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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전기요금 차등제 균형발전 이루게 설계돼야

정부가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다르게 책정할 수 있는 지역별 차등전기요금제 도입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산자부는 올 6월부터 시작되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근거해 지역별로 전기요금을 달리 받을 수 있는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을 위한 용역을 발주했다. 이 제도가 도입될 시 발전소 가까운 지역에 사는 주민은 송전비용이 덜 드는 만큼 전기요금을 덜 내고 발전소와 거리가 먼 지역은 요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전기요금 차등제는 원전 등 전력발전 시설이 소재한 영호남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진작부터 시행을 요구한 제도다. 국내 전력사용량 1위인 서울의 전력 자급률은 겨우 8.9%다. 그러나 원전이 집중 몰려있는 경북은 201.4%, 부산은 216.7%, 전남 171.3%, 울산 102.2% 등으로 수도권과 동일한 요금을 매기는 것 자체가 불평등하다. 그리고 송배전망 설치로 인한 비용과 주민 갈등의 문제도 적지 않게 일어나 전기요금 차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았다.특히 전기 요금차등제는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기업 등이 전기요금이 낮은 지역으로 옮겨갈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지역에서는 차등제 시행을 주장했다. 반도체나 데이터센터 등 미래형 신산업의 경우 대규모 전력원을 필요로 한다. 원전지역 지자체들은 전기요금 차등제로 인한 지역 경제활성화에도 기대감이 크다.하지만 요금 차등제 실시로 요금 부담이 늘어날 지역의 반대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기료 차등제를 둘러싸고 지역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생길 수도 있다. 차등제 수혜지역 경계를 두고 형평성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시행령 준비에 나선 정부가 용역을 통해 충분한 검토를 하고 정밀한 제도를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요금과 절차 등 전기료 체제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당국은 만반의 준비로 새로운 제도가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시행령 마련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특히 이를 계기로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경제활성화가 이뤄지도록 정부와 해당 지자체들도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해야 한다.

2024-01-17

턱관절 이상과 통증

박용호 포항참사랑송광한의원장 턱관절이 아픈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지옥이 따로 없다고 할 정도로 많이 아프다고 한다.턱관절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턱관절 뿐만 아니라 두통이나 어지럼증 그리고 손이 떨린다, 턱이 떨린다, 몸의 감각이 이상하다 등의 이상증세를 같이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턱관절 문제는 단순한 턱관절만의 문제가 아닌 목 어깨 팔의 종합적인 문제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 턱관절 문제라면 병원에서 주는 간단한 소염제나 진통제 혹은 물리치료로 해결이 된다. 실제로 이런 경우는 간단하게 치료되고 재발 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간단한 소염 진통제로 해결이 안되고 지속되는 턱관절 통증은 목 어깨 팔 상부 전체적인 문제를 해결해줘야 좋아진다.지금 당장 등을 많이 굽히고 목을 앞으로 뺀 다음 입을 벌려 보자. 입이 잘 벌어지지 않고 턱에 무리가 가는 것이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등을 펴고 턱을 당긴 다음 입을 벌려 보자. 입이 훨씬 많이 벌어지고 쉽게 벌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턱관절의 높이는 경추 1번과 2번의 높이와 일치하고 이는 항상 같은 레벨에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대인들은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도 몸을 쓰는 노동직도 전부 등이 굽고 목이 앞으로 나온 일자목이 되어 상부 경추와 턱관절의 높이가 달라진다. 목이 앞으로 빠져 있어 턱을 벌릴 때 부하가 많이 실리고 이에 관절에 염증이 발생하고 오래되면 아탈구 그리고 관절에 변형이 오게 된다. 오래되고 심해질수록 턱의 통증은 심해지고 잘 낫지 않는다.굽은등과 일자목을 교정하고 상부 경추 1번과 2번 그리고 턱관절의 가동술을 늘리는 추나를 기본 치료로 아픈 턱 주변의 교근을 풀어줄 수 있게 침과 약침 부항 등으로 치료를 하면 된다. 심하지 않은 사람은 몇 번 치료로 유의미하게 통증 감소가 일어난다. 그러나 최대한 좋아질 수 있게 끝까지 치료를 해야 한다. 턱관절은 조금 괜찮다고 다시 방치하면 다시 반복될 수 있고 만성으로 진행된다. 만성으로 진행되면 턱관절의 근육과 힘줄의 긴장과 염증으로 관절의 작은 변형이 오게 될 수 있다.평소엔 항상 등과 어깨를 펴도록 하고 뒷머리쪽의 뼈와 목이 연접되는 후두하근 부분을 자주 눌러 마사지를 해주고 또 목 옆의 흉쇄유돌근과 사각근을 만져서 풀어주면 도움이 된다. 물론 아픈 쪽의 턱관절을 자주 만져서 주변 근육을 풀어줘야한다. 귀 위쪽의 측두근도 같이 풀어주면 좋다. 시간이 될 때마다 자세를 바로 하고 꾸준히 마사지를 해주는 것이 좋다.음식은 부드러운 음식 위주로 섭취를 하고 몸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자극적인 음식을 안먹는게 좋다. 목과 어깨 등의 틀어져 있는 곳이 풀리고 교정되고 근육이 풀어지면 턱관절이 좋아지고 같이 생긴 두통이나 어지럼증 등의 이상 증상도 좋아진다. 턱관절 치료는 척추 교정과 치료의 마지막이고 꽃이라 할 만큼 중요하다. 척추 질환 뿐만 아니라 전신의 모든 병의 치료를 턱관절 위주로 보는 곳도 있을만큼 중요한 곳이니 아프면 빨리 치료를 받고 해결하는 것이 좋다.

2024-01-17

손주들과 극장 나들이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며칠 전 며느리가 손자를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찍은 사진을 가족 SNS에 올렸다. 학교에 올라가는 손자의 뒷모습이다. 사진 속 손자의 등짝엔 무거운 가방의 무게만큼이나 크게 툴툴거리는 소리도 보였다. “이게 무슨 방학이야 라고 하면서 갔네요”라는 며느리의 문구에 왈칵 안쓰러움이 밀려들었다. 맞아 왜 아니겠어…. 모름지기 방학은 평소 맘껏 못했던 것을 누리는 해방구가 아닌가.늦잠도 자고 뒹굴거리면서 놀아야 한다. 학교 때문에 하지 못했던 이런저런 다양한 체험이나 여행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우리 어렸을 적엔 방학 내내 외갓집, 이모집, 큰집으로 가서 실컷 놀기도 했다. 그런데 이 시대 나의 손자는 방학임에도 방학을 누릴 수 없다. 한 달 남짓의 방학 중 단 3일을 쉬고는 다시 등교한 것이다. 학교에서 시행하는 다양한 방과후 수업을 위해서다. 학기 중이라면 급식을 할텐데 방학 중엔 그것도 없어 도시락을 무겁게 메고 학교에 간다.월요일과 목요일엔 컴퓨터, 화요일엔 미술, 수요일엔 주판, 금요일엔 로봇과학, 토요일의 축구까지 일주일을 꽉 채운 방과후 수업. 9시에 돌봄교실에 들렀다가 오전에 시작하는 수업을 마치고 돌봄교실에서 점심 먹고 친구들과 좀 놀다가 학원엘 간다.학원에서는 수학과 미술, 피아노 등등을 공부하고 마치면 또 태권도장에 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저녁 6시가 훌쩍 넘는다. 수업을 하는 것 빼고는 학기 중과 다를 바가 없다. 이렇게 한숨도 돌릴 수 없는 손자의 방학 스케줄은 듣는 나도 숨이 막히는데 저는 오죽하랴. 그러니 이게 무슨 방학이야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느리가 보낸 사진과 사연은 내게 큰 용기를 주었다. 단 며칠만이라도 손자의 숨통을 트게 해주고 싶었다. 평소 며느리의 육아와 교육에 전혀 간섭을 하지 않는 철칙을 한 번만 깨고 싶었다. 며느리에게 부탁 아닌 협박을 했다. 단 며칠만이라도 쉬게 해주자. 이런저런 체험도 하고 여기저기 놀러 다닌 후, 학교에 열심히 다니겠다는 다짐을 받자. 힘들지 않겠냐는 며느리를 안심 시킨 후 스케줄을 짰다. 유치원 다니는 손녀의 방학과 겹쳐 같이 데리고 다닐 수 있었다.계획 중의 하나는 극장 나들이였다.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를 찾았더니 마침 상영중인 애니메이션이 있었다. 공중예의를 지켜야 하는 극장에서 혼자 둘을 감당하기는 벅찰 듯하여 안사돈을 소환했다. 안사돈도 흔쾌히 동참하셨다. 안사돈은 나의 도발을 적극 지지하셨다. 애들의 빡빡한 스케줄에 숨가빠하셨고, 며칠을 외갓집에서 머물게 할 수도 없음에 안타까워하셨던 터였다. 손자와 같이 모바일로 사전예매를 했다. 자리를 찾아 지정한 것도 손자였다.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 통통 튀듯 걷는 발걸음에 신남이 묻어있었다. 커다란 팝콘과 핫도그를 사 들고 자리를 스스로 찾고, 자리도 제 마음대로 지정한다. 쉼없이 재잘거리며 간식을 맛있게도 먹던 손자는 영화가 시작되자 몰입하여 팝콘도 핫도그도 옆에 앉은 할머니도 잊어버린다. 잠시라도 방과후 수업도 학원 수업도 잊었으면 좋겠다.

2024-01-17

울릉도 주민이 생각하는 ‘호들갑’…독도에 대한 언론의 태도

울릉도 주민들은 일본이 독도를 자기들 땅이라고 우기는데 대해 크게 반응하지 않는다. 과거에도 현재도 미래에도 울릉도 주민들이 지켜내야 할 ‘당연한 우리의 텃밭’으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독도에 대한 정부와 언론 반응에 대해 정작 해야 할 일에는 무심하거나 침묵하다가 별일 아닌 일에 호들갑을 뜬다고 생각한다.  지난 14일 KBS1 ‘KBS 뉴스9’ 북한이 올해 처음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울릉도와 독도 사이를 EEZ 경계로 주장하는 일본의 입장이 담긴 그래픽 지도를 10초가량 송출했다. EEZ(배타적경제수역)는 연안으로부터 200해리 수역 안에 들어가는 바다를 뜻한다. 연안국은 수면으로부터 해저까지 생물과 무생물 자원 이용에 대한 관할권이 인정된다. 다른 국가의 배 또는 비행기가 지나가는 것을 막지 못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영해와 다름없는 권리가 미치는 곳이다. 따라서 KBS가 독도를 우리나라 200해리 수역 밖으로 표시했다. 그러자  KBS 방송을 비난하는 보도를 40여 언론에서 50여 건을 다뤘다. 물론 KBS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난 1일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노토(能登)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7.6 강진이 발생을 때 울릉도 독도에 쓰나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보도한 언론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일본 서해에서 지진으로 쓰나미가 발생하면 동해안에서 가장 먼저 도달하는 곳이 독도다. 이날 일본 방송은 독도에 쓰나미 영향이 미친다는 내용을 자세하게 보도했다.  독도가 우리 땅이라면 그곳에 거주하는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다. 쓰나미로 인한 독도와 울릉도 주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의무는 외면하고 일본이 독도해일 도달과 영향을 지적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주객이 전도된 듯하다. 태풍 진로 정보도 한반도를 지나면 우리나라는 영향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그때 독도와 울릉도는 태풍의 한가운데 놓이는데도 우리 언론은 모두 외면하고 있다.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이 나올 때마다 정부와 언론은 비난성명을 내며 난리법석이지만, 정작 독도를 어떻게 관리하고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에 맞서 독도 울릉도 주민과 관광객들의 생활안전보호 등 실효적 지배 능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두한기자kimdh@kbmaeil.com

