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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추리소설의 규칙-노리츠키 린타로

로널드 녹스 여름의 책 읽기란 쉽지 않다. 마음먹고 책 몇 권을 싸 들고 시원한 카페로 나와도 종일 후텁지근한 여름날의 공기 속에 파묻혀 있던 마음은 선선히 글자를 읽어내려 들기 어렵다. 어제 다 끝내지 못한 일 생각이나 이런저런 걱정들을 하다 보면 어느새 눈은 글자의 표면 위 같은 곳을 한참 맴돌고 더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게 된다. 한여름의 열기에 한 번 데워진 마음이란 깜짝 놀랄 만큼 시원한 방 안에 들어와도 쉽사리 차분해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여름의 책 읽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인간의 감정에 다가가는 내용을 가진 책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뒷감당하기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그래도 이렇게 열기에 데워진 마음으로 읽기 좋은 책은 단연 추리소설일 것 같다. 역사의 숨겨진 결들을 눈에 담으며 어쩔 수 없이 지나치게 감정을 이입할 수밖에 없는 역사소설이나 작가의 현란한 문장에 가득 눈이 즐거워지게 되는 요즘 작가들의 소설보다도, 언제나 정해진 곳에서 정해진 사건이 일어나고 마치 정해진 듯한 규칙으로 사건이 해결되기 마련인 미스터리는 무엇보다도 장르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 게다가 사건의 해결 과정이 탐정과의 두뇌 대결로 이어진다는 점도 좋다. 이미 한낮의 열기로 데워진 감정을 다시 소모하기보다는 머리를 써서 읽어내면서 이리저리 추리를 해보는 읽기의 과정이란 얼마나 청량한 경험인가. 그래서인지 나는 언제나 읽기라는 행위에 조금 물렸을 때의 처방으로 추리소설을 읽곤 한다.최근에는 한국에서도 조금씩 추리소설의 붐이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은 미풍에 그치고 있는 점은 추리소설의 오래된 팬으로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식민지 시대와 그 이후 활동했던 김내성이라는 걸출한 추리작가 이후 이상우, 김성종 등 널리 알려진 추리작가가 존재했고, 최근 본격문학과 장르문학 사이의 경계가 해소되면서 점점 새로운 세대의 추리작가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이미 앞서 미스터리 장르의 전성기를 구가했던 유럽과 일본의 장르적 열풍에 비하면 아직은 소소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나마 추리소설의 오랜 고전들이나 최근 활발하게 쓰이고 있는 해외 추리소설들이 충실하게 번역되고 있는 점들이 위안이 된다. 노리츠키 린타로 미스터리의 플롯이란 사실 사건이 일어나고 해결되는 그 사이에서 펼쳐지는 시간이 핵심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리에서는 규칙이란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미스터리에서 추리란 인간의 사고가 움직이는 로직을 의미하는 것이니 사건이 발생하고 해결되는 과정에서 인간 마음의 사고가 움직이는 알고리즘이 중요하지 않을 리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추리소설계에는 유명한 규칙들이 존재하는데 S.S.반 다인(Van Dine)이 1928년에 발표한 20법칙이나 로널드 녹스(Ronald Knox)가 역시 같은 해에 발표한 10계 같은 규칙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사실 모든 규칙이 그렇지만, 그 세세하고 까다로운 부분에서 미를 발견하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규칙이란 따분하고 답답한 것이다. 한국에서 좀처럼 미스터리붐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도 그곳에 있을지 모른다. 어쨌거나 일본의 추리작가 노리츠키 린타로가 쓴 단편 ‘녹스머신’에서는 앞서 로널드 녹스가 제시했던 추리소설의 10계 중 가장 독특한 계명, 추리소설에는 중국인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는 규칙에 의문을 가진 등장인물이 중심이 된다. 이 말도 안 되는 규칙은 분명 황화론을 배경으로 중국에 대한 공포가 유럽에 퍼져 있을 때 만들어진 내용일 것으로 이를 마주한 인간은 이를 이해하기 위한 추리를 해 나가다가 결국 시간을 거슬러 로널드 녹스를 만나 그가 그 규칙 속에 숨겨둔 비밀을 함께 만들어낸다. 규칙이란 어차피 작가와 독자 사이의 약속이니 말이다. 이 노리츠키 린타로의 ‘녹스머신’이 포함된 동명의 중편집은 최상의 추리소설 마니아의 규칙해설서 같은 것으로, 일반적인 추리소설의 규칙이 지루해진 독자들의 일독을 권한다. /홍익대 교수 송민호

2022-07-18

그 길밖엔 없어 <Ⅱ>

허 형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우현이 고개를 돌려 한 차례 한숨을 내쉰 뒤 허 형사를 보았다.-다른 대안이 없으신 것 아닙니까? 인공 콩팥 이식을 받기는 받아야겠고 신품을 쓰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그런 것 아닙니까? 완전한 조건을 원하신다면 중고를 쓰시면 안 되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거 다 불법입니다. 알고 계시지요? 주위 경찰 동료들에게는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이식을 받으시든 받지 않으시든. 허 형사님을 믿겠습니다.결국 허 형사의 아내는 중고 인공 콩팥을 이식받았다. 지방의 한 준 종합 병원의 수술실에서 우현이 데리고 온 외과 의사가 수술을 했다.-너무 걱정 마십시오.의사를 따라 수술실로 들어가던 우현이 허 형사에게 말했다.수술이 끝난 후 병실로 찾아온 우현에게 허 형사가 물었다.-어떻게 구한 콩팥인지?우현은 정말로 듣고 싶은 것이냐 되물었고 허 형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이식을 받은 후 허 형사의 아내는 건강을 되찾은 듯 보였다. 부종도 조절이 되었고, 간간이 반복되던 구역도 사라졌다. 주치 의사가 인공 신장 이식을 받았는지 물었고 허 형사는 그렇다 대답했다. 어디서 받았는지, 무엇을 이식 받았는지 의사는 캐묻지 않았고 허 형사도 말하지 않았다.아내의 당뇨가 나은 것은 아니었다. 인공 콩팥 이식으로 콩팥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다른 합병증들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콩팥이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다른 장기들 또한 기능이 좋았을 리 없었다. 심장과 뇌의 혈관들, 손과 발의 신경들에 합병증이 생겼다. 인공 심장과 인공 췌장 등의 이식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현이 말을 했지만 허 형사와 그의 아내는 더 이상의 수술을 원하지 않았다. 중고였음에도 인공 콩팥을 이식받는데 들어간 비용이 적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삶은 많은 제약을 받고 있었다.인공 콩팥 이식 수술을 받은 지 삼 년이 되던 해 허 형사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심혈관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투석을 시작하면 평균 잔여 수명이 십 년입니다. 십 년 안에는 결국 사망하거나 혹은 이식을 받아야 합니다. 아내를 납골당에 남겨 두고 돌아오며 허 형사는 주치 의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허 형사가 다시 우현의 자료를 찾아 꺼낸 것은 박 팀장이 한 말 때문이었다. 허 형사는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이 된 뒤 인공 장기 브로커들을 만나볼 생각이었지만 인공 장기관련 브로커를 먼저 만나보라는 박 팀장의 충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일을 대강 하는 것처럼 보여도 박 팀장은 베테랑이었다.우현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우리 허 형사님이 전화를 다 주시고. 사모님은 좀 어떠십니까?우현은 허 형사의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굳이 허 형사가 우현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허 형사가 뭐라 대답할지 머뭇거리는 사이 우현이 말을 이었다.-요즘 심장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췌장은 조금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상품이 많이 나오지 않은 탓에. 그래도 허 형사님 일이라면 제가 꼭 만들어 드려야지요. 사모님 일인데. 당연히 그래야지요.허 형사는 잠깐 망설이다 물었다.-폐는? 인공 폐도 나왔다던데. 혹시 물건 있어?헛기침을 몇 차례 한 후 우현이 대답했다.-사모님 일로 전화하신 게 아니네요. 폐는 무슨 이유로 찾으실까?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이쪽 계통에서 일한 지가 제법 되거든요. 폐하고 당뇨하고는 크게 관계가 없는데. 사모님이 담배를 피우시는 것도 아니고. 물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시구나. 그냥 묻고 싶으신 거구나. 그걸 이렇게 돌려 물으시네.눈치가 빨랐다. 허 형사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다른 뜻은 아니고. 사건을 하나 맡았는데 인공 폐 이야기가 나와서. 그저 궁금해서. 혹시 우현 씨가 들은 이야기가 있나 해서.-우현 씨는 무슨. 씨까지 붙이십니까? 그냥 우현이라 하면 됩니다. 저도 뉴스 정도는 보고 삽니다. 혹시 얼마 전 있었던 올더앤베러 최 회장 사건 말씀입니까? 허 형사님 담당 사건입니까? 그게 말입니다, 말하자면.허 형사가 우현의 말을 끊었다.-바로 아네? 올더앤베러 사건인 줄.-당연하지요. 업계에서는 벌써 이야기가 한 바퀴 돌았지요. 그 모델의 인공 폐 이식은 처음이었거든요. 작동을 잘할지 어떨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좀 허무하게 되었습니다.-우리 전화로 이러지 말고 잠깐 보는 건 어떨까? 잠시만 만났으면 하는데.우현이 대답했다.-만날 필요까지야. 저는 고객 아니면 만날 일 없습니다. 특히 형사하고는. 제 직업이 브로커인데 공권력과 만나고 다녀서야 되겠습니까? 대답부터 드릴게요. 저는 그 사건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습니다. 관계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제 되었지요? 전화 그만 끊어야겠습니다. 사모님께도 안부 전해주시고요.-잠깐만.이미 전화가 끊긴 뒤였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갈 뿐 우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후 우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김강 소설가

2022-07-18

詩의 향연 속으로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폭염과 소나기를 번갈아 가며 여름날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반짝이는 모래와 찰랑이는 파도가 사람들을 부르고,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와 숲의 그늘이 도심을 벗어난 발걸음을 반기는 듯하다. 감소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오미크론 하위변이의 증가세로 다시 고개를 드는 듯해도 산과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은 거침없어 보인다.교외로 떠나는 발길만이 분주해진 것이 아니다. 300만 도민의 제60회 경북도민체육대회가 화합과 감동의 축제로 성황리에 막이 내렸는가 하면, 찾아가는 음악회나 춤 공연, 전시회, 시낭송회 등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크고 작은 행사가 백화제방(百花齊放)처럼 열렸거나 열리고 있다. 모처럼 활기띠는 도심과 명소 곳곳엔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니, 서로 만나고 소통하며 교류와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가운데 살맛나는 세상이 한결 느껴지게 되는 것이리라.지난주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경상북도교육청 시낭송 in 포항 페스티벌’은 시낭송과 춤, 노래의 어울림으로 한여름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시의 향연이 아닐 수 없었다. 동해 바다와 연오랑세오녀, 향가, 독도아리랑 등을 비슷하거나 다르게 시낭송의 이미지화, 시노래, 시퍼포먼스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이며 시가 어떻게 낭송으로 꽃피워지고 이채롭게 표현, 전달되는지 멋스럽게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였다. 문자로 쓰여진 시가 음성과 몸짓으로 청중들에게 스밈과 울림으로 다시 태어난 복합적인 콘텐츠였다.이러한 콘셉트는 경상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에서 주최하고 경상북도교육청에서 기획한 시낭송 축제로, 경북을 4개권역(서부권, 동부권, 북부권, 중남권)으로 나눠 각 권역별 시낭송가와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적인 특색을 살린 시를 이색적으로 각색, 연출하여 시의 저변확대와 시낭송문화를 일궈 나가는 아이템으로 진행됐다. 지난 4월 구미에서 ‘행복한 꿈의 詩작’을 시작으로 7월에는 포항권역에서 ‘동해 백만의 詩 꽃피우다’를 주제로 포항시낭송회와 소리나눔, 경주시낭송회 등의 시낭송가들이 참여했으며, 10월 안동, 11월 경산에서 열린다 하니 사뭇 기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시 삼백편을 알면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詩三百 思無邪)는 옛 성현의 가르침도 있지만, 시는 일상의 양념이나 윤활유처럼 부드러움과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해준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힘들어 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보듬고 달래며 삶의 의욕을 부추기는 매개물로 시낭송이 주는 위안과 효능은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한 맥락에서 지난 주말 비 내리는 저녁답에 포항철길숲 한 켠에서 열린 포항문인협회의 ‘문학이 흐르는 숲길’ 주제의 시낭송과 수필, 소설 구절 낭독 등의 문학행사는 지나가는 시민들도 동참해 시를 향유하는 등 의미있게 열렸었다.시를 읽고 낭독을 즐기며 문화와 예술을 사랑할수록 그 도시의 품격과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좋은 문학작품은 단순히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대중과 사회가 공감하고 지속가능한 내일을 지향하며 더 나은 세계를 추구하는 지역의 꿈과 의지의 산물인 것이다.

