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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포항·포스코 갈등, 누구에게도 도움안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지난주 포항지역 일부 시민단체의 집회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가 극도로 저하되고 있다고 호소하며 상생을 촉구하는 결의대회와 함께 인간 띠잇기 행사를 가졌다. 결의대회에는 지난 16일부터 포항제철소 설비기술부를 시작으로 18일까지 6개 부서 800여 명이 참가했고, 앞으로도 부서별 릴레이 방식으로 집회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직원들은 “일부 단체의 악의적인 비방에 현장에서 구슬땀 흘리는 직원들과 가족들의 명예, 자존심이 실추되고 있다. 포스코 흔들기와 과도한 비방을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포스코 지주사·미래기술연구원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지난 10일부터 1인 릴레이 시위를 계속하고 있고, 지난 8일에는 서울 대통령집무실 앞과 포스코 서울센터 앞에서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포항지역 읍·면·동별 청소년지도위원회, 체육회, 개발자문위원회 등 여러 단체도 최근 포항 전역에 포스코를 비판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포항과 포스코의 갈등이 끊임없이 이어져 안타깝다. 포항과 포스코는 한가족이나 마찬가지다. 포항시는 포스코가 당면한 문제가 있다면 적극 지원해야 하고, 포스코는 포항을 위한 투자에 인색해선 안된다. 현재 포스코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철강산업 부진을 메울 신성장 사업 육성이다. 포스코가 지주사를 설립한 것도 사업다각화와 신산업투자, 인수합병으로 회사의 미래동력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포스코는 지난 10여년간 2차 전지에 사용되는 양극재 핵심 소재인 리튬 사업을 위해 총력을 쏟았고 연구개발비와 생산 공장 준공, 광산 확보 등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었다. 포항시는 이처럼 신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와 긴밀히 협의해 기업을 유치하고 투자를 늘리는데 시정을 집중시켜야 한다. 비수도권 모든 지자체들도 현재 인구소멸을 막기 위해 기업유치에 올인하고 있지 않는가. 포항의 인구 50만 붕괴위험은 예삿일이 아니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의 감정대립이 집회로 이어져 외부에 표출되는 것은 양측 모두에게 득이 될 게 없다.

2022-08-21

Empty Heart, Empty Hands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얼마 전의 일이다. 대기업을 다니다가 일찌감치 그만두고 귀농을 한 대학 동창 P가 있었는데, 이전 직장 동료 R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었단다. P가 회사에 다닐 때는, 시골에서 가져온 농산물들을 R에게 주면, R도 매우 감사해하며 소소한 것들을 주곤 했었다나. 서로 주고받는 가운데 오가는 정, 참 이것이 사람살이 맛이구나 하는 그런 게 있었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완전 귀농을 한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턴가, R의 태도가 확 달라졌다는 것이다.하루는 대형마트 앞에서, 직접 재배한 싱싱한 유기농 야채를 주고자 R을 불렀더니, 그냥 받기만 하고 휙 가버렸다는 것이다. 마트 앞이었던 만큼, 빵 하나 그냥 사서 줄 법도 했는데, 본인 볼일만 보고선 휙 가던 모습이란. 그땐 바빠 그런가 했는데, 얼마 후 다시 나눔할 게 생겨 R을 불렀더니, R은 잽싸게 달려와서는, 또 받아 갈 것만 딱 받아가고 감사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훌쩍 가버리더란다. 직장 다닐 땐 그렇게 살갑더니, 나오니 별 볼일 없다 싶었는지 태도가 돌변한 것을 보고, 마음이 비면, 손도 비워지나 보다 싶어 씁쓸했다고.이 얘기를 들으면서, 송대의 주자가 ‘사서장구집주(四書章句集注)’에서 ‘盡己之謂忠, 以實之謂信’이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여기서 ‘충(忠)’은 자기에게 최선을 다하는 마음을, ‘신(信)’은 그 충을 타인에게 실현함을 의미한다. 충(忠)은 가운데 중(中) 자에 마음 심(心) 자가 합쳐진 글로, 충(忠)이 가득한 사람은 곧 마음의 중심, 심지가 굳어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며 타인에겐 신뢰를 주는 한결같은 사람을 의미한다.한편, 필요할 땐 간, 쓸개라도 줄 듯하다 더이상 별 볼 일 없거나 관계가 소원하다 싶음 언제든 손해 보지 않고 빈손으로 받아 가기만 하려는 이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심지가 굳지 못한 이들이다. 충(忠)이 없기에 얍삽하고 충(忠)을 바탕으로 한 신뢰 또한 없다. 이들은 스스로에게도 솔직하지 못하며, 시류에 따라 흔들리는 갈대같은 인생들이자 또 어떤 면에서는 ‘개만도 못한 사람들’이기도 하다.‘개’는 ‘충(忠)’의 상징적 동물이다. 우리 옛 문헌에는, 개가 글이나 옷자락을 물고 와 주인의 죽음을 알리거나 주인의 시체를 지키거나 몸에 물을 묻혀 불을 끄고 주인을 살린 이야기 등 다양한 의구담(義狗談)이 전한다. 모두 비천하게 인식되었던 개가 주인을 위해 충성을 다한 모습을 형상화한 것들로, 이를 통해 우리 조상들은 각박해져 가는 세태 속, 인간으로서 인간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이들을 경계하는 자료로 삼곤 하였다.이제 벌써 8월도 중순을 지나고 있다. 새롭게 정권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건만 여기저기서 잡음이 많이 들린다. 한 자리 잡기 전에는 간이라도 빼줄 듯 세상 다정하다가 다들 권좌에 오르고 나서는 권리만 생각하고 의무를 저버리는 것은 아닌지. 다들 초심의 마음으로 충(忠)과 신(信)을 가슴에 새기면서, ‘개보다 못한 사람’이 아닌 적어도 ‘개(義狗) 같은 사람’이 되어 국정 운영을 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2022-08-21

사랑할까 이해할까

유영희 작가 무생물이라도 오랫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정이 든다. 특히 자동차는 내 몸과 함께 움직여서 그런지 더 애정을 느끼기 쉽다. 8월 9일 서울에 내린 폭우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십수 명에 이르렀던 날, 지인은 차로 외출했다가 귀가 길에 비가 터널에 가득 차서 바퀴가 둥둥 떠 있었다고 한다. 그 순간 본인도 두려웠지만, 무엇보다 차를 너무 고생시키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했다면서 차를 위해 기도해달라고 한다. 이렇게 인간과 전혀 닮지 않은 자동차도 오랜 시간 같이 보내면 생물처럼 느껴지고 아끼게 된다.그런데 만약 그 존재가 사람과 똑같이 생기고 말도 한다면 어떨까? 지난 6월, ‘파친코’의 감독 코고나다가 만든 영화 ‘애프터 양’은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주지만, 특히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 안드로이드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다룬다. 시대 배경은, 사람과 똑같이 생겨서 테크노 사피엔스라고 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상용화된 미래 사회이다.제이크와 키라 부부는 중국인 딸을 입양하고 중국 문화를 교육해 줄 테크노 사피엔스인 양을 구매한다. 제이크는 찻집을 운영하고 부인은 직장에 다니느라 바쁘기도 하고 무엇보다 중국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양과 함께 4인 가족 댄스경연대회에도 출전하며 양을 가족처럼 사랑하는 듯이 보인다. 이렇게 보면 제이크 가족이 양을 대하는 태도는 바람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양이 고장 난 후 양의 기억을 재생해보니 양은 제이크의 가족이 될 생각이 없었다. 양은 제이크 부부가 딸 미카와 가족사진을 찍을 때 오라고 하자 거부하다가 마지못해 응한다.더군다나 양은 제이크가 혐오하는 복제 인간 여자를 몰래 만나고 있었다. 양이 인간이 되고 싶어 했느냐는 제이크의 질문에 복제인간 에이다는 너무 인간중심적이라고 비웃는다. 그동안 우리가 보아온 영화나 소설에서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로봇을 당연하게 생각했기에 양과 에이다의 이런 태도는 당황스럽다. 양의 기억에 에이다가 나올 때마다 ‘나는 그냥 멜로디가 되고 싶어, 그냥 하늘이 되고 싶어, 그냥 바람이 되고 싶어, 그냥 바다가 되고 싶어.’라는 노래가 흐르는 것은 의미가 깊다.우리는 사랑한다면서 사실은 그 대상이 나의 필요와 이익에 충실해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다. 양이 고장 난 것도 4인 가족 댄스대회 때이다. 제이크 부부는 양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양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양의 마음도 그들과 같으려니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들이 양을 가족이라 생각하는 것은 인간중심적인 착각이었을 뿐이다.스트어트 러셀의 책, ‘어떻게 인간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을 만들 것인가’에는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지배당할 가능성을 염려하면서 인간에게 이롭기만 한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자고 한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앞설 가능성을 염려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게다가 인간이 기계를 전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으로서는 안드로이드를 인간중심적으로 대하지 않고 세계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이 더 필요한 때인지도 모른다.

2022-08-21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시대가 열린다

정봉영 (주)피엠그로우 전무 존 민슈(John Minsheu)의 대표작은 1617년 출간된 다국어사전 ‘언어에 대한 안내’이다 . 11개 나라말로 된 이 사전의 인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던 존 민슈는 출판 예정인 사전의 내용을 설명한 인쇄물을 만들어 구독자를 미리 모집했다. 그 결과 국왕, 왕비, 귀족과 상인 등 다양한 계층의 417명이 구독자로 참여했고, 그는 ‘구독의 발명자’ 또는 구독 출판의 ‘원조’ 가 되었다.17세기 당시의 구독은 저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후원자나 일반 시민들이 돈을 대는 방식이라 지금의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했다고 한다. 이때 돈을 지불하겠다고 문서 아래 이름을 쓰는 것을 구독이라고 불렀다.우리나라에서 일정 금액을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이른바 ‘구독경제’ 또는 ‘구독형 서비스’가 2010년대를 전후에 도입되기 시작해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전기차 배터리 구독서비스’도 그런 경우이다. 전기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와 자동차의 소유주를 분리 등록해 차량 구매 부담을 대폭 줄이는 한편, 배터리를 빌려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를 ‘배터리 구독’ 이라고 한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규제개혁위원회를 개최하여 배터리 소유권을 자동차와 분리해 등록할 수 있게 하면서 전기차 배터리 구독서비스 시대가 열렸다.포항시의 경우 5천500만원 짜리 아이오닉6 EV 신차는 보조금 1천300 만원에 배터리 구독 서비스 2천200 만원을 빼면 자부담 2천만원에 구매가 가능해 진다.전기차는 1일 100Km 운행시 월 연료비가 4만원인데 비해 내연기관차는 50만원 전후가 된다. 3.3 년 정도 운행하면 배터리 구독료가 빠지는 것이다. 훨씬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다.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정착되려면 첫째 사용한 배터리 잔존 가치 등 진단 기술이 선행되어야 한다. 배터리 잔존 가치를 진단하는 통일된 기술과 기준, 데이터 공유를 통한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 배터리 3사의 주력 제품을 보면 각형, 파우치형, 원통형 등 회사마다 성능과 기능이 각각 다르다. 일률적이고 공식적인 기준으로 잔존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두 번째는 ‘구독 배터리 재활용 생태계 조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번 규제 개선은 자동차 등록원부에서 자동차와 배터리 소유권을 나눠 등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소유권 분리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는 신산업 생태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사용이 끝난 배터리를 회수해서 다시 사용하거나 또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등이 구독료를 결정하는 요소가 된다.세번째는 에너지 신사업 가운데 하나가 서비스형 배터리 사업이다. 이는 전기차의 배터리는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간주해서 이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개념이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별도의 수명 및 특성을 지닌 자산이란 것이다. 제조 위주의 초기 단계에서 전기차의 안전성을 염려하면서도 배터리가 바뀌면 자동차 전체를 다시 인증해서 안정성을 확보하자는 의도는 이해한다. 그러나 이제 배터리를 건전지와 같은 소모품으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전기차 정의를 다시 해야 할 것이다.네번째는 데이터 개방도 필요하다. 전기차를 운행하는 동안의 운행 기록, 특히 배터리 사용 기록은 서비스 시장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정비를 하는데도 배터리 사용의 누적 기록은 효과적 정비에 필수이고, 보험료 산정 때도 배터리 잔존 가치를 계산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중에 중고차로 매각할 때도 역시 배터리 사용정보를 통한 잔존 가치는 적정 가격 산정 때 결정적이다. 그동안 전기차 운행 데이터는 자동차 제조사의 전유물처럼 여겨서 개방되지 않았다. 최근 환경부 등에서 보조금 지급 조건으로 데이터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전히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폐배터리를 그대로 폐기하면 환경오염을 유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를 재활용하면 제품 단가를 낮추고 부가 수익도 창출할 수 있다. 또 환경오염을 줄여 기업의 ESG 경영에도 기여할 수 있다. 폐배터리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배출량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보증 기간이 5~10년임을 고려해 보면 2020년대 후반기부터 폐배터리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 환경부는 2026년 국내 폐배터리 배출량 예상치가 10만여개에 달한다고 밝혔다.전기차 폐배터리는 환경오염과 화재를 유발하는 중금속 소재가 포함돼 매립과 소각이 어렵다. 폐배터리를 다시 활용하거나 친환경적으로 재사용하는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ESS는 폐배터리를 재사용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ESS는 재생에너지 등으로 생산한 전력을 저장하는 장치다.이차전지 제조기업 (주)피엠그로우는 재사용 ESS를 수요처에 구축하는 서비스형 배터리 사업 사업(BaaS)을 신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재사용 ESS 사업 영역을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앞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가 가속화됨에 따라 배터리 소재부터 재사용에 이르는 배터리 전체 사용주기에 걸친 밸류체인 사업이 녹색융합의 새로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2022-08-21