2024-01-17

경북도 10개 시의회 청렴도 최악 성적 받고도 자정 노력 없어

피현진 경북부 경북도 10개 시의회가 최악의 종합청렴도 성적을 받고도 무대책으로 일관하고 있어 자정 능력 자체를 상실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4일 92개 지방의회(광역의회 17개, 기초 시 의회 75개)의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이번 평가에 따르면 경북 10개 시·군 의회 중 1등급과 2등급을 받은 곳은 한 곳도 없었으며, 구미·경산·경주시의회가 3등급, 김천·상주·문경·영주·영천시의회는 4등급, 포항·안동시의회가 5등급이라는 성적을 받았다. 청렴체감은 부당한 업무 처리요구가 22.06%로 가장 높았고, 계약업체 선정 관여 19.37%, 심의·의결, 개입·압력 16.18%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이 같은 평가 결과가 나온지 약 10여 일이 지난 지금 평가 대상이 되었던 시의회 중 단 한 곳도 이번 청렴도 평가 결과와 관련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듯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것이 전부다. 시의회 전체를 대상으로 한 평가다 보니 개개인의 의원들은 이번 평가가 마치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듯이 행동하기도 한다. 당연히 자신들을 선택해 시의회에 입성시킨 시민들에게 사과하는 의회 역시 단 한 곳도 없었다.다만 일부 시의회에서는 이번 평가와 관련 어떤 대책을 가지고 있는지 묻는 기자에 대해서만 ‘청렴’교육을 강화하겠다거나 혹은 관련 자료에 대한 제출이 미흡해 이런 평가를 받았다는 말로 얼버무리고 있다.그렇다면 과연 이번 평가가 ‘청렴’교육이 부족해서 일까? 경북 각 시의회는 매년 ‘청렴’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일부 시의회는 이 같은 교육을 목적으로 국내 유명 관광지로 외유를 떠나기도 한다. 과연 그들은 그 길에서 어떤 ‘청렴’에 대한 교육을 받았을까?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청렴도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묻는 질문에 어떤 시의회는 전 시의원들이 ‘청주’에 가서 ‘청렴’관련 교육을 받겠다고 대답했다. 차라리 ‘청렴’은 관심 없고 우리에게 주어진 4년 동안 (걸리지만 않는다면)할 수 있는 비위는 다 저지르겠다고 답하는게 차라리 솔직해 보인다.지방자치법 44조는 지방의회 의원은 소관 상임위원회 직무와 관련한 영리 행위를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경북 각 시의회의 의원에 대한 비위(非違) 기사는 매년 수 차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는 실정이다.이 같은 사실만으로도 이들이 생각하는 ‘청렴’은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지켜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을 읽을 수 있다.여기서 언급하는 의원들은 전체 의원이 아닌 일부 의원이다. 알 수는 없지만 일부 의원이 맞았으면 좋겠다. 풀뿌리민주주의의 핵심인 지방의회의 존속을 위해서라도 그랬으면 좋겠다./phj@kbmaeil.com

2024-01-16

경북, ‘국제 바이오시장’ 주역으로 등장한다

경북도가 새해에 백신·제약, 뷰티 분야 등 바이오산업의 인프라를 체계적으로 구축한다. 국제적으로 도시간 경쟁이 치열한 바이오·헬스 산업의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바이오·헬스 산업은 엄청난 투자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분야다. 경북도는 우선 재단법인 형태의 ‘국가첨단백신개발센터’ 설립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이 활용될 이 센터는 신종 감염병에 대비한 백신 후보물질 발굴, 백신 항원 생산과 저장 기능을 수행한다. 안동 백신상용화기술지원센터를 교두보로 해서 동남아 바이오의약품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제약회사인 파르마니아가(Pharmaniaga), 태국 국립백신연구소(NVI)와 공동연구 협력관계를 구축할 계획이다.포항에서는 포스텍(포항공대) 바이오미래기술혁신연구센터가 지난해 정부 ‘혁신연구센터 공모’에 선정돼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 대한 연구를 본격 추진한다. 이 연구센터는 향후 10년간 총사업비 577억5천만원(국비 487억원)을 지원받는다. 경북도는 이와함께 올해 제3회 경북 바이오산업 엑스포를 대대적으로 개최해 바이오산업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방침이다.경북도가 대구시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밸류체인 컨버전스 사업’에 대한 기대도 크다. 총사업비 100억원 규모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지원하는 이 사업은 원료부터 수출까지 뷰티산업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경북도내 6개 뷰티산업 관련 기업들은 지난해 7월 경북도 지원으로 ‘2023 비엣뷰티 코스모뷰티 베트남’ 행사에 참가, 국제적인 시야를 넓혔다.바이오·헬스산업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건강, 식량, 기후 문제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정부도 새해에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으며, 미국과 바이오 경제 활성화 협약도 맺었다. 경북도가 윤석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세계적인 바이오산업 선도도시로 등장하길 바란다.

2024-01-16

與공관위에 정말 ‘공천데이터’ 쌓여있을까

심충택 논설위원 국민의힘이 16일부터 공천관리위원회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이르면 설 연휴 전에 수도권에서는 공천심사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현역의원 교체비율이 높아질 TK(대구·경북)지역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3월 28일에 임박해서 공천자가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3지대 5개 신당 모두가 공천탈락 현역들을 한 명이라도 더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3월 하순 현역의원 숫자’로 정당기호를 정하기 때문에, ‘기호3번’을 차지하기 위한 신당들의 경쟁이 치열하다.인요한 혁신위가 ‘영남권 희생론’을 제기한 이후 TK지역 현역들은 너나없이 물갈이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대구에서는 ‘현역 1~2인 생존설’까지 거론된다. 현역 교체율이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4년 전 총선 때 나타난 공천파동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 당시 미래통합당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까지 합쳐 103석의 의석을 확보해, 보수정당 역사상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정영환 공관위원장은 “공천에 활용할 데이터가 엄청나게 쌓여 있다”고 자신했지만, 역대 보수정당의 공천과정을 되돌아보면 큰소리칠 일은 아닌 것 같다. 당무감사를 통해 현역의원에 대한 컷오프 근거자료는 많이 확보해 놓았을지 몰라도, 영입인사에 대한 검증데이터는 충분할 수가 없다.‘정영환 공관위’는 4년 전 미래통합당 공천책임자였던 김형오 전 국회의장의 ‘공천고백기’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김 전 공관위원장은 21대 총선 공천 실패원인을 ‘총선 참패와 생각나는 사람들’이라는 책에 상세하게 기록해뒀다. 일종의 징비록이다.한 부분만 소개하면, ‘우리는 공천 심사 과정에서 자료 부족으로 허덕였다. 한마디로 있어야 할 자료는 거의 없었다. 공천신청자들이 제출한 서류와 자기소개서 외에 선거구별로 한 페이지짜리의 역대 총선 결과표가 전부라 할 정도였다. 공천 업무를 다루는 공관위원들이 깜깜이 공천에 임해야 했다’고 했다. 정영환 위원장이 “공천데이터가 쌓여있다”고 한 상황과는 딴 세상이다.최근 ‘한동훈 비대위’가 영입한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 공개되면서 잇달아 잡음이 발생한 것은 모두가 관련인물에 검증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전략공천 대상자도 이런 식으로 결정하면 공천과정에 큰 혼란이 생긴다. 김형오 전 공관위원장이 “공관위는 공관위원들로만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전략기획단, 홍보지원단과 대변인, 그리고 검증단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공천후폭풍’을 잘 대비하라는 충고다.여당 공관위에 이철규 의원이 합류한 것을 두고 뒷말이 많지만, 나는 불가피한 인사라고 본다. 마지막 남은 친윤 실세인 이 의원은 얼마 전까지 당 사무총장과 인재영입위원장을 지낸 핵심 당직자다. 정영환 공관위의 활동기간이 짧아서 당이 과거 축적해둔 유무형의 공천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이 의원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특히 물갈이 폭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영남권의 ‘공천파동’을 최소화하려면 공관위가 전략공천자에 대한 ‘설득력 있는 데이터’를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2024-01-16

글로벌 리스크 ‘기상이변’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경제포럼은 얼마전 연례 ‘글로벌 리스크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극심한 기상 이변’이 세계가 직면한 최대 리스크라고 밝힌 바 있다. 각 분야 전문가 1천500명을 대상으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위험요인을 설문조사한 결과여서 신뢰도가 높다.이번 조사에서 밝혀진 10개의 지구촌 장기리스크 중 5개가 환경과 관련 리스크로 나타난 것 또한 주목할만 한 결과다. 지구촌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각종 조사에서 드러난 내용을 보면 그 심각성이 날로 깊어진다. 그러나 시시각각 다가오는 지구촌의 심각한 기상이변에도 전세계는 매우 더딘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 또한 이상한 일이다.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은 최근 2023년 지구표면 온도가 1901∼2000년 평균치보다 2.07도 높아진 것으로 집계했다. 해양 열파와 엘니뇨 현상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미국의 일간지 USA투데이는 “2023년은 12만5천년만에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 보도했지만 기상전문가들은 올해가 작년보다 더 더울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작년 말 기상청이 발표한 우리나라 지역별 기후변화 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과 같은 수준의 온실가스가 배출된다면 2081∼2100년도에는 한반도 일부지역에서 겨울이 사라진다고 예측했다. 탄소배출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서울의 경우 겨울이 37일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서울의 봄이 1월말이면 시작된다는 얘기다.부산은 40년 안에 겨울을 볼 수 없는 곳으로 바뀐다. 전국에서 가장 폭염일수가 많은 대구는 현재 32일의 폭염일수가 최대 120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끔찍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16

수도권 쏠리는 반도체, 지역균형발전 어쩌나

정부가 민관투자로 2047년까지 총 622억원을 투자해 경기도 남부 일원에 세계 최대반도체 메가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세계시장에서 날로 격화되는 반도체 경쟁에 앞서기 위한 정부의 대대적 투자로 이해가 되나 여의도 면적의 7배나 되는 대규모 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된다는 사실이 우려스럽다. 가뜩이나 인구와 산업, 문화, 행정 등 모든 기능이 몰려 있는 수도권에 대한 집중 투자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더 벌릴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한국의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 수출의 약 20%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 비중이 높다. 반도체가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우리나라는 미국, 대만, 일본 등과 함께 세계 반도체 산업의 강국으로 손꼽힌다. 치열한 반도체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잠시도 노력을 게을리할 수 없는 처지다.정부의 반도체 산업 육성계획은 이런 측면에서 이해가 된다. 그러나 국토균형발전을 국가적 아젠다로 삼고 있는 상황에서 꼭 수도권에 대규모 투자를 해야하는 건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번 발표된 내용을 보면 평택·화성·용인·이천·안성·성남판교·수원 등 경기 남부지역 일대에 공장을 세운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20년 이내 300만개 양질의 일자리가 생긴다면 지방인력이 블랙홀처럼 그곳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적어도 세계 최대 반도체클러스터를 조성한다면 지방과의 균형발전 측면은 고려하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지방의 대부분 도시들이 노령화 등으로 인구소멸을 걱정하고 있는데 수도권에만 인구가 몰린다면 그것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없는 것이다. 지방의 경제가 살아야 국가의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특히 구미는 국가첨단전략산업에 따라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됐으나 이번 발표에 일체 언급이 없다. 수도권 반도체클러스터에 묻혀 특화단지 의미가 축소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비수도권에도 상응하는 특단 대책이 나와야 한다.지역의 경쟁력이 국가의 경쟁력이라 말한 정부 정책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2024-01-16