2022-07-18

강한 기업을 만드는 미에루카 경영

정상철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미에루카 경영은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구성해서 쉽게, 편리하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고객, 경영, 조직, 문제, 지혜 등 보이기 시작하면 기업은 강해진다. 미에루카는‘눈으로 보이게 하다’의 일본말이고 도요타자동차에서 생산 현장은 물론 모든 경영일반에까지 적용되고 있다.사거리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으면 어떻게 될까. 혼란과 혼돈으로 후진국형 교통시스템이 될 것이다. 선진국은 복잡하게 보이는 거미줄 같은 교통시스템이 신비하게 돌아가는데, 눈으로 보이는 구조와 세가지 색으로 심플하게 돌아가기 때문이다.가정에서 보면 계절이 바뀌어 옷장에 옷을 찾을 때 불편함을 겪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사계절 칸을 구분하고 평상복, 외출복 등 표기해놓으면 찾는 데 편리하고 같은 옷을 또 사는 실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기업에서 보면 문제를 드러내지 못해 개선 못하는 잠재적 문제가 70%, 눈에 보이는 문제는 30% 정도라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를 발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것은 인식의 문제와 기술적 분석에 의한 속의 문제를 드러내게 하는 것이다.끊임없는 개선문화를 갖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는 직책 간부 인사평가에서 문제발굴능력을 30%, 개선력을 20% 평가한다. 생산현장 뿐만 아니라 조직상의 문제도 드러내어 효율적인 구조로 개선하는 것이다. 문제를 드러내면 개선은 시작되는 것인데, 문제를 문제로 못보는 것도 큰 문제다. 이는 학습과 훈련을 통해서 속 문제까지도 볼 수 있어야 한다. 제조업의 생산 속 문제를 드러나게 하려면 생산의 재조건에 대한 학습이 필요하다. 설비, 사람, 재료, 방법 등 각 상세분석에서 문제를 찾아내고 개선하면 생산 안정화를 통해 프로세스 수준을 높여 경쟁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경영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생산 현장에서도 5S(정리, 정돈, 청소 등)와 VM(Visual Management)을 통한 살아있는 현장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예컨대 정리를 통해 필요없는 물건은 과감하게 버리고 여유 공간이 생기면 흐름을 좋게 하는 레이아웃(Layout) 설정과 정해진 위치에 정해진 물건을 품목의 크기, 모양, 무게, 정해진 양에 맞게 설계한 보관대 설치와 VM을 표기하면 일을 편리하게 하는 현장관리가 되는 것이다.‘보이면 해결된다’는 식의 단순한 문제는 점점 줄어들고 있고, 실제 기업활동에서도 이상 상태나 문제를 발견했다해도 그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실질적 효과를 위해‘근본원인의 가시화’가 중요한 것은 문제를 일으키는 이유를 알고 근본적인 대책수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미에루카 경영의 보다 중요한 점은 보이게 됨으로써 뭔가 새로운 것이‘자라나는’것이다. 눈이 뜨이면 현상이 보이게 되고 교육과 훈련을 통해 근본적인 문제를 풀어나가는 현장을 만드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현장은 무너지고 오직 보이는 현장만이 살아남을 것이다.‘보인다는 것’, 그것은 기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며 강한 기업을 만드는 생명선이다. 강한 현장력은 합리적인 경영자의 경영능력에서 시작된다.

2022-07-18

코로나 더블링 재유행, 서민고통도 더블링

한주 단위로 신규 확진자 수가 2배로 늘어나는 코로나 더블링 현상이 수도권, 비수도권 할 것 없이 지속되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지난 주말 이틀 연속 4만명대를 기록했다. 일요일 기준 12주 만에 최다 발생을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재유행은 폭풍전야 분위기다. 정부는 18일부터 4차 예방접종을 50대 이상으로 확대하고 18세 이상 기저질환자와 장애인·노숙인 시설입소자까지 예방접종 범위를 넓혔지만 확산 중인 BA.5 변이를 잘 제어할지 의문이다. 2차(86.9%)와 3차 접종률(65%)을 감안하면 4차 접종률을 얼마나 끌어올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BA.5 변이 바이러스는 16일 일본서 하루 11만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세계적으로도 빠른 확산세다. 미국은 이달 13일로 끝났던 코로나19 대응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3개월 더 연장했다. 우리도 8월중 15만∼20만명의 신규 확진자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오랜 거리두기를 경험한 우리로서는 코로나 재유행은 생각만 해도 끔찍스럽다.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 재유행 우려에 4차 접종 대상자를 확대하는 조치말고는 별다른 대응책을 내놓은 게 없다. 과학방역 하겠다는 윤 정부의 대응이 이 정도라면 다소 실망스럽다. 그러나 영업시간과 모임을 제한하는 거리두기가 시행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또다시 경제적 고통을 주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하지만 걱정이 되는 부분도 많다. 특히 학생들의 여름 방학과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사람의 이동이 많아지고 있다. 거리두기 해제로 사람들의 경계심도 많이 풀려 코로나 재유행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새 정부는 과거와 다르게 좀 더 주도면밀한 방역으로 선제 대응해 국민의 보건안전을 지키고 국민을 안심시켜 주었으면 한다. 지금 우리 경제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고물가와 금리인상, 무역수지 적자 등 어느 하나 좋아보이는 구석이 없다. 특히 서민층은 더위와 경제난으로 하루하루 생활이 힘겹다. 이런 와중에 코로나19까지 덮친다고 생각하면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서민층을 위한 정부의 따뜻하고 세심한 보호 대책이 있길 바란다.

2022-07-18

디지털 임플란트

중년의 나이를 지나 자연 치아를 잃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 하지만 임플란트 시술은 상당한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많고, 시술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려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기술이 바로 ‘디지털 임플란트’다. 디지털 임플란트 시술에는 3D 프린터와 치아의 형태를 정확히 기록하는 구강 스캐너가 사용된다. 치과의사의 손과 눈으로 직접 했던 작업들이 첨단기술의 도움을 받아 더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된 것.디지털 임플란트는 수술 과정에서 디지털 방식을 적용,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치아가 어디에 위치해야 할지를 정하고, 가장 이상적인 위치에 임플란트를 식립할 수 있는 보조장치를 사용해 수술을 진행하게 된다. 디지털 임플란트는 건물을 짓기 전에 모든 설계를 마친 후 실행을 하는 것처럼 수술을 진행하기 전에 모든 것을 결정하기 때문에 수술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이상적인 위치에 임플란트를 식립할 수 있다.수술 시간도 크게 줄어든다. 일반적인 임플란트는 올바른 위치에 임플란트를 식립하고 있는지 자주 확인해야 하지만 디지털 임플란트는 가이드를 사용해 위치를 잡아줘 임플란트 위치를 확인하는 횟수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또 디지털 임플란트는 수술을 할 때 신경관이나 상악동, 인접 치아의 뿌리 등을 잘 피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수술 전 컴퓨터 상에서 이러한 구조물들을 피해서 3차원적인 위치를 결정하기 때문이다.디지털 임플란트는 첨단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듯 싶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7-18

‘원헬스시티’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7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4만342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는 확진자수가 6천65명으로 가장 낮았던 한 달 전 6월 19일의 약 6.7배나 된다. 코로나19 BA.5 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화되는 상황에서 전파력이 가장 센 새 변이 BA.2.75(일명 켄타우로스)마저 상륙해 전파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다.코로나19 확진자 급감으로 잠시나마 누렸던 일상회복의 기쁨이 큰 만큼 다시 거리두기 등 방역체계 강화에 대한 우려가 더없이 높아지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이러한 코로나19, 원숭이 두창과 같은 인수공통 감염병은 물론이고 인간과 동물의 항생제 내성으로 인한 슈퍼바이러스 발생, 가습기 살균제 등 각종 화학물질 사고, 남세균 녹조와 같은 유해 조류의 대발생 등 사람과 동물, 환경과 보건이 합쳐지는 ‘원헬스(One Health)’ 이슈가 급부상하고 있다.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 등에 따르면 ‘원헬스’란 ‘사람과 동물, 환경 등 생태계의 건강이 모두 연계돼 있다는 인식 아래 모두에게 최적의 건강을 제공하기 위한 다차원적 협력 전략’을 의미한다. 이렇듯 ‘원헬스’는 의사, 수의사, 환경보건전문가들을 하나로 협력하게 만들며, 공중보건, 축산방식, 환경독성 등 다양한 연구분야에서 협력적 연구가 진행된다.‘원헬스’에서 더 나아가 ‘원헬스시티’는 첨단기술을 활용하여 인간, 동물 및 환경의 건강과 4차 산업의 고도화를 이루는 도시를 추구한다. 또한 도시전체에 IoT, AI, 클라우드 기술을 채용한 환경, 수의 및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스마트한 환경(에너지, 대기질, 수질, 폐기물 등), 동물(반려동물, 축산 등), 사람(빌딩, 물류, 교통 등)의 관리를 도모한다. 앞으로 이러한 ‘원헬스시티’가 대구경북에 접목된다면 지역 주요 환경보건 이슈인 낙동강 유해물질 유출사고, 산업단지 악취문제, 심각해진 폭염재난 그리고 코로나19 감염병 등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더욱이 지난 5월 윤석열정부 110대 국정과제 25번 ‘바이오·디지털헬스 글로벌 중심국가 도약’이 ‘원헬스시티’의 개념과 잘 연계되어 전망이 밝다. 이 과제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자신의 의료·건강정보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건강정보 고속도로’ 시스템의 구축이 제안됐다. 그리고 이 시스템에 맞춤형으로 제공하기 위한 의료 마이데이터,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제안됐다. 아울러 보건의료 빅데이터 구축 및 개방, 바이오 디지털 활용 인공지능 개발 등 데이터 기반 연구개발을 확대하고 정밀의료를 촉진하는 디지털헬스 정책의 강화도 제안됐다.국가물산업클러스터가 운영되고 있는 대구는 첨단 물관리 기술에 에너지 및 ABB(AI·빅데이터·블록체인)기술이 접목된 물분야 글로벌 선도 ‘원헬스 워터시티’로, 메타버스 수도를 지향하는 경북은 바이오와 탄소중립 기술을 기반한 초혁신 ‘원헬스 메타라이프시티’ 생태계로의 조성을 기대한다.

