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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탄소국경세

유럽연합(EU)이 최근 탄소국경세 도입을 발표하면서 국내 수출업계가 비상이라 한다. 탄소국경세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에도 역내제품과 같은 환경비용을 물리겠다는 일종의 관세다.탄소 배출 저감조치 때문에 국제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는 유럽 내 기업에 대한 강력한 보호 수단으로서도 적당해 EU의 탄소국경세 시행은 유력하다.EU는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예상되는 관세장벽 비용을 연간 9억유로(약 12조원)로 본다. 당장 국내기업이 감당해야 할 비용만 연간 1조원 정도라 하니 국내 수출업계가 코로나보다 더 무섭다는 말을 할만하다.EU의 이같은 그린장벽과 비슷한 제도는 미국에서도 검토된다고 한다. 선진국의 탄소배출 감소를 위한 각종 규제는 이제는 더이상 피할 수 없는 국제사회의 공동 숙제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기후를 미국 외교정책과 국가안보의 핵심 요소로 삼겠다”고 천명했다. 향후 국제사회에서 기후변화 대응 움직임이 얼마나 민감할지를 가늠해 볼만한 발언이다.기후 정상회의가 열리고 세계 각국은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자 온실가스 배출양도 대폭 줄이겠다고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한국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7년 배출량 대비 24%를 줄인다고 했다.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지구촌의 심각한 재난에 범세계적 대응 움직임이 요란하다.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제품을 만드는 것이 탄소리스크 시대에 살아남는 방법이다. 탈원전을 정책기조로 하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빌 게이츠는 “원전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유일한 무탄소 청정에너지원”이라 했다. 탈원전을 고수하는 우리가 새겨들을 말 아닌가./우정구(논설위원)

2021-07-20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의 욕이 구수하다지만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강하고 독하게 자랐어요 아버지 / 부드러운 혀는 독보다 피보다 진해요 / 눈빛보다 강한 무기, 힘세고 강하게 살아남죠 / 무엇이든 욕으로 견디고 / 마음을 찌르는 칼 / E 씨발의 도시 미친 욕을 하거나 욕을 먹거나 / 밥 한술에도 욕을 얹고 / 아이들도 욕을 하고 욕이 욕을 부르는 전염”한 유력 대선 주자가 오래전 형수에게 한 욕설이 두고두고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아당기고 있다. 논란이 일 때마다 사과했지만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는 이들은 다시 그 사건을 끄집어 내고 수면 위로 올리고 싶어 한다. 부모와 자녀, 형제자매 등 가족 친척들 사이의 크고 작은 다툼은 어쩌면 보통 가정에서 적잖이 일어나는 일상사가 아닐까. 피붙이의 사랑이 깊고 짙다 해도 한 집안에서 부대끼며 살다 보면 때론 칡처럼, 때론 등나무 가지처럼 얽히고설키게 마련이다. 그 갈등은 몸의 부딪침을 일으키기도 하고 의도치 않은 막말과 욕설을 불쑥 튀어나오게 만들기도 한다.이가을 시인은 ‘슈퍼로 간 늑대들’(책만드는집)에 실린 ‘욕의 칼’이라는 시에서 욕을 ‘마음을 찌르는 칼’이라고 그려냈다. 그렇다. 도처에 혀의 칼이 난무한다. 사람 많은 곳에 잠시 있다 보면 어디선가 불쑥 욕설이 내 귀를 찌른다. 길을 걷다가도 욕의 칼에 베이기도 한다.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의 입에서 ‘씨*’이라는 낱말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온다. 뭔 뜻인지 알고서 하는 말은 아닐 게다. 멋진 옷에 비싼 차를 운전하고 있는 젊은 남성의 입에서도, 정성스레 아름답게 화장을 한 여인의 입에서도 ‘*나’라는 단어가 아무렇지도 않게 퍼져 나온다. 큰 사람들이니 얼추 그 뜻을 알 게다. 물론 그 혀의 칼, 욕의 날이 나를 향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날아다니는 욕설이 어쩌다 귀를 스칠 때면 마음에 쨍하고 금이 간다.나는 욕을 잘 못한다. 욕설을 내뱉고 싶은 마음이 장작불꽃처럼 이글거리고, 마른 잎 태우는 연기처럼 피어오를 때가 왜 없겠는가마는 막상 욕이 입밖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그나마 나의 입에서 나오는 가장 심한 욕이 ‘새끼’이다. 군대를 가면 욕이 늘어 나온다고도 하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미군부대에서 군 복무를 한 까닭에 한국욕을 배우고 연습(?)할 기회를 놓쳤다. ‘f’나 ‘s’로 시작되는 미국 욕이 잠시 입에 붙었던 적이 있지만, 부대 밖을 나오니 곧 떨어져 나갔다. 말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자주 보고 들으면 그 단어가 입에 붙는다. 욕은 매우 강한 끈끈이를 가진 말이다. 그래서 더 잘 붙는다. 애써 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근엄하신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는 / 날마다 가마솥에 욕을 끓인다 / 가마솥 절절 끓을수록 욕설이 구수하다 / 손님 탁자마다 돌아다니면서 욕으로 안부를 건넨다 / 할머니 욕해주세요∼ / 저, 염병할 놈, 또 왔네 아직도 그 타령이여? / 욕설을 얹어야 국밥이 맛있다”(이가을, ‘이 맛있는 욕’ 일부)라는 시처럼 욕은 ‘국밥집 욕쟁이 할머니’에게만 허용했으면 좋겠다.욕이 필요할 때가 있다고도 하지만 안 했으면 좋겠다. 진심을 말하자면 국밥집 할머니의 욕도 마뜩잖다.

