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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이번에는 성사되길

대구시와 경북도가 팔공산 도립공원에 대한 국립공원 승격을 다시 추진키로 하면서 그 성사 여부가 관심이다.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은 이미 2012년말부터 2013년에 걸쳐 추진된 바 있다. 그러나 그때는 주민 재산권 제한과 시도간의 이해관계 등이 얽혀 승격이 불발됐다. 그러나 당시 함께 논의선 상에 있었던 광주 무등산은 국립공원으로 승격해 이미 8년동안 자치단체의 예산을 줄이면서 공원관리는 물론 국립공원으로서 브랜드 가치 효과도 누려왔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2018년 10월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문제를 대구 경북의 상생협력 과제로 꺼내면서 다시 재추진이 이뤄지고 있다. 시도는 추진에 앞서 주민자치회, 상가번영회 등 지역대표를 대상으로 주민간담회를 8회 걸쳐 가졌으며 이달 29일부터는 지역주민과 토지소유자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도 청취한다고 한다.팔공산은 1980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행정구역을 이유로 시와 도가 별도 관리하는 관리의 효율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 체계적인 관리가 이뤄지지 않음으로써 난개발이라는 부작용도 많이 겪었다. 이번 국립공원 재추진은 이런 측면에서 지역민의 기대가 적지 않다.전체 면적 125.24 k㎡ 규모의 팔공산은 대구시와 경북도 영천, 경산, 군위, 칠곡 등에 걸쳐 있는 우리 고장 최고의 명산이다. 역사와 문화, 생태자원이 풍부해 지역민들이 언제나 즐겨 찾는 힐링의 장소이기도 하다. 수달과 삵, 하늘다람쥐 등 멸종위기 희귀종 동물과 천연기념물이 잘 보존돼 있으며 동화사, 은해사 등 고찰과 국보급 문화유산도 곳곳에 남아 있다. 우리 고장이 오랫동안 지키고 보존해야 할 명산 중의 명산이다.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에 가장 큰 장애였던 재산권 침해문제는 국립이 돼도 지금과 달라질 것이 없다고 하니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이 이번에는 성공적으로 추진되길 바란다. 광주 무등산 국립공원 승격에서 보았듯이 자치단체가 직접 관리하지 않아 예산절감 효과도 크지만 국립공원이 되면 전문공단의 일관된 관리로 자연이 가진 가치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또 국립공원 승격으로 생기는 브랜드 가치로 인한 경제적 효과도 적지 않으니 이번 추진이 좋은 결실을 보길 기대한다.

2021-03-29

너의 MBTI가 궁금해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으레 나누게 되는 말들이 있다. 이름, 나이, 사는 곳 등 우리는 서로에게 이런저런 것을 묻고 답한다. 혹자는 ‘호구조사’를 하는 것이냐며 냉소를 보내기도 하지만, 나는 이런 행동이 상대를 향해 손을 내미는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이든 질문을 던지는 것은 상대의 일면을 파악함과 동시에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예컨대 중앙동에 거주한다는 말을 들으면 “아, 거기에 슈크림 빵이 맛있는 제과점 있잖아요”와 같이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다. 소소하고 작은 공감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서로를 향한 친밀도가 형성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요즘은 이 ‘호구조사’에 재미있는 것이 하나 더 추가된 것 같다. 상대의 MBTI가 무엇인지 질문하는 것이다. MBTI 성격유형 검사는 꽤 이전부터 밀레니엄 세대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다. 잠깐의 성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관심은 지금까지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청년층 사이에서는 이 검사를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이며 인간을 판단하는 과학적 근거처럼 자리를 지키고 있다.MBTI는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로 대중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성격 유형 검사 도구이다. 12분 이내에 주어진 질문에 따라 답을 내리게 되고 그에 따라 개인을 16가지 심리 유형 중 하나로 분류한다.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자신의 MBTI가 무엇인지 알려주면 단번에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할 수 있다. 만일 상대가 자신을 ‘ENFP‘라고 한다면 그는 외향적이고 직관적이며 감정적이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고 시도하는 전망적인 특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당신은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혹은 “당신은 자신에게 엄격한 편인가요?” 같은 질문을 하는 대신에 사용할 수 있는 좋은 요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처음 만난 사람의 내밀한 부분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된 것이다.이런 현상이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니다. MBTI 테스트가 유행하기 전, 우리는 혈액형이나 별자리로 개인의 성격을 규정짓곤 했다. A형은 소심하고, O형은 활발하고, AB형은 종잡을 수 없이 독특하다는. 혹은 황소자리는 고집이 세고, 물병자리는 지적 호기심이 많다는 식으로. 거기엔 과학적 근거가 없지만 우리는 쉽게 고개를 끄덕인다.왜 우리는 자꾸만 자신을 틀에 가두어버리는 것일까? 자기 존재를 타인과 분별할 수 없이 동일한 것으로 만들고 싶은 것일까?우리는 평생에 걸쳐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이 세상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골몰한다. 그건 너무도 관념적인 일처럼 여겨진다. 당장 눈앞의 먹고사는 문제와 비교하면 사소하지만 동시에 우리의 인생을 관통하고 있는 중요한 일이다. 그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 꼭 풀어야 하는 숙제처럼 존재에 관한 질문을 간직하고 있다.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현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보낸다. 살면서 다양한 선택을 하고 그것은 삭제할 수 없다. 그것이 바보 같고 멍청한 일일지라도. 나라는 사람을 임의로 규정짓고 거기에 따라서 내 행동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것은 어떤 측면에서 본다면 꼭 필요한 일이다. 내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엇비슷하게 살아가고 있다는 건 더할 나위 없이 큰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나와 같은 유형의 동료가 있다는 건 감정적 유대를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어떤 의문을 품게 한다. 짧은 질문과 답으로 개인을 완전하게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다양한 문학 작품은 인간이 얼마나 복잡한 생물인지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분명하고 환한 빛으로 길을 밝혀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로 갈지 모른 채 표류하는 인간들을 보여주었다. 인간은 자신의 선택과 모호한 결론에 울기도 웃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는 존재라고 말이다.그러니 스스로가 어떤 사람이라고 분명하게 정의 내릴 필요는 없다. 그건 자기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막아두는 것이 된다. 그보다 내 안에 다양한 면이 있다고 인지하고 그에 관해 얘기하는 행위 자체가 중요하다.관계란 상대에 대한 호기심에서부터 시작한다. 가까워지고 싶은 누군가를 만난다면 이런 질문도 좋겠다. 당신은 어떤 날씨를 좋아하는지, 무슨 음식을 먹을 때 가장 큰 행복감을 느끼는지. 타인에 대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는 건 알면서도, 매번 무력하게 미궁 속에 빠질지라도 말이다.

2021-03-29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요?

올 초엔 내내 우울했다.가깝게 지내던 K형이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형은 마흔을 앞 둔 나이에 암을 발견했고, 일 년 정도 병마와 싸우다 잠들었다. 누구의 죽음이 슬프지 않겠냐마는 형의 죽음은 유독 안타까웠다. 삶을 마감하기에는 너무 젊기도 했고, 무엇보다 그동안 너무나도 열심히 살아온 사람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형은 의사였다. 뒤늦게 시작한 의학전문대학원 시험 준비가 좀 오래 걸린 편이었다. 나이 서른이 넘도록 한 번 제대로 놀아보지도 못하고 공부를 하고, 대학원에 들어가서도 국가고시에 매달리고, 고되다는 전문의 과정을 거쳐서 삼십 대 중반이 되어서야 비로소 어엿한 의사가 되었고 재작년에는 사람 좋고 능력도 있는 분을 만나 결혼도 했다. 그 고생을 해서 의사가 되었으면 사치도 좀 부리고 이래저래 으스댈 만도 한데 형은 그런 게 하나도 없었다. 초창기에 나온 스마트폰을 십 년 씩이나 쓰고, 차 욕심이 없다며 버스와 지하철을 고집하다가 끝내 300만원 짜리 중고차를 하나 샀다고 자랑을 하던 사람이었다. 생전 멋 한 번 부릴 줄 몰랐고, 비싼 술 한 번 먹으러 가자고 이끄는 일도 없었다. 나는 도대체 형은 의사 월급 어디다 쓰는 거냐며, 그 돈 쌓아뒀다 도대체 뭐할 거냐고 놀리곤 했다. 원하던 바를 이룬 뒤에도 성실하고 검소했던 사람. 누구도 형의 찬란한 미래를 의심하지 않았다.그런 형이 세상을 떠났다고 했을 때 형을 아는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이렇게 될 줄 알았더라면 그렇게 열심히 살지 않아도 좋았을 텐데. 공부에 이십대를 통째로 바치지도 않았을 거고, 공부로부터 해방된 이후에도 누릴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누리며 지냈을 텐데. 그랬더라면 이렇게 떠났더라도 조금이나마 덜 아쉬울 텐데. 그런 생각에 나는 더 깊이, 오래 속상했다.몇 해 전에도 나는 가까운 형을 한 명 잃었다.S형은 얼마 전 떠난 K형과 비슷한 나이에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S형의 삶은 K형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른 나이에 모두가 부러워 할 만 한 직장을 얻어 순탄한 생활을 했지만, 형은 배우가 되고 싶었다. 결국 형은 모두의 ‘미쳤다’라는 이야기들을 외면하며 퇴사를 했고 마음껏 배우 생활을 했다. 그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을 때도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했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그래도 회사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하다 간 것이 그로서는 최고의 선택이었다”고.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두 형의 삶과 죽음이 내게 던지는 메시지는,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누릴 수 있는 것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언제 떠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당장 한 치 앞을 장담할 수 없는데 미래를 위한 투자나 희생 같은 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내일 같은 것은 생각하지 말고 현재에 충실하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하다는 생각을 했다.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다가도 가끔 주변 친구들의 앞날 걱정을 들어보면 그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얼마 전에는 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제 금방 마흔이 되고 시간은 점점 빨리 가니까 또 금세 쉰이 될 텐데, 만약에 그때 더 이상 우리를 찾아주는 이들이 없다면 우리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기술 없는 노년의 남성이 할 수 있는 일이래 봐야 몇 가지 안 되고, 그러니 사람들은 그 직업들을 향해 모여들어 치열하게 경쟁할 텐데 우리는 그 안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강백수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돈을 모아 자영업을 해도 망하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렇게 망하면 또다시 그 경쟁 속에 던져질 것이 분명하다. 혹시 모를 노후를 위해 일찌감치 자격증이라도 하나 따 둬야 할 것 같은데, 어떤 자격증을 따야 나이가 들어서도 일을 할 수 있을까. 행사장으로 가는 몇 시간 동안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처음에는 농담처럼 시작한 말이었지만, 나중에는 우리 둘 다 마음이 무거워지고 말았다.나는 아직도 정답을 모르겠다.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는 일 따위 하지 않고 지금 당장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마음껏 즐기며 사는 삶이 정답인지, 아니면 혹시 모를 미래를 미리 착실하게 대비해가며 살아가는 삶이 정답인지. 애초에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것이 지금 내게는 가장 큰 고민거리다.

2021-03-29

어떻게 살 것인가?

