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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멸의 길’ 걷는 국민의힘

심충택 논설위원 요즘 국민의힘을 보면 정상이 아니다. 정당의 존재근거인 민심(民心)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자기들끼리 사생결단식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과 가깝다는 사람들이 서로 편을 갈라 당을 장악하려 들고, 3권분립의 주요축인 법원까지 안중에 없는 태도를 보인다. 세상에 이런 여당이 있었던가 싶다.국민의힘은 그들의 권력원천인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 지지율이 요즘처럼 바닥권이면, 국정동력을 회복하는데 모두가 총력을 쏟아야 할 텐데 오히려 끼리끼리 모여 당 내분을 촉발하고 있다.민주 정당이라면 법원이 지적한 문제들을 다시 살펴보고 치유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법원결정을 한낱 종잇조각처럼 무력화하고 있다. 일부는 이준석 전 대표를 제명하기 위해 안달이 났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모두가 친윤그룹에 소속된 사람들이다. 친윤그룹 의원들 사이에선 ‘기왕 피를 본 것 확실히 봐야 한다’는 기류가 있다는 아찔한 소리도 들린다.경찰 출신의 이철규 의원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이준석 전 대표의 성 상납 의혹과 증거조작 문제”라며, 여권 혼란의 원인을 이준석 개인에게로 돌리고 있다. 이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지구를 떠난다면 호남에라도 출마하겠다”고 말한 사람이다. ‘원조 윤핵관’으로 꼽히는 윤한홍 의원도 의총에서 “다시 윤리위를 열어 이 전 대표를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신윤핵관’으로 불리는 장제원 의원이 이 전 대표와 전면전을 벌이긴 부담스러워 그들이 전면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최근 윤핵관들의 행보를 두고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경우 당초 비대위 전환이 당헌·당규상 무리라고 보고 직무대행 체제를 추진했지만 신윤핵관으로 불리는 강경파에서 밀어붙이면서 비대위로 넘어갔다가 비대위원장 직무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했다는 말도 나온다. 현재 대통령실은 윤핵관들과 함께 계속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고 한다. 윤핵관들이 대통령의 성공을 돕는 것이 아니라 호가호위하면서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의 성공적인 임기를 마치기 위해서는 지금 즉시 윤핵관 강경파들을 단호하게 분리해서 정리를 하는 게 맞다. 윤 대통령이 국민 통합은커녕 당내 통합조차 이루지 못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윤상현·유의동·최재형 의원 등이 그제(2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밝혔듯이, 지금 국민의힘 위기는 윤핵관들이 촉발한 측면이 매우 강하다. 그들은 당헌·당규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적법 절차를 편의적으로 남용했다. 현재 여권이 지향해야 할 목표는 명확하다. 민생과 경제를 최우선으로 살려 내 민심을 얻는 일이다. 여권의 분열과 내홍은 결국 당정이 공멸로 가는 길이다.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는 윤핵관들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이준석도 이제 윤핵관들에 대한 분노와 저주, 복수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여권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상식적이고 진정성 있는 정치를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2022-08-30

군위군 편입 연기논란, 정치적 신뢰만 잃을뿐

경북 군위군의 대구 편입법안이 9월 정기 국회에서 다뤄질 예정인 가운데 임이자 국민의힘 경북도당위원장이 군위군의 편입시기와 관련해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고 신공항이 착공될 때 논의돼야 한다”고 말해 또다시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이와 관련 군위군 신공항추진위는 29일 성명을 내고 “9월 국회 처리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통합신공항 사업 저지에 나서겠다”고 강경 입장을 밝혔다. 박창석 경북도의원(군위군)도 “당장 눈앞의 정치적 이익보다 모두의 합의를 존중하고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곳곳에서 반발 기류가 감지된다.임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경북지역 국회의원 상당수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 신뢰를 먹고사는 국회의원이 “한 입에서 두말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박 도의원은 “공항기본 계획과 실시계획 승인이 2025년으로 계획돼 있어 공항착공은 적어도 2025년 이후에야 가능해 21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2024년 5월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권한 밖의 약속”이라 비판했다.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문제를 2024년 총선 선거구 조정과 결부해 바라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북지역 국회의원 선거구 경우 지속적인 인구감소로 현행 존치가 어려운 지역구가 많은 데다 군위군 편입이 이뤄지면 선거구 조정이 가속화될 우려가 커 지금와서 딴소리를 한다는 것이다.군위군 대구편입은 신공항 후보지 단독유치를 요구하던 군위군을 설득하기 위해 대구경북지역 국회의원 전원이 공동합의문에 서명한 약속이다. 그간 대구편입 추진 과정에도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현재 내년 1월 1일 대구편입을 목표로 법안이 국회에 상정돼 있다.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신경 써야 할 국회의원들이 다음 선거를 바라보고 군위군 편입을 미루기로 한다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 당장의 이익을 얻을지 모르나 신공항 추진에도 도움이 될 게 없고 지역의 민심도 떠나게 된다.정치인에게 약속은 생명과도 같다. 가뜩이나 “존재감이 없다”는 평판을 받는 지역 국회의원들이 정치적 도의마저 뒤집는다면 정치적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질 것이 뻔하다.

2022-08-30

빚내서 집 사라던 시절

그런 시절이 있었다. 부총리가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라고 대놓고 말하던 시절이. 그것도 다음 해의 경제부양정책에 대한 발표에서 말이다.그 무렵 많은 이들이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샀다.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자 본격적인 갭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미국이 점진적으로 완화 기조로부터 긴축 기조로 전환되던 시절이었지만, 그는 우리에게 미국의 금리 인상도 견뎌낼 힘이 있다며, “빚을 줄일 수 없다면 가계소득을 더 늘리면 된다”는 독특한 성장론을 설파하기까지 했다. 그게 고작 7년 전이다.그 무렵 그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 한겨울이나 다름없는데 각종 규제로 인해 여름옷을 입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규제 완화의 시급성을 설파했었다. 그 이후 정부는 LTV, DTI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고, 같은 해 9월에는 부동산 종합 대책을 통해 건설사가 보다 쉽게 아파트를 짓고 팔 수 있도록 만들었다. 덕분에 부동산 시장에는 무수히 많은 돈이 흘러갔고, 거래가 활성화되었으며, 아파트에서부터 주상복합, 빌라, 오피스텔, 대지 등 온갖 종류의 부동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오르기 시작했다. 사기만 하면 가격이 오르는 마법 같은 부동산 덕분에, 시드도 없는 3~40대 직장인들조차 어떻게든 돈을 빌려보려 은행을 찾아가던 시절이었다.그렇게 부동산은 미친 듯이 가격이 올랐다. 집값은 거품에 불과하다고, 집값은 언제고 곧 제자리를 찾아갈 거라 믿었던 이들에게 집은 이제 영원히 가질 수 없는 대상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든 집을 샀어야 했다고, 영혼까지 끌어 모아서라도 집을 샀어야만 했다고 한탄하는 소리가 많다. 하지만 소위 영끌을 했던 사람들이라고 해서 지금 상황이 마냥 순조롭게 느껴지진 않을 것이다. 점차 얼어붙어가는 세계 금융 시장의 여파로, 한국의 금리도 점점 더 오를 것이 전망되는 가운데 부동산 시장마저 점차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지금의 부동산 가격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해 물건을 던지는 사람의 가격으로 평준화될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20억대의 프리미엄 아파트라 할지라도, 대출이자를 견디지 못한 누군가 급매를 내놓는 순간 일대의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고 말 것이라는 소리다.그 무렵 증가한 가계 빚은 2015년과 2016년만을 합쳐도 무려 250조원이 넘는다. 그렇게 부양된 부동산 정책 속에서, 실제로 수혜를 입은 사람들은 사실상 강남 3구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빨리 부동산을 구매한 사람들은 사정이 낫지만, 2020년대 들어 집을 구매한 사람의 입장에선 부동산 폭락이 곧 파산을 의미한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빚을 더 늘려서라도 부동산을 부양해 달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 시키겠다는 사람이 아니라, 무작정 부동산 시장을 살리겠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표를 던질 수밖에 없다.상품의 가격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에 대해 뭐라 할 생각은 없다. 더불어 내가 부동산과 관련된 전공자도, 경제학 전공자도 아니니 자세한 사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할 말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지금 이와 같은 시장의 분위기가 정상이냐는 의문이다. 주택 구매로 인한 혜택은 다주택 보유가 가능한, 그러면서도 금리 인상을 견딜 수 있는 사람들의 몫이 될 확률이 높다. 우리는 이미 IMF 직후 어떻게 부동산과 금융 흐름이 경제적 부유층에게 향해 가는지를 경험한 바 있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최근의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흡사 코인 시장이나 주식 시장의 수축과 유사해 보인다. 예컨대, 부동산 불패라는 한국의 신화는 이미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다. 우상향 만을 반복해오던 부동산 시장 역시 상품의 논리를 따르는 시장이었다는 것이고, 신화라는 말이 그렇듯 ‘부동산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명제 역시 믿음의 영역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부동산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는다.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도, 소유하지 않은 사람도 그렇다. 이상한 믿음과 신념의 시장에서 정상적 사고를 하는 사람은 트렌드를 쫒지 못하는 사람으로 취급받는다.그러나 확실한 건, 그렇게 얻어낸 금융소득이 무로부터 창조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주식 시장이 그러하고 코인 시장이 그러하듯이, 부동산 시장에서의 경제적 이득 역시 무로부터 창조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손해, 내지는 다른 시장에서의 자본의 이동을 전제한다. 부동산 시장에 더 많은 돈이 몰린다는 건, 곧 누군가 손해를 보거나 다른 시장에서 활용되어야 할 자본의 규모가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다소의 비약을 행한다면, 지금의 한국 경제는 부동산 시장이 말려죽이고 있는 중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2022-08-30