2021-07-20

‘직장내 성범죄’ 쉬쉬하지 말고 엄벌해야 한다

포항시 한 공무원이 지난 2019년 자신이 관리·감독하는 시립예술단 여성 단원을 수개월 동안 지속해서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6일 1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것과 관련, 포항시는 앞으로 성 관련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그저께(19일) “이번 시립예술단원 성추행 사건의 유죄판결을 매우 엄중하고 무겁게 받아들인다. 앞으로 조직 내 양성평등 문화 정착을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이 사건은 같은 직장 구성원 간의 성범죄에 대한 인식과 대응이 얼마나 허술한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지를 드러낸 사례로 볼 수 있다. 포항에서는 지난달 직장 상사들의 지속적인 괴롭힘과 성희롱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40대 여성 노동자가 숨지기 전 동료에게 피해 사실을 토로하는 육성 녹음이 공개돼 충격을 준 적도 있었다.같은 직장 내에서 범죄의식 없이 행해지기 쉬운 성희롱이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사람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명심해야 할 것은 한 번의 성적 언동이라도 심한 경우에는 직장 내 성희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우리사회에서 성폭행이나 성추행, 성희롱을 포함하는 성범죄가 고발캠페인인 ‘미투운동’으로 많이 개선되긴 했지만, 여전히 직장 내에서 드러나지 않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적잖다. 조직 내에서 행해지는 비열한 성범죄는 한 개인의 인권과 삶을 파괴하는 중대한 범죄라는 점에서 그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뿌리 뽑아야 할 사회악이다. 최근 발생한 공군 여부사관 사건처럼 제대로 된 조사나 피해자 보호 조치도 없이 적당히 입막음으로 넘어가려 할 경우 후폭풍이 발생한다.포항시도 밝혔지만, 성 관련 범죄는 철저한 진상 조사 후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한 처벌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쉬쉬하면서 당사자 간에 합의하는 식의 안일한 처방에만 그친다면 우리 사회의 고질병인 성폭력의 근절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평소에 성범죄 예방교육을 통해 조직 내 양성평등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2021-07-20

차라리 야구를 하지 마라

“그깟 공놀이가 뭐가 재밌어!”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대사이다. 주인공 강백호는 농구가 뜻대로 되지 않자 농구부 주장 채치수를 향해 그렇게 외쳤다. 채치수는 그 이야기에 발끈하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농구고 축구고 모든 구기 스포츠의 본질은 공놀이가 맞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도 ‘그깟 공놀이’라는 말을 프로 스포츠에 가져다 붙이는 것은 너무 박한 대우다. 선수, 심판, 운영 요원, 응원단, 구단 직원, 경기장에 근무하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까지,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인생을 걸고 생계를 걸고 있다. 프로 스포츠는 단순한 놀이를 넘어 산업이다. 아무나 공을 갖고 경기를 한다고 해서 산업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프로 스포츠가 프로 스포츠일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바로 경기장에서 경기를 보는 관중들과 TV로, 컴퓨터로,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을 모두 포함하는 팬들의 존재일 것이다. 다시 말해 팬이 없는 스포츠는 더 이상 산업이 아니라 앞서 말한 만화 대사에 나오는 것처럼 ‘그깟 공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프로야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가장 거대하게 자리 잡은 프로 스포츠 산업이다. 가장 오랜 시간 가장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종목이다. 덕분에 선수들이 받고 있는 대우도 후하다. 2021년 10개 구단 소속 선수 532명의 평균 연봉은 1억2천273만원이며 최고 연봉자인 SSG 랜더스의 추신수는 27억원을 받는다. 2021년 현재 중소기업 과장 평균 연봉이 4300만원 가량이라고 하니 동년배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프로야구는 먹거리나 반도체를 생산하지도 않고,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지도 않는다. 단지 팬들의 지친 일상에 활력이 되고 매일매일을 살아가는 데 희망을 보태는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산업이다. 선수들의 높은 연봉은 그 역할을 마땅히 하라는 의미라고 해석해도 좋을 것이다.그런데 요즈음 프로야구 기사를 보면 기만과 우롱만을 받는 기분이다. 여름철 순위경쟁 기사로 뜨거워야 할 야구 기사란이 온통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얼룩져있다. 시작은 삼성라이온즈 출신의 전 선수 윤성환에 대한 기사들이었다. 윤성환은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현금 5억원을 받았고, 이를 불법 도박으로 탕진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팀의 승리를 위해 응원을 건넨 팬들 전부를 기만하는 승부조작은 스포츠 선수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무거운 범죄다. 한때 ‘윤태자’라는 별명을 얻으며 팀의 에이스 역할을 했고, 은퇴 이후 영구결번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선수였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그리고 며칠 전, 또 하나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리그가 중단될 정도의 중대한 사건이었다. NC 다이노스 소속인 박석민, 권희동, 이명기, 박민우가 외부인 여성 2명과 함께 원정 숙소에서 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다음 날 경기가 예정되어 있음에도 새벽까지 맥주를 나누어 마셨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일환인 5인 이상 집합 금지를 위반한 것이었고, 그 결과 국가대표팀 승선을 위해 백신을 맞았던 박민우를 제외한 3인이 모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리그 전체가 중단되게 된 것이다. 경기 전날 원정 숙소에 여성들을 불러 술을 마신 행위는 그들의 승리를 응원하는 팬들을 기만하는 행위다.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NC 다이노스 1군 선수단 내에서 상황을 공유한 뒤 ‘동료를 지켜주자’고 함구령을 내린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네 선수의 팬 기만 행위에 다른 선수들도 동참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키움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에서도 각각 2명의 선수가 NC 다이노스 선수들이 일탈행위를 저지르기 전날 앞서 언급한 2명의 여성과 호텔에서 동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대해서도 관련 기사가 올라오고 있으며, 선수들의 진술이 엇갈리기도 해 의혹은 끊이지 않고 있다. 선수들의 일탈 행위, 팬 기만행위가 어제 오늘만의 일은 아니었으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강백수 세상을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싱어송라이터이자 시인. 원고지와 오선지를 넘나들며 우리 시대를 탐구 중이다.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 물건을 만들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사람이 업무에 임하지 않아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장사하는 사람이 물건을 팔지 않으면 어떤 대가도 지불받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은 팬들에게 활력이 되고 희망을 주기는커녕, 그들을 응원해온 팬들에게서 야구를 빼앗았고, 허탈감을 주었다. 자신들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성실하게 일해야 했을 공간에 불을 지른 꼴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이야기 하고자 한다. 희망을 주지 못하는 스포츠는 산업이 아니라 그저 공놀이이다. 이럴 거면 차라리 야구, 하지 마라.