서수백대구가톨릭대 교수어느 날 뉴스를 보는 중에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갖지 못한다면 차라리 ‘영끌’을 해서라도 집을 사고 부동산 관리로 생계를 이어가겠다는 한 청년의 말에 깜짝 놀랐다. 지나치는 우스갯말이 아니라 현실의 말이었다. 믿기지 않는 집값 이야기와 부동산 투기 문제로 떠들썩한 시국에 젊은이들의 말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러나 씁쓸하기 그지없다. ‘세상이 어찌되려고 하나….’, ‘이 나라를 어쩌나….’하는 난데없는 나라 걱정을 하며 몇 번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나?’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냉철한 판단을 굳게 붙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였다.특별한 목적이 있지 않는 한 나는 영화나 책을 두 번 이상 보거나 읽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벌써 세 번째 읽고 있는 책이 있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인간의 품격’이다.“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라는 이 책의 주제 문구가 나와 내 삶에 변화를 줄 듯했다. 그것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이 될 수도 있으리라….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톡톡히 겪으며 한 인간으로의 소명을 다한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나로 하여금 몇 번을 다시 읽게 했다. 그것은 단순히 훌륭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니다. 모진 삶에서 나를 어떻게 다스리고 타인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깨우치게 하는 이야기다. 현 시대를 살아가며 우리는 전에 없던 갑질 행태, 사람에 대한 수저 논란으로 평등한 인권이 무너지고 있음을 실감했다. 불쌍하기까지 한 갑들의 우월감이나 을이 겪는 비참한 패배감은 우리 사회에 더 큰 무력감과 분노를 퍼뜨렸다. 이 나라와 이 민족은 역사를 거스른 세상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듯하다.정치인들의 대중적 TV프로그램 출연은 그들 또한 국민과 함께하는 한 사람이라는 인간미를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일 것이다. TV프로그램 속 정치인들을 보는 데 그들의 화려한 이력은 2차적인 문제가 된다. 장애가 있는 자녀를 성숙한 품성을 지닌 아이로 훌륭히 길러내었다는 데 감동을 하고 진실한 사랑의 마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배우자와의 소탈한 일상과 서로의 삶에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 주는 부부의 모습에 나와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는 배움의 자세를 갖게 된다. 어찌 보면 치열하고 각박한 현실과는 동떨어진 모습이라 더 큰 한숨이 쉬어질지도 모르겠다. 이 한숨이 결론이 되지 않도록 정치인들의 신실한 자세를 기대한다.지금 사람들은 더 이상 참지 않는다. 미투 운동(Me Too movement)이나 학교 폭력, 가정 폭력 등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체감하고 있다. 이 또한 그릇된 것을 바로잡고 올바로, 평안하게 살고자 하는 외침일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 앞에 내 개인을 보호하는 데만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답을 공동 삶의 범위에서 찾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 교육자로서의 사명, 책임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거듭하는 일상이다.

2021-03-28

보이지 않는 손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아침에 일어나면 휴대폰을 열고, 코로나로 만나지 못하는 지인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 날도 노트패드에 깔아두고 재미 삼아 하는 그림 색칠하기 앱을 열었더니 ‘앱을 중지했습니다’라는 표시가 뜬다. ‘이상한데, 그럴 리가….’ 하며 빠져나왔다가 다른 앱에 들어가 봐도 마찬가지다. 카톡 대화도 안 되고 네이버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지난 23일 아침의 일이다. 황당해하며 ‘앱 설정’에 들어가서 이리저리 해보다가 ‘아! 혹시 해커의 장난이 아닐까?’ 하며 얼른 덮어버렸다.매일 들춰보던 앱을 열어보던 아내도 안된다며 포기하고 “당신이 너무 사용하니까 고장 났다.” 하며 핀잔을 준다. 그럴지도 모른다며 오후에 판매점에 가보려고 했다.한참 후에 관련 앱뷰를 삭제하거나 새로 깔면 된다고 하는 긴급공지가 떴고, 구글은 오후 3시가 지나서야 사과문을 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앱이 업그레이드되면서 기존의 앱과 충돌하며 일어난 사고라는 것이다. 다음 날 기사를 보니 이동통신 3사에 수만 건의 오류 문의가 접수됐고 서비스센터에도 수리하러 온 사람들로 붐볐다고 한다.네이버는 디도스(DDOS) 공격으로 빚어진 오류일 가능성이 있다고 신고했고 방송통신위원회도 사태의 원인을 분석한다고 한다. 하루만에 문제가 해결됐지만 나의 머리에 맴도는 것 하나, 디지털 사회가 안고 있는 위험성이다. 누군가가 악성 코드를 심거나 데이터를 조작하여 전체 통신망을 흔들거나 마비시켜 사회적 환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업데이트하라는데 데이터 손실은 없을까? 자료가 새어나가지는 않을까? 염려하면서도 초기 버전으로 바꾸거나 저장공간을 정리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해결한 사람들도 많으리라. 그러나 최근 과기정통부의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서 보듯이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 농어민 등의 정보 의존성이 점점 높아지는데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많이 당황했을 것이다.문득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의 ‘빅 브러더’가 생각난다.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권력 또는 사회체제를 일컫는 말이다. 하기야 오웰이 미래라고 한 그 40여 년 전의 텔레그래프가 이제 CCTV로 발전하여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다. 소리 소문도 없이 프로그램 하나의 잘못으로 수많은 폰 이용자들이 무기력하게 된 아침, 만일 그것이 인위적인 빅 브러더의 짓이었다면, 아니 그보다 더 끔찍한 내용이었다면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해진다. 보이지 않은 손에 의해 얼마든지 네트워크의 통제 조작이 가능하리라. 그러니 빅 데이터를 이용하여 미디어도 통제하고 정보를 왜곡하고 민중을 유혹하는 독재 권력이 안 생긴다고 어찌 단언하겠는가. 디지털 정보로 사회와 문화를 장악하는 거대한 네트워크 속에서 일상의 지식을 얻고 그것을 믿고 살아가는 인간의 미래가 밝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가까운 미래의 자율주행 자동차와 배송 드론 같은 운행시스템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먹통으로 되어버린다면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친다.너무 편한 디지털 시대만을 꿈꾸지 말자.

2021-03-28

왜 행복으로 나아가지 않는가?

사공정규동국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한 나무꾼이 뭉뚱한 도끼로 땀을 흘리며 무척 열심히 나무를 베고 있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나무꾼에게 “도끼날이 뭉뚱하니, 도끼날을 갈고 나무를 베시죠”라고 권했다. 나무꾼이 “제가 너무 바쁩니다. 도끼날을 갈 시간이 없습니다”라고 나그네에게 말한다. 이 나무꾼은 어리석은 사람일까? 지혜로운 사람일까?미국의 제16대 대통령 아브라함 링컨은 “나무 베는데 6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가는데 4시간을 쓰겠다”고 했다. 나무꾼의 목적이 나무를 많이 베는 것이라면, 우리 인생의 목표는 보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우리는 어릴 때부터 언제나 어떤 일을 할 때면, 열심히 하라고 배웠다. 힘들면 힘내라고 배웠다. 물론 열심히 사는 것은 중요하다. 힘들 때 힘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뭉뚱한 도끼날을 갈지 않고 나무를 베는 어리석은 나무꾼처럼, 우리도 일상이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공부를 하지 않고 어리석게 사는 것은 아닐까?우리가 보다 행복하려면 먼저 행복에 대한 통찰력을 깨우치는, 행복으로 나아가는 지혜, 마음공부를 하고 인생을 사는 것은 어떨까? 행복의 문은 아는 만큼 열린다. 열심히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힘들 때 힘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복하고 싶다면 나를 만나는 시간, 마음공부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엇이 행복으로 나아가는 생각인지, 감정인지, 행동인지 알고 열심히 하고 힘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위의 나무꾼은 방향성이라도 있지만, 우리는 방향성조차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동대구역에서 서울을 가기 위해 서울행 기차를 타야하는데, 혹시 반대편 방향인 부산행 기차를 탄 적은 없는가? 반대편 기차를 타는 경우가 드물지만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반대편 기차를 탔다고 하더라도 대개는 이를 알아차리고 다시 본인이 가고자 하는 기차를 갈아탔을 것이다.그러나 우리 인생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하면서, 불행으로 나아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본인이 불행으로 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남이 나에게 준 비난, 경멸, 조롱의 말에 화가 나고 분노에 시달린다. 사람이 화를 낼 때 나오는 숨을 냉각시킨 뒤에 그 침전물을 쥐에게 주사했더니 쥐가 단 몇 분 만에 죽었다는 실험이 있다. 우리가 화를 낼 때 진짜로 독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분노는 가장 사랑하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고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것이다.행복은 남이 나에게 선물처럼 주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면, 모든 사람이 다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아내는 나에게 잔소리를 안 하고, 아이들은 내 말을 잘 따르며, 친구들은 나를 좋아 한다면, 대개는 행복하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다른 사람이 내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불행을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상대가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내가 행복해지기도 하고 불행해지기도 한다면 이는 타인 의존적 삶이지 주체적 삶이 아니다. 행복은 나 자신이 주체가 되어야 한다.어떤 부모도 사랑하는 자녀가 불행해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는 자녀가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자녀를 불행하게 몰고 가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자녀를 불행으로 몰고 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우리나라 청소년들의 행복지수는 OECD 국가 중 최하위이고 자살률은 1위이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트레스와 자살하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성적이다. 물론 부모가 자녀들이 커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녀가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겠지만, 과도하고 일방적인 요구는 자녀에게 마음의 상처가 되고, 자존감의 성장을 방해하고, 심지어 그들을 자살로 내몰 수도 있다. 부모들은 자신의 인생을 통해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님을 안다. 부모의 바람과 자녀들의 수용성 사이에는 큰 간격이 존재한다. 자녀들은, 부모들이 어렸을 때 몰랐던 것처럼, 부모들의 바람은 모른다. 자녀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 중요하다. 현재의 부모들이 어렸을 때 그토록 바랐던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깨닫고 나와 자녀의 관계가 사랑으로 가득차고 자녀가 행복해지는 방향으로 유턴해야 한다.우리는 행복하게 살기를 원한다. 그런데 왜 행복으로 나아가지 않는가? 우리는 행복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존재가 아니라 행복을 창조하는 능동적 존재이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행복의 주체는 자기 자신이다. 마음공부를 하게 되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나를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해지는지를 알 수 있다. 내가 어떻게 해야 나의 자녀와의 관계가 사랑으로 가득하고 자녀가 더 행복해지는지를 알 수 있다. 더 나아가 내가 어떻게 살아야 타인을 더 배려하고 우리가 더 행복해지는지를 알 수 있다.우리는 지금 행복에 대한 통찰력을 깨우쳐주는, 행복으로 나아가는 지혜, 마음공부가 절실히 필요하다. 마음공부를 위해서는 먼저 좋은 글이나 책 읽기, 좋은 강연 듣기, 명상을 하자. 나의 생각, 감정, 행동을 들여다보는 힘을 갖자. 혼자하기 어렵다면 전문가를 찾아 마음 처방전을 받아 보는 것은 어떨까.