척하지 않는 척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살아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언스플래쉬 솔직한 사람을 동경한다. 떠오르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을 수 있는 자신감이 부럽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타인에게 좌지우지되지 않으면서 스스로 발 딛고 서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기 확신이 필요하다.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점철된 사람을 만나면 어떤 면에서는 놀랍기도 하다. 내면에 침잠해있는 생각을 바깥으로 드러내 보여도 거리낄 것 없다는 태도, 거기에서 솔직함이 시작되는 것이니까.나는 나 자신을 꾸며내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었다. 과거형으로 쓰자니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는 스스로가 무언가를 연기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꽤나 괴로워했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으려는 노력보단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들에 집착했고, 그런 것들이 내 인생을 더욱 윤택하게 만들어준다고 믿었다. 누구에게도 사랑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너무나도 부끄러웠다.그것은 취향에 관한 고민이기도 했다. 좋아하는 색이라던가 흥미롭게 읽은 책, 물건을 선택할 때는 무엇을 중점으로 보는지, 즐겨 듣는 음악이나 최근에 관심을 두는 사회적 이슈는 무엇인지… 나라는 사람을 드러낼 수 있는 수많은 요소는 한없이 난잡했으며 주류도 비주류도 아닌 애매한 방향에 있었다. 좋아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싫어하는 것은 얼마나 싫어하는지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내가 손을 뻗어 직접 선택하는 무언가가 과연 유의미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너는 왜 이런 것을 좋아해?’, ‘너는 왜 이런 사람이랑 어울려?’라는 말을 들으면 상대의 무례함에 화가 나는 것보다 오히려 나 자신을 믿지 못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그렇기 때문에 소설을 쓰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허구의 인물과 상황을 내어놓으면서 나는 일종의 안도감을 느꼈다. 내 안에서 끓어오르는 진실한 이야기를 쓰지만 동시에 나 자신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는 지점에 매료된 것이다. 등장인물의 발화는 내 것이면서 동시에 타인의 것이었다. 소설을 쓰면서 나는 나의 문장을 완벽하게 장악한다는 것이야말로 완전한 착각이라는 것을 알았다. 내 역할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일 뿐이고 나머지의 영역은 어떤 미지의 흐름 속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우연적 사건이라는 것 또한 깨달았다.물론 작품을 내어놓는 일은 또 다른 지점에서의 부끄러움을 야기했다. 특히 ‘작가로서의 나’는 정말이지 못 봐줄 정도로 한심했다. 어린 시절 내가 상상했던 작가는 좀 더 대단하고 멋진 사람이었고 그에 비해 나는 부족함이 차고도 넘쳤으므로 몸집을 부풀려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혔다. 그것이야말로 나의 미진함을 전면으로 드러내는 행동이었다.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거리낌 없는 이들을 마주하노라면 나 자신이 너무나도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들은 자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그러한 발화를 하기 위해 노력했던 때도 있었다. 나는 괜찮은 사람이 아니야, 내 안에는 이렇게나 께름칙한 구석이 많아. 꺼내고 나면 개운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마음이 더욱 엉클어졌다. 내가 가진 최소한의 존엄이 스르르 빠져나가 버리는 기분이었다. 그건 솔직한 게 아니었다. 솔직한 척하는 것이었다. 나는 나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막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나의 이십대는 이러한 고민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신랄하게 살아가고 싶었지만 있는 그대로의 상태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태의 연속. 그 안에서 나는 나 자신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궁리해왔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요즘, 바쁘게 움직이는 손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본다.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 속에 위치한 나 자신을 본다. 낮은 조도 속에서 잔잔한 음악을 듣는 시간이 좋다. 단맛이 나는 음료보다는 쌉쌀한 커피가 더 취향이고 왁자지껄한 공간보다 방 안에 고요하게 앉아 사색에 잠길 때 온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야 조금씩 알 것 같은 내 모습이 어렴풋하게 그려진다.솔직한 척, 대단한 척, 뭔가 대단한 것이 있는 척했던 나는 이제 지난 일이 되었다. 그때의 모습이 우습게 느껴지지만 어쩌면 나는 지금 ‘척하지 않는 척’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자각이 찾아올 때도 있다. 이전도 지금도 나는 늘 서툴다. 나를 가장 모르고 있는 사람이 나인 것만 같다. 이 어쩔 수 없음 안에서 매일같이 스스로를 의심하고 가다듬는다. 그러다 보면 훗날에는 지금의 내가 상상하지 못하는 형태의 내 모습을 갖게 될 것이고 그 어떤 것보다 꼭 맞는 옷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고 위안하기로 한다.

2022-08-30

그 길밖엔 없어 <Ⅷ>

세 번째 만남의 기간은 앞선 두 번 보다 짧았다. 안나가 만식의 상주 트레이너가 되어 만식의 집에 들어가면서 그들의 만남은 끝났다. 우현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누군가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허락할 수 없어.우현이 말했다.-아니, 살림을 살러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돈 많은 부자의 개인 트레이너가 되는 것일 뿐이야. 방 내주고 밥 먹여주고, 돈도 준다는 데 왜 안 된다는 거야? 남는 시간은 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 확인도 받았다니까. 그리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구십이 다 돼가는 노인네야. 무슨 걱정이야?조금만 더 세게 나가면 안나가 포기할 것 같았다.-아니. 그래도 이건 아닌 것 같아. 지금 결정해. 상주 트레이너로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든지 나를 포기하든지.우현의 말에 안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대답했다.-오빠는 여전하구나. 바뀐 게 아니었네. 내 인생이라고. 분명히 말했지. 오빠가 허락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고. 어디에 뭘 가져다 붙이는 거야. 결정할게. 지금으로선 오빠를 포기할 수밖에 없네.이번에는 정말로 마지막인 것 같았다. 처음에는 감옥 생활에 적응하느라 견딜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사업에 몰두하느라 잊고 지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매일 안나의 얼굴이 떠올랐고, 자신이 했던 말을 후회했다. 그때 왜 그렇게 말했던 것인지.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건지. 안나는 우현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에 답을 하지도 않았다.그렇게 몇 달이 지난 후, 결국 우현은 노마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노마에게 그동안의 일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안나와 다시 만날 수 있게 주선해 달라 부탁할 생각이었다.-웬일이냐? 사업은 잘되고?오랜만에 만난 노마였다.-사업은 뭐. 그냥 그렇지.우현은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무슨 소리. 나도 다 듣는 소리가 있거든. 아이고, 부러워라. 나는 월급쟁이에, 집안 꼴도 말이 아니고. 오늘 네가 쏘는 거지? 나 비싼 거 먹어도 되지?메뉴판을 살피며 안주를 고르는 노마에게 우현이 물었다.-집안이 뭐? 무슨 일 있어?안주를 고르던 노마가 한숨을 쉬었다.-그게, 이거 부끄러워서 어디에 말도 못하겠고. 그래도 네 녀석은 우리 집을 좀 아니까. 글쎄 안나가, 안나라는 녀석이 말이야.-안나가 뭐? 말해봐.-그 녀석이 마이걸이 되었다, 마이걸이. 안 되겠다, 오늘 소주 먹자. 소주노마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고 우현은 숨을 멈췄다. 마이걸이라니. 상주 트레이너라고 했는데.-상주 트레이너 아니었어? 그러면 그 팔십 넘은 노인의 마이걸이 되었단 말이야?-글쎄 그렇다니까. 어, 그런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아냐?노마가 우현에게 물었고 이번에는 우현이 한숨을 쉬었다. 노마는 우현의 움켜쥔 주먹을 보았다.-니들 둘, 혹시?그날 우현은 노마에게 안나의 고등학교 시절부터 최근까지 있었던 일을 말했다. 우현, 네가 어떻게 나를 속일 수 있냐. 내 동생에게 어찌 그럴 수 있냐. 노마가 화를 내며 우현에게 따졌지만 분노와 섭섭함, 배신감의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그때 도움을 청하지 그랬어. 그랬으면 바로 결혼이라도 시켜버렸을 것 아니냐.노마가 우현에게 말했다.-안나가 조금 더 있다 말하자 그랬어. 그리고 그때는 나도 자신이 없었고. 네가 항상 말했었잖아. 다른 건 몰라도 네가 아는 수컷에게는 안나를 시집보내지 않을 거라고. 너하고 절교를 해야 안나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친구들한테 말하고 다닌 것 기억 안 나냐?우현이 소주를 입에 털어 넣었고 노마는 우현의 잔에 소주를 부었다.-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이 녀석을 어째?-아버지는 뭐래? 가만히 있으셨어? 어머니는?우현이 물었다.-삶에 정답은 없단다.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인생이란다. 잘 모셔라, 그러더라. 듣다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고.-그게 무슨 말이냐. 그저 그렇게 흘러가는 인생이라니. 네가 오빠냐?노마의 대답에 우현이 화를 냈다.-이 녀석이 왜 나한테 이래. 내가 그랬어? 듣고 보니 네 녀석이 안나 간수를 잘 못한 거네. 어쩔 거야? 응? 내 동생 어쩔 거냐고?안주로 시킨 두부김치가 나왔지만 둘 중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고 술잔만 비워댔다. 번갈아 가며 마시고 따랐다. 세 병째 소주를 주문했을 때 우현이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쳤다.-죽여 버릴 거야. 이 노인네. 내가 가만두지 않을 거야. 다 늙어가지고 뭐하는 짓이야.급하게 마신 탓에 술기운이 오른 노마가 우현을 쳐다봤다. 우현의 얼굴은 타는 듯 붉었다.-말로만. 안나 하나 붙잡지 못하면서 사람을 죽인다고? 인마, 네가 아무리 인공 장기 팔아먹고 다니지만 사람 죽인다는 이야기는 함부로 하면 안 돼. 인마.노마가 물 잔에 소주를 따라서 우현에게 건넸다. 우현은 물 잔을 들어 단번에 비웠다. 그리고 말했다.-내가 못 할 것 같지? 나 잘해. 장기 떼고 붙이는 것, 웬만한 의사보다는 나을 걸. 내가 다 가르치잖아, 의사들.-그러면, 너 진짜로 죽일 수 있어?쉰 소리와 허풍, 비아냥거림, 울음으로 그날 술자리는 끝났다. /김강 소설가

2022-08-29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이것은 한 도시에 관한 영화다. 수 천년의 찬란한 유산과 숱한 이야기들을 쌓아 올린 거대하고 아름다운 도시 로마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로마의 역사와 유적, 그 속에 담긴 어떠한 이야기도 끄집어 내지 않는다. 지금 현재 로마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지중해를 중심으로 거대한 제국을 형성했던 로마는 통치를 위한 각종 제도를 만들고, 제국의 이름에 걸맞는 부를 형성하고 그 기반 위에 유적과 유물, 풍습을 만들어 나갔다. 어느 것은 거대했으며, 어느 것은 치밀했으며, 어느 것은 독창적이었으며, 어느 것은 복합적인 정서가 함유되었으며, 도덕적이며 문란했으며, 현학적이기도하고 심오하기도 한 것들이 혼재되어 있었다.영화 ‘그레이트 뷰티’는 기원 전부터 형성된 문명, 수 세기를 쌓아 온 모든 것들이 유산과 유적으로 남아 있는 로마를 무대로 당대와 고전, 성과 속, 예술과 속임수, 삶과 죽음 같은 이질적인 것들의 대비를 통해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은 기원 전 로마에서부터 제국을 건설한 시대를 거쳐 흥망성쇠의 과정을 통해 무너지고 남은 것들, 다시 복원된 것들의 도시 로마를 살았었고 살아가는 이들 모두에게 던져졌던 질문일지도 모른다.26살의 나이로 로마로와 65번째 생일을 맞이하는 젭의 생일 파티에는 로마 상위 1%의 셀러브리티로 가득하다. 40년 전 한 권의 소설로 화려하게 데뷔해 “소위 상류사회라는 소용돌이 속으로” 빠르게 휩쓸려 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도 왕이 되고 싶었던 젭은 그 꿈을 이루게 된다. 40년 전 마지막 책을 쓴 소설가에게 더 이상 소설을 써야할 이유보다 소유하고 누려야할 1%의 삶이 그곳에 있었다.아름답고 웅장하며 우아한 유적지의 로마. 그 속에서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던져진다.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지 못해 40년 간 글을 쓸 수 없었다는 젭의 인생은 욕망의 끝에서 만나는 권태와 허무에 가 닿는다. 그 지점에서 젭은 첫사랑의 부고 소식을 들은 후 스스로의 인생을 반추한다. 모든 것이 아름다운 가운데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 아름다움은 어디에서 오는 것이며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저 너머, 기억의 저 너머에 있었던 이의 부고로 인해 젭은 자신 앞에 바짝 다가와버린 죽음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죽음을 통해 삶을, 화려하고 극한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던 일상 속에서 놓쳐버린 아름다움을 찾아간다.영화 초반 “삶은 모두 소설과 같은 허구이며 죽음으로 향하는 여행이다. 단지 눈을 감기만 하면 된다. 죽음은 삶의 이면이다”라는 루이 페르디낭 셀린의 소설 ‘밤 끝으로의 여행’을 인용한다. 권태로 찌들어가던 삶, 아니 죽음을 향해가던 인생에서 이면을 보게되는 과정, 죽음을 직시함으로써 발견하게 되는 깨달음. 이 깨달음은 젭의 삶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재해석하는 도구가 된다.수 천년을 쌓아 온 유적지와 그곳에서 살다 간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화려했거나 초라했으며, 권태로웠거나 치열했을 것이며, 허무했거나 환희에 찬 삶을 살다 갔을 것이다. 그중에 누군가는 질문을 던졌을 것이며, 그 질문에 따라 답을 찾는 여정에 나섰을 것이다.그리고 기록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글로써 누군가는 그림으로써, 누군가는 음악으로 아름다움을 표현했을 것이다.그것이 그때는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진실’이었으며, 어떤 것은 거짓이고 속임수였을 것이다. 그렇게 쌓아 올렸을 거대한 유산, 거대한 아름다움이 가득한 도시 로마에서 젭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찾기 위한 산책에 나선다.“저 너머엔 저 너머의 것이 있다. 나는 저 너머에 있는 것은 다루지 않겠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시작된다. 결국 다 속임수다. 모든 게 속임수다”라는 젭의 대사처럼 삶과 죽음의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주)Engine42 대표 김규형