인재경영과 기업경쟁력

정상철 미래혁신경영연구소 대표·경영학 박사 일류기업의 성공 비밀은 무엇이 있을까. 일류 사원이 일류기업을 만든다고 한다. 기업 내 일류 사원은 인재경영에서 양성되고 만들어지는 것이다. 인재경영은 조직이 전략적으로 인재를 관리하며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고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의미한다. 인적자원관리(HRM)의 한 특면으로 조직이 적절한 인재를 확보하고 유지하며, 그들의 능력을 개발하여 조직의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인재경영은 전략적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채용, 교육, 개발, 보상 등의 다양한 관리 활동을 통해 조직 내의 인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인재경영 조건은 다양하며, 주요 조건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전략적 비전과 목표 설정이다. 조직은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인재가 필요한지 명확히 해야 한다. 둘째, 탄력적인 조직문화이다. 인재는 조직문화에 영향을 받으므로 탄력적이고 긍정적인 문화가 필요하다. 셋째, 능력있는 리더십이다. 탁월한 인재경영은 능력있는 리더십에 달려있다. 리더들은 팀을 이끄는 데 필요한 역량과 리더십 스킬을 갖춰야 한다. 최근 MZ세대가 기업의 중심을 이루어 나가고 있어 2030세대와 기성세대 간 세대공감 조직을 만들어 젊은이의 톡톡 틔는 아이디어와 선배들의 노하우를 접목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이다. 넷째, 효과적인 인재채용 및 선발 프로세스이다. 적절한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효과적인 채용 및 선발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다섯째, 개발과 교육이다. 인재는 계속해서 성장 발전해야 한다. 조직은 직원들을 개발하고 교육하여 전문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여섯째, 공정한 보상과 인센티브 시스템이다. 공정하고 매력적인 보상시스템은 인재를 유지하고 유혹할 수 있는 요소이다. 일곱째, 효과적인 의사소통이다. 열린 의사소통은 조직 내에서 투명성을 제공하며 직원들이 참여하고 소통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을 만족시키면 조직은 인재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유지할 수 있다.국내외 선진기업의 인재경영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창의성, 도전정신, 글로벌 역량을 강조하며, 직원들의 전문성과 열정을 존중하는 문화를 추구한다. 지속적인 학습과 성장을 장려하며, 다양성과 혁신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성공을 이루고자 끊임없이 미래를 향해 도전한다. 일본전산은 ‘밥 빨리 먹는 사람을 채용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우리는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을 채용해서 인재로 만든다’는 경영철학에 따라 다양한 인재육성 프로그램으로 끊임없는 교육과 훈련을 거쳐서 자기분야에 최고의 기술자를 지향하고 모든 학습과 훈련의 역량 향상이 개인의 성장 비전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기업의 역량은 그 조직의 구성원과 제도, 긍정조직문화기반에서 시작된다. 제도는 기업의 인사실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사람과 인사조직문화가 기업의 격이 되고 기업의 격이 생존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2024-01-16

새해 시산제 산행을 하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새해 들어 첫 산행을 했다. 몇 년 전부터 월 1회 산행계획을 세웠었지만 점차 바빠지는 일상 속에 번번이 못지켜져서 여간 아쉽지가 않았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정말 건강도 챙길 겸 산과의 교감을 통해 좀 더 새롭게 거듭나자는 나와의 약속을 다지며 첫 산행을 하게 된 것이다.산은 늘 그 자리에서 언제나 반기고 품어주는데 무엇에 쫓기고 발목이 잡혀 가까운 산조차 즐겨 찾지 못했던 것일까? 핑계 같은 변명이지만 산행에 대한 나의 의지가 약해졌거나 계획실행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일 것이다.마침 오래 전부터 뜸하게 참여하던 모 산악회에서 시산제 산행을 가까운 경주 오봉산으로 한다기에 선뜻 신청하여 함께 떠나게 됐다. 경주시 건천읍에 소재한 오봉산(五峯山)은 다섯개의 봉우리가 올망졸망 서 있는 모양새를 따서 닭벼슬산으로 불리기도 하며, 선덕여왕의 3대 대표 유적지인 ‘여근곡’과 정상 부근의 거대한 바위벼랑 ‘마당바위’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산행에 동참한 일행은 건천읍 신평리의 주차장 한 켠에서 서남쪽으로 둘러쳐진 오봉산을 병풍삼아 시산제 제단을 마련하고 상차림과 제례를 준비했다.시산제(始山祭)는 산악인들이 새해에 산신령에게 올리는 일종의 제사의식으로, 한 해의 안전한 산행을 기원하고 먼저 간 산우들의 추모와 산행의 무사함을 빌면서 산악회의 전통과 정신을 담는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다. 새해 첫 산행의 시산제를 통해 산신령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산악회의 철학과 신념을 나타내며 산악인의 단합과 발전을 도모하기도 한다. 이러한 염원을 담아 정성스럽게 올린 시산제를 마치고는 간단한 음복과 음식 나눔으로 새해 덕담을 나누거나 근황을 얘기하며 이내 친숙한 분위기에 젖어들기도 한다.시산제의 의식을 치른 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면서 일행은 작은 마을과 저수지를 지나 천년 고찰 유학사 용왕당 앞의 소원돌을 돌려보기도 하고, 여근곡의 중심부에 있는 신비스러운 옥문지(玉門池)의 샘물을 받아 마시며 목을 축이기도 했다. 계단과 가파른 등로를 한참 오르니 능선으로 이어지는 탁 트인 시야에 건천읍 일대가 한눈에 들어와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듯했다. 이윽고 오봉산 정상에서 등정의 예를 갖추고, 정상 바로 아래의 거대한 바위마당에 둘러앉아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옛 신라 화랑들이 바위마당에서 길렀다는 호연지기를 상기하기도 했다. 또한 정상 부근의 주사암 암자에서 울리는 염불과 목탁소리를 들으며 대웅전과 요사채에 세로로 걸린 주련(柱聯)의 한문 문구를 훈독하기도 했다.하산길은 언제나 여유롭고 느긋하다.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일행들과 못다 한 대화를 나눈다거나 올라갈 때 미처 못 본 정경을 눈에 담으며 안도하기도 한다. 산은 오르는 사람에게 늘 많은 것을 베풀고 들려주며 보듬어준다. 올해부터는 정말 작은 것 하나라도 제대로 실천하고 뭔가 변화되는 루틴을 확고하게 살려 바쁜 듯이 느긋하게 일상을 채워가리라 다짐해본다.

2024-01-16

아낌없이 주는, 모감주나무

나무 끝에 매달린 꽈리 모양 씨방이 바람에 흩날린다. 짙은 갈색의 씨방은 곧 세 개로 분리되어 멀리 떠나간다. 각각의 씨방에는 검은 알맹이가 하나둘 붙어 있다. 물에 떨어지면 항해하는 돛단배가 되고, 바람이 불면 하늘을 나는 패러글라이딩 선수가 된다. 뿌리를 내리기 위한 생존 여행을 시작한 모감주나무 열매는 자연을 항해하며 자신이 안착할 장소를 찾는다.모감주나무는 한국에서는 서해의 안면도와 남해의 완도 그리고 포항 등에서 군락을 이룬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주로 바람이 많이 부는 해안선을 따라 번식하고 있는 나무로 중국이나 일본 혼슈 해변에서도 발견된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전파되고 다시 일본으로 넘어간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고유 자생종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한 모감주나무는 세계적인 희귀종으로 여러 나라에서 관상수로 많이 심어지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평양의 백화원에 방문했을 때 기념식수로 모감주나무를 심기도 했다.모감주나무는 장마철이 다가오면 노란꽃이 황금처럼 떨어진다하여 황금비나무 또는 금우수(金雨树), 검고 딱딱한 열매(금강자)로 염주를 만든다하여 염주나무, 나무에서 노란 돈이 떨어진다는 요전수 (摇钱树), 불교와 관련 있는 보제수 또는 보리수, 환자가 없다는 뜻으로 무환자(無患子)나무, 열매를 비누대용으로 사용하여 비누나무라고도 불린다. 모감주라는 이름은 무환자의 옛말 ‘모관쥬’에서 비롯되었다고도 하고, 중국의 고승 ‘묘감’이 염주를 만들었다하여 묘감주나무라 불리다 모감주나무가 변화되었다고도 하며, 보살의 가장 높은 경지인 묘각(妙覺)에서 유래한 말이라고도 한다. 무엇이든 예부터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혜택을 준 쓰임이 많은 나무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포항은 1992년 12월 23일 발산리의 모감주나무와 병아리꽃나무군락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높이는 8~49미터까지 자라고 해안가의 평지나 산의 사면에도 잘 자란다. 포항 군락지는 교목층이 62%, 아교목층이 66.3%, 관목층이 37.3%, 초본층이 80.3%로 타 군락에 비해 생존율이 높고 고사비율이 낮은 편이다. 기름새·까마귀밥나무·쥐똥나무·복사나무·주름조개풀·으름덩굴 등도 함께 잘 자란다. 번식은 주로 종자가 날아가 뿌리를 내리는데, 햇빛을 좋아하고 바닷가의 염분과 공해에도 강하며, 척박지에서도 잘 자란다. 6~7월에 걸쳐 노란색의 꽃을 피우고, 9~10월에 길이 4~5센티미터 정도의 씨방이 열리고, 그 안에서 씨앗이 검게 익어간다. 다 익은 열매는 매우 딱딱하여 닦으면 윤기가 흐르고, 말리면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덜 말랐을 때 줄로 꿰어 놓으면 염주를 만들 수 있다. 모감주 씨방은 가지 끝에 꽈리 모양으로 조롱조롱 달려있다. 열매가 익으면서 꽈리가 벌어지고 세 조각으로 분리되어 바람을 타고 날아간다. 씨앗들은 각각의 꽈리 조각의 오른쪽 혹은 왼쪽에 조금 치우쳐 붙어 있다. 씨방 조각이 바람에 흩날려 나무에서 멀어지면 씨앗은 씨방의 아래쪽에 위치하여 무게 중심을 잡는데, 가벼운 쪽 씨방이 바람에 살짝 들리면 그 아래로 공기가 빠져나간다. 패러글라이딩 선수가 허공에 체류하는 시간을 길게 할 때 빙글빙글 원을 그리며 땅으로 천천히 내려오는 것처럼 열매도 빙글빙글 돌면서 나무에서 멀리 더 멀리 떠나간다. 실제로 초속 3미터의 바람을 타고 150미터는 가뿐하게 날아간다. 또한 모감주나무 씨방은 물에 뜬 채로 가라앉지 않는다. 살짝 굽은 씨방의 형태를 따라 공기 방울이 생기고 부력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씨방은 꼭 뾰족한 부분이 앞을 향하도록 자세를 스스로 잡는다. 씨방 가운데의 딱딱한 부분이 배의 키처럼 방향을 일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모감주나무는 예부터 울타리 안에 심으면 귀신을 물리치고 환자가 발생하지 않는다하여 신통한 약재로 여겨졌다. 진균 억제 작용으로 각종 염증 완화에 좋고, 안토시아닌이 풍부하여 안질환에 탁월하다. 항산화물질로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고 혈관건강, 노화억제, 면역력 강화에도 좋다. 탄닌성분이 많아 모세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해독 작용도 뛰어나다. 열매는 염주로 만들고, 비누대용으로 쓰인다. 꽃과 잎은 황색 물감의 염료로 사용되기도 하고, 약재로도 활용된다.고규홍 나무칼럼리스트는 “자연을 보면서 시간을 가늠할 때 모감주나무는 장마를 예상하게 해주는 나무”라고 하였다. 성석제는 그의 소설 ‘단 한번의 연애’에서 “꽈리 모양의 모감주나무 열매는 곧 세 개로 갈라지고 둥글고 까맣고 윤기가 나는 씨앗이 튀어나와”라 표현하였다. ‘동의보감’에는 “씨 속에 있는 알맹이를 태워서 냄새를 피우면 악귀를 물리칠 수 있다”고 하였다. ‘신농본초경’에서는 독이 없다고 하였으며, ‘명의별록’에서는 적목 치료에 쓰인다고 나온다. 자연이 주는 혜택은 손으로 꼽을 수 없지만 모감주나무는 예부터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다. 이제는 우리가 보호해야 할 희귀한 자연이다./최정화 스토리텔러◇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2024-01-16