가정에서 체험하는 전기절감의 기적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지난 7월 한 언론에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심재철씨의 전기절약 실천 사례가 소개돼 독자들의 눈길을 끌었다.심씨가 전기요금 절약을 위해 입주민들을 설득해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 122kWh를 설치하고 지하주차장 조명을 LED로 교체하는 한편, 승강기에 회생제동장치(승강기가 내려갈 때 모터에서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사용 가능한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주는 장치)를 설치했다는 내용이다. 이로 인해 심씨가 거주하는 아파트는 전기 절감과 효율 증대로 공동전기료를 대폭 줄였다. 지난 2018년 12월 공동전기요금이 가구당 1만160원이었는데 2021년 12월엔 1천350원을 냈다고 한다.필자는 20여 년 동안 살고 있는 대구시 동구 A 아파트의 관리소장과 동 대표 등을 설득시켜, 2013년부터 전기절약 사업을 해서 ‘전기세 대폭 인하’ 혜택을 누리고 있다.아파트 전기요금 구성비율은 공동전기요금 비중이 전체 요금의 25%~35% 정도를 차지한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600여 세대인데, 600여 세대 전기를 일괄적으로 절감하기 힘들어서 비중이 25% 정도인 공동전기 절감에 집중했다.첫 번째 공용 조명등 교체 작업부터 했다.지하주차장 형광등, 관리사무실, 아파트 출입구 조명, 비상등, 단지 내 가로등 등의 조명등을 모두 LED 조명등으로 교체했다. 이 작업만으로 조명등에 소요되는 전기를 50% 이상 절감했다.두 번째는 불요불급한 전기 낭비를 없앴다.현재 모든 아파트의 가정당 평균 사용전력은 0.3kWh에 불과하지만, 필자의 아파트는 그 10배에 달하는 1천850kWh가 설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600kWh 변압기 한 대만 가동하고 나머지 1천250kWh 변압기는 가동을 중단시켜 변압기 공회전에 따른 손실을 제거했다. 그리고 주택용 전기와 용도가 다른 급수전기, 통신전기, 상가전기 등도 모자 분리를 통해 주택용 전기만으로 슬림화 했다.세 번째는 센서 부착으로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 했다.아파트 지하주차장 조명에 센서를 설치해서 차량 이동이 없을 때 20%까지 디밍을 했다. 엘리베이터에도 센서를 설치해서 엘리베이터가 가동하지 않을 때는 전원을 꺼서 70% 이상의 전기사용을 절감했으며, 다른 모든 조명에도 센서를 설치해서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자동으로 꺼지거나 디밍이 되도록 해서 낭비를 줄였다.이렇게 공동전기 절감조치를 한 후, 필자 가정의 모든 전등을 LED로 바꾸었더니 평소 10만 원 가까이 나오던 전기요금이 2만~2만5천원으로 80% 이상 절감되었다. 가정 전기 사용량을 40% 정도 줄였는데 공동 전기요금이 대폭 줄어 가정에 부과되는 전기요금은 80% 정도 절감된 것이다.지난 6월분 필자 아파트의 공동 전기료는 3천110원, 승강기 전기료는 1천190원이었는데, 비슷한 평수의 주상복합APT에 살고 있는 친구 집은 공동 전기료 1만7천880원, 승강기 전기료가 7천720원 나왔다. 비슷한 평형대의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들과 전기요금을 비교해 보면, 공동전기의 경우 주상복합 아파트는 5배 이상, 일반 고층 아파트는 4배 이상의 요금 차이가 난다.우리 아파트에는 도입을 하지 않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서울의 심재철씨 경우처럼 승강기에 회생제동장치를 설치하고, 아파트 옥상에 태양광발전소까지 설치하면 공동 전기요금을 거의 제로(0) 상태까지 만들 수 있다.아파트 공동전기 말고도 각 가정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전기세를 줄일 수 있다.구체적인 방법을 예로 들면 △LED 전등 교체 △컴퓨터, 각종 전자제품에 자동센서 부착을 해서 전기의 낭비를 없앨 수 있다. 이처럼 전기 효율을 높이는 시설과 설비를 추가하면 공동 전기요금은 제로(0)로, 개별 아파트 전기요금도 80% 이상 줄일 수 있다.주택용 전기는 전등을 LED로 바꾸는 등 전기 사용량을 3분의 1 정도만 줄이면 주택용 전력의 요금 누진제로 인해 전기요금은 3분의 2가 줄어든다. 어떻게 보면 소소한 일이지만 매달 관리비가 나올 때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하고 신기하다.필자는 아파트 관리비가 나올 때마다 에너지 절감의 필요성을 매달 한 번씩 피부로 느끼게 된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에너지 절감을 실천하게 된다. 전 국민이 모두 필자처럼 주택 전기절감과 에너지효율 증대를 실천해서 ‘탄소배출 제로(탄소중립)’시대를 앞당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나 혼자만의 전기절약으로 탄소중립 시대가 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국가적인 과제인 ‘탄소중립 시대’가 오려면 전 국민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아파트나 주택용 전기절약으로 한 가정에서는 연간 적게는 40~50만원, 많아야 100~150만원 정도의 전기요금을 줄일 수 있지만, 이를 2천만 가구로 환산하면 그 결과는 엄청난 금액이다. 개인의 작은 전기절약 실천만으로도 온 산의 산림을 파괴하는 태양광 설치를 대거 줄일 수 있는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2022-08-21

윤석열 정부 백일잔치에 지방은 뒷전인가

지난 17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대한 소감은, 한마디로 ‘지방은 없다’고 정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모두발언에도, 100일 성과 책자에도, 질의응답 때도 지방과 지역균형발전을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비수도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취임하고 나서 달라졌다’는 소리가 나온다.윤 대통령은 대선후보시절 대구·경북을 비롯해 비수도권 지역을 방문할 때마다 “지역균형발전은 국가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 시절에도 역대정부와는 달리 지역균형발전특위를 별도로 설치해 지방정부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친기업·친시장’ 정책을 표방하면서 수도권 규제를 거침없이 풀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열린 ‘산업입지 규제개선을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수도권 내 공장 신·증설과 관련한 규제를 풀겠다고 언급했다. 비수도권 지자체로서는 충격적인 발표였다. 해외에서 국내로 다시 기업을 이전하는 ‘유(U)턴 기업’은 그동안 수도권내 공장 신·증설이 허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비수도권 지자체들이 온갖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유치전을 펴온 대상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 발표 이후 비수도권 지자체들은 “비수도권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조치”라며 맹비난했다.윤석열 정부는 다음달 중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기구인 ‘지방시대위원회’를 출범시킨다고 한다. 이 위원회가 지역 공약 실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고는 하지만, 기대를 거는 지자체가 별로 없다. 이 기구 역시 실질적인 권한이 없는 자문역할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문위원회 차원의 조직으로는 역대 정부에서 검증됐듯, 실질적인 균형발전의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균형발전은 반드시 수도권 정치인들의 반발을 수반하기 때문에 정권 초기 대통령이 직접 밀어붙여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시절 “국민이 어디에 살든 기회의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언급한 말을 잊지 않길 바란다.

2022-08-18

대구 취수원 갈등, 정부 차원의 해법 제시 필요

대구 취수원 이전을 둘러싸고 대구시와 구미시 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안보인다.대구시가 17일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 이용을 골자로 한 맑은물 나눔과 상생발전 협정의 해지를 협정 체결기관에 통보함으로써 대구시와 구미시 간의 대구시 취수원 이전논의가 사실상 무산됐다. 대구시는 해지통보에서 “구미시장의 상생협정 반대 등 몇 가지 사유를 들어 협정 이행이 더 이상 어렵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구시가 맑은물 나눔과 상생발전 협정서에서 밝힌 “구미 5산단 유치업종의 변경 및 확대에 따른 동의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접근하고 필요한 경우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구미 5산단 기업유치에 공들여왔던 구미시로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생긴 꼴이다. 또 기업유치 100조원 시대를 열겠다는 경북도의 투자유치 노력에도 부담이다.이철우 경북지사는 17일 입장문을 내고 “대구와 구미 간 취수원 다변화 갈등 해소방안을 찾겠다는 것과 함께 정부에 모두가 만족할만한 구체적 로드맵 제시”를 촉구했다. 특히 낙동강 하류지역에 맑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상류지역은 발전 혜택을 누리도록 정부가 확실히 보증하고 구체적인 로드맵을 요구했다.맑은 물 나눔과 상생발전 협정서는 정부와 환경부, 대구시, 구미시, 경북도, 수자원공사 등 6개 기관이 지난 4월 합의한 국책사업이다. 그러나 양지역 간의 갈등으로 지금은 협약 자체가 백지화된 것이나 같아 정부가 나서 중재를 하거나 명료한 입장을 밝혀야 할 때가 됐다. 그래야만 지자체 간 갈등도 풀 수 있다.대구시가 안동·임하댐 물을 상수원으로 하겠다고 하더라도 이 역시 정부의 도움이 없으면 추진이 어렵다. 경북도와 구미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토론과 시민동의 등의 과정을 밟는 것이 옳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서둘러 나서 지자체 간 갈등 국면의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대구와 경북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따로일 수 없다. 상생의 관계다. 더 이상 물 문제 갈등이 확산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지자체 모두가 상생정신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2022-08-18