2022-08-29

‘가축분뇨 연료화’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 6월 16일 낙동강 본류 일대에 녹조가 1천세포/㎖이상의 밀도로 과다 발생해 최초로 조류경보 ‘관심’단계가 발령되었다. 이후 일주일만인 6월 23일에는 조류세포밀도가 1만세포/㎖이상으로 ‘경계’ 단계로 상향 발령되었다.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따르면 강정고령보를 기준으로 ‘경계’ 단계로 격상 발령된 것은 2019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이에 대한 주된 원인으로는 유례없는 폭염으로 인한 수온 상승과 지속된 가뭄이 꼽히고 있다. 다행히 지난주 8월 18일 오후 3시를 기해 낙동강 강정고령보에 발령된 조류경보가 ‘경계’단계에서 ‘관심’단계로 하향 발령됐다.조류경보가 하향된 원인은 예년보다 강수량이 많지는 않으나 8월에 비가 자주 내린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제 가을로 접어들면서 조류경보가 상향될 우려는 낮아졌지만 지난 여름 내내 조류경보 ‘경계’ 단계 기간 동안 수돗물 내에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의 검출 여부에 대하여 관계 당국과 환경단체의 대립이 이어지면서 시도민들의 수돗물 걱정이 더욱 깊어졌다. 녹조 문제에 더해서 주로 제조업체에서 배출되는 중금속 등 유해오염물질의 배출로 인한 식수원 오염 문제도 수돗물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어서 취수원 다변화가 대구·경북지역의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한 핵심과제가 됐다.현 단계에서 안전한 수돗물 공급을 위해 해야 할 시급한 사항은 녹조와 유해오염물질로부터 안전한 취수원을 확보하고 공급하는 것이다. 그리고 취수된 물에 유해물질이 포함되어도 수돗물 생산과 공급과정에서 이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고도정수시설과 관망시설이 갖추어져야 한다.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낙동강 지류와 본류에 유입되는 비점오염물질을 줄이고 유해오염물질의 배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여야 한다.이처럼 녹조 발생의 근본 원인인 비점오염물질과 유해오염물질에 대한 완벽한 관리가 시급하지만, 지역의 경제발전과 조화롭게 해결되어야 하므로 중장기대책으로 추진이 불가피하다.낙동강의 비점오염물질 배출원은 생활계, 축산계, 산업계, 토지계, 양식계, 매립계 등 매우 다양한데, 이 중에서 축산계와 토지계에서의 가축분뇨로 인해 배출되는 비점오염물질의 비중이 가장 높다. 실제로 경상북도에서 가축 사육두수는 한우기준 환산사육두수가 168만6천두로 전국 1천18만9천두의 15.2%에 육박한다. 그리고 경북의 가축분뇨 발생량은 2019년 800만9천t으로 전국발생량 5천183만8천t의 15.5%에 이르는데, 이 량의 무려 91%가 퇴비나 액비 형태로 농지에 살포된다.자원화라는 명목으로 가축분뇨가 농지에 살포되었으나 엄청난 악취를 유발하였고, 지하수를 크게 오염시켰으며, 농지의 양분과잉을 초래하여 많은 양의 질소와 인이 작물에 흡수되지 못하고 하천으로 유입되어 녹조 대발생의 핵심 원인이 되었다.결국 가축분뇨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게 되었으며, ‘가축분뇨 연료화’로 농지주입 최소화가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축산계 탄소중립을 위한 수단으로도 기대를 모은다.

2022-08-29

여당은 지금 민심얻기를 포기한 정당 같다

정기국회 개원을 이틀(9월 1일) 앞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의원을 대표로 선출하며 안정된 체제를 정비했지만,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혼란에 빠져 있다. 국민의힘은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를 정지한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따라 지난 주말 당헌·당규를 고쳐 ‘새 비대위’ 카드를 꺼냈지만, 당 정상화까지는 첩첩산중이다. 당분간 지도부 공백 상태가 불가피한데다, 새로 꾸려질 비대위 역시 법적 정당성 논란에 휩싸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당장 이준석 전 대표는 가처분 신청을 한 번 더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여권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 사퇴 요구가 계속 확산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새로운 비대위를 구성하고 이에 대해 이 전 대표가 또다시 가처분신청을 할 경우 법원이 똑같은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혼란이 심해지자 일부에서는 대통령 책임론까지 거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내부 총질’ 문자메시지가 비대위 체제 전환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당 혼란이 빨리 수습되지 않으면 윤 대통령도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최근 추석 전 인적 개편과 민생 행보를 통해 국면전환을 모색하고 있던 중이었다. 지난 26일 윤 대통령의 대구 서문시장 방문도 이러한 계획의 일환이었다. 그러나 여당의 내부혼란이 돌발변수로 떠오르면서 윤 정부의 민생행보가 가려져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집권여당이 지금 생각해야 할 것은 오로지 민심이다. 차기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권 원내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대증적인 요법을 통해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기려 해서는 더 큰 파국이 온다. 파격적인 체질개선 조치를 통해 이반하고 있는 민심을 잡아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해 추가 징계를 공식화한 것은 최악의 결정이다. 아직 ‘윤핵관’ 그룹이 국민의힘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에게 주지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준석 지우기’에 더이상 당력을 낭비하지 말고 당의 외연과 포용력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한다.

2022-08-29

아르테미스가 달에 가는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인류가 달을 향한 여정을 다시 시작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한국시간 기준 29일 오후 9시33분 달 주변 궤도를 비행할 우주발사체(SLS)‘아르테미스Ⅰ(1호)’를 발사했다. 지난 1969년 아폴로 11호를 타고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딛고, 그 3년 뒤 아폴로 17호가 마지막으로 달을 다녀온 지 50여년 만이다.프로젝트명인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달의 여신으로, 지난 세기 미국의 달 탐사 프로젝트명이었던 태양신‘아폴로’의 누이 이름이다.이번 아르테미스 계획은 총 3단계에 걸쳐 진행된다. 아르테미스 1호는 총 42일 간의 비행을 거치게 되며, 2주 가량 달 궤도에서 임무를 수행한 뒤 10월10일 지구로 복귀하게 된다. 1단계 프로젝트에서는 진짜 우주비행사 대신 마네킹을 실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테스트한다. 이후 2024년 2단계부터 실제 사람을 태우고 달 궤도를 다녀오게 되며, 2025년 3단계는 여성과 유색인종 등으로 구성된 우주비행사들을 달에 착륙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무려 반 세기만에 미국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가 재가동되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달의‘가치’가 점차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세기의 유인 달 탐사는‘달에 가는 것’그 자체가 최종 목표였지만, 이번 아르테미스 계획부터는 달에 장기 체류용 기지를 구축하고 자원 확보·환경 조사·심우주 탐사 준비 등을 추진하는 것이다. 실제로 달이 인류가 도달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광산’이 될 수 있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따르면 달에는 헬륨-3, 희토류를 비롯해 수십종의 희귀자원이 산재해 있다. 아르테미스 1호가 21세기 우주 경쟁의 신호탄이 될 지 주목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29

‘지방시대위’ 위상 높아야 역할·책임 커진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윤석열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지방시대를 주도할 지방시대위원회는 현재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참여하는 13개 부처에 더해 국무조정실, 고용노동부와 대통령실 경제수석, 사회수석, 정무수석까지 참여토록 확대 출범시켜달라”고 건의했다.기업이 지방에 투자하려면 정부가 교육과 문화, 주거시설 등을 패키지로 지원해야 하기 때문에 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과제와 정책을 총괄할 지방시대위의 위상부터 높여야 한다는 뜻이다. 이 지사는 과거에도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부총리급 지역균형발전부 신설”을 주장한 바 있다. 수도권에 비해 크게 낙후된 지방 발전을 위해 일하는 부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지방시대위원회는 본격 지방화 시대를 열겠다는 윤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지방자치분권위원회를 통합한 대통령 자문기구로 설립된다. 아직은 법률적 지위 문제 등으로 논란은 있으나 윤 정부 지방정책의 핵심 컨트롤 타워임에는 틀림없다.당초 강력한 집행기능을 가진 부총리급 독립부처로 기대됐으나 현재로선 자문위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지방시대위의 실질적 역할이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도 많다. 김사열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방정책을 총괄하는 기구가 자문위원회로서는 실제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소한의 실행위원회로 바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시대위는 국가 균형발전과 지방소멸, 청년 유출, 고령화 등 지방이 안고 있는 수많은 난제들을 풀어가야 한다. 실제적 권한 없이 과거 정부의 균형발전위처럼 일 한다면 성과는 없고 구호만 요란한 기구에 그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이 지사가 부총리급 기구나 정부 부처 참여기관을 확대해 달라는 것은 지방시대위의 위상부터 높여야 역할수행도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덕수 총리도 “지방시대위가 가지는 역사성과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정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지방정책을 총괄하는 지방시대위의 위상을 높이는 데 정부가 주저할 이유는 없다. 새로 출발하는 지방시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2022-08-29

자율과 규율에 기반한 개선활동

엄주선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어떤 사람이 죽어서 염라대왕께 살아서 너무 고생을 많이하여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고 싶다고 이야기 하자 염라대왕이 업경대를 통해 그에게 다른 사람의 삶을 보여주고 바꾸어 살겠느냐고 물으니 본인의 삶을 그대로 살겠다고 한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누구나 경험은 다르지만 굴곡진 삶을 살아간다는 의미일 것이다.우리는 살면서 많은 일들이 생기며 좋은 결과도 있고 나쁜 결과도 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나쁜 결과는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좋은 결과는 지속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떻게 좋은 결과가 나오는지 원리를 규명하여 항상 좋은 결과가 도출 될 수 있도록 원칙을 만들고 지켜야 한다.생산 현장에서는 제품으로 좋은 결과와 나쁜 결과를 구분하며 양품과 불량으로 칭한다. 그리고 이 생산하는 과정의 원리(Mechanism)를 규명하여 양품이 생산되도록 원칙(Rule)을 만들어 문서화 한 것이 작업표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일을 많은 사람들이 반복하는 생산 현장에서 제품이 항상 양품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표준에 따라 작업을 하는 것이 현장의 규율이며 자율적으로 지켜야 한다.자율은 합리적 개인이 관련된 내용을 충분히 인지하고 강요되지 않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규율은 질서나 제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정하여 놓은, 행동의 준칙이 되는 본보기로 정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 낸 권오현 전 회장은 포지티브시스템은 규율에 기반을 둔 것으로 허가 받은 것만 할 수 있는 것이며 네거티브시스템은 자율에 기반은 둔 것으로 금지된 것만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것을 말하며 회사는 자율과 규율의 장 단점을 잘 활용 이 두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하였다.포스코의 현장 개선 활동인 QSS(Quick Six Sigma)도 업무 지침에 규율로 정하여 활동은 자율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자기사랑, 동료사랑, 회사사랑을 철학으로 하고 있다. 활동 과정에서 학습을 통해 자기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자기사랑이며 동료와 함께 목표를 수립하고 배려하며 활동하는 동료사랑이며 나와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이 모여 궁극적으로 회사사랑으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전원이 스스로 참여하여 제대로 꾸준히 하여야 한다는 기본 사상을 바탕으로 17년째 지속하고 있다.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를 보면 규율은 엄격히 하되 자율적인 토론문화를 갖추도록 한 것을 알 수 있다. 구성원을 한 없이 아끼면서도 조직 전체에 피해를 주는 탈영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는 목을 베어 효시 했다는 대목이 나오며 한산도 제승당이라는 곳에서 누구도 상관없이 군사에 관한 사항을 건의하고 논의하였다고 쓰여 있다.어떤 조직이든 이 두가지 중 한가지가 깨지면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항상 자율을 기본으로 적절한 규율을 갖추는 조직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그래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2022-08-29