여행하는 마음과 책을 읽는 마음

어딘가에 가서 무언가 여기와는 다른 것을 경험하는 것을 여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면, 여행하는 마음과 책을 읽는 마음은 꽤 상당히 닮아있다. 여행이 적절한 기간을 두고 시작하는 지점에서부터 끝나는 지점까지 이동하면서 무언가를 보거나 듣거나 만나거나 하는 것이 여행하는 마음이라면, 책의 첫 장을 펼쳐 그 속에 들어앉아 있는 언어들을 통해 지금 여기 없는 것을 상상하도록 하는 것은 책을 읽는 마음이다. 결국 책의 마지막 장을 닫고 책의 세계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우리는 여행에서 돌아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딛고 있는 현실로 돌아오는 것이다. 삶의 경험들은 본디 하나의 단일한 직선을 그리면서 흘러가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이라는 삶은 우리의 본래의 현실적 삶과는 조금 달라 조금 더 순서를 가지고 흘러간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과정과 훨씬 더 유사한 것이 아닐까.그래서일까. 예전부터 짧은 여행이라도 하게 되면 늘 여행 중에 읽을 책을 챙기곤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한 번도 여행에서의 책 읽기가 성공적이었던 적은 없었다. 특히 느긋한 휴양의 여행이 아니라, 무언가 보아야 할 것이 많은 여행이라면, 여행에서의 경험과 책을 읽는 경험은 서로 나란히 어긋나 서로의 진행을 방해하곤 한다.보통, 여행 중이라면 가벼운 소설 같은 것을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지만, 사실, 소설책이야말로 여행 중에는 가장 위험한 피해야 할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행지에서의 경험을 다루고 있어서, 여행의 장소 감각을 확장시켜줄 수 있는 소설이라면 모를까. 여행이라는 낯선 장소에서 이동하면서 흘러가는 이야기적인 경험을 해야 하는 상황에, 또 다른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은 무리다. 자칫하면 여행하는 곳의 장소적 경험과 소설 속에서 경험하는 가상의 장소적 경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된다. 가급적 선이 굵은 확실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역사소설 같은 것이 아니라 배경음악처럼 울릴 수 있는 에세이나 시집을 고르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책은 여행의 좋은 준비물이다. 어떤 여행지에서라도 스마트폰으로 어떤 정보에도 접근할 수 있는 세상이고, 전자책에 담긴 몇만 권의 책을 언제든지 꺼내 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적절한 것 이상의 정보는 여행에서는 방해만 된다. 나에게는 낯선 장소들을 잇는 경험을 통해, 나라는 존재 자체에 집중하기에는 종이책 만한 것이 없다. 언제나 약간의 아쉬움이, 또 약간의 불편함이 우리를 우리 자신으로서 존재하게 한다. 여행 중 무언가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나, 대기해야만 하는 시간에 잠깐씩 꺼내 읽는 여행하는 누군가의 생각이 담긴 산문을 꺼내 읽으면, 그것은 하나의 점에서 하나의 점으로 이동하는 동안의 나의 귓전에 울리는 배경음악이 된다. 여행하는 장소에서 경험하는 특별한 경험과 그 몇 줄의 글은 공진하면서 좀 더 특별한 경험이 된다. 특별한 여행을 만드는 과정이 된다.이번 겨울이 지나가기 전에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여행에서 볼 것, 먹을 것을 생각하면서 동시에 함께 가져갈 책 한두 권 정도를 함께 고민해보는 것은 어떨까. 여행은 그것에 대해 상상하고 고민하는 순간이 반 이상의 즐거움이니, 여행의 계획에 읽어야 할 책에 대한 생각이 들어 있다면 분명 지금까지와는 조금은 다른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 그동안 사두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들을 싸들고 가는 것도 좋을 테고, 여행의 장소와 어울리는 책을 골라 가지고 가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떤 것이든, 여행은 경험이고, 책을 읽는 것도 경험이다. 여행을 하면서 책을 읽는 마음이란 확실히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송민호 홍익대 교수

2024-01-16

네고 가능한가요?

최근 작업실을 정리하게 됐다. 계약한지 반년이 겨우 넘어가는 공간이었다. 더불어 ‘당근 마켓’의 알림이 불티나게 울리는 중이다. 오랫동안 공간을 유지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구입한 가구며 가전제품은 모두 새것에 가깝지만, 어쩔 수 없이 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다. 작업실의 물건은 집으로 들이기엔 불필요하고 헐값에 처분하기는 아까운 것들이었다. 중고 제품을 한 번에 매입한다는 사이트에 문의하자 반의반 값도 안 되는 견적을 받았다. 망연한 얼굴로 결심했다. 내가 직접 팔아야겠다고. 힘차게 기합을 넣고 팔을 걷어붙였다. 그간 구입한 것들을 다시 하나씩 차분히 살피고 다각도로 사진을 찍었다.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리라고 했던가. 멀리서 보았을 땐 그저 흥미롭게만 보였던 판매의 현장에 직접 뛰어드니 머리가 지끈거리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나는 중고 거래 플랫폼을 애용하는 사람이지만, 그간 내가 판매했던 것은 필요 없지만 버리기 아까운 살림살이나 더 이상 입지 않는 옷가지같이 아주 소소한 것이었다. 팔려도 그만, 안 팔려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임했기에 큰 스트레스를 받을 일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거금을 주고 산 물건이었기에 아무래도 본전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사이트에서 얼마에 구입했는지, 사용감은 어떻게 되는지 등등 구체적인 정보를 최대한 꼼꼼하게 적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의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대부분의 첫 질문은 이렇게 시작했다. ‘네고 가능한가요?’이처럼 중고 거래를 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네고’라는 단어를 듣게 된다. 영어 단어인 ‘negotiation’을 줄인 것으로 협상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우리는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된다. 영화 ‘대부’에서 전설적인 마피아 두목 돈 꼬넬리오는 자신의 서재에 사람들을 불러 ‘거절하지 못할 제안’을 한다. 제안이라는 말로 던지는 협박에 가까운 협상이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힘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협상이기도 하다. ‘대부’만큼은 아니어도 중고 거래의 협상 역시 꽤 은밀하고 무겁게 진행된다. 서로의 제안을 들으면서 주고받는 숫자는 긴장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물론 평화적으로 끝나는 기분 좋은 협상도 있다. 얼마쯤 빼 드릴게요, 하고 웃는 이모티콘을 보내면 상대도 고맙다고 대답하면서 깔끔하게 거래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그러나 얼굴을 붉히게 되는 일도 왕왕 생긴다. 자신이 원하는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경우가 그렇다. 정중하게 거절하는데도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채팅을 보내면서 피로감을 주는 상대를 만나면 정말이지 곤란하다. 이 협상은 결렬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요! 소리 지르고 싶어진다. 단단히 상해버린 마음을 추스르는 것도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무엇보다 나의 정신 건강을 지키면서 물건을 거래하는 몇 가지 요령을 습득했다. 첫째, 물건의 원가에 집착하지 말자. 내가 구입했을 당시의 가격에 관해 생각하는 순간 어떤 연락이 와도 달갑지 않다. 아깝다는 마음 때문이다. 이런 감정은 되도록 빨리 버려야만 한다. 둘째, 이제 더는 필요 없는 물건이라는 걸 기억하자.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이었다면 중고 거래 플랫폼에 업로드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필요한 사람이 물건을 갖게 된다는 걸 기억하면 속상한 일이 현저히 줄어든다. 셋째, 늘 승리할 수만은 없다는 걸 기억하자. 가끔은 상대의 기세에 밀려 예상보다 훨씬 값싸게 판매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럴 땐 자신의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나보다 상대의 협상 기술이 훨씬 뛰어났던 것이다. 이런 식으로 거래를 진행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오히려 물건을 가져가는 상대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여전히 나의 판매 목록에는 물건이 가득하다. 딴엔 다 필요하다고 구입한 것이었을 텐데. 무슨 욕심이 그리 넘쳤던 걸까. 물건을 하나씩 팔아갈 때마다 아깝다고 손에 쥐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많은가 돌이켜보게 된다. 물건뿐만 아니라 마음도 그렇다. 미련에 가까운 감정의 찌꺼기를 처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문제기도 하다. 비워야만 다시 새로운 것으로 채울 수 있으니까.글을 쓰는 와중에도 당근의 경쾌한 알림이 울린다. 이번에는 어떤 물건이 어떤 협상을 거쳐 누구에게 가게 될까. ‘네고 가능한가요?’ 하는 물음이 날아온다. 이번만큼은 서로 승리하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고 싶다. ‘네고 가능합니다. 얼마 생각하시죠?’ 돈 꼬넬리오의 확신에 찬 표정을 흉내 내며 협상에 돌입한다. 상대가 숫자를 부른다. 자, 이제 시작이다.

2024-01-15

세상의 뒤에 남겨진 채

얼마 전 넷플릭스를 통해 ‘리브 더 월드 비하인드’(감독 샘 에스마일, 2023)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루만 일람의 소설 ‘세상을 뒤로 하고’(2020)를 각색하여 만든 영화인데, 설정이 꽤나 흥미로웠다.즉흥적으로 휴가를 떠난 가족이 휴가지에서 사이버 테러로 인해 모든 전자기기가 고장 난 채 고립된다. 가족은 추락하는 비행기들과 원인 불명의 소음 테러, 동물들의 대이동, 자세한 설명이 생략된 재난 방송 등을 마주하지만 외부의 상황을 파악할 수 없기에 그들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확신을 갖지 못한다. 결국 가족은 휴가지의 집으로 돌아오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머지 않아 세상이 멸망하게 되리라는 암시와 함께 끝이 난다.사실 영화는 평범한 재난 스릴러의 양상을 반복한다. 알 수 없는 미증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주인공을 포함한 일행은 직면한 문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이 부상을 당해 외부인과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에 처한다. 대개의 재난 스릴러 영화는 이러한 상황의 연속 속에서 주인공의 기지와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위기를 탈출하며 에필로그와 같은 형식으로 평화로운 자택에서 과거를 회상하는 느낌의 결말을 보여준다.이러한 문제 양상은 가족 형태를 비롯한 현대의 공동체가 마주한 상황에 대한 알레고리라고 할 법 한데, 대개의 스릴러 영화가 해체된 가족 공동체가 위기를 극복하며 재건되는 양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재난 스릴러 영화에서 나타나는 재난은 해체된 전통적 공동체를 다시 봉합시켜주는 계기로 작동한다고 할 수 있다.하지만 이 영화가 독특한 건, 어떠한 위기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들은 끝없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 상황에 직면하지만 정보가 차단된 상황으로 인해 원인을 알 수 없고 그렇기에 탈출구 또한 알지 못한다. 주인공의 소중한 사람이 부상을 당해 위기에 처하지만, 약조차 쉽사리 구할 수가 없어 절규할 따름이다. 물론 여타의 재난 영화가 그렇듯 이 영화도 일련의 위기 상황을 가족애를 바탕으로 극복하기도 하고 조금은 빠져나가기도 하지만, 영화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이들은 재난의 현장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기존의 재난 영화가 문제의 해결을 통한 카타르시스와 해체된 가족의 봉합을 통한 안정감을 선사한다면, 이 영화가 선사하는 건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에서 기원하는 무력감에 가깝다.어쩌면 이와 같은 변화는 재난 스릴러 영화의 문법이 변화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왜 그렇게 변했을까? 여기에는 지금 우리가 마주한 여러 사태에 대한 인식이 배경에 깔려 있는 듯하다.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가 간 대립의 격화와 무력 충돌, 기후변화로 인한 세계 권역의 지각 변동,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감과 전자기기 사용에 대한 극심한 의존도, AI를 비롯한 기술 환경의 변화가 자아내는 두려움 등, 세상은 전례 없는 변화의 시기에 놓여 있다. 어쩌면 지금의 변화들은 한 개인이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앞서 나가고 있으며, 우리는 세상의 속도 앞에 뒤처져 남겨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무의식적으로나마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생각해보면 그렇다. 고작 5년 정도의 짧은 시간 동안에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 자연의 의미에서도 그렇고, 문명의 의미에서도 그렇다. 변화가 단지 삶의 편의성의 증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우리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며,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의 힘으로 따라가기엔 점점 벅차지고 있다는 것 또한 체감하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상의 변화를 쉽게 설명해줄 누군가를 원하며 유튜브 속으로, 혹은 다른 종류의 매체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그렇게 생각하자면 ‘세상을 뒤로 하고’라는 소설의 원제는 참 중의적으로 느껴진다. 주인공과 그의 가족이 일상에 지쳐 휴가지로 떠난다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그렇게 떠나온 곳에서 정보 고립으로 인해 세계에 뒤처진 채 남겨진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그건, 굳이 사이버 테러를 비롯해 영화 속에서 일어난 테러 상황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언제든 우리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 아닐까. 단지 인터넷이 끊어진 것만으로도 우리는 세상에 뒤처지고 있다는 두려움을 충분히 느끼게 되지 않는가.