2021-03-28

메타분석에 근거한 운동과 암의 상관관계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최근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기대수명 83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7.4%였으며, 남자(80세)는 5명 중 2명(39.8)%, 여자(86세)는 3명 중 1명(34.2%)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암 치료를 받고 살아가는 사람 또한 국내 100만 명을 넘었다. 이같이 주위에서 암환자나 암을 치료한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암은 흔한 병이 되었다.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신체활동은 암 발생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으며, 암환자에게는 암의 진행 정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알려지면서 운동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하지만 요즘처럼 인터넷, 도서, 환우회 모임 등에서 암 관련 정보들이 홍수처럼 넘쳐나는 상황이 오히려 환자들의 불안감을 증가시키고 적합한 치료를 받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메타분석에 근거한 정보 제공이 필요한 이유이다.암 치료가 끝난 직후 지친 몸을 이끌고 운동을 시작한다는 결심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운동에 담을 쌓고 지냈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암이 없는 사람에게 운동이 웰빙(well-being)이라면 암환자에 운동은 생존(being) 그 자체이다. 이처럼 암환자에게 운동은 건강한 사람의 운동보다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암환자가 왜 운동을 해야 하는지 이유부터 알아보자.운동이 암 관련 사망률을 줄이고, 무엇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수명 연장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보고되고 있다. 이 하나만으로 운동할 이유는 충분하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운동이 암 치료의 효과 자체를 높여준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운동은 항암화학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감소시키고 여러 증상을 개선시켜 치료를 원활히 받을 수 있도록 컨디션을 최적화한다는 것이 다수의 연구 결과들에서 나타난 공통점이다.운동과 암에 관한 메타분석 연구에서 운동은 암환자에게 나타나는 피로와 통증을 줄이며 불면증을 해소하고 심지어 호흡곤란까지도 해소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운동은 암환자에게 나타나는 암 유발 피로, 체력 감소, 신체적인 기능, 체구성 요소 변화, 삶의 질 및 면역력 감소를 포함하는 암 유발 마커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을 완화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규칙적인 운동은 암을 예방하고 이미 암에 걸린 경우라도 그 증세 개선 및 전이, 재발 방지에도 효과가 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 경험자가 운동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운동을 언제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는 것이다.암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도 유연성운동, 근력운동, 유산소운동 모두 필요하다. 한 메타분석을 통한 연구에서 운동 중 특히 스트레칭, 요가 등 유연성운동은 여성 환자들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으로 다른 운동에 비해 어깨 관절의 가동범위 증가와 더불어 피로를 효율적으로 제거하고 수면 장애를 제거하는 동시에 불안이나 스트레스 등 심리적 중재에도 매우 큰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암의 예후에 운동을 통한 제지방율의 증가를 강조하고 있다. 매일 하루 30분 이상의 적당한 강도의 걷기운동이 암 예방과 진전 및 예후에 효과가 있으며. ACSM(미국스포츠의학회)에서도 암 생존자들에게 운동은 안전한 활동으로 오히려 비활동적인 삶의 위험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운동으로는 일주일에 150분 이상의 적당한 운동과 일주일에 2번 정도의 격렬한 유산소운동을 권장하고 있으며, 탄력밴드 등을 이용한 주 2회의 저항운동을 병행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유산소 운동은 양질의 산소를 공급해주고, 적당한 활동을 통해 인체의 순환을 촉진시켜주며 암에 대한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주고, 햇볕을 쪼여 피부에 비타민을 형성하게 하여 암환자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표적인 방법이다.또 다른 연구에서는 저항운동, 유산소운동 프로그램을 적용한 복합운동은 유방암 생존자들에게 삶의 질과 근력을 증진시켜 유방암 부작용으로 발생되는 근력감소, 상지의 병력과 불편함, 림프부종 및 감소된 삶의 질을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다 밝혔다.최근 암 중재에 관한 운동 시기와 운동 강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암환자들의 운동중재 시기는 암의 종류나 운동의 종류 및 개인적 차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전반적으로 빠르게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암에 대한 운동중재 효과는 대부분 운동의 강도가 저강도보다는 중강도에서 효과적이고 운동의 기간도 많을수록 염증 마커나 암의 예후에 효과적인 것으로 밝히고 있다. 가능하다면 다양하고도 더 많은 운동과 신체활동을 장시간, 장기간 동안 수행하며 점진적으로 운동 강도를 높여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뜻이다.흔히 “운동은 스스로 해나가는 항암치료이며 자신을 위한 보약이다” 말한다. 운동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지만 건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할 수 있다.

2021-03-28

불안한 대구경북 코로나 발생… 상춘객 비상

전국적으로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불안한 조짐을 이어가는 가운데 대구와 경북도 신규 확진자가 줄지 않아 걱정이다. 주말인 27일 0시 대구는 23명 경북은 1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일요일인 28일에도 대구 10명 경북 7명으로 모두 17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전국적으로는 27일 505명, 28일 482명을 기록했다. 지난달 19일(561명)이후 36일만에 처음으로 신규 확진자가 500명대를 넘기기도 했다. 일요일인 28일 400명대 후반으로 떨어졌으나 보통 주말이면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점을 고려하면 우려할만한 숫자다.특히 주말인 28일 부산 56명, 인천 33명, 강원 19명 등 비수도권에서의 발생이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 대구와 경북 등 지역단위의 코로나 방역에 긴장을 높여주고 있다.지난 25일 기준으로 우리나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섰다. 문제는 증가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21일 누적환자 3만명을 넘긴 지 불과 4개월 사이에 7만명이 더 늘어난 것이다. 사우나, 식당, 직장 등 일상 공간 곳곳에서 감염이 끊이질 않는다.전문가들은 백신접종이 시작됐으나 이런 불안한 상황은 4월까지 지속될 것 같다는 전망을 한다. 정부도 이런 분위기를 고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 및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조치를 내달 11일까지 다시 연장했다. 그러나 기온이 풀리면서 전국 유명 벚꽃단지마다 상춘객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어 코로나 확산의 불씨가 될까 걱정이다. 대구에도 금호강 벚꽃길, 수성못, 앞산 벚꽃길 경북에서는 경주 보문단지 등에 상춘객들이 몰려와 코로나 방역 분위기를 느슨하게 하고 있다. 2월말부터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됐으나 이달 현재까지 국민의 백신 접종률은 겨우 1.4% 수준이다. 세계 백신의 60%가량을 생산하는 인도가 자국민 접종을 이유로 수출을 일시 중단하면서 국내 백신 물량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는 소식이다.봄철 꽃구경 나올 상춘객은 이번 주가 절정이다. 다시한번 방역의 고삐를 죄어야 한다. 작년 11월 중순부터 시작한 3차 대유행이 벌써 5개월째다. 이동량이 많은 봄철 시도민 각자가 주의를 갖는 것이 최고의 방역이다.

2021-03-28

“윗물이 맑아야”

공자는 논어에서 ‘군자지덕풍(君子之德風)’을 이렇게 풀이했다. 군자의 덕은 바람이요 소인의 덕은 바람에 의해 눕는 풀이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기 마련이라 했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뜻이다. 윗사람이 부당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면 아랫사람도 따라서 양심에 가책이 되는 일을 하지 않는다고 가르친 말씀이다.“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라는 우리 속담에서 윗물은 부모나 권력자 등 사회지도층을 말한다. 부모의 행동과 말은 자식이 본받게 마련이고 사회지도층의 행동 양식은 오로지 백성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의미다.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20년도 우리나라 고위공직자의 재산 현황을 들여다보면 가히 놀랍고 충격적이다. 부동산에 대한 고위공직자의 애착이 얼마나 깊은지를 단번에 느끼게 한다. 중앙정부 공직자 759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8명이 본인이나 가족 명의의 토지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집이 두 채 이상인 다주택자도 148명이나 됐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엄중한 다주택 억제조치에도 여전히 많은 공직자는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었다. 국회의원도 마찬가지다. 6명의 1명꼴인 49명이 다주택자였다. 지방의회 의원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와 사회 지도층의 부동산 보유는 정부 정책의도와는 아주 먼 거리에 있다.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 규제를 외쳐도 그들에겐 마의동풍인 셈이다.그들이라고 부동산을 소유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유독 부동산에 많은 재산이 쏠려 있는 것 자체가 국민의 눈총 깜이다. 코로나로 하루하루 생계 위협을 받는 서민이 받을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이라 했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28

‘바이오랩’ 유치경험 자체가 포항의 資産이다

정부가 올 상반기 중에 ‘K-바이오 랩센트럴’ 구축 사업 후보지 공모를 한다고 발표하자 포항시가 공모 참여의사를 밝혔다. 포항시는 다음 달 초 대학, 연구기관, 바이오 관련 기업, 병원 등이 참여하는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랩센트럴은 지난 2012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바이오 분야 벤처·스타트업 지원기관이다. 벤처·스타트업에게 실험시설, 사무공간 등을 제공하면서 바이오 분야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 포항에는 산·학·연·병원에 걸쳐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을 위한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돼 있어 랩센트럴을 유치할 의욕을 가질 만하다. 제넥신 같은 바이오벤처 40여 개가 활기있게 운영되고 있고, 지난해에는 대형 제약회사인 한미사이언스와 3천억 규모의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바이오 관련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준공한 바이오오픈이노베이션센터(BOIC)는 랩센트럴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랩 센트럴의 실질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최적지라고도 할 수 있다. 랩센트럴 유치전에는 현재 대전과 인천, 청주(오송)가 뛰어들어 접전을 벌이고 있다. 대전은 과학부시장을 따로 둘 정도로 바이오 분야 산업에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지역언론사 주최로 각계 랩센트럴 관련 리더들이 모여 포럼을 열기도 했다. 인천은 지난 2002년 셀트리온이 송도에 입주한 후 동아쏘시오, 바이넥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머크 등 국내외 바이오 기업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 청주 오송읍은 대기업 바이오 생산 공장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6대 바이오 행정기관이 있는 곳이다.이강덕 포항시장이 언급한 것처럼 포항은 오랫동안 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해 왔고, 세계 최고 수준의 신약개발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포항의 최대강점은 교육이 연구로 연결되고, 연구가 산업으로 발전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곧 출범할 랩센트럴 유치위원회에 포항시의 바이오 관련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해서 포항시의 미래 먹을거리를 구상해 보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

2021-03-28

대구경북 합쳐야 살 길 생긴다

심충택논설위원사회 전 분야에 걸쳐 확산하는 ‘섹트주의’를 보면 나라 앞날이 걱정이다. 매일 자고 일어나면 ‘니편 내편’으로 나누어 싸우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 오죽하면 친여권으로 분류돼 왔던 조남관 검찰총장대행조차 최근 대검 간부회의에서 친(親)정권 검사들을 겨냥해 “검찰 조직이 편을 나누기 시작하면 공정과 정의를 세울 수 없다”며 공개 비판했겠는가.나는 검찰조직의 섹트주의보다 더 치졸하고 역풍이 거센 것이 ‘지역별 편가르기’라고 생각한다. 4월 7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이 가덕도 신공항을 이용해 부산시민과 대구시민을 이간질하게 한 행위는 우리 역사상 길이 남을 섹트주의의 전형이다. 어떻게 한솥밥을 먹고 있는 식구와 다름없는 사람들을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편가르기 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현 국가권력자들의 행위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대구와 경북도 섹트주의에서 자유스러울 수 없다. 한뿌리에서 태어난 시·도민들은 지금도 콩 한 쪽을 나눠 먹는 사이로 지내고 있지만 대구시와 경북도 공무원은 그렇지 않다. 정부 공모사업이나 기업 유치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서로 출혈경쟁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시·도간 연계되어 있는 각종 현안이 숙원(宿願)으로 남아 있는 게 한두 건이 아니다. 경산~하양간 대구지하철 연장, 대구~칠곡~구미간 광역철도망 건설, 대구취수원 이전문제, 포항신항 물동량 유치 실패 등이 주요 사례다. 민선 4·5기와 6·7기에 추진됐던 경제통합 추진위원회와 한뿌리 상생위원회가 별 성과를 못 낸 것도 따지고 보면 섹트주의 탓이다.곧 주민여론조사 절차를 밟게 될 대구경북 행정통합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도 ‘니편 내편’ 의식 때문이다. 지금 대구는 각종 경제·사회지표에서 광주보다도 더 처지는 도시로 변해가고 있다. 경북은 얼마 안 가면 주민이 없어 소멸할 시·군이 줄지어 있다. 현 행정 시스템으로는 누가 시장, 도지사가 돼도 문제를 해결하기가 불가능하다. 역대시장이나 도지사가 역량이 부족해서 상태가 이렇게 악화한 것은 아니다. 비수도권의 어느 자치단체도 혼자 힘으로 수도권 블랙홀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행정통합 후의 대구경북이 어떤 위상을 가질지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니편 내편’ 출혈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예를들어 대구는 포항이나 경주, 안동, 구미 등과 같은 행정구역이 되면 유서깊은 관광지와 공단, 해양을 낀 큰 도시로 변모한다. 새로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도시가 된다는 말이다.최근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시·도와 4개 연구원(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연구원)이 수도권 블랙홀에 맞서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청사진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같은 이유에서다. 먼 훗날 이 지역이 지명조차 잊혀져 가는 처지가 되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살림을 합쳐 생존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통합으로 인해 예상되는 문제들은 그때 가서 해결하면 된다. 새로운 길이 바로 고속도로 일 수는 없지 않은가.

