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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스승의 날을 보내며

김규인수필가 그냥 지나쳐도 그만인 스승의 날이 지나갔다. 누구에게도 축복받지 못하지만 간단하게 소프트볼을 하며 자축한다. 이제는 감정노동자로 전락해 버린 가르치는 노동자들의 초라한 시간이 흘러간다. 선생들만의 스승의 날 행사가 벌써 몇 년째 이어진다.우리 사회가 요구해서 만들어진 학생 인권조례로 이제는 생활지도는 없고 지식만을 전달하는 교실이다. 세상이 이렇게 험한데 윤리가 필요 있느냐는 친구의 질문에 “그래도 세상은 정의의 편에 선 사람들에 의하여 돌아간다”는 은사님의 말씀을 학교에서 더는 들을 수 없다.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꼰대라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챗GPT가 세상의 많은 것을 바꾸는 요즈음 알량한 지식을 파는 일도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가 없다. 챗GPT에 “너희들이 선생의 자리를 대신할 날이 언제냐”고 묻는다면 무어라고 대답할까. 어쩌면 신이 나서 바로 지금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집안의 밥상머리에서도 학교에서도 사람에 대한 교육이 사라진다. 하나밖에 없는 아이의 기를 살리고 아이의 소중한 인권을 지키기 위하여 부모는 아이를 보는 시간도 줄여가며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맛있는 햄버거와 두툼하게 집어주는 용돈으로 부모는 미소 짓지만, 차가운 휴대전화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사람다움을 잃어간다.학교에 떠맡겨진 사람 교육은 학생인권조례에 눌려 숨을 쉬지 못하고, 열정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는 학생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법의 심판을 기다린다. 교육학을 공부하며 교사로서의 의지를 불태우는 선생이 점점 사라진다.매스컴에서는 연일 학교에 관한 기사가 올라온다. 동물의 세계처럼 강한 자가 약한 자를 괴롭히는 학교폭력은 끝이 없고 학생과 학부모가 선생을 고소하고 다시 선생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응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눈에 선생이 안 보이는 일이 너무나 잦다. 교직을 떠난 지 일 년이 되어가지만, 학교의 현실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이분법으로 모든 것을 갈라버린다. 내가 보는 것이 옳고 상대방은 틀리고, 내 편이 아니면 적으로 몰아버린다. 이럴 때면 어떻게 살아야 바른 것인지 헷갈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그래도 세상은 정의의 편에 선 사람들에 의하여 돌아간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떠올리기만 한다.그렇다고 세상이 다 그렇게 돌아간다고 탓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이제는 잃어버린 ‘같이’를 찾고 싶다. 그래도 교실에는 아직 선생의 말에 귀 기울이는 학생들이 있고 그런 학생들의 모습을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선생이 있음을 느끼며 살고 싶다. 서로를 바라보는 마음이 있는 한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지 않은가.웃음 속에 깊이 뿌리 박힌 슬픔과 처진 후배들의 뒷모습을 애써 외면한다. 선생의 옆에는 학생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교육은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가 만들어 내는 하모니임을 아직도 믿는다. 학교에서 아름다운 노래가 퍼져서 우리 사회를 가득 메우기를 바랄 뿐이다.

2023-05-22

로마네스크 교회건축의 혁신 : 천장 구조의 변화

11세기 초 출현한 중세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축은 고대 로마 건축을 닮았다. 비록 지금은 폐허가 되어 옛적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지만 프랑스 부르고뉴 지방 클뤼니에 세워진 수도원교회는 로마네스크 건축 양식의 위용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우선 로마네스크 교회는 크고 높고 우람하다. 로마네스크를 뒤따르는 고딕은 더 높고 더 웅장하지만 육중하거나 우람한 느낌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돌의 무게를 극복하고 시각적으로 상승하는 듯 보인다. 로마네스크와 고딕은 건축을 올린 방식과 꾸미는 장식이 달랐다.고딕이 공학적 기술력으로 높이를 추구할 수 있었다면 로마네스크 건축가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제한적이었다. 고딕교회의 겉은 마치 피부에 문신을 새긴 듯 갖갖이 문양이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로마네스크는 그렇지 않다. 아주 단순하다. 자전거 바퀴 창살모양의 큰 창이나 외벽에 움푹 들어간 벽감을 마련하여 조각 작품을 올려놓은 정도다. 고딕교회는 섬세하고 복잡하고 현란한 문양으로 빈틈없이 꾸며졌다. 로마네스크는 기껏해야 완만한 아치 장식이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나타날 뿐이다. 로마네스크는 화려하지 않다. 그 대신 명료하다. 단순한 만큼 정갈하다. 나름의 규칙을 지킨 꾸미는 요소들에서 잔잔한 리듬감도 전달된다.중세건축은 암호화된 상징코드이다. 지상에 세워진 하늘의 집. 죄악 된 세상을 이긴 승리의 상징이자 죽음의 해방과 구원의 약속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런 의미가 녹아 있는 교회건축은 위엄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로마네스크 교회가 우람하고 견고한 요새의 모습을 지닌 이유다. 강한 요새, 안전한 피난처, 악과 맞서 마침내 거머쥘 승리와 구원의 약속. 중세 교회건축에는 이러한 상징과 메타포가 담겨 있다. 기독교의 종교성을 집약적이고 종합적이고 직관적이고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높고 웅장한 건축이 필요했다.제한된 기술로 높이 있는 건축을 완성해야 한다면 벽을 두껍게 쌓고 굵고 튼튼한 기둥으로 하중을 바치는 것 이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 로마네스크 건축가들도 이 방법을 취했다. 높이 올릴수록 벽은 두터워졌고 벽이 두터워진 만큼 지탱하는 기둥의 크기 역시 비례해 늘어나야 했다. 그 결과 로마네스크 교회는 육중한 무게감과 우람한 몸집을 가지게 되었다.앞선 시대와 비교했을 때 로마네스크 교회건축에서 관찰되는 큰 변화 중 하나는 천장이다. 로마네스크 이전에는 주로 평평한 목조천장이 사용되었다.어떤 경우 천장 없이 지붕 구조가 그대로 드러난 경우도 자주 있다. 이런 천장은 로마네스크가 완성한 장엄한 석조 건축에 어울리지 않았다. 석조 건축의 보임새에 걸맞는 천장이 필요했다. 그렇게 고안된 것이 석조로 된 교차 궁륭(groin vault)이다. 궁륭은 둥그스름하게 만든 석조 천장을 말하는데 이미 고대 로마시대의 건축에서 반원통형 궁륭이 사용되었다. 교차 궁륭은 좀 더 발달된 것으로 반원통형 궁륭 두 개를 서로 교차 시켜 만들어 졌다. 건축의 여러 요소들은 유기적으로 관계되어 있기 때문에 하나의 변화는 필연적으로 다른 요소들의 구조적 변화를 야기한다. 건축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구조적 안정성이다. 형태나 구조의 변화는 역학적 변화를 수반하고 새로운 힘의 균형점을 찾기 위해 관계된 요소들에 적절한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천장의 형태 변화는 벽면 구조의 변화 그리고 건물 층의 분화에 영향을 주었다. 건축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건축가들이 치밀하게 계산해야 하는 기본적인 힘은 하중이다.석조 궁륭으로 천장이 바뀌면서 또 다른 힘이 중요해 졌다. 좌우로 팽창하는 힘은 물론이고 기온 변화에 따른 재료 성질의 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변수까지 예측해야 했다. 십자형 교차 궁륭의 하중은 네 모서리로 집중된다. 이것을 효과적으로 분산하기 위해 건물 내벽과 외벽에 벽기둥이나 부벽이 마련되었고 그 결과 로마네스크 교회의 보임새 또한 달라졌다./미술사학자 김석모

2023-05-22

군위 화본마을, 낡은 것의 온기

사람 사는 온기로 낯선 방랑객을 맞이하는 마을이 있다. 낡은 것·오래된 것·별것도 아닌 것을 보고 만지고 체험하면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작고 아담한 마을이 품은 온기 한 자락으로 도시 생활에 지친 마음을 쉬어가게 만든다. 군위의 산성면 화본마을은 도시와는 다른 독특한 경관과 문화와 생태 속에서 옛 정감을 방랑객에게 제공한다. 근대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화본역 일대와 6~70년대 풍경을 재현해 놓은 ‘엄마 아빠 어릴 적에’ 전시관, 우보면의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를 돌아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낄 수 있다. 낡은 것이 품은 온기가 방랑객의 마음을 녹이는 것이다. 도시민이 바라는 ‘농촌 판타지’, 농촌의 자연 치유력과 재생을 통한 힐링을 군위 화본마을에 가면 찾아볼 수 있다.화본마을로의 여행은 무궁화호를 타고 화본역에 내리는 것에서 시작하면 좋다. 작고 아담한 플랫폼에 발을 디디면 증기기관차의 냉각수확보를 위해 꼭 필요했던 급수탑이 한눈에 들어온다. 제법 커다란 급수탑은 화본역이 근대에 지역의 거점으로서 활발히 운영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영천이나 대구, 안동 등으로 나가 농산물을 판매하고 생계를 유지하던 당시, 화본역은 이 지역의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고 전해진다.화본역은 1936년에 짓기 시작하여 2년 뒤인 1938년에 기차 운행을 시작하였다. 운행 시기에 맞춰 설치된 급수탑 안에는 내부 물탱크와 파이프 관, 환기구와 ‘석탄정돈, 석탄절약’이라는 문구가 당시 모습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있어 근대 소도시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든다. 오래된 기차를 활용한 레일카페에서 차 한잔하고, 플리마켓을 구경하고, 일본식 관사(지금은 숙소로 활용)를 돌아보면서 옛 정취에 취해보는 것도 좋겠다. 아쉬운 점은 이 역이 2024년 12월까지만 기차가 운행되고 마감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 남아있는 가장 아름다운 간이역의 플랫폼에 발 디딜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느림의 대명사인 무궁화호를 타고 여행하는 낭만은 ‘역’으로서의 기능을 멈추면 박물관 유리 속에 장식된 유물과 다름이 없어질 것이다. 화본역 부근에는 재밌게도 실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전시관이 하나 있다. 1953년에 지어져 2009년까지 학생들이 다녔던 산성중학교 건물을 ‘엄마 아빠 어릴 적에’라는 기억 재현 공간으로 활용한 것이다. 유리 속 장식품이 아닌 실제로 만져볼 수 있는 물품과 체험할 수 있는 옛 놀이로 채워진 이 장소는 주로 가족과 단체 방랑객이 가보기에 좋다. 메인 전시관에서는 방앗간·시골 찻집·전파상 등 향수를 부르는 60~70년대 화본마을의 거리를 볼 수 있으며, 당시의 학교 교실 속 풍경이나 가정집 등의 생활공간이 재현되어 있으며, 지역민의 손때묻은 생활 소품과 포니 차량도 전시되어 있다. 넓은 운동장에서는 꼬마 기차를 타보고, 양은 도시락을 먹고, 달고나를 만들며, 제기나 팽이 놀이도 즐기고, 옛날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보고 만지고 즐기다 보면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10월 초에 가을 축제와 12월 초 김장 축제로 지역민과 한시적으로 융화되어 농촌 생활을 직접 체험해 볼 수도 있다. 화본마을은 빡빡한 도시 생활에 상처 입은 영혼이 쉬어가기에 좋은 장소다. 이렇게 도시민이 바라는 추억과 향수는 전시관의 유리 밖에서 소소한 힐링이 되었다.지친 도시민의 소소한 힐링 이야기라면 영화 ‘리틀 포레스트’(2018)를 빼놓을 수 없다. 우보면에 있는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로 찾아든 방랑객은 영화에서 받은 따뜻한 온기를 느끼고 싶어 한다. 푸근하고 정겨운 고향마을, 추억과 낭만이 있는 동네 친구들, 자연의 따뜻한 감성이 녹아든 음식,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등 영화에서는 한적하고 여유로운 고향마을에서 친구들과 보내며 아픈 마음을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방랑객들은 실제 촬영지에서 주인공이 앉았던 소파에 앉아보고, 요리하던 주방을 살펴보고, 2인용 자전거를 타보면서 영화 속 장면을 되새김질한다. 빡빡한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농촌만의 느린 감성이 힐링을 바라는 도시민에게 ‘농촌 판타지’가 되어 치유와 재생을 전달하는 것이다.낡은 것·오래된 것·별것도 아닌 것은 재해석되기 전에는 쓸모없는 것·외면받는 것·버릴 것에 불과했다. 어느 날 주민들 스스로 이러한 장소와 물품에 새롭게 의미를 부여하면서 정겨운 것·추억이 담긴 것·치유와 재생이 깃든 것이 되었다. 화본역과 ‘엄마 아빠 어릴 적에’ 전시관 그리고 ‘리틀 포레스트’ 촬영지와 마을 곳곳의 벽화들을 통해 주민들이 만들어 낸 ‘낡은 것의 온기’가 방랑객을 부른다. 온기가 그리운 도시민이라면 응당 그 부름에 취해 방랑객이 되어 보는 것도 좋겠다. /최정화 스토리텔러 ◇ 최정화 스토리텔러 약력 ·2020 고양시 관광스토리텔링 대상 ·2020 낙동강 어울림스토리텔링 대상 등 수상