2024-01-15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려면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제1야당 대표가 백주대낮에 정치테러로 쓰러졌다. ‘증오의 진영정치’가 초래한 비극이다. 대결의 정치는 대화·타협·공존을 모른다. 거대 양당은 협치의 대상을 섬멸해야 할 적으로 간주해서 ‘전쟁 같은 정치’를 한다. ‘역지사지(易地思之)’를 모르는 양당의 주특기는 ‘내로남불’이다. 국민은 말뿐이고 권력에만 혈안이니 양당에 실망한 중도·무당층의 비율이 역대급이다.그럼에도 양당은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은 총선을 앞두고 분출하는 제3지대 신당들에 관심이 간다. 최근 여론조사(리얼미터, 2023년 12월 18일)는 국민의 48.3%(무당층은 68.3%)가 제3지대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했다. 중도·무당층을 겨냥한 신당들은 ‘합리적 진보’ 또는 ‘개혁적 보수’를 표방하고 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 정치를 펴겠다는 포부도 크다. 하지만 그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려면 적어도 다음과 같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3지대의 ‘철학과 비전’이다.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한 신당인가?”에 분명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신당은 거대 양당에 대한 불신과 혐오에만 기대서는 안 되며, 차별화된 가치와 비전으로 대안세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은 ‘새로운 당’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당은 양당체제의 폐해를 극복하고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 정치의 지향점과 비전’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다음으로 신당의 정치성향(political orientation)은 합리적·이성적·실용적이어야 한다. 이것은 진영정치를 거부하는 민주시민들의 열망일 뿐만 아니라, 신당의 지지기반이 되고 있는 중도·무당층의 요구이기도 하다. 신당은 ‘사익을 위한 정쟁’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하며, 상대를 ‘척결의 대상’이 아니라 ‘협치의 대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이러한 정치성향은 당내민주주의를 가능케 함으로써 합리적 정책 선택을 제고함은 물론이다.한편 신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만 의식한 기회주의적 접근으로는 유권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신뢰는 말로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행동의 누적된 결과물’이다. 거대 양당의 혐오에 기대어 당장 성과를 보겠다는 과욕은 곤란하다. 비록 이번 총선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일관된 철학과 행동으로 긴 호흡을 한다면 반드시 국민의 호응을 얻게 될 것이다.이처럼 제3지대 신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철학, 합리적 성향, 장기적 관점에서 양당체제의 압력을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난관은 많겠지만 성공이 결코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적대적 공생관계에 있는 현재의 양당체제’에서는 팬덤정치·극한대결·민심왜곡·포퓰리즘·내로남불 등의 수많은 병폐들이 무한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3지대 신당의 성공은 참여 정치인들의 철학·성향·행태에 대한 국민의 공감여부에 달려있다.

2024-01-15

외국인 인재 전쟁

홍석봉 대구지사장 싱가포르는 2022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에서 전 세계 133개국 중 2위, 아시아 국가 중 1위다.이 경쟁력지수는 국내 환경, 인재 유치와 양성·보유, 직업 기술, 글로벌 지식의 6가지 주요 지표로 나라별 규제와 교육, 대외개방 정도 등을 평가해 각국의 인재 경쟁력을 표시한다. 싱가포르는 2022년 전 세계 지식·기술 분야 세계 1위, 인재 유치·육성 부문 2위에 올랐다. 2013년 이 지수가 처음 발표된 이후 2위를 도맡았다. 그만큼 인재 유치와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코로나19 시기, 강도 높은 방역 조치로 외국 고급인력이 유출돼 어려움을 겪은 싱가포르가 고급 인재를 다시 유치하고자 장기 취업 비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5년짜리 체류 비자 발급, 고용증 발급 처리 기간 단축, 자국민 우선채용정책 완화 등 당근책을 내놓았다.우리나라는 2022년 세계 인적자원 경쟁력지수 분석결과 OECD 회원국 38개 중 24위로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국외 인재 유치 경쟁에서 크게 뒤처졌다. ‘매력도’ 33위, ‘성장성’ 25위, 노동생산성 등 직업·기술 역량 부문 순위는 28위로 낮았다.외국인 인재 유치 경쟁이 불붙었다. 경북도가 외국의 인재 유치에 나섰다. 경북에서 유학 후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수 있도록 했다. 경북도는 최근 포항공대 등 경북 형 초청장학제도 수학 대학 4곳을 선정했다.이공계 석·박사 과정 외국인 인재를 경북에 유치해 양성하고 반도체, 이차전지 등 도내 우수기업에 부족한 연구 인력을 충원하는 제도다. 올해 4개 대학에서 각 10명씩 40명의 유학생을 뽑는다. 학비와 체류비를 지원한다.내국인보다 외국인이 우대받는 시대가 됐다./홍석봉(대구지사장)

2024-01-15

民心 감동시키는 공천이 총선승리의 관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주부터 공천관리위원회를 가동하면서 컷오프 기준 등 공천 심사를 위한 사전 준비를 본격화한다. 여야 모두 당혁신을 전면에 내세우며 타이트한 심사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보여 현역의원들이 초긴장하고 있다.국민의힘 공관위는 16일 첫 회의를 열어 공천작업 스케줄을 조율한다. 공관위는 우선 총선후보 공모와 공천기준을 확정한 후, 지역구별로 공천심사에 들어간다. 서류·면접 심사를 통해 컷오프 대상자를 걸러낸 다음 전략공천 또는 단수공천, 경선실시지역 등을 결정한다. 공관위 회의가 몇 차례 진행되면 현역 의원 물갈이 윤곽이 드러난다. 인요한 혁신위의 ‘현역 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 요구와 당무감사위원회의 ‘46명 컷오프 권고’가 중요한 컷오프 잣대가 된다.공관위가 공천파동을 줄이기 위해 예민하게 다뤄야 할 부분은 ‘용산입김’이다. 공관위에 친윤(윤석열) 핵심 이철규 의원이 포함돼 있는데다, 대통령실 참모나 장·차관, 검사 출신들이 대거 출마하는 만큼, 이와 관련된 공천잡음이 나오게 되면 국민의힘은 타격을 받게 된다.TK(대구·경북)지역은 공천결과 발표가 늦어진다고 한다. 컷오프 대상자들이 무소속이나 신당으로 이탈할 경우 선거구도에 악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여야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은 먼저 후보를 정해 일찌감치 선거전에 나서게 하고, TK지역은 시간을 두고 후보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난 21대 총선 때는 TK지역 현역 교체율이 64%에 달했다.한동훈 비대위의 ‘비영남·세대 교체’ 기조를 감안할 경우, 당무감사 성적표가 우수한 일부 의원을 제외하고 영남권 현역들에 대한 대규모 물갈이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위원장은 그동안 비정치인·전문직 위주의 인재영입과 혁신적인 당직인사로 당의 ‘꼰대 이미지’를 상당 부분 없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드라마틱한 공천을 통해 민심을 감동시켜야 승리할 수 있다.

2024-01-15

경북도 글로벌 인재양성 사업, 확대 바람직

경북도가 지역기업의 부족한 연구인력 지원을 위해 글로벌 인재 양성 사업에 나섰다. 경북도는 지난 12일 포항공대, 금오공대, 안동대, 대구대 등 4개 대학을 경북형 초청 장학제도(K-GKS) 수학대상 대학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이번에 선정된 대학들은 경북도가 추진하는 외국인 초청 장학생 유학과정을 담당하게 된다. 경북도는 대학당 10명 등 모두 40명의 외국인 유학생을 초청해 석박사 과정 동안의 학비와 체류비 등을 지원하게 된다. 외국인 장학생은 졸업 후 지역에서 최소 3년 이상 취업 또는 상위 과정으로 진학해야 한다.경북도는 이번에 선발되는 외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대학별 특화된 유학 과정을 마치면 도내 기업이나 연구소 등의 프로그램에 참여시킬 예정이다.이철우 경북지사는 “K-GKS 제도를 통해 이공계 외국인 우수 인재들이 경북에서 꿈을 실현하도록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같은 환경을 경북에 조성하겠다”고 밝혔다.지금 세계는 우수 인재 유치 경쟁이 날로 뜨겁다. 잘 알다시피 경북과 같은 지방도시는 국내에서는 수도권에 밀려 인재 유치가 어렵다. 지방도시들이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외국인 인재 유치는 필수다. 경북도의 K-GKS는 이런 측면에서 더 많은 글로벌 인재 유치로 확대돼야 한다.특히 경북은 포항의 이차전지, 구미의 반도체, 안동의 바이오산업 등이 붐업하고 있어 지역산업을 선도할 글로벌 인재 수요는 갈수록 더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 인재 유치가 이에 대처하는 좋은 수단이다. 또 인구소멸지역이 많은 경북으로서는 인구소멸 대응책으로도 대안이 된다.한편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양성하는 대학은 대학 자체의 국제경쟁력을 키울 기회가 되고 국제적으로 경북의 글로벌 네트워크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국제경쟁력 없이는 앞으로 도시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 간 교류와 소통이 도시발전의 핵으로 떠오르는 시대다. 군위·의성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그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2024-01-15