2021-07-19

허기와 욕구

캐럴라인 냅의 언어는 너무나 솔직하고도 적확해서 나를 포함한 독자들을 당황시킨다. /북하우스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지만, 그중에서도 캐럴라인 냅의 언어는 너무나 솔직하고도 적확해서 나를 당황하게 한다. 그녀는 자신이 경험한 감정을 둔탁한 삽으로 깊숙하게 파헤치는 것도 모자라 뿌리 사이사이를 헤집어놓으며 저 안에 감춰진 진실을 기어이 꺼내놓고야 만다. 너무나 적나라해서 때때로 불편하고 눈을 질끈 감고 외면하고 싶은 마음마저 든다. 그 면밀함을 분명히 마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최근에 나는 캐럴라인 냅의 마지막 저서인 ‘욕구들’을 읽었다. 그녀의 전작들을 보았을 때도 그랬지만 이번의 글은 더욱이 뭔가가 머릿속을 세게 치고 지나가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것은 고단한 성찰에 관한 존경의 마음이었으며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던 것들을 정제된 문장으로 마주하는 것에 대한 공감이었다. 동시에 부끄러움과 희열이 찾아왔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던 내밀한 비밀이 들킨 기분이었다.그녀는 거울 속의 나이자 거울 밖의 나였다. 밋밋한 얼굴을 감추기 위해 거추장스러운 장신구로 한껏 치장한 나. 툭 튀어나온 흉한 갈비뼈와 축 늘어진 겨드랑이 살을 마주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나. 완벽한 이미지에 사로잡혀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좌절을 느끼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나. 결코 채워질 수 없는 환영을 욕망하는 나의 모습이자 동시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지 못한 채로 엉뚱한 것을 갈망하는 우리의 모습이 동시다발적으로 떠올랐다.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평론가에게 소설에 관한 칭찬을 받게 된 소설가는 기뻐하기는커녕 오히려 의심하고 불안해한다. 어떤 목소리가 그녀를 움켜쥐었기 때문이다. ‘네가 잘나서 그런 거라고 우쭐대지 마.’ 그건 어린 시절 버릇처럼 어머니에게 들었던 말이며 스스로를 옥죄기 위해 외치는 자신의 목소리였다. 그 말이 자기가 앞으로 나아가는 걸 얼마나 방해해왔는지 깨닫는다. 그 때문에 야망을 인정하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처럼 느끼고 조용하지만 끈질긴 불안이 따라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이다.나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살아오면서 차근차근 이루어낸 일련의 성과를 오롯이 즐기거나 자랑하지 못했다. 어쩌면 그것을 겸손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떤 일을 이루고 나면 유령과 같은 목소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너는 별로 대단하지 않단다.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란다.’나는 무언가를 솔직하게 원한 적이 있는가. 그 욕구를 남들 앞에서 온전하게 드러내 본 적이 있는가. 어느 날 밤 문득문득 찾아오는 그 허기를, 아무리 먹어도 채워지지 않는 그 배고픔의 기원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육체가 뚱뚱하게 부풀어 오를까 봐 두려워하는 것으로 대신했다.허기는 다양한 형태로 모습을 드러낸다. 다이어트, 중독, 소비, 관계에 대한 갈망… 나는 그것을 채우는 방식을 알지 못했다. 사회가 원하는 젊고 착하고 유머러스하며 누구에게나 무해한 사람이 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안온해 보이지만 언제든 깨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유리 같은 시간이었다. 냅은 이렇게 말한다.“당신이 20세기 후반에 성년이 된 여자라면 어떤 형태로든 그 말을 들었을 것이다. 너무 많이 먹지 마. 너무 커지지 마. 너무 멀리 가지 마. 너무 높이 올라가지 마. 너무 많이 원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녀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오랜 시간 동안 여성에게 가해졌던 억압과 핍박의 역사를 그저 발화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러니까, 많은 이들이 오해하듯 사회 구조 속에서 얼마나 피해를 받고 있는지 서로 겨뤄보자는 게 아니란 뜻이다. 자신 안에 움트고 있는, 허기에서 비롯된 검열과 혐오를 찾아내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다.그 지난한 과정을 통해 가끔 적합한 종류의 만족을 발견하기도 한다. 완전한 포만감이 아니어도 만족감을 주는 주체가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자신이 되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므로 삶을 살아가며 당연하게 찾아오는 허기에 귀를 기울이고 나름대로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 안에 차오르는 욕구에 솔직하고 당당해질 필요가 있다. 나도 당신도.