2023-05-22

대구시의회로 넘어간 ‘가창면 편입 결정권’

대구시가 달성군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과 관련, ‘관할구역 경계변경 조정 신청에 대한 동의안’을 곧 시의회에 제출한다. 수성구 편입에 대한 시의회 동의를 구하는 절차다. 동의안은 시의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이상 찬성을 얻으면 가결된다. 대구시는 동의안이 시의회를 통과하면 달성군과 수성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실태조사 결과와 의회 동의서를 첨부해 행정안전부에 경계변경 조정 신청을 한다. 달성군은 현재 가창면 수성구 편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최재훈 달성군수는 대구시가 주요기관 및 시설(국립근대미술관, 농수산물도매시장, 제2국가산단)을 달성군에 집중 배치해 준 데 대해 고마움을 표시하면서도 “가창을 잃어버린 군수가 되고 싶지 않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다. 달성군의회도 대구시의원들에게 반대 의사를 전달한 상태다. 달성군의회는 “관 주도의 의제 설정(행정구역 변경)보다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관과 주민의 원활한 소통을 전제로 하는 절차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창면민 의견뿐만이 아니라 이해당사자인 27만 달성군민 전체의 의견을 물어서 편입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달성군은 지난달 군민전체를 대상으로 가창면 편입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언론사가 가창면민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편입찬성 의견이 우세하다.이제 뜨거운 감자는 대구시의회로 넘어왔다. 시의회 본회의 의결에 앞서 동의안을 심사해야 할 상임위(기획행정위원회)는 많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으로선 동의안 찬반여부를 판단할 객관적인 데이터가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가창면의 수성구 편입은 행정 효율성이나 주민 편의 차원에서 오래전부터 거론돼 온 의제다. 시의회는 집행부에서 동의안이 회부되면 싫든 좋든 찬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시의원들이 명심해야 할 것은 행정구역변경이 타당성과 당위성을 가지려면,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수렴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2023-05-21

늘어나는 소나무재선충 피해, 막을 방법 없나

경북도내에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전국에서 가장 많아 방제대책이 시급하다. 경북도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해 4월까지 경북도가 제거한 소나무재선충 피해 고사목과 감염 우려 고사목은 모두 58만여 그루다. 이는 작년보다 87%가 늘어난 것으로 해마다 같은 방법으로 수십만 그루를 제거하고 있으나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을 막지 못하고 있다.경북도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나무는 전국 162만그루의 36%로 피해 규모로 보아 전국서 가장 심하다.특히 경북도내 23개 시군 가운데 영양군과 울릉군을 제외한 모든 시군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재선충병 확산에 대한 획기적 대책이 필요하다.소나무재선충병은 지구 온난화로 소나무재선충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인데, 1mm 내외의 벌레가 소나무 조직의 수분 통로를 막아 나무가 말라 죽는 병이다. 한번 감염된 소나무는 100% 고사한다. 현재까지 치료약도 없다.경북도내는 2019년 69만여 그루에서 소나무재선충병이 발생했으며 2020년 49만여 그루, 2021년 34만여 그루, 2022년 31만여 그루 등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었으나 올들어 급격히 늘어났다. 올해 특별히 소나무재선충병이 늘어난 것에 대해 산림청은 병징 발현이 지연되고 있고, 정밀예찰이 어려워 주변으로 피해가 확산된 것으로 분석한다.문제는 재선충에 감염됐으나 바로 고사하지 않는 잠재 감염목의 경우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다. 경북도는 헬기 동원과 현장 인력보강 등으로 정밀 방제작업에 나설 계획이나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특히 울진 금강송 군락지 등 보호수지역에 대한 정밀 예찰이 꼭 필요하다.소나무재선충병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예찰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매개충이 활동하는 4∼9월에는 더 철저한 예찰을 벌여야 하며 감염목은 반드시 벌채 후 소각 등으로 매개충의 이동을 원천봉쇄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림의 대표 수종인 소나무가 멸종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으로 방제에 나서야 한다.

2023-05-21

제3차 세계대전은

우정구 논설위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를 뒤흔든 큰 사건이다. 전쟁으로 수백만명의 삶이 파괴됐고 세계 경제도 전쟁의 충격으로 궁지에 몰렸다. 그럼에도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제3차 세계대전이 이미 시작됐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간접적 지원이 사실상 전쟁을 거들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 최근 갈수록 격화되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로 벌어지는 강대강 대결 국면이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이도 있다.제2차 세계대전은 1939년 9월 1일 시작해 1945년 9월 2일 종식됐다. 세계 30개국에서 1억명이 넘는 군인이 전쟁에 참여했다. 7천300만명의 희생자가 생겼다. 희생자 대부분이 민간인이다. 역사상 처음으로 핵무기가 사용되는 비극을 인류가 경험한 전쟁이다.2차 세계대전 이후 몇 차례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가능성이 엿보였으나 가까스로 억제됐다. 만약 3차 대전이 일어났다면 인류의 문명은 수십년 후퇴하거나 최악의 경우 인류문명 자체가 파괴될 가능성이 있다. 2차 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전쟁 무기기술이 고도로 발달했다.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 등 다양한 살상용 무기들이 개발돼 실제로 그 무기가 위력을 발휘한다면 그 결과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다.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최근 영국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1차대전 발발 전과 비슷한 상황”이라며 강대강 충돌의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지적하고 “3차대전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며 냉전시대 미국 외교계의 거장으로 주목받았던 그의 경고가 주는 의미를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우정구(논설위원)

2023-05-21

잔디를 깎다가

김규종 경북대 교수 사람마다 좋아하는 냄새가 있다. 나는 바닷바람 냄새와 잔디 깎을 때 나는 냄새가 좋다. 바다를 처음 보았을 때 바다의 드넓은 인상도 좋았지만, 바다가 풍기는 냄새도 잊을 수 없다. 잔디 냄새가 좋다는 생각이 처음 든 것은 베를린 자유대학 동유럽연구소 앞에서였다. 1989년 4월 어느 맑은 날 요란한 소리와 함께 뿜어져 나오던 잔디 냄새는 대단한 것이었다.어린 시절 큰집에 가면 잔디에서 온종일 뛰어놀 수 있었다. 일 년에 단 하루, 추석 당일에만 허락된 특별한 행사가 잔디에서 공놀이하는 일이었다. 가난했던 나의 아버지와 달리 집안의 기둥이셨던 둘째 큰아버지는 상당한 부를 축적하셨고, 잔디가 심어진 마당 있는 양옥집에서 사셨다. 부자는 부럽지 않았지만, 잔디만은 부럽기 그지없었다.오랜 세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다가 몇 년 전 청도로 이사 온 후에 나도 잔디 깔린 집에서 살게 되었다. 전통 한옥에는 마당에 잔디를 심지 않는다. 잔디는 무덤에 심는 것이기에, 마당에는 작은 돌이나 흙으로 처리하는 게 관례였다고 한다. 하지만 양키 문화가 대거 이입되면서 잔디를 심는 집이 부쩍 늘었고, 나도 그 대열에 한몫 끼어든 셈이다.보기 좋지만 관리가 쉽지 않은 것이 잔디 있는 마당이다. 더욱이 농가에는 사시사철 곳곳에서 온갖 풀씨들이 날아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제멋대로 뿌리를 내린다. 일단 뿌리를 내리고 나면 그들은 수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 끝도 없이 피고 지고 또 피어난다. 체면이고 염치고 없는 것들이 세상에 차고 넘치는 풀이다.우리 집 마당에서 해마다 세력을 키워가는 상사화, 붓꽃(아이리스), 낮분홍달맞이꽃, 부추, 돌나물, 자주달개비, 민들레, 씀바귀, 들깨 같은 것들은 어디선가 날아와서 저희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생장한 것이다. 이런 녀석들이 잔디와 함께 자라더니, 급기야 괭이밥, 봄까치꽃(큰개불알풀), 벼룩이자리, 개망초, 달개비(닭의장풀), 개쑥갓 등속도 맹렬하게 세력을 키운다.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급습을 감행하는 풀을 ‘잡초’라 부르지만, 나는 ‘불원초(不願草)’라 부른다. 잡놈은 있어도 잡초는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내가 바라지 않았는데 생장하기로 불원초라 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이다. 그들은 강인한 생명력과 불굴의 의지로 언제나 각자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결코 중간에 꺾이거나 사라지는 법이 없다.제초제를 뿌리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손으로 뽑거나, 예초기로 기세를 제압한다. 오늘 저녁에도 잔디를 깎으면서 온갖 풀들의 얼굴과 대면하면서 옛일을 돌이키는 것이다. 그 많던 시공간과 풀과 인연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생각하면 잠시 아득해진다. 돌이킬 수 없이 사라져버린 인연과 사람과 순간과 풀과 꽃들의 행방이 궁금하다.34년 전 동서독 재통일 직전 흐뭇한 냄새를 선사했던 잔디 깎던 노동자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그에게도 봄날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있는지, 궁금하다. 해마다 봄이 오고, 비가 내리면 잔디를 깎으면서 상념에 젖는 것이다. 아, 세월이여! 추억이여, 인생이여!

2023-05-21

나에게 정치적 편견이 없는가

김진국 고문 지난주 중앙일보가 흥미로운 여론조사를 보도했다. 정치 성향에 따른 확증편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론조사기관 STI가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가 국민의힘 지지자보다 확증편향이 심하다. 확증편향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편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조사는 먼저 진보·보수 성향 응답자가 좋아할 만한 진짜 뉴스와 가짜뉴스를 각각 하나씩 주고,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5점 척도로 판별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뉴스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 성향에 유리한 뉴스를 더 믿고, 불리한 뉴스를 덜 믿는 경향을 보였다. 진보 성향 응답자는 진짜·가짜와 상관없이 진보에 유리한 설문을 ‘사실’이라고 보았고, 보수 성향 응답자는 보수에 유리한 설문을 ‘사실’이라고 답했다.이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 중 진보 성향 가짜뉴스는 ‘사실’, 보수 성향 진짜뉴스는 ‘거짓’이라고 응답한 사람을 ‘확증 편향층’으로 분류했다. 거꾸로 국민의힘 지지자는 보수 성향 가짜뉴스를 ‘사실’, 진보 성향 진짜 뉴스를 ‘거짓’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포함했다. 그러자 민주당 지지층 36.5%, 국민의힘 지지층 18%가 확증편향층이었다.우리 사회의 진영화가 심각하다. 이 조사에서도 드러났지만 보수 성향인 사람과 진보 성향인 사람은 상대방에게 감정 온도가 매우 낮다. 쉽게 말해 차갑다, 싫어한다는 말이다. 대화는 물론 밥도 같이 먹지 않고, 심지어 결혼 같은 대사에도 영향을 받는다. 사람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확증편향 탓에 서로 다른 사실들로 구성된 역사와 공간에 산다. 대화도 타협도 어렵고, 그저 다투고, 비난하는 일밖에 하지 못한다.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제한됐다. 그 가치를 되찾기 위해 민주화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주의를 경험하게 된 지금 두 진영은 오히려 더 극단적으로 대치한다.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정작 찾으려 한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잃어버렸다.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관용성이다.필자도 평생 기자로 글을 쓰면서 항상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취재한 내용이 사실인가. 나의 판단이 옳은가. 내가 속하지 않은 반대쪽에 서 있는 사람의 생각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존재 자체가 가져다주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틀릴 수 있다고 전제하지 않으면 토론도, 양보도 없다. 새로운 발견도, 발전도 없다. 그런데 의외로 오만한 사람이 많다. 반대 진영에 유리한 뉴스는 아예 보지 않는다. 그러고도 다 안다고 생각한다.이 조사를 보면 확증편향층이 오히려 정치·사회 현안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했다. ‘매우 관심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37%다. 비확증편향층(24.9%)보다 많다. 또 이들이 정치·사회 현안을 접하는 주요 매체로 ‘유튜브’(21.8%)를 꼽았다. 비확증편향층(8.1%)보다 월등히 많다. 유튜브는 특정 진영의 입맛에 맞는 뉴스와 해설을 제공한다. 편향적인 시각을 더욱 강화한다.그런데도 확증편향층 응답자는 자신이 확증편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확증편향층(3.06)은 비확증편향층(3.22)보다 5점 척도의 가운데인 3에 더 가깝게 스스로를 평가했다. 확증편향이 심할수록 자신이 얼마나 편향적인지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니 고치지 않는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자. 나의 존재, 지연·혈연·학연 등이 편향성을 가져온다고 생각하고,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자. 그래야 우리 사회가 바로 선다.참고로 독자들도 STI가 여론조사에서 사용한 설문으로 자신의 편향성을 한 번 시험해보시라. 이 뉴스가 진짜인가, 가짜인가.① 2022년 대한민국 민주주의 지수가 작년에 비해 여덟 단계 하락했다. (진보 성향 진짜 뉴스)②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다. (진보성향 가짜뉴스)③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에 응하지 않아, 북한 인권재단은 7년째 출범을 못하고 있다. (보수 성향 진짜 뉴스)④ 문재인 정부는 비밀리에 6억 달러 규모의 대북 송금을 하였다. (보수 성향 가짜뉴스)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3-05-21