2021-03-28

목련꽃 그늘 아래서

하루를 꽃그늘 아래서 보냈다. 목월 시인의 ‘4월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말이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질 읽노라~” 노랫말처럼 목련이 키를 한껏 키운 곳으로 소풍을 갔다. 아래에서 올려다보니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나무가 열심히 수 놓은 꽃잎들이 봄기운에 흔들리고 있었다. 아, 목월 시인이 이것을 보고 썼구나. 이 그늘 아래서 젊은 베르테르가 쓴 편지를 읽고 있으면 새의 날개옷 같은 하얀 꽃잎이 편지처럼 나리겠지.불국사 주차장에서 동리목월문학관으로 가는 길, 연못 위로 다리 하나가 놓였다. 입구에 자목련 세 그루는 아직 입을 다 열지 않았다. 그 모습이 새 같다고 하니 함께 간 E는 촛불을 켠 것 같다 하고, S는 꽃등 같다고 거들었다. 자목련이 아직 새의 부리같이 꽃잎을 맞은편을 향해 지저귄다. 오늘이 절정인 백목련이 환하게 웃는다. 다리를 건너니 양쪽에서 가지를 뻗어 나와 하늘을 덮었다. 목련 이불이다.목월 시인이 태어나서 어린 시절을 보낸 경주라서 그런가. 키 큰 목련이 유독 많다. 작정하고 목련 투어를 나선 날이니 한 곳을 더 찾아갔다. 오래전 4월 5일, 아직 식목일이 공휴일이던 때에 남편을 만나고 첫 야외데이트 날에 경주 남산을 올랐었다. 포석정에 주차를 하고 오르는 산책로는 길이 좋아 이야기하며 걷기 안성맞춤이다. 산 중턱 너럭바위에서 싸간 김밥과 커피를 마시고선 반대편 통일전으로 내려왔다. 그날 통일전에 들어가니 목련이 많이도 심겨 있었고 그 꽃들이 막 피기 시작해서인지 넓은 뜰에 향기가 그윽하게 번졌다. 목련도 향기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그곳을 30년 만에 다시 찾았다. 목련이 폈을까, 올해 꽃이 빨리 와서 이미 져버리진 않았나, 그 사이 정원수가 바뀐 건 아닐까 걱정을 하며 들어섰다. 내 걱정이 쓸데없다는 듯 기와를 인 담장 옆으로 흐드러지게 목련이 일렁거렸다. 키가 아주 높진 않아서 꽃 속까지 자세히 들여다보였다. 반들거리게 닦아 놓은 정자에 오르니 경주의 자랑거리인 능선이 멀리 보이며 들 풍경이 환하게 펼쳐졌다. 목련 나무가 발아래 있어서 올려다보는 것과 또 다른 감흥을 느끼게 했다.수백 장의 사진을 찍은 우리는 이제 카메라는 내려놓고 마루에 철퍼덕 우리도 내려놓았다. 평일에 통일전을 찾는 이가 거의 없어서 넓은 정원이 다 우리 것이었다. 꽃보다 더 환하게 웃으며 봄바람을 즐겼다.그러다 목련꽃 그늘 아래 섰으니 우리도 시 한 편을 읊어 보자고 했다. 내내 흥얼거린 4월의 노래가 목월 시인의 시이니 읽어주겠다고 하니까 “무슨 노래요?” 한다. 검색해서 들려주었더니 함께 간 두 여인이 처음 듣는 노래라는 것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나오지 않았나, 음악 시간에 불러본 적 없느냐 했더니 없단다. 나보다 열세 살 어린 그들의 교과서와 내 것이 달랐던 모양이다. 그 대신 ‘오~내 사랑 목련화야 그대 내 사랑 목련화아야’ 이 곡으로 수행평가를 했단다.초등 4학년 담임이 풍금으로 ‘아름다운 것들’을 들려주신 날, 노래가 너무 예쁘고 좋아서 그 자리에서 다 외워버렸다. 중학교 합창 대회 때는 ‘카프리섬’과 ‘오 솔레미오’를 연습했더랬다. 음악 시간에는 음악실로 이동해서 선생님의 피아노 소리에 맞춰 가곡을 배웠고, 그때 듣고 배운 것들로 평생을 읊조린다.아들에게 학창시절 음악 시간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자습이었다고 한다. 음악 선생님도 그닥 즐거운 표정은 아니었다고 하니 미술도 저 먼 나라 이야기였을 것이다. 체육까지 하지 말라면 남학생들이 들고일어날까 봐 그나마 공 하나 던져주면 신이 났었다고 한다. 그러니 ‘4월의 노래’도 목련화도 듣느니 처음이란다. 아들이 나이 들며 목련 나무 아래서 흥얼거릴 가곡이 있으려나 싶어 안타까웠다.아직 3월인데 아파트 화단에 목련꽃은 벌써 지고 연두 잎이 돋았다. 더 북쪽인 서울에도 목련이 핀다니 목월 시인의 ‘4월의 노래’가 이젠 ‘3월의 노래’로 바꿔야 하나 하는 걱정을 해 본다. /김순희(수필가)

2021-03-28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의 중요성

이승율청도군수인간이 언제나 걱정해야 하는 것이 먹거리다.우리의 조상은 ‘의식주(衣食住)의 해결이 가장(家長)의 덕목’으로 챙길 만큼 먹거리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가장 슬픈 것이 배고픔을 참는 것이다”란 말이 회자할 정도로 먹거리의 중요성은 현재에도 진행 중이지만 미래에도 그 가치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먹거리는 공장에서 생산되는 것과 흙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크게 구별할 수 있다. 우린 한 때 자기가 사는 땅에서 산출한 농산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신토불이(身土不二)’를 외친 적이 있었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공급이 달리면 언제든지 확대공급이 가능하지만,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는 인간의 의지로 좌지우지할 수 없어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청도군은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의 중요성을 오래전에 간파해 농업인에 대한 복지와 경영안정, 농지의 효율적인 이용관리 등에 집중투자하고 필수요건인 농업인 육성에 노력하고 있다.지역의 농업인이 고령화되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고자 군은 지난해 1월 귀농귀촌담당을 신설해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젊은 층의 욕구를 해소하며 다양한 정책지원을 하고 있다.귀농인의 정착지원을 위해 농업창업과 주택구매를 지원하고 농지임차료 지원, 정착 장려금, 주택수리비지원 등과 마을주민들과 융화될 수 있도록 교육과 초청행사도 진행하고 있다.청년 창업농을 육성하려고 영농정착지원 등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귀농귀촌·청년 창농인 박람회 참가 등으로 귀농·귀촌인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에도 적극적이다.젊고 유능한 농업분야 진출과 건실한 농업 경영체로 성장시키고자 독립경영 1년차 100만원, 2년차 90만원, 3년차 80만원과 창업자금, 기술·경영교육, 컨설팅을 지원하는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사업과 청년 농부 창농기반구축사업 등으로 청년창업농을 발굴·육성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덕분에 2018년 390명이던 귀농귀촌인구가 2019년 633명으로, 2020년에는 825명으로 증가하는 등 귀농귀촌의 중심에 서 있다.올해는 귀농지원센터가 운용돼 귀농귀촌 지원 관련 홍보, 교육, 정보제공, 청도에서 미리 살아보기 등 찾고 싶고, 살고 싶은 청도를 만드는데 일조하게 된다. 농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서 불법전용농지 지도단속을 강화하고 불법전용농지관리를 전산화해 단계별 행정조치 등 투명성을 높일 예정이다.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가 중요해도 흙을 경작해야 할 농업인이 대접받지 못하면 공염불에 그치게 된다. 청도군은 농작물 재해보험과 가축 재해보험을 지원해 기상재해를 대비하고 농가 도우미와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특수건강검진비 지원 등 농업인의 복리증진과 경영안정 지원에, 영농 편의를 위해 농기계를 저렴한 사용료로 임대하고 있으며 새로운 영농기계의 구매에도 적극적이다.농촌자원의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자 농산물 안전 분석실 건립과 청년 임대형 스마트 팜 단지 조성, 드론 방제단 운영, 농산물 가공 부가가치 향상, 고품질 과실 생산기반 지원, 신소득 작물 및 특화작물 확대 육성 등 스마트 농업 인프라를 적극 구축하고 있다. 또 통합마케팅 출하조직 육성과 농산물 수출 확대 기반조성, 농축산물 가격안정기금 운용, 농특산물 온·오프라인 마케팅 강화, 친환경 축산경영 지원 등 지속 가능한 농업생태계 기반을 조성해 농업인의 사기를 높이고 있다. 특히 거점세척소독시설을 조기완공 해 AI, 구제역, ASF 등 가축질병으로부터 청정 청도를 유지해 지역의 농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축산농도 보호할 것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로 누구나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농업인들의 시간은 더 힘들었다.출하시기를 놓치면 상품가치가 하락하지만, 소비자와의 거리는 멀어 마음고생 할 때 한재미나리, 복숭아 등 농산물 팔아주기 등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도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인의 수고로움이 가슴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다시 원론으로 돌아가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려면 흙을 보존하고 농업인의 사기진작에 노력해야 한다. 앞으로도 흙에서 생산되는 먹거리의 안정적인 가격형성을 위한 청도군의 행정서비스는 계속된다.

2021-03-28

복지사각지대와 업무 핑퐁

김락현 지역부최근 구미에서 3세 여아 방치 사망사건과 30대 엄마가 원룸 3층에서 6세 딸을 떨어뜨려 중상을 입히는 등 아동학대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복지사각지대에 대한 정확한 현황과 그에 맞는 현실적 대안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일각에서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인원 부족이 복지사각지대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한다.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인원 부족이 복지사각지대의 원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복지직 공무원 정원이 현 정부가 내놓고 있는 복지정책에 비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복지직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복지사각지대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근본적인 문제 해결책이 될 수가 없음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현재, 각 지자체의 복지업무는 복지직과 행정직이 함께 담당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늘어가는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전체 직원들의 수가 부족하다고 봐야한다.이는 전체 공무원 정원 수가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실제, 최근 아동학대사건이 발생한 구미시의 경우 2020년 12월 기준으로 총정원 1천795명의 공무원이 41만6천328명의 인구를 담당하면서 공무원 1인당 주민수가 232명으로 경북도내 전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포항시 226명, 경산시 210명, 경주시 151명이고, 군단위에서는 칠곡군이 136명으로 가장 높았다. 구미시의 사회복지직 총인원이 포항시와 비교해 부족한 것은 사실이나, 포항시에는 구청이 2곳이나 존재하기 때문에 구청이 없는 구미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그렇다면, 복지업무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구미 3세 여아 사건과 관련한 취재를 하면서 공무원들의 업무 행태가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속칭 ‘업무 핑퐁’이다.한 예로 복지업무를 담당하는 한 행정직 공무원은 복지상담건과 관련해 전문가인 복지직이 맡아서 해야한다며 일을 미루고, 현장 업무로 바쁜 복지직 공무원은 행정직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불평한다. 그러면 행정직은 복지업무에도 행정업무가 있기 때문에 자신들은 행정업무를 하기에도 바쁘다고 둘러댄다.공무원은 시민들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이다.최소한 시민들을 위한 복지 업무에서 만큼은 ‘업무 핑퐁’없어 맡은 업무에 충실해 주었으면 좋겠다./kimrh@kbmaeil.com