2021-07-19

동궁과 월지 유적 발굴 담소

경주시 중심에서 남쪽으로 2㎞ 떨어진 곳에 동궁(東宮)과 월지(月池)유적(사적 제 18호)이 있다. ‘삼국사기’의 기록에 따르면 월지는 신라 문무왕이 서기 674년에 만든 연못이고, 동궁의 임해전은 서기 679년에 지었다고 한다. 동궁과 월지는 나라의 경사를 축하하며 외국의 사신들을 영접하는 연회장으로도 이용됐으며, 통일 신라 최후의 어전회의를 열고 고려 태조 왕건에게 항복문서를 전달했던 곳으로 신라의 희비(喜悲)를 함께했던 역사의 주요한 무대였다.동궁과 월지에 대한 최초의 발굴 기록은 일제 강점기인 1925년으로 거슬러 오른다. 1925년 8월 25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살펴보면 ‘고적을 연구하기 위해 경주에 가있는 일본 제국대학 교수 원(原)박사는 안압지 부근에서 음석(陰石·오목한 돌)으로 만든 길이 오십일 간(間)의 곡선상의 도랑을 발견했는데 군당국에서 발굴하는 중이라하며 그것은 고적 중에도 매우 진귀한 것이다.’라고 당시 발굴에 대해 설명했다. 기사와는 별도로 남아있는 일제강점기 유리원판 사진에서도 발굴 된 석조 도랑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당시 발견한 석조 도랑은 지금도 동궁과 월지 유적 안에서 통일 신라인들이 만들었던 모양대로 남아있다. 석조 도랑의 길이는 83m이며 건물의 지붕에서 떨어진 빗물의 배수로로 이용되었고 연못과 연결됐을 것으로 추정된다.1970년대 초 청와대의 구상으로 경주종합개발계획 10개년 계획이 발표됐다. 그 일환으로 경주시의 유적과 시의 외관을 정비하는데, 연못도 정비하자는 생각으로 준설공사를 실시했다. 준설 작업을 시작하기 전의 월지는 잡초와 수양버들만이 엉성하게 있었다. 1926년에 세운 임해정(臨海亭)이라는 정자가 있어(현재 황성공원의 호림정) 사람들이 유적지라고 생각해 방문했다.1974년 준설작업이 시작된 뒤 연못에서 다수의 유물들이 발견되어 1975년 3월 준설작업을 멈췄다. 그리고 2년 2개월 동안의 대규모 발굴조사가 경주고적발굴조사단에 의해 실시됐다.발굴결과 4천700평에 이르는 대형 연못과 그 내부에 세 개의 섬이 발견됐으며, 연못을 따라 석재를 쌓아 만든 호안석축도 확인됐다. 못의 서쪽과 남쪽에서는 대형 건물터와 여러 건물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발굴에서 출토 된 유물의 수량은 총 3만 3천여 점이며, 기와, 벽돌, 건축부재, 불상, 그릇, 숟가락, 배, 주사위, 금동제 가위, 목간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발굴조사의 여러 에피소드 중 하나로 목제 선박의 수습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1975년 4월, 조사단은 월지의 중도와 소도 사이에서 뒤집힌 모습의 나무로 된 배를 발견했다. 이것은 당시 우리나라에서 출토된 배 중 가장 오래된 것일 뿐만 아니라 완전한 모습으로 출토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노출된 배는 세 개의 통나무를 이어 만든 길이 6m, 너비 1.2m로, 부식이 심해 스펀지와 같은 상태였다. 조사단은 당시 열악한 환경에서도 약해진 배를 수습하기 위해 고심 끝에 묘책을 찾아냈다. 배는 가만히 둔 채, 배 밑의 흙을 파낸 후 몇 군데에 판재를 넣어서 완전히 고정시킨 다음, 흙채로 들어 옮기는 것이었다. 1975년 7월 25일 목선을 경주 박물관으로 옮긴다는 소식에 많은 기자들과 손님들이 현장에 모였다. 조사단은 계획된 대로 배를 고정하고 지지한 뒤 20여명의 작업원들이 묶어둔 끈을 붙잡아 연못바닥에서 들어내어 움직여 점차 오르막을 올라갔다. 긴장되는 순간이었다.그런데, 도중에 힘이 수평으로 균등하게 들어가지 않았는지 배가 휘어지며 가운데 부분에 금이 가버렸다. 모두들 당황하는 가운데 기자들은 ‘목선 두 동강’이라고 전보를 보냈고, 각종 신문에 특종으로 대서특필 됐다. 당시 현장 책임자였던 김동현 단장도 이 일로 그날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혼란한 상황을 정리하고 무사히 배를 박물관으로 운반해 보존처리를 가능하게 한 공로로 사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영배 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보존처리가 끝난 목선은 현재 국립경주박물관의 월지관에서 실견(實見)이 가능하다. 월지관에 방문하게 된다면 그 때 금이 갔던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발굴조사 후 1980년 9월까지 유적의 정비·복원사업을 실시했다. 발굴당시 출토된 건축자재들을 기초로 하여 3기의 정자를 복원했고 발굴된 건물터의 기둥자리에 화강암을 다듬은 초석을 두었다.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동궁과 월지 유적의 모습을 갖춘 것이다.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2007년부터 현재까지 통일신라 왕경의 구조와 성격을 확인하기 위해 동궁과 월지 유적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성과로 2017년에는 통일신라시기 최초의 수세식 화장실로 여겨지는 석조물과 터널형 수로시설이 함께 발견돼 세간을 놀라게 했다.앞으로의 발굴조사를 통해서도 동궁과 월지 유적은 통일신라 사람들의 어떠한 놀라움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기대된다.