‘마처 세대’를 위하여

유영희 작가 며칠 전 우연히 SNS 친구의 담벼락에서 노후 빈곤에 대한 고민을 읽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월급만으로는 노후대비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재테크 유튜버의 말을 인용하면서 투자의 위험이 만만치 않으니, 과연 투자가 답일까?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딱히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미 작년 집값 상승 시기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여 고통 받는 영끌족도 많고, 빚투한 사람들도 주식 하락으로 영혼이 털리고 있다. 게다가 회복 기회가 적은 중장년에게 투자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러고 보면 SNS를 보며 다른 사람 따라하지 말고, 할인한다고 사지 말고, 주식이나 코인 같은 투자도 하지 말고 오로지 저축으로 1억을 모으라는 돈쭐남 김경필의 조언이 더 실속 있어 보인다.이렇게 돈 벌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현재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노후에 대한 불안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2020년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와 2022년 신한미래설계보고서에서를 보면, 노후 필요자금으로 가장 많은 응답은, 퇴직 후부터 30년 정도 더 살 것을 가정하고 5억에서 10억이었다고 한다. 최소한 5억이 있으면 어느 정도 노후가 안전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최선일까 의문이 든다.아버지는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13년간 투병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웃공동체가 없었던 것을 더 힘들어하셨다. 물질적 궁핍은 절약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웃공동체는 돈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혼자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노년이 되면 외로움으로 고통 받는 사례도 많다.노년 1인 가구의 급증 역시 노년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2021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 비율이 33%이고, 그 중 60세 이상의 1인 가구 비율이 35%라고 한다. 그런데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40%가 1인 가구이고, 그중 60세 이상의 가구가 59%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 연령대에 걸쳐 1인 가구가 경제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취약한 상황이니, 노년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는 제도적으로 사회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사회 안전망 못지않게 사회 연결망도 중요하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봉양 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고 이름지어진 ‘마처 세대’에게 적절한 크기의 사회 연결망은 노년의 어려움 해결에 도움이 된다. SNS를 잘 활용하면 생활에 활력이 된다. 혼자 있는 법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적절하게 사회관계를 유지할 줄 아는 것도 노년의 지혜이다. 국가는 사회 안전망을 탄탄하게 갖추고, 개인은 자기에게 맞는 사회 연결망을 유지할 수 있다면 노후의 공포는 줄어들 것이다. 이런 일에 기여하고자 지난겨울 동네 통장에 지원했다. 4대1의 경쟁률에 탈락했지만, 그 자체로 사회 연결망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어 의미 있었다.

2023-05-21

기업 생존 무기, 행동규범

장광일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일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돌아가고 있다. 생존경쟁의 세상에서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일의 경쟁력이고, 결국 사람의 경쟁력으로 집중된다.필자는 사람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올바른 철학과 가치관을 강조하고 있다. 그 구성원의 가지고 있는 올바른 철학과 가치관은 기업을 바람직한 모습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 준다.데니 밀러가 연구한 세계적인 장수기업들의 공통점은 그들만의 독특한 철학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가치관이 있다는 것이다. 잘되는 기업들은 위기를 겪을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위기 때 경영진과 종업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냉정하게 대처하고, 지혜를 발휘해 그 문제를 해결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어 더욱 결집한다는 것이다.이 철학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그들만의 행동규범(行動規範)을 만들고, 30년을 넘게 몸소 실천해 온 곳이 있다. 이 행동규범은 위기가 발생할수록 빛을 발휘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백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할 자연재해의 혼란 속에서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재기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포항제철소 제강부 피해복구 사례이다.제강부에는 독특한 행동규범이 있다. “근무와 휴식을 명확히 구분하고 규율 있는 동작과 선명한 자세를 갖는다. 유능한 기술자가 되기 이전에 성실한 공민으로서의 인격도야에 힘쓴다. 문제는 거론에 그치지 말고 실행 가능한 대안의 모색으로 해결한다.” 등이다. 이 행동규범은 직원들의 마음에 자리 잡았고 제강인으로써 자부심을 가지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제강부는 힌남노 태풍으로 냉천 범람 피해가 발생하여 공장 전체가 물에 잠겼을 때 주변에서는 3개월 이내에 공장 가동은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러나 전 직원이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모두가 복구 작업에 참여한 결과 5일 만에 공장을 정상 가동 시켰다. 이 시간은 고로를 살리기 위한 골든 타임을 넘지 않아 고로를 정상가동 시켰고, 제철소 전체를 정상화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또한 제강부 행동규범에 나와 있는 것처럼 실행 가능한 대안이 쏟아져 나왔다. 조명도 없고, 물도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지혜를 발휘하였다.수중 펌프를 가동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기차 EV6에 들어간 V2L 기능을 활용하여 낮에는 배수펌프를 가동하고 밤에는 사무실 불을 밝히는 데 전지를 활용한 사례, 가정용 헤어드라이어와 농기계인 고추 건조기를 집에서 회사로 가지고 와서 전자기판, 전기 기기를 건조하여 50시간 이내에 복전한 사례, 제강에서 사용하는 90t 중량의 커다란 빈(空) 슬래그 포트(Slag Pot)를 활용해 한 번에 많은 양의 빗물을 담아 반나절 만에 지하 침수 부위 내 우수를 제거한 사례이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역사는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라고 했다. 우리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 등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우리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나아가야 하겠다.

2023-05-21

‘2025 APEC 정상회의’ 경주서 열려야 한다

주낙영 경주시장 경주시가 올해 역점을 둔 단 하나의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2025 APEC 정상회의’유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를 뜻하는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교역량은 50%, GDP는 62%에 달한다.사실상 이 경제협력체가 세계 경제를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중·일·러 4강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1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개최 도시가 얻게 될 유무형의 사회경제적 유발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각국 정상을 비롯해 6천여 명이 넘는 정부각료, 기업인, 언론인이 참가하는 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전 세계의 매스컴을 통해 개최도시가 집중 조명된다. 반드시 경주가 유치해야하는 이유다. 여러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를 세계에 알리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정부에서 유치도시 선정을 위한 공식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뜨겁다. 지금 경주와 경쟁하고 있는 도시는 부산, 제주, 인천이다.우리 경주만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이고 다른 경쟁도시는 모두 광역지자체다. 표면상 불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APEC 정상회의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이 포용적 성장을 지향하는 APEC의 관례이기도 하다.정부의 국정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사는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서라도 지방도시인 경주에서 유치해야할 충분한 명분과 당위성이 있다.정상회의가 단순히 회의만 한다면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편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면 그 도시는 반드시 경주가 되어야 한다.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고 상상해 보자. 행사가 열리는 11월은 형형색색의 단풍이 최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세계 정상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동궁과 월지, 첨성대, 월정교 등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진다면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가 아닐까.이외에도 경주 유치의 당위는 차고 넘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유산의 보고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시로 한국의 찬란한 문화를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경주다. 한마디로 가장 한국다운 도시인 것이다. 지난 수년간 APEC 교육장관회의, 세계물포럼, UN NGO컨퍼런스, 세계원자력국제대회 등 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각국 정상과 배우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물론 경호와 안전면에서도 어느 곳보다 최적이다. 정상회의가 열릴 화백컨벤션센터와 경주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시설이 밀접해 이동 동선이 매우 짧을 뿐 아니라 다른 경쟁도시와 달리 바다에 접해있지 않고 호리병처럼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정상 경호와 안전에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다.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됐을 때도 한미정상회담은 경주서 열렸는데 회담장소인 보문단지 일대가 경호에 최적지였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선보이기 위한 적지 또한 경주다. 경주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자력발전소, SMR 연구개발의 전초기지가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양성자가속기센터, 경주 e-모빌리티 연구단지가 있다. 특히, 최근 SMR 국가산업단지 선정은 세계에 우리 원전산업을 세일즈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포항, 울산, 구미 등 산업도시와 인접한 경주는 다양한 산업시찰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최적지이기도 하다.혹자는 유치 경쟁에 있어 정치 논리나 힘의 논리를 이야기한다. 우리 경주는 20년 전에 태권도공원을 유치하고자 도전했다가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태권도의 발상지이자 역사문화도시인 경주에 오는 것이 당연함에도 실패하고 말았다.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이제 다시 실패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줄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경주사람을 만나면 누구라도 APEC 이야기만 하더라는 이야기가 들려야 한다.절박한 시민들의 뜻과 의지와 열정이 모인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반드시 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경주시도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모든 역량을 모아 유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2023-05-21