마실가듯 즐기는 ‘포항철길숲 夜行’ 축제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처서매직이 신기할 정도로 조석의 선선한 기운이 청량감을 더해준다. 서늘한 바람의 구름밭 쟁기질로 하늘은 점차 높푸르러 가고, 요란하던 매미울음 대신 저마다의 풀피리 음조같은 풀벌레들의 합창이 맑고 또렷하기만 하다. 폭우와 가뭄의 상반된 피해를 남기고 심드렁하던 여름날이 뒷전으로 물러나자, 약속이라도 한 듯 계절은 살랑살랑 건들바람으로 초가을을 부르고 있다. 아직은 한낮의 노염(老炎)이 꼬리를 무는 듯해도, 물빛과 하늘빛이 서로를 닮아가며 동동거리던 8월을 어련히 재우고 있다.이른바 천랑기청(天朗氣淸)한 계절의 바퀴에 맞춰 자연만물의 빛깔과 움직임이 달라지듯이, 사람사는 세상에도 계절의 시계에 어울리는 다채로운 마당이 펼쳐져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각종 활동이나 행사를 비롯 지역별 특색과 테마를 살린 축제가 다양하게 열렸거나 열릴 예정이라서 다행스럽고 흥미롭다. 바람이 불고 파도가 출렁이며 구름이 흘러가듯이, 사람들도 서로 소통하고 왕래하면서 활동과 교류의 폭을 넓히고 공감과 향유의 기회를 가진다는 것은 그만큼 깨어 있고 살맛나는 문화의 맛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더욱이 가증스러운 코로나19로 3년째 멍울진 가슴이었으니 오죽하랴.그런 차제에 지난 주 금~토요일 포항에서 처음 열린 ‘2022 힐링필링 포항철길숲 야행’은 늦여름 밤의 선물처럼 다가온 즐김과 누림의 축제로서 손색이 없었다. 효자동과 양학동에 이르는 2~3km 구간을 청사초롱과 백열등으로 밝히고 곳곳에 테마존과 체험코너, 버스킹, 전시코너, 라이팅쇼, 플리마켓 등을 마련해 마치 마실가듯이 참여한 시민들이나 타지의 관광객들에게 부담없는 볼거리와 느낄 거리를 안겨준 포항의 대표적인 야간축제였다. 코로나로 지친 시민들에게 치유와 위로가 되고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고 함께 즐기는 코로나의 팬데믹과 엔데믹의 힐링(Healing)과 필링(Feeling)을 위한 축제로, 철길숲을 자전거 타고 수시로 드나드는 필자에게는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천천히 걸으면서 이색적인 체험과 스탬프 랠리로 곳곳을 눈요기하는 등 짧게나마 설레고 흥겨운 문화축제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들었다.아마도 포항철길숲이 조성된 이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몰려들기는 처음인 것 같다. 특히 개막식과 달빛음악회가 열린 주무대와 아이들에게 인기만점인 분수 주변의 돗자리 휴식존이나 세대공감 놀이존 등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100년 역사의 철길이 상생과 어울림의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해 다양한 테마와 즐길거리로 도시의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고 있으니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비록 문화재청에서 지원하는 공식적인 ‘문화재 야행’ 축제는 아니지만, 이와 같이 지자체의 안목과 기획에서 비롯되는 테마형 문화축제는 시민들에게 큰 공감과 호응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더욱 알차고 흥미로울 내년의 야행축제가 사뭇 기대된다.

2022-08-29

임시변통으로 집권당 문제 해결될까

김진국 고문 참 가지가지 한다. 앞이 안 보인다. 새 정권이 출범한 지 석 달 만에 집권당이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서울남부지법은 26일 국민의힘 주호영 비대위원장 직무를 정지시켰다. 당 대표는 당 윤리위에서 6개월간 직무를 정지하고, 그래서 만들어진 비대위원장은 무효가 됐다.이 지경으로 만들어놓고, 판사 탓을 했다. ‘우리법연구회’를 들먹였으나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져 다시 망신만 했다. 헛발질이 한두 번이 아니니 한 번 더 했다고 부끄럽지도 않다. 판사를 원망하는 논리가 겨우 ‘정당 자율성 침해’란다. 어물쩍 마음대로 일을 처리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사실 법으로 따지는 정치는 하지하책(下之下策)이다. 정치의 사법화는 정치 부재를 의미한다. 법으로만 재단한다면 정치가 왜 필요하나. 법조인이 정치권에서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요즘은 정도가 지나쳐 모든 정치 이슈를 법원에 넘겨놓았다. 직접 넘겼건 정치를 포기해 넘어갈 명분을 줬건 마찬가지다. 이제 와 법원의 간섭을 나무라는 게 기가 막힌다.국민의힘은 가처분 결정에 대해 바로 이의신청했다. 27일 의원총회에서는 당헌·당규를 바꾸어 다시 비대위를 구성하기로 했다. 말이 재구성이지 기존 비대위의 법적 근거를 만들려는 것이다. 법적으로 보완하되 정치적으로는 이제까지 해온 방향으로 직진하겠다는 말이다. 특정 목적을 위해 당헌·당규까지 사후에 꿰맞추는 꼼수다. 대한민국의 집권당이 이 정도인지 정말 개탄스럽다.정치는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한다.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이외에는 다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꽉 막힌 집권 세력이 정권을 잡자마자 섣부르게 정적부터 제거하려다 진퇴양난에 빠졌다. 정치력은 하나도 없다. 자신들의 장기인 법으로 덤볐다 되치기당했다. 그런데도 직진이다.이의 제기하고, 항고하고… 당헌·당규를 고치고, 비대위를 또 구성하고, 가처분 신청하고, 소송을 끌고… 언제까지 이 문제를 끌고 갈 건가. 이준석 대표가 복귀할 때까지 끝낼 수는 있는 건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렇게 허둥대는지 알 길이 없다.윤석열 대통령은 연임할 수 없다. 5년이 긴 시간도 아니다. 정적을 만들 필요가 뭔가. 하루하루가 황금 같은 시간이다. 더군다나 지금 한국이 처해 있는 상황이 너무나 긴박하다. 경제와 안보는 하루 앞을 모르게 격변하고 있다. 엄혹한 국제 환경과 코로나의 긴 터널을 지나며 민생은 바닥을 보인다. 여야 없이 모두 끌어모아 달려들어도 힘든 국면에 집권당 내부 쪼개기 정치로 시간을 보낼 건가.이준석 대표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이 대표의 책임도 크다. 집권당을 이 지경으로 몰아간 것은 ‘내부 총질’이라고 비난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이 대표의 책임을 물으려면 ‘윤핵관’도 피해갈 수 없다. 지금 당을 이끄는 게 ‘윤핵관’이고, 여론조사에서 가장 큰 불만 요인으로 드러난 집권 초기 인사를 주무른 게 그들이다.국민의힘 현 지도부는 중요 계기마다 딴 이슈를 만들어 망쳐왔다. 휴대폰 문자를 노출해 논란을 일으켰다. 수해복구 노력은 사라지고, “비가 더 왔으면 좋겠다”라는 말만 주목받았다. 집권당이 단합해 분발하자고 모인 연찬회는 ‘4 미인론’으로 조롱거리가 되고, ‘숟가락 노래’로 사서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가처분 기각을 공언하고, 우리법 출신 판사라는 가짜 뉴스에 낚여 망신만 당했다.하는 일마다 도움은커녕 사고만 치고 다닌다. 이 지도부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건 무슨 쇠고집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임시지도부라 해도 완전히 다시 구성하는 게 옳다. 당장 원내대표부터 다시 선출해야 한다. 이번 사태에 큰 책임이 있는 ‘윤핵관’은 뒤로 빠져야 한다. 이 대표만이 아니라 그들부터 선당후사(先黨後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부담이 윤 대통령에게 간다. 윤 대통령이 사태를 정리할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윤 대통령도 좀 더 크게 보아야 한다. 선거 당시의 소소한 감정은 빨리 털어야 한다. 표를 주었건 아니건, 좋건 싫건 우리 모두의 대통령이다. 국가가 당면한 문제들을 풀어갈 책임은 모두 대통령의 어깨에 있다. /본사 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8-28

“포항공대? 포스텍?”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포항공대로 불러야 하나? 포스텍으로 불러야 하나?1986년 설립되어 설립 36년째를 맞이한 포항공대의 명칭을 ‘포항공대’라고 불러야 하나 ‘포스텍’이라고 불러야 하나 헷갈린다고들 한다.교육부에 등록된 공식 명칭은 포항공과대학교이지만 교내에서나 대외적으로는 영문명인 포스텍(POSTECH, POhang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을 주로 사용한다. 영문명을 쓰는 주된 이유는 글로벌 시대에 걸맞고, 미국의 칼텍(Cal Tech·캘리포니아 공대)과 발음의 리듬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개교 초에는 PIT라고 MIT처럼 부르던 시절도 있었지만 학교사이즈나 성격으로 보아 칼텍이 더 모델이 맞았기에 포스텍이라는 명칭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하여튼, 포항을 사랑하는 포항인들은 ‘포항공대’라고 해야 한다고 하고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게 영어이름의 축약인 ‘포스텍’으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도 맞선다.미국 메세츠주에 있는 세계적인 공대 메세추세츠 공과대학은 MIT로 불리우지만 ‘M’ 이 메세추세츠 지역을 상징한다는 지역민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칼텍도 캘리포니아 공대의 약자로 역시 캘리포니아라는 지역명을 함축하고 있다. 포스텍에 포항이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면 포스텍으로 불리워도 상관없겠지만 ‘칼’과 ‘포’는 큰 차이를 갖는다 ‘칼’은 캘리포니아를 의미하지만 ‘포’는 꼭 포항만을 의미한다고 보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역명 함축에는 다소 부족한 명칭이다.포스텍은 THE, QS 같은 세계적인 랭킹기관들의 조사에서 포스텍이란 낯선 이름으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Korea를 품고 있고 서울대는 잘 알려진 한국의 수도 Seoul을 갖고 있어서 사람들이 외우기 쉽고 따라서 랭킹기관들의 대학의 명성 조사에서 유리한 점이 있다.금년 일부 회복을 했지만 지난 몇 년간 포스텍의 랭킹이 고전을 하고 있는 원인중의 하나가 대학의 명성 조사에서 불리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역사가 짧다는 문제도 있지만이름이 부르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어 보인다.대학의 이름은 때로는 대학의 위상을 올리고 내리는데 기여를 하기도 한다.최근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경주’라는 지역 명을 딴 이름을 더 이상 쓰지 않기로 하고 미래 발전과 경쟁력 향상을 위해 캠퍼스 명칭 변경을 ‘와이즈(wise) 캠퍼스’라고 부르기 시작했다.최근 캠퍼스에서 지역 명을 빼거나 교명을 바꾸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경희대는 수원캠퍼스를 ‘국제 캠퍼스’로, 건국대는 충주캠퍼스의 이름을 ‘GLOCAL(글로컬) 캠퍼스’로, 연세대도 원주 캠퍼스를 ‘미래 캠퍼스’로 바꾸어 부르고 있다. 부산권의 영산대도 캠퍼스를 와이즈유(Y’sU)라는 닉네임으로 부르고 있다.이러한 교명 변경은 학교 위상을 올리는 효과가 있고, 신입생의 질이 상승되는 효과도 있다.교명 변경으로 경쟁력에서 큰 성공을 거둔 대학은 서울과기대와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이다.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더 절묘한 명칭 전략으로 성공한 케이스이다. 에리카(ERICA)는 진달랫과의 상록 소관목을 가르키는 이름이다. 잎은 좁고, 꽃은 겨울에서 봄에 걸쳐 피는데 연분홍색이거나 흰색으로 피어난다.한양대는 2009년 안산캠퍼스를 과감하게 ERICA(에리카) 캠퍼스로 바꿔 부르고 있다. ERICA는 ‘Education Research Industry Cluster Ansan’의 줄임말로 산학협력을 바탕으로 한 이 캠퍼스의 성장 전략을 나타낸 것이다.꽃 이름 에리카와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영문 두음이 가지고 있는 의미가 상징적으로 다가온다. 에리카 캠퍼스는 이런 효과로 국내 랭킹에서만 10위 이상 상승했다.다시 포항공대, 포스텍 이슈로 돌아가 보면, 포스텍이 이름으로 국제무대의 명성 평가에서 손해를 보고 있지만 그이유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주변에 몇 대학들이 국제적으로 이름의 핸디캡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연세대는 Yonsei라는 어려운 이름에도 역사가 깊으니까 나름 국제무대 명성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있다.역사가 짧고 이름이 이상한데도 국제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대학도 있다. 싱가폴에는 두 개의 유명한 대학이 있는데 NUS라는 싱가폴 국립대학과 NTU라는 대학이 있다.NTU는 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 의 약자 인데 싱가폴이란 이름이 들어가지 않고 역사가 포스텍 보다 짧은데도 단기간에 세계 20위권에 들어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그 비결은 무엇이었나? 물론 부국 싱가폴의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기도 했지만 각종 국제회의 등을 공격적으로 열고 총장은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이러한 회의에 참여하고 강연하였다. 중요한 대학평가 회의를 많이 호스트 하였다. 동시에 연구력을 높이기 위한 각종 제도를 보완하였다.더 중요한건 국제화이다. 교수, 학생들의 외국인 비중이 50%를 육박할 정도로 국제화된 대학이 NTU이다.이름이 포항공대이든 포스텍이든 좋다. 포스텍이 살길은 ‘절대적 국제화’이다.