2021-03-25

‘나’하고 관계 없는 세대가 있다

무척이나 몸이 안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제나 피할 수 없는 일이 있게 마련이다. 변호사로 이미 명성을 얻은 ‘친구’가 소설을 써냈다. 그냥 소설도 아니고 미래소설, AI가 사람을 죽이는, 문제적인 이야기다.이런 바쁜 세상에서 소설을 쓴다는 건 쉽지 않고, 그것도 시대의 추세를 앞서가는 것도 쉬운 일 아니다. 나 역시 소설을 쓰지만 낡은 시대의 끝을 살아가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며, 합정동에서 망원동 가는 쪽에 있는 전라도 음식점으로 서둘러 향했다.식당에는 이 장편소설을 펴낸 솔출판사의 임 선배가 이미 와 계셨고, 표지를 그린 오 선생도 함께 합석을 했다. 수년 동안 늘 둘이서만 술을 마시다시피 한, 평론가 이 후배도 미리 와 있다. 섬세한 그가 책을 출간한 작가를 위해 사 온 프리지아 꽃다발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인다. 좋은 모임이지만 나는 우리가 모두 나이가 들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이 평론가가 나보다 11년 후배나 되고 그래도 벌써 사십 대 후반에 접어들었으니 ‘세상’으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나온 셈이다. 무슨 이야긴가 끝에 임 선배가 세상에는 ‘나’하고 관계 없는 세대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했다. 나는 즉각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솔출판사는 최근에 카프카 전집을 내고 버지니아 울프 전집을 냈는데,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는 젊은 세대란 없다시피 하다. 그리고 바로 이들이 ‘세상’을 이루고 있다. 웹툰이며 웹소설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고, 이런 작품들이 영화가 된다.나도 그런 생각을 한 때가 있었다. 벌써 16,7년이나 된 일이다. 모교에 와서 첫날 강의에 들어간 나는 예기치 않게 심중에 담아 놓은 이야기를 토설하고 말았다. “저는 여러분 세대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습니다. 저의 세대의 사연을 그대로 보따리째 싸들고 그냥 살아가다 홀연히 사라지고 싶었습니다.”그 무렵 나는 어떤 독한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관해 ‘세상’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았다. 일본 작가 나쓰메 소세키 책 중에 ‘나의 에고이즘’이라는 것이 있어 꼭 나의 감정을 대변하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혀 있었다.지금도, 나는 사실은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다. 임 선배처럼 나도 나와 관계없는 세대와 ‘함께’ 호흡하며, 한때의 신조를 어기고 때때로 그들에게 나의 세대의 사연들을 노출하고 만다.그러면서 또 생각한다. 어쩔 수 없이, 사람은 세대에서 세대로 경험과 기억을 이어주고 이어받을 수밖에 없다고. 많은 것이 그러는 사이에 잊혀지고 놓쳐지고 거부된다 해도, 그렇게 사람의 삶은 연결되는 것이라고./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 한국화가

2021-03-25

국회는 응답하라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의혹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공직자 재산등록 결과가 발표돼 서민들의 소외감을 부채질 하고 있다.인사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25일 행정부 소속 정무직, 고위공무원, 국립대학총장, 공직유관단체장, 지방자치단체장 등 재산공개대상자 1천885명의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역을 공개했다. 공개 대상자의 평균 재산은 14억1천297만원으로 집계됐고, 종전에 신고한 재산 평균보다 약 1억3천112만원 증가했다.고위공직자의 약 80%는 지난 1년간 재산이 늘어났다. 재산이 늘어난 것은 주택·토지의 공시지가 및 주가지수 상승, 비상장주식의 평가방식 변경으로 실물자산 가치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구·경북지역 공개 대상인 시장·부시장·시의원·구청장·군수 등 고위공직자 42명의 2020년 신고 재산 평균은 13억3천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역시 공개자 중 64.3%인 27명은 이전 신고 때보다 재산이 늘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보다 1억1천500만원이 증가한 19억2천900만원을 신고했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해 말 기준 전년보다 4천299만5천원 줄어든 15억2천810만8천원을 재산으로 신고했다. 부동산 광풍이 불어닥친 수도권과 달리 대구·경북지역의 공직자 재산은 그리 크게 요동치지 않은 셈이다. 21대 국회의원의 경우 298명 가운데 신고총액이 500억원 이상 2명을 제외한 296명의 신고재산액 평균은 23억 원대로 나타났다. 또한 10명 중 8명꼴로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이 와중에 국회는 지난 24일 본회의를 열고 LH 5법 중 3개 법안을 처리했다. LH 등 부동산 관련 업무나 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50억원 이상의 투기 이익을 거둘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는 공공주택특별법, LH 임직원뿐 아니라 10년 내 퇴직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가 적발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얻은 이익의 3∼5배 벌금을 부과하는 LH법 개정안 등이다. 문제는 이날 통과된 법안은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에 연루된 LH 직원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법리상 소급적용은 위헌소지가 많다는 이유에서다.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국가체제 아래 부를 추구하는 것은 죄가 아니며, 죄악시해서도 안된다. 하지만 공직에 있으면서 획득하게 된 정보를 이용해서 토지나 부동산을 취득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며, 공직윤리에 어긋나는 범법행위다. 이런 공직자들을 엄단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분을 정치권은 반드시 해소해줘야 한다. 특히 투기이익을 거둘 경우 엄벌에 처하도록 한 ‘LH법’은 소급적용하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소급입법 조항이 비록 위헌의 소지가 다분하지만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사안이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공직자들의 투기에 분노한 국민의 공분을 풀어줘야 한다. LH투기 의혹에 분노한 국민들에게 국회는 응답하라!

2021-03-25

수도권 맞선 ‘영남권 메가시티’ 추진 기대된다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청사진 마련을 위한 첫 연구보고회가 그저께(24일) 울산연구원 주재로 온라인에서 열렸다. 대구, 경북, 부산, 경남, 울산 등 영남권 5개 시·도와 4개 연구원(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연구원)이 지난 1월 15일 맺은 협약을 계기로 첫발을 내디딘 이날 회의에서는 향후 추진계획과 분야별 실행계획 수립 등 연구 착수에 관한 내용이 보고됐다. 그리고 대구경북·부산·경남 3개 연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과제로 연구하고 있는 영남권광역교통망 구축방안, 영남권 안전한 물관리체계 구축방안, 낙동강 역사문화 관광벨트 조성에 대한 중간보고도 있었다.영남권 4개 연구원은 앞으로 경제·산업, 교통·물류, 환경·안전, 문화·관광, 행정·교육, 보건·복지 6개 분야에 걸쳐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영남권 전체를 아우르는 민관 거버넌스 조직 체계구축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대형프로젝트 사업을 발굴할 예정이다.이미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됐지만, 영남권 5개 시·도는 지난해 8월 5일 국가균형발전과 상생발전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영남권 미래발전협의회’를 만들었다. 그동안 시장·도지사 회의, 실무자 협의회도 여러 번 열었으며, 영남권 자치단체가 우리나라 새로운 경제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연구해 왔다. 영남권 5개 시·도는 오는 8월까지 ‘발전방안 공동연구’가 마무리되면 연구에서 도출된 분야별 사업을 본격 추진한다는 방침이다.‘영남권 발전방안 공동연구’의 목적은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수도권 일극주의 체제에 브레이크를 걸자는 것이다. 서울, 경기, 인천과 충청권 일부까지 포함하는 수도권은 계속 몸집을 불리며 국내 모든 인적·물적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비수도권 자치단체들이 뭉쳐서 이를 저지하지 않으면 국가 균형발전은 물건너간다는 초조감에서 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추진되고 있지만, 비수도권 자치단체가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메가시티’를 형성하지 못할 경우 경제, 산업, 문화 등 전 분야에 걸쳐 계속 쇠퇴일로를 걸을 수밖에 없다. 이번 공동연구에서 영남권 발전과 관련한 실천가능한 대안이 제시돼 비수도권 주도의 국가균형발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2021-03-25

미국의 콤플렉스

지금 미국은 계속된 총기 사고로 매우 흥분돼 있다. 애틀랜타에서 총기 사고로 8명이 숨진 뒤 바로 엿새만에 22일 콜로라도에서 또 10명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나자 미국 사회는 충격에 휩싸여 있다.백악관도 총기규제에 대한 행정명령과 입법조치 등 다양한 대응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총기 규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그간의 조치를 보면 흥분된 만큼 실효적 결과를 낸 적이 없다.총기사고에 대한 강력한 대응조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총기사용을 규제하고 총기를 회수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국민의 정서가 다르다. 법률적으로 총기를 규제할 방법이 없는데다 총기 규제에 관한 찬반양론이 극렬히 맞서고 있는 모순된 상황이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인에게 총기 휴대는 일상적 생활의 한 부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가정에서 총기 다루는 법을 배운다. 미국에서 총기를 사는 것은 술을 구입하는 것보다 더 쉽다고 한다. 우리에겐 황당한 얘기로 들리지만 30개주에서 초등학생이 총기를 보유해도 법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다.미 연방수사국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민간인이 보유한 총기 수가 국민 1인당 1정에 가까운 2억7천만정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사고가 날지 예측이 안 되는 상황이다. 링컨이나 케네디와 같은 대통령에 대한 총기 암살사고가 일어나는 곳이 미국이다. 백주에 총을 든 범인과 경찰이 대치하는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총기 사고도 종종 목격된다.총기휴대에 대한 관념이 우리와는 정서적으로 많이 다르다. 총기를 회수하는 것 자체를 개인 사생활 침해로 생각하는 나라다. 총기휴대 문제는 미국의 딜레마이자 콤플렉스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25

IMF 이후 최악 대구경제, 특단 대책 세워라

코로나 사태 영향으로 지난해 대구의 산업관련 각종 지표가 IMF이후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0년 대구지역 경제현황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대구지역 경제성장률은 -7.9%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돼 1998년(-9.9%) 이후 가장 부진했다.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할 것이란 짐작은 했으나 대구경제 성장률이 이처럼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놀랍다.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이 밝힌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1.0%와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 또한 심각하다.대구상의 발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역중소제조업의 평균 가동률은 64.5%로 전년보다 5.9%p가 떨어졌으며, 업종별로는 전자부품을 제외하고는 전 업종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지역의 주력업종인 섬유업(-18.2%), 기계장비(-16.9%), 자동차(-13.8%) 등이 모두 큰 폭 감소했다.통계 작성 이후 한 번도 감소한 적이 없던 서비스업 생산도 지난해는 2.9%가 감소했다. 수출액과 수입액이 동시에 감소하면서 무역수지는 전년보다 30.2%가 줄었다. 대구지역 산업단지 생산액도 전년보다 13.1%가 감소했던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같은 기간 국가 전체 흐름과 비교했을 때 백번 양보하고 해석하더라도 대구의 경제성과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대구지역 산업구조의 취약함이 여실히 드러낸 결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대구시와 대구상의 등 지역경제단체를 중심으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악무는 각오없이 이같은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정치적으로 소외가 지속되고 부산 가덕도 공항 건설과 같은 대구경북 경제에 불리한 환경 등이 잇따라 조성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지역경제를 살릴 묘안 찾기가 급하다.때마침 이재하 대구상의 회장이 연임에 들어갔다. 한차례 거친 대구상의 회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세련되고 완숙한 능력으로 대구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면 한다. 경제 주체가 발벗고 뛰고 대구시나 정치권은 문제 인식을 같이해 그들을 도와야 한다. 이번이 대구경제에 대한 심각성을 다시 인식하는 절실한 계기가 됐으면 한다.