그리스(Greece) 역사시대 시작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 된다. 얼마나 끔찍한 말인가. 인류 발전과 도약에는 반드시 폭력이 동반되었다. 따라서 역사는 흥미로 접근하나 끝내 기억에 상처를 남기게 마련이다. 인류가 남긴 위대한 문화유산 앞에서 광휘의 찬사만을 보내기보다, 하층민 피땀을 기억하여야 한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었던 역사, 그동안 잊힌 사연에서 미래를 위한 교훈 한 자락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대는 치졸한 민족 우월성 보다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시대니까. /편집자 주기원전 6천 년경 토착민과 소 아시아계 민족이 이동해 어울려 살던 그리스 땅에 지금의 그리스어를 사용하는 이들이 밀려오면서 박힌 돌을 뽑아냈다. 제우스 형제들이 크로노스와 티탄족을 물리쳤다는 그리스 신화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뽑아낸 과정에서 탄생한 이야기다.그리스는 진정 신성의 땅이다. 이들에게 있어 신화는 성경만큼 진실인 까닭이다. 신들의 제왕 제우스, 가정의 수호신이자 제우스 아내 헤라, 태양 신 아폴론, 지혜와 전쟁의 신 아테나, 미의 신 아프로디테, 바다의 신 포세이돈, 달과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 등 이외에도 헤아리기 힘들 만큼 많다. 신화는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 정신세계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그리스는 산악지형으로 본토를 비롯해 여러 개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원전 3000년부터 기원전 2000년 동안 에게해를 중심으로 청동기 문화가 발달하였다. 중기 청동기 크레타섬에 일명 미노아문명과 뒤이어 그리스 본토에서 발현된 미케네문명, 즉 에게해를 둘러싸고 형성된 이 두 문명을 합쳐 ‘에게문명’이라고 부른다.그리스에서 가장 큰 섬 크레타는 오리엔트 세계를 비롯해 예술과 과학, 상형문자까지 창제한 이집트 영향을 받으면서 해상왕국으로 번영을 이룬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우 미로타우로스를 가두기 위해 지었다는 ‘크노소스궁전’이 있는 곳이다.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당부를 잊은 채 태양 가까이 올라 밀랍이 녹아 바다에 빠진 이카로스 전설도 이곳에서 시작한다. 이처럼 전설 속에서만 존재했던 이야기가 1900년 영국인 고고학자 아서 존 에번스에게 발견된 후 신화와 역사가 뒤섞이며 사람들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이른다.화려했던 크레타 문명은 BC 1400년경 산토리니 화산 대폭발과 지진, 해일 등 자연재해 앞에 속수무책 식물 상태로 접어든다. 설상가상 그리스 본토에서 기세를 떨치던 미케네 침략으로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지고 말았다. 크레타 문명에 결정타를 가한 미케네문명은 BC 2000년경 중기 청동기에 발칸반도 북쪽 아카이아인이 남하해, 중부 그리스와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둥지를 들면서 시작되었다. 앞선 크레타문명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미케네는 BC 1500년 전부터 강력한 해양기술을 바탕으로 지중해 동부 해상교역권을 장악하며 승승장구한다.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에서 트로이와 전쟁을 일으킨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 아가멤논도 이곳 미케네 왕이다. 이 대서사시는 전설 속 이야기였다. 트로이 원정과 관련된 신화를 소개한다. 아가멤논은 명궁이었다. 그는 사냥 중 “사냥의 신 아르테미스도 나보다 못할 것이다”라며 입방정을 떨어 아르테미스 노여움을 샀다. 트로이 정벌을 위해 그리스 바다에 정박했던 배들이 출정하려 했지만, 역풍이 불어 도무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이때 예언자가 아르테미스 노여움으로 인해 그런 것이니 아가멤논 외동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고 했다. 아가멤논은 딸에게 아킬레우스와 결혼을 시키려 한다고 속여 바닷가로 데리고 온다. 사정을 안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가 뛰어와 울면서 사정한다.“당신은 자식을 제물로 바치며 뭐라고 기도할래요? 수치스러운 출발에 걸맞은 비참한 귀향을 빌래요?”아내 절규에도 아가멤논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결국 이피게네이아는 제단에서 머리에 화관을 쓰고 예언자 칼을 받았다. 그녀 역시 죽기 전 아버지 앞에 엎드려 살려달라며 눈물로 호소했다.“때가 되기도 전에 저를 죽이지 마세요. 햇빛을 보는 게 저는 달콤해요. 땅 밑을 보도록 저를 강요하지 마세요.”마치 슬픈 노랫말처럼 오래도록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가멤논이 딸에게 스스로 제물이 되지 않으면 그리스 군사들에 의해 도륙당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나 아가멤논은 전쟁에서 돌아와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 정부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클리타임네스트라 역시 자신이 낳은 아들에게 최후를 맞는 비극이 벌어진다. 욕망은 부모와 자식, 천륜, 자연이 맺어준 정마저도 더럽히게 되나 보다. 결국은 호메로스가 천재다.각설하고, 이렇게 찬란했던 미케네도 기원전 1100년경 북쪽에서 철기문명으로 무장한 도리아인이 남하하기 시작하면서 운명에 마침표를 찍는다. 달마티아, 알바니아 지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한 이들은 펠로폰네소스 반도를 중심으로 한 인근 섬을 근간으로 스파르타 등 여러 도시국가를 건설하고, 소아시아는 물론 이탈리아 등지에 식민지를 개척하는 기염을 토한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이들을 일러 헤라클레스 자손의 귀환이라고 했다.도리스인들은 거대한 돌기둥에 세로줄의 홈이 있는 도리아 양식을 발전시켰고, 훗날 로마 건축에 모태로 거듭난다. 실용적이며, 튼튼한 구조로 인정받는 콜로세움 아래층 기둥도 도리아 양식을 비롯해, 도리스식 신전의 극치로 인정받는 아테네 파르테논신전만 봐도 알 수 있다./박필우 스토리텔링 작가

2024-01-15

방언과 시인의 고향

이상규 경북대 명예교수 “우리 고향 통영에서는/잠자리를 앵오리라고 한다./부채를 부치라고 하고 고추를/고치라고 한다./우리 고향 통영에서는/통영을 토영이라고 한다./팥을 퐅이라 하고 팔을/폴이라고 한다./코를 케라고 한다./우리 고향 통영에서는/멍게를 우렁싱이라 하고 똥꾸멍을/미자발이라고 한다. 우리 외할머니께서는/통영을 퇴영이라고 하셨고 동경을/딩경이라고 하셨다. 그러나/까치는 까치라고 하셨고 까치는/깩깩 운다고 하셨다. 그러나/남망산은/난망산이라고 하셨다./우리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내 또래 외삼촌이/오매 오매 하고 우는 것을 나는 보았다.”- 김춘수의 ‘앵오리’김춘수는 경남 통영이 고향인 시인이다. 나의 은사이기도 하셨던 시인은 강한 경남 억양을 쓰셨다. 실제로 통영을 ‘토영’이라고 발음하셨던 것 같기도 하다.이 시는 마치 경남 통영 사투리를 가르치는 텍스트 같기도 하다. 시 전편 어디에서도 향수나 추억이나 그리움이라는 감성을 환기하는 감정적 시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인의 고향 통영에 대한 향수와 ‘앵오리(잠자리)’를 잡던 유년시절의 추억과 돌아가신 외할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방언이라는 시어가 갖는 위력을 일깨워 주는 김춘수의 시는 경남 바닷가 통영의 개인적 추억을 환기하면서, 동시에 그가 살았던 시대를 보여준다.이 시의 진가는 시이면서 동시에 언어학의 텍스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김춘수는 이 한편의 시를 통해 경남방언과 우리 국어의 역사를 매우 깔끔하게 정리하였다. 국어학 강의시간이라면 교수에게는 최소한 3주는 강의해야 할 주제이고 학생들에게는 매우 지루하게 배워야 할 내용의 학습 분량이다. 음운변화와 아래아의 역사적 변천, 움라우트 현상과 전부모음화, 비음화에 대한 설명을 이처럼 아름답고 깨끗하게 정리할 수 있는 시인의 능력에 국어학자로서 존경의 헌사를 올릴 따름이다.“우리 고장에서는/오빠를/오라배라 했다./그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로/오오라베 부르면/나는/앞이 칵 막히도록 좋았다.//나는 머루처럼 투명한/밤하늘을 사랑했다./그리고 오디가 샛까만/뽕나무를 사랑했다./혹은 울타리 섶에 피는/이슬마꽃 같은 것을…./그런 것은/나무나 하늘이나 꽃이기보다/내 고장의 그 사투리라 싶었다.//참말로/경상도 사투리에는/약간의 풀냄새가 난다./약간 이슬 냄새가 난다. 그리고 입안이 마르는/황토흙 타는 냄새가 난다.”-박목월의 ‘사투리’경주 사람 박목월의 ‘사투리’는 ‘무뚝뚝하고 왁살스러운 악센트’의 경상도 경주의 방언적 특징을 그대로 시어로 표현하였다.이 시를 소리내어 읽어보라. 큰 소리의 질박하고 꺼칠꺼칠한 경주의 방언이 마치 곁에서 들리는 듯이 고스란히 전해올 것이다.목월의 언어 감각은 청각에서 시각으로, 다시 후각으로 이어지는 방언의 연주곡과 같다.오래 잊고 지냈던 ‘오오라베(오빠)’가 불러오는 경주의 사투리에서 촉발된 경주에 대한 그리움은 수채화같이 투명하고 아름다운 고향의 정경을 소환하고 그것을 사투리의 소리로 듣고 이어 그림 속에서 냄새를 맡는 시인의 공감각적 능력은 탁월하다. 이슬 맺힌 풀과 황토흙 타는 냄새는 오래전 고향 떠나 타향살이 하는 시인의 고향 경주에 대한 강한 그리움이 감지된다.많은 시인들이 즐겨 사용한 방언은 시적 미학을 돋보이게 하는 최고의 시어이다.홉스테디(Hofstede, 1980)는 언어적 소통은 집단 구성원과 또 다른 인간 집단 구성을 구별하는 정신의 총체적 프로그램이라고 했다.방언이나 언어적 차이가 단순한 차이나 차별이 아닌 화려한 다양성의 꽃이라는 인식이 제자리를 찾았으면 좋겠다.생물학적으로 생태의 다양성이 종 보존의 안정성을 가져다주듯이 언어의 다양성도 인간 지식과 정보의 지속적인 상속을 보장해 주는 요소로 그 가치가 존중되어야 한다.

2024-01-15

판사와 노숙인

김규인 수필가 노숙인 A 씨는 다른 노숙인 B 씨와 술을 마시며 말다툼하다가 흉기로 위협한 혐의를 받는다. 흉기는 스스로 발로 밟아 부러뜨렸으나 이를 지켜본 시민의 신고로 구속됐다.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아서 구속 후에 재판까지 받게 됐다.A 씨는 부모의 사망으로 30대부터 길거리를 떠돌고 빈 박스와 빈 캔 등의 재활용품을 모아 생활비를 벌어서 홀로 살았다. 변변찮은 벌이에 거리를 떠돌 수밖에 없었다.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고 경제적인 어려움은 그러한 생활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다. 그나마 책 읽기는 혼자 보내는 고단함과 서러움을 달랬다.판사는 A 씨가 현장에서 흉기를 부러뜨렸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고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하여 실형을 구형하지 않았다. 재판 후 “건강을 챙기라”는 당부와 함께 중국 작가 위화의 대표작인 ‘인생’과 10만 원을 주었다. “어머니 산소를 꼭 찾아가 보시라”는 말에 A 씨는 눈물을 글썽거렸다.차가운 날씨만큼이나 사방을 둘러보아도 기댈 곳 없어 보이는 노숙인에게 다가간 말은 가슴 깊이 파고든다. 그가 흘리는 눈물은 그 말에 대한 가슴 깊은 곳에서 나오는 말 없는 대답이다.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은 얼어붙은 몸과 마음도 삭막한 세상도 녹일 것이다. 요즈음 세상을 살면서 가슴에 닿는 마음을 느끼는 게 얼마 만인지. 뉴스를 접한 내 마음도 따스해진다.삭막하기만 할 것 같은 세상에서도 자세히 둘러보면 이렇게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고 이웃돕기 성금을 맡기고, 이웃을 위해 먹거리를 나누고, 노숙인을 위해 생필품을 제공하는 사람들. 그들이 전하는 마음 때문에 이 세상은 따뜻하고 살만한 곳이 된다.세상을 바꾸는 건 너그럽고 따스한 마음이다. 판사와 노숙인,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에서도 판사의 따뜻한 마음은 차디찬 길거리를 떠도는 노숙인의 마음을 움직인다. 작은 선물 속에 담긴 따스한 마음을 마주한다면 누구나 가슴을 열고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리라. 인터넷에서 상대를 향한 가시 돋친 말이 난무하더라도 말이다.태영건설의 워크아웃 논의가 한창이고, 국민과 동떨어진 정치인들의 대결 의식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돈의 씀씀이를 줄여야 하는 서민들의 생각은 깊어진다. 확전 일로에 놓인 전쟁이 가슴을 조여오지만 그래도 우리는 웃으며 살아야 한다. 한 손은 자신을 위해 쓰고 남은 한 손은 이웃을 위해 내밀어야 한다. 그 손으로 따스한 온기를 전해야 한다.새해를 맞아 밤이 점점 짧아진다. 이렇게 날이 밝아지면 밝게 웃는 날도 많아지리라.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나누고 더 행복한 날들이 늘어날 것이니. 그렇게 모두가 웃는 날이 늘어나기를 소망한다. 삶이 팍팍하다고 말하지만 그러한 어려움을 이긴 사람들의 삶이야말로 더 대단한 것을 우리는 안다.시간, 공간, 인간. 그 관계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행복은 관계 속에서 싹이 트고 자라고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우리가 쓰는 시간과 공간의 축은 사이를 강조한다. 따스함을 전하는 판사와 노숙인의 관계처럼 말이다. 오늘 서로 기대어 선 사람 인(人) 자의 의미를 살피는 시간을 가져보자.