바람은 어쩌다가 몰려다니는 것일까

외할머니는 바람을 몰고 다녔다. 사방 십 리에 할머니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생김새는 여장부 같고 목소리까지 짧아 강단이 있었다. 아이들은 할머니 집을 지날 때 머리카락이라도 보일까, 몸을 담벼락 아래로 낮추고 깨금발로 걸었다.외삼촌도 가는 곳마다 바람을 일으켰다. 인물 좋고 언변이 좋았기에 늘 사람들의 중심에 섰다. 근거 없이 떠도는 풍문도 외삼촌의 입술을 스치면 솔깃한 이야기로 바뀌었다. 거짓도 진짜처럼 믿어 외삼촌의 말에 따라 이 마을 저 마을 땅문서가 들썩거리기까지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를 도모하던 외삼촌이 사라졌다. 알고 보니 야반도주였다. 외할머니집 앞에 낯선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장독 질자배기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술기운으로 내지르는 고함이 골목을 울렸다. 어떤 이는 대문을 밀치고 들어와 입에 거품을 물고 삿대질을 해댔다. 심지어 파출소 소장까지 찾아와 외삼촌이 있는 곳을 알려달라며 해가 질 때까지 안방에 드러누웠다. 사나워진 민심은 오래도록 대문 앞을 뒤흔들었다.이런저런 소문이 마을에 날아들었다. 외삼촌이 바닷가 어느 마을에서 뱃일한다더라, 서울 어느 뒷골목에서 봤다더라, 헛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건너 사실처럼 담장을 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도 낯선 사람이 다가와 넌지시 묻기도 했다.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던 소문이 잠잠해지면 또 다른 소문이 바람을 타고 왔다.풍문도 뜸할 무렵이었다. 새벽 동살과 함께 소식 하나가 대문을 두드렸다. 외삼촌이 죽었다는, 꽤 구체적인 소식이었다. 울부짖을 법도 하련만, 외할머니는 사람들을 물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태연하게 이부자리를 갠 다음 앉은뱅이 경대를 끌어당겼다. 속내는 감출 수 없다는 듯 빗을 드는 손이 가늘게 떨렸다.외삼촌이 뿌린 씨앗은 곳곳에서 불쑥불쑥 머리를 내밀었다. 외할머니는 여장부답게 그것들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사과하고, 물어주고, 때로는 자식 대신 잘못을 빌러 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했다. 외할머니의 강단 있는 오지랖이 통했는지, 엉키고 꼬였던 사태는 빨리 수습되었다.거울 앞에 꼿꼿하게 앉은 모습은 외할머니만의 시위였다. 바람 앞에 먼저 나서 잡다한 것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려는 의지이기도 했다. 외할머니에게 빗질은 마음을 흐트러트리는 바람을 변주하는 의식이었고 비녀는 마음을 단속하는 빗장이었다.“음” 이순혜 수필가 비녀를 지르는 소리는 숱한 언어를 함축하고 있었다. 대범한 여장부라고 해서 눈 한 번 깜짝하지 않으랴. 외할머니도 자신을 단속하던 모든 것을 풀어헤친 채 목 놓아 울고 싶었으리라.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회한, 자식을 먼저 보낸다는 통한, 부유하는 감정들이 충돌하고 교차하다가 밖으로 나오려고 아우성칠 때 외할머니는 단음절로 묶어 내뱉었다.언제부턴가 외할머니는 경대 앞에 앉지 않았다. 마실이라도 나갈 때면 치맛자락을 스치는 바람에도 흔들렸다. 그 후 나는 경호원이 되어 나들이를 부축했다. 외할머니의 모습이 시나브로 헝클어지고 당신 스스로 빗질할 기력을 잃자, 마음의 빗장도 낡고 허물어지기 시작했다.비녀를 지르지 않은 날이 늘었다. 외할머니는 더는 허리를 세우지 못하고 다음 세상으로 가는 문의 빗장이 열리려는지, 며칠 동안 가만히 누워 눈망울만 끔뻑거렸다. 자정이 넘어 엄마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면서 외할머니는 눈을 감았다.할머니의 영정 앞에 향내가 피어오르고 대문에 조등이 내걸렸다. 외할머니의 오지랖이 얼마나 넓었는지 멀리서도 조문객이 찾아와 회자정리(會者定離)를 했다. 사람들은 할머니의 삶을 한데 모아 간단한 말로 비녀를 질렀다.“ 저 노인네, 이제는 쉴 때도 되었다.”바람 많은 삶답게 할머니가 떠나는 날에도 바람은 불었다.

2023-05-21

룰(Rule)과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김남국 의원의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코인투자 논란이 가속되고 있다. 그동안 절약과 가난의 삶을 “라면만 먹는다. 낡은 신발을 신는다” 등으로 유권자들의 동정심과 후원을 구했던 그가 수십억이 넘는 코인 가상재산을 갖고 있다고 하니 유권자들은 매우 당황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회회기 기간 중 자주 자리를 비우면서 가상코인 투자를 했다는 게 보도되면서 문제의 핵심이 급격히 의원 직분 태만으로 이동하고 급기야는 그가 가상자산 과세 유예 법안에 참여했기에 로비가 있었던가 아닌가라는 의구심도 자아내고 있다.룰(Rule)과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논리는 사실상 미국과 같은 준법이 잘 지켜지는 곳에서 기인한다. 미국에 처음 간 사람들은 자동차 정지선에 꼬박꼬박 서는 룰을 잘 지키는 미국에서 왜 쇼핑카트는 주자장 아무데나 버리고 가는지 이해가 늘 안된다.결국 룰은 ‘강제’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예이다. 미국서는 정지선을 안지키다 적발되면 큰 벌금이 나온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논리라면 쇼핑카트를 아무데다 놓으면 페널티를 주어야 한다. 그런데 그러한 룰이 없으니까 쇼핑카트가 아무데나 어지럽게 놓여있다. 한국에서 100원 짜리 동전을 넣어서 카트를 쓰고 다시 카트를 정리해야 100원 동전을 찾는 간단한 룰로 한국의 소핑카트는 잘 정리된다. 결국 어떤 국민이든 법을 잘지키는 국민이라는 선입견은 없다. 누구든 어떤 나라 국민이든 룰과 형식에 의해 질서가 지켜 지고 있는 것이다.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70년대는 대학가의 시험 커닝(시험 부정)이 만연하던 시절이다. 정치적인 부정과 독재에 항거하면서도 그 자신은 커닝으로 시험을 치르는 모순된 대학생들의 모습이었다.포스텍 재임 기간 중 시험 커닝이 없는 깨끗한 캠퍼스를 경험했다. 포스텍은 미국 스탠퍼드대학처럼 ‘어너코드’(Honor Code·시험치기전 양심선언)가 있어 커닝없는 시험을 치르고 있다. 한국학생 한 명이 시험종료 시간을 지나 30초 정도 더 답변을 작성했고 이것이 문제가 되어 몇 개월에 걸쳐 학교에 소명하는 작업에서 고생했던 경우를 보았다. ‘어너코드’와 커닝에 대한 엄격한 스탠포드의 룰과 형식은 결국 스탠포드 학생들의 내용을 지배하게 되었다.“제도는 사람을 유혹한다”는 말도 있다. 따라서 교수들은 공정한 평가가 유도될 수 있는 방법으로 학생들이 커닝에 대한 유혹을 받지 않도록 하고 학생들은 그들이 말하는 ‘공정한 사회’를 위해 커닝과 같은 부정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건 자명하다.정부가 교차로 꼬리물기 금지 캠페인을 위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고 운전자의 이기주의의 산물인 꼬리물기는 사실상 후진 한국운전문화의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30여 년 전 미국서 귀국한 직후 포항에서 한번은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서 잠시 멈추고 주위를 살피고 전진하는데, 왼쪽 길에서 오는 차에 받쳤다. 그때서야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선 눈치껏 가야하고 꼬리물기가 일반화돼 있다는 걸 알았다. 반면 미국에선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선 모든 차는 정지해 사거리에 진입한 순서대로 진행하도록 돼 있다. 이 제도는 인적이 드문 곳에서도 철저히 지켜지고, 어기게 되면 벌금을 물도록 되어 있다.사실 교차로 꼬리물기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신호등 없는 사거리에서의 꼬리물기다. 고속도로에서도 뒤에 오는 차가 더 빨리가라고 경적소리를 내기도 한다.한국 교통문화에 안타까움을 느끼는 건 이러한 후진성이 ‘적당주의’와 관련이 있고, 그러한 적당주의는 룰과 형식이 잘 정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교통체계를 좀더 정교하고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고, 운전자, 보행자의 교통규칙을 룰과 형식의 관점에서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김남국 의원의 문제도 룰과 형식의 강화로 막을 수 있었다. 그에게 문제가 있다면 룰과 형식에서도 문제를 찾아 볼 수 있다. 그가 한 행동들 코인 가상제도 투자, 회기 기간 중 좌석 이탈, 재산목록에 가상재단 불포함 등등은 모두 불법은 아닐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원의 가상재산도 재산목록에 포함해야 한다는 룰 개정은 늦은감이 있지만 조속히 시행되어야 한다. 가상재산도 언제든지 현금화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포함되어야 한다.국회 개정 시간에는 특정한 이유없이 자리를 무단 이탈해서는 안 된다는 룰을 ‘어너코드’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나 아무 때나 자리를 떠날 수 있다면 그건 나라일을 의논하라고 국회의원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독이다.다양한 방법으로 국회의원 윤리를 위반한 의원은 다음에는 공천될 수 없다는 룰도 필요한데 최근 민주당은 오히려 공천 룰을 약화 시켰다는 전언이다. 하자가 있는 후보가 공천되도록 룰을 약화시켰다는 룰과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룰을 거꾸로 올라가는 모습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김남국 의원 사태를 계기로 룰과 형식을 더 강화해야 한다. 그러한 강화를 통해 내용이 향상되는 그런 사회, 그런 국가를 기대해 본다.

2023-05-21

스포츠과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대한민국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은 1976년 8월 1일 몬트리올에서 나왔다. 그 당시 한국 스포츠는 인간의 한계만을 시험대에 올려 지켜보던 시대였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 1개에서 시작해 88서울올림픽과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를 획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 남짓이다. 이렇게 단기간에 세계 최상의 경기력을 갖추게 된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특히나 아시아인은 인종학적으로 불리하다고 여겨졌던 올림픽 수영에서 금빛 물살을 가른 박태환과 스피드 스케이팅의 모태범, 이상화, 그리고 고난이도 기술 개발로 자신의 이름을 딴 체조의 양학선까지도 스포츠과학의 지원으로 철저히 분석되고 연구된 결과물이 적용된 성과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이렇듯 엘리트스포츠의 세계적인 도약을 위해서 스포츠과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과학은 엘리트선수의 경기력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경기력은 체력뿐만 아니라 기술, 심리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과학은 이러한 경기력 결정요인을 실험 도구와 첨단장비를 이용해 측정, 분석하고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훈련 방법과 훈련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엘리트스포츠에서 체력은 경기력을 결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요인인데, 무엇보다 측정과 평가 방법이 중요하다. 과거 체력 측정은 100m 달리기나 오래달리기 또는 윗몸일으키기와 같은 단순한 방법으로 실시되면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현재는 다양한 측정 도구와 방법이 이용되는데, 근관절기능검사는 선수의 관절 가동 범위 및 근력, 그리고 운동부하검사는 산소 운반체계 능력으로 나타내는 최대산소섭취량과 운동 수행을 예측하거나 훈련 강도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는 젖산역치를 측정한다.이에 더해 스포츠과학은 운동 지속 시간과 에너지 소비 형태를 측정해서 각 종목별로 요구되는 에너지 시스템을 분석하여 효율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100m 달리기의 경우 약 98%의 인원질 시스템(ATP-PC)과 약 2%의 무산소성 해당과정과 젖산 시스템으로 에너지 대사가 이루어지고, 마라톤의 경우 약 95%의 유산소 시스템과 5%의 젖산 시스템으로 에너지가 생성된다. 이같이 종목에 따라 쓰이는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은 개별 선수의 체력 상태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스포츠과학은 선수의 역학적 기술과 지각-동작 기술을 측정, 분석해 경기력 향상에 기여한다. 영상 장비를 이용한 빠른 신체 움직임의 순간 위치 변화와 힘의 작용에 대한 분석은 잘못된 동작을 교정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게다가 선수의 연속 동작과 움직임 분석을 위해 비디오 영상분석 장비도 활용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역도의 장미란 선수가 자세 교정 등으로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따는 데에 기여도는 상당했다.엘리트선수의 경우 경기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안구추적기는 안구 움직임을 촬영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가 부착된 장치를 머리에 착용하여 선수가 보는 장면과 눈동자 초점이 한 화면에 나타난다. 이러한 장비를 이용한 측정과 분석은 패널티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키커의 어깨와 공을 차는 다리에 시선을 고정하거나 배드민턴에서 상대방의 라켓을 든 팔과 머리 사이의 공간에 시선을 집중하여 공이나 셔틀콕의 방향을 예측하는 훈련에 적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스포츠과학은 심리검사를 통해 엘리트선수의 심리적 특성을 파악하고 심리기술훈련을 통해 심리적 변화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 다시 말해 스포츠현장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스포츠심리의 역할은 시합이나 훈련 상황에서 선수 스스로 심리상태를 조절할 수 있도록 심리기술을 훈련하는 데 있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환경과 실제 경기하는 환경과의 차이에서 비롯된 여러 요소들은 선수들의 불안, 각성 혹은 집중력 등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에는 전통적인 심상 훈련에다 과학을 접목해 실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을 적용한 심리기술훈련이 적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2020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양궁 역사상 최초 금메달 3관왕인 안산 선수를 배출한 양궁 국가대표팀을 들 수 있다. 이처럼 과학은 엘리트스포츠 영역에서 체력과 기술, 심리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은 엘리트스포츠뿐 아니라 건강을 증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활 스포츠에도 응용되고 있다. 생활 스포츠 참가자의 건강 및 체력 상태를 측정, 분석해 다이어트, 부상 및 운동 상해 예방, 재활 등 운동치료에 맞는 운동 유형을 찾고 빈도, 시간, 강도를 정해 운동 효과를 드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2023-05-21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