민심의 바다

논어 위정(爲政)편에서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은 스승에게 정치에 관해 물었다.공자가 말하길 “정치란 식량을 풍족하게 하고, 군사를 잘 갖추고, 백성이 신뢰하게 하는 것이다.” 자공이 재차 물었다. 부득이하게 이중 하나를 버린다면? 공자는 “군사”라고 말한다.자공이 다시 그중 또 하나를 버려야 한다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다. 공자는 “식량을 포기한다”고 했다. 사람은 모두 죽기 마련인데 만일 백성에게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나라는 유지될 수 없다고 설명을 했다. 정치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를 깨닫게 하는 내용으로 자주 인용되는 대목이다.민심(民心)이란 통치권자 입장에서 보면 대중의 마음을 뜻한다. 그래서 옛날부터 민심은 천심과 통한다고 했다. 백성의 마음을 얻으면 나라를 얻고 백성의 마음을 잃으면 나라를 잃는다는 뜻이다.순자 왕제편에 나오는 군주민수(君舟民水)는 백성과 군주의 관계를 매우 극적으로 표현한 내용이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엎기도 한다”는 뜻이다. 지도자는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일에 항상 경계를 게을리 하지 말라는 경고다.대한민국 헌법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의 마음을 떠난 정치는 존립 자체를 생각할 수 없다.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고 국민 뜻을 받들겠다는 각오를 밝혔다.이제 국가가 도약하고 국민의 마음을 안심시킬 대통령의 비장한 각오가 어떤 내용으로 채워질지가 관건이다. 대통령의 분골쇄신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18

손자병법이 말하는 정쟁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요즘 뉴스가 온통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 그리고 국민의힘이 한편이 돼 이준석 전 대표와 벌이는 드잡이질로 도배가 되고 있다.여당인 국민의힘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이 전 대표를 비대위체제 출범으로 선출직 당 대표에서 내쫓았고, 이에 맞서 이 전 대표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하는 등 법적 판단을 신청하면서 벌어지는 공방이다. 그 과정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30% 이하로 떨어져 국정운영동력이 위태로울 지경이다.지난 18일 취임 100일을 맞은 윤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면전환을 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국민의 말씀을 세밀하게 챙기고 받들겠다는 다짐 이외에는 별다른 알맹이가 없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새 정부가 출범한 지 겨우 100일이 지났을 뿐인 데, 여당은 30대 젊은 당 대표와 싸우느라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고, 정부는 야당의 공세에 시달리면서 물가상승과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한 갖가지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민심과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정치권의 정쟁에서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려면 치밀한 전략이 필요한 법인데, 정부여당에 병법에 밝은 전략가가 없는 건 아닌가 의심스럽다.최고의 병법서로 꼽히는 손자병법에서 손자가 생각하는 최상의 승리는 의외로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즉, 미리 전략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서 승리가 확정된 상황을 만들고 싸우는 것을 선호한다.전쟁 이전에 전쟁을 일으킬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고, 전쟁을 결심했다면 전쟁의 명확한 목표와 그로 인한 이득이 있어야 하며, 상대방의 전력과 나의 전력을 파악해 승기가 있는지를 먼저 보고, 직접 군사력을 전개하기 전에 계략을 동원해 내분에 빠뜨리는 등 상대방을 무력화시켜야 하며, 어쩔 수 없이 싸우게 된다면 최대한 빠르고 피해 없는 승리를 거둬야 한다는 게 손자병법의 핵심내용이다. 정치판에서의 정쟁에도 이같은 병법은 충분히 유용하다.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킨 국민의힘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다른 정치인들이 어떠한 정치적 발언을 했는지 제대로 챙길 기회가 없었다”고 발언한 데 대해 “대통령이 (그런 걸) 파악할 의중이 없다는 것은 정치 포기”라고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언급하면서는 “인용하자면 국민도 속은 것 같고 저도 속은 것 같다”고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18대 총선을 앞두고 ‘친박근혜’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했을 때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윤핵관만을 거론하며 공격하던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직접 공격한 이상 더 이상 싸우지않고 이기는 방안은 사라진 셈이다. 전쟁이 벌어진 이상 이제는 최대한 빠르고 피해없는 승리가 최선이다. 그게 윤석열 정부가 바닥까지 떨어진 국정지지율을 회복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다.

2022-08-18

이재명과 이준석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지금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가장 많이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두 사람이 이준석과 이재명이다. 이준석은 여당의 대표로 있다가 징계를 받아 당원권이 정지된 상태이고, 이재명은 제1야당의 대표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중이다. 여당과 제1야당의 대표라는 직책은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전체 민의를 대표하는 자리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을 둘러싼 온갖 논란들이 바로 대한민국의 정치와 민심의 현주소가 되는 것이다.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쳐 현재 민주당 국회의원인 이재명에게는 전과4범이라는 꼬리표가 붙어있다. 무고 및 공무원자격사칭,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공용건물손상 및 특수공무집행방해, 공직선거법위반 중 어느 하나도 대의명분이 있는 죄목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혐의나 의혹을 받고 수사 중인 비리들은 결코 사소한 것들이 아니다. 대장동과 백현동의 개발특혜 의혹, 성남FC후원금 뇌물 의혹, 변호사비 대납 의혹, 경기도청법인카드 유용 의혹, 경기주택도시공사 합숙소 비선캠프 전용 의혹 등은 막대한 돈이 오가거나 심각한 공권력남용의 소지가 있는 것들이다.여당 대표인 이준석이 당윤리위원회에서 6개월 당원권정지의 징계를 받은 것은 성상납사건 무마를 위한 증거인멸교사를 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공소시효나 법적 책임 여부를 떠나서 그 정도의 물의를 일으킨 것만으로도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러나 이준석은 반성이나 사과의 말은 일언반구도 없이 자신을 당권투쟁의 희생양인 양 호도하고 당과 대통령까지 싸잡아 온갖 악담을 퍼붓는 등 반발을 계속하고 있다.이재명은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정규 교육과정을 거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을 나오고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부터는 양양한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누구 못지않게 많은 것을 누린 그가 가난한 소년공이니 천박한 가계니 약자 코스프레를 하는 것은 가당치가 않다. 이준석의 경우 대학까지는 최샹급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그러나 보통의 청년들이 고시원에서 머릴 싸매고 공무원시험 공부를 할 나이에 정당의 최고위원이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당 대표의 자리에까지 오른 것은 상식을 너무 벗어난 무리수였다. 순전히 요행으로 벼락출세를 한 것이 정치지도자로서의 자질까지 보장하지는 못한다는 걸 보여준 것이다. 정치가 컴퓨터게임과 다른 것은 올바른 인성에다 국민과 국가에 봉사한다는 소명의식까지를 요구하기 때문이다.두 사람의 성장과정은 많이 다르지만 철저히 이기적이라는 그 인성에는 닮은 점이 많은 것 같다. 매스컴이나 인터넷에 나와 있는 그들의 행적 중에 나라와 국민을 위한 소명의식이나 헌신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현란한 말재간이든 과감한 표퓰리즘이든 오로지 자신의 영달에만 목적이 있다는 걸 모르는 국민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지금 이 나라의 정치판은 모리배들의 난장판이고 그로 인해 민심은 부박하고 지리멸렬해졌다. 이재명과 이준석 두 사람에 대한 사법적 판결이 조만간 있을 것이다. 그들의 정계퇴출로 새로운 계기가 열리길 바란다.

2022-08-18

폐기물도 쓸모가 있다

윤영대 수필가 이번 폭우로 인한 수해재난 실태를 영상으로 보면서 그 폐기물도 엄청나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겠지만 잘 활용하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할 수도 있다.아파트에 이사가 있고 난 후 폐기물 처리장에는 멀쩡한 가구나 가전제품이 많이 버려져 있다. 큰 가구들은 꽤 비싼 제품이고 작은 선반이나 책장도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들이라 아까운 생각이 든다. 폐가전제품은 ‘무상방문 수거 서비스’를 이용하여 처리할 수 있고 소형인 경우는 5개 이상 묶어서 배출해야 하며 지자체에 따라 높이 1m 미만인 소형 가전제품들은 처리비용이 면제된다. 그 이외의 경우는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야 한다. 생활이 윤택하여 그런지 예전 같으면 애지중지하던 생활용품들을 아낌없이 버리고 있어 환경 문제도 일으키고 있다. 2019년 기준 폐가전제품은 세계적으로 약 5천400만 톤이며 1인당 7.3kg이라는 통계도 있고, 우리나라는 약 40만 톤을 재사용하고 있다고 한다.요즘 못 쓰고 버려질 물품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다시 가공해 가치를 부여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 활동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재활용보다는 한 단계 위다. 의류 리폼(reform)을 주로 하고 있는데 청바지 등으로 쇼핑백이나 손가방 등을 만들고 자투리 가죽으로 작은 지갑과 파우치 등을 만들어 다시 파는 사회적 기업도 있고 포항여성문화회관에는 이러한 교육과정도 있다.지난번 옷장을 정리하며 멀쩡한 옷들을 버리려고 하니 그냥 옷 수거함에 넣기는 아깝고 바자회를 통해 팔 수도 있지만 ‘아름다운 가게’가 자원 재순환을 통해 우리 사회의 친환경적 활동과 소외 계층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5박스를 보냈더니 기부금 영수증이 왔었다. 그 수익금은 소외 이웃을 돕는 데 쓰이고 바자회를 통해 안 팔린 것들은 후진국으로 수출하기도 한다.폐기물을 소재로 한 예술 활동도 있다. 정크아트(junk art) 분야다. 폐품, 쓰레기, 잡동사니를 재료로 작품을 만드는 일은 1950년대 이후 공업제품 등의 산업폐기물을 이용하여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시작되었다. 경주 엑스포공원 내에도 ‘또봇 정크아트 뮤지엄’이 있어 어린이들을 위한 정크아트와 아트트릭 미술을 경험할 수 있다.공사현장에서 많이 버려지고 있는 팔레트(pallet)는 벽돌과 유리 등을 옮기는 목재 받침판인데 쓸모가 많다. 나는 현장을 지나다가 쌓여있는 팔레트가 보이면 책임자에게 허락을 받아 몇 개를 차에 싣고 온다. 시골집 황토방에 불을 때기 위해서다. 해체하고 잘라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하룻밤은 거뜬히 뜨거운 방에서 잘 수 있다. 나의 이러한 사정을 아는 지인들도 가끔 가져다주어 고맙다. 또 팔레트 중에서 재질이 단단하고 반듯한 것은 잘 가공하여 화단 울타리나 간단한 가구와 휴게시설을 만들어도 된다.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폐비닐 페트병 캔 등도 분리수거를 잘하면 자원 재생과 함께 환경개선에 도움이 되며, 가정의 작은 노력이 환경을 살린다.