2021-03-25

대통령 사저(私邸)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이정규 스웨덴 주재 대사가 SNS에 올린 타게 엘란데르 전 총리에 대한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운동권 출신이었지만 23년간 총리를 하면서 각계각층의 인물들과 스스럼없이 만나 대화와 타협을 했다. …. 총리 관저에서는 공식 집무만 보고 거주는 임대주택에서 했다. 막상 총리에서 퇴임하자 살 집이 없었다. 이를 안 국민들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 별장을 지어주었다. …. 55년간 해로한 부인 아이나도 검소했다. 남편이 총리였지만 고등학교 화학교사를 계속했다. 그녀는 남편이 퇴임한 후 한 뭉치의 볼펜을 들고 총무 담당 장관을 찾아가 건네주었다. 볼펜에는 ‘스웨덴 정부’ 마크가 새겨져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총리 때 쓰던 볼펜인데 이제 정부에 돌려주는 것이 맞다’고 했다. …. ” 엘란데르 전 총리는 관용차 대신 부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출근했으며, 총리시절 입었던 양복은 색이 바랜 것이었고 신발은 여러 겹의 밑창을 대고 신었다. 그런 검소함은 부인도 닮아서 23년 동안 국회 개원식 때 입은 정장은 한 벌뿐이었다.# 호세 무히카 전 우루과이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불린다. 노타이에 낡은 통바지, 싸구려 운동화, 헝클어진 머리칼로 유명한 그는 재임 기간 동안 월급의 90%를 기부했고, 관저는 노숙자에게, 별장은 시리아 난민 고아들에게 내주었다. 정작 대통령 자신은 쓰러져가는 시골 농가에 살며 낡은 차를 직접 몰고 출퇴근했다. 그는 대통령이 되기 전에도, 재임 기간에도, 또 퇴임 후에도 평범한 농부의 삶을 살고 있다. 물은 우물에서 길어다 쓰고, 빨래도 직접 한다. 그는 대통령이 되어서도 자신의 프로필에 ‘농부’라고 적었다는데 마당에는 무히카 부부가 오랜 기간 가꾼 꽃과 화초가 무성하다. 이런 그를 아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라고 부르지만, 그는 그렇게 불리는 걸 좋아하지 않고“나는 가난한 것이 아니라 절제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에 거처할 사저를 짓기 위해 경남 양산에 부지를 매입한 과정에 석연치 못한 점이 있어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그 중 일부가 농지라서 농사를 지을 목적이 아니라면 살 수 없다는 것과, 9개월 만에 대지로 형질을 변경한 것이 특혜가 아니냐는 것이다. 농지법 6조에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 한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형질을 변경해 사저를 지을 목적이었으니 명백히 농지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는 문대통령이 그토록 강조해 마지않는 부동산 대책과도 맞지 않는, 누가 보아도 공정한 과정이나 정의로운 결과로 볼 수는 없는 처사인데, 정작 본인은 사과는커녕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좀스럽고 민망한’ 짓을 그만하라고 나무라는 글을 올려서 논란을 증폭시켰다. 타게 엘란데르나 호세 무히카 같은 세계가 칭송하는 청렴하고 소박한 지도자는 아닐지라도, 불법과 편법까지 동원한 퇴임 후 대책은 부끄러운 면모가 아닐 수 없다. 아직도 ‘문재인 보유국’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소위 ‘대깨문’이라는 자들이 적지 않은 것은 여간 씁쓸한 노릇이 아니다.

2021-03-25

코로나로 일어난 변화들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마스크가 일상화 된 모습이 이젠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진다. 겨울 독감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마스크를 종종 잊고 나가 애를 태우던 시대에서 이제는 마스크를 안 쓰면 무언가 불편하게 느껴 외출을 못하는 이상한 시대로 바뀌었다. 줌(Zoom)이라는 온라인 미팅 프로그램이 세계의 각종 학회나 회의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다.요즘 대부분의 미팅이 줌으로 진행되고 대학에서의 강의나 세미나도 줌으로 하고 있다. 각종 행사의 형식도 많이 간소해졌다. 리셉션이나 행사만찬이 없어지거나 대폭 축소되었다. 악수도 생략되고 주먹으로 인사하고 식당에 가면 띄어 앉는 게 일상이다.대학은 교무회의를 온라인으로 하기 시작했다. 수업도 온라인이나 동영상으로 진행되어 캠퍼스는 텅 비어 있다. 학생이 없는 캠퍼스 모습도 처음 보는 풍경이다.접촉이라는 컨택트(Contact)가 아닌 비접촉이라는 언택트(Untact)라는 신조어를 부상시키며 비대면·비접촉 소비 등 새로운 비즈니스 방식도 생겨났다. 쇼핑시장은 온라인 쇼핑으로 대폭 바뀌면서 택배업체와 배달업체들이 호황을 맞고 있다. 학원, 취미강습 등을 다니지 못하면서 화상통신을 이용한 원격교육, 온라인 요가, 요리강습 등이 강세를 보이면서 아예 온라인으로 체험을 하는 환경이 집집마다 구현될 가능성이 높아졌다.여행 산업도 크게 위축 되었다. 필자도 대학에서 대외협력 일을 맡으면서 거의 매달 나가던 해외 출장을 공적인 일로는 작년에 한번도 해외 출장을 가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국제회의가 실시되기도 하지만, 또한 귀국 후 자가격리라는 기간이 너무 일상을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해외 가족 결혼 때문에 출국 시 보았던 인천공항의 풍경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차를 댈 수 없을 정도로 붐비던 인천공항의 주차장은 거의 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텅 비어 있다. 수천명의 탑승객이 붐비던 공항 출국대도 사람 몇 명이 왔다 갔다 할 정도다.문제는 언택트 시대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변할까 하는 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SNS 같은 온라인 소셜미디어가 더 활성화 될 전망이다. 그래도 성이 차지는 않을 것이고 우울감은 심화될 수 있다.코로나 블루가 걱정이다. 상호단절된 상황 속에서 우울감을 증폭시키면서 코로나 피로감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지가 걱정이다. 백신접종이 전세계적으로 시작되었다. 백신을 통해 코로나가 종식될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이제 인간은 독감처럼 코로나와 함께 생존해야 한다는 예측도 있다.BC, AD는 예수 이전과 이후로 나누는 연대 계산 방식이다. BC는 예수 탄생 이전이라는 의미이지만 아마도 미래에는 코로나 이전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농담만은 아닐 것이다. C가 예수가 아니라 코로나가 될것이라는 것이다. 정말 우리는 지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세상’속에 살고 있다. 이 변화의 끝이 어디가 될 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021-03-25

부활, 새로운 삶의 지평을 열어 주신 예수 그리스도

정석수 신부​​​​​​​대구가톨릭 요양원장코로나19는 우리의 삶에 많은 변화를 주고 있다. 서로의 안전을 위하여 거리두기를 하게 됨으로써 단절의 아픔을 겪고 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하여 정부는 다양한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 요양원에 생활하고 있어서 일차 백신의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다. 통증과 오한의 아픔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길고긴 밤을 느끼며 참을 수 있었다. 또 다른 세상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독일 철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은 현대사회를 산업화와 근대화로 인하여 물질적 풍요를 가져 왔으나 다양한 재앙과 위험이 따르는 위험사회라고 하였다. 환경파괴에 의한 생태학적 재앙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일회용품의 피해는 바다의 생물이 고스란히 겪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코로나시대에 더욱 증가하는 일회용품의 사용은 이제 바다생물만이 아니라 인간생태계를 되돌아보게 한다.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우연한 사건처럼 다가온 코로나는 역사상 흑사병 이래로 인간 삶의 환경을 흔들어 놓고 있다. 이럴 때 전환의 기회가 필요로 하다. 한 청년이 전투에서 부상을 당하여 집으로 돌아와서 성인전을 읽으며 삶의 전환을 이룬 로욜라의 이냐시오처럼. 아씨시 지역의 부잣집 한 청년이 흥청망청 젊음을 불태웠고, 기사가 되고자 전투에 참여하였다가 부상을 겪고 돌아와 병을 앓았고 이 시간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드러낸 프란치스코처럼 각자가 겪고 있는 위험에서 새로운 삶의 지평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이냐시오와 프란치스코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인생 여정에서 예수님을 새로운 삶의 희망과 의미로 찾는다. 그리스도인이 따르는 그리스도는 어떤 분이신가? 그리스도는 자신의 삶에서 다가오는 죽음이라는 위험 앞에서 적극적으로 마주하였다. 아울러 당신의 제자들에게도 고난 앞에서 용기를 내도록 말씀하셨다.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죽음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대로 세상을 이겼다. 그리고 당신의 말씀대로 새로운 길을 완성하셨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당신의 생명을 바쳐서 우리가 새롭게 걸어갈 수 있도록 아버지께로 가는 길을 완성하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길, 부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고난 가운데서 용기를 내도록 격려를 받고 있다. 그래서 다시금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거리두기를 하면서도 삶의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안을 찾게 된다.

2021-03-24

따뜻한 경북교육 ‘대안학교 1호 체육관’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선생님, 수선화예요. 봄까치꽃과 꽃다지도 폈어요. 봄꽃 잔치에요!”한 학생이 아침 급식 지도를 마치고 교무실로 가는 필자를 불렀다. 운동장이 좁을 정도로 다른 학생들은 마스크를 쓴 채 운동장에서 활발하게 봄맞이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의 에너지에 버거움을 느낀 땅이 뽀얀 먼지 숨을 거칠게 토해낼 정도로 활발한 학생들의 모습은 생명을 밀어 올리기 시작한 봄 그 자체였다. 봄에 봄을 닮은 학생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은 최고다.학생들이 봄인 이유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축구를 하는 아이들, 농구를 하는 아이들, 그네를 타는 아이들, 드럼을 치는 아이들, 산책하는 아이들 등 저마다의 방법으로 1교시 수업 전 10분의 쉬는 시간을 보내는 50명의 학생은 분명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봄꽃들이다. 그중 필자를 불러세운 학생은 화단에서 키를 한껏 낮추고 봄꽃들과 인사를 나누는 중이었다.“수선화 꽃말이 뭔지 아세요? 자기사랑이에요. 그래서인지 다른 봄꽃과는 달리 훨씬 커요.”학생의 말을 들었는지 수선화는 활짝 더 폈다. 수선화조차 춤추게 하는 학생의 따뜻한 마음에 화단에서 잠시 게으름을 피우던 다른 들꽃도 열심히 꽃대를 밀어 올렸다. 필자는 필자의 그림자가 학생과 들꽃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학생보다 더 키를 낮추었다. 그러면서 보았다, 학생과 인사를 하는 더 많은 들꽃을. 그들과 필자도 반갑게 꽃 인사를 나누었다.들꽃과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학생이 고마웠다. 과연 학생은 들꽃들과 어떤 인사를 나누었는지 물어보려고 하는데, 수업 시작을 알리는 종이 쳤다. 학생은 혹시나 들꽃들이 다칠까 봐 조심히 발을 옮겨 화단을 나갔다. 그리고 빠르게 교실로 뛰어갔다. 학생이 떠난 자리가 하도 따뜻해서 그 자리로 가려다가 보았다, 필자가 밟고 있는 들꽃들을. 하지만 학생이 앉은 자리는 움이 돋기 전의 땅이었다. 필자는 필자의 부주의를 깊이 반성했다.학생들이 떠난 운동장을 보았다. 비록 비어 있지만, 운동장은 전혀 쓸쓸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남겨 놓은 웃음들이 들꽃의 응원을 받아 곧 쏟아져 나올 학생들을 위해 운동장을 더 따뜻하게 만들고 있었다. 인간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잡히지 않는 코로나-19와 좀스러운 정치인들의 좀스러운 정치 이야기에 한겨울을 사는 필자에게 학생들은 봄을 선물해주었다.봄꽃 소식만큼이나 따뜻한 교육 이야기 하나를 전한다. 필자는 지금까지 대안학교 학생들이 받는 교육계의 불평등과 불공정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해왔다. 그런데 이제 경북 소재 대안학교에도 따뜻한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경북교육청과 영천시청, 그리고 천주교대구대교구가 공동 투자한 산자연중학교 체육관이 1년 여의 공사를 마치고 드디어 준공식을 열었다.이 체육관의 의미는 민관이 합작하여 지은 경북 소재 대안학교 1호 체육관이라는 것이다. 따뜻한 경북교육을 지향하는 경북교육청이 시작한 교육 불평등, 불공정 깨기가 들불처럼 피어나는 들꽃처럼 교육부, 정부로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2021-03-24

