는 평범한 일반 시민이었다.“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금전적인 유혹에 넘어가 실제 진료사실이나 금액과 다른 허위, 과장 서류로 보험금을 받아 보험사기에 연루된 것이다.병원 측의 유혹에 넘어가 보험사기에 연루되지 않도록, 병원이나 브로커의 실손보험이 보장되지 않는 치료사항을 보험처리 해 주겠다는 제안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절해야 한다.또 보험금 청구 시 병원이 발급한 진료내역서, 영수증 등이 실제 진료받은 내용대로 작성되었는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등 주의가 요구된다.보험사기는 개인의 탈법 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선량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전가시키고, 공보험 재정악화 등 사회 전반에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하는 범죄임을 명심해야 한다.“세상에 공짜는 없다”눈앞의 작은 이익에 현혹되지 말고, 건전한 보험질서를 확립을 위해 우리 모두 경각심을 가지고 주의를 기울이자.

2023-11-08

詩가 있는 뱃나들마을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들판엔 가을걷이가 한창이고 단풍이 절정으로 치닫는가 싶은데, 절기는 어느새 오늘부터 겨울이 시작된다는 입동이다. 가을의 본색이 만산홍엽으로 몸살을 채 앓기도 전에 겨울의 입김은 벌써부터 조락(凋落)을 채근이라도 하듯이 돌풍을 내두르고 있다. 가을의 끝자락과 겨울의 초입이 오버랩 되는 미틈달은 잠시 쉬어가도 좋을 여유와 안식의 시간이다. 앞만 보고 달려온 듯한 빠듯한 삶의 여정에서 가쁜 숨을 고르며, 잠시 옆도 뒤도 둘러보며 성찰과 되새김에 잠겨보는 것도 괜찮은 일일 것이다.망중한의 이끌림으로 찾아간 곳은 문경시 호계면의 ‘시(詩)가 있는 뱃나들마을’이다. 마을 곳곳에 항아리나 나무, 기와 등에 지역출신 시인의 작품을 써서 전시해놓은 이색적인 곳이다. 간결하고 명징한 감성의 시에 홍조(紅潮)의 가슴으로 하나하나씩 시의 마을을 만들고 가꾸어놓은 손길에서 문향과 인향이 결 고운 단풍 잎새로 피어나는 듯하다. 문경의 젖줄 영강이 유유히 흐르는 강촌에 큰 느티나무와 죽림정 정자가 운치를 더하면서 아기자기한 시화작품들로 감칠맛이 더해지는 그곳에서 지난 주말, ‘커피시인’ 윤보영 시인의 전국 팬클럽 연합 독자모임이 소소하고 오붓하게 열렸다.전국적인 규모의 이번 행사는 지난 4월, 뱃나들마을(우로2리)을 ‘윤보영 시(詩)가 있는 마을’로 조성하면서 약속했었던 농촌에서의 문화축제 개최 후속편으로 ‘윤보영 시인과 함께 하는 제1회 전국 팬클럽 연합 독자모임’에 팬과 주민 등 150여 명이 참여하여 성황을 이룬 것이다. 참석자들은 이 마을의 예비 사회적기업인 ‘영강나루터’에서 제공한 따끈한 국밥 점심을 맛있게 먹고, 마을 주민들이 직접 농사 지은 농산물은 동이 날 정도로 구입하여 호응이 컸다.이어 팬클럽 회원과 주민들은 인천 무형문화재인 부평 두레놀이패의 흥겨운 풍물을 시작으로 함께 공연을 즐기고 시 낭송과 장기자랑, 윤 시인의 감성시쓰기 특강 등으로 하루를 즐겼다. 그리고 한 켠에서는 ‘윤보영캘리랜드연구소’ 회원들과 지방의 서예가가 신청인의 희망에 따라 윤보영 시를 캘리그래피로 써주거나 가훈·명언 등을 붓글씨로 써서 나눠주며 시향과 묵향에 젖어드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한 시인의 팬들은 강과 정자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뱃나들마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즉흥시를 지으며 담소하는 등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했다.전국에 8만여 명의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윤보영 시인의 팬클럽은 이같이 상생으로 함께하는 도농의 문화행사를 통해 도시인들에게는 문화적 만족감을 주고 농촌주민에게는 팬클럽회원 등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농산물을 직거래해 농가소득에도 도움을 줘서 윈윈하는 계기로 여겨진다. 독자들이 좋아하는 명시가 시인의 고향마을을 찾아가서 스토리가 있는 문화명소가 되고, 또한 시를 사랑하는 팬들이 명소를 찾아 음악과 시낭송 등의 테마로 작은 축제마당을 펼친다면, 그야말로 문화와 예술이 꽃피고 번성해지는 새로운 지향점과 성장 가능성이 되리라고 본다.