2024-01-15

원헬스 물관리시스템

남광현 대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지역 물 관련 주요 이슈는 녹조와 조류독소, 신천에 낙동강 물공급, 맑은 물 하이웨이, 금호강 르네상스, 멸종위기 수달, 운문댐 가뭄, 집중호우와 산사태, 팔현습지 환경영향평가, 수돗물 발암물질 등 매우 다양했다. 이런 물 관련 이슈들 대부분은 인간과 동물 그리고 환경이 모두 함께 관계되지 않는 것들이 없다. 수돗물 발암물질 이슈의 경우를 봐도 지속해서 증가하는 대규모 축산계 오염물질로 인해 녹조를 비롯해 정수장 유입 유기물질의 농도를 높이게 되고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상승으로 염소 소독처리 후 수돗물 내 총트리할로메탄과 같은 발암물질 농도가 증가할 위험이 커졌다.이처럼 과거 도시화와 산업화 이전에 인간이 동물 그리고 환경과 함께 균형된 생태계를 유지하던 시대에는 볼 수 없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현상들이 물과 관련해서도 계속 발생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심각한 문제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계속 안전하고 건강한 물을 확보하기 위해 더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여야 하는데, 이를 최대한 완화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인간, 동물과 환경을 함께 고려한 ‘원헬스 물관리시스템’의 체계적 도입이 필요하다.‘원헬스’는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이들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하여 건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적 접근 방식을 말한다. 이러한 ‘원헬스’ 접근 방식은 특히 신종 전염병의 발생과 같은 글로벌 보건 위기에 대응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은 인간, 동물, 환경 간의 복잡한 상호 작용이 어떻게 글로벌 보건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처럼 물관리에서도 ‘원헬스’ 접근 방식을 사용하여, 자연 속 동물과 수원의 보호, 도시 물순환 관리 그리고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 등을 통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지난해 낙동강유역물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된 ‘제1차 낙동강유역물관리종합계획(2021∼2030)’을 보면 낙동강 본류에서의 취수 의존도가 부산 88%, 경남 51%, 대구 66%로 매우 높아 지역 간 맑은 물 확보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의 원인은 중상류 지역의 대규모 산업단지와 대도시로 인한 본류의 수질악화 그리고 반복되는 수질오염사고 발생으로 인한 먹는 물 불신이라 하였다. 실제 이 계획 수립과정에서 낙동강유역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수돗물에 대한 불안으로 응답자의 55%나 정수기 물을 음용한다고 답하였다.이에 올해부터 낙동강 유역에서는 ‘구미, 대구 등 대규모 점오염원 수질관리 강화’, ‘낙동강 수질오염통합방제센터 구축 및 운영’, ‘취수원 상류 미량유해물질 관리체계 구축’, ‘녹조우심지역 대상으로 가축분뇨 및 양분관리체계 시범운영’, ‘습지를 포함한 수생태계 건강성 회복을 위한 개선방안 마련’ 등 다양한 물환경관리 사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여기에다 보다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원헬스 물관리시스템’ 도입도 본격 추진해야 한다.

2024-01-15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요?

김진국 고문 제3지대 창당이 한창이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개혁신당’(가칭),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새로운미래’(가칭), 민주당 탈당파 의원들은 ‘신당미래대연합’(가칭)을 만든다고 한다. 빅텐트나 선거연대, 합당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도 나온다.4월 10일이 총선이다. 석 달도 안 남았다. 선거를 앞두면 신당들이 우후죽순 나온다. 그러나 이번 신당들은 선거용 뜨내기 정당이라기엔 비중이 크다. 당대표를 하던 사람들이 쫓겨나다시피 해서 새 당을 만든다.새 당이 파괴력은 있을까. 선거 판도에 미칠 영향은 크다. 몇백 표만 쪼개도 당선자가 달라진다. 그렇지만 과거 양김씨가 민한당(1980)에서 신민당(1985), 신민당에서 통일민주당(1987)을 만들어 기존 정당을 공중 분해한 사례와는 많이 다르다. 통일민주당에서 김대중 고문이 평화민주당(1987)을 만들어 분당한 것과도 비교할 수는 없다. 그만한 변화를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다.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에게 일정한 지지 세력이 있지만, 뚜렷한 지역 기반은 없다. 국회의원 선거는 특정 선거구에서 1등을 해야 선출된다. 소선거구제라서 그렇다. 비례대표 의원도 소수정당에 돌아갈 몫이 없다. 현행대로 준연동형에 위성정당이 등장하면 거대 정당이 독식한다. 그 이전의 병립형으로 돌아가도 큰 차이가 없다.이낙연 전 총리도 호남 기반을 기대할 수 있지만, 현재로선 전망이 밝지 않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열린우리당과 갈라선 새천년민주당이 호남 기반이었다. 그러나 호남에서도 참패했다. 전남에서 5석, 비례대표 4석을 얻는 데그쳤다. 호남 유권자들은 전략적 투표에 익숙하다. 그나마 기대할 건 총선이 호남 안에서 민주당과의 경쟁이라는 점이다. 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어떻게 발전하느냐다. 총선은 몰라도 차기 대선은 시간이 많다.그러나 이런 시나리오들도 나중 일이다. 정말 중요한 것은 선거법이다. 선거법이 제3당의 설 자리를 결정한다. 선거법도 확정하지 않고, 예비후보를 등록하고, 공천기구도 출범했다. 앞뒤가 바뀌었다. 이런 중요한 규칙을 정리하지 않고 뭉개는 건 거대 정당의 횡포다.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지역 유효투표의 53.5%를 얻었는데 의석은 83.7%(41석)를 가져갔다.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41.9%를 얻었지만, 의석은 16.3%(8석)만 가져갔다. 경기도에서도 53.9%를 얻은 민주당이 51석(86.4%), 41.1%를 얻은 미래통합당이 7석(13.7%)을 가져갔다. 유권자의 뜻과 달리 더 이득을 보는 당과 손해를 보는 당이 생긴다. 소선거구제의 취약점이다.연동형은 이런 점을 보완하고, 각 정당이 얻은 표에 비례해 국회도 구성하려는 제도다. 소선거구제에서는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당선된다. 나머지 후보들에게 던진 표는 모두 사표(死票)다. 당선을 뒤집을 순 없지만, 비례대표 후보까지 몰아주지는 말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총선에서 거대 양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후보까지 다 먹어 치웠다. 재벌급 부자가 위장 이혼해서, 재산이 한 푼도 없다고 주장하며 극빈자에게 돌아갈 구호 물품까지 싹쓸이 해 간 꼴이다.지난 대선 때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비례대표제를 왜곡하는 위성정당을 반드시 금지하겠다. 피해를 본 정당들에 다시 한번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말했다. 위성정당 방지조항을 넣은 연동형을 공약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연말 이 대표는 “이상적인 주장으로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선거법 개정은 손 놓고 있다.지역구와 관계없이 정당투표만으로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병립형’도 아니고, 지난 총선처럼 역비례를 가져올 위성정당을 강행할 가능성을 열어놨다. 거대 양당의 ‘탐욕’이다. 정치를 어떻게 탐욕으로 하나. 정치인에게 ‘공정’은 입에 발린 말이긴 하지만, 이렇게 노골적으로 탐욕을 드러내도 되는 건가. 우리 정치가 어디까지 추락하려는 건지 걱정이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4-01-14

합종연횡(合從連橫)의 시대

우정구 논설위원 합종연횡은 중국 전국시대 최강국인 진(秦)나라와 인근한 여섯나라 사이에서 펼쳐진 외교술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서는 선거철만 되면 국회의원들이 이익과 노선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모습을 보고 언론이 합종연횡이라 표현했다.우리나라 합종연횡의 대표적 사례이자 성공한 경우는 DJP 연합이다. 1997년 제15대 대통령선거 당시 김대중의 새정치국민회의와 김종필의 자유민주연합이 공동 여당을 목표로 결성해 연합정부 설립에 성공한 케이스다.대선 당시 김대중은 대통령, 김종필은 책임총리를 맡고 임기 2년차에 의원내각제로 개헌해 임기 후반은 김종필이 정부 수반으로써 국정을 책임질 것을 공약했지만 현실화 되진 못했다.4월 총선을 앞두고 제3지대 성공 여부에 국민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 정당 역사로 보면 보수당과 민주당계가 국회를 양분해 사실상 제3지대의 정당으로 내세울 만한 당은 별로 없다. 의석 수나 지속성 등을 볼 때 안철수나 김종필 정도가 유의미한 정당을 유지했다고 할 정도다.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서둘고 있다. 또 민주당 탈당파 의원,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도 창당 움직임에 가세해 현재 5개 정도 신당이 준비 중이다.이들은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낀 중도지지층을 껴안고 기득권 정치 타파를 외치며 뜻을 같이하는 모습이다. 합종연횡이 성공할지 주목거리다. 합종연횡의 성공은 유권자인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국민의 눈에 권력에서 밀려 이합집산하는 수준으로 비치면 안 된다. 정치를 바꾸려는 진정성이 인정받아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4-01-14

시인과 최면술

김규종 경북대 교수 20대 청춘일 때 시인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지만 그리되지 못했다. 세월이 더 흐른 다음에는 혁명가가 되기를 꿈꾸었으나, 그 또한 헛된 망상이 되고 말았다. 시인과 혁명가! 얼마나 가슴 설레는 어휘인가?! 그래서 이육사 시인을 무척 좋아하는 것이다. 시인이되 혁명가였던 이원록(1904∼1944)을 어찌 사랑하고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언젠가 안동에 있는 이육사 문학관을 찾은 일이 있었다. 대구 동부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길 위의 인문학’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이육사 시인의 생애와 문학을 조명하는 것이었다. 어쩌다 그 일을 맡게 되었기로 대구에서 안동을 오가는 전세버스와 이육사 문학관 앞마당에서 시민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지금까지 기억에 있음은 흐뭇한 추억이었던 모양이다.각설하고, 시인을 동경하던 나는 문학을 업으로 하는 일에 평생 종사했지만, 여전히 시인을 향한 꿈은 간직하고 살아간다. 그래선지 시인을 만나면 언제든 유쾌하고 살아있다는 느낌이 가득하다. 가깝게 지내는 국문과 교수이자 시인인 친구를 보면 부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시인으로 평생을 산다는 일은 얼마나 축복받은 인생일까, 생각한다.그런 시인이 가까이 있으니 나 또한 복 많은 삶을 부여받은 것이다. 어느 날 그가 최면술 이야기를 하길래 귀 기울여 듣는다. 호기심이 아주 많은 그가 서울에 가서 최면술 대가(大家)에게 적잖은 비용을 들여서 최면술을 배웠다는 게다. 그리하여 시인의 아내에게 시험 삼아 해보았더니, 여러 가지 전생 이야기를 술술 풀어놓더라는 흥미진진한 얘기를 내놓는다.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그에게 최면을 부탁했다. 그가 심혈을 기울여 무려 30분이 넘도록 시도했으나, 최면은 끝까지 나를 찾아오지 않는다. 분별심이 강하거나, 자아가 고집스러운 사람에게는 최면이 잘 걸리지 않는다는 게 시인의 설명이다. 말을 듣고 보니 상당히 설득력 있다. 나는 분별심이 승하고,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돋는 것처럼 고집이 세기 때문이다.전생도 궁금하거니와 최면에 걸린 자아가 속속들이 털어놓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못내 궁금했으나, 도무지 먹혀들지 않는 최면 때문에 아쉬움만 커진다. 물론 나는 십수 년 전에 인터넷으로 전생을 확인한 적이 있기로, 전생이란 것이 낯설지 않으나, 최면으로 풀릴 오래전 지난날의 봉인이 무척이나 궁금한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시인과 혁명가의 공통점은 역사에 투철하고 지적인 호기심과 일상적인 실천에 앞장서는 것이다. 궁금한 것이 있다면, 끝까지 파헤치고, 올바른 대의를 위한 이론과 실천에 앞장서며, 그것을 위한 토대인 지적 호기심을 생의 끝자락까지 가져가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런 점에서 최면술을 배우러 서울까지 왕복하면서 배워온 시인의 투지가 놀랍고 가상한 것이다.그 같은 왕성한 호기심 실행은 아닐지언정, 호기심 충족마저 온전히 하지 못하는 알량한 분별심과 자의식을 돌아보노라면 아쉬움이 크게 다가온다. 엄청나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면 내려놓고 대붕처럼 자유롭게 날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백일몽을 꾸는 아침이다.