2022-08-18

예천곤충축제가 계속 성공하려면

정안진 경북부·예천 지역축제는 지방자치제 출범과 더불어 지역 관광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예천군의 SEMI 곤충엑스포 2022 예천곤충축제는 지난 3일부터 15일까지 10일간 열렸다. 곤충축제는 지역 관광과 경제 활성화와 가시적인 성과를 가져왔다. 축제는 적은 예산 투입으로 경제적·비경제적 파급효과를 극대화 해야 한다. 이제 지역축제는 자립과 운영의 성숙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의 축을 만들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SEMI 곤충엑스포 2022 예천곤충축제는 당초 2020년 개최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라는 복병을 만나 연기를 거듭하다가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6년 만에 재개됐다. 축제는 침체된 지역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고 예천의 다양한 문화를 알릴 수 있는 계기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예천읍 시가지 및 한천체육공원, 곤충생태원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개막식때 국내 최정상급 가수인 홍진영, 김다현 등의 축하공연 및 화려한 불꽃쇼로 축제의 열기를 고조시켰다.또 지난 10일 낙동 7경 한마당 잔치에 양동근, 산이, 강혜연, 류원정, 김민교, 이병철, 최상, 강민주, 이종학 등 유명가수가 대거 출연해 한여름 밤 뜨거운 열정으로 무대를 장식해 무더위에 지친 주민과 관광객들에게 흥겨움을 안겼다. 이어 11일에는 예천청년회의소에서 주관한 치맥 페스티벌은 치킨 1마리, 맥주 2잔 1세트에 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500마리 한정 판매하고 한천 분수를 보며 공연과 이벤트 등이 함께 어우러져 무더위에 지친 피로를 풀 수 있게했다.지역축제는 이제 발상의 전환으로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예천군은 예천곤충축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정책적 대응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해 나가야 할 때다.요컨대 지금까지 축제를 이끌어 온 패러다임을 전환해 창조력과 상상력으로 발현되는 축제가 되게 지역 관광에서 문화까지 시야를 확대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오로지 ‘사람’과 ‘지역사회’다. 또 단계적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예천군 차원의 지표 발굴과 함께 현장 중심형 평가, 전문가 컨설팅도 강화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또한 별도의 축제전담조직 운영체계를 구축해 인력과 조직의 전문성을 갖춤으로써 지역이 주도하는 축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기반을 강화하는 등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그래야 다시 한번 축제를 통한 예천군 관광의 도약 기회를 찾을 수 있다./ajjung@kbmaeil.com

2022-08-17

무인(戊寅)

육십갑자 중 열다섯 번째에 해당하는 무인(戊寅)이다. 천간(天干)은 무토(戊土)요, 지지(地支)는 인목(寅木)이다.‘잔설(殘雪)이 남아있는 봄 산’의 물상이다. 무(戊)는 만물을 무성하게 성장시키는 위엄을 상징한다. 호랑이 인(寅)은 봄의 양기가 막 터져 나와서 생명을 키우는 의욕이 대단하며, 진리를 펼치려는 형상이자 포악성의 의미도 내재되어 있다.호랑이는 야행성이다. 보통 인시(寅時), 새벽 3시부터 5시 사이에 먹이 사냥을 위해 움직인다. 동트기 전에 움직이는 동물이기에 그렇다. 호랑이는 움직이는 반경이 200km 이상이므로 야생의 왕 중의 왕이며, 역마의 기운이 있다. 한 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사람에게 ‘역마살’이 끼었다고 하고, 이동수가 있다고 한다. 농경사회에서는 고향을 떠나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유목민’(노마드)같은 삶을 야만적이고 열등하다고 규정하였다.시대가 변하면 생활방식과 사고도 변하여 ‘역마살’에 대한 해석도 달리한다. 오늘날에는 살 곳을 찾아 끊임없이 이동하는 유목민처럼 역마의 기운을 살려야 한다.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은 바다로 진출하는 것이 살 길이다.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1925∼1995)가 저서‘차이와 반복’에서 ‘노마드’를 처음 언급했다. 땅에 뿌리 내리고 토박이로 살며 정체성과 배타성을 지닌 민족을 이루기보다는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바꾸어 나가며 창조적으로 사는 인간형을 말한다. 또는 여러 학문과 지식의 분야를 넘나들며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인간형을 말하기도 한다.우리 역사에서 노마드적 삶을 산 신라시대 혜초(慧超·704~780년) 스님이 있었다. 1908년 9월 프랑스의 동양학자 펠리오(1878∼1945)는 중국 돈황 막고굴 제17굴(장경동)에서 그동안 이름만 알려져 있었을 뿐 실체를 확인할 수 없었던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을 찾아냈다. 책명도 저자명도 떨어져 나간 채 발견된 이 여행기가 8세기에 활동한 혜초 스님이 저술한 ‘왕오천축국전’의 잔간(殘簡) 사본이라는 것이 발견자에 의해 밝혀졌다. 펠리오는 종이의 질이나 필치로 보아 9세기에 필사된 것이라고 주장하였다.혜초 스님은 스승의 권유로 불법을 구하기 위해 인도로 떠났다. 약 4년 동안 인도와 멀리 중동지역까지 죽음을 무릅쓰고 육로여행을 하면서 각 지역에서 불교를 어떻게 믿고 있는지와 함께 옷·음식 ·풍속·기후 등 그 당시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모아서 기록했다. 그 당시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미지에 대한 동경과 새로운 지식을 찾고자 하는 갈망 즉, 노마드 기질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혜초 스님은 그 시대의 진정한 세계인이었다.우리는 이것을 통해 1찬300여 년 전의 불교역사와 그곳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8세기의 인도와 중앙아시아에 대한 기행문은 세계에서 이 책밖에 없어 더욱 그 가치가 높다. 또한 세계 4대 여행기로 손꼽히며 그중에서도 가장 일찍 쓰여진 것이다. 현재 프랑스 파리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무인일주(戊寅日柱)는 일지(日支·배우자궁)에 편관칠살을 두고 있다. 어의(語義)가 좋지 않아 나쁘다고 보는 인식이 있으며, 안락하고 편안한 것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통변을 달리 해석하고 있다. 독선적이지만 관운이 좋다. 자신을 낮출 줄 알고, 지인 또는 배우자의 조언을 귀담아 들으면 명예와 존경이 뒤따를 수가 있다. 조직생활이나 직장생활과는 잘 어울리나, 사업과는 거리가 멀다.‘안자춘추’ ‘내편’ 잡상 편에 나오는 글이다. 안자가 제(齊)나라의 재상으로 있던 어느 날, 수레를 타고 문을 나섰다. 어느 날 수레를 모는 사람의 아내는 남편이 수레를 모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수레 위에 세워 놓은 큰 양산 아래에 앉아서 채찍을 휘둘러 네 마리의 커다란 말을 몰아치는 자기 남편의 모습은 아주 우쭐거리고 거칠 것 없어 보였다.수레를 모는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자, 그의 아내가 다짜고짜로 헤어지자고 하였다. 날벼락 같은 소리에 수레를 모는 사람은 어이 없이 아내를 멍청히 보다가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안자께서는 키가 여섯 자도 안 되시지만, 제나라의 재상으로 모든 나라에서 많은 존경을 받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분의 태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얼마나 겸손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분이 외출하시는 모습에서도 그분의 생각이 아주 깊이가 있다는 것이 바로 눈에 보입니다. 당신은 키가 여덟 자가 넘으면서도 겨우 남의 수레나 모는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그런 당신 같은 사람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그래서 당신과 헤어지자고 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이때부터 수레를 모는 사람은 아주 겸손해지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생각한 안자가 수레를 모는 사람에게 어떻게 그처럼 변하게 되었느냐고 묻자 그는 아내의 이야기를 안자에게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안자는 그를 벼슬자리에 추천했다.인간은 어떤 선택과 결단을 요구하는 상황에 처해 있을 때 주변에 떠도는 말보다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을 통해 참된 말에 관심을 기울여야 실수가 적다. 무관심은 자칫 타인과의 단절로 이뤄져 자신의 삶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선택과 소망은 아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속성을 지닌다. 불가능한 일을 선택했을 때는 바보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소망은 불가능한 일에도 성립할 수가 있다. 사람들은 영화배우의 인기나 운동선수의 승리처럼 자신의 노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을 소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은 선택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자신의 힘으로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한다.양치기 소년처럼 허황되고 듣기 좋은 말만 하는 똑똑한 지도자보다는 진실 되고 실현 가능한 것을 말하는 지도자가 필요하다.

2022-08-17

조계사의 연꽃 향기

전재영 동국대 출강 최근 장맛비가 세차게 쏟아붓던 시간대에 불교의 총본산인 조계사를 몇 번 찾았다. 빗줄기가 더위를 식혀주듯 내 마음속 번뇌를 조금이나마 씻기 위해서였다.자비로운 표정으로 온 세상을 끌어안은 부처님 앞에서 들려오는 고매한 스님의 청아한 목탁 소리, 겸허히 빗물을 받아내는 사리탑의 경건함을 기대하며 조계사 앞에 다다랐다.그러나 사찰 일주문 앞에 펼쳐진 색다른 풍경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곳에는 고성을 지르며 종교단체를 비방하는 시위꾼들로 북적였다. 신성한 기도 시간, 지나가는 행인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의 여유로움을 방해하는 모습으로 보여서인지 영 민망했다. 당연, 그 시위가 비록 합법적이라 하더라도 긍정적으로 보일 리 없었다.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비판과 반대 의견은 늘 있어 왔다. 또 다양하고 균형 잡힌 시각은 사회 발전을 견인한다. 그러나 도처의 시위현장에서 심심찮게 보이는 물리력을 동원한 무질서한 시위나 인격살인에 가까운 비방 및 모욕행위, 고성방가 수준의 배려 없는 행위는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목이 터져라 남을 물러가라며 누군가를 비난하고 비방하는 그들을 보면 팍팍한 삶의 애수와 고초가 느껴져 간혹 애처로운 마음이 든 적도 있다. 하지만 모든 문제나 갈등은 단지 목소리만으로 해결되기란 어렵다. 문제의 원인과 현재의 상황을 면밀하게 바라보고 건설적인 견해를 합리적이고 성숙한 방법으로 표현할 때 다른 이들의 공감을 더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번뇌를 잊고자 사찰을 찾은 중생의 번뇌와 시름이 쉽사리 사그라지지는 않지만, 세찬 빗줄기를 말없이 받아내는 연꽃잎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비를 베풀어 타인을 포용하라는 듯 작은 깨달음을 준다.불교는 연(蓮)꽃과 깊은 연(緣)을 가졌다. 연꽃은 더러운 진흙 속에 피어나는 꽃이면서도 그에 물들지 않기 때문에 청정과 깨달음, 성스러운 진리를 상징한다.연뿌리에는 질펀한 늪 바닥에 처해 있어도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맑은 본성을 간직하여 세상을 정화한다. 중생들의 몸은 비록 어지러운 사바에 있지만 정(淨)하게 지녀 세상을 구제해야 한다는 불교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연꽃잎은 잎사귀에 흙탕물 한 점이 없다.쟁반 같은 뽀송한 연잎은 물방울을 동그랗게 말아 고이 간직하고 있다가, 한 점도 취함이 없이 그대로 떨어뜨린다.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주변을 신성하게 하며 불교의 가르침을 전한다.또한, 연꽃은 꽃을 피우면서 동시에 씨를 품는다고 하여 꽃과 씨가 동시에 탄생하는데, 불교에서는 이를 모든 결과는 이미 원인을 품고 있음에 비유하며, 태어남과 동시에 불성을 지니게 됨을 상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연꽃은 성스럽고 아름답지만 아무리 만개해도 결코 요염하지 않으며 향도 자극이 없어 있는 듯 없는 듯하다. 그러나 그 향기는 멀어질수록 그윽하기만 하다.퇴계 이황 선생은 만년에 도산서당(陶山書堂)을 짓고, 서당 동쪽에 네모진 조그만 못을 만들어 연꽃을 심고 ‘정우당(淨友塘)’이라 이름했다.‘정우’란 ‘깨끗한 벗’이란 뜻으로 곧 연을 가리킨 말이다. 이러하니 연(蓮)은 화중군자(花中君子·꽃의 군자)로 불린다. 송 주돈이(周敦履)는 그의‘애련설’(愛蓮設)에서 연을 “꽃 가운데의 군자로다”라고 칭송하기도 하였고, 초나라의 굴원(屈原)은 연잎으로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었다.해가 중천을 지나면 하루의 노고를 연지(蓮池)에 부리고 정하게 꽃잎을 오므리면 연대 밑으로는 개구리밥과 생이가 방석처럼 깔고 앉아있으니 연지불국(蓮池佛國)이 아닐 수 없다.개구리들이 개굴개굴 아무리 시끄럽게 울어도 연꽃이 피는 사찰경내의 염불 소리는 극락음이다. 물론 조계사 앞 일주문을 지나면서 본 집회 시위 현장 또한 그 나름의 이유는 있을 터다. 다만, 그곳이 한국 불교의 중심이니 연꽃이 주는 깊은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길 권한다.