2023-11-08

‘황순이 가사집’을 읽다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지난 여름 황순이 선생께서 오랜만에 전화를 주셨다. 자작 가사집을 출간할 예정이라며 서평을 부탁했다. 오랜만의 소식도 반갑고 가사집을 낸다니 고마웠다. 예전 내방가사 공부할 때, 뚝딱 써낼 정도로 필력이 보통아님을 기억하고 있었다. 꾸준히 가사를 쓰셨구나 생각하니 참 대단하시다. 서평 쓸 위인은 못된다며 사양하며 짧은 발문을 써드렸다. 간단한 내방가사 소개의 글도 부탁하시길래 보내드렸다. 그 후 책 발간을 위해 꼼꼼하게 점검하는지 전화도 주셨고 출판기념회에 초청하셨다. 그리고 모바일 초청장이 왔다. 보고는 깜짝 놀랐다. 칠순기념을 위한 가사집 발간이라니. 20년 가까이 이런저런 일로 자주 만났다. 난 왜 내가 당연히 연장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황 선생께서 적어도 나보다 10년 정도는 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보다 3살이나 더 나이가 많음을 알게 된 순간 황 선생과의 만남, 식사, 대화나 통화의 내용들을 기억에서 떠올리려 애썼다. 찻자리 부탁도 꽤 했었는데, 혹여라도 실수한 건 없으려나, 무례했던 적은 없었나. 당혹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그러나 난 변명거리를 찾아냈다. 내가 그런 착각을 한 건 무리가 아니며 내 탓이 아니다. 황 선생은 일단 나이들어 보이지 않았다. 워낙 예의바르고 항상 공손했으며, 말투도 극존칭을 주로 쓰셨다. 이 모든 것 때문이다. 나보단 나이가 훨씬 어리겠지 착각을 할 만한 빌미를 내게 주셨다. 결례가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용서를….황 선생의 귀한 칠순잔치에 초대받아 황송한 스승 대접에 몸둘 바를 못 챙길 정도였다.나의 최선은 가사집을 꼼꼼히 읽는 거였다. 내방가사 9편을 엮은 자그마한 책, ‘백선에 꽃잎 날리며’는 ‘칠순이 된 순이 이야기’라는 부제가 말하듯 당신이 쓴 자기서사이자 생애사다. 프롤로그에서 ‘젊었을 때 부지런히 썼던 편지나 일기 쓰기가 나이 들어 책 쓸 만큼의 저력이 되지 못했’다고 겸양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4.4조의 음수율과 4음보의 음보율을 맞춰야 하는 가사는 수필보다 쓰기가 훨씬 더 어렵다. 중학교 담임선생님의 숙제를 다하신 셈이다. 내방가사는 조선 여성들이 일상 속의 특별함을 기록한 문학이다. 화전가, 유람가, 경축가, 탄식류의 가사가 그렇다. 대소가 여성들이 돌려 읽으며 소통하고 연대했던 공동체의 향유문화다. 황 선생의 가사들은 전통의 가사 유형에 딱 맞춘 수준이었다. 황 선생은 내방가사를 내면화하고 있었던 거였다.작품들은 따뜻하고 애틋하고 향기로웠으며 긍지에 가득찼다. 황 선생의 그런 생애가 구체적으로 기록되었고, 섬세하게 표현되었다. 한국의 전통다도를 학문으로 익혀 배운 차인이기에 차 관련한 기행가가 있고, 차인에 대한 추모가도 있다. 친구들과의 여행도 예사롭지 않아 역사와 문학을 테마로 한 기행가가 창작되었다. 유쾌한 친구들과의 소풍은 신명나는 화전가를, 어릴 적 친구를 조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쓴 가사의 애통함은 탄식가를 닮았다. 우리 옛 여성의 신명과 탄식과 자긍이, 그리고 전통과 역사에 대한 애정과 진지함이 가사에 그대로 투영됨을 읽었다.