2022-07-18

K2 美기지이전 협상시작…신공항 순항

대구시는 지난 17일 “대구 군공항(K2)내 미군기지를 대구경북통합신공항으로 이전하기 위해 주한미군이 미 국무부에 신청한 ‘협상권한위임 절차’가 완료됐음을 통보받았다”고 밝혔다. 협상권한위임 절차란 미 국무부가 주한미군에게 K2내 미군시설 이전을 위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공식적으로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미군기지를 옮기려면 미 국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대구시는 지난 2020년 11월부터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에 ‘군공항이전 특별 분과위원회’를 신설해 국방부, 외교부, 주한미군, 대구시가 협상을 추진해왔다. 미군기지 이전협상은 신공항 건설 사업 1단계인 ‘군공항 이전 기본계획’수립의 핵심 절차지만, 그동안 미 국무부가 이의를 제기해 진전되지 않고 있었다.이제 주한미군에게 협상권한위임이 승인됨에 따라 대구시와 국방부, 주한미군은 미군시설 이전 절차를 위한 실무 협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대구시는 조만간 국방부, 주한미군과 K2내 미군기지 이전 논의를 거쳐 ‘통합신공항 기본계획 수립용역’을 완료할 예정이다. 다음달 초까지는 연구용역 결과를 경북도·국방부와 함께 공동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같은 날 대구공항 민간공항 이전 사전타당성 검토 결과를 발표한다. 우려되는 점은 K2내 미군기지 이전과 비슷한 사례인 서울 용산 미군기지 이전 과정을 보면, 미 정부로부터 협상권한을 위임받은 주한미군과의 협의도 그렇게 낙관할 수 없어 대구시의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이제 통합신공항 건설문제와 관련된 ‘잠복된 문제’들이 거의 외부로 노출되고 ‘협상의 장’도 마련된 만큼, 대구시와 경북도는 일심동체가 돼 성과내기에 몰두해야 한다. 우선 대구·경북 정치권은 통합신공항 특별법이 국회에서 빨리 통과되도록 총력을 쏟아야 한다. 신공항 교통인프라와 주변 공단·후적지 개발을 원활하게 추진하려면 국비지원을 명문화하는 특별법이 꼭 관철돼야 한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지역 국회의원들의 역량을 기대한다.

2022-07-18

지지율이 무너지는 다섯 가지 이유

김진국 고문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불안하다. 한국갤럽이 15일 발표한 지지율은 32%다. ‘잘못한다’는 53%다. 심지어 다시 투표하면 이재명을 찍겠다는 사람이 50.3%이고, 윤석열 후보는 35.3%라는 여론조사 결과(미디어토마토)도 있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취임 2분기에 20%대로 급락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생각난다. 광우병 파동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취임 1년도 안 돼 20%대로 떨어졌다. 취임 초 지지율 급락은 국정 동력을 크게 떨어뜨렸다. 5년 단임 대통령이 이때를 놓치면 성과를 내기 어렵다. 다행히 이 전 대통령은 곧 지지율을 회복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비주류 대통령으로 고생했다. 두 대통령 시절 집권당이 불안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북 송금 수사로 민주당 주류였던 호남 세력과 갈등을 빚었다. 당을 쪼갰다. 이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박근혜 대표와 긴장 관계였다. 여야 대립은 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당내 갈등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경험이 없다. 그래서 국민이 불안하다. 지난 선거는 비호감 선거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가 싫어 윤 대통령을 선택한 유권자가 대부분이다. 뽑아놓고는 걱정이다. 국정 운영 능력에 반신반의한다. 믿음을 주는 게 관건이다.그런데 첫째, 집권당 꼴이 말이 아니다. 대표가 자격정지다. ‘윤핵관’끼리도 관계가 묘하고, 어수선하다. 장관과 청와대 인사에 대해 말이 많다. 일부는 탈락했다. 누가 추천했느냐를 두고 뒷말이 끊이지 않는다. 여론조사에서도 인사 불만이 가장 크다. 그런데도 불안해하는 국민을 향해 “이전 정부와 비교해보라”라고 윽박지른다. 반성이 없으니 더 나아질 희망도 없다.둘째, 정부가 과거로 달린다.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지겨웠던 ‘적폐 청산’의 후속편이다. 문재인 정부 때 윤 대통령이 그 일을 했다. 정의가 뒤집힌 일들이 너무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에만 매달리기에는 미래가 너무 엄중하다. 빨리 끝내야 한다. 전문가에게 맡겼으면 대통령만이라도 민생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셋째, 정권을 교체한 건 ‘빠 정치’가 싫어서다. ‘다름’을 용납하지 않고, 공격하는 정치다. 정권이 바뀌어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집 앞에서 욕설로 소음 테러하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 집무실 시위도 허용되는 판”이라고 부추기는 건 대통령이 할 말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국민을 선과 악으로 갈랐다. 상대편에 친일파, 토착 왜구란 딱지를 붙였다. 국제 정세도 현실이 아니라 식민지 지식인의 눈으로 가공의 세계를 그렸다. 이런 흑백논리가 반복되면 곤란하다. 토착 왜구의 대척점에 빨갱이, 간첩이 있다. 정책도 문 정부는 종전선언, 평화협정, 탈원전 등을 절대 선으로 놓고 비타협적으로 밀어붙였다. 반작용으로 반대 방향으로만 돌격하는 것 역시 위험하다.넷째, 대통령은 많이 들어야 한다. 대통령 말이 너무 길다고 한다. 회의하면 대통령 혼자 말하고, 끝나는 일도 있다고 한다. 혼자 다 아는 지도자는 위험하다. 들어야 많은 사람의 도움을 얻을 수 있다.다섯째, 가족과 측근 프레임을 빨리 벗어야 한다. 전임 대통령들도 모두 가족 리스크가 있었다. 윤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는 후보 시절부터 많은 구설을 겪었다. 공격적인 음해가 지금도 계속된다. 인사 때마다 김 여사 이름이 입길에 오르내린다. 절제되고 투명한 활동이 필요하다. 공식조직의 지원을 받는 게 도움이 된다.‘윤핵관’ 프레임도 빨리 벗어야 한다. 몇 사람이 대통령과의 사적 인연을 즐기는 동안 대부분 사람은 멀어진다. 공조직의 힘이 빠진다. 점을 쳐서 맞힐 확률은 반반이다. 하지만 결과는 0% 아니면 100%다. 우연히 맞힌 그 절반 때문에 미신에 빠진다. 윤 대통령의 기적적인 승리를 예측한 사람도 많다. 자랑할 일도 아니다. 국정에는 입을 못 대게 해야 한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의혹만으로도 민심이 흔들린다. ‘○○법사’, ‘○○사랑’ 같은 비선과 팬클럽을 차단했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 섭섭해도 단호해야 흔들리는 민심을 수습할 수 있다. /본사 고문

2022-07-17

교사 인사원칙, 충분한 의견 듣고 개정하라

대구시교육청이 26년간 유지했던 초등교사 인사관리 원칙을 개정해 내년 3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교사 수급 불균형, 달성군 지역 교사 부족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서다. 시교육청은 지난 1996년부터 동부(동구·수성구·중구), 서부(북구·서구), 남부(남구·달서구), 달성 등 4개 교육지원청 체제를 갖추고, 초등교사는 해당 교육지원청 관할 학교끼리 인사교류를 해왔다. 교육지원청 간 전보인사는 교사 희망에 따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예고된 인사개정안은 교사들이 선호하는 근무지인 동부와 남부를 ‘경합지원청’으로 분류하고, 경합지원청 근속 만기 연한(8년)이 지나면 근속 경력이 많은 순으로 비경합지원청(서부·달성군)으로 ‘강제전보’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새로운 인사원칙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자 교육지원청 간 전보 인사 범위를 3분의 1로 제한할 예정이다. 그리고 내년 인사에서 경합지원청 근무교사가 비경합지원청 근무를 자원하면, 1개 학교 만기 근무(보통 4년) 후 다시 희망하는 교육지원청으로 전보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를 두기로 했다.내년 인사부터 상당수 교사가 강제 전보 방식으로 교류되기 때문에 큰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예를들어 현재 수성구 시지지역에 있는 교사가 달성군내 면단위 학교로 발령 날 경우, 근무환경이 크게 열악해질 수 있다. 지금까지는 달성군 등 비경합지원청에 근무하는 교사는 승진가산점이 있었기 때문에 자원하는 교사들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들어 가산점 인센티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비경합지원청은 교사수급에 애를 먹고 있다.시교육청의 교사 인사원칙 개정 취지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교사 입장에서는 당장 내년부터 강제전보 인사원칙이 시행되는데 대해 심리적 부담이 클 것이다. 향후 군위군이 대구에 편입돼 개정된 인사원칙이 적용되면 교사들의 반발은 더욱 심해질 뿐더러, 법률적인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 아직 인사개정안을 다듬을 시간이 있는 만큼, 일선교사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결정하길 바란다.

2022-07-17

신공항 이견 조정, 사업 순항에 총력 쏟자

홍준표 대구시장의 새 특별법 추진으로 다소 혼선을 빚었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이 대구시와 경북도 두 기관의 합의로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경북도는 최근 지역정치권과의 간담회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기존의 기부 대 양여방식과 대구시가 밝힌 특별법 제정을 동시에 추진하는 투트랙 방식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투트랙 방식은 속도감 있는 공항 건설을 위해 이미 예산이 확보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기부 대 양여방식을 유지하되 대구시가 추진하는 수정된 내용의 특별법 추진에도 힘을 보태기로 한 것이다.수정된 특별법은 △제대로 된 민간공항의 국비건설 △군공항은 기부 대 양여방식으로 추진하되 부족한 부분은 국고지원 △공항 배후도시와 산단, 도로, 철도 등 연계사업에 대한 포괄적 행·재정적 지원 그리고 △이미 완료된 절차와 업무를 승계하도록 해 사업의 연속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와 관련 주호영 의원은 기부 대 양여방식에 국고지원이라는 살을 붙인 것이라 설명했다.이철우 경북지사의 말대로 “대구시와 경북도의 이견은 더 나은 방안을 찾아가는 건전한 과정”이라 말할 수 있다. 두 기관이 새로운 투트랩 방식에 합의함으로써 이제 신공항 건설사업은 조속하고 성공적인 완성만 남은 셈이다.신공항 건설은 대규모 사업비가 투자되는 지역의 대역사다. 이 사업의 성공 여부에 따라 지역의 미래 성패가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의 유치는 물론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대구·경북의 도시들이 활기를 찾고 그야말로 소멸위기에서 벗어나는 동력이 생겨나는 사업이다. 지역민의 기대가 큰 것도 당연하다.홍 시장은 “중남부권 물류여객의 관문공항으로 만들겠다”는 자신의 생각을 밝힌 적도 있다. 특히 군부대 이전부지에는 국제규모의 관광시설 등 첨단산업단지를 조성해 대구의 옛 영화를 되찾겠다고도 했다. 구체적 사업은 진행돼 봐야 알겠지만 새로운 공항 건설과 군부대 후적지 개발은 지역의 그림을 바꿀 만큼 파급력이 큰 사업이다.민선 8기 출범을 계기로 지역정치권의 단합된 힘으로 신공항 건설사업에 매진하는 모습을 지금부터 보여주어야 한다.

2022-07-17

제로 코로나의 後果

우정구 논설위원 중국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책으로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정책인 제로 코로나를 선택한 유일한 나라다. 제로 코로나는 코로나19 감염증 환자가 0 상태일 때까지 주민과 지역을 국가에서 엄격 통제하는 방식이다. 만약 한 명의 확진자라도 발생하면 그 지역은 전면 봉쇄가 되고 주민들은 바깥으로 나갈 수 없다. 경제활동도 물론 중단된다.도시가 봉쇄된 상하이에서는 생필품이 부족해진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안에서 각자의 물건을 내놓고 서로 필요한 물건을 물물교환하는 일까지 벌어진 바 있다. 대학교 기숙사에 있던 학생들은 집에 못가 발을 동동 굴렸다고도 한다.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코로나사태 초기에는 확진자 수를 줄이는 등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의 등장으로 확진자가 급격히 늘면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비판과 불만이 커져 갔다. 일각에선 3연임을 앞둔 시진핑의 정치적 이유로 정책이 철수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지난 2분기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전년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두 달간 봉쇄됐던 상하이는 ·13.7%를 기록했다. 중국경제의 대추락을 의미하는 결과여서 충격적이다.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중국경제는 하반기 전망도 밝지 못하다. 지난해 1분기만 해도 18%의 성장률을 보였던 중국경제의 추락 원인을 두고 여러 갈래 해석이 있으나 제로 코로나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어 시선을 끈다.우리 속담에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잡으려고 국민의 경제활동까지 막았던 중국의 방역정책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셈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7-17