윤영대 전 포항대 교수 스승의 날이 되면 나의 휴대폰이 바빠진다. 옛 제자들의 전화와 문자, 그리고 카톡이 나의 기억을 일깨워준다. 수십 년이 지나도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오는 제자들의 반가움을 듣노라면 교단에 섰던 40여 년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행복한 마음으로, 나 또한 구순(九旬)이 되신 은사님에게 전화를 드린다. 사제지간, 그 가르침의 은혜와 사랑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빌어본다.코로나19 기간 동안 서먹했던 ‘스승의 날’ 행사가 밝아졌다는 소식을 들으며 요즈음의 교육계를 생각해 본다. 스승의 날이면 붉은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아주던 제자들의 밝은 웃음은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만들어지고 난 후 꽃바구니와 함께 사라져버렸다고 한다. 교직 사회를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도 늘어났고 학생인권조례로 인한 체벌 전면금지로 교사들의 수업권마저 침해당했다는 마음에 사기가 떨어졌다는 반응도 87%가 넘는다고 하니, 스승과 제자 간의 사랑도 멀어지나 보다.교육의 한자 뜻을 살펴보면 교(敎)는 아들에게 효도(孝)의 가르침으로 회초리(6535)를 드는 모습인데 요즈음은 체벌이라는 심한 비난을 듣고 있으니 육(育)의 뜻처럼 아기를 품에 안듯 안아주지 못한 탓일까? 따뜻한 가르침으로 교육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해주는 ‘참스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간에 인생 경험의 가르침 책무를 다할 때 국가는 굳건하게 일어설 것이다.가르치는 사람을 스승, 선생, 교사라고 부른다. ‘직업인으로서의 교사만 있을 뿐 스승은 없다’라는 말이 있는데 교사들의 자책성 발언인지 학생들의 비판적 외침인지…. 스승은 삶의 지혜까지 심어주는 큰 사람이고 선생 또한 함부로 대하지 못한 존경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그냥 높임말로 가르친다는 교원 또는 교사의 직함일 뿐이다. 전교조라는 교원들 모임을 보면 ‘가르치는 노동자’라는 말일 텐데 사랑스럽고 귀한 자식 같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어찌 노동에 비할까? 그러니 교사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는 건 아닌지…. 어쨌든 교육자들은 인간적 사랑과 지적인 열정으로 제자들을 가르치고 이끌어주며 국가의 동량(棟樑)을 키운다는 마음으로 참된 스승으로서의 길을 가야 한다.교육의 방향은 시대에 따라 변화해 왔다. 그러나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듯 지덕체(智德體)를 겸비한 미래의 국민을 가르쳐야했지만 그동안 정치적 사회적 틀 속에 묶여 근시안적 변화로 메꾸어왔다. 조국 근대화, 국민교육헌장 반포, 반공교육, 민주화운동 등으로 길을 헤맸다고 하지만 그래도 현재와 같은 번영된 나라를 만들어 온 것은 교육의 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교사는 최고 인기직종의 하나였으나 이제는 추락하고 있다. 교총의 조사에 의하면 22년도 교권침해 상담처리 건수가 520건으로 늘어났고 명예퇴직도 증가하고 있다는 가슴 아픈 교직 사회가 되어버렸다.교권 존중과 스승 존경의 사회 풍토 위에 국가 교육의 미래를 그려보며 스승의 날 노래를 불러 본다.‘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 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2023-05-18

역사와 진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역사(歷史)란 말은 객관적 사실로서의 역사와 그것을 토대로 역사가가 주관적으로 재구성한 역사를 포함한다. 학교에서 배우는 역사교과서는 물론 후자이다. 역사가들은 문서나 기록, 증언 같은 사료를 기반으로 사실을 추론하고 재구성하여 역사로 남기지만 그것에는 집필자의 주관적인 해석과 의도가 담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역사는 언제나 열려 있어야 한다. 오랜 세월을 거쳐 정사(正史)로 인정된 역사라 할지라도 새로운 사료의 발견으로 뒤집힐 수가 있기 때문이다.대한민국의 근현대사는 혼란과 격동의 역사였다. 육백 년을 이어온 조선왕조의 몰락과 일제의 식민통치, 해방과 분단과 동족상잔의 전쟁을 거쳐 4·19 혁명에다 5·16 군사정변, 5·18 광주사태 등이 역사적인 사건으로 잇달았다. 그리고 그 역사는 대부분 지금도 진행 중이다. 관련된 이해 당사자들이 생존해 있는 상태에서 객관적인 평가가 쉽지 않은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좌·우로 편을 갈라 갈등하고 대립하는 상태라 어느 편의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사건의 성격과 의미가 달라지게 마련이다. 비록 사실을 기록했다고 할지라도, 대립하고 있는 한 쪽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만을 선택했다면 그것은 분명 역사의 왜곡이고 오류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올해로 5·18 광주사태는 43주년이 된다.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는 ‘광주민주화운동’의 정신을 헌법조문에까지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반대의 의견도 적지 않다. 지난 정권은 특별법까지 제정해서 5·18 광주사태를 일단락 지우려 했지만 불신과 반발의 여론도 적지가 않아서 분열과 갈등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역사적 평가는 어느 한 세력이 일방적으로 섣불리 속단하고 규정할 일이 아닌 것이다. 그 불행한 역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그에 대한 어떤 언로도 강제로 봉쇄해서는 안 된다.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등 위헌의 소지가 있는 특별법은 폐지가 되어야 하고, 유공자들의 명단과 당시의 행적도 한 점 의혹이 없도록 낱낱이 밝혀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의심의 눈길을 보내는 국민들로부터 유공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고 보증하는 길이다. 한편으로는 무기를 탈취하고 교도소를 습격하는 등의 폭력을 선동하고 주동한 자들을 색출하여 그 의도와 목적의 진의도 밝혀야 한다. 고정간첩과 같은 불순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철저한 조사가 있어야 한다.민주화란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공동의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특정지역이나 특정인들의 전유물일 수는 없는 것이다. 기득권 세력들이 일방적으로 여론몰이를 해온 측면이 없지 않은 광주사태의 평가는 재조명되어야 한다. 이해 당사자들은 물론 조금이라도 지역적, 정파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람들을 배제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오로지 객관적이고 엄정한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국론을 분열하는 의혹을 불식하고 광주사태가 진정한 의미의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되는 길이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부단한 과정이며 현재와의 끊임없는 대화다.” 역사학자 E.H.카의 말도 새겨볼 만하다.

2023-05-18

두바이식 개발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시가 지난달 신공항 특별법 통과로 급물살을 타고 있는 대구경북 신공항 개발과 후적지 조성을 위한 해외시장 벤치마킹에 나섰다.홍준표 대구시장과 이만규 시의회의장 등 일행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와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등지를 둘러보고 두바이 개발에 참여한 기업 관계자 등을 직접 만나 세계적 도시로 성장한 두바이의 성공 사례 등을 현장 확인할 예정이라 한다.홍 시장은 시장후보 시절 “군 공항이 이전한 후적지를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바이식으로 개발해 대구의 성장을 이끌겠다”고 이미 밝힌 바 있어 그의 이번 두바이 방문에 각별한 관심이 쏠린다.두바이는 아랍계 자본과 서방 자본의 이해가 일치하면서 대규모 투자가 일어난 곳이다. 이곳은 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7개 토호국 중 하나이자 최대 도시다. 초고속 성장을 이루면서 세계 각국이 두바이 방식을 모델로 앞다퉈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첨단 우량기업 유치와 각종 규제 철폐를 통해 글로벌 관광·상업시설을 조성한 두바이는 21세기 가장 빠른 성장을 한 도시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다.특히 두바이 공항내 경제특구인 DAFZ는 각종 면세 제도와 외국인의 100% 지분 허용으로 글로벌 기업 1천800개가 입주해 있다.2006년 두바이를 방문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곳은 한강의 기적보다도 더 놀라운 기적이 진행되고 있다”고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또 이명박 전 대통령도 “두바이를 성공시킨 지도자의 상상력과 리더십에 감탄한다”고 말했다.홍 시장의 말대로 규제를 풀고 두바이처럼 대규모 쇼핑센터 등을 조성할 수 있을지 아직은 알 수 없는 단계이나 두바이식 개발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3-05-18

입법독주와 사회적 갈등, 언제까지 봐야하나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의 일방적인 간호법 제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예고됐던 의료대란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그저께(17일)부터 “불법진료에 대한 의사의 업무지시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파업은 하지 않는 대신 수술실 진료보조(PA) 등 일부 간호사들이 관례적으로 해왔던 ‘업무 외 의료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PA 업무는 대리처방, 대리수술, 채혈,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동맥혈 채취, 항암제 조제, 봉합 등 수술실에서 행해지는 주요처치행위다. 대부분 외과, 흉부외과 진료영역이어서 앞으로 상급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수술실 혼란이 불가피해졌다. 간호법은 기존 의료법에서 간호사만 떼어내 처우개선을 하는 법률이어서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다른 직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반발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앞으로도 거대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간호법처럼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법률제정을 계속 밀어붙일 태세여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이미 정부·여당의 반대에도 ‘노란봉투법’, 방송법 등을 본회의에 직상정해 처리하기로 예고했다. 노란봉투법은 불법파업으로 인한 기업의 배상 청구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고, 방송법은 KBS 등 공영방송의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임 절차를 바꾸는 것이다.최근 우리나라 산업 경쟁력은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고 반도체 등 주력산업 실적은 악화하고 있다. 경제성장 엔진이 식어가면서 서민들은 일자리 부족으로 민생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치권은 해법은 뒤로한 채 섬뜩한 용어를 써가며 서로 싸우는데 혈안이 돼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상식적으로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법률일수록 사전에 여야가 충분히 조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제 사회구성원끼리의 갈등을 유발하는 법률을 일방적으로 제정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민주당과의 소통방식을 바꿔야 한다. 야당 지도부와 수시로 만나면서 적극적으로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2023-05-18

정치인보다 고수인 후흑(厚黑)

홍석봉 대구지사장 정치인들의 후안무치에 머리에 쥐가 난다. 공정과 상식, 도덕성은 오간데 없다. 나만 괜찮으면 그만이다. 책임과 의무엔 오리발이다. 위선의 극치다.김남국 의원의 코인 의혹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곤욕을 치렀다. 일각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며 당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구명작업에 나서겠다고도 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벌떼처럼 덤벼 들었다. 자성 발언을 하고 김 의원을 비판한 의원들을 맹폭했다.파렴치의 전형이다. 국민을 무시한 발언과 행동에 다름아니다. 민주당의 한계다. 그래도 선거철이 닥치면 표를 구걸할 터이다. 유권자들은 또 억지춘향격 피해자 코스프레와 애걸에 속아 넘어간다.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1년동안 방탄과 입법 폭주로 일관했다. 186석 의석을 무기로 입법 횡포를 일삼았다. 그러다가 돈 봉투와 코인에 발목 잡혔다. 정쟁만 있었다. 견제와 균형은 실종됐다. 국민 피로감만 높였고 분열만 부추겼다. 민생은 뒷전이었다. ‘탈당’ 꼬리자르기는 단골행사가 됐다. 이후 슬그머니 복당시켰다. 파렴치와 위선의 절정이다. 한데 민주당 정치인 보다 더 센 고수가 등장했다. ‘개딸’이다. 이들은 여론 동향은 안중에도 없다. 지탄받는 정치인의 역성을 드는데 열중한다. 그들의 생각과 맞지 않으면 무차별 폭격한다. 정의와 공정, 도덕성엔 귀막고 눈감았다. 김남국을 감싸고도는 ‘개딸’들의 행태다.민주당 비대위원장을 지낸 박지은은 “팬덤의 목소리가 곧 당의 목소리라고 생각하고 그게 투영되지 않았을 때 문자폭탄, 폭력을 저지르면서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팬덤정치의 폐해를 지적했다. 개딸들이 우리 사회 지고의 가치인 민주주의를 뿌리째 흔들고 있는 것이다.후흑학(厚黑學)은 청나라 말기 이종오(李宗吾)가 쓴 책으로 중국 3대 기서(奇書) 중 하나다. 순자의 패도사상을 발전시킨 학문이다. 후흑(厚黑)은 면후(面厚)와 심흑(心黑)을 합친 말로 ‘뻔뻔함’과 ‘음흉함’을 뜻한다. 후흑학은 심오한 함의를 지녔다. 이종오는 조조와 유비, 손권, 제갈량, 사마의,한신, 항우, 장량, 범증 등 제왕과 호걸을 후흑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재조명했다.영웅호걸들의 이중성을 낱낱이 까발렸다. 속마음이 뻔뻔하고 음흉한 인물들에 불과하다고 적시했다. 조조는 속마음이 시커맸다. 친구와 황후, 황자까지 죽이며 “내가 남에게 버림 받느니 차라리 내가 먼저 버리겠다”고 했다. 유비는 조조와 여포, 유표, 손권, 원소 등에게 빌붙어 양쪽을 오간 ‘비굴한 이중인격자’로 깎아내렸다. 결국 뻔뻔하고 음흉한 사기꾼 같은 인간들의 성공기다.낯 두껍고 마음이 검은(후흑) 이들이 출세하는 세상이다. 사회의 비난과 질시는 그냥 무시한다. 국회의원이 되고 당 대표가 된다. 착한 사람은 ‘가붕게’일 뿐이다. 어떻게 정치계에 후흑의 인물들이 판 치고 있는가. 국회의원을 손안의 구슬로 아는 ‘개딸들’은 또 어떠한가. 부도덕과 부정과 불법이 일상화된 후흑이 횡행하는 세상이 될까 두렵다.