2023-11-08

尹 대통령 대구방문, 보수분열 막는 계기되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구를 찾았다. 바르게살기운동 전국회원대회 참석, 칠성시장 방문,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윤 대통령이 정치적 고향이나 다름없는 대구에서 분주한 일정을 보낸 것은 민심파악과 함께 보수통합을 위한 상징적인 행보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의 대구 방문은 지난 4월 프로야구 개막전 시구와 서문시장을 찾은 뒤 7개월여만이다.윤 대통령은 이날 엑스코에서 열린 바르게살기운동 대회에서는 “대구에 오니 힘이 난다”고 했고, 칠성시장에서는 물가를 파악한 후 점심을 하면서 서민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후 달성군으로 이동해 박 전 대통령을 만났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이 12일만에 다시 만나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낸 것은 국민에게 보수결집 메시지로 읽힌다. 두 사람은 지난달 26일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에서 만났다.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업무스타일에 대한 회고와 최근 정상외교 활동, 산업동향 등을 주제로 대화했다고 한다.윤 대통령은 보수정권의 최대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지역에서도 최근 지지세가 불안하다. 좀 시간이 지난 데이터(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이긴 하지만, 본지가 추석연휴 직전 대구시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부정평가가 39.9%에 달했다. 보수텃밭인 대구에서 부정 평가가 40%에 육박한다는 것은 예사롭지 않다.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국민 삶이 고단해지면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강해지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총선공천과 관련해 “당내 낙동강 하류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고 언급해 TK지역민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혔다.TK지역민들은 보수정당이 어려울 때마다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며 당을 지켜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번 대구 방문이 그동안 쌓인 TK지역민들의 상실감을 치유하고 보수분열을 막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23-11-08

외국인 유학생 수입 시대

홍석봉 대구지사장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국내 대학이 유지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경북 지역 초·중·고교생 수는 최근 10년간 33만명에서 25만명으로 줄었다. 경북 대부분 시·군이 인구 감소 지역이다. 지방 소멸 위기다.학령인구가 줄면서 지방대학엔 외국 유학생이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됐다. 지난해 말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19만7천명. 교육부는 2027년까지 외국인 유학생 30만명을 유치하겠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은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생활비는 대부분 지역에서 소비한다. 지역의 부족한 일자리도 채워준다.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이 된다.일부 대학총장은 아예 동남아 국가에 나가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대학 홍보를 하고 각종 당근책을 제시하며 학생을 모집한다. 최근 10년간 국내 외국인 유학생 수는 두 배 이상 늘었다.경북도가 외국인 유학생 1만명 유치에 나섰다. 경북도는 지난 6일 도내 26개 대학 글로벌 인재 유치 담당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외국인 비자 정책 등 유치 지원 업무를 안내했다. 경북도는 우수 인재 유치를 위해 지역기업 및 유학원, 각국 대사관과 협업 방안을 강구 중이다. 유학생 유치는 고교까지 번졌다. 경북의 9개 직업계 고교가 내년도 외국인 유학생 65명을 선발한다. 자사고인 김천고도 내년 외국인 유학생 16명을 받기로 했다.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 유치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출산율 0.7명 시대에 학교와 산업현장의 인력난이 심각하다. 외국인 수입이 유력한 돌파구지만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비자발급이 까다로와 한국 정착을 어렵게 한다. 한국 문턱은 여전히 높다. 이 장벽부터 무너뜨려야 한다. 그것이 함께 사는 길이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3-11-08