2022-08-28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공황장애

사공정규 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유명 연예인들이 공황장애를 겪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생소하던 공황장애가 사회적 이슈가 되던 때의 일이다.필자에게 공황장애를 진단받고 치료하던 중년 여성 환자가 딸에게 “엄마가 공황장애로 치료받고 있어”라고 했더니 딸이 “엄마가 무슨 연예인이야”라고 말했다고 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공황장애를 앓는 연예인들이 많이 알려지면서 일종의 직업병처럼 연예인 병으로 알려진 경우가 있으나, 공황장애는 연예인만 걸리는 연예인 병이 아닌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다. 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3% 내외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인구를 5천만이라고 한다면, 150만명이 일생에 한번은 공황장애를 앓는다는 의미이다.이렇듯 공황장애는 흔한 병이나,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에 대한 편견으로 과소진단 되고 과소치료돼 공황장애 환자들은 치료와 회복의 기회를 놓치고 고통 속에서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 채 살아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지난 2012년 이후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서 공황장애로 치료받고 있다는 것을 용기 있게 공개하면서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을 바라보는 일반인들의 편견과 낙인이 감소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생겨났다.일반인들에게 공황장애를 포함한 정신과 병을 정신적 및 사회적 능력의 결격 사유가 아니라 치료받아야 하는 의학적 병으로 받아들이는 효과를 낳았다.용기 있는 그들의 고백에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한사람으로서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이러한 흐름에 힘입어, 공황장애에 대한 인지도와 정신과 치료의 수용도가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치료받는 공황장애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공황장애로 진료받은 환자는 지난 2010년 약 5만명에서 지난 2020년에는 약 20만명으로 10년 동안 4배 가까이 늘었다.그럼에도, 아직도 여전히 많은 환자는 적절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일반인들이 공황장애를 정신과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에는 정신과 병에 대한 편견뿐만 아니라 발현되는 공황장애 증상에도 있다.공황장애는 예상치 못하는 공황발작 증상이 반복적으로 있어야 하는데, 의학적으로 공황발작은 아래 13가지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갑자기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이다.공황발작 증상은 다음과 같다.①맥박이 빨라지거나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리거나, 심장이 빨리 뛴다. ②가슴 부위에 통증이나 불편감이 느껴진다. ③숨이 가쁘거나 답답한 느낌. ④질식할 것 같은 느낌. ⑤땀이 많이 난다. ⑥화끈거리거나 추운 느낌. ⑦손발이나 몸이 떨린다. ⑧감각이상(감각이 따끔거리거나 둔해지거나 하는 느낌). ⑨ 어지럽거나 불안정하거나 멍한 느낌이 들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 ⑩메스껍거나 복부 불편감. ⑪비현실감(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 또는 이인증(내가 아닌 느낌, 자신으로부터 분리되어 있는 느낌). ⑫스스로 통제할 수 없거나 미칠 것 같은 두려움. ⑬죽을 것 같은 공포감 등이다.공황발작 증상을 구분해서 살펴보자. 공황발작 증상은 심폐계 증상군(①~④), 신경계 증상군(⑤~⑨), 소화기계 증상군(⑩), 인지정신증상군(⑪~⑬)으로 나눌 수 있다.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공황발작의 증상은 인지정신증상보다 심폐계 증상, 신경계 증상, 소화기계 증상 등 신체적 증상이 더 많다. 때문에 공황장애 환자들은 심장내과 혹은 호흡기 내과를 많이 방문하다. 또 신경과를 방문하거나, 드물게 소화기 내과에 방문하기도 한다.증상이 심한 경우 응급실을 방문하지만, 공황장애는 심장, 호흡기계, 신경계, 소화기계 자체의 병이 아니기 때문에 각종 내과 및 신경과적 검사에서는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일반인들은 신체적 증상이 있으면, 신체적 병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공황장애의 경우 신체적 증상들이 많이 나타나지만, 신체적 병이 아니다. 공황장애는 뇌의 불안 중추인 뇌간의 청반(locus ceruleus)의 기능 이상에 기인한 불안장애의 일종으로 정신과 병이다. 당뇨나 고혈압이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듯, 공황장애도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병이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소를 잃었으면 외양간을 고쳐야 한다. 소를 잃고 소와 관계없는 곳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듯이 건강을 잃어 병을 얻었다면 그 병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에 맞는 전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공황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3% 정도로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흔한 병이며 신체적 증상이 많이 나타나기는 하나, 신체적 병이 아니라 정신과 병으로 전문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빠른 회복을 하자는 것이다.공황장애를 편견(偏見)으로 보지 말고 정견(正見)으로 보자.공황장애 환자들이 더 이상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죽을 것 같은 공포, 고통 속에서 벗어나 평안의 날을 맞기를 바란다.

2022-08-28

소통 말고 대화합시다

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며칠 전, 생협 활동가에게서 소통 말고 대화를 하고 싶다는 말을 들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 사전을 찾아보니, 소통의 사전적 의미는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또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었다. 문자 그대로 보면, 오해 없이 의견이 잘 전달되었다는 뜻이니, 일방적으로 전달만 해도 오해만 없으면 소통했다고 할 수 있게 된다. 최악의 경우,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자기의 뜻을 아랫사람에게 전달해도 소통은 소통인 셈이다. 그에 비해 대화의 사전적 의미는 ‘마주 보고 이야기를 주고받음’이니, 당연히 평등하고 양방향이다. 그 활동가가 소통 말고 대화를 하고 싶다는 것은 일방적으로 전달만 받고 싶지 않고 서로 동등하게 논의하고 싶다는 소망이었을 것이다.이렇게 소통과 대화의 차이를 생각하다 보니,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니던 때 일이 생각난다. 어느 날, 아이들에게 가족회의를 하자고 하니 질색을 했다. 엄마 하고 싶은 말만 할 건데 무슨 회의를 하느냐는 것이다. 어른과 아이가 회의를 한다면 십중팔구 어른만 이야기하게 된다는 것을 아이들은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는 나이 많고 지위 높은 사람은 일방적으로 말하고, 나이가 어리거나 지위가 낮은 사람은 열심히 듣는 문화가 팽배해있다. 그래서 질문을 하거나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말하면 말이 많다거나 건방지다는 평판을 듣기 일쑤다. 이런 분위기는 비단 정치권이나 법조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 곳곳에 뿌리박혀 있다.이렇게 된 데에는 권위주의와 엘리트주의가 크게 작용한다. 그래도 요즘 스타트업에서는 수평적 문화가 많다고 하니, ‘너희는 나보다 아래니까 내가 하는 말 들어’라는 식의 권위주의는 조금씩 극복해가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내 판단이 너희보다 옳아’, ‘너희는 모르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엘리트주의는 개선하기가 요원하다. 엘리트주의의 기저에는 효율성이라는 사고가 깔려 있고, 대화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요즘 협동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보는 중이다. 내가 28년간 몸담고 있는 생협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협이야말로 상부상조의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결사체여서 영리 조직보다 민주적 대화 문화가 발달했을 것 같지만 예상외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생협에서 임원을 몇 번 했는데도 그동안 잘못 알고 관행적으로 해온 것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이번 공부를 통해 깨닫고 낯이 뜨거웠다.생협에서 대화 문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조합원에게 임원 입후보 기회를 공개적으로 주어야 하고, 임원들은 조합원에게 민주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이사회에는 지역 대표와 부문별 대표뿐 아니라 연령, 경제 수준, 1인 가구, 나아가 환경 문제까지 고민하는 조합원이 골고루 참여해야 한다. 그래야 대화의 폭이 넓어지고 자주 자립 자치라는 생협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 이렇게 생협부터 대화로 협동을 실천해간다면 우리 사회는 조금 더 살 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2022-08-28

숨은 사회 카르텔

강길수 수필가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숨은 무엇이 그 저변에 꿈틀거리는 것만 같다. 온갖 일에 참견하고 비난하며, 편 가르고 거짓을 진실로 둔갑시키는 존재인 듯하다.도대체 어떤 것이 내게 이러한 느낌을 들게 하는 걸까. 취임한 지 1분기밖에 안 된 대통령에게,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고 언론마다 난리굿이다. 신났는지 야당 의원이 ‘대통령 탄핵’이란 망발까지 말한 바 있다. 반면, 어떤 유튜브가 생방송으로 거리에서 조사한 대통령 지지율은 80~90%는 되어 보였다. 왜 이럴까. 여론조사기관의 발표 수치는 내가 피부로 느끼는 그것과는 왜 천양지차인가.지난달 말, 대법원은 2건의 총선 무효소송을 늑장 기각판결을 했다. 사람들과 단체들이 재작년 4·15총선 이후, 줄기차게 ‘부정선거’를 주장하고 있다. 수많은 증거를 제시하고, 선거 데이터 조작을 외치며, 120건이 넘는 부정선거 소송을 제기했다. 그래도 우리 사회는 무덤덤했다. 아니, 애써 외면했다. 왜 주류언론과 법조계, 정치계, 학계,‘민주주의’를 주절대던 시민단체들은 침묵해 왔을까. 대법관과 지방 법관이 중앙 및 지방의 선거관리 위원장이기에, 팔이 안으로 굽을 수도 있는 선거조직의 구조적 결함을 정치권은 왜 수수방관만 할까.이런 의문들 때문에, 3·9 대선 직후 중앙선관위가 발표한 대선과 총선의 선거 결과 데이터를 조회해 보았다. 사전투표 결과를 보는 순간, ‘이럴 수가!’하고 저절로 속말이 튀어나왔다. 멍해졌다. 수치가 진실을 웅변하였기 때문이다. 전 지역이 한쪽으로 치우친 선거 데이터는, 통계적 검토도 필요 없이 비정상 수치임이 한눈에 드러났다. 어떤 개입이 없는 한, 나올 수 없는 수치였다. 사람은 진실을 감출 수 있어도, 수치는 진실을 숨길 수 없는 법이다.우리 사회는, 해결하지 않으면 체제가 바뀔지도 모를 근본적 문제를 안고 산다는 마음이 짙어진다.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 공정성이 의심받고, 객관적으로 조사 발표해야 할 대통령 지지율을 국민이 못 믿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사회 카르텔이라고 해야만 할 음습한 힘이, 사회 전 분야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그 카르텔이 정부와 국민을 이간시키고, 나라에 큰 해악을 주고 있지는 않을까.어떤 공동체가 체제 유지와 관련된 근본적 문제가 생겼는데, 그 해결을 외면한다면 공동체가 유지 발전할 수 있을까. 단연코 없다. 가정, 단체, 나라도 마찬가지다. 만일, 우리 사회 온 분야에 숨은 카르텔이 작동하고 있다면, 우선 그 카르텔을 백일하에 밝혀내야 한다. 존재 목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반사회적 반국가적 카르텔이라면 필연코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결국 자멸할 것이다.‘민주’ 또는 ‘민주주의’란 이름이나 슬로건을 내걸고, 극히 반민주적 활동 행태를 보이는 정치권이나 기관, 언론, 노조, 시민단체를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현상들이 숨은 사회 카르텔과 이어지고, 수년 전 언론에 보도되었던 어느 정당인의 20년, 50년 집권론과도 연계되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부디, 내 느낌이 착각이면 좋겠다.