2023-05-18

여름철 자연재해 만반의 준비로 피해 줄여야

작년 9월 경북을 강타한 태풍 힌남노는 포항 등지에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주택 침수, 도로·교량 파괴 등 1만3천여 건의 각종 재산피해와 더불어 15명의 인명사고도 불렀다. 피해 복구에 든 비용이 무려 7천800억원이라 한다.역대급 태풍으로 미처 손 쓸 수 없는 불가피한 면도 있지만 자연재해는 철저한 대비만 된다면 그 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경북은 전국에서 가장 큰 면적을 가지고 있고, 산지와 넓은 해안가를 끼고 있어 자연재해에 따른 피해가 잦다. 이런 점을 감안, 경북도는 지난해 2023년 재해예방 개선사업비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확보했고 도내 상습재난지역의 주민 안전을 위해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자연재해를 완전하게 막을 수는 없다.지구촌은 지금 이상기온 현상으로 돌발 자연재해가 해마다 늘고 있다. 역대급 태풍과 가뭄 등으로 피해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기상청에 의하면 우리나라 올 여름은 작년보다 기온이 높을 확률이 50%라고 한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도 최고기온 기록 경신이 자주 나타나 이를 반증한다. 싱가포르가 40년 만에 폭염 기록을 세웠고, 베트남은 44.2도를 기록했다고 한다.올해는 엘리뇨 영향으로 극단적인 기후현상이 잦을 것으로도 관측된다.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 예방에 각별한 준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경북도가 여름철 자연재해에 대비, 사전점검에 나섰다. 본격적인 우기가 오기 전에 공사 중인 현장의 안전점검과 예·경보시스템의 정상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하고 미흡한 부분은 보완해 나갈 계획이다. 앞서 지적한대로 경북은 면적이 넓고 산지가 많아 사고발생 위험이 높다. 산불피해로 인한 산사태 우려지역, 관광지의 인명피해 우려지역, 저지대 침수지역, 배수펌프장의 안전성 등 살펴봐야 할 분야가 많다. 준비하는 우리의 노력에 따라 재해피해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철저하고 완벽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도내 각 지자체는 도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킨다는 신념으로 여름철 자연재해 차단에 만반의 준비를 해주길 바란다.

2023-05-18

손자의 말말말

이정옥 위덕대 명예교수 손자는 종종 재미있는 어휘를 제 맘대로 사용하여 날 웃게 한다. 작년 어느 날 아침 유치원 등원 중이었다. 챙겨야 할 것을 잊고 가져오지 않았다.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가는 길에 할머니가 깜빡 잊어 미안하다고 했더니 손자가 묻는다. 왜 깜빡깜빡해요? 나이가 많아서 그렇다고 했다. 몇 살이냐고 또 묻는다. 67살이라고 말하며 리얼미러로 뒷자리의 손자를 살폈다. 손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와 나는 7살인데 할머니 많이 컸네.” 파안대소했다. 그래그래 할머니 많이 컸지? 웃고 또 웃었다. 손자는 나의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누가 더 크냐고 묻는다. 그들은 왜 키를 묻느냐고 의아해한다. 키를 묻는 게 아니고 누가 더 나이가 많은가를 묻는 표현이라고 하면 재밌다고 껄껄 웃는다. 그 후 친구들과 만나면 어디 많이 컸나 보자라며 농을 하곤 한다.2년전 설연휴였다. 코로나19 중이어서 설날은 쇠는 둥 마는 둥했다. 설 다음날 아들네랑 손주들을 데리고 자연휴양림으로 놀러갔다. 눈발이 날렸고, 눈 구경 힘든 대구 아이들인지라 그것만으로도 신나했다. 얇게 깔린 눈을 긁어모아 자그마한 눈사람을 만들며 재미있어했다.이튿날 가까운 절에 올라갔다. 하얗게 눈 쌓인 작은 절은 참 예뻤다. 가파른 계단을 뛰어올라 절문 앞에 멈추더니 손주들은 두 손을 모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자동차 사게 해주세요, 난 커다란 인형 사게 해주세요. 애들의 소리를 들으신 것인지 주지스님께서 나오셔서 애들 손을 잡고 종무실로 이끄셨다. 스님께 세배하면 세뱃돈 줄게 그러면 자동차도 인형도 살 수 있지. 스님께는 세 번 절하는 거라고 하자 삼배를 공손하게도 했다. 스님은 빳빳한 세뱃돈을 많이도 주셨다. 절 안마당에는 눈이 꽤 쌓여있었다. 눈밭에 아예 누워 뒹굴며 정신없이 노느라 땀에 눈에 온몸이 푹 젖었다. 그렇게 실컷 놀고 내려와 점심을 먹는 식당에서였다. 손자가 제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는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 느닷없는 질문에 며느리는 너희 낳았을 적에라고 대답했다. 아니 그런 거 말고 놀러갔을 때라며 다시 묻는다. 며느리는 제주도 갔을 때라고 대답했다. 내가 손자에게 되물었다. 너는 언제가 제일 행복했어? 손자는 그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냉큼 대답했다. “지금, 지금이 제일 행복해.”손자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 어버이날 풍습이 달라졌다. 유치원 때는 카드나 종이꽃을 만들어 주더니 이젠 우편으로 편지를 보낸다. 수신인은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보내는 주소는 학교에서 일괄 쓴 것 같고, 받는 주소는 제 엄마가 쓴 듯했다. 보내는 이의 이름과 받는 이의 이름은 손자가 직접 썼다. 빨간 새(닭인가 했더니 앵무새라고 했다)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 종이에 쓴 사연은 짧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모두의집에서 일을 같이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따랑해요. 이건 올림. 우리 부부는 편지를 사진으로 찍고, 액자에 넣어야지 부산 떨며 감동해했다. 이튿날 아들네 집에 갔더니 제 부모에게 보낸 편지 사연은 더욱 감동적이었다. “엄마 아빠 평생 사랑해요. 평생 잘 사세요.”

2023-05-17

발목을 삐끗했을 때

김영준 포항 약전부부한의원장 발목을 삐끗해서 즉 발목 염좌는 한의원을 찾는 분들의 주된 질환 중 하나이다. 그리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막상 발목을 삐끗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당황스러운 경우가 생기기도 하므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우선 발목을 삐었을 때 가장 걱정이 되는 것은 그냥 발목을 삔 것인지 골절이 동반된 것일지다. 내외측 발목의 압통이 심하지 않고 몸무게를 실어서 다섯 발자국 이상 걸을 수 있으면 골절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확실한 것은 x-ray 등 영상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골절이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아주 심한 골절이 아니면 영상검사에 앞서 초기 부종과 통증에 대한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부종이 심하면 골절의 경우에도 캐스트를 바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골절의 유무를 막론하고 초기에 발목 염좌가 생기면 손상 부위 주위로 부종 및 압통이 생긴다. 부종이 있는 경우에는 온찜질을 하면 부종이 더 심해질 수 있기 때문에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염좌가 발생하고 수 주일 뒤에 부종이 빠지고 난 뒤에는 온찜질을 해주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 초기에 부종이 빠지고 난 뒤라도 많이 걷거나 서 있어서 부종이 다시 발생했을 때에는 냉찜질을 해주는 것이 좋다. 초기에 부종이 많이 있다가 냉찜질을 하여 부종이 가라앉으면서 피멍이 발쪽으로 깔아지게 되는데 환자들은 이것을 보고 몰랐던 출혈이 생긴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부종이 빠지면서 생긴 것이니 놀라지 않아도 된다.염좌 초기에 냉찜질 외에 발목을 높여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잠을 잘 때 다리 쪽으로 베개들을 받쳐서 심장보다 높게 해주면 부종이 빠지는데 도움이 된다. 같은 원리로 의자 등에 앉아있을 때도 조금 높여주는 것이 좋다.압박 붕대 등을 사용해서 압박을 해주는 것도 초기 상황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이 때 너무 강하게 붕대를 조이는 경우 오히려 순환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욕심을 낼 필요는 없다. 강한 압박보다는 고정에 의미를 두고 묶어주는 것이 좋고 수면 시에 불편감이 느껴질 정도로 압박하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잘 때는 테이핑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발목 염좌의 경우 손상 정도에 따라 생각보다 오래가는 경우가 많다. 심하지 않은 손상의 경우에는 1∼2주에도 나아지지만 손상이 심한 경우 수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 골절 환자의 경우에 캐스트를 풀고 난 뒤에도 주위 인대, 건 등의 손상이 남아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염좌의 경우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므로 다친 부위에 부담이 가는 일이나 운동 등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염좌로 인한 손상이 심해 회복 기간이 길어질 때 침이나 뜸, 약침 등을 시술하면 회복 기간을 줄일 수 있다.

2023-05-17

횡단보도 그늘막의 가치

홍석봉 대구지사장 그늘이 반갑게 느껴지는 계절이 됐다. 때 이른 무더위에 사람들은 쫓기듯 그늘을 찾아든다. 대구·경북에 벌써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가 찾아왔다. 16일 낮 최고 기온이 경북 울진 34.9도, 포항 33.9도, 대구 33.6도, 안동 32.8도를 기록하는 등 한여름을 방불케 하는 무더위에 시민들이 헉헉댔다. 보행자들은 그늘막 아래서 땀을 훔치며 한숨을 돌린다. 그늘막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든 소중한 존재가 됐다.횡단보도 그늘막은 얼마전 최고의 정부혁신 아이디어로 선정됐다.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최초 및 최고로 선정한 ‘드라이브스루’ 등 18개 중에서 최고로 뽑혔다.횡단보도 그늘막은 서울 서초구가 2015년 국내 최초로 설치한 후 전국으로 확산했다. 그 이듬해부터 대구에도 설치되기 시작, 현재 전국 각지에서 활용하고 있다. 전국 확산 과정에서 그늘막도 진화했다. 기능을 특화한 그늘막이 등장했다. 부산시 북구는 인공 안개비를 뿌려주는 그늘막을 선보였다. 천안시는 학교나 노인시설 등 설치장소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그늘막을 내놓았다. 파라솔 형태의 고정식 그늘막은 2017년 8월 도로법에 따른 도로부속물로 인정받았다.최근에는 그늘막에 스마트 기능을 추가해 주변 온도와 일조량 등을 감지해 자동 개폐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횡단보도와 교통섬 인근에 설치된 그늘막은 보행자들에겐 도심 속 쉼터 역할을 톡톡히 한다.횡단보도 그늘막은 신호대기 동안 자외선과 열사병을 막아주고 쾌적한 보행환경을 제공한다. 온열질환 예방 효과도 있다. 네거리 등 도로변에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 됐다. 그늘막의 고마움을 알고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터이다. /홍석봉(대구지사장)