2024-01-14

‘군위군 변신’은 TK미래 밝히는 동력이다

오는 2029년 대구경북신공항 개항과 함께 ‘국제 관문도시’가 될 군위군 개발 청사진이 나왔다. 대구시는 지난 주말 ‘군위군 도시공간개발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군위군에 최대 20조원 규모의 대규모 개발사업을 추진해, 2040년에는 인구 25만명(현재 2만3천명)의 신도시로 성장시키겠다”고 했다.발표내용 중 주목되는 부분은 군위군에 조성될 ‘에어시티’ 모습이다. 신공항 근접지(군위읍 포함)에 12.5㎢ 규모로 조성될 에어시티 청사진을 보면, 미래세대가 앞으로 어떤 도시에서 생활할지 상상해 볼 수 있다. 도시전체가 스마트시스템으로 움직이며, 하늘을 나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가 도입된다. UAM은 대구도심에서 에어시티로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주요교통수단이 된다. 대구시는 삼성이 신공항건설을 주도할 특수목적법인(SPC)에 참여할 경우, 에어시티와는 별도로 ‘삼성타운’도 조성할 방침이다.신공항 주변을 ‘TK신공항 프리존(TKAFZ)’으로 설정한다는 계획도 나왔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해 군위군 대구 편입 당시 “군위 일대 공항 주변 지역은 대한민국 최초의 ‘규제 프리존’으로 만들겠다”고 언급했었다. 두바이 공항처럼 규제 프리존으로 지정되면, 입주기업의 각종 규제를 풀어줄 수 있고, 세금 감면과 국비 지원 등이 가능해진다. 그리고 군위군 우보면이 대구군부대 이전부지로 확정될 경우에는 국군종합병원(민간 이용가능)도 설립할 예정이다.대구시는 지난해 군위군 편입으로 전국 광역단위 지자체 중 가장 큰 도시가 됐다. 면적이 지금의 884㎢에서 1천498㎢로 약 70%가 더 넓어져 전국 1위가 됐다. 서울(605㎢)의 2.5배다. ‘군위군 도시공간개발 종합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군위군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미래도시로 부상할 것이다. 군위군의 변신은 대구경북의 미래도 밝히는 중요한 동력이 될 수 있다. 홍 시장이 언급한 것처럼, 군위군이 신공항 개항에 맞춰 우리나라 중남부 신경제권을 리드하는 국제적인 관문도시가 되길 기대한다.

2024-01-14

속수무책의 영일신항만 적자 그냥 둘건가

포항영일신항만(주)(PICT)이 15년간 적자에 허덕이고 있어 주주로 참여하는 포항시 등 행정기관의 적극적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2009년 개항한 영일만신항을 운영하는 PICT는 계속된 일감 부족으로 현재 초기 자본금 780억원과 금융 차입금 550억원 등 모두 1천330억원의 자본이 잠식된 상태다.PICT는 최대 주주인 대림과 코오롱글로벌, 한라 등과 포항시와 경북도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지만 15년 적자 경영에도 주주 차원의 별다른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특히 포항시와 경북도는 개항 당시 78억원씩 출자하고 매년 신규항로 개설지원금 등의 명목으로 연간 수십억원을 지원하고 있으면서 제대로 된 관리를 않아 국민 세금만 축낸다는 지적이다.본지 취재에 따르면 포항시는 PICT 적자감사 보고서를 면밀히 검토한 적도 없고 내부감사를 단 한차례 지시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또 행정기관을 감독해야 할 포항시의회 조차도 PICT 관련 감사를 지적하지 않았고 관련한 시정질의 조차 없었다고 한다.영일만신항만은 총사업비 2조2천억원 중 정부가 1조9천억원, 민간이 3천억원을 투자해 완공했으며 PICT가 50년 운영하고 정부에 기부체납하는 것으로 돼 있다.그러나 당초 기대와는 달리 선사와 물류유치 등이 어려워 작년에는 매각까지 검토했으나 별 진전이 없었다. 개항 당시 남북경협 등 정부 북방정책의 물류 거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북방교섭이 벽에 부딪히며 경영난은 거듭되고 있다.PICT는 환동해 중심도시를 꿈꾸는 포항의 미래를 위해서 또 대구경북의 유일한 수출입 항만으로서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다. 항만 활성화를 위해 포항시와 경북도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한 때다. 특히 주주 자격으로 수십억원씩 예산을 지원하면서 해당 기관의 운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행정의 무책임이다.국민의 세금이 허투루하게 사용되지 않게 하고 엄청난 예산이 투입돼 조성된 항만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당국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2024-01-14

중간이 중용이 되려면

유영희 작가 진보 성향의 어느 작가가 보수 성향의 언론에 칼럼을 기고했다가 진보 언론에서 오던 칼럼 요청이 끊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종탁의 ‘칼럼의 이해’라는 책에도 비슷한 사례가 나온다. 여기에 나온 사례는 위와 반대로, 진보 성향의 언론이 보수 논객의 칼럼을 실었다가 찬반 논란이 심하여 결국 오래가지 못했다고 한다.신문에는 오피니언이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 사설과 칼럼 두 가지가 있다. 사설은 신문을 발간하는 언론사의 의견을 담고 있어서 그 언론사의 성향과 일관성이 있을 수밖에 없고 그래서 굳이 글쓴이의 이름이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나 칼럼은 개인의 의견이나 주장 또는 감상을 담고 있는 자유로운 성격의 글이라 이름은 물론 사진까지 들어가며, 언론사의 입장과 다를 수도 있다. 실제로 미국 신문에는 진보 성향의 언론에 보수 논객의 칼럼도 종종 실린다고 한다.그러나 앞에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 사회가 그것을 받아들이려면 시간이 걸릴 듯하다. 사설과 칼럼의 논조가 다르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보수 언론은 보수 칼럼만 싣고, 진보 언론은 진보 칼럼만 싣는다. 독자 역시 이렇게 한쪽만 보면 자기 생각만 옳다고 하기 십상이다. 나와 다른 주장을 만나면, 주장을 이끌어내는 논리적 추론을 제대로 검증하지도 않고 ‘너는 어느 편이냐?’부터 따진다. 나 역시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칼럼을 쓰다 보니 장관을 임명하거나 중요한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진보 언론과 보수 언론을 다 찾아보면서 합리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그런데 이렇게 양쪽 중 한쪽에 속하지 않으면 설 자리가 없어진다. 정현종의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 그 섬에 가고 싶다.’라는 ‘섬’이라는 짧은 시는 양극단을 극복하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녹아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람들 사이에 / 사이가 있었다. 그 / 사이에 있고 싶었다. // 양편에서 돌이 날아왔다.’ (박덕규의 시 ‘사이’ 전문)와 같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이준석은 탈당 선언문에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하느냐고 비판하며 신당 창당의 의지를 다지고 있고, 이낙연 역시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양당이 극한 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야 한다며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의 도전을 지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돌을 던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시중’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간이란 ‘지금 상황’에서 ‘가장 적절함’을 의미한다. 이들이 양극단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면서 자기 이해에 연연하며 혐오 발언을 일삼거나 또 다른 편 가르기를 한다면, 국민들의 정치 피로감만 가중될 것이다.우리 사회에서 중간이 제대로 자리잡으려면, 일상에서부터 내 의견만 옳다고 고집하지 말고 다른 의견을 경청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문화를 만드는 데 무엇보다 언론의 역할이 막중하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조롱을 듣지 않도록 언론이 극단적 보도를 지양하고 다른 의견을 허용하면 ‘사이’는 더 빨리 좁혀질 것이다.

2024-01-14

감사한 마음이 소통을 만든다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새해가 되니 저마다의 소망과 희망들이 푸른 용의 기운을 받아 넘실대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새해 첫 해돋이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합장한 두 손에 단단하게 쥐어진 굳은 결심, 실시간으로 답지하는 지인들의 안부 메시지에도 기쁨과 희망,건강을 염원하는 기원들로 넘쳐난다. 새해를 맞이하는 이맘때는 아무리 엄청난 과거의 일들도 용서가 되고 MZ 세대를 넘어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와도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을 듯하다.기업마다 세대 간 소통이다, 부문 간 협력이다 하여 사외강사를 위촉하여 강의도 개설하고 주관부서는 소통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공모하여 기획하고 실행하는데도 늘 결과는 신통치 않았는데, 새해만 되면 가만히 있어도 소통 지수가 높아지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조금만 관찰해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할 것 없이 어른이 되는데 그 답이 있다.어린애와 어른은 나이가 아닌, 나눠주는 자(Giver) 인가, 받는 자(Taker)인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하루 종일 달라고만 하던 갓난아기가 새해만 되면 나눠주는 감사한 어른이 되는 것이다. 건강과 행복을 기원해 주고 지난해의 잘못쯤은 그게 무엇이든 잊자고 하고, 희망과 긍정을 한아름 나눠주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받는 것에만 익숙해 있다면 곤란하지 않은가. 20층에 있는 사람이 2층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려면 2층으로 내려가야 한다.이처럼 소통은 받은 것에 대해 감사하는 기억에 달려있고 감사한 기억은 거의 원석에 가까워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가공에 따라 무궁무진한 쓰임새를 가지며, 그것은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되었을 때 상대의 마음을 여닫는 도구가 된다. 여간해선 열리지 않을 것 같았던 견고한 마음이 감사한 마음으로 손이 잘 닿는 곳에 저장되어 필요할 때 응원하게 된다. 그 응원 도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는 마법 같은 도구가 되고 조직의 비타민이 되어 기업을 건강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 기업은 소통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으나 감사한 기억으로 저장되지 않은 형식적인 프로그램은 오히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으니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한다.무턱대고 하는 칭찬이나 공기 좋은 연수원에서 잘해 보자는 조직 활성화 프로그램도 상대를 나에게로 이끌려는 본심이 쉽게 읽히는 뻔한 것이라면 활용에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감사한 마음이 들지 않거나 기술적인 스킬만 등장한다면 부작용으로 회복이 어려운 지경까지 이를 수 있다.위기가 왔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조직과 없는 조직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다. 위기에 대해 잘 알고 있음에도 평온하고 정상성이 유지되는 조직은 위기 극복 능력이 있다. 평소에 소통을 통해 조직 상호 간에 업무를 원활하게 조정하고 협력하여 의사결정을 하기에 시스템적 대응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위기는 기회’라느니, ‘정신일도하사불성’, ‘하면 된다’ 이런 구호 써 붙어 있고 머리띠 두르고 열심히 일하는 조직은 시스템적 대응이 안 되어 있는 것이다. 시스템이 없는 조직은 망하기 전이 가장 바쁜 법이다.

2024-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