2022-08-17

세상은 대한민국에서 답을 찾는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서울, 그것도 강남이 물난리를 겪었다. 하루 반나절 쏟아부은 빗줄기에 모든 게 속절없이 떠내려갔다. 자연의 힘이 센 줄을 모르지 않았지만, 이렇듯 맥없이 당하는 처지는 어처구니가 없다.홍수뿐일까. 수확기의 가뭄, 한겨울의 한파, 때를 가리지 않는 지진. 우뚝 선 빌딩 숲과 온갖 화려한 문명의 산물들을 자랑하지만, 자연이 인간에게 부리는 심술 앞에 언제까지 이렇듯 힘없이 스러지기만 하는지. 대한민국 서울만 그런 것도 아니다. 세계 최강이라는 미국도 산불과 지진, 토네이도와 폭염, 한파와 전염병에 도무지 무기력하기는 매한가지다. 전쟁과 폭력 등 인간의 악행이 초래하는 어려움보다 자연이 던지는 위협 앞에 인류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빌게이츠(Bill Gates)가 우리 국회에서 연설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습격을 수년전에 예견하였다는 그는, ‘다른 나라들이 미래를 바꾸어가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대한민국에서 아이디어를 찾는다’고 했다.갈등과 다툼으로 뒤범벅이 된 이 나라에 와서 저런 말을 한 사람은 그뿐이 아니다. 인도의 시인 타고르(Rabindranath Tagore)는 1929년에 한국을 ‘동방의 등불’이라 부르며 ‘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인 조선,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방의 밝은 빛이 되리라’고 했다. 타고르나 게이츠가 생각없이 남의 나라를 치켜세웠을까. 상대를 높이기 위한 예의가 작용했겠지만, 언론에 기고하고 국회연설을 하며 던진 생각에는 진심이 실었을 터이다.오늘 우리의 처지가 어떠하든지, 대한민국은 다른나라들의 기다림에 답해야 하고 동방의 등불 역할을 해내야 한다. 해묵은 악다구니 속에서도 젊은 정치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찾는 몸부림이 있다. 잘못 짚는 국가리더십을 팽팽하게 견제하는 목소리도 있다. 도전과 저항이 느껴지는 논란과 갈등도 엿보인다.국가공동체의 역동성은 한 방향으로만 모이는 일사분란한 움직임이 아니다. 나라와 국민이 가진 수다한 문제들 앞에 생각과 의견을 민주적으로 모으는 겸허함이 있어야 한다. 공동체의 역동성을 적절하고 조화롭게 버무리고 수렴하여 최적의 결과물을 만들어가는 게 국가의 역할이 아닌가. 국민의 손으로 선출해 맡긴 정부의 역할은 한반도를 너머 세계가 주시한다. 기대에 못 미치는 대통령을 평화적으로 바꾸어 본 국민의 눈길도 날카롭다.새 정부가 잘했으면 좋겠다. 나라와 국민에게 가능성과 역량이 있음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정치가 국민을 이용하려 하지 않고 진정으로 국민과 ‘함께’ 내일을 열어갔으면 한다.지난 수십년간 국민이 더러 이용당했음을 모르지 않는다. 그만큼 겪었으면 보수와 진보 따위로 헷갈리지도 않는다. 낡은 진영논리로 국민을 현혹하지 말아야 한다. 보다 분명한 변화와 혁신을 위하여 의미있게 바꾸어가는 대한민국 공동체를 세워가야 한다. 허무맹랑한 말싸움터를 이제는 건강한 토론의 장으로 바꾸어야 한다. 세상은, 변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대한민국에서 찾는다.

2022-08-17

지방소멸대응기금, 인구감소 막는 마중물돼야

인구감소로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를 돕기 위해 정부가 올해 처음 도입한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금액이 결정됐다. 전국적으로 광역자치단체 15곳과 기초자치단체 107곳이 대상지로 선정됐다. 경북지역은 경북도에 848억원(올해 363억, 내년 484억원), 시군은 의성과 군위 등 모두 16곳에 2천268억원이 배정됐다. 경북에서는 의성군이 사업의 우수성과 계획의 연계성, 적절성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아 최대 배분금을 받게 됐다.210억원의 배분금을 받게 된 의성군의 청춘공작소 사업은 메타버스와 로컬푸드를 접목해 젊은 인구의 유입을 노리는 계획이다. 푸드코트와 창업공동체 공간조성 등으로 지역생산 농산물을 활용한 외식창업 활동을 지원하고, 메타버스 플랫폼을 적용한 홍보체험공간 조성으로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 한다는 계획이다.정부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은 향후 10년동안 매년 1조원의 정부기금이 기초단체에 75%, 광역단체에 25%가 지원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지방소멸을 막으려는 정부의 의지는 읽히나 소멸대응기금이 실제적으로 효과를 낼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많은 지자체가 예산을 따기 위해 경쟁을 벌이다 보니 신청금액이 재원규모를 넘어서고 그러다 보니 소규모 사업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다. 나눠먹기식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김주수 전국농어촌지역 군수협의회장(의성군수)은 이와 관련 “정책이 스며들게 하려면 각 지역 특성을 고려하고 지역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규모 사업으로 흐르다 보면 지역 현실에 맞지않고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뜻이다.이번에도 당초 사업계획보다 기금을 적게 받은 지자체는 사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해 사업효과가 제대로 나올지 의문이다. 정부나 지자체 모두가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취지를 살리는 정책의 효과성에 무게를 두고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자체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독창적 사업을 발굴하고 정부는 우수한 발굴사업에 대해서는 전폭적인 지원을 해 효과를 극대화시켜야 한다. 또 발굴된 사업의 효과성 확대를 위해 지자체간 정보교류도 촉진할 필요가 있다. 기금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쓰임새가 더 중요한 정책이다.

2022-08-17

반평생 갚는 주담대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반평생 갚아야 하는 주택담보대출상품이 새로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17일부터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주담대 최장 만기를 45년까지 연장해 시행에 들어갔다. 우리은행 등 다른 시중은행의 주담대 만기는 현재 40년이 최장이다. 대출금리는 오르고 상환 여력은 떨어지고 대출규제가 지속되자 은행권이 45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을 내놓은 것이다.단순 계산으로 30세에 빚을 내서 집을 사면 은퇴하고도 75세까지 상환해야 은행과 맺은 주담대 약정이 끝나 빚에서 해방될 수 있다. 말 그대로 반평생 빚만 갚다가 인생이 끝날 지경이다. 분할 상환 주담대 상품의 만기를 길게 책정하게 되면 상환 기간이 길어져 매달 원리금 부담액이 줄어든다. 따라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비율이 낮아져 대출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대출자의 상환 부담을 낮추기 위해 50년 만기 보금자리론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은퇴후 까지 빚을 계속 갚아야 한다면 곤란할 수 있다. 가령 30세 청년이 시세 6억원 아파트를 사기 위해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 주담대인 보금자리론을 최대 한도인 3억6천만원까지 받았다고 하자. 50년 만기(금리 연 4.85% 적용)로 원리금을 상환하면 매달 159만6천여원을 부담해야 한다. 대출원금 3억6천만원에 대해 50년 상환 기간 동안 내야하는 총 이자만 해도 5억9천819만여원이다. 원금을 포함하면 총 9억5천819만여원을 75세까지 갚아야 한다.장기 상환 주담대 상품이 나온 것은 가계부채로 주택장만이 어려운 서민을 위해 나온 고육책으로 읽힌다. 주택정책은 어떤 정부라도 뾰족한 해법이 없는 난제란 탄식이 나올만 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17

포항·포스코 감정대립, 서둘러 수습하라

포항과 포스코 간 갈등이 올 초에 이어 또다시 첨예하게 재연돼 걱정이다. 갈등의 원인은 지난 2월 25일 포항시와 포스코,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 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이 6개월 가까이 구체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25 합의문’을 둘러싼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 간 감정대립이 지속되면 모두가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는 측면에서 포항시와 포스코, 범대위 최고책임자들이 직접 나서서 서둘러 사태수습에 나서야 한다.다행히도 포스코는 최근 ‘2·25합의문’에 대해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포스코홀딩스 소재지는 내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하고, 미래기술연구원도 인재 영입을 위해 수도권과 2원 체제로 운영하되 본원은 금년 내 포항에 설치하겠다고 했다. 문제는 합의문 3항에 명시된 ‘지역상생협력 및 투자사업’ 부분이다. 포항시와 포스코, 범대위 대표는 합의문대로 ‘상생협력 TF’를 구성해 그동안 6차례 모임을 가졌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범대위 측은 “포스코 협상태도가 불성실하다”고 언급했고, 포스코 측은 “요구하는 투자규모가 지나치다”는 입장을 밝혔다. 포항시는 TF회의에서 포스코 측에 컨벤션센터와 병원, 오페라극장 건립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포항시와 포스코가 공회전하는 ‘상생협력 TF’ 가동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만큼, 이제 합의문 이행과 관련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이강덕 포항시장이 직접 만날 필요가 있다. 최 회장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은 상생·투자 협상은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본지도 최 회장이 빠른 시일 내 포항을 방문, 이 시장과 만나 ‘2·25 합의문’ 이행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을 제안한 것이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기업유치에 올인하고 있다. 인구소멸 위기를 겪는 비수도권 지자체는 기업유치가 생존문제와 직결돼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지역사회와 포스코의 감정대립이 시위, 현수막 등을 통해 외부에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것은 자해(自害) 행위와 다름없다.