제헌절에 즈음하여

김규종 경북대 교수 제헌절은 1948년 7월 17일 헌법이 공표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2022년 7월 17일은 74번째 맞이하는 제헌절이었다. 그동안 우리 헌법은 9차례 개정되었는데, 그 가운데 2, 5, 6, 7, 8차의 개정은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것이었다. 달리 말하면 대통령 1인을 위한 헌법개정이 다섯 번이나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더욱이 마지막 헌법개정은 지난 1987년의 일이었으니, 35년 동안 헌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다.영화 ‘1987’에도 나오지만, 1987년 헌법개정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과 희생이 있었는지, 우리는 안다. 대통령 직선제 쟁취를 위해 거리에서 광장에서 지하철에서 최루탄과 맞서 싸운 눈물겨운 투쟁의 기억은 아직도 새롭다. 체육관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희대의 사기극을 종식하고자 6월 10일, 18일, 26일의 ‘평화 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은 기억할 만하다.오늘의 대한민국은 1987년 개정된 헌법에 기초하고 있다. 21세기 20년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20세기 80년대 헌법에 의지하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우리 헌법(憲法)은 낡아빠진 ‘헌’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옛말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는데, 헌법은 요지부동(搖之不動)이니 하는 말이다. 동서고금에 유용한 격언이 ‘만상의 본질은 변화’에 있다는 말이다. 변하지 않는 유일자(唯一者)는 사멸한 것이기 때문이다.전투경찰과 백골단의 최루탄과 각목과 쇠파이프에 맞서 꽃병과 투석으로 맞서야 했던 시대에 개정된 헌법이 인공지능 로봇이 활보하는 우리 시대에 얼마나 부응할지는 자명하다.35년 동안 진행된 변화양상을 보노라면 눈앞이 아찔할 정도다. 이동통신과 전자우편, 인터넷과 가상공간, 똑똑한 전화기(스마트폰)의 세계적인 보급이 현저하다. 4차 산업혁명이 눈부시게 현현하는 시대 아닌가?!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이질적인 시공간을 창출한 시점에 우리의 법과 정의 개념은 구시대에 머물러 있다. 단순한 권력구조 개편만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 시대를 인도할 시대정신을 담아낼 담대하고 원대한 청사진이 필요한 시점이다. 중앙권력과 이념의 시대에서 지방분권과 실사구시의 시대로, 나와 가족에서 우리와 공동체로, 지역과 세대 갈등에서 국민통합과 화합의 시대로 나아가야 할 때다.한국 사회는 누적된 갈등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각자도생을 꾀하는 개인과 조직 때문에 사회 전반의 활기와 진취적인 기상이 위축되고 있다. 소소한 이익과 분노로 인한 갈등 요소가 곳곳에서 분출하고, 작은 이해관계의 충돌에도 분노를 감추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가고 있다. 나아가 동아시아와 세계정세 또한 우리의 치밀한 미래기획과 슬기로운 대처를 요구하고 있다.사정이 이럴진대 이번 제헌절을 맞이하여 국가 운영의 근본적인 틀을 혁신할 수 있는 웅대하고 미래지향적인 방안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21세기가 요구하는 새로운 시대의 내용은 새로운 형식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한다.

2022-07-17

3일간의 행복

강길수 수필가 ‘우와! 이게 웬 복이야! 나라꽃을 이곳에서 만나다니….’하고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순간, 숙소가 멀다는 생각이 싹 사라졌다.사흘간 오가며 나라꽃 무궁화의 웃음을 보며 오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행복의 물결이 밀려들었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우리나라 꽃’ 노래가 절로 흥얼거린다.칠월 중순의 둘째 날 아침이다. 숙소가 교육장과 멀어 조금 언짢았던 기분이 되살아나며 모텔 문을 나섰다. 첫 길이라 얼마간 이곳저곳 돌면서 교육장 가는 길을 찾았다. 간선도로에 연결된 주택지 도로다. 노변으로 상가가 형성되어 있다. 얼굴, 목, 등에서 땀이 났다.그런데 초입을 들어서자, 보도에서 활짝 웃는 얼굴들이 도열하고 서서 오는 이를 반기고 있는 게 아닌가. 언짢았던 기분도, 흐르는 땀의 불편도 휙 사라졌다. 바로 무궁화의 인사 덕분이다.“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 꽃.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 꽃.….”누구나 즉석에서 따라 부르며 배울 수 있는 이 쉽고 아름다운 동요가, 가슴 깊은 곳에 숨어 살아있음을 알아채던 기쁜 순간이다. 집에 돌아와 웹사이트에서 가사와 멜로디를 찾아본다. 기억은 틀리지 않았다. 눈망울 초롱초롱한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로 동요를 듣는 기분은 ‘나와 너, 우리가 바로 하나’라라는 공동체 의식을 키웠던 그 옛날 기억도 되살렸다.무궁화는 우리 민족과 예로부터 관련이 깊다. 신라의 최치원이 당에 보낸 문서에서 우리나라를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 나라’라고 불렀다. 또, 옛 중국 동진(東晉)의 문인 곽박(郭璞·276~324)이 쓴 지리서(地理書) ‘산해경(山海經)’에서 ‘군자 나라에는 무궁화가 많은데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더라(君子之國有薰華草朝生暮死)’라고 하였다.무궁화가 어떻게 나라꽃이 되었는지 공적 선정 자료는 못 찾았다. 다만, 16세기부터 ‘무궁화’란 말이 쓰인 것을 보면, 백성의 삶 속에 먼저 나라꽃으로 자리 잡았다 싶다. 구한말 신문화가 밀려오면서 남궁억, 윤치호 등이 국화의 필요성을 알고 무궁화를 국화로 하자고 한 바 있다. 그때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구절이 들어가, 무궁화는 나라꽃으로 자리매김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구절은 1896년 11월 21일 독립문 정초식 때, 배재학당 학생들의 애국가에서 처음 불렀다 한다.대통령 표장(標章)이나 국가 기관 마크 등 많은 데 무궁화무늬를 쓴다. 그러나 정작 무궁화를 심고 가꾸는 일에 우리 사회는 소홀히 해온 게 사실이다. 한데, 이곳엔 누가 무궁화를 심었을까. 주민이든, 지자체든 심은 분들에게 마음의 박수를 보낸다. 인천광역시 남동구 문화서로 23번 길과 89번 길을, 아침저녁 무궁화 웃음 속에 걸었던 3일간의 행복은 내게 나라꽃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일깨웠다. 고맙고 또, 고맙다.무궁화를 온 나라가 애써 가꾸고 마음에 새겨, 3일간의 행복이 평생 가면 좋겠다.

2022-07-17

프랑켄슈타인과 인문학

유영희작가 지난 7월 12일, 제임스 웹이 찍어 보낸 우주 사진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제임스 웹은 작년 12월에 미국의 나사에서 쏘아 올린 우주 망원경 이름인데, 허블 망원경보다 100배 더 성능이 좋다고 한다. 이제 우주의 신비를 밝히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든다.우주의 신비만큼 인간의 뇌 역시 아직은 신비의 영역이다. 2년 전 뇌 MRI를 찍었는데 소혈관에 고신호가 발견되었다. 나이 들며 나타나는 정상적인 변화라고는 하지만, 7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가 파킨슨 병을 오래 앓으셨고, 어머니의 오빠 두 분과 언니 동생 등 7남매 모두 뇌 질환으로 돌아가셨기에 뇌 질환에 대한 공포가 유별난 편이라 뇌에 관심이 많다.이런 사연이 없더라도 뇌 질환에 대한 두려움은 120세를 바라보는 현대인에게 모두 있을 것이다. 이런 두려움을 해소해줄 뇌 연구 속도는 기대를 넘어선다. 신경과학이라는 용어가 1969년 처음 만들어졌으니 본격적인 뇌 연구 역사는 50년 조금 넘었는데 2019년 미국에서 뇌 오가노이드 제작에 성공했으니 말이다. 네덜란드에서 성체줄기세포로 장관 오가노이드를 만든 후 10년 만의 성과이다. 작년 8월 한국에서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여 기존보다 2배 이상 크게 배양했고, 그 한 달 후 독일 연구팀이 뇌 오가노이드에서 눈을 유도하여 발생시켰다는 연구도 발표되었다.오가노이드는 장기유사체라고 하는데, 세포 분열 이전의 유도만능줄기세포를 특정 기관의 세포로 유인해서 그 기관의 기능과 작용을 재현하는 것이다. 장기유사체 개발로 많은 불치병이 치료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뇌 장기유사체는 배양지지체에서 배양되기 때문에 아직은 성장에 한계가 있지만, 이렇게 배양된 뇌를 쥐의 뇌에 이식하면 쥐의 뇌와 결합하여 뇌의 성장이 빨라진다고 한다.그러나 혀, 신장, 폐 등의 장기유사체와는 달리 뇌 장기유사체 개발에는 마냥 환호하기 어렵다. 뇌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뇌의 신비가 밝혀지기를 바라면서도 현대 신경과학자들이 프랑켄슈타인이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문학이 뇌 연구의 한계를 정하기도 어렵다.생명윤리를 연구하는 법학자 최경석은 쾌락과 고통을 느끼거나 학습 능력이 있다면 주체성이 있는 인간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면서 그런 능력을 가지기 전까지만 연구하자고 제안한다. 그러나 이런 수준의 연구라면 뇌를 연구할 의미가 없어진다는 딜레마가 생긴다. 뇌 과학 연구가 세상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분자생물학자 선웅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어렵다.며칠 전 인공지능 시대에 인문학의 역할에 대한 강의를 듣게 되었는데, 이제 인문학은 과학의 발전을 따라가야 한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프랑켄슈타인의 잘못은 괴물을 만들었다는 행위가 아니라 그 괴물에게 이름을 붙여주지 않은 것이라던 어느 인문학자의 말이 생각난다. 인문학이 뇌 과학자가 만든 뇌 장기유사체에 이름을 붙여주는 임무 이외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인문학의 새로운 숙제가 무겁게 다가온다.

2022-07-17

새롭게 시작하는 4년, 혁신으로 도약 준비

조재구 대구 남구청장 길었던 코로나가 엔데믹으로 전환되고, 많은 이들이 이제야 너도나도 움츠렸던 몸을 겨우 일으켜 기지개를 켜고 심호흡을 했다. 지난 2년 동안의 코로나 상황으로 누구보다도 큰 어려움을 겪은 남구는, 이제 그 위기를 훌훌 털어내고 희망찬 도시로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하지만 현재 남구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지난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심각한 인구소멸 위기에서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오래전부터 서서히 시작된 도심의 노후화로 인한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해 더 이상 젊은 사람이 선호하지 않는 도시가 되었다는 방증이었다.이러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으로 지난 4년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남구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바로 노후화된 주거환경이었다. 오래된 주택이 대부분이었던 남구를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오직 재개발·재건축뿐 이었다.미군부대의 장기 주둔으로 개발이 제한된 탓에 생활기반시설이 낙후되고,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은 10년 이상 된 노후주택이었다. 아파트 비율도 낮았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 남구에서 20년 동안 공급된 아파트는 6천740가구가 전부였다. 그런 남구가 ‘저평가 우량주’로 재평가 받고 있다. 재개발, 재건축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다 걸림돌이었던 미군부지 반환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남구에는 현재 재개발, 재건축사업이 추진되는 곳만 30여 곳이며, 소규모 주택정비사업과 도시환경정비사업까지 합치면 60곳이 넘는다.이러한 간절한 노력의 결과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젊은 인구 유입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했다.동네의 분위기도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남구의 자랑인 앞산과 맑은 물이 흐르는 신천을 따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남구를 향했다. 이제 앞으로 다가오는 4년은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인가. 지난 4년간의 밑그림을 바탕으로 남구가 더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새로운 4년을 시작하고자 한다.그러기 위해서, 첫째로, 남구가 그리는 도시는 ‘신바람 나는 희망경제 도시’이다.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위해 반려동물 산업 클러스터를 구축해 지역상권을 활성화시키고, 지역 내 대학과 협약을 통해 청년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이어서 신청사 시대와 함께 펼쳐질 ‘프리미엄 행정도시’도 중요한 과제이다. 미군 캠프조지 후적지를 개발해 제2국민체육센터 건립과 남구청사 및 남구소방서의 신축으로 이루어지는 행정복합타운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남구의 오랜 숙원인 미군 부대 3차 순환선 완전 개통 추진으로 주변 환경 개선 및 새로운 경제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일상이 풍요로워지는 ‘함께하는 복지도시’도 꼭 필요한 가치이다.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일사천리 생활복지기동단을 운영하고, 어르신들을 위한 스마트경로당구축, 아동복지 강화와 건전한 청소년 육성을 목표로 아동복지센터 및 청소년 동아리 활동 및 문화체험을 지원할 것이다.그리고 남구의 교육환경을 한 차원 높일 ‘미래형 교육도시’로서의 인프라를 갖출 수 있도록 반환되는 미군 헬기장 부지에 대구도서관 건립과 평화공원을 조성해 시민들이 소통하는 복합 문화공간 및 어린이 영어 영화관 건립을 계획 중이다. 또한, 인터넷 수능방송과 강남 유명 강사 강의를 지원해 사교육비를 획기적으로 절감하고 차별 없는 교육여건을 조성할 생각이다.마지막으로 ‘디지털문화 관광도시’조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디지털 영상을 통해 다양한 문화체험이 가능한 문화 디지털 전시관과 몰입형 미디어 아트인 빛 벙커 문화공간을 조성해 남녀노소 누구나 예술을 즐기는 도시를 만들고자 한다.앞서 완공된 앞산 해넘이전망대를 시작으로 앞산하늘다리, 3대가 함께하는 명품 도시형 캠핑장, 고산골 로하스 건강테마파크와 여기에 앞산의 모든 관광지를 한데 이을 수 있는 앞산 관광 모노레일까지, 남구의 자랑인 앞산을 바탕으로 탄탄한 문화관광 인프라를 구축해 남구만의 매력적인 관광테마파크 조성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문화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사업을 바탕으로 우리 남구가 새롭게 시작하는 4년, 남구민과 힘을 모아 끊임없는 혁신으로 더욱 크게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또한, 초심을 잃지 않고 주민 공동체와 많이 소통하면서 명품 남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22-07-17