정치의 계절, 국민의 다짐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정치권이 뜨겁다. 국민을 생각이나 하는지 정치의 진심은 헤아릴 길이 없다. 주권은 어차피 국민의 몫,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든 눈치를 볼 까닭도 없다. 국민은 소중한 한 표로 차갑게 평가하고 분명하게 심판한다. 국민이 선거를 앞두고 가져야 할 자세를 간추려 본다.첫째, 열린 사고. 나만 옳다는 생각을 이제는 벗기로 하자. 나의 주장만 옳다는 독선이 우리에게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가져다주었는지 우리는 모두 기억한다. 내가 맞다고 믿는 만큼 남들 생각에도 가치와 의미를 인정하기로 하자. 함께 고심하고 다 같이 만들어 가는 나라로 나아가기로 하자. 협상과 타협 없이는 늘 같은 자리에 맴돌 뿐임을 확인하고 명심하기로 하자. 둘째, 참여하는 마음. 투표로 참여하지만, 지켜보며 나의 권리를 지키는 민심을 살려야 한다. 이미 선출한 권력이 실패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목격하였다. 더 이상 권력의 오만과 편견, 독주와 욕망의 질주를 방관하거나 용서하지 않아야 한다.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는 국민을 무서워하는 정치권이 되도록 길들여야 한다. 당신들이 잘못하는 날, 국민은 언제라도 바꾸어 낼 것임을 가슴에 새기게 하자. 투표 이후에도 제안도 하고 쓴소리도 하여, 정치에 나선 이들이 긴장하게 하자. 셋째, 공감과 배려. 나라와 사회가 잘 되기 위하여 우리는 운명 공동체임을 명심해야 한다. 추격과 경쟁으로 치열하게 살아왔으니, 이제는 모두가 잘 살아가는 상생공동체를 한번 만들어 보기로 하자. 지역갈등도 부끄럽고 세대갈등도 이겨내야 한다. 온갖 차별을 넘어 화합으로 일어서야 한다. 사람이 모두 사람으로 존중받도록 하고, 다음세대 청년들을 더욱 세워 주어야 한다. 어려운 이웃들에 눈길을 돌리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흩어 버리지 않고, 모으고 모아 함께 잘 어울리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권력은 국민에게 있음을 확인한다. 세계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대한의 국민에게 손색이 없다. 더없이 높은 자긍심으로 더욱 싱싱한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지키고 이루어 낼 사람은 정치인이 아니라, 국민 각자임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 그들은 국민을 섬기고 국민은 나라를 성심으로 섬겨야 한다. 정치는 최선을 다하고 국민은 끊임없이 지켜보아야 한다. 정치는 더 이상 실족하지 않고, 국민은 더 이상 실수하지 말아야 하자.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이 시선은 불안하고 초조하다. 정치의 담론과 정치인의 대화 속에 나라가 안 보이고 민생이 안 들린다. 국격이 가라앉고 민심이 멀어진다. 정치는 욕망을 담아 공천과 표심을 바라겠지만, 국민은 일상이 답답하고 오늘 장바구니가 힘이 든다. 조금이라도 나은 내일을 기대하지만, 나아질 기미는 추호도 보이지 않는다. 정치의 성공은 공천에 달린 게 아니라 국민의 하루하루를 챙기는 진심에 달렸음을 기억해야 한다. 좌우 이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상의 고단함을 누가 덜어줄 것인지가 관건이 아닐까.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는다. 이번엔 다르게 펼쳐야 나라도 살고 국민이 산다.