2022-08-28

어떤 대화

김규종 경북대 교수 누구에게나 타인과 말하고 싶은 욕망이 있다. 내가 전하고 싶은 지식과 정보 혹은 정서의 교감을 바라기 때문이다. 대화가 잘 되는 사람에게 우리는 친밀감과 신뢰감을 가진다. 그럴 때 우리는 말이 통하는 사람이야 하고 중얼거린다. 주변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인간관계의 질적인 차이가 확연해진다. 인간은 식주의(食住衣) 세 가지만으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다.얼마 전에 전화를 받았다. 정치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젊은이의 전화였다. 나는 몇 번이고 거절했다. 정치와 정치가에 대한 믿음을 접은 지 많은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하지만 젊은이는 막무가내였다. 일단 만나서 자신의 말을 들어줬으면 한다는 것이다.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전화로 나눈다는 것은 어려운 노릇이다. 상대의 눈과 표정을 보면서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그의 답답한 심경은 진보와 보수, 개인과 집단을 넘어서 우리 시대가 당면하고 있는 현안에 관한 집단적 무의식 혹은 일방적인 편 가르기였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화나 토론이 아니라, 일방의 주장이나 욕망을 여과 없이 분출하는 한국인 특유의 집단적 무의식이었다. 나와 생각이 다르면 적이고, 생각이 같거나 비슷하면 친구가 되는 케케묵은 구시대의 이분법이 그를 괴롭히는 것이었다.비교적 젊은 그였지만 그동안 만나본 사람들의 면면은 상당히 다채로웠다.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밝히고 내 의중을 묻는 정중함도 갖추고 있었다.다만, 내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불쑥 끼어드는 말버릇은 조금 거슬렸다. 아마도 그런 습관은 지금까지 그가 대면한 개인이나 집단이 그의 말을 끝까지 경청해주지 않은 결과일 것이다. 존중받지 못한 사람은 조급해지기 쉬우며, 상대방의 말허리를 자르고 단도직입적으로 치고 들어오기 때문이다.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고요하고도 바닥 모를 심연으로 침잠하는 나의 내면세계를 본다. 젊었을 때 나 역시 정치와 정치가가 세상을 구원하고 민중을 구제하리라는 삿된 희망을 품었기에 청년을 향한 안타까운 맘이 적지 않았다. 그러하되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할 수는 없었고, 때마침 대구로 귀환한 젊고 패기만만한 정치인을 소개했다. 나처럼 늦가을 물든 단풍잎처럼 고요해진 사람에게는 바랄 것이 없기 때문이라 생각했다.뭔가 새롭고 활기찬 대화와 출구를 기대하고 찾아온 젊은이를 보내고 나서 잠시 회억(回憶)에 잠긴다. 40년 세월 거리에서 광장에서 지하철에서 소리쳤던 인간이 이토록 고요하게 자신의 지나간 시간과 공간과 관계와 시대를 돌아본다는 게 낯설게 다가왔다.하지만 지금의 나는 예전의 나가 아니고,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 또한 없다. 그 시절의 내가 갈구했던 변혁과 새로운 시대정신은 이미 오늘날과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그와 나눈 대화가 그에게 어떤 감상을 불러왔는지 나는 모른다. 그것은 그만이 알 수 있고, 오직 그의 몫이므로. 하지만 우리의 미래(未來)는 희망적이라는 소회는 생생하게 남았다.

2022-08-28

소상공인 보호로 결론난 대형마트 의무 휴업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논란이 일단락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비상경제 민생보호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대형마트 의무휴무제와 관련,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신중하게 고려하라”라고 지시했다. 당분간 현행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대형마트 의무휴무제는 2012년 재래시장 등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으로 출발해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무를 해야 하며,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그러나 대형마트 의무휴무제가 시행되면서 재래시장 보호를 위한 정책 본래의 목적이 제대로 실행되는지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됐다.최근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새로운 소통창구로 등장한 국민제안에서 이 문제가 TOP 10으로 올라오면서 다시 논란의 불을 지폈다.대통령의 지시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는 당분간 논란이 사그라지겠지만 언젠가는 또다시 논란거리로 등장할 것이다. 윤 대통령도 이와 관련 “소상공인의 의견 정취와 지원책 등을 강구할 것”을 지시했다. 특히 전통시장, 골목상권 등에서 일하는 상인들의 디지털 전환에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e커머스 중심으로 유통시장이 바뀌고 있는 시대상황에 맞게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준비하라는 것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온라인 시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대형마트 규제가 실효성이 있느냐는 문제가 또다시 제기될 것에 대비하라는 의미다. 또 대형마트 규제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는 반시장적 규제라는 일각의 목소리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전통시장 등의 상인들도 대형마트 규제가 반사적 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란 막연한 생각보다 시장의 흐름을 잘 파악하고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주력해 나가야 한다.대형마트 의무휴무제를 당분간 더 유지키로 한 결정은 경쟁력이 약한 소상공인의 보호라는 차원에서 잘한 일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수많은 소상공인이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대형마트 규제완화는 시기상조다. 소상공인과 대형마트가 상생하는 전략적 지혜가 나올 수 있게끔 정부의 고민이 더 깊어져야 한다.

2022-08-28

‘서문시장 氣’ 받은 尹, 국정리더십 회복하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주말(26일) 서문시장을 찾아 대구시민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 그의 대구방문은 지난 5월23일 세계가스총회 개막식 참석을 위해 대구를 방문, 따로국밥을 먹으며 시민들을 만난 지 3개월 만이다. 서문시장은 이날 윤 대통령을 보기위해 몰려든 지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오후 1시쯤 서문시장에 도착한 윤 대통령은 상가연합회 사무실 주변까지 약 50m를 걸어가며 환한 얼굴로 시민들과 주먹인사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지지자들에게 “어려울 때도, 우리 서문시장과 대구 시민을 생각하면 힘이 난다. 오늘 기운을 받고 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상인회 간담회에서 “민심이 흐르는 전통시장이라는 곳을 자주 찾아온다면, 민심과 유리되지 않고 국정을 운영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한다”며 서문시장 방문의 의미를 부여했다.윤 대통령은 이날 서문시장 방문에 앞서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있는 로봇기업 ‘아진엑스텍’에서 제1회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주재했다. 회의에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 7단체장, 정치인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구 현안에 대해 언급하며 “대구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서비스 로봇 등 신산업 거점 지역으로 가기 위해 혁신을 추진한다고 들었다”며 정부의 지원을 약속했다. 홍 시장과 이 도지사는 이날 최태원 회장에게 SK그룹 차원의 통 큰 투자를 요청하기도 했다.윤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에도 고비 때마다 대구를 찾아 힘을 얻어 갔다. 대구는 그의 정치적 고향과 다름없다. 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아직 바닥권이고, 입법과 예산으로 지원해야 할 국민의힘은 제 앞길도 추스르지 못하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서문시장 방문에서 확인한 민심을 바탕으로 국정운영 동력과 리더십 회복에 성공하길 바란다. 이날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가 건의한 지역 주요현안에 대해서도 잘 챙겨주길 기대한다.

2022-08-28

벌초(伐草)

우정구 논설위원 아침저녁으로 기온이 제법 선선하다. 한더위가 물러가고 가을이 어느덧 우리 앞에 다가왔다. “모기 입이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가 지난 지도 일주일이 됐다. 다음 달 8일은 농작물에 흰 이슬이 맺힌다는 백로(白露)다.가을의 기온이 완연해지고 오곡이 여물어가는 시절이다. 옛 속담에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고 했다. 이때 비는 풍년이 들 징조로 여겼다는 것이다. 백로 이틀 뒤가 추석이다. 민족의 대명절인 이번 추석은 코로나 사태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가족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명절이라서 유난히 기대감이 크다. 모처럼 만에 온 가족이 만나 명절의 기쁨을 나누게 된다.지금부터 벌초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조상의 묘에 자란 풀이나 나무를 베어내고 묘를 깨끗이 하는 벌초는 보통 백중(음력 7월 15일) 이후부터 추석 전에 한다. 설과 한식에는 성묘는 하지만 벌초는 않는다. 설에는 벨 풀이 없고 한식에는 풀이 막 자라기 때문이다.유교 사상에 영향을 받아 우리나라 사람은 죽은 조상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잘 모시기 때문에 조상의 묘를 살피고 돌보는 일을 효행으로 생각한다. 벌초를 미리 해두지 않으면 불효로 여기기도 했다. 요즘은 바쁜 사정으로 대행업체를 이용해 벌초를 하는 가정도 많이 늘었다. 벌초가 끝나면 간단한 술과 과일을 차려놓고 재배도 한다. 이것 또한 묘제를 중시한 유교의 영향이다.벌초와 관련한 속담 중에 “추석 전에 벌초를 하지 않으면 조상이 덤불을 쓰고 명절 먹으러 온다”는 말이 있다. 조상의 음덕을 잘 기리자는 뜻이다. 코로나에 지친 우리 마음을 위로해 줄 명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 기왕이면 벌초도 잘해 기분 좋은 명절을 맞아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28