2022-08-17

홍수가 남긴 것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 8일 기록적인 폭우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적지 않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갑작스럽게 불어난 물에 휩쓸려 실종된 사람, 산사태로 무너져 내린 집에서 사람만 간신히 빠져나와 목숨을 건진 경우 등 안타까운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특히 신림동 반지하에 살고 있던 가족 3명이 사망한 사건이 주목을 받았다. 그중 한 분이 장애가 있다는 보도에, 장애와 가난, 반지하의 이미지가 겹쳐지며 소비되고 있다.반지하와 가난, 그리고 홍수는 영화 ‘기생충’을 곧바로 떠올리게 한다. 영화에서 비는 부자에게는 낭만의 대상이지만, 기택네에게는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는 대상이다. 엄청난 폭우에 반쯤 잠긴 집에서 물을 퍼내던 기택 부자의 절박함을 누가 알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사장의 저택에서 문광의 남편이 기택의 아들과 딸을, 기택이 사장을 죽인다. 그리고 영화는 건강을 회복한 기우가 사장 집에 기생하고 있는 기택에게 부자가 되어, 그 집을 사겠다는 다짐을 하는 것을 보여주며 끝난다. 그러니까 ‘기생충’은 대한민국의 빈부격차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공통의 욕망에 초점을 둔 것이다.반지하에 살던 가족 3명이 비극적으로 목숨을 잃은, 바로 그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레이트 선셋 한강’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아름다운 석양을 활용한 한강의 재발견 사업으로 ‘서울 아이’ 같은 대규모 관람차와 수상 공연장을 짓는 계획도 포함되었다. 싱가포르, 영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한 프로젝트로 최대 10년의 공사 기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서울에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서울시민에게 질 높은 문화콘텐츠를 제공한다는 발표에서, 2009년 용산 참사가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세르주 라투슈는 ‘성장하지 않아도 우리는 행복할까?’에서 성장 위주의 경제 패러다임을 빈부격차와 환경 파괴의 원인으로 제시하며, 탈성장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성장 중심의 사고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다소 황당한 논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지금의 사태는 그 논의에 귀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 현재 강남은 1970년대 강남 개발 당시 늪지대를 아파트로 바꿔서 탄생한 지역으로 홍수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성장 중심의 사고는 경제적 이익과 거리가 먼 홍수 예방 사업에 예산 투입을 주저하게 했다. 성장 중심이란 쉽게 말해 돈이 되는 일만 선별해서 자본을 투입하는 효율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긴 이익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사용한다고 했지만, 이번 비극이 보여주듯 지금껏 거의 지켜진 적이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홍수, 산불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성장 중심의 경제정책이 초래한 결과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일 수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자연과 공생하고 다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성장에 대한 우리의 욕망을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지금의 이상징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가까운 미래에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22-08-17

물의 순환과 생명 활동에 관하여

오낙률시인·국악인 최근의 일기 상황을 보면 중부지방엔 비가 너무 와서 난리고 남부지방엔 가뭄이 너무 심해서 난리다. 작다면 아주 작은 우리나라 땅덩어리에서 나타나는 실로 양극화된 기상 상황에 국민은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그러나 어쩌랴 이 모두가 자연에서 오는 현상인 것을.어디 지상에 비를 의지하며 사는 생명이 우리 인간뿐일까, 만약에 하늘에 절대자가 있고 세상이 그분의 농장 혹은 공원이고 지상 모든 생명체가 그분이 가꾸고 키우는 공원에서 그분의 계획하에 개체 수가 조정되면서 살고 있다는 가정하에 최근의 일기 상황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다소 인간 중심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우리는, 공평하지 못한 하늘을 보며 비가 많이 온다든가 가뭄이 너무 심하다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 그게 다 그분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만으로 생각하면 어떨까 하는 좀 엉뚱한 생각을 가져 본다.언젠가 바닷물이 짜고 무거운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본 기억이 있다. 그것은 염분의 비중을 이용해서 자꾸만 아래로 침잠하려는 민물을 해수면으로 띄워 올려서 증발 순환케 하려 함이 아닐까 싶다. 지상으로 내린 물은 그곳에서 모두 증발하지 못하고 바다에 흘러들게 되는데 그렇게 바다에 모여든 물은 태양 빛과 낙뢰 등에 의해 일정한 소독과 정화작용을 거쳐서 다시 하늘로 증발하게 된다. 그렇게 순환되어야 할 물이 바다 깊은 곳으로 가라앉아 버린다면 최소한 그 물은 순환 활동을 중단해야 하는 참상을 면키 어려울 것이니 바닷물이 미리 아래쪽에 위치해서 민물이 아래로 가라앉지 못하게 받치고 있는 셈이다.높은 산꼭대기에서 삶의 터를 잡은 한그루 소나무 가지와 이파리에 머물던 물도, 어느 양지바른 산골 비탈에서 일생을 마감한 조그만 동물체의 몸속에서 흐르던 물도, 결국엔 제 살던 곳을 벗어나 계곡을 따라 바다까지 이르게 된다.그렇게 계곡을 따라 흐르던 물이 죽장 계곡에서 아침 안개가 되어 운 좋게 하늘로 오르기도 하고 기북면 손얼벌 들녘에서 논물이 되었다가 하늘로 직행하는 행운의 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에 해당하지 못하는 대다수의 많은 물은 바다에까지 흘러가서 순환의 대기표를 뽑아 들고 제 순서를 기다리게 되는 것이다.“내연산 선일대에 오르면/나는 신선이 되고/진경산수 그림 한 폭/계곡에 그대로인데/아득히 먼 옛사람이 되고만 /겸제만 간 곳이 없네./열두 폭포에 흐르는 물소리 /따라오며 지저귀는 산새소리/신선이 불어주는 젓대 소리 같은데/산 능선 넘어오는 솔바람 소리/이곳을 다녀가신 /시인 묵객들의 탄성 같구나.//연산폭포 수행을 막 끝내고/관음 폭포 수행을 앞두셨을까./시리도록 투명한 물줄기 하나 /고요히 소(6F05)에 머무니/아! 그 모습 /입정에 든 수도승 같아라.”-오낙률 시 ‘내연산 12폭포 비경’언제나 인간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물에 관한 문제이다. 물에 관한 문제를 늘 인간 삶의 본질적 문제에서 분리키 어려운 것은 생명 활동의 본질이 물의 순환 활동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2-08-17

여전한 코로나 확산세…경계심 풀려 더 문제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위중증 환자수는 한달 전보다 되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나 여전히 경계심을 풀지말아야 할 상황이다. 지난주(8월8∼14일) 코로나 확진자 수는 하루 평균 12만3천856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라면 이번 주에는 하루 평균 15만명을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여름 휴가철과 연휴가 끝남으로써 이번 주가 재유행의 고비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다.위중증 환자수는 유행이 장기화하면서 4월말 이후 가장 높게 나타났다. 15일 현재 위중증 환자수는 521명으로 4월 29일(526명) 이후 108일 사이 가장 많다. 지난달 15일 위중증 환자수 65명과 비교하면 한달 사이 8배가 증가했다.특히 독일, 프랑스 등 주요국에선 코로나 발생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는 것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정점기를 지나지 않고 있다. 방역당국이 정점기로 예측한 시기로 접어들었지만 휴가철 등 변수가 많아 정점을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국제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의하면 지난주(7∼13일) 한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00만명 당 1만6천452명으로 나타나 216개국 가운데 가장 많았다. 재유행 확산세가 50일 가까이 꺾이지 않는 나라도 주요국 가운데 우리나라가 유일했다.전문가들은 숨은 감염자가 많아 실제 확진자는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지금은 고위험군 집단발생을 경계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이처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으나 시민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경계심은 크게 떨어져 있어 걱정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운 나쁘면 걸리는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이는 당국이 일상회복 기조 속에 표적화된 방역을 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국민들의 방역 의식이 많이 뒤떨어진 데 원인이 있다.아직은 코로나19가 안심할 수 없는 위중한 상황임을 인식시키고 마스크 쓰기와 손씻기 등 개인방역을 철저히 할 것을 알려야 한다. 예방접종을 통해 감염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 장기 확산에 대비해야 한다.

2022-08-16

‘이준석 후폭풍’ 중심에 선 김정재·김병욱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13일 기자 회견’을 계기로 포항시가 지역구인 김정재(북구)·김병욱(남구·울릉군) 의원이 주목 받고 있다. 김정재 의원은 이 전 대표로부터 ‘윤핵관 호소인’ 중 한 명으로 실명이 언급됐고, 김병욱 의원은 회견직후 이 전 대표 지원 사격에 나섰다. 포항지역에서는 2024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두 의원의 대조적인 행보가 가져올 정치적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대선 당시 김정재 의원은 윤석열 대선 후보를, 김병욱 의원은 유승민 전 예비후보를 지지했다. 지난 지방선거에는 이강덕 포항시장 공천 문제를 놓고 서로 견해차를 드러냈다. 김정재 의원은 ‘이강덕 컷오프’, 김병욱 의원은 ‘이강덕 경선’을 요구한 바 있다.이 전 대표는 지난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친윤그룹을 겨냥해 “수도권 열세 지역 출마를 선언하라”고 요구했다. 김정재 의원은 지난 6월 한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혁신위 출범과 관련 “이준석 대표의 혁신위라고 보면 된다“고 언급해, 이준석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김병욱 의원은 이 전 대표 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이준석은 권위주의적 권력구조에 기생하는 여의도의 기성 정치권을 정밀 폭격했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배지(국회의원)는 권력을 못 이긴다. 하지만 정작 그 권력은 민심을 못 이긴다. 이준석은 여의도에 ‘먼저 온 미래’다”라며 이 전 대표를 적극 두둔했다. 김병욱 의원 외에 TK정치권에서 이 전 대표 편에 서서 지원발언을 한 의원은 아직까지 없다.두 사람의 대조적인 행보는 자연스럽게 차기 총선 공천문제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친윤그룹이 당권을 장악하면 김정재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 호소인’들이 유리한 상황에 놓일 개연성이 있다. 반면 친윤그룹이 지도부에서 물러나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동력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현재 윤핵관 또는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목된 의원들은 총선 불출마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총선 공천에는 워낙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해 누가 유불리 할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2022-08-16

해파리떼의 습격

조선시대 실학자 정약용은 해양생물학 서적인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해파리의 모양을 이렇게 설명했다. “큰 것은 길이가 5∼6자나 되고 너비도 이와 같다. 머리와 꼬리가 없고 얼굴과 눈도 없다. 몸은 연하게 엉키고 모양은 중이 삿갓을 쓴 것과 같다.”한자어로 해타라 부르며 당시 사람들은 삶아서 먹거나 회를 만들어 먹었다고도 전했다.해파리는 투명하며 갓 둘레에 많은 촉수를 가지고 있는 일종의 동물성 플랭크톤이다. 촉수에는 쏘기세포가 있어 동물분류학상 자포동물문에 속한다. 젤리 같은 몸을 가져서 영어로는 젤리피시(jelly fish)라고 부른다. 크기가 1∼2mm 밖에 안되는 것도 있으나 큰 종류는 1m∼2m가 넘는 것도 있다.고깔해파리나 바다 말벌이란 별명을 가진 상자해파리는 맹독을 갖고 있어 쏘임을 당했을 때 자칫 목숨도 잃을 수 있다고 한다.제주, 부산, 경북 포항 등 동해안 해수욕장 일대에 독성 해파리떼가 자주 나타나 극성을 부리고 있다. 해수욕장마다 수십 명의 피서객들이 해파리에 쏘여 치료를 받는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해파리에 쏘이면 통증이 심하고 홍반, 채찍 모양의 상처, 발열, 오한, 근육마비 등의 증세를 나타낸다. 응급처치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호흡곤란, 신경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국립수산과학원은 서해, 남해, 동해 등 전국 18곳을 해파리고밀도 출연지역으로 지정하기도 했다.해파리의 잦은 출몰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 때문이다. 최근 바닷물이 수온 28도 이상 이어지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아열대종 해파리의 활동 반경이 그만큼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해파리떼의 습격이다. 지구온난화를 자초한 인간에 대한 경고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8-16