2023-11-08

빈대 등 해충 방제에 강력한 선제 대응 필요

최근 전국에서 출몰하고 있는 빈대 확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합동대책본부가 출범한 데 이어 대구시도 빈대 확산 방지대책에 나섰다. 특히 대구는 지난달 대구의 한 사립대학교 기숙사에서 학생이 빈대에 물렸다는 신고가 접수돼 대학 측이 긴급 소독에 나서는 일이 벌어져 시민들의 불안감도 높아져 있는 상태다.전국적으로 보면 지난달 인천의 한 찜질방 매트에서 살아있는 빈대 성충과 유충이 발견됐고, 서울의 가정집에서도 빈대가 출몰, 방역 작업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재까지 방역당국에 접수된 빈대 의심 사례는 30여 건에 이른다.흡혈 해충인 빈대는 감염병을 전염시키지는 않지만 사람이 물리면 피부에 물집, 두드러기 등 염증과 가려움증을 유발한다. 감염병 못지않게 혐오감, 공포감을 주는 해충이다. 국내서는 1960년대 살충제 보급으로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으나 대구와 인천 등에서 신고가 접수되면서 상당지역에 이미 빈대가 재확산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간다.특히 최근 등장한 빈대는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돌연변이여서 강력하고 선제적 방역이 필요하다. 지난 여름 프랑스에서 빈대가 출몰해 내년도 올림픽을 앞두고 비상이 걸린 바 있고, 지난달에는 영국 런던 지하철에서도 빈대가 발견돼 충격을 주었다. 우리도 남의 나라 일이라 강 건너 불구경할 일이 아니다.최근 우리나라에 출몰한 빈대도 외국인이 다녀간 장소에서 발견된 것으로 파악돼 코로나 해제 이후 늘어난 해외 여행객에 의한 전파로도 짐작을 한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지하철이나 버스 그리고 숙박시설, 찜질방, 고시원 등은 방역 요주의 장소로 삼아야 한다.겨울이 시작되는 입동에도 불구 따뜻한 날씨 탓으로 모기까지 극성을 부리는 요즘이다. 지구온난화로 해충의 활동 기간이 늘어나고 내성까지 생겨 방역효과가 떨어진다. 보건당국은 보다 강력하고 선제적 방식으로 방역에 나서야 한다.지난달 대구에서 빈대 소동이 벌어졌는데 대구시가 이제와 빈대 방역에 나선 것은 늦은 감이 있다. 좀더 긴장감을 갖고 해충 방제에 대응하길 바란다.