2023-05-17

특화단지지정에 정치논리 개입돼선 안돼

다음 달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이차전지·반도체·디스플레이) 지정을 앞두고 정부가 어제(17일)부터 공모신청서를 낸 지자체를 대상으로 발표회를 갖는 등 본격적인 심사에 들어갔다. 오늘까지 이틀간 열리는 발표회는 20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해당 지자체로부터 추진전략을 듣고 질의응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화단지 평가지표 중 가장 핵심은 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45점)다. 그리고 인프라와 인력 등 첨단전략산업 성장기반확보 가능성(25점), 첨단전략산업 및 지역산업 동반성장 가능성(30점)도 주요지표다. 포항시가 신청한 이차전지 특화단지 공모에는 울산시와 충북(오창), 전북(새만금)이 신청서를 냈다. 최근 암 수술을 받고 치료중인 이강덕 포항시장은 발표회에 직접 참석했다. 이 시장은 지난 2014년 취임한 이후 포항을 이차전지 중심도시로 만들기 위해 꾸준히 행정력을 집중시켜왔다. 이차전지산업 경쟁력이나 인프라·인력, 지역산업 동반성장 등 3가지 평가지표를 적용해 보면, 포항은 독보적인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구미시가 신청한 반도체 특화단지(개별형·단지형) 공모에는 14개 지자체가 도전장을 냈다. 우리나라 전자산업이 첫 시작된 구미시에는 현재 SK실트론, LG이노텍을 중심으로 반도체 소재 부품 기업 344개사가 몰려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반도체 집적지다. 인프라나 인력, 지역산업 동반성장 부분에서 수도권 지자체보다 훨씬 앞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구미산단과 불과 10㎞ 떨어져 있는 대구경북신공항이 건설되면 첨단산업 기업들의 물류비용 측면에서도 강점을 가진다. 정부가 이차전지와 반도체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한 이유는 국제적인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당 대표가 특화단지 공모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등의 잡음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 위주로 특화단지가 지정될 것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만약 특화단지 지정이 수도권 위주로 되거나 정치적 입김이 작용하면 국가차원에서 타격을 받게 된다. 오직 경제논리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가 지정되길 바란다.

2023-05-17

안동대와 경북도립대 통합 추진을 주목한다

국립 안동대학과 경북도립대학이 교육부의 글로컬 대학 선정을 목표로 두 대학의 통합을 본격 논의하기 시작했다. 두 대학 관계자는 16일 모임을 갖고 대학통합시 운영 형태, 산학협력단 등 부설기관 운영 방안 등 통합과 관련한 과제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벌였다. 향후 두 대학은 이와 관련한 논의를 지속 벌여 의견을 좁혀 갈 생각이라 한다.두 대학의 통합 논의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글로컬 대학 선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교육부는 올 초 학령인구 감소와 산업구조 변화 속에 앞으로 10∼15년이 대학혁신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는 인식 아래 지역과 대학이 동반성장하는 글로컬 대학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0개 내외 대학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30개 대학을 글로컬 대학으로 지정하고 한 곳당 1천억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알다시피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의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소멸이라는 난제 속에 학교 존립을 걱정해야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2023학년 정시모집에서 사실상 미달이 난 대학 중 87%가 지방소재 대학이다. 내년은 더 심각하다. 입시계는 올해 고3 학생 수가 사상 최저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정원미달 인원이 5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의 국립대조차도 정원미달 쓰나미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특히 인구소멸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의 97%가 지방에 있어 지방대학의 존폐는 시간문제다. 경북은 인구소멸 시군이 많은 대표적 도시다. 지역의 대학으로서는 특단의 결정이 필요한 시기며 정부가 제시한 글로컬 대학에 선정되는 것이 대학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 된다.교육부의 글로컬 대학은 지방대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려 지역사회와 경제를 이끌고 지역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혁신의 당사자인 대학의 뼈 깎는 노력이 필수다. 전국의 많은 대학이 글로컬 대학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내부 경쟁도 치열하다. 대학은 각자의 이기심을 버리고 글로컬 대학 선정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두 대학의 통합이 성공할 수 있게 지역사회의 관심과 격려도 필요하다.

2023-05-17

유행은 가라

장규열 전 한동대 교수 사람은 무엇 때문에 사는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만 생각해도 신비로운 한 평생을 살면서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사는가.‘행복하기 위하여 산다’는 쉬운 답에도 개운치 않은 것은 인간에게 행복은 어떻게 찾아오는지 누구에게도 그리 명쾌한 해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가장 위험한 태도가 유행따라 사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Oscar Wilde)가 ‘모든 유행은 틀려먹었다’고 하였다. 남들 따라 사는 일이 처음에는 제법 그럴듯해 보여도 나만의 무엇을 좀처럼 가지지 못하게 함으로 틀려먹었다는 게 아닌가. 부러운 남들의 그 모습을 따라 사느라, 나를 찾으며 도전하고 새 것을 만들어내는 열정은 사라지게 마련이다.애플의 스티브잡스(Steve Jobs)는 고교 시절 어느 날, 세상에 보이는 저 모든 것들이 따지고 보면 누군가 사람들이 만들어낸 물건들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런 자각과 함께 남들을 흉내내며 살아오던 자세를 무엇인가 내 것을 만들어낸다는 각오로 바꾸었다고 한다. 그랬던 끝에 우리 손에 아이폰이 들려있는 게 아닐까.대한민국 청년들이 오늘 힘들다고 한다. 우리에게 새로운 무엇을 향한 기대나 열정이 식어있는 것은 혹 아닐까.어려운 가운데 돌파구를 열어내고 힘든 속에서 빛줄기를 찾아내려는 다짐이 있어야 한다.세상이 어떻게 흐르는지 감각을 익히기 위하여 관찰해야 하지만 세상만 좇아가는 삶으로 마감하기에 우리의 삶은 너무나 짧고 아깝다.유행과 모방 탓에 식어버린 감각은 무디어지고 나만의 세계를 드러낼 방법을 잃게 만든다. 소니(SONY)를 창업했던 이부카마사루(井深大)도 ‘비즈니스나 과학기술의 세계에서 진짜 성공에 이르려면 남을 따라가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였다.기업에도 브랜드 자산 외에 분명히 드러낼 수 있는 자신만의 무엇이 있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내게는 무엇이 있는가. 끊임없이 살피고 찾아내어 당신만의 무엇을 만들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지역에도 그곳에만 있는 그 무엇이 틀림없이 있다. 아니 있어야 한다. 지역문화와 예술이 지역마다 똑같은 이야기로 수렴한다면 웃음거리가 아닐 수 없다. 우리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하고 다음 세대와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새롭게 다듬어야 한다.미국 가수 리앤워맥(Lee Anne Womack)은 ‘세상을 정말로 놀랍게 하고 싶다면, 무엇인가 다른 시도를 반드시 해야 하고 실패할 위험을 무릅써야 한다’고 하였다. 다른 곳에는 없는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을 반복하면 절대로 안 된다. 여기서만 만날 수 있어 이곳으로 사람을 끌어올 꿈을 가져야 한다.내게는 있으나 남들에게는 없는 그 무엇을 찾아야 한다. 포항지역에는 이미 성공했던 경험이 있다.포항에만 있었던 포스코가 지역을 우뚝 일으켜 세웠고 오늘은 저 높은 곳에 스페이스워크가 상상과 가능의 지평을 일깨워 준다. 당신은 누구인가. 남들을 닮으려 애쓰기 보다 남들과 다른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야 한다. 유행은 가라, 나를 찾을 터이니.

2023-05-17

변기뚜껑

윤명희 수필가 이제 그의 흙 묻은 작업복이 어색하지 않다. 대충 쓸어 넘긴 흰 머리카락도 여유롭다. 이사 하는 소감을 말 하라고 재촉하자 소주 두어 잔을 연거푸 비운 그가 씁쓸한 웃음을 보였다.“변기뚜껑?”뜬금없는 말에 우리는 입으로 가져가던 술잔을 도로 탁자에 놓았다.처음 그를 만난 건 5년 전 쯤이다. 도시에서만 살았던 우리는 시골 살이 해보겠다는 포부로, 늦은 나이에 연고도 없는 곳으로 이사를 했다. 남편과 나는 하는 일마다 서툴고, 연장 또한 호미 두어 자루가 전부였다.농업기술센터에서 사귄 새 친구에게 농기구를 빌리러 갔을 때였다. 친구 대신 그녀의 남편이 농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창고열쇠를 들고 서있는 그의 양복차림이 반듯하다. 나는 흙먼지가 묻은 남편의 낡은 운동화와 그의 까만 구두를 번갈아 보며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냐고 물었다. 집에서 오는 길이라는 그의 말에 우리는 의아한 눈빛을 감추기 위해 괜한 너스레를 떨었다.대기업 간부였다는 그가 경주에 온건 사업을 위해서라 했다. 갑자기 이사해야 했던 탓도 있었지만, 아파트 생활에 신물이 난 마누라의 소망이 더해 낡은 한옥 마을에 집을 구했다. 사업기간이 끝나면 다시 도시에 두고 온 집으로 돌아갈 거라는 건 두 말 할 나위가 없었다.그가 마지막 이삿짐을 정리하는데 주먹만 한 하얀 강아지를 안은 여자가 마당에 들어섰다.그녀는 채 정리하지 못한 짐들을 훑어보며 구시렁거렸다. 집 주인인 것을 눈치 채고는 초면의 인사를 건넸지만 그녀는 강아지의 목덜미를 쓰다듬으며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 이후, 뾰족 슬리퍼를 신은 그녀가 집을 둘러보는 일이 잦았다. 집의 여기 저기 둘러보며 던지는 소리에 그는 은근히 치솟는 부아를 꾹꾹 눌렀다. 침을 두어 번 넘긴 후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이 보쇼, 내 집이 없어서 이러고 있으면 서러워서 살겠나. 우리 집 변기뚜껑 하나만 팔아도 살 수 있는 이런 집을 가지고 무슨 유세를 그렇게 합니까, 하기를?”순간, 강아지 등을 만지던 그녀의 손이 멈추었다. 몇 번이나 무슨 말을 할 듯이 입을 달싹거리더니 휑하니 돌아서 나갔다. 그 이후로 그녀는 한 번도 오지 않았다.추진했던 그의 사업이 별 소득을 얻지 못하고 끝나버렸다. 농촌 생활에 몸을 익히는 친구와는 달리 시간이 지나도 양복쟁이 그의 구둣발은 도시를 향해 있었다. 친구는 그런 남편이 못마땅해 혼자 가라며 어깃장을 놓았다. 그녀는 화물차에 과일상자를 싣고, 그녀의 남편인 그는 먼지 한 톨 보이지 않게 까만 승용차를 닦았다.시골 살이 하러 온 연배가 비슷한 몇몇이 친구가 되었다. 우리는 핑계거리만 생기면 그를 불러댔다. 낚시 하는 이가 물고기를 잡아오고 누군가 텃밭에서 상추를 뽑아오면 또 누구는 막걸리를 들고 왔다. 점차 서로 일을 거들어 주는 날이 많아졌고 해가 산 뒤로 내려앉으면 슬리퍼를 끌고 비닐하우스에 모이는 일이 잦았다.대문만 열면 예전에 살던 도시로 돌아갈 것만 같던 그가 우리 집 근처에 집을 계약했다. 집을 산다는 것은 이제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거라는 안도감을 주었다. 그는 집주인에게 이제 이사할 거라고 기별을 했다.술 한 잔 하자며 손을 끄는 집주인 남자를 따라나섰다. 축하 인사에 이어 남자가 변기뚜껑 이야기를 꺼내며 미안하다고 했다. 순간, 그는 잊고 있었던 그날을 떠올렸다. 처음 이사 왔던 그날, 그는 구겨진 자존심을 변기 물과 함께 내려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모두들 그 집 똥통은 황금으로 만들었냐며 놀렸다. 왁자한 웃음소리에 비닐하우스가 들썩거린다. 우리는 자기만의 변기뚜껑은 과거 속에 묻고, 이제는 남은 시간을 제대로 정리할 수 있는 만남과 함께 하고 있다. 세상은 바삐 달려가지만 우리는 숨고르기를 하며 새로운 시간 속으로 걸어간다.