아들아 사랑한다

시간이 새긴 흔적은 고스란히 사진으로 남아있다. 몇 해 전 일이다.노인대학을 개강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모여 서예, 민요, 공예, 노래 등을 배운다. 학생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민요반에는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직한 할아버지가 있다. 민요 가락이 좋고 장구 치는 것이 재미있다며 싱글벙글한다. 레크리에이션 시간에 할머니와 짝을 맞추어 율동할 때는 얼굴이 빨개질 정도로 부끄럼을 탄다.어떤 할머니는 중풍을 앓은 후유증으로 걸음걸이가 시원찮다. 그 할머니 곁에는 항상 지팡이가 있다. 십 분도 안 걸리는 거리를 지팡이에 의지해 삼십 분이 넘게 걸어온다.나는 한글반 수업을 맡고 있다. 한글반 학생은 모두 열한 명의 할머니들이다. 책상 위에 박하사탕을 준비해 놓고 첫 수업을 했다. 기역니은부터 시작했다. 먼저 칠판에 써놓고 따라 읽게 하니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낭랑했다. 다음엔 ‘가나다라’였다. 기역이 혼자 외로워 ‘ㅏ’를 만나 ‘가’가 되었다고 설명했다. ‘가’로 시작하는 말을 찾아보자고 했더니 가지, 가방, 가랑비, 가오리…. 끝도 없이 이어졌다. 서너 평 남짓한 교실에 모여 앉은 할머니 학생들의 모습이 진지했다.한글반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칠십이 넘는다. 배움의 시기를 놓친 분들이다. 젊어서는 먹고살기 바빠 글을 배우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고 한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자, 그때는 그랬어,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글씨를 서너 줄 쓰고는 손이 떨린다며 연필을 내려놓는 할머니도 있었다. 칠십 평생 연필 잡은 건 처음이라며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할머니 학생들도 숙제한다. 아주 열심히 한다. 내 준 것보다 더 많이 해온다. 손주들이 읽는 동화책에서 짧은 문장을 베껴 오기도 한다. 어찌나 정성 들여 써오는지 여덟 칸 공책에 담긴 글씨가 반듯하다. 동네 노인정에 가서도 숙제부터 한다고 자랑이다. 나는 일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준다. 목요일마다 할머니 학생들은 칭찬받기에 바쁘다. 어느 날 한 할머니가 생활한복을 곱게 입고 호박반지를 끼고 왔다. 보기 좋다고 내가 한마디 했더니 옆에 있던 할머니가, 아들이 해준 생일 선물이라고 거들었다. 서울의 유명한 백화점에서 샀다는 말도 덧붙였다. 공부는 뒷전이고 옷이며 반지 이야기로 한참 시끄러웠다.다음 수업 시간이었다. 그날따라 할머니들의 목걸이와 반지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은반지와 금반지를 나란히 낀 분, 아예 목걸이와 반지를 짝 맞춰 한 분, 그동안 장롱 깊이 모셔두었던 패물을 다 꺼내 치장하고 온 듯했다. 반지 낀 손을 자랑이라도 하듯 손놀림이 부산했다. 학기가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한 할머니가 공책을 펴들고 내게 다가왔다. 대뜸 ‘아들아 사랑한다.’라고 써보라 했다. 남들보다 열심히 숙제해오던 분이었다. 아들과 며느리, 딸과 사위 이름까지 적어 오곤 했다. 그분이 내게 ‘아들아 사랑한다.’를 적어달라는 것이었다. 글을 배우면 제일 먼저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단다. 나는 코끝이 찡했다. ‘아들아 사랑한다.’라고 쓰고 내친김에 ‘어미야 너도 많이 사랑한다.’라는 말도 적어 주었다. 이순혜 수필가 살아오면서 할머니는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을까? 영감님에겐들 그런 말을 했으랴. 처음으로 써보는 그 글에는 수천, 수만의 이야기가 담겼을 것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짧은 문장이지만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머니의 사랑을 가늠할 수 있었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그 한마디야말로 칠십 평생 다져진 참사랑이 아닐까.목요일이 기다려진다. 그날은 아침부터 설렌다. 노인대학 학생은 내게 한글을 배우지만 나는 그분들에게서 인생을 배운다. 중국 북송시대 시인인 소동파의 시구(詩句)인 인생도처유청산(人生到處有靑山)을 만난다. 이곳이 바로 청산일 것이다. 다음 수업 시간에는 낱말 찾기를 해 볼 생각이다. 종이를 잘라 낱말 카드를 만든다. 카드 한 장에는 이렇게 쓴다. 아들아 사랑한다!

2022-07-17

코로나 大動亂, 북한개방 기회될까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국정의 핵심가치 중 하나로 ‘도약적 성장’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적 대전환기인 20세기를 풍전등화의 위기에서 맞았다. 1910년 결국 일제의 식민지라는 나락에 떨어져 36년간 일본의 식민지 통치를 거쳐 1945년 해방을 맞았다.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선포한 지 채 3년도 못돼 6·25 전쟁 참화로 3년간 삼천리 강산은 피로 물들었다. 이후 대한민국은 1960년대부터 근대화, 산업화, 공업화와 미국 중심의 세계 자유시장 경제 체제에 편입되어 ‘한강의 기적’이라는 경이적인 성장을 이루었다.1980년대 후반 때마침 불어온 동서 냉전의 해빙무드를 적극 활용하여 ‘북방 외교’라는 새로운 국제질서에 편승해 중국, 소련 등 닫혀있던 공산권 시장을 개척하면서 오늘날까지 또 다른 30년 발전을 지속할 수 있었다.현재 우리나라는 연 2% 성장, 더 나아가서 리세션을 고민해야 할 상황을 맞았다. 30년간 성장을 멈춘 일본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인가라는 중대 기로에 선 것이다.이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과연 과거 1960년대식의 놀랄만한 성장을 이룰 수 있을까.지난 2002년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는 ‘한국 중장기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2005년이 되면 남북 관계는 완전 정상화되어 전반적인 경제교류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CSIS는 이 보고서에서 “한국은 섬유, 봉제, 건설 산업 등 낙후되고 폐기된 산업의 수명이 20년 연장되고, 북한은 한국의 도움으로 봉제업에서 스마트폰 조립까지, 도로, 철도 항만 등 SOC와 주택 개량 등 대대적인 건설 붐이 일어날 것이다.따라서, 한국은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연 13% 정도의 기적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고 북한은 이 기간 동안 17~19%의 성장을 하여 남북 평균하면 15% 성장이라는 세계사적으로 전무후무한 발전을 이루어낼 것이다. 2025년 북한 주민의 소득은 한국 국민소득의 75~80%에 달해 남북 간 격차도 거의 해소되고 그때 가면 남북 통합 논의는 자연스럽게 이뤄지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이 보고서에서는 북한에 대한 투자 재원은 한국이 70%, 일본이 20%, 미국이 10%를 담당해서 한국 주도로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했다. CSIS의 이러한 예측은 2002년 12월 북한의 핵동결 발표와 함께 UN이 대대적인 북한제재에 나섬으로써 물거품이 됐다.2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고, 이에 대응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는 더 심해졌다. 과연 남북은 이러한 상황속에서 경제교류 활성화를 통해 도약적 성장을 이룰 여지가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윤석열 정부에서는 남북관계 정상화라는 지렛대를 통해 한반도를 도약시킬 무슨 해법이 있을까. 만약 없다면 어떠한 방법을 통해 남북교류의 물꼬를 틀까. 남북 교류 정상화는 남북이 다 함께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성장·발전을 이룰 수 있는 정말 대단한 기회인데 이 기회를 어떻게 만들어 내고 이루어 갈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CSIS 보고서가 나온 후 20년 동안 남북 관계는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가기도 했고, 남북의 국가 지도자가 함께 휴전선을 넘는 화해의 시간도 있었다. 하지만 북한의 계속적인 핵실험과 도발로 인해 북한에 대한 국제적인 제재는 더 강화되었고 남북 관계는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까지 와 있다.그간 김정은 집권 10년간 북한은 국제적인 제재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에게 농지를 분배했고, CSIS의 보고서에 따르면 436개의 장마당이 운영되고 있다고 하니 베트남 개혁·개방의 초기 단계에 진입해 있는 것 같다.현재 상황은 1990년대 북방 정책처럼 없던 시장을 새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6G 등 신기술 개발을 통해 우리가 세계를 선도해서 세계시장을 우리가 장악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다.20년 전 CSIS가 전망했던 것처럼, 남북한 간 교류 정상화를 통해 한반도의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야말로 어렵지만 우리가 실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필자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개방사회로 이끌어 낼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에 우리나라의 ‘도약적 성장’ 성패(成敗)가 달려 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대담한 변화’의 키를 쥐고 있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가 크다.현재 북한은 오미크론 코로나의 대유행으로 대동란(大動亂)의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은 자체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정부의 지혜와 역량에 따라서는 북한개방의 계기를 마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부가 북한에 전통문을 보내 코로나 방역지원 논의를 위한 실무접촉을 제안한 것은 박수를 받을 만하다. 지난 2002년 CSIS의 예측이 뒤늦게나마 실현되어, 더욱 더 폐쇄적이고 고립화되어 가는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낼 수 있도록 윤석열 정부와 우리 국민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22-07-17