인사가 만사인 이유를 생각한다

조현일 경산시장 28만 인구인 경산시의 행정을 앞으로 4년간 담당하게 되며 가장 시정의 중심에 두는 것이 인사다.세간에는 ‘인사가 만사’라는 격언 아닌 격언이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회자하는 것을 보면 인사가 결코 쉬운 것은 아님을 보여주며 인사에 문제점이 많음을 보여주고 있다.경산시장으로 취임하고 어느 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4년간의 시정 운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인사”라고 대답했다.누구나 수긍하고 인정하는 인사는 공직자의 사기를 북돋울 수 있고 시민을 향하는 행정서비스도 절로 신바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28만 시민과 공직자들이 어우러질 때 양질의 행정서비스가 제공되고 시민 중심의 행정, 원-스톱의 행정으로 시민의 만족도는 저절로 높아져 민선 8기 경산시정이 추구하는 시민이 중심이 되고 행복한 경산이 될 것이다.특히 격무부서의 공직자들이 실제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인사가 정착되어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다.대부분 정기 인사가 끝나고 나면 “승진자 누구는 어느 라인으로, 누구의 청탁으로 승진하고 좋은 부서로 옮겼다”는 등 묵묵히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한 공직자의 사기를 꺾는 설이 도는 것이 기정사실이다.이러한 불합리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경산시는 외부인사로 구성된 인사혁신TF 팀을 10월까지는 발족시켜 인사를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내년 1월 정기 인사부터 발탁 인사와 능력 위주, 격무부서 근무자의 사기를 높이는 인사가 경산시 인사행정의 중심이 된다.즉 관행과 정으로 포장된, 청탁으로 인사가 좌우되지 않고 일부가 독점하고 있는 근무평가 위주도 아닌 누구나 공감하고 시장을 믿고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가 대접받게 될 것이다.잠깐 길을 벗어나 중국의 항우와 유방을 이야기할까 한다.우린 항우를 용장(勇將)으로, 유방을 덕장(德將)으로 이야기한다.용장인 항우는 초나라 마지막 총사령관이었던 항연 장군의 손자로 용맹으로 주위의 사람들을 두렵게 해 굴복시키거나 경계하도록 했지만, 한나라 농부의 아들인 유방은 덕으로 주위를 사람들을 돌봐 결국 전쟁에서 승리했다. 또 항우는 아랫사람의 말을 듣지 않는 독불장군이었지만 유방은 신하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다.뜬금없이 인사 이야기에서 웬 항우와 유방을 거론하는 것이 궁금하겠지만, 용장은 자신을 따를 것을 강요하며 당장은 성공을 보장하는 것 같지만, 독불장군이 돼 막상 위험이 닥치면 주위에 남는 사람이 많지 않다.하지만, 덕장은 평소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힘들고 어려울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자치단체장의 덕은 공정한 인사라 생각한다. 여기에 인사가 만사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3자에 의해 나의 형편이 좌우되는 것이 아닌 나 자신으로 평가받는 인사가 덕장으로 비유될 것이다. 어쩌면 내년 1월 경산시의 정기 인사 결과에 대해 또 다른 평가, 지금까지의 인사 스타일을 기대하는 공직자와 주변인들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으로 승진하고 보직이 결정되는 인사철칙이 자리 잡으면 누구나 승복하게 될 것이다.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사자성어가 고진감래다. 힘든 사람들에게 늘 고생 후에는 좋은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니 희망의 끈을 놓지 말라고 이야기해 왔다. 희망은 모든 것을 견디게 한다. 공직자에게 승진은 희망으로 부모에게는 긍지이고 자식에게는 자랑일 것이다.경산시는 앞으로 이루어야 할 많은 과제가 있다. 시민들의 응원도 절실하지만, 공직자의 흥이 넘치는 행정서비스와 하고자 하는 의욕이 꼭 필요하다.경산시의 성공적인 미래를 위해 공정한 인사, 외풍에 휩쓸리지 않는 인사, 누구나 수긍하는 인사로 만사를 이룰 것이다.

2022-08-28

테세우스에게 버림받은 아리아드네 - 왕관자리

별자리를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계절 여름밤은 화려한 별들의 축제다. 특히 거문고자리의 α별 베가(직녀별), 독수리자리의 α별 알타이르(견우별), 그리고 백조자리별들 중 가장 빛나는 α별 데네브를 이어서 여름날 별자리들을 찾는 데 길잡이로 이용하곤 한다. 이 별들을 이은 대삼각형 좌를 중심으로 은하수가 마치 강처럼 가로로 길게 흘러 화려하고 아름다운 밤하늘을 연출한다.이 삼각형을 이용해 여름철 별자리를 찾아보면 거문고자리와 독수리자리 그리고 헤르쿨레스자리, 왕관자리, 백조자리, 돌고래자리, 전갈자리, 궁수자리, 뱀자리, 뱀주인자리 등을 관찰할 수 있다.지금부터 여름 밤하늘의 대표적인 별자리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알아보도록 하자. 헤르쿨레스별자리 바로 옆에는 7개의 별이 반짝이고 있는데 이것이 왕관자리다. 이 왕관자리에는 크레타를 다스리던 미노스의 딸 아리아드네 이야기가 담겨 있다.크레타섬은 에우로페의 미모에 반한 신들의 왕 제우스가 소로 변신해 그녀를 등에 태워서 데려간 곳이다. 그리고 이 둘 사이에 태어난 아들 미노스가 크레타의 왕이 된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크레타 왕궁 깊은 곳에 머리와 꼬리는 소, 몸은 사람인 괴물 미노타우로스(Minotauros)가 살고 있었다. 이 괴물은 크레타 왕 미노스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한 약속을 어기자 격노한 포세이돈이 미노스의 왕비 파시에에게 저주를 걸어 소와 사랑을 나누게 한 후 낳은 괴물이었다. 미노타우로스는 성질 또한 포악하기 짝이 없었다. 결국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 자손이자 건축과 공예의 명장인 다이달로스(이카로스 아버지)가 만든 미로 궁궐 속에 갇혀 지내면서 일 년에 제물로 바쳐진 미소년과 미소녀를 7명씩을 받아먹으며 지냈다.아테네 왕자이자 그리스의 영웅 테세우스가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자 7명의 제물 속에 자진해서 끼어들었다. 이때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가 테세우스의 늠름한 모습에 반한다. 그녀는 테세우스에게 미로를 만든 다이달로스를 만나게 해 미노타우로스가 사는 곳을 알려준다.그리고 실 꾸러미를 주면서 돌아올 때 길잡이로 삼으라고 했다. 테세우스는 그녀 말대로 실을 풀면서 미궁을 찾아 들어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실을 따라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후 테세우스는 아리아드네를 데리고 크레타를 떠났다.그러나 테세우스는 가는 도중에 그만 마음이 변하여 아리아드네를 낙소스 섬에 홀로 버려둔 채 아테네로 돌아가 버렸다. 사랑하는 테세우스로부터 버림을 받은 아리아드네는 낙심하여 울기만 했다.-임신한 아리아드네가 뱃멀미가 심해서 섬에 남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때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나타나 아리아드네를 달래주었고, 이 둘은 결혼하여 행복하게 살았다.디오니소스는 행복에 겨운 나머지 아리아드네에게 7개의 보석이 달린 왕관을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아리아드네는 나이가 들어 숨을 거둔다. 디오니소스처럼 영원히 죽지 않는 신과는 엄연히 다른 인간이었던 탓이다. 디오니소스는 너무나 슬퍼한 나머지 그녀를 영원히 가슴에 묻기 위해 선물로 주었던 왕관을 하늘 높이 올려 별자리로 장식하게 했다. /박필우(스토리텔러)Tip / 소로 변신한 제우스에게 납치당했던 에우로페의 이름을 따 현재 유럽(Europe)이라는 이름이 생겼다고 한다. 또 발칸반도와 이탈리아반도 사이에 길게 형성된 해안을 아드리아해로 부른 것은 크레타 공주 아리아드네의 이름에서 비롯된 것이다.

2022-08-28

포항과 경주, 울산시와 ‘연합시’ 결성할까

포항·경주시와 울산광역시가 어제(25일) 해오름 동맹 상생협의회 실무협의회를 열고 ‘해오름 연합시(市)’ 결성 문제를 본격 추진하기로 해 성사여부가 주목된다. 포항·경주·울산 3개 도시의 자치단체 간부들이 참석한 실무협의회는 다음달 예정된 상생협의회 정기회에 앞서 열리는 사전 회의 형식이다. 이날 회의에선 3명의 자치단체장이 참석하는 정기회 시기와 회의에 상정될 주요의제가 논의됐다. 신라문화권이라는 공통성을 갖고있는 포항·경주·울산 3개 도시는 지난 2016년부터 ‘해오름 동맹’이라는 이름으로 행정협의체를 만들어 청소년 교류캠프와 관광프로그램 등을 공동으로 운영하며 교류를 해 오고 있다. 연합시 추진은 김두겸 울산시장을 비롯한 울산지역 정치권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울산이 부산·경남과 메가시티로 묶이면 상대적으로 실익이 없는 반면, 기초단체인 포항·경주와 연합할 경우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울산정치권에서는 장기적으론 경남 양산과 밀양까지도 연합시에 포함 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해오름 연합시가 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처럼 특별지방자치단체 수준의 결합을 염두에 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3개도시가 연합시로 연대를 하면 현재 동맹수준의 행정협의체보다는 결합도가 훨씬 더 견고해진다. 포항과 경주에서는 지역 경제와 관광활성화 차원에서 연합시 출범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현재 부산과 경남에서는 울산시가 부·울·경 메가시티 탈퇴 움직임을 보이며 연합시를 추진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울산시의 정책 선회 배경이 지자체간 연대과정에서 주도권과 실익을 갖겠다는 이기적인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포항시와 경주시도 부산·경남의 입장을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아 연합시 결성을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경북도내 주요도시인 포항과 경주가 울산광역시와 연합시를 구축해 딴살림을 살 경우, 경북도는 물론 도내 타 시·군의 상실감이 크지 않을 수 없다.

2022-08-25

지방시대위원회의 소명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지난 18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국가균형발전 세미나가 열렸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는 ‘한국언론은 지역과 균형발전을 어떻게 다루는가’, ‘새 정부 균형발전정책의 비전과 지역발전 전략’등의 주제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우리나라에서 지방분권·균형발전정책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균형발전이 화두가 되기 시작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2003년 이후부터다. 수도 이전을 공약했던 노 대통령은 총리실과 중앙행정부처를 세종시로 옮기고, 공공기관들을 전국 각 지방으로 옮겼다. 이를 계기로 부산, 대구, 광주·전남, 울산, 강원, 충북,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 10곳에 혁신도시가 만들어졌다. 그 당시 설치된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몇 개의 정부를 거치면서도 균형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왔다.그러나 의외였던 것은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 이어 집권한 문재인 정부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동지이자 친구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집권초기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개헌’을 약속했으나 끝내 실현하지 못했다. 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도 이루지 못했다. 균형발전정책은 포기하다시피 방치하다가 면피용으로 전국 각 지역에 23개의 예타면제 사업을 배정해주는 걸로 체면치레하고 말았다. 결국 수도권의 인구가 총 인구의 50%를 넘었고, 수도권 GRDP가 나라 전체의 GDP 50%를 돌파했다.이날 세미나에서는 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를 통합해 새로 출범할 지방시대위원회에 대한 우려와 기대가 교차했다. 사실 수도권이 기형적으로 발전하는 사회불균형이 이어지면, 지방만 소멸하는 게 아니라 대한민국이 빠르게 쇠퇴하고 만다. 그런데도 중앙언론은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보이지 않는다.지역언론의 태도 역시 문제다. 지역현안이 화두가 될 경우 지역이기주의에 휘둘리는 게 대표적이다. 예를 들면 이명박 정부때부터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지역이 갈등을 빚은 가덕도 공항 문제를 보라. 지역언론과 지방정부, 지방 정치권까지 합세해 패싸움을 하는 바람에 아직도 거점공항을 어디에 세워야 할 지 갈피를 못잡고 있는 형세다. 지역언론의 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어떻든 윤석열 정부가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콘트롤 타워역할을 할 지방시대위원회가 필요하다. 즉, 여소야대 상황에서 우선 대통령령 시행령으로 출범하더라도 빠른 시일내 야당을 설득해서 특별법을 제·개정해 공정거래위원회나 방송통신위원회처럼 부총리급의 행정위원회로 출범시켜야 한다. 자문기구 성격의 위원회로는 예산 요구권이나 집행권한이 없어 성과를 내기 어렵다. 새 정부의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수도권 대학 정원 증원, 국내 유턴 기업에 대한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내 세금 감면 등의 정책은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정책이란 점을 밝혀 철회토록 하고,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도 조속히 이행해야 한다.지방시대위원회의 소명이 무겁다.