정치인 윤석열의 정당 선택 시나리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전 검찰총장 윤석열이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3월 4일 임기 5개월을 남기고 전격 총장직을 사퇴하였다. 그는 사퇴 전날 한국정치에서 가장 보수적이고 반문재인 정서가 강한 대구에서 문재인 정부를 신랄히 비판하였다. 그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 ‘검수완박’, ‘부패완판’이라며 법치주의 파괴라고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외치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드는 그의 모습은 마치 선거 유세장을 방불케 하였다. 지난 국회 법사위 답변에서‘임기 마친 후 국민에게 봉사’하는 문제를 고려하겠다던 약속은 하루아침에 무너져 버렸다.사퇴 직후의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윤석열은 지지율 32%로 선두에 나섰다. 여당의 이재명 지사를 앞서고 이낙연 후보도 멀리 따돌렸다. 검찰개혁을 앞세운 문재인 정부의 그에 대한 탄압이 윤석열 대망론으로 이어진 것이다. 조국 교수 가족에 대한 거침없는 수사, 원전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수사, 추미애 장관과의 갈등이 그를 정치에 입문시켰다. 윤석열은 과연 정치적 ‘별의 순간’이라는 행운을 잡았을까. 그가 내년 유력한 대선 후보로 등극할 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정치는 혼자 할 수 없기에 그는 이제 정당 가입 등 정치적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윤석열이 선택할 첫 번째 시나리오는 그가 야당인 국민의힘에 입당할 가능성이다. 김종인은 이미 윤석열을 야당 사람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그의 국민의힘 입당에는 많은 문제점이 있다. 국민의힘 내의 보수 강경세력은 그의 입당을 결코 환영치 않을 것이다. 당내에는 박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의 책임을 그에게 물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있다. 당내의 대선후보들도 그의 입당을 탐탁해 하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이 보수 1당의 입당의 전제로 당 개혁을 요구할 경우 이로 인한 당의 분열은 가속화할 가능성도 있다. 두 번째는 제3지대에 머물면서 그가 새로운 신당을 창당하는 시나리오이다. 그가 안철수 등 중도 보수 인사나 윤사모를 중심으로 제3의 신당을 창당한다는 것이다. 우선 제3의 텐트는 칠 수 있지만 신당 창당은 결코 쉽지 않다. 신당의 이념이나 조직에는 많은 갈등과 진통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대선에서 제3의 신당 후보가 당선된 적도 없다. 1987년 민중항쟁 이후 대선에서는 결국 제 1, 2당 후보만 당선되었다. 현재 제3당 신당 창당에 여론은 호의적이지만 정치적 성공과는 별개 문제이다. 정치 신인 윤석열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지켜볼 수 밖에 없다.윤석열은 아무런 준비 없이 반정부 여론에만 의존하여 정치판에 뛰어들었다. 그는 당분간 메시지를 통한 이미지 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는 과거의 대쪽 판사 이회창이나 안철수와는 다르다는 주장도 있다. 윤석열은 정당 선택에 앞서 이제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확실히 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이 지금껏 살아온 개혁적인 삶의 궤적이 보수 야권 대선후보에 합치하는가. 그가 당면한 장모와 가족의 재판 등 그에 대한 철저한 검증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는 검찰 조직 이기주의가 아닌 국민 공복의 민주적 자질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윤석열은 이 질문에 대한 답변부터 해야 할 운명에 처해 있다.

2021-03-24

대학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장규열한동대 교수‘벚꽃피는 순서대로 문을 닫는다.’ 인구감소를 바라보면서 예견하였던 위기가 실제로 눈 앞에 펼쳐진다. 대학들, 특히 지방대학들은 신입생을 채우지 못하여 존폐의 기로에 선다. 모든 대학들이 그렇지는 않다고 해도, 학령인구 격감이 가져다줄 대학캠퍼스의 내일에는 그늘이 드리웠다. 교수들 사이에는 이미 ‘대학에 미래가 있는가’를 고심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대학이 스스로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고 앞으로 펼쳐질 고등교육의 나아갈 바를 새롭게 살피고 정돈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엔 학생숫자가 당장 문제이겠으나, 미증유의 코로나19 상황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또 다른 변화도 대학의 고심을 더욱 깊게 한다. 지난 한 해 동안, 모든 교육기관들은 온라인 비대면 강의로 팬데믹에 대처하였다.봄학기를 맞아 백신접종과 치료제개발 소식을 접하면서 대면강의를 폭넓게 시도하지만, 어느 틈에 온라인 강의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이전처럼 강의실로 돌아오지 않는다. 팬데믹이 지나간 다음 다가올 ‘대학의 뉴노멀’은 온라인강의와 사이버대학을 보다 넓게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습관과 태도에 온라인접촉은 대학경험의 한 축으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교수와의 교감과 교류, 사제지간의 소통과 협력이 물론 소중하지만, 그마저도 온라인과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이미 깊게 자리잡은 듯하다. 학생들이 대학과 대학생활에 거는 기대 가운데 ‘강의’에 대한 인식과 태도는 이전과 사뭇 달라지고 있음이 분명하다. 대학이 학생들을 위하여 제공하는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데에도 이전과는 다른 접근이 필요하게 되었다.사회 일반이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화해 간다. 대학은 더이상 지성인을 기르는 상아탑이 아니라, 안정된 직업을 목표로 하는 취업준비의 현장처럼 변모하고 말았다. 졸업생 취업률이 대학의 성공을 가늠하는 지표가 되었고 대학마다 차별화와 특성화를 시도하기에는 우리 대학은 너무나 서로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대학교육에 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대학들을 도와온 끝에, 이제는 대학들이 정부에 의존하는 현상이 깊어져서 돌이키기 어려운 관례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재정적인 자립을 온전히 이룬 대학이 드물 정도가 아닌가. 정부의 지원사업에 의존하며 생명을 이어가는 우리 대학의 모습은 처연하기 짝이 없다. 대학과 정부는 고등교육의 본질을 뿌리부터 다시 살펴 대학다운 모습을 회복하도록 결연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대학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대학 지성을 기르는 자긍심으로 수십 년을 지내왔다면 ‘보편적 지식인’을 기르는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해야 한다. 대학에서 낭만과 교감을 기대하던 대학생의 모습은 이제 온라인소통과 비대면교류로 변화된 환경을 경험하며 바뀌어 간다. 학생을 만나며 지적 대화에 익숙했던 교수의 모습도 디지털시대가 제공하는 신박한 교감을 받아들여야 한다. 대학은 적극적으로 변모해 가야 한다. 대학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1-03-24

공유 킥보드, 안전한 교통문화로 정착시켜야

지난해 전국에 본격 도입된 공유형 전동 킥보드가 도심의 새로운 단거리 교통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사고는 물론 무질서한 주차 등의 각종 문제가 뒤따르면서 교통수단에 걸맞는 교통 안전책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구와 포항 등 대도시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공유형 전동 킥보드는 이동의 편리성과 친환경적이라는 특성으로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이용자가 크게 늘고 있다. 대구에는 9개사가 4천여대의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포항도 2개사가 150대 가량의 공유형 전동 킥보드를 대여하고 있다.현재 우리나라에 도입된 공유형 전동 킥보드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행정당국의 등록이나 허가없이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다. 특히 언제 어디서든 QR코드 확인만으로 사용이 가능하고 단거리 이동의 편리성 때문에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추세이다.그러나 공유형 전동 킥보드의 보관 장소가 마땅찮고 헬멧 미착용, 과속질주 등으로 인한 보행자 위협 등 각종 문제 야기도 적지 않아 이에 따른 적절한 보완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전국적으로 공유 전동 킥보드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일부 지자체는 도로 등 기반 시설의 정비 내지 확충 또는 주차권장 구역 지정 등 안전한 이용을 위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관련업계와 협의를 벌이고 있는 곳도 있다.국민권익위 자료에 의하면 2019년 447건이던 전동 킥보드 안전사고가 2020년 10월까지 688건으로 늘어났다. 또 전동 킥보드로 인한 불편 민원은 2019년 981건이었으나 2020년에 와서는 2천371건으로 대거 증가했다.공유형 전동 킥보드는 중국의 공유 자전거처럼 그 수요가 앞으로 크게 증가할 수 있다. 공유경제 개념이 도입되면서 공유 전동 킥보드와 같은 업종의 사업장이 또다른 형태로 갑자기 생겨날 수도 있다. 공유경제 개념의 전동 킥보드는 이미 우리에게도 공유경제가 현실로 다가왔음을 의미한다.공유형 전동 킥보드는 대중교통을 보완하는 수단으로 자리를 잡아가는 것이 옳다. 그러나 정착 과정에 무질서나 보행자 위협과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보완책도 병행해 마련해야 한다. 건전한 교통문화 형성에 전동 킥보드도 함께 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2021-03-24

대구경북線 전액국비건설이 순리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그저께(23일)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을 만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경유하는 대구경북선을 전액 국비로 건설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 도지사는 지난 18일에도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을 만나 같은 건의를 했었다. 통합신공항이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대구경북선 국비확보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다. 경부선 서대구역과 통합신공항, 의성을 잇는 대구경북선은 경부선의 교통량 분산과 중앙선을 연결하는 간선철도일 뿐만 아니라 통합신공항이 중부권 거점공항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심축 역할을 하게 된다. 이 도지사가 최근 대구경북선 예산에 신경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이 철도 건설이 경남도의 철도망 계획과 함께 검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의 실세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정부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는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경남도는 얼마 전 창원~부산~울산~신경주~영천~동대구~서대구~창녕~창원을 잇는 ‘동남권 메가시티 급행철도’ 구상을 정부에 건의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두 철도 모두 광역철도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대구경북선이 광역철도망으로 분류되면 전액 국비가 투입되는 일반철도와 달리 30%를 자치단체에서 부담해야 한다. 정부는 대구경북선을 포함한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 확정을 앞두고 다음 달 중 주민공청회를 열 예정이다.현재 대구·경북지역민들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으로 인해 많은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다. 통합신공항 접근과 관련해 추진되고 있는 각종 SOC사업이 가덕도 신공항과 연결돼 종속변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크다. 가덕도 신공항이 영남권 SOC 예산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수 있는 개연성이 충분히 있지 않은가.대구·경북의 미래가 걸려 있다시피 한 통합신공항이 성공하려면 공항 이용객의 교통 편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통편의성 확보의 최우선 수단은 철도망이다. 4월 중 열릴 국가철도망 구축 주민공청회를 앞두고 대구·경북은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정부 설득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정부는 특별법으로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고 있는 만큼, 대구경북통합신공항과 관련한 SOC사업을 전액 국비로 충당하는 것이 형평성에도 맞다.