윤석열, 외연 넓히려면 주변정리 필요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주(13일) 기자회견에서 밝힌 친윤그룹 국회의원에 대한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의 인식은 ‘개가 사나우면 술이 시어진다(구맹주산·狗猛酒酸)’는 고사를 떠오르게 한다. 이 고사는 주로 측근정치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적할 때 인용된다. 술 빚는 재주가 좋고 친절한데도 술이 잘 팔리지 않아 주막주인이 동네 어른을 찾아가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술집의 개가 너무 사나워 술 심부름 오던 아이들을 모두 쫓아버린다”고 말했다는 내용이다.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 측근 의원들을 윤핵관(권성동·이철규·장제원)과 윤핵관 호소인(정진석·김정재·박수영)으로 나누고, “그들이 호가호위(狐假虎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일이 호명한 측근들을 ‘술집의 개’에 비유한 것이다. 그는 더 나아가 “윤핵관들은 선거가 임박할수록 본인들이 떠받들었던 사람까지 희생양으로 삼을지 모른다”고 언급했다.‘희생양에 윤 대통령도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머릿속에 삼성가노라는 단어가 떠오르는데 그 이상은 말 안 하겠다“고 했다. ‘삼성가노(三姓家奴)’는 ‘성 셋 가진 종’이란 뜻으로, 삼국지연의에서 여러 명을 아버지로 섬긴 여포를 비판한 말이다. 친윤그룹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해타산에 따라 윤 대통령과도 등을 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발언이다.감정이 섞인 발언이긴 하지만, 정치세계의 이합집산 원리를 비꼰 듯하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이미 2년 후(2024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 향배를 염두에 둔 줄서기를 시작했다. 이준석 징계는 공천권 헤게모니전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준석은 지난 6월 지방선거 직후 당 혁신위를 가동해 총선공천을 시스템화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 후 혁신위 위원장을 맡은 최재형 의원도 “전략공천을 최소화하고, 공천이 시스템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특정 계파의 공천권 독점을 방지하기 위한 혁신위 차원의 제도개선에 나서겠다는 부연설명도 했다.당시 친윤그룹 의원들은 시스템 공천이 자신들을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공천 개혁은 일반적으로 주류 세력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이준석은 지난 대선기간 중에도 ‘윤핵관’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당내 ‘이너서클 타파’를 공론화한 적이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친윤 그룹’이 당권을 장악해 ‘윤석열 당’이 만들어지면 안정적인 당정운영이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지금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의 최대원인은 그동안 확장해 놓은 외연을 여권 주류세력이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다. 대선당시 지지율을 회복하려면 당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이준석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우리 정치계를 ‘열린 광장’으로 이끌려고 애써온 청년이다. 대표재임 1년여간 그는 당비를 내는 열성당원을 80여만명까지 늘렸고, 당의 외연을 호남까지 확장시키면서 국민의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윤 대통령은 이준석을 외연확장의 모델로 인식해야지 증오의 대상으로 삼으면 안 된다. 이준석의 기자회견을 당정간의 비판 담론 형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2022-08-16

공공기관장의 임기존중이 ‘원칙이고 상식’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얼마 전 TV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국회의 대정부질문 장면을 잠깐 본 적이 있었다. 어느 여당 국회의원이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질문하는 순간이었는데, 그 질문 내용들이 가히 가관이었다. 국회 대정부 질문이라면 최소한 질문 대상자의 직무나 업무에 관련된 내용을 질의해야 할 것인데 전혀 엉뚱한 사항을 묻고 있었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아느냐”, “현 대통령을 존경하느냐” 게다가 “이전 대통령과 현 대통령의 차이점을 아느냐”라는 유치한 질문까지는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준답다(?)고 여기며 들을 수 있었다. 더 가관인 질문은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유하고 있는 더 훌륭한 분이 대기하고 있는데 왜 사퇴하지 않느냐”는 식의 호통소리(?)가 나왔을 땐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더 훌륭한 분’이란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며 그 훌륭함의 기준은 무엇이며, 해당 업무를 실제로 수행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더 훌륭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또한 대통령이 임명할 기관장인데 질문자가 특정인이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안다는 말인가.정부의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서와는 달리, 대통령 직속기관이라 하더라도, 고유성과 독립성이 있는 공공기관들은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수행업무 사항들이 크게 달라질게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들먹이며 임기가 남은 기관장에게 사퇴를 강요하는 것 자체가 현 대통령의 국정철학인 ‘법과 원칙 그리고 공정과 상식’의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 된다. 여당 의원의 질의는 질의가 아니라 자신과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인을 해당 기관장에 임명되게 할 의도를 가지고서 현 기관장에게 사퇴를 강요하는 것 같았다.‘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의 규정에 따르면 기관장의 임기는 정해져있으며,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거나 직무수행에서 현저히 게으른 경우가 아니면 해임사유가 되지 않는다. 보도에 의하면, 국민의힘 원내대표실은 각 상임위 간사로 내정된 의원실에 연락하여 상임위 산하공공기관 현황을 종합하여 보내라고 하면서, 한편으론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의 사퇴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여당 관계자는 방만한 경영과 과다한 부채 등의 문제가 있는 공공기관에 대한 개혁착수를 위한 조사라고 설명한다는데, 대통령의 국정철학 기준에서 명백하게 문제되는 공공기관은 필히 조사·개혁해야하며 기관장에게 중대한 책임이 있는 경우엔 해당 기관장을 문책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전 정부에서 임명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기관장 사퇴를 압박해선 안 된다. 그러한 압박 자체가 현 대통령의 국정철학의 기본정신에 현저히 반하는 것이며, 국민권익위원장에게 사퇴강요의 발언을 한 여당 의원이 오히려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배치되는 행위를 한 것이다.대통령 취임 후 아직까지 국정운영의 큰 틀이나 구체적 비전도 국민들에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나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지원하기보다는 자신들 이해관계에 정신이 팔려있는 여당의원들이 한심하기는 마찬가지다.

2022-08-16

하물며

조현태수필가 어느 농장 마구간에서 소가 크게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주인은 벌써 발정기간인가 하고 수정일정을 살핀다. 수정 기록을 보면 발정이 오기에는 아직 기간이 남아있다. 보통은 소가 저렇게 울면 발정이거나 몹시 아픈 경우가 많은 줄 알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혹시 다치기라도 했나 싶어 몸 상태를 살펴봐도 소리를 지를 만한 이상 현상은 발견하지 못한다. 그래서 발정에 약간의 시간차가 있기도 하니까 조금 일찍 발정이 온 걸로 생각한다.주인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휴대폰으로 수정사에게 전화한다. 아직 발정기에 들려면 며칠 남았는데 소가 자꾸 소리를 지른다고 전한다. 그러자 수정사가 말하기를, 소의 꽁무니를 잘 살피고 먹이를 어떻게 먹는지 보아서 다시 전화 하라고 한다. 그렇게 하루가 더 지난다. 어찌된 영문인지 소가 애절하게 우짖는 소리는 더욱 잦아진다. 건초와 사료도 넉넉하게 주는데 무슨 불만이냐고 핀잔을 하는 중에 어느덧 삼 일을 넘어가고 있다.행여나 먹이통에 사료가 없나 하고 살피러 가다가 물통이 바싹 말라있는 것을 보았다. 그제야 주인의 머리를 번뜩 스치는 기억이 있었다. 그것은 며칠 전에 주인이 우사 자동급수장치를 수리했던 일이다. 전문 수리사가 아니어도 철물점에서 플로팅밸브를 사다가 교체하면 되는 일이었다. 전에도 이런 작업을 해본 경험이 있어서 제법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수리를 했었다. 그때 고장 난 플로팅밸브를 교체한 후 메인밸브 열어주는 과정을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스스로 잘 했다고 흐뭇해하다가 가장 중요한 밸브 열기를 놓친 것이다.그러니까 삼 일 동안 물을 먹지 못해 갈증을 호소하는 고함소리였으리라. 깜빡 잊어버린 그것이 소에게는 생명을 다투는 일이다. 아차! 하고는 재빨리 밸브를 열자 물통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는데 소가 허겁지겁 물을 마셔댄다. 미안하다. 미안하다. 목이 말라 그렇게 고함을 질러대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으니 얼마나 원망했느냐. 하염없이 물을 마셔대는 소를 어루만지며 주인은 연거푸 소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서로 말이 통하지 않으니 이런 기막힌 일이 생긴다. 아니 언어가 다르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 하겠다. ‘목말라 죽겠으니 물을 주세요’라고 말했으면 금방 해결해 주었을 터이다. 한편, 소는 물을 달라고 목이 터지게 외쳐도 발정인가 하는 주인에게 문제가 있다고도 하겠다. 소나 사람이나 서로 깊은 관심과 애착이 있으면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해결이 가능하다. 그것은 느낌이다. 감정이다.필자는 어쩐지 우리 사회에도 이러한 형국이 있어 보인다. 목청을 돋우며 끊임없이 말하는데 도대체 그게 무슨 말이냐고, 왜 그러느냐고 한다. 또는 누구나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꼭 들어야 할 사람만 귀를 틀어막고 엉뚱한 행동을 한다. ‘너 아침부터 신문 읽는 잘못을 저질렀으니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면 ‘문구점에 고등어 사러 갔는데 없었으니 수입해야 한다’는 대답을 하고 있다.수리한 물통에 물을 공급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2022-08-16

각자의 삶을 기억하기

책을 덮고 고개를 들면 누군가의 삶이 보인다. /언스플래쉬 어떤 경험을 하면 환기되는 기억이 있다. 음식을 먹는다던가, 냄새를 맡는다던가, 촉감을 느끼는 것으로 마음 한편에 접어두었던 과거의 사건이 소환된다. 그것은 아주 사소하게 추동되는 일이지만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힘을 가진다. 일직선으로 흘러간다고 믿었던 시간이 아무렇게나 뒤엉키는 것을 느끼고 일순간 길을 잃은 것 같은 감각을 체험한다. 까맣게 잊고 싶은 기억이나 영원히 박제하고 싶은 기억은 우리들의 내부에서 각자의 형태로 위치한다.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이런 지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주인공인 마르셀은 홍차에 마들렌을 먹으면서 그 맛과 향기에 과거의 기억으로 넘어가게 된다. 장황하면서도 정교하게 짜여 있는 문장과 종잡을 수 없는 의식의 흐름으로 진행되는 소설은 한 문장으로 축약될 수 없는 세계를 포착해 언어로 표현해내려는 작가의 예술적인 성취에 가깝다. 그것은 시간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위치한 인간의 삶을 적어내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행할 수밖에 없던 작업이었을 것이다.내게도 마르셀의 마들렌과 같은 음식이 있다. 물을 적게 넣고 면을 잘게 부수어서 끓여 먹는 라면이 그것이다. 초등학생 때 친구가 만들어준 요리로 지금 와서 그때의 맛을 재현하려고 해도 늘 실패하기 일쑤다. 어쩌다 비슷한 맛이 감각되는 날이면 그때의 기억이 소환되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친구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자기보다 다섯 살 어린 동생과 살았다. 그때 우리는 고작 열한 살이었다. 친구에게서는 늘 물에 젖은 냄새가 났고 이따금 청결하지 못한 부분들이 눈에 보였다. 어느 날엔가 친구는 자기 집에 나를 초대했다. 허름한 빌라의 계단을 한 칸씩 내려갈 때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삼킬 수밖에 없었다. 거실에서 부스스하게 몸을 일으키던 친구의 아버지와 신발장까지 달려 나오던 친구의 동생, 빛이 들지 않아 어두컴컴했던 내부의 이미지가 여전히 생생하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자 친구는 찬장에서 라면 세 개를 꺼내서 잘게 부수었다. 친구의 아버지와 동생, 나는 모여 앉아서 친구가 만든 라면을 먹었다. 그러다 동생이 실수로 국물을 옷에 흘렸다. 친구는 동생의 옷을 벗기고는 화장실로 가져가서 빨래를 시작했다. 너무나 자연스럽고 익숙한 모습이었다.그때 나는 어떤 기분이었더라. 분명한 건 친구와 내가 겪고 있는 삶의 무게는 다르다는 것이었다. 나는 모종의 두려움을 느꼈다. 타인의 삶을 인식하면서 경험하는 부조화 같은 것이었다. 동시에 편안하고 익숙한 장면을 목격했다. 우리끼리 공유하던 농담에 와하하 웃는 친구의 씩씩한 얼굴과 가족끼리 도란도란 나누는 일상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사랑의 형태 같은 것.최근 폭우로 도시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날 밤은 유난히 창문이 요란하게 흔들렸고 천둥소리와 번쩍이는 번개 때문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이 떠올랐다. 황량한 들판 위의 외딴 저택. 죽은 캐서린의 환영을 바라보며 외치는 히스클리프의 절규가 생각났고 나는 침대 맡에 앉아 아무렇게나 떠오르는 몇 문장을 적어 내려갔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다음 날 뉴스를 읽었다. 반지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일가족이 사망하였다는 기사였다. 머리가 새하얗게 질리는 듯했다. ‘반지하를 없앤다’는 대책을 내어놓는 서울시의 입장을 마주하고는 더욱 그랬다. 문제로 보이는 것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식의 행정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겪어왔다. 그로 인하여 오도 가도 못하게 된 이들의 외침을 계속해서 들어왔다. 이런 와중에 나는 얼마나 안전한 위치에서 감상에 젖어있었는가.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내가 ‘폭풍의 언덕’을 떠올리고 있을 때, 누군가는 물이 차오르는 집 안에 갇혀 있었다. 이것은 결코 공평한 일이 아니다.책을 덮고 고개를 들면 누군가의 삶이 보인다.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곁에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전히 나는 무력하며 삶에 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런 면에서 알지 못하는 타인의 이야기를 쓴다는 건 기만에 가까운 일이다. 내가 얼마나 별로인 인간인지 상기시키는 일이기도 하다.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현실을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그것이 잃어버린 시간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계속해서 발화해야 한다. 끝끝내 실패로 종결될지라도. 각자의 삶을 헤아리려는 노력은 조금이나마 괜찮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는 믿음이자 어제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2022-08-16