2021-07-19

마술쇼가 시작되기까지

라스베이거스 인근.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 자리잡은 ‘바그다드 카페’에서 두 여인이 만난다. 한 여인은 머나 먼 곳 독일의 로젠하임에서 미국으로 와서 남편과의 다툼 후 홀로 이곳에 도착했고, 또 다른 한 명의 여인은 카페 주인으로 방금 무능하고 게으른 남편을 쫓아낸 직후다.무거운 가방을 끌고 모하비 사막의 도로를 걸어와 바그다드 카페에 도착한 ‘야스민’과 카페와 모텔, 주유소를 운영하는 ‘브렌다’는 서 있는 자세와 앉아 있는 자세로 만난다. 그리고 각자의 손수건으로 한 여인은 땀을 닦고, 한 여인은 눈물을 닦는다.손님이라곤 사막을 지나는 트럭 운전수 밖에 없는 카페에 이국적인 복장의 여인이 무거운 가방을 끌고서 차도 없이 걸어서 이곳에 도착했다는 것과 낡고 지저분한 카페의 모습에서 두 사람의 ‘편견’은 시작된다. 거칠고 메마르고 황량한 사막의 풍경 속에서 이질적인 사람들의 ‘편견’이 어떻게 깨지고 소통하며 조화를 이뤄가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독일인과 흑인, 인디언과 히스패닉까지 다양한 인종들이 큰 변화없는 사막과도 같은 풍경 속에서 조금씩 균열을 일으키며 변화해가는 과정을 담는다. 그 중심엔 ‘야스민’이 있는데, 가장 이질적인 존재에 의해 스산했던 사막의 풍경처럼 존재했던 바그다드 카페는 모하비 사막의 오아시스로 변모해 간다.이 영화엔 결정적인 사건이 없다. 낡고 오래된 카페와 주변의 풍경처럼 하루 하루 큰 변화가 없는 가운데 늘 그래왔듯이 구질구질한 일상이 반복된다. 그 반복의 일상 속에서 조금씩 반경을 넓혀가며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존재가 바로 ‘야스민’이다. 야스민은 조금씩 브렌다의 영역을 침범한다. 바그다드 카페에 거주하는 사람들에서부터 일부러 그곳을 찾는 사람들까지 그녀의 색깔에 이끌려 바그다드 카페를 찾는다.영화 초반 야스민이 사막 한 가운데에서 남편과 다투고 바그다드 카페로 향하는 장면은 사선의 구도로 잡힌다. 그리고 카페 주인 브렌다와 처음으로 마주했을 때 수평으로 구도를 잡는다. 불안했던 구도는 평온의 구도를 잡고 황량했던 카페의 색깔은 야스민이 카페를 청소할 때 원색으로 잡힌다. 이것을 시작으로 카페는 본연의 색깔을 갖는다. 황량했던 사막의 하늘은 선명한 풍경으로 되돌아오고, 그곳에 붉고 아름다운 노을이 지기 시작한다.스토리를 포함한 모든 변화들은 급박하지 않다. 느리고 조용하게 서로의 공간으로 타자를 들이고 감정의 들고남을 허락한다. ‘편견’은 ‘호기심’으로 바뀌고, ‘호기심’은 ‘호감’으로 바뀌는 과정이 영화 속 야스민의 초상화를 그리는 과정처럼 자연스럽고 은유적이다.황량하고 거칠던 사막의 풍경이 아름답고 아늑하게 느껴지는 순간을 ‘마술’처럼 그린다. ‘스며든다’는 표현이 적당할 것 같다. 청소를 통해 낡았던 카페의 색깔들을 찾아주었던 야스민은 바그다드 카페에 거주하는 이들의 색깔과 아름다움을 발견해줌으로써 그들의 삶 속에 스며든다.영화 중반부 이곳에 세들어 사는 타투업자 여자가 읽던 책은 독일 작가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이다. 19세기 말 휴양 도시 베니스에서 한 중년남성이 아름다운 소년에게 첫 눈에 반해 자신의 늙음에 대해 다시 고찰하며 절대미를 찬미하는 소설이다. 그리고 콜레라가 창궐해 시민들이 떼죽음 당하고 결국 주인공도 허무하게 죽는다는 내용이다. 주인공이 살아왔던 삶의 의미들이 뒤집히고 부정되면서 결국엔 죽음에 이른다는 이 소설의 내용은 영화의 분위기를 잘 나타내주고 있는 문학적 인용이라고 하겠다.변화없이 먼지를 뒤집어 쓰고 낡아가는 바그다드 카페에 야스민의 등장으로 소설과는 다른 결과가 펼쳐진다. 영화 후반부 야스민이 비자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바그다드 카페로 돌아왔을 때, 타투이스트는 “Too much harmony(너무 조화로워서)”라고 하면서 그곳을 떠난다. 모두가 ‘마술’과도 같은 변화를 통해 우정과 화합, 이해와 연민의 드라마가 펼쳐질 때 ‘베니스의 죽음’은 그곳을 떠난다.영화의 시작에 나오는 주제가 제베타 스틸(Jevetta Steele)의 노래 ‘Calling You’가 마지막 엔딩크레딧과 함께 다시 나온다. ‘뜨겁고 건조한 바람이 나를 스치고 지나가고, 아이는 울고, 나는 잠이 오질 않지만, 우리 모두는 변화가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어’라는 가사처럼 편견에서 시작해 호기심으로, 호감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마술’과도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주)Engine42 대표