2021-03-24

뉴스페이스 시대

우리나라 첫 ‘차세대 중형위성 1호’가 지난 22일 발사·교신에 성공함으로써 ‘뉴스페이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위성발사를 주도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내년에 2호를 쏘아올릴 계획이다.뉴 스페이스는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주체가 정부에서 민간으로 넘어가고 있는 최근의 우주산업 트렌드를 가리킨다. 특히 이번 중형위성 발사 성공은 발사체와 탑재체의 크기와 무게를 크게 줄였다는 점에서 우주 개발 상업화 가능성을 처음 확인한 쾌거다.1호는 고도 497.8km궤도에서 약 6개월간 통신 점검 등 초기운영 과정을 거쳐 10월 이후부터 본격적인 표준영상을 제공할 예정이다. 흑백 0.5m, 컬러 2m 해상도로 정밀하게 지구를 관측하며, 해당 영상을 국토·자원관리와 재해·재난대응 등에 사용된다. 1호 위성은 크기를 2.0m×3.8m에서 1.4m×1.55m로 절반으로 줄였고, 무게도 1천100kg에서 500kg로 600kg이나 가벼워졌다. 차세대 중형위성은 소형위성으로 가는 중간단계다.차세대 중형위성 개발사업은 500㎏급 중형위성 5기를 국내에서 독자 개발하는 사업으로, 1~2호기를 개발하는 1단계와 3~5호기를 개발하는 2단계로 나뉜다. KAI는 1단계 사업으로 구축된 500kg급 표준플랫폼을 활용해 우주과학연구, 농산림, 수자원 감시 등을 위한 3기 위성을 국산화개발하는 2단계 사업도 주도하게 된다. 3·4호는 2023년에, 5호는 2025년에 발사될 예정이다.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중대형위성 6기를 동시에 조립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를 건립했다.정부가 아니라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이 첫 발을 떼는 뉴스페이스 시대의 도래가 이 나라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궁금해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24

또다시 온 삼월

강길수수필가세레나.또다시 삼월이 왔습니다. 작년 삼월은 정월부터 불어 닥친 ‘코로나19’ 바이러스 전염병에 정신이 홀려버렸었지요. 그 때문에 봄 편지 한 장 못 쓰고 지나갔었습니다. 세레나도 그랬다고요. 아마도 지구촌 모든 이가 그리 살았을 터입니다.올 삼월에도 자연은 솟아나는 연록 새싹들의 희망으로 가득합니다. 매화, 개나리, 진달래, 목련, 살구, 복숭아, 벚나무가 잇달아 사랑을 꽃피웁니다. 저 낮은 곳에는 하얀 별꽃과 파란 까치꽃들이 앙증스레 봄을 뽐내고 있고요. 한데 우리 사회와 지구촌은 아직도,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 19 바이러스 전염의 공포와 싸우고 있습니다. 언제쯤 우리는 마스크를 벗어 던질 수 있을까요.너무 작아 눈에 보이지도 않는 코로나 19 바이러스 병원체(病原體)…. 사람들이 어찌 피하며 살라고, 하늘은 이런 존재들의 생성을 허용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지구란 행성은 생명에게 괴로움과 고통을 주는 도장(道場)으로 설계된 곳일까요. 생명체와 비 생명체의 특성을 다 가졌다는 묘한 존재 바이러스. 숙주의 생체 안에 들어가야만 증식하며 살 수 있는 이상한 병원체 바이러스. 21세기 과학 문명의 사회에서 왜 코로나바이러스 퇴치가 쉽지 않을까요.세레나.사람들은 코로나19가, 오고 있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더 앞당겼다고 말합니다. 이 흐름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한 ‘인간은 폴리스(polis)적인 동물이다’란 정의를 무산시키는 것일까요. 후에 세네카에 의해서 ‘사회적인 동물’로 번역되었다지만, 그 의미는 ‘인간은 공동체적 존재’로 보아도 될 테지요. 얼핏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가 무너졌다 볼 수는 있겠으나, 우리가 누리는 컴퓨터, 휴대폰 등 정보 소통 도구들을 생각한다면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소통 방법만 달라졌지, 공동체로 살지 않을 수 없는 인간의 존재 방식이 달라진 것은 아닐 테니까요.바이러스가 생체에 기생하듯, 생명도 자연에 기대어 삽니다. 또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사람 몸에 붙어살듯 인간은 자연에 기댈 뿐 아니라, 공동체에도 참가해야 삽니다. 올 삼월엔, ‘사회적 거리 두기’로 대표되는 ‘언택트 시대’란 명제가 제 앞에 턱 버티고 서 있습니다. 산골 농가에서 태어나 자라며, 사람에게는 친 생태계의 본능이 있음을 체험했습니다. 당시 농사는 완벽한 자연 순환형 농법이었으니까요. 한데 왜, 그 인간이 이룩한 물질문명 사회가 오늘날 기후변화, 생물 종의 감소, 사스나 코로나 19 바이러스 등의 병원체 발생, 전염과 같은 자연의 역습을 받는 처지가 되었을까요.컨택드(contact) 시대의 개인이 흙 입자라면, 언택트 시대의 개인은 모래 알갱이라 볼 수 있겠지요. 흙과 모래의 결속력을 따진다면 당연히 흙이 강합니다. 그러나 모래가 시멘트와 물을 만나면 콘크리트가 되어, 그 단단함은 구운 흙벽돌과도 견줄만할 것입니다. 어쩌면 언택트 시대의 가능성이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언론 매체와 컴퓨터, 휴대폰 등 사회의 소통 도구와 방법들을 물과 시멘트의 용도로 쓸 수 있도록 인간이 지혜를 모은다면 말입니다.세레나.보도 가에 때 이른 작은 해님들이 삼월을 밝힙니다. 해님들은 머지않아 하얀 갓털 송이로 변신하여 봄바람을 기다릴 것입니다. 이윽고 명지바람 남실남실 불어오면 갓털은 씨방을 모시고 날아, 새 땅에 새 민들레로 태어날 테지요. 기후변화에 곧바로 대응하는 민들레가 거룩해 보입니다. 식물이 생태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며 살아내는 모습을 보노라면, 사람보다 낫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듭니다. 코로나 19로 얼룩진 두 번째 삼월을 하릴없이 삽니다. 웬일인지 올핸 새싹에 눈길이 더 갑니다. 철 이른 새싹은, 식물이 살기 위해 우리가 모르는 소통과 결정으로 변화하는 기후와 환경에 대처한 결과가 아닐까요. 정부가 강제한 ‘거리 두기’, ‘비대면’, ‘백신 접종’ 부작용 등이 사람을 우울하게 합니다. 하지만, 언택트 시대로 가는 훈련이라 여기며 새싹처럼 대처하려 합니다.또다시 온 삼월, 연록 새싹들의 생명 찬가가 온 누리에 메아리칩니다.

2021-03-24

구름의 언어

구름을 보면서 수증기가 뭉친 현상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만약 있다면, 모든 것을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이거나 감수성이 사막처럼 마른 사람일 것이다.구름은 지상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지위가 아무리 높은 사람도 구름을 보려면 하늘을 우러러보아야 한다. 높은 곳에서 우리네 마음을 쥐락펴락하는 존재가 구름이다.언덕에 누워 구름을 가만히 보면 나도 구름이 된다. 뭉게구름을 바라보면 마음속에도 무언가가 뭉게뭉게 일어난다. 양떼구름을 보면 초원에서 노니는 양 떼를 보는 양 마음의 지평에도 평화가 깃든다. 파란 도화지 위에 잔잔히 깔린 솜털 같은 구름을 보면 마음이 보송해진다. 산봉우리를 넘어가는 구름을 보면 나도 산 너머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비구름 - 하늘을 가득 채운 짙은 회색빛 먹구름탑구름 - 구름 상부에 성벽 위의 작은 탑이나 총구멍 모양이 있는 구름새털구름 - 푸르고 높은 하늘에 나타나는 새털 같은 구름조개구름 - 높은 하늘에 펼쳐지는 희고 작은 비늘 같은 구름차일구름 - 흐린 날씨 구름, 회색의 장막 같은 구름양떼구름 - 다수의 구름 덩어리들이 모여 만들어진 구름(높쌘구름)안개구름 - 수증기가 지표 근처 또는 낮은 높이에서 응결하여 형성된 구름뭉게구름 - 수증기가 상승기류를 타고 위로 솟구치면서 만들어진 구름쌘비구름 - 많은 양의 수증기가 강한 상승기류로 탑 모양으로 솟구치면서 만들어진 구름연직구름 - 밑면은 낮은 고도에 있지만 매우 높게 솟아 있는 구름밑턱구름 - 물방울과 얼음 알갱이가 간간이 섞여 있는 구름아치구름 - 낮은 고도에서 수평으로 형성되는 기다란 형상의 구름모루구름 - 적란운의 윗부분에 나타나는 모루 또는 나팔꽃 모양의 구름유방적운 - 모양이 포유류의 유방을 닮은 구름꼬리구름 - 내리는 비가 땅에 닿기 전에 증발하여, 마치 꼬리를 끄는 것처럼 보이는 구름모자구름 - 산 꼭대기를 덮거나 둘러싸는 모양의 구름삿갓구름 - 외딴 산봉우리의 꼭대기 부근에 두른 갓 모양의 구름진주구름 - 20~30km 높이에서 나타나는 진주색 구름렌즈구름 - 볼록렌즈를 하나 또는 여러 개 합친 듯한 모양의 구름버섯구름 - 원자폭탄 등이 폭발할 때 버섯 모양으로 발생하는 거대한 구름털보구름 - 구름 윗부분에 털 또는 섬유질의 조직이 나타나는 구름(복슬구름)깔때기구름 - 토네이도가 발생할 때 형성되는 회오리 모양의 구름햇무리구름 - 희거나 옅은 회색의 빛으로 얇게 덮이는 베일 같은 구름대머리구름 - 구름 상부가 매끄럽고 평탄한 모양의 구름두루마리구름 - 회색 구름이 담요처럼 둘둘 말리면서 헝클어진 구름(층쌘구름)거친물결구름 - 거친 물결이 치는 듯한 모양의 구름(악마의 구름)구름은 높은 지위를 상징한다. 출세하려는 꿈을 꿀 때, ‘청운(靑雲)의 뜻을 품는다’라고 한다. 용이 바람과 구름을 타고 하늘로 오르듯, 좋은 기운을 타고 천하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을 ‘풍운아(風雲兒)’라고 한다. 잡히지 않는 헛된 꿈을 꿀 때 ‘뜬구름 잡는다’라고 한다.구름은 전조를 표현한다. 위험이나 파탄의 기미가 일어날 때 ‘암운(暗雲)이 드리우다’라고 말한다. 전쟁이 일어나려는 형세가 일어날 때 ‘전운(戰雲)이 감돈다’라고 말한다. 벼락이라도 때릴 것 같은 조마조마한 상황을 ‘뇌운(雷雲)’이라고 한다. 사람이 구름처럼 모여들면 ‘운집(雲集)’이라고 한다. 구름처럼 변화가 무쌍한 현상을 ‘풍운조화(風雲造化)’라고 일컫는다.구름은 은유이다. 잠자리를 나눈 남녀 사이는 ‘운우지정(雲雨之情)’이며, 남녀가 잠자리에서 누리는 쾌락은 ‘운우지락(雲雨之樂)’이다. 비에 흠뻑 젖은 듯 빠져드는, 바람결을 따라 구름을 탄 듯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꿈인 듯 생시인 듯 몽롱한, 구름결 같은 그 해방의 운치를 은근히 빗대기에 구름만한 것이 있으랴.세속을 벗어나 자연에 은거하면 ‘운서(雲棲)’라고 한다. 속세를 떠나 깊은 산에서 없는 듯 살면 ‘운와(雲臥)’라고 하며, 구름처럼 자유롭게 노닐면 ‘운유(雲遊)’라고 한다. 그래서 당나라 시인 맹호연은 맑고 깨끗한 마음을 “야객운위심 고승월위성(野客雲爲心 高僧月爲性)”이라고 읊었다. 길손은 구름을 마음으로 삼고, 고승은 달을 성품으로 삼는다는 뜻인데, 가벼우면서도 참으로 높은 말이다.우리네 정서에도 구름이 많이 나온다. 숱한 시인이 구름을 동경하고 숭배하고 노래했다. 만약 구름이 없다면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라는 표현이 없어진다. 모든 시詩에 구름이 빠지면 삶에서 구름이 사라진다. 삶의 하늘에 구름이 없다면 우리네 마음은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황량한 사막이 된다./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3-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