2023-11-08

눈 뜬 장님

윤명희 수필가 딸과 통화를 하고 있는데 남편의 전화가 끼어들었다. 딸을 미뤄두고 남편의 전화부터 받았다. 그는 뚜렷한 용건도 없이 끊었다.다시 이야기를 이어가려던 차에, 또 신호가 왔다. 그는 다급한 목소리로 딸에게 내 신분증을 보내라고 한다. 방금 전에 통화했다고 해도, 그는 내 말을 듣는지 마는지 빨리 보내라는 말만 두어 번 하고는 끊었다.신분증을 보내던 중에 또 남편의 전화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정신이 없냐고 묻자 대답은 없고 신분증을 자기에게 보내라고 한다. 왜 필요하냐고 하니 느닷없이 버럭 화를 냈다. 급하게 신분증사본을 보내자마자, ‘딸이 원격으로’ 라는 그의 말이 어슴푸레 들렸다. 순간, 남편의 핸드폰이 내 명의라는 것이 떠올랐다.나는 사무실을 박차고 나와 뛰기 시작했다. 가슴이 벌렁거리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빤히 보이는 집은 멀기만 했다. 꼭대기 층에서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는 층마다 서고, 나는 평소에는 오르지 않는 계단을 뛰어올랐다. 숨을 헐떡이며 현관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비밀번호 숫자가 하얗게 보였다. 손가락의 기억으로 현관문을 열고 뛰어들었다. 놀란 신발이 따라 들어왔다.남편의 핸드폰이 식탁 위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식탁도 따라 울었다. 핸드폰을 손에 들자, 마치 쥐와 엉겨 붙은 도둑고양이의 발광 같은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도둑고양이가 내 집을 다 뒤지는 것이 소리로 보였다.그것을 멈추게 하는 방법은 전원만 끄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작동이 되지 않았다. 다급해진 나는 떨리는 손으로 딸에게 전화했다. 빨리 신고부터 하라는 말에 112를 눌러 더듬거렸다. 경찰은 비행기 모드로 하고 기다리라고 한다. 떨리는 화면은 전혀 초점이 잡히지 않았다. 몇 번이나 누르고 눌러 겨우 비행기 모드로 바꿨다.핸드폰이 축 늘어졌다. 도둑고양이의 기운이 손을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나는 그것을 탁자 위에 던지듯이 놓았다. 매일 손에서 놓지 않았던 것이 괴물이 되는 순간이었다. 금방이라도 비시시 다시 일어날 것처럼 보였다. 통화 내용 중에 도둑고양이가 남편이 내게 꼭 전해야 할 말만 들리게 하는 수법으로 교란시켰다는 것을 안 것은 나중 일이다. 나는 그제야 넋 잃고 서 있는 남편을 보았다.두 명의 경찰이 오고, 곧이어 젊은 경찰이 들어왔다.젊은 그는 도둑고양이가 깔아놓은 악성프로그램을 지워나갔다. 암호 같은 파일의 이름들을 빠른 손으로 처리하는 그를 멍하니 보았다. 통장에 돈이 없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라했다. 대출까지 한다는 말에 나는 다시 얼어붙었다. 신용대출에 카드대출까지, 훔쳐갈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핸드폰 속을 모르는 나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다는 사실에 몸이 휘청거렸다.벌써 줘버린 내 신분증으로 뭔 짓을 할지, 일 분 일 초가 불안한데 금요일 밤이다. 신분증 분실신고를 월요일 일찍 해야겠다는 내 말에, 딸은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이라며 한숨지었다. 답답해하는 딸의 마음이 보였다.예전, 이모 앞에서 깔깔댔던 내가 떠올랐다.30여 년 전, 이모가 딸네에 갔을 때 일이다. 딸은 점심약속이 있어 외출을 하고, 부지런하기로 소문난 이모가 집안 구석구석을 청소했다. 그녀는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밥 생각이 났다. 반찬을 꺼내놓고 밥을 푸려고 하자, 밥솥이 당체 입을 열지 않았다. 한참 전에 밥이 다 되었다는 신호까지 들었다.이모는 비틀어도 보고 당겨도 굴려도 보았지만, 그것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평생을 만지다시피한 밥솥뚜껑을 열지 못한다는 사실에 적잖이 당황했다. 밥솥 안의 밥을 번연히 보고도 굶어야 했다. 그녀는 딸이 새로 샀다고 자랑한 전기밥솥을 발로 사정없이 차버렸다고 했다.저녁때가 다 되어 허기진 배를 안고 우리 집에 온 이모 앞에서, 나는 ‘살짝만 돌리면 될 텐데 그 쉬운 걸 모른다고?’하면서 웃고 또 웃었다.핸드폰 앞에서 씩씩대는 지금, 갑자기 이모가 보고 싶어지는 밤이다.