2021-07-19

인플레 현실화하는데 뭉칫돈 풀 생각만 하다니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마저 급등하면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기름값은 최근 3개월째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모든 생필품 가격도 경쟁하듯 오르고 있다. 전기료와 TV시청료 등 공공재 가격도 들썩이고 있어 서민들의 물가에 대한 스트레스는 심각한 상황이다.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던 휘발유 값은 어느새 L당 1천600원대를 넘어섰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의 국내 석유 제품 주간 가격동향에 따르면, 7월 2주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은 전주 대비 13.1원 오른 1천628.1원/L로 11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유가 상승은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란 게 중론이다. 증산(增産)에 대한 주요 산유국 간 갈등이 계속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이 수요에 못 미쳤던 계란을 비롯해 양념류와 고추·마늘 값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 상반기 농축수산물 물가는 1년 전보다 12.6% 상승했다. 1991년 이후 30년 만의 최대 상승률이다. 파 가격은 156.6% 폭등했고 사과·배·마늘·달걀·고춧가루 등도 30∼50%대까지 급등했다. 라면값도 곧 10%이상 오른다.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진행되는 물가폭등은 사회불안을 낳기 마련이다. 국민은 현재 주택가격과 소비자물가 상승에 혀를 내두르고 있지만, 집권층은 이에 대해 너무나 무감각한 것 같다. 소비자가 시장에 장을 보러 나가면 당장 인플레이션 조짐을 느낄 수 있는데 집권층은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도하다며 선을 긋고 있다.지난주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국회에 출석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집권여당은 이를 강행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아마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추가경정예산안이 이번 주 국회를 통과할 전망이다.인플레이션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마당에 집권당이 최대 37조원에 이르는 돈을 더 풀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재난상황이라고 하지만 정부재정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에서 운용돼야 한다. 지금부터는 한국은행이 존립 목적인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 위해 총력을 쏟아야 할 것 같다.

2021-07-19

사적모임 금지 확대…대유행 꺾는 전환점 돼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19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비수도권에 대해서도 사적모임을 4인까지 제한키로 했다. 수도권에 대해 최고 수준의 거리두기를 시행한 지 일주일 만에 대구와 경북을 포함, 전국에 5인이상 사적모임을 금지한 것이다. 수도권 중심으로 번지는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에 있고, 수도권의 방역조치에 비해 상대적으로 방역 수위가 낮은 비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는 풍선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의 확진자 수가 13일째 네자리 수를 보이는 가운데 비수도권 확진자 비중도 4차 대유행 시작이래 처음으로 30%를 넘었다.이번 조치로 비수도권도 4인까지만 사적모임이 허용돼 지자체에 따라 예외적 기준을 둔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일상의 모든 움직임에 큰 제약이 불가피하다.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된다는 이유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한 것이 불과 18일 전인데 또다시 사적모임을 강화하자 이제 막 본격적 영업을 준비하던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국의 방역강화 조치에 따라야 하겠지만 정부 조치가 이처럼 변덕스러워도 되는지 불만이 많다. 정부의 방역조치가 일관성을 잃고 혼선을 빚음으로써 그 피해는 국민 몫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이다.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고 좀 더 신중하게 방역관리에 나섰다면 지금처럼 오락가락하지 않고 대유행의 강도도 낮추었을 것이란 반응이다.경북도내 경우 코로나 사태가 지금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일부 지역은 수개월째 확진자 발생이 없다. 획일적으로 시행하는 정부의 사적모임 규제가 경북으로서는 이제 조금씩 살아나는 지역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만 셈이다.코로나 4차 대유행이 매우 위중한 분위기에 접어든 때라 지자체별 단독 방역관리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동의한다. 다만 이번 규제조치가 전국적으로 확대된 것을 계기로 확실한 성과를 내야 한다. 대통령의 말로대로 짧고 굵게 코로나 대유행을 막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민노총 집회처럼 일부의 일탈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국민의 불편만 강요하는 방역이 돼서도 안 된다. 정부 방역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일이 없도록 성공적 방역 성과를 내야 한다.

2021-07-19

이모티콘 마케팅

이모티콘은 컴퓨터나 휴대 전화의 문자와 기호, 숫자 등을 조합해 만든, 보통 인터넷상에서 감정이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일종의 그림 기호를 말한다. 이름의 유래는 감정을 뜻하는 ‘emotion’, 조각을 뜻하는 ‘icon’을 합친 말로, 우리 말로 하면 ‘그림말’이다.원래는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상태에서 빠른 속도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내야 하는 채팅 등에서 사용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점차 사용 범위가 점차 넓어지고 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은 문자나 기호, 숫자가 아니라 그림이나 캐릭터로 감정을 표현한다.카카오톡 이모티콘은 패션뷰티업체들이 MZ세대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활용되고 있다. 신제품 출시, 매장 개설 등 행사에 맞춰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면 한정판 이모티콘을 주는 방식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수입·판매하는 신발 브랜드 ‘어그’도 최근 양털 샌들인 ‘플러프 컬렉션’출시를 기념해 플러프 샌들을 캐릭터로 제작한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출시했다.구찌를 비롯해 프라다, 보테가 베네타, 불가리, 티파니 등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들도 카카오톡 이모티콘 마케팅에 한창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구찌는 지난달 서울 한남동 플래그십 스토어 ‘구찌가옥’을 열면서 소비자들에게 한정판 구찌가옥 이모티콘을 제공해 화제다. 구찌의 호랑이 캐릭터가 핸드백을 들고있는 이모티콘부터 한과를 먹고있는 이모티콘까지 다양하다. 아모레 퍼시픽의 화장품 브랜드 ‘라네즈’는 최근 친환경 이슈에 관심이 많은 젊은층을 타깃으로 물방울 캐릭터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쓰이는 귀여운 캐릭터를 활용해 신제품홍보를 하는 ‘이모티콘 마케팅’은 어느덧 SNS시대의 새로운 마케팅 기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19