2023-05-17

경자일주

육십갑자 중 서른일곱 번째는 경자(庚子)다. 천간(天干)의 경금(庚金)은 단단한 바위며 가공되지 않는 원석이다. 지지(地支)의 자수(子水)는 산속의 계곡물처럼 차고 깨끗하다. 동물로는 흰쥐다.경자일주는 큰 바위 밑의 쥐의 형상으로 혼자 은둔하며, 무슨 일을 하든 몰두하는 습성으로 고독수가 있다. 성격은 바위처럼 단단하며 주관이 있고 의리가 있다. 스스로 은둔하는 습성으로 남의 간섭이나 참견을 싫어하고 자존심은 세다. 타인과는 원만하게 지내지 못하지만 믿음이 생기면 쉽게 배신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특히 머리가 좋아 공부를 잘하는 수재형이다. 한 가지 분야에 특출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 많은 편이다. 또한 말을 굉장히 잘해 화술이 뛰어나다. 암반수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처럼 목소리가 맑고 깨끗하다. 그렇지만 성격은 차갑고 냉혹한 면이 있다. 겉으로는 강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이 여리고 잔정이 많다. 결벽증이 생길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경자일주 여자는 아름답고 총명하여 남자를 보는 눈이 높다. 부족한 배우자를 만나면 업신여기거나 깔보는 성향이 있다. 본능적으로 남편보다 자식을 더 사랑하여 소원해지는 경향이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남자는 능력 있고 똑똑한 여자를 만나기 쉽고, 여자를 다정하게 대하지만 외도로 인해 악처로 만들 수 있으니 경거망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남녀 모두 미남 미녀로 이성에 관심이 많다.조선 후기 혜원 신윤복(1758-?)의 풍속화 ‘월야밀회’가 있다. 보름달이 솟아오르는 저녁에 골목에서 일어나는 남녀의 애정행각이 거침없이 표현되어 있다. 세 남녀의 복잡한 심리묘사에서 드러나듯 삼각관계가 그려져 있다. 조선시대의 화류계를 주름잡던 사람들은 대개 각 영문의 군교나 무예청의 별감 같은 하급 무관들이다. 불륜의 시작은 아름답고 달콤하지만 마지막은 늘 추하게 끝이 난다.경자일주는 쥐 중에서도 힘이 강한 흰쥐를 상징한다. 욕심이 지나치면 주변의 갈등으로 스스로를 고독하고 외롭게 만든다. 그래서 자신의 재능을 깊이 숨기는 사람이 많다. 마치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 피할 때 ‘너 쥐새끼처럼 어딜 도망가’라는 말을 듣는 거나 같다. 많고도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마치 ‘바다 깊은 곳에 숨겨진 보물’처럼 말이다. 해저 깊은 곳의 보물선을 찾기만 하면 대박인데.우리나라 1940~50년대는 여성 이름으로 경자, 영자, 순자, 말자 등으로 많이 사용되었던 시기였다. 소설가 조선작(84)은 1973년에 ‘영자의 전성시대’를 발표했다. 60~70년대 최하층민의 생활에 대한 애증과 관심 그리고 산업화에 다른 부작용을 작품화했다. 한국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탈바꿈하는 과정에서 변두리로 떠도는 남녀의 사랑과 희망을 담아낸 작품이다.주인공 영식은 고아원에서 도망쳐 나와 철공소에서 일하다가 식모 영자를 만난다. 입영영장이 나와 헤어지고 월남전에도 참전한다. 제대 후 목욕탕에서 때밀이를 하면서 영자를 찾던 중 우연히 윤락촌에서 만났다. 영자는 버스차장을 하다가 사고로 인해 외팔이가 되었다. 그것을 안 영식은 의수를 만들어 준다.원피스 속에 적당히 감추어진 의수를 달고 영자는 눈부신 활약을 한다. 창녀로서 영자에게 전성시대가 온 것이다. 결국은 윤락촌에서 화재로 죽는다. 영화로 개봉되어 성공을 했고, 그나마 해피엔딩으로 애 낳고 행복하게 사는 걸로 끝이 난다.1970년대의 도시의 하층민 여성들은 구체적으로 식모, 여공, 버스차장, 호스티스, 창녀 등이 있었다. 사회적으로 볼 때 이들은 사회의 기강과 질서를 위협하는 위험한 여자들이었고, 사회와 국가에 의해 보호되어야 할 타자였다. 대체로 어린 나이에 집을 뛰쳐나와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기에 국가와 사회의 보호를 받아야 했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아쉬울 뿐이다.윤락행위는 최하층민의 생존방식이었다. 경제성장으로 향락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이 와중에‘호스티스’라는 신조어가 창출되기도 했다. 1970년대는 표면적으로 퇴폐풍조의 일소나 풍기정화를 표방하였지만 내면적으로는 부패한 성윤리가 고스란히 노출된 시대였다고 할 수 있다.또 다른 시대 상황으로 예부터 ‘경자년 가을보리 되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일이 잘될 듯이 보이다가 보잘것없이 되어 버린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경자년에 보리농사가 큰 흉년이 들어 어려운 시기였던 모양이다. 흉년은 이때 말고 여러 번 있었을 텐데 하필 경자년일까. 그 당시 경제 사정이 몹시 힘들었던 의미가 아닐까. 어떤 좋은 기운이 생겨도 마무리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간세상 일을 도모하고 만들어주는 것은 하늘이고, 그것을 완성시키는 것은 사람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늘 탓 만 하는 게 온당치 않다는 생각이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경자일주는 하늘이 아무리 경을 친다고 해도 그것을 잘 피해가는 것이 바로 ‘쥐의 현명함’이다. 생활이 무탈하고 미래에 다가올 인연들을 특히 기존에 알고 있던 사람들과의 인연이 잘 성사되기를 힘써야한다. 자기 일에 충실하여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잘 살아야 한다. 그리고 아버지 남편 아들로서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살아가면서 고통만이 존재한다면 살아갈 수 없다. 쾌락만 넘쳐흐른다면 어느 사이엔가 쾌락에 무감각해진다. 그 고통과 쾌락이 뒤섞여 있는 곳. 바로 그곳이 사람이 사는 곳이며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장소다. 거기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다.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방랑하는 것이다. 평원을 지나 험준한 산길을 수없이 넘어야한다. 칠흑 같은 어둠을 거치고 계곡물에 발을 적시고 차가운 별빛 아래를 걸어야 한다. 그러는 동안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마주할 것이며, 많은 것을 체험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언제나 자기 자신을 체험하는 것뿐이다. 자신이라는 인간을 체험하는 것,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2023-05-17

빅데이터 시대의 공학교육

김정현 한동대 교수·AI융합교육원 최근 대한민국의 많은 공학과 연관된 기업들이 빅데이터(Big Data) 관련 다학제간(Multi-disciplinary) 융합 및 실제 문제(Real-world problem)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일부 국내의 대학교에서는 공학 및 빅데이터 관련 산업체에 속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산업체 설문 조사를 수행하고 있다. 설문 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학부 과정을 마치고 바로 회사로 합류하게 된 대부분 학생이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제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이를 대한민국의 기존 주입식 교육방식 혹은 정답만을 요구하는 교육방식으로 인해 학생들이 문제를 정의하는 능력, 문제에 접근하는 능력, 그리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등의 부족으로 나타난 결과라 생각한다. 미국 대학교의 경우, 이러한 잠재적인 문제들을 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프로젝트(Project-based) 기반 수업을 제공함에 따라 강의실 안에서 배운 개념 및 이론들을 강의실 밖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회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예를 들어, 미국 앤아버(Ann Arbor)에 있는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Ann Arbor)에서는 6학점으로 프로젝트 기반 수업을 설계하고 있으며, 학기 초에 기업체를 통한 실제 프로젝트들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프로젝트를 선택하도록 해당 수업을 설계하고 있다. 또한, 미국 애틀랜타(Atlanta)에 있는 조지아공과대학교(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에서도 그랜드 챌린지(Grand Challenge)와 같은 산학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산업체의 전문가들과 학생들을 연결하여 학생들에게 문제를 설계하는 방법, 연구를 수행하는 방법, 청중에게 발표의 내용을 전달하는 방법, 그리고 산업체 전문가와 소통하는 방법 등을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교육하고 있다.빅데이터의 출현과 함께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그 변화의 흐름에 발맞추어 국내의 대다수 기업 또한 새로운 인재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마도 해당 기업들은 졸업 이후 회사의 추가적인 교육 없이 곧바로 실제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을 희망할지도 모르겠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을 길러내기 위해서는 대한민국의 교육 방법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해 보이며 더 나아가 주입식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학생들이 강의실 안에서 배운 개념을 강의실 안에서만 머물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실 안에서 배운 개념들을 학생들이 강의실 밖에서 적용하도록 도와주는 교육’이 앞서 언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발걸음이라 믿는다. 더 나아가 빅데이터 시대의 적절한 공학교육을 위해서는 학교가 현재 산업체가 요구하는 역량을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기존의 교과목 및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다.

2023-05-16

서울 톺아보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5월의 신록이 싱그럽기만 하다. 몇 차례의 꽃이 피고 지더니 산과 들로는 온통 초록으로 가득하다. 푸르디푸른 초목의 향연에 희끗희끗 꽃들이 꿈결처럼 피어나 푸른달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입하목(立夏木)이라고도 불리우는 이팝나무 잎새 위로 흰눈이 내려앉듯 이밥같은 꽃이 피고, 군데군데 아카시아 흰꽃이 바람에 날리며 상큼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그렇게 차창 밖으로 어리는 초여름의 풍경을 접하며 길을 나선 곳은 서울이었다.일전에 어떤 문인과 나눈 대화 마냥 새삼 ‘촌스럽게(?) 무슨 서울 구경’하러 애써 상경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주마간산격으로 단순하게 훑어보고자 함은 결코 아니었으리라. 우리의 뿌리 깊은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고, 애환과 부침의 현장을 답사하며 격변의 시대상을 가늠해 보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역사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여 국민 품으로 돌아온지 1년을 맞은 청와대를 탐방하는 것도 내심 기대되기도 했었다.조선왕조 500여 년의 역사가 점철된 경복궁(景福宮)은 ‘하늘이 내린 큰 복’이라는 뜻으로 개국 4년째인 태조 4년(1395년)에 세운 으뜸 궁궐이다.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경복궁을 1867년(고종 4년)에 중건하면서 조선왕실의 전통과 현실을 조화시켜 부분적인 변화를 가미했고,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조선총독부를 철거 후 흥례문과 궁궐의 정문인 광화문도 다시 복원하여 원래의 모습을 회복 중에 있다. 또한 광화문 남쪽으로 나랏일을 맡아서 처리하던 중앙관청인 육조거리의 윤곽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과정에서 드러남에 따라 발굴된 관청 터 일부를 그대로 노출시켜 전시하고, 해치마당 조성과 미디어월을 설치하는 등 광화문 일대의 역사성과 광장 연계 활성화 측면에서의 의미있는 개선사업을 대대적으로 마치기도 했었다.그리고 74년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온전히 국민의 공간이 된 청와대는, 광화문에서부터 북악산까지 이어지는 길에서 때로는 느긋하게 산책하거나 휴식하고 때로는 역사와 문화를 탐방하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역사적인 청와대 개방을 기념하고 새시대를 여는 희망과 기쁨을 함께할 다양한 공연과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테마별로 곁들여져 한결 흥미와 관심을 더해 준다. 역사 속에서 문화를 살리고 볼거리와 느낄 거리로 감흥을 줄 수 있다면 지속가능한 문화역사관광의 인프라로 삼기에 충분할 것이다.한옥과 골목길, 문화와 예술이 만나고 삶이 어우러지는 세종마을과 북촌한옥마을은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조선시대 중인과 일반 서민의 삶의 터전이었으며, 근현대에는 문화예술의 혼이 이어진 곳이기도 하다. 도심 속에서 고즈넉한 한옥체험을 할 수 있고 전통시장, 소규모 갤러리, 공방 등이 자리잡은 곳에서의 하룻밤은 그야말로 꿈결 같은 시간이리라.‘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듯이 우리나라 곳곳에는 이색적인 명소가 많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모처럼만의 서울 톺아보기는 부담없이 유쾌한 행복여정이었다.

2023-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