타인의 리듬으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는 우영우가 자동문을 지나가지 못해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그것을 본 우영우의 동료는 이렇게 얘기한다. “왈츠를 춘다고 생각해요. 쿵짝짝, 쿵짝짝.” 둘은 천천히 리듬에 맞춰 발을 굴리고, 그렇게 왈츠의 리듬으로 하나의 문을 함께 통과한다.‘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 ‘우영우’의 좌충우돌 사회 적응기를 다루고 있다. 주인공이 장애를 가진 인물인 탓에 이 드라마는 보통의 법정 드라마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을 갖는다. 때로는 범죄를, 때로는 일상적인 민사를 다루면서도 사실은 법리가 아닌 인간을 다루는 드라마. 그러나 흔한 법정 드라마와 달리, 이 이야기는 ‘우영우’와 그의 동료들이라는 프리즘을 거치며 여러 갈래의 빛으로 다채롭게 쏟아진다. 때로는 의뢰인에게 너무 몰입한 나머지 감정적으로 변하기도 하며, 자신이 변호해야 하는 변호인의 진실성에 대해 의문을 갖기도 하는 등, 여러 이야기와 감정들이 쏟아진다.그리고 그렇게 쏟아진 감정들은 다시금 우영우라는 인물의 인격과 특성을 거쳐 하나의 이야기로 종합된다. 예컨대 너무나 상식적인, 그러나 상황으로 인해 우리가 차마 발설하지 못했던 사회적 정의에 대한 것들 말이다. 예컨대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장애’라는 특성은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내는 연출적 장치이면서 동시에 우리가 알고 있음에도 말하기가 허락되지 않던 이야기들을 발설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로서의 역할 또한 겸하고 있다.그러나 이 장치로서의 ‘장애’가 만능키인 것은 아니다. 드라마의 초반부에서 드러나듯 그녀의 장애가 노출되는 방식은 재능과 비사회성이라는 두 가지 특징으로 갈음된다. 세상의 모든 텍스트를 암기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상황과 맥락 속에 녹여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고래얘기 금지!”라는 동료 변호사의 대사는 그런 그녀의 특징을 잘 드러내준다. 예컨대 그것이 하나의 재능으로 갈음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드라마는 작은 에피소드들을 계속해서 연출하며 나름의 노력을 다하는 셈이다.때문에 우영우의 주변 인물들은 그가 하는 발언과 행동을 상황과 맥락에 맞추어 재가공하는 절차를 수행한다. 배려라기엔 너무나 충분하고 사회적이라 하기엔 너무나 친절하고 상냥한 동료들의 태도 속에서 ‘우영우’라는 인물은 하나의 재능과 하나의 모자람을 갖춘 독특하면서도 평범한 한 사람의 직장 동료로 자리매김해 나간다.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녀의 상사인 ‘정명석’이다. 인터넷에서는 ‘서브아빠’라는 별명으로도 불릴 만큼, 그는 우영우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닌, 한 사람의 멘토와 멘티로서 대하고자 노력한다. 물론 이러한 노력이 드라마의 특성과 메시지로 인해 다소 작위적으로 드러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명석의 모습은 ‘나’와 다른 타인을 대하는 하나의 교본적인 모습이라 할 만 하다. 그는 우영우라는 인간을 한 명의 변호사로서 ‘한바다’라는 거대 로펌의 위상에 걸맞는 역량을 보여주길 기대하며 그녀를 대하는 것이지, 그녀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편애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컨대 정명석의 눈 속에서, 우영우의 ‘장애’는 인격과 철저하게 분리된 하나의 특성일 따름이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우리는 종종 장애를 가진 이를 대할 때, 그 사람이 가진 장애를 그의 인격과 동일시하곤 한다. 과잉된 배려와 친절이 가장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그와 같은 태도 속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은 한 사람의 시민으로 대접받는 것이 아닌 시혜의 대상으로 존재할 따름이기에, 이와 같은 시혜적 태도 또한 하나의 차별이자 배척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시선과 태도의 이면에 존재하는 것은 ‘나’는 장애를 가진 ‘저 사람’과 다르다는 배타적인 의식이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위하는 것’ 같은 모습이 연출되지만, 궁극적으로 그와 같은 태도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자신과 동등한 인격과 인권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태도의 표출이기도 하다.다시금 1화로 돌아가 보자. 우영우가 회전문을 통과하지 못해 그 앞에서 발을 동동 굴리고 있던 모습 속으로. 우리는 한 번이라도 회전문이라는 것이 그토록 위협적이거나 난해한 장애물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을까? 그와 같은 회전문이 누군가에게는 넘어설 수 없는 장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본 적이 있을까? 그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함께 왈츠를 추며, 같은 리듬으로 뛰어들 수 있을까? 우리가 우영우를 바라보면서, 그녀뿐만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궤적을 함께 지켜봐야만 하는 이유이다.

2022-08-16

다크패턴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다크패턴은 인터넷 사이트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사람을 속여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게 하도록 디자인된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가리킨다. 모바일시대에 쓰이는 새로운 신종사기 수법인 셈이다.다크패턴은 2011년 영국의 독립 디자이너 해리 브링널이 개념화한 용어로, 인터넷 사이트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서, 사용자들을 은밀히 유도해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게 하는 등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일상에서 경험하는 악성코드나 피싱도 다크 패턴의 일종이다. 다크 패턴은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것을 뜻하는‘넛지’와 비슷하지만, 속임수에 가깝다.2019년 프린스턴대 연구진은 쇼핑 사이트 1만1천개의 제품 페이지를 분석해 이들 사이트의 11.1%가 한 개 이상의 다크 패턴을 이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15개의 다크 패턴을 목록화했다. 이들이 발견한 다크 패턴의 가장 흔한 방식은‘남아 있는 상품이 1개뿐이다’또는 ‘이 상품을 232명이 함께 보고 있다’ 등의‘마감 임박’ 정보를 제공해 잠재적 구매자들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런 마감 임박 숫자는 사실 무작위로 생성되거나 시간 흐름에 따라 줄어들도록 설정돼 있다.또 물건의 가격 비교를 어렵게 만들거나, 결제 과정의 마지막에 배송비와 세금을 부과해 가격을 속이고,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면 알림 없이 신용카드로 비용을 청구하고, 사용자를 속여 다른 웹사이트로 이동하는 아이콘을 누르게 하는 경우 등이 다크 패턴에 속한다.정보화사회에서 자칫하면 다크패턴의 꼬임에 빠지거나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8-15

‘해저드 맵’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상청에 따르면 최근 30년간 서울의 7월 한 달 강수량 평균값은 414.4㎜, 8월은 348.2㎜였는데, 지난 8일 오전 6시부터 9일 오전 6시까지 기상청이 있는 서울 동작구에 422㎜가 내렸다고 한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도 141.5㎜로 측정돼 80년 전의 종전 최고치(118.6㎜)를 훌쩍 넘기며, 1907년 서울기상 관측 이후 115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그야말로 물폭탄이 떨어진 것인데, 이로 인해 서울과 경기지역에서만 사망 8명, 실종 6명, 부상 9명 등 막대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자 중 절반은 반지하주택 주민이고, 실종자의 대부분은 하수구 인근에서 물길에 휩쓸렸다.이러한 국지성 폭우의 원인은 복합적이지만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온실가스로 인해 지구 온도가 상승해 대기로 유입되는 수증기가 늘어났고 습한 상태에서 강수 조건이 만들어지면서 이번처럼 국지성 폭우가 쏟아졌다.최근 연구된 미래 장기 기후변화 전망을 보면 우리나라는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 2100년까지 강우량은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며, 이번처럼 비가 안 오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많아지는 극한 기후 현상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세웠다.물과 하천관리를 일원화해 총괄 수행하게 된 환경부는 지난 7월 18일 새정부 핵심추진과제를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내용 중 첨단기술로 물 재해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주요 사업으로 제시되었다.구체적 사업내용으로 인공지능(AI) 홍수예보(2025년), 댐-하천 디지털 복제물(트윈) 구현(2026년)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홍수 대응체계를 완비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했다. 아울러 도시침수 문제에 대해서도 침수위험지도를 구축(~2025년)하고, 노후하수관 개량을 통해 땅 꺼짐(싱크홀)도 함께 예방하는 계획을 포함했다.환경부가 제시한 첨단 물재해 대응시스템이 하루빨리 구축돼야 하겠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점은 물재해 대응시스템의 핵심 기능이 우리의 일상 생활 속에서 온전히 접목되어 어떠한 극한 재난 상황에서도 본연의 방재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런 우수사례는 대형 지진과 풍수해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일본에서 2020년 8월 27일부로 수해방지법으로 작성을 의무화한 수해 ‘해저드 맵’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일본에서는 집을 거래할 때 구매와 임대를 불문하고 관련 법령에 의한 계약 첨부 서류 중 하나로 위험지역과 대피소 등을 나타낸 ‘해저드 맵’의 첨부가 의무화되어 주민 스스로 방재 능력을 극대화토록 하고 있다.2022년 8월 현재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제공하는 재해위험지구는 대구와 경북이 각각 10개소와 166개소가 있으며, 대부분 침수 위험지역이다.그러나 제공되고 있는 위험지역 정보는 매우 단순해 주민 스스로 위험을 극복하게 할 수 있는 ‘해저드 맵’의 수준으로 상향되어 조속히 제공될 필요가 있다.

2022-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