2022-08-25

“집 안 팔려 입주 못해” 정상 거래도 막혔다

대구경북지역의 주택경기 침체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지난달 대구 수성구를 제외한 대구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는 등 정부의 규제완화 조치에도 불구, 시장경기는 좀체 변동을 보일 기미가 없다. 국토부 등의 집계에 의하면 대구지역 미분양 아파트 물량은 6월말 현재 6천318가구, 경북은 4천823가구다. 이는 전국 전체 미분양 물량의 41%다. 대구가 미분양 물량 전국 1위며 경북은 2위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완공 후 미분양도 상당수다. 대구와 경북지역의 미분양 상황이 전국에서 가장 나쁘다는 뜻이다. 게다가 대구지역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만4천여 가구가 신규 공급된 데다 앞으로 2년간 6만3천여 가구가 더 입주할 것으로 전망돼 주택 과잉공급에 따른 시장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크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한국주택협회 회원사 500여 곳을 상대로 전국 아파트 분양자의 미입주 사유를 조사한 결과, ‘기존주택 매각 지연’이 응답자의 40%를 차지했다. 10명 중 4명이 집이 안 팔려 입주를 못한다는 것이다. 잔금대출 미확보도 28%였다. 부동산경기 침체가 정상적 부동산 거래를 막고 있다. 미분양, 미입주, 주택거래 부진 등 부동산 시장 전반이 꽁꽁 얼어붙었다. 대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2020년 월평균 4천280건에 달했으나 지금은 월평균 950건으로 뚝 떨어졌다. 이대로 두면 거래절벽 속에 급매물이 속출하고 가격은 더 떨어질 것이 뻔하다. 산업 후방효과가 큰 주택경기가 지역 경제계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하면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을 최소한 정상화시키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대출을 더 완화하거나 민간 임대사업 활성화 등 경기진작을 위한 각종 방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당국이 규제를 풀면서 주택 가격이 폭등하는 일은 당연히 없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집이 안팔려 새로 구입한 아파트에 입주를 못할 만큼 시장의 기능이 침체되는 것도 비정상이다. 분양권 전매 제한을 해제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지역의 사정이 나쁘다. 지역 주택경기를 연착륙시킬 당국의 대책이 서둘러 나와야 한다.

2022-08-25

영일만 횡단대교

우정구 논설위원 세계에서 가장 긴 해상교량은 중국의 강주아오 대교다. 중국 본토 광동 주하이와 마카오를 연결하는 길이 55km의 다리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2.8km)의 20배가 넘는 길이다. 22.9km의 교량구간과 해저터널구간, 인공섬으로 구성돼 있다.이 다리 본체 구조물 공사에 소요된 철강만 40만t이다. 파리 에펠탑의 40배가 넘는 물량이다. 이 다리 건설로 자동차로 3시간 30분 정도 걸리던 두 지역 간의 거리가 30분으로 단축됐다.국내서는 2009년 완공된 인천대교가 가장 긴 해상교다.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잇는 21.3km 교량이다. 순수 교량구간만 11.8km에 달한다.육지가 아닌 바다위로 달리는 교량을 해상교라 부른다. 국내는 해상교가 136군데 있다. 섬과 섬을 연결하거나 섬과 육지 혹은 육지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다.해상교가 건설되면 통행시간 단축은 물론 물류비 감소 등 경제 효과와 더불어 해상교의 아름다운 경관 등으로 인한 관광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국내에 100군데가 넘는 해상교가 있지만 경북에는 해상교가 단 한 군데도 없다.포항의 영일만 횡단대교가 10여 년 전 지역균형발전 선도사업에 포함되면서 지역민의 기대를 모았지만 아직도 미실현 단계다.영일만 횡단대교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과 북구 흥해읍 일대 바다를 가로지르는 길이 18km의 해상교다. 산업도로의 동맥으로, 또 동해안 고속도로의 완결 부분이자 지역의 오랜 숙원과제로 남아 있는 사업이다.최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대통령의 지시로 영일만 대교 건설이 내년에는 드디어 해결될 것 같다”는 소식을 전했다. 경북의 첫 해상교 건설에 서광이 보이는 순간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8-25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적 사명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윤석열 대통령은 역사적인 인물이다. 대통령이어서가 아니라 좌파정권의 연장을 막았다는 사실이 역사적 의의를 갖기 때문에 그렇다. 윤 대통령은 등장부터가 예사롭지 않았다. 역대 여느 검찰총장들처럼 자신을 발탁한 정권에 고분고분 충성을 했으면 무사히 임기를 마치고 지금쯤 변호사 개업이나 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문재인 정권에 반기를 들었다. 무슨 대단한 정의감이나 사명감이라기보다는 부당한 일에는 적당히 타협하거나 굴종하지 못하는 성품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추미애와 박범계 두 법무장관들의 지나치게 상식을 벗어난 처사가 그를 일약 역사적 인물로 부각시켰다. 그로 인해 야당의 대권주자가 되고 대통령까지 된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결국은 국민들이 불러내고 선택을 한 것이지만, ‘하느님이 보우하사’란 애국가 가사처럼 어떤 보이지 않은 손이 우리나라의 명운에 관여하는 게 아닐까하는 느낌마저 드는 건 왜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등장하지 않고 좌파세력이 재집권 했다면 대한민국은 지금 회복할 수 없는 와해의 길을 가고 있을 것이다. 반공은커녕 군기무사를 해체하고 국정원의 대공기능을 폐지해서 북조선 노동당 연락소 역할이나 하게 만들어버린 좌파정권이 아닌가. 그런데 그들이 후안무치한 선전선동과 퍼주기 표퓰리즘으로 국민들의 눈과 귀를 교란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됐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대한민국 70년사는 반공(反共)의 역사였다. 해방공간에서 좌우 양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세력은 공산당(남로당)과 한국민주당이었고, 여운형이 이끄는 중도좌파의 조선인민당과 김구 등 상해 임시정부 계열의 한독당 같은 중도우파 정당도 있었다. 그러나 소련을 등에 업은 김일성 일당이 38선 이북을 장악하고 신속하게 공산주의체제를 정비하자, 남쪽에서도 치열한 대립 끝에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자유민주주의 정부를 수립하였다. 서울시민 77%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를 지지하는 상황에서 자유대한민국의 탄생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 취임 100여 일이 지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30% 안팎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왜곡하거나 부정하는 좌파 세력들로부터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는 일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민심이 그만큼 많다는 반증일 터이다. 심지어는 보수우파정당을 표방하는 지금의 여당 국회의원들조차 제대로 된 반공의식을 가진 사람이 드물 정도니 나라 전체가 좌경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반미친북을 외치는 주사파들보다도 친미반공을 부르짖는 애국우파들을 더 백안시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것에 사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윤석열 대통령에게 바라는 것은 다른 위대한 업적이 아니다. 좌경화로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 세우는 것, 지난 정권이 파괴하고 훼손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정체성을 정상화 하는 것이 이 시대가 요구하는 당면과제요 역사적 사명임을 부디 잊지 마시기 바란다. 지지율에 연연하고 인기 있는 대통령이 되어보겠다는 계산이 앞서면 오히려 실패한 대통령이 되고 말 것이다. 대한민국 70년 역사를 살아온 초야의 범부가 드리는 충언이다.

2022-08-25

처서(處暑)를 맞으며

윤영대 수필가 우리나라 중서부지방을 오르락내리락 지척거리며 폭우를 쏟아붓던 강우 전선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창 너머로 불어온다. 계절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와 선선한 계절을 준비하라는 처서(處暑)다. 교외로 들판을 달려보면 벼 이삭이 익어가고 사과밭에도 탐스러운 과일이 태양을 닮아가고 있다.처서 전에 김장배추를 심어야 한다기에 작은 텃밭도 가꿀 겸 며칠간 시골집에서 조용하게 뜰이나 가꾸면서 마음을 씻어본다. 잔디 마당에도 화단에도 풀들이 제멋대로 자라나서 어지러웠는데 ‘처서가 지나면 풀이 더 자라지 않는다’는 계절의 약속을 믿고 잡초를 뽑고 잔디를 깎았다. 숨어있던 풀 모기들이 떼로 덤벼들어 팔뚝에 붉은 점들을 남긴다. 그래,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니 곧 힘을 못 쓰겠지…. 뒤뜰의 숲은 다음에 정리하기로 한다. 찌르르한 매미 소리 들으며 얼마 일하지 않았는데 아직도 폭염이 남아있어서인지 등에 땀이 줄줄 흐른다. 찬물에 몸을 씻고 낮잠을 즐긴다. 해가 진 후 풀벌레 소리 가득한 마당에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오랜만에 별들의 인사가 반긴다. 도심에서 살면서 잊혀버린 가을의 느낌이다.다음날 이른 아침, 잔디마당에 나서니 찬 이슬이 발등을 씻어주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분홍 배롱나무꽃은 슬슬 지고 낮달맞이꽃 몇 송이가 무더웠던 여름을 기억하는 듯하다. 그런데 일기예보를 들으면 또 비구름 떼가 남하하면서 약간의 빗방울을 뿌리겠다고 하니 그것은 여름을 씻으려는 계절의 미련이겠지. 옛사람들은 처서의 날씨를 보고 농사의 풍흉(8C50凶)을 점쳤다는데, 비가 오면 흉작이라니 오늘의 쾌청한 날씨가 더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런데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쌀이 준다’는 속담도 있으니 괜히 걱정이 된다.요즘 길거리 곳곳에 ‘쌀값 폭락’에 항의하는 현수막이 너울거린다. 출범한 지 100여 일 밖에 안 된 현 정부의 무능 탓이라고 농정을 규탄하고 있다. 45년 만에 최대 폭락이라는데 현재 쌀 재고량이 수십만 톤이나 되는 쌀 풍년에 수요량을 초과한 탓이라니 쌀생산을 줄여야 하나. 이번 처서에 전국적으로 비가 내렸으니 속담처럼 흉작이 되면 쌀값이 오르려나.폭염이 물러나고 늦장마도 사라지면 들판의 곡식과 채소 과일 들도 모두 계절의 축복을 입고 가을 잔치를 벌여 줄 거야. 우리도 이제 가을맞이 준비를 해야지. 가을 고기 미꾸라지로 추어탕을 끓여 칼국수 말아먹으며 힘내고 꿀복숭아 한입 베어 물고 맑은 바람과 왕성한 가을 햇살을 듬뿍 받자. 그리고 여름옷 빨아 넣고 가을옷 꺼내어 나만의 멋진 패션도 꾸며보자. 이제 한여름의 폭염과 습기를 날려 보내준 에어컨과 선풍기도 먼지 털고 날개 씻어 넣으며 집안 곳곳 대청소도 해야겠다. 또 장마에 젖은 옷과 책들을 그늘에 널어 말리는 음건(陰乾)도 하며 주위를 정리하고 ‘어정 칠월, 건들 팔월’ 그 가을의 시작을 즐기자.

2022-08-25

휴가철 선크림의 중요성

여름 휴가철 동안 선크림을 제대로 바르지 않았다가 심각한 상처를 입은 여성의 얘기가 해외언론에 보도되면서 자외선 차단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흔히 비 오는 날, 흐린 날, 겨울철 등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구름 낀 날에도 자외선의 80%가량은 피부에 도달하기 때문에 자외선차단제는 필수다. 심지어 안개 낀 날 피부에 닿는 자외선량이 맑은 날과 같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속에 있어도 자외선에 노출되는 만큼 외출할 때는 무조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 좋다. SPF 수치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피부가 차단제를 바르지 않은 피부에 견줘 얼마나 오랫동안 화상을 입지 않고 견디는지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SPF 수치가 50 이상이면 최상의 자외선 차단을 의미한다. SPF 수치가 30을 넘으면 피부 자극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는 SPF 30이면 충분하다.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라면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기보다 햇빛 노출을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6개월 이상이라면 외출 시 옷이나 모자로 자외선을 최대한 가려주고, 얼굴과 같은 노출 부위에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게 좋다. 자외선차단제는 가급적 외출 15∼30분 전에 바르고, 일상생활에서는 4시간마다, 야외활동 때는 2시간마다 덧발라야 한다. 스틱이나 스프레이 형태의 제품은 크림이나 로션 형태의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난 후 덧바를 때 이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마스크를 써도 자외선차단제는 발라야 한다. 다만, 마스크로 가리는 부위는 피부 트러블 발생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유분이 많은 자외선차단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여름 휴가철은 물론 가을 행락철을 건강히 보내기 위해서는 자외선 차단제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