수학도 필요한 시간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인문학이 누구나 갖추어야 하는 교양이라는 데 동의하는 사람은 많지만, 자연과학은 그렇지 않다. 자연과학이 일상의 경험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인문학적 성찰에 관심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연과학 소양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을 뼈저리게 느끼게 된 것은 몇 년 전 어느 독서 모임의 교재 ‘자발적 진화’ 때문이었다.저자 브루스 립튼의 약력도 의심쩍었지만, 무엇보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는 것을 진화라고 하는 것부터 당황스러웠다. 인문학적 소양을 장착한 그 독서 모임 구성원들이 그런 용어 사용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고, 자연스레 거대 담론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말았다.자연과학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던 중 만난 책이 ‘수학이 필요한 시간’이다. 10여 년 전 화제작 ‘철학이 필요한 시간’은 여러 철학 고전에 담긴 심오한 인생 철학을 해설해주고 있지만, ‘수학이 필요한 시간’은 심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냉정할 정도로 현실적인 계산을 하고 있다.예를 들어, 런던 하이드파크에서 총 10명이 살해되었는데, 이것은 큰일일까, 아닐까? ‘수학이 필요한 시간’의 저자 김민형은 수치로 판단해보자고 한다. 이런 제안은 고전윤리학의 관점에서는 질문 자체가 비윤리적일 수 있음을 저자도 인정한다. 그러나 전년도 사망자 수가 20명이었다면 10명이라는 숫자는 희망적일 수도 있고, 사망자 수를 0명으로 줄이기 위해 들어가는 사회적 자원을 확보하려다가 더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자율 주행 자동차에 들어갈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개발된 ‘결정 게임’의 딜레마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든 그 어느 것도 최선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다. 멈출 수는 없고 방향만 바꿀 수 있는 상황일 때 5명이 탄 차가 방향을 바꾸면 차에 탄 사람이 다 죽고 직진하면 앞에 있는 3명이 죽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등등 여러 사례에서 어떤 선택이 옳은 선택인지 결정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수학은 고전 윤리의 문제를 자율주행 자동차를 만들기 위한 알고리즘으로 변환시키고 있다.대표를 선출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가 하는 중대한 문제도 있다. 후보들의 여러 정책 중 무엇에 우선순위를 둘 것인가에 따라 선호도 순서가 바뀐다. 공자가 주장한 어진 인격자를 찾으려다가는 낭패한다. 어질다는 것은 너무나도 추상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결국 어떤 절대적 가치라도 상황의 제약은 우리에게 선택을 요구한다는 것을 수학은 말해주고 있다. 평생을 인문학 공부로 살아왔지만 인문학이 홀로 있을 때는 공허하기 십상이라는 것을 자주 느낀다. 나이 든 사람이 인문학을 이야기하다가는 꼰대 되기 딱 좋다는 생각도 엄습해온다.과학책 읽기 동아리를 운영하다가 내친김에 지난 6월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저술가 양성과정에 지원했는데, 덜컥 합격했다. 합격자 중 보기 드문 문과 출신에다가 최고령 합격자다. 서류와 면접이라는 약간은 빡센 시험을 통과한 것이라 얼떨떨하다. 수학도 필요한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2021-07-19

어떤 역사 개입

강길수 수필가 어찌 되었을까. 며칠간 장맛비가 내렸으니 엉망일 테지. 얼른 신발을 갈아 신고 작은 텃밭으로 향했다. 산 조릿대를 베어내 정성들 들여 만들었던 오이 넝쿨 버팀대로 먼저 눈길이 갔다. 버팀대도 오이 넝쿨도 큰 이상은 없다. 다행이다.우선 한 바퀴 둘러보았다. 예상대로 밭 안쪽엔 물이 덜 빠져 오이와 가지의 잎이 시들해 보였다. 수로 보수를 마치자, ‘장맛비에 점심용 간이 탁자로 쓰는 판자가 젖었겠구나!’ 싶어 보관 장소로 갔다. 비를 막으려 덮어 두었던 커다란 비닐 막(膜)을 눌렀던 나무 원형 의자를 들어냈다. 다음 순간,“아이고, 이게 웬일이야!”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의자 밑, 그러니까 비닐 막 위에 장마를 피해 이사 온 애집개미로 보이는 작은 개미 집단이 흰 알, 애벌레들과 함께 확 드러났다. 이 밭에서 풀을 베거나 뽑으면서 숱하게 보아온 현상이지만, 이 광경은 상상을 초월했다. ‘일 주간 만에 어찌 이 많은 식구가, 하필 비닐 막 위를 집으로 삼아 이사하다니 놀랍다’하는 생각이 뒤따랐다.딜레마에 빠졌다. 눈앞의 사태를 어찌 처리해야 할지 난감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비닐 개미집을 밭둑 높은 곳에 털자고 결정했다. 점심을 먹기 위해서는, 비닐 막을 치워야만 한다. 비닐 막을 높은 둑으로 가져가 개미와 알, 애벌레, 먹이들로 가득 찬 개미집을 탈탈 털어 냈다. 개미와 그 집은 풀과 낙엽, 나무 가리비 등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로써 나는, 개미들의 역사에 비록 한 번이지만 절대적 개입을 하고 말았다. 이런 생각이 가슴을 파고들었다. 병정개미일지 여왕개미일지 모를 개미 리더는, 어찌하여 장맛비를 피하겠다고 인간의 비닐 막을 피난처로 오판(誤判)했을까. 사람들이 개미를 2차원적 곤충이라고 보듯, 본능이나 판단력이 모자라서일까. 비닐이 석유를 가공해 인간이 만든 것임을 본능으로라도 느끼지 못했을까. 아닌 밤중에 홍두깨처럼 식구들과 삶의 터전, 집이 낯선 땅에 내동댕이쳐진 저들은 얼마나 황당할까.만일 저들이 사람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못 살겠다고 모두 자살할까. 비닐 막으로 이사를 결정한 리더를 탄핵, 축출할까. 내전이라도 벌일까. 아니면 천재지변이라고 자위하고, 추슬러 또 새집을 지을까. 하지만, 저 개미들은 툴툴 털고 다시 일어날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안다, 새집 짓고 알과 애벌레를 모아들이며, 새로운 알을 낳고 분가도 할 것이다.현 우리 사회는 어떤가. ‘코로나19 사태’에 비춰보더라도, 국민들은 저 작은 개미 집단 같은 처지일 것만 같다. 권력과 돈과 정보를 가진 자들의 교만한 오판으로, 국민은 자기도 모르게 사회적 거처를 개미의 비닐 집 같은 집으로 이주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세대 몫을 빼앗는 나랏빚으로 ‘재난지원금’이니, ‘기본소득’이니 하며 ‘공짜’란 마술지로 포장하여 펑펑 던져주었거나 주려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느 날, 역사의 주인공이 개입해 그 비닐 집을 탈탈 털어 낼 때 ‘민주와 자유, 자율과 책임’의 아름다운 집이 무너져 버렸음을 뒤늦게 깨닫게 될까 봐 두렵다.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살아내야만 할 세상이다.