공공체육시설의 효율적 관리운영 방안

박성률 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공공체육시설은 국민 모두의 건전한 체육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건설, 운영·관리되는 공공재이다. 공공체육시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공체육시설 균형배치 중장기계획’에 따라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1인당 체육시설 면적은 3.89㎡로 2022년 적정소요면적 대비 66.3%로 여전히 공공체육시설의 양적 증가가 필요하여 향후에도 공공체육시설의 확충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체육활동 참여율 증가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방자치단체의 공공체육시설 조성 노력도 늘어날 전망이다.그러나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체육시설의 설치를 통한 소유에는 경쟁적이었으나 시설의 활용도나 효율성, 즉 이용률이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더군다나 각종 시설물 설치에 대한 중복·과잉 투자와 과도한 유지비로 인해 지방재정 악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공공체육시설은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운영되는 만큼 공익적 체육시설이므로 운영의 주요 전략은 공공성 증대라는 관리운영 목표에 초점을 두고 공공 서비스 질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이다. 공공체육시설의 본래 목적과 기능에 충실하면서 이용자 증진 등 관리운영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는 맞춤형 개선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우선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이 다각도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공공체육시설이 국민의 건강 증진과 여가선용에 이바지하는 데 기본 목표를 두고 민간체육시설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활용 가능한 시설임에도 대중의 이용이 저조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적자운영으로 국고 및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어서 이에 대한 개선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따라서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이 시민이 모이는 장소로 작동하는 관리운용방식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이용자 욕구에 부합하도록 인구 구조 및 이용자 수요의 변화와 특징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 특히 고령자의 증가, 1~2인 가구의 확대, MZ세대의 스포츠 활동 선호 등에 새로운 전략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또한 지방자치단체는 공공체육시설을 지역경제 활성화 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종목에 따라 스포츠 시설과 산업이 특화된 도시뿐만 아니라 기능 복합 및 재구조화 등의 고도화 전략을 통해 경제성장 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례가 적고 노후된 대형 종합운동장도 각 시도마다 존재한다. 공공체육시설을 활용한 혁신적인 도시개발과 정책은 ‘지역명소화(landmark)’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도시 및 지역 마케팅·브랜딩 전략으로 연계해야 한다.이에 더해 기존 개별 체육시설의 활용률을 높일 필요가 있다. 최근 시설유형별 활용률을 비교한 결과 생활체육관이 18.3%로 가장 높고 전문체육시설인 구기체육관 10.2%, 육상경기장은 2.4%로 비교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현재 전문체육시설 기능을 유지하면서 일부 공간에 생활체육시설을 조성하거나 새로운 종목 설치를 통해 생활체육 인구를 유인함으로써 시설 활용률을 높여야 한다.아울러 지역 내 각종 자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 시설의 건립은 부지 확보를 전제로 하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부족한 공공체육시설을 확충하기 위해서는 이용이 저조하거나 미이용 상태의 유휴 공간 및 시설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공공기관의 빈사무실이나 학교 등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양한 시설과 공간에 스포츠 기능이 더해져야 한다. 가용지가 부족한 시도의 경우 관련법 간 유연한 연계를 통해 하천의 고수부지 및 하천주변 등을 공공체육시설로 활용해야 한다.특히, 공공체육시설 관리자는 관리운영비용 과다 등에 의한 재원부족, 시설·장비의 노후화, 인력부족, 전문성 등 관리운영 주체 역량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가운데 인건비 및 관리운영비용과 인력부족 문제는 실질적으로 공공체육시설 운영수지에 있어서 지속적인 적자운영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따라서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고 관리운영비를 축소시킬 수 있는 선진형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지방자치단체 공공체육시설의 만성적인 적자운영이 코로나19 장기화를 거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각 지방자치단체가 실태 파악과 함께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녹록지 않아 보인다. 앞으로도 중앙 및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공공체육시설이 충분히 공급된다 할지라도 시민들이 적극 이용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비판은 면할 수 없다.결과적으로 공공체육시설은 시설의 설치 그 자체만으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공공체육시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스포츠 및 신체 활동 수요 충족에 기여하도록 운영되어야 할 것이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혁신적인 조직운영체제와 새로운 경영전략이 마련되었을 때 비로소 본래 목적과 기능에 충족한다 할 수 있다.

2022-07-17

인구위기의 한국

지난 11일은 세계인구의 날이다. 전 세계인구가 50억명을 넘어선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89년 유엔개발계획이 제정한 날이다. 이 날은 지구촌 인구문제에 대한 인류의 관심과 대응책 모색을 생각하는 날이다.국가 3대 구성 요소 가운데 하나인 국민은 곧 그 나라의 인구를 말한다. 인구 수의 크고 작음은 국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인구가 너무 적으면 다른 나라와 비교해 경쟁력에서 밀리고 국제사회에서 발언권도 약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또 인구가 줄어들면 일할 사람이 줄고 기업이 만든 물건을 사줄 사람도 적어진다. 그래서 인구가 줄면 그 나라 경제는 종국적으로 망한다고 보는 것이 보통이다. 세계 인구는 1804년 10억명을 돌파한 이후 1999년 60억명에 이르렀다. 그동안 세계 인구는 연평균 1.2%씩 증가했다.그러나 1950년 이후 세계인구 증가는 1%대 아래로 떨어지면서 지난해는 0.82%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래도 지난해 78억명이던 세계인구는 오는 11월이면 80억명을 넘을 것이라 한다. 유엔이 발표한 ‘세계인구전망 2022’ 보고서에 의하면 세계 1위권인 중국의 인구가 내년에는 인도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전망됐다. 당초 유엔기구는 2027년쯤 인도 인구가 중국의 인구를 추월할 것으로 보았으나 그 시기가 4년이나 앞당겨진 것이다.우리나라는 2020년 새로 태어난 아기보다 사망자가 더 많은 데드크로스에 들어섰다. 출산율도 0.83명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늙어가는 나라, 세계에서 인구붕괴가 가장 빠른 나라로 손꼽힌다.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일이 인구문제다. 인구절벽에 다다른 우리의 인구위기에 대한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7-14

쇼맨십이 필요한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윤석열 정부 들어 문재인 정부와 확연한 차이가 나는 대목이 바로 국정홍보분야가 아닌가 싶다.문 정부 초기에도 우리 경제 상황은 좋지 않았다. 특히 실업 문제가 심각했다. 문 대통령은 열심히 경제를 살리겠다며 재계인사들과 각종 회의를 열었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며 일자리 수석을 신설하고, 일부 유치하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일자리상황판’을 청와대 사무실에 설치, 매일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문 정부 임기말엔 일자리 상황판이 어디로 갔는 지 말없이 사라지는 민망함이 있었지만 그 당시엔 “정부가 일자리창출에 노력하고 있구나”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는 일단 성공한 듯 보였다.이에 비해 취임 2달 남짓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고,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많은 것은 무슨 이유일까.혹자는 좌파성향의 방송 언론환경이 문제라고 한다. 그러나 남탓만 해선 안 된다. 필자 생각엔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여당이 국민들이 가장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경제·인사문제에 대해 확실히 해결하겠다는 액션이 없기 때문이다.또 하나는 대통령이 민생을 위해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데도 국민들에게는 이런 사실들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란 말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는데, 아직도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와 추경호 부총리 등 경제부처 공무원출신 장관들에게 경제를 맡겨 놓은 줄 아는 국민들이 많다.윤석열 대통령은 14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해 민생을 살폈다고 한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 이건 무얼 의미하는가. 바로 대통령실 홍보전략의 부재다. 대통령이 뛰고 달리는 모습을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데는 언론의 속성을 고려한 홍보전략이 작동되지 않기 때문이다.예를 들어보자. 대통령이 직접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며 민생을 보살피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려면 복장이나 분위기부터 바꿔야 한다. 야전 점퍼차림에 전시체제에 걸맞는 배경음악, 특정 부서 장관에 대한 질책에 이어 뜨거운 토론 분위기…. 국무회의나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하더라도 언론의 스폿라이트를 받을 만한 헐리우드 액션 연출이 필요하다.나라살림이란 게 단편적 조치로 크게 좋아지거나, 나빠지지 않겠지만 정부가 민생을 위해 뛰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쇼맨십이라도 보여야 한다. 얄팍하게 남을 현혹해 그때그때의 효과만을 노리는 수완으로서 쇼맨십이 아니라 특이한 언행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그들을 즐겁게 하는 쇼맨십이라면 못할 일이 없다. 혼자 열심히 일하면 알아주겠지 하는 태도로는 안된다.대통령의 손짓 하나하나에 스팟 조명을 비추고, 현 정부에서 잘 하고 있는 현상들을 적극 알리고, 덕담하고, 칭찬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쇼가 필요하면 쇼라도 해야 한다. 그게 국정홍보요, 민심돌보기다.

2022-07-14

지방정부 공공부문 수술, “누군가 해야 할 일”

대구시에 이어 경북도 산하 공공 부문 조직과 인력도 수술대 위에 오른다. 경북도 예산담당관실은 지난 13일 산하 공공기관 28개 중 기능이 유사한 조직을 합쳐 19개로 줄이는 방안을 발표했다.전체 공공기관 중 14개 기관을 대상으로 비슷한 기능과 부서를 묶는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한다. 공공부문 구조조정은 그 자체가 재정 건전화로 이어지고, 또 해이해진 조직 분위기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행정 서비스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다. 경북도 실·국장들이 TF를 주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올 연말까지 통폐합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물론 도의회를 비롯해 전문·유관기관 의견과 여론 수렴 등의 절차를 거친다.5개 분야로 추진되는 구조개혁 내용을 보면, 문화분야는 경북문화재단을 중심으로 경북콘텐츠진흥원과 문화엑스포가 통합된다. 산업분야는 경북테크노파크(TP)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경북하이브리드부품연구원,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 환동해산업연구원이 경북TP에 통합한다. 복지분야는 경북행복재단과 경북청소년육성재단이 통합되며, 교육 분야는 인재평생진흥교육원, 환경연수원, 교통문화연수원, 농민사관학교 기능을 한 데 모아 경북교육재단이 설립된다. 통폐합 대상 기관의 기존 인력은 고용승계를 원칙으로 적재적소에 재배치한다. 경북도는 이번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된 공공부문에 대해서도 조직진단 등을 바탕으로 기능 조정을 추진한다.사실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산하 공공부문 임원의 경우 낙하산 창구로 활용된 측면이 없지 않았다. 지자체 산하 공공기관장·감사 등의 임원자리는 민선단체장 선거캠프 인사나 퇴직공무원들로 채워지는 것이 관례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위인설관식의 공공부문 확대가 이뤄져왔다. 공공기관이 설립 취지에 맞게 제 기능을 다한다면 문제가 될 게 없지만, 상당수 기관은 기능이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경향이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공공부문에 메스를 가하겠다는 생각을 한 자체가 신선한 결단으로 평가된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다.

2022-07-14

공공의료 개혁, 서비스 향상으로 신뢰 찾길

경북도에 이어 대구시도 공공의료 전담기관인 대구의료원의 기능 강화를 위해 경북대병원에 단계적 위탁운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오는 2026년까지 필수 의료시설에 488억원을 투입하고 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도 검토한다고 한다.특히 외래진료실 재배치와 의료장비 보강, 전환형 격리병동 확충, 소아환자의 야간 휴일진료 등을 통해 공공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대구의료원의 운영체계 개선은 공공의료 역량을 강화하고 시민들의 신뢰를 높이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이보다 앞서 경북도는 포항, 안동, 김천 등 3개 경북도의료원을 경북대병원에 전면 위탁운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도는 경북대병원에 위탁 운영을 맡김으로써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대도시와 떨어져 있어 빚어지는 만성적 인력난 해소와 양질의 공공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공공의료기관의 의료서비스 질 향상은 오래전부터 지방중소도시들이 안고 있는 공통의 숙제다. 일반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인력에 대한 보수가 낮는 등 근무조건이 나빠 인력난이 수시 발생하고 있다. 또 의료시설 등도 대도시 민간병원 시설을 따라가지 못해 왠만한 환자들은 공공의료 시설 이용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공공의료기관이 그동안 서민병원으로서 의료서비스 기능을 제대로 잘하지 못하면서 공공의료 분야가 확대 재생산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2 의료원 설립을 추후 과제로 미룬 것도 기존 공공의료기관의 기능을 확충하는 것이 먼저라는 인식이다.어쨌거나 대구시와 경북도의 공공의료기관 위탁 운영은 지역 공공의료 서비스 향상이란 중요한 과제를 안고 이제 출발한다. 실제로 시도가 생각한 대로 공공의료 서비스가 향상될 지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경북대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공공의료의 취약점을 보강해 나간다면 공공의료기관의 발전에 도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선 충분한 예산을 바탕으로 한 의료인력 및 첨단장비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2022-07-14