2023-11-08

입동(立冬)과 명리 이야기

24절기 가운데 19번째가 입동(立冬)이다. 태양이 황경 225도에 위치하며, 태양의 복사량이 점점 줄어들어 날씨가 차가워진다.한자어로는 설 입(立), 겨울 동(冬)이다.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다. 올해는 11월 8일(음력 9월 25일)이 입동이었다. 낙엽이 모두 지고 추워지기 시작한다.사주명리학에서 입동과 소설을 포함한 양력 11월(음력 10월)은 해월(亥月)이다. 입동은 지지(地支)의 해(亥)에 해당하며, 해월(亥月)이 시작한다. 해월부터는 양(陽) 기운이 사라지고, 음(陰) 기운만 지배하여 천지 간에 차갑고 어두운 기운만 가득 차게 된다. 만물이 활동을 중지하고 휴식을 취하는 시기다.회남자(淮南子) 권3 ‘천문(天文)’에 의하면 “추분(秋分)이 지나고 46일 후면 입동(立冬)인데 초목이 다 죽는다”라고 하였다. 동면하는 동물은 땅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풀도 겨울을 나기 위하여 잎의 수분을 빼내고 누렇게 말라간다. 나무는 겨울에 대비하여 잎을 떨어뜨린다. 벌레도 알을 까놓고 자취를 감추는 때다.예전에는 농촌에서 입동 전에 밀, 보리와 마늘 양파 파종을 모두 끝내야 한다. 겨울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무를 캐서 무청으로 시래기를 엮고, 덜 자란 무로 동치미와 짠지를 담근다. 총각무는 수확해서 총각김치를 장만한다. 그리고 무말랭이와 시래기 말리기, 곶감 만들기, 땔감으로 장작 패기, 창문 바르기 등 기나긴 겨울을 지내기 위한 준비를 했다.입동에 하는 가장 큰 일은 김치 담그기와 수확한 콩으로 메주를 쑤고 볏짚으로 묶어 걸어두는 메주 만들기다.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치가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이때 만든 김장 김치를 독에 넣어 구덩이를 파고 땅에 묻어 보관해 오랫동안 먹었다. 요즘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김장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김장할 때 사용하는 고추는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로, 신대륙 발견으로 유럽에 소개되고 포르투갈 상인에 의해 일본에 전해졌다.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전후로 들어와 재배되기 시작했다고 한다.여기에 반론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조선 초기까지 먹은 김치는 동치미에 가까운 무로 만든 발효식품이었다고 한다. 배추는 1850년경 청나라에서 들어와 본격적으로 재배되어 우리가 즐겨 먹게 되었다고 한다.입동 무렵 미꾸라지들이 겨울잠을 자기 위해 도랑에 숨는데, 이때 도랑을 파면 누렇게 살찐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다. 이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하는 것을 도랑탕 잔치라고 했다. 미꾸라지는 양기(陽氣)를 돋우는 데 좋다고 한다. 가을에 누렇게 살찌는 가을 고기라고 하여 미꾸라지를 추어(鰍魚)라고 한 듯하다.특히 입동에는 마을 어른들을 모시고 경로잔치를 벌였는데, 이때 음식을 준비하여 대접하는 것을 치계미라고 하였다. 또한 시루떡을 장만하여 나누어 먹었다. 팥의 붉은 색이 액운과 귀신을 막아준다고 믿었다. 농가에서는 행운을 깃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웃들과 함께 나누었던 풍속이 이제는 추억 속의 이야기로 남아 있다.입동은 주역에서 중지곤(重地坤) 괘에 해당한다. 곤(坤)은 만물을 시작하게 하는 근원이며, 만물을 성장시킨다.만물을 증진시켜 이롭게 하고 완성시키는 유순함으로 올바름을 굳게 지킨다는 의미가 있다. 그래서 크게 형통하는 모습이다. 하늘의 기운을 받아들여 만물을 포용하여 모든 것을 낳고 기르는 위대한 생명력을 가진 것이 땅이며, 어머니다. 땅의 부드러움은 강한 것을 제압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중지곤(重地坤) 괘는 6개의 효(爻)가 모두 음(陰)으로 이루어졌다. 하늘과 땅이 음으로 가득한 완전한 음(陰)의 상태다. 음(陰)이 지극하면 변화한다. 변하여 또 하나의 양(陽)을 탄생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명리학에서 11월은 해월(亥月)이다. 해수(亥水)는 수(水) 기운이 강해 음(陰)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해(亥)는 동물로 돼지며, 강한 수(水)의 힘과 지혜를 의미한다. 그래서 사주에 해(亥)가 있으면 끈질긴 인내심이 있어 자기 분야에서 독창적인 연구를 하며, 혼자 묵묵히 실력을 쌓는 경향이 있고 지구력도 남다르다.입동은 나무의 죽음이 아니라, 새롭게 다시 태어나려고 스스로 땅속으로 되돌아가는 비장한 시기다. 나무가 죽어가는 모습은 아름답고 눈부시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사람은 가을 단풍놀이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고 행복을 만끽하는 한편, 나무는 화려한 모습으로 겨울을 준비하는 상태다.저녁놀의 아름다움은 언어로 표현할 수 없다. 태양은 지지만, 또다시 떠오른다. 아름다움과 추함, 태어남과 죽음은 다름이 아니다. 음양의 구분이 없는 차원이 무극이다.