사람이 먼저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저의 대선 슬로건을 ‘사람이 먼저다’로 정했습니다. 이념보다, 성공보다, 권력보다, 개발보다, 성장보다, 집안보다, 학력보다 ‘사람이 먼저인 세상’ 만들어 보자는 거죠. 가슴이 뛰지 않습니까? 슬로건이 우리를 이끌고, 시대를 이끌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2012년 7월 15일 당시 문재인 대선 후보의 트위터에 올라있던 글이다. 정철이라는 카피라이터가 대선캠프 슬로건으로 만든 문구라는 ‘사람이 먼저다’는 인권변호사란 타이틀과 함께 문재인 정권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말한 ‘사람’이란 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보통명사가 아니었다. 자기들 편이 아니거나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사람’에서 배제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을 강제 북송한 사건이 다시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당시 정부의 발표는 그들이 동료 어부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했으며 귀순의사에 진정성이 없어 강제 송환했다는 것인데, 법적인 측면에서나 인도적인 측면에서 상당한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들이 탈북을 결행한 진상을 파악하려면 적어도 몇 주에서 수개월은 수사를 해야 할 일인데, 고작 2, 3일 신문을 하고 황급히 북송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정치적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북쪽에서 송환 요구를 하기도 전에 강제 북송을 통보한 것은, 몇 주 후에 열릴 한·아시아 특별정상회의에 북한의 김정은을 초청하기 위해 환심을 사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서면으로까지 귀순의사를 밝혔음에도 눈을 가리고 결박을 한 채 판문점으로 끌고 가서 북한군에 넘겨준 것은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상으로도 위법의 소지가 다분한 반인륜적인 처사라는 것이 사계의 중론이다. 문재인 정권이 자행한 그런 조치의 과정 어디에도 법치나 인권에 대한 고려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그것을 한 번의 과오로 치부할 수 없는 것은, 해양수산부 직원이 표류 중 북한 경비정에 발견되어 사살 소각되기까지 방치하다 뒤늦게 월북몰이로 조작하는 한편, 당시 정황에 대한 기록을 삭제하는 등의 증거인멸까지 저질렀다는 사실도 속속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사람이 먼저다’라는 가면 뒤에 사악한 반인도적인 얼굴이 숨어있는 줄 모르는 사람이 아직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자기들 이전 정권에 대해서는 적폐청산이란 명목으로 온갖 무리한 죄명으로 먼지 털이씩 수사를 해놓고 막상 저들의 적폐가 드러나자 수사팀을 해체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수사를 방해하고 급기야는 법을 바꿔서 ‘검수완박’까지 자행한 사실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람들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 속에는 저들 편이 아닌 사람은 아예 없는 것이다.정권이 바뀌어서 이제 그 진상이 하나씩 밝혀지자 지난 정권 당사자들은 당연히 극구 부인하고 정치보복이니 검찰공화국이니 뒤집어씌우기에 혈안이지만, 인과응보요 사필귀정이란 말을 믿어보고 싶다. 사악하고 이율배반적인 무리들의 두 얼굴을 백일하에 밝히는 것만으로도 현 정권이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절반의 역할은 하는 것이다.

2022-07-14

더위를 이겨나가자

윤영대 수필가 잠잠해지는 듯한 코로나19의 열기가 다시 일일 확진자 4만 명 대로 확산되면서 6차 대유행을 경고하고 있다. 새로운 변형인 BA.5는 면역 회피 특성이 있어서 방역 당국도 4차 접종을 확대해 50대와 18세 이상의 기저 질환자도 포함 시켰다. 지난 5월 초, 4만 명을 기록한 후 점차 줄어들다가 2개월 만에 다시 늘어난 것이다. 매주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이 뚜렷해지며 입국자 격리면제와 국제선 항공편 증설이 주된 영향이라고 밝히고 유행 상황이 커지면 선별적 단계적 방역·의료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전염병 유행의 긴급한 상황에서는 국민 각자의 건강 지킴이가 필요하다.15일은 유둣날(流頭節)이다. 24절기는 아니고 삼복과 함께 세시풍습 중의 하나로 신라 때 유래 됐다. 동류수두목욕(東流水頭沐浴) 즉, 동쪽으로 흐르는 맑은 물에 머리 씻고 청결하게 몸을 가꾸는 물맞이 풍습인데, 액을 떨쳐 버리고 땀띠나 더위를 막고 무병장수를 빌어온 ‘물마리’ 즐거움도 이제는 잊혀져가는 듯하다. 봄철 내내 농사지으며 쌓인 피로를 풀 듯 목욕을 하고 햇밀, 햇보리로 떡을 만들고 애호박 잘게 썰어 버무려 부친 밀전병 등을 나누어 먹으며 유두잔치를 벌였고, 참외와 수박, 국수와 떡, 수단(水團) 등을 사당에 올려 ‘유듀천신’하며 한 해의 풍년을 비는 농신제를 지내기도 했다.요즘처럼 무덥고 습한 날씨에 갯가나 계곡을 찾아 폭포 물에 열기를 씻으며 코로나 확산 우려의 마음도 씻어보자. 형산강은 포항을 씻으며 동해로 흘러드는 큰 강이다. 그 강변에 깨끗한 물놀이터라도 있으면 이 유듀절에 더 좋은 놀이터가 될 터인데….이제 삼복이 시작된다. 1년 중 가장 무더운 계절의 시작인 초복은 하지 이후 세 번째 경일(庚日)이고 열흘씩 지나며 중복 말복이 되지만 올해 말복은 입추 전이 경일이라 한 칸 건너뛰는 월복(越伏)이다. 삼복은 중국 진·한 시대부터 유래 되었다는 사기(史記) 내용을 동국세시기는 전하고 있다. 그런데 복날을 영어로 ‘dog days’ 즉 ‘개의 날’이라는 것을 알고 신기했다. 우리가 복날 때 더위를 이기려고 개고기를 먹은 풍습을 어떻게 알고 있었나? 알아보니 마침 태양과 가장 밝은 별인 시리우스(天狼星)가 같은 하늘에 떠오르는 이맘때쯤 옛 이집트 나일강은 홍수로 범람이 잦았고, 그래서 ‘시리우스의 분노’라고 하며 개를 상기한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삼복의 복(伏) 자에도 개가 사람 옆에 있는 모습이다.삼복날은 개고기를 파 넣고 끓인 보신탕과 닭을 인삼과 함께 삶은 삼계탕 등 보양식을 먹었는데, 88올림픽 이후 보신탕이 혐오식품이 되었고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의 ‘야만인’ 발언으로 논쟁이 일었고 개 식용금지가 동물보호법이나 개도살금지법 등으로 공론화되면서 줄어들고 있다.삼복, 음기가 양기에 눌려 엎드린 계절에 또 우리의 몸과 마음을 끓게 만드는 코로나 열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으니 각자 나름대로 보양식 먹으며 건강하게 이 계절을 이겨나가야겠다.‘유둣날 비가 오면 사흘 온다’는 속담처럼 이제 장마철이 본격적으로 접어든다.

2022-07-14

책(冊)탑을 보며

거실에 책장 세 개가 모두 빈틈없다. 책꽂이 위도 앞쪽도 숨을 못 쉴 만큼 책으로 들어찼다. 딸아이 사진조차 구석으로 쏠렸다. 제자리에 있어야 할 것들이 밀리고 구겨진다.일요일 아침 눈 뜨자마자 거실의 모든 물건을 꺼내고 책들도 바닥에 쏟아냈다. 이젠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은 챙길밖에 도리가 없다. 어제도 그저께도 누군가로부터 책이 왔다. 지인이거나 낯선 사람이 쓴 수필집이 봉투째 책상에도 쌓였다. 수필잡지, 개인 수필집, 동인지, 목차를 보면 알 만한 사람들의 이름이 책의 곳곳에 박혔다. 때론 펼친 책자에 나의 이름 석 자도 종이 위에 무늬 진다.바닥에 쌓인 책들이 탑처럼 높아졌다. 묵직한 서사가 초석이 된다. 그 위에 처마의 날렵함처럼 잘 써진 글들이 감탄을 자아내며 층을 이룬다. 수필의 근간을 만들어 갈 수필들이 한 층, 한 층 높이를 만든다. 그리고 어떤 책은 풍탁이 되어 바람이 지나갈 때면 청아한 소리로 세상에 한 줄기 고운 바람이 된다. 탑 꼭대기에 이르러 당대에 이름 석 자를 논할 문장가가 쓴 글이 떡하니 차지한다.그러고 보니 각각의 수필은 모두 그 사람의 사상, 문학에 대한 열정, 그리고 평생의 철학이 글자를 통해 우러났다. 때론 흥미롭게 가끔 눈물을 머금게 하고 파안대소를 낳게 한다. 어디 그뿐이랴. 황제에서 철학자, 교수와 소설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써놓았다. 에세이는 바로 삶을 우려낸 곰국 같은 글이다.나의 이야기에서부터 부모, 형제, 친구와 스승의 이야기다. 이웃과 고객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사람들과 연결되어 주인공도 다양하다. 작고 사소한 이야기부터 큰 사상에 이르기까지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삶의 희로애락이 그 속에서 춤을 춘다. 들판에 핀 꽃 한 송이나 길가의 은행나무나 나무 백일홍과 다르지 않을 우리의 인생이 긴 강물처럼 풀어져 흐른다.흐트러지지 않도록 빨간 노끈으로 묶어보니 결코 작은 양이 아니다. 책장 두 개 분량의 책이 나를 빤히 본다. ‘어쩔거냐고? 너 또한 세상 어느 구석진 자리 시끄러운 자리에 냄비받침처럼 쓰일 이름자 하나 갖고 있지 않느냐’고 묻는 것 같다. 오죽하면 냄비받침이란 책 제목을 내놓았을까. 세상을 꿰뚫어 본 혜안이 아닌가. 그 책은 차마 노끈으로 묶을 자신이 생기지 않는 동류의 아픔이 느껴졌다. 배문경수필가 혼자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는 사이 책탑은 쌓여가고 내려놓지도 펼치지도 못하는 작금의 사태에 커피 한잔을 마시며 창밖을 본다. 한 사람의 전 생애가 담긴 자서전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의 기막히고 답답한 사연이 녹아있다. 나의 동감 없이 서운해할 누군가의 진심 어린 마음을 나누어 가져야 하지 않을까. 비슷하지만 조금씩은 다른 훈계도 있다. 삶의 지혜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곁에 많다. 따뜻한 커피 향기 같은 내용이 한 스푼의 설탕만 넣으면 하루가 행복할 그런 수필이 나를 기다릴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책탑을 다시 바라본다.내가 저 무거운 탑을 아파트에서 땅으로 내려놓으면 경비아저씨는 부녀회와 얘기해서 종이 무게로 몇 푼에 팔 것이다. 마음의 무게는 정녕 사라지고 활자의 무게마저 무시된 채 종이의 무게만큼 금이 그어진다. 나의 책조차 누군가에 의해 쓰레기통에서 다른 쓰레기들과 함께 버려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의 온 생애가 녹아있다고 발문에 써놓았던 책은 김칫국물에 버무려져 빗물에 녹아 내려지고 구겨진 채, 아이쿠.책탑은 높아져 가는데 현관은 멀기만 하다. 지인의 북카페에 연락해서 무료 나눔을 하고 싶다고 했다. 차 한 잔 마시며 풍경 한 번 책 한 줄 읽으면 좋을 것 같았다. 차 트렁크에 실으며 그간 넘치도록 받은 관심에 감사하며 힘들게 책을 옮겼다. 카페 창가로 햇살이 한 줌 들어오더니 음악에 섞여 커피 향이 짙다. 커피와 어울리는 수필 한 편을 꺼내 읽어본다. 자리 때문일까. 글이 노랑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정원에 심어진 진분홍색 송엽국과 우단동자와 수레국화 사이를 오간다.무너진 책탑의 일부분이 꽃들 사이에서 배시시 웃고 있다.