2023-11-08

‘서울공화국’의 민낯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단어로 ‘서울공화국’이 있다. 모두 다 아는 바와 같이 이 말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집중된 인프라와 인구를 풍자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지만, 수도권의 면적은 전체 국토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서울공화국이 만든 숱한 문제는 굳이 열거하지 않아도 될 정도이며, 이에 따라 오래전부터 행정수도 이전을 비롯한 많은 해결책이 제시된 바 있다.지난 10월 30일. 여당의 대표가 시민의 대다수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이유로 경기도 김포시의 서울특별시 편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해서 큰 혼란을 일으켰다. 당장 서울로 출퇴근하는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도 서울로 편입해달라는 의견이 쏟아지고 한편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내년 총선을 앞둔 선거용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단 그 발언은 우리 사회의 두 가지 진실을 드러내는 것에 일조했다.첫 번째는 우리는 수도권·지방이란 구도에 익숙하지만,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다시, 또 구별 짓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억눌린 욕망은 적절한 계기를 만나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김포시민의 의견을 반영해서 서울 편입이 추진된다는 정부 여당의 발언을 도화선으로 고양, 하남, 안양 등 인접 지역의 욕망이 터진 사실 말이다. 서울에 편입됨으로써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제외하고 어떤 이득이 있는지 알기 어렵다.이번 사태는 그간 우리의 마음에 존재하던 욕망의 민낯이 위계적이고 경제적이란 점을 새삼 알려주는 것이다. 위계 서열화된 시스템의 가장 높은 것에 올라가야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명제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자본에 대한 욕망을 제어하는 최소한의 브레이크 장치가 정치권의 한 마디에 파열된 셈이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무엇보다 역대 정부가 지방균형발전이랑 명분으로 시행한 수많은 정책과 이번 정부의 ‘글로컬 사업’ 등과 같은 서울-지역의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이 엄연하게 존재하는 현실에서 극단의 시각이 불쑥 튀어나온 지금의 상황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여당의 대표는 그 발언이 지닌 모순과 갈등의 지점을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많은 사람이 지적하듯 총선을 앞둔 발언일까? 전자라면 그 무식함에 탄식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일이고, 후자라면 역풍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수도권’이 다 같은 수도권이 아니라는 현실을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위계화의 법칙이 엄혹한 현실에서 지역의 학생들에게 정주하며 꿈을 펼치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을까? 뭐 하나 선뜻 답하기 어렵다. 다만, 몇 가지 사실은 좀 더 명확해졌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꽤 오랫동안 반등하지 못할 것이고, 우리 사회에 잠재된 혐오의 감정도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 자신에게 묻는다. 만약 내가 김포에 거주하고 있었다면 여당 대표의 발언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이것 역시 쉽게 답하기 어렵다. 그래서 무섭다.

2023-1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