2022-07-13

여름과 생존수영

“수도꼭지를 튼다. 그때 아주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투명한 것이 주르르 떨어졌다. 나는 그걸 곰곰이 노려본다. 손으로 건드린다. 부드럽게 흘러내린다. 물이…. 젤리 같으면 좋겠다. 앗, 몰랑몰랑 쫀득쫀득. 물이 모래알처럼 차르르 쏟아진다. 죽처럼 뚝뚝 떨어진다. 못처럼 쨍그랑 떨어진다. 깜짝 놀라 수도꼭지를 잠근다. 두 손으로 붙잡고 두근두근 돌린다”어린이 과학동화 ‘물은 예쁘다’의 한 구절이다. 아이들이 물을 경험하며 느낀 점을 표현한 글로, 물의 다채로운 성질들이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으로 펼쳐진다. 초등생 아들에게 책을 읽어주자 물의 또 다른 모습이 표출됐다. 아들에게는 물이 파란색이었나보다.어렸을 때부터 아이는 유난히 물놀이를 좋아했다. 양수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물속에서 편안함과 포근함을 느낀다는 육아서적의 조언대로, 욕조 한가득 물을 받아 물놀이를 하곤 했다. 소리를 지르며 물장구 치고, 또 까르르 웃던 아이는 어느덧 생존수영을 배울 나이가 됐다. 학교에서 잎새뜨기를 배운 첫 날, 아이는 처음으로 물놀이의 공포와 재미를 동시에 느낀 듯 보였다. 온 몸에 힘을 빼고 둥둥 떠서 에너지를 최소화하며, 구조를 기다리는 잎새뜨기(생존수영의 일종). “엄마, 여름바다는 갑자기 사람을 휩쓸어간데. 그럴 때 허우적거리지 말고 이렇게 누워서 떠 있으면 된대” 이안류(빠른 속도로 해안에서 바다로 흐르는 좁은 해류) 상황에서 생존수영을 배웠는지 아이는 약간의 공포를 상상하며 눈살을 찌푸렸다. 다행히도 아직 생존수영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을 만나지는 않았다.본격적인 여름이다. 땀을 흘리고, 물놀이가 일상인 계절이다. 계곡과 바다는 물놀이 온 이들로 가득하다. 서핑과 카약, 요트, 윈드서핑 등 레저 활동을 즐기는 이들로 해수욕장은 이미 만원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구명조끼 착용법 등 수상안전에 관한 설명이 이어진다. 각종 리플렛과 안전구호들이 해수욕장 곳곳에서 눈에 띈다. 최근 5년간 어선 해상추락 사망자의 97%, 비어선 해상추락 사망자의 100%가 구명조끼 미착용이라고 한다. 어떤 형태의 물놀이든, 낚시든 ‘안전’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매년 100명 안팎의 소중한 생명이 해양사고로 세상을 등진다. 특히 요즘은 해양레저 활동의 증가로 그 위험도가 더 높아졌다.해양수산부가 이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올 여름 해양사고 예방 및 방지를 위해 ‘대형사고 예방을 위한 취약선박 안전관리 강화’와 ‘인명피해 유발 안전사고 및 빈발 선박사고 중점관리’, ‘여름철 위험요인(태풍)대비 대응태세 확립’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중 특히 눈여겨볼 것이 3번째 여름철 위험요인 대비 대응태세로, 찾아가는 해양안전체험시설 운영이다.해양수산부는 전국 각지에 위치한 물놀이 시설 6곳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해양안전체험시설’을 설치, 운영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구명조끼착용법과 구명뗏목 작동 및 탑승, 생존수영 등 배울 수 있다. 또 가상현실 체험장과 해양안전 전시관도 함께 설치돼있어 여객선 화재 사고 발생 시 비상탈출 등을 가상현실로 체험해볼 수 있다. 비상 상황 시 구명설비와 구명뗏목 내 설치된 생존용품의 위치와 용도도 알아볼 수 있다. 정현미작가 여름 휴가철 대비 여객선 특별안전점검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얼어붙었던 여행수요가 폭발하면서 여객선을 이용, 섬을 관광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 2017년 1천690만 명을 육박했던 여객선 이용객은 코로나로 급감하다 최근에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안전에 만전을 더해야 하는 이유다. 이에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KOMSA)은 연안여객선 특별안전점검에 나서고 있다. 기관과 항해설비 등을 살펴보고 태풍발생 상황 등에 대비한다.사실 여객선은 우리에게 이중적인 함의로 다가온다. 섬을 잇는 낭만의 대명사이자 사고위험이 넘실대는 수단이다. 구명뗏목의 위치와 사용법을 면밀히 살피는 데에는 아픈 과거의 교훈도 숨어있다. 잎새뜨기를 배우면서 아이가 바다의 위험성을 체감했듯이, 각종 안전설비와 비상시 대피요령 등을 접하면서 우리 역시 조용한 공포와 마주하게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행길에 오른다. 여객선 갑판에서 불어오는 해풍을 맞으며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난다. 바다가 주는, 물이 주는 무정형의 느낌은 미지의 설렘을 불러일으킨다. 망망대해의 압도적인 힘에 감탄하고, 동시에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어 불안하다. 바다가 내어주는 품에서 마음껏 놀기만 하면 좋으련만,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다. 아이는 8살 때 바다에 대해 양가적인 감정을 갖기 시작했다. 뭐든 한없이 좋은 건 없는 모양이다. 곧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한없이 즐기는 대신 ‘안전’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에게 뼛속까지 희극인 여름 휴가철이 되었으면 한다.

2022-07-13

‘경북 바이오생명엑스포’ 시동 걸었다

오는 10월 안동시 풍천면 경북도청 일원에서 개최될 ‘2022 경북 바이오생명엑스포’ 조직·운영위원회가 지난 12일 출범했다. 조직·운영위원회는 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박람회·컨퍼런스 등 주요 사항 결정, 행사운영 전반에 관한 지원과 자문을 하게 된다. 조직·운영위 공동위원장은 이철우 경북도지사, 권기창 안동시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이사가 맡고, 조직위원과 운영위원은 산·학·연 인사 각각 12명으로 구성된다. 경북 바이오생명엑스포는 10월 13~15일 경북도청 새마을광장과 동락관 등 안동시 일원에서 바이오 기업 박람회, 포럼 및 컨퍼런스, 기업 설명회·수출투자 상담회로 나눠 진행된다. 박람회에는 의약품, 의료기기, 화장품 분야에서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포럼과 컨퍼런스에는 바이오·의약, 헬스케어, 백신, 뷰티·화장품 등 분야별 전문가들이 참여해 바이오산업의 현안과 미래를 제시한다. 기업설명회와 수출상담회에서는 국제적인 바이오 기업과 지역 내 기업 간 기술이전 간담회 등이 열려 경북이 국내 바이오산업을 이끌 교두보가 마련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이날 “앞으로 바이오산업을 경북도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듯이, 바이오산업은 성장절벽에 직면한 우리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구원투수다. 윤석열 정부도 바이오산업 육성과 관련해 다양한 공약을 내 건 만큼, 경북도는 엑스포를 경제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경북도가 엑스포 행사 개최지로 안동을 결정한 것은 타당성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과정에서 안동시 풍산읍에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센터는 바이오 산업의 국내 핵심지로 부상했다. 엑스포를 계기로 경북도가 바이오클러스터 등의 인프라를 갖춰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이 둥지를 틀도록 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도 그렇지만, 바이오산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무엇보다 인재풀과 창업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바이오산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기초과학, 의학, 생산, 임상 과정이 잘 연결된 인프라를 갖춘 대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2022-07-13

교육은 어디로 가는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 세상이 어지럽다. 공약을 지키지 않는 정치와 끝없이 힘만 드는 경제. 약속을 저버리는 정치를 어떻게 믿으며 나아지지 않는 경제에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어른도 믿을 수 없는 게 정치라면 다음세대에게 우리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사람들에게 어려운 게 경제라면,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무엇을 배워야 하나. 약속을 지키는 성실함과 차곡차곡 모으는 꾸준함이 민생을 지켜주지 못한다면, 우리는 어떤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일까. 공약을 파기한 정치인들이 진정어린 사과나 진솔한 설명을 하지 않는다. 경제현상이라고 해도 오르는 물가와 어지러운 집값은 보통사람들의 일상을 어지럽힌다.다음세대를 기르는 우리의 교육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세상모습 그대로 거짓말과 혼돈을 주입시킬 수는 없지 않은가. ‘바르고 성실하며 착하고 아름답게’ 자라도록 가르쳐야 하는 학교는 날마다 마음이 무너진다. 교실에서 이야기한 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을 매일 만나는 선생님들은 오늘도 힘들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일하지 않는 어른들을 아이들은 눈치채지 않았을까. 교육은 학교만 하는 게 아니다. 집과 동네에서 만나고 스치며 세상을 배운다. 미디어와 언론은 아이들에게도 하염없이 열려있다. 숨길 수도 없고 감춰지지도 않는다. 세상의 부끄러움과 세상의 어두운 구석은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노출되어 있다. 학교에서 가르치는 일과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이 전혀 딴판이라면, 그런 교육을 우리는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왜 학교에 가는 것일까.교육적 견지에서 사회적 각성이 일어야 한다. 사회적 가치가 바로 서지 않고는 정상적 교육이 불가능하다. 선동과 기만이 그득한 세상에서 성실과 정직을 가르칠 방법이 없다. 혼돈과 격동만 가득한 일상에서 안정과 평화를 이야기할 수가 없다. 꿈과 비전이 야심과 욕심으로 변질되는 세상은 정상이 아니다. 용기와 상상력이 술수와 기만으로 해석되는 가르침은 교육이 아니다. 사람을 기르는 게 교육이지만, 고르지 못한 텃밭에 온전한 교육이 설 자리는 없다. 세상을 바꾸는 게 교육이지만 교육을 잘못 이해하는 세상도 문제가 아닐까. 사람을 도구화하는 교육은 부적절하다. 교육은 사람다운 사람을 길러야 한다. 성실하고 정직한 사람을 키워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도록 이끌어야 한다.교육이 바로 서야 한다. 세상이 어지러워도 흔들리지 않을 용기를 가르쳐야 한다. 눈속임이 가득한 세상에 진정어린 정직함을 길러내야 한다. 서로서로 흉내나 내는 세파에 든든한 상상력을 전해주어야 한다. 다음세대의 시선이 넓은 세상을 향하도록 길러야 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우리는 좁은 우물에 갇히지는 않았을까. 세상을 등진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는 교육이 되어야 하고, 무너진 세상을 바로잡는 교육으로 일어서야 한다. 어두운 세상에 빛을 던지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비뚤어진 정치와 어지러운 세상에는 교육이 희망을 던져야 한다. 교육이 살아야 세상이 선다.

2022-07-13

신한울 3·4호기 착공, 경북원전 도약 기회로

정부는 경북 울진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공사 재개를 당초보다 1년 앞당긴 2024년에 시작기로 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용 일감도 올해 1천300억원 규모로 공급하고 주계약도 내년 7월로 최대한 앞당겨 맺기로 했다.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업무 보고에서 이같이 밝히고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과 원전강국 진입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공식으로 폐기되고 정부 차원의 원전산업 복구가 가시화되는 국면이다. 특히 신한울 3·4호기 조기착공은 원전산업의 비중이 높은 경북지역으로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장착하는 것과 같은 기대감이 있다. 경북은 우리나라 가동 원전 24기 중 11기가 있는 곳이다. 상업운전을 준비 중인 신한울 1·2호기를 포함하면 13기의 원전이 가동되는 국내 최대 원전 집결지다. 게다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비롯 한국전력기술, 원자력환경관리공단 등 원전 관련기관이 많고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 시설도 있다. 원전관련 시설이 많은 만큼 경북은 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최대 피해지역으로 손꼽힌다. 경북 영덕에 건립키로 했던 천지원전은 사업이 완전 백지화되면서 정부가 지자체에 지원한 지원금 380억원도 회수된 상태다. 경북도는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향후 60년간 생산효과 15조8천억원을 포함 모두 28조원의 경제피해가 발생하고 17만명 이상의 고용이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 발표한 적이 있다. 국내 원전산업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5년동안 고급인력과 일감이 줄어들면서 원전 생태계 기반이 크게 무너졌다. 세계시장에서는 K-원전이 외면을 받고 해외 수주는 연일 참패했다. 윤 정부의 원전산업 복귀선언은 원전산업의 메카로 불리던 경북의 원전사업이 새롭게 출발할 좋은 기회다. 국내 원전산업 복귀에 맞춰 경북의 원전산업도 새로운 설계와 준비로 도약에 나서야 한다. 원전 메카로서 국가 원전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원전산업이 지역경제와 연결돼 안전하고 잘사는 경북이 되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2022-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