2021-07-19

새들의 지저귐과 날갯짓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새소리에 깨어나고 눈을 뜨는 아침이 싱그럽다. 도심 속이지만 뒤뜰로 이어지는 작은 언덕과 간간이 차들이 오가는 도로 건너 야트막한 산에는 다양한 수목 속에 수많은 새들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래서인지 새벽부터 아침, 낮과 저녁을 지나 밤이 깊을 때까지 우거(寓居) 주변에는 온갖 새소리가 끊이질 않고 수시로 포르릉 대며 날아가는 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더욱이 주택가와 인접한 아파트 너머 솔숲에 집단서식하고 있는 왜가리떼의 유유한 날갯짓이 눈길만 돌려도 보이고, 끼루룩대거나 색색거리는 소리가 지척의 남창까지 들려오기도 한다.거의 매일 새들의 지저귐 속에 하루를 시작하고 밤새 울음을 자장가(?)로 여기며 하루를 마감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짹짹거리거나 깎깍대고 삐르륵하는가 하면 쉬쭉쉬쭉 대다가 새콩새콩하고 보옥보옥하는 등의 경쾌함과 정겨움, 호젓함을 더하는 새 울음소리가 조류 수만큼이나 많고 가지각색이다. 마치 대륙별 인종이 수두룩 하고 언어가 다양하듯이. 뒤섞여 울릴지라도 결코 요란하지 않는 새들의 우짖는 소리는 그들만의 소통 수단이고 말인 셈이다.“언제부턴가/자명종 같은 새소리가 두드리면/깃 터는 아침이/선물처럼 다가와/샘솟는/환희의 빛살/온누리에 뿌리네//터질 듯한 음조로/하루를 탄주(彈奏)하느니 /초목의 푸르싱싱/새들의 무정설법(無情說法)/오롯이/추임새 삼는/꿈을 향한 날갯짓” -拙시조 ‘새소리로 여는 아침’최근 들어 새소리를 가까이서 새벽에 잠이 깰 정도로 들을 수 있다니 새삼스럽기만 하다. 사람들은 결코 알아들을 순 없겠지만, 새나 짐승들의 세계에서는 무리들만이 통하는 미묘한 울림과 특유한 몸동작으로 신호를 하거나 정보를 주고받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뒤뜰 화단의 돌확에 고인 물이나 소나무 아래 간수(澗水)처럼 떨어지는 물방울을 어떻게 알고 몇 종의 새들이 수년째 찾아와 재잘거리며 물을 받아먹거나 몸을 담그기도 하는 걸 간혹 지켜보면서, 짧고 단순한 새들의 지저귐 같아도 새들만의 대화이고 많은 알림을 전해주는 울림으로 여겨지게 됐다.몇 달 전엔가 우연히 TV에서 유럽 알프스의 어느 산골마을에 할머니 둘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는데, 100~200m 이상 떨어진 안보이는 곳에서도 특유의 방식으로 의사소통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분명 말로 외치는 것이 아닌, 무슨 새소리나 휘파람 같은 고함을 서로가 알아듣고서 나뭇가지를 이거나 지고 내려오는 모습에서 어쩌면 ‘새들의 소통’도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을까 여겨졌다. 그러고 보니 뒷마당에 삼삼오오 놀러 와서 모이를 쪼아대거나 목을 축이며 주고받는 재잘거림이 새들의 정겨운 대화로 들리는 듯했다. 이른바 무정설법이란, 흐르는 물과 나는 새, 풀, 나무같은 금수초목(禽獸草木)도 모두 법을 설하며 은혜로 우리를 살리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새들이 아침을 열어주고 정답게 지저귀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모습에서 새로운 활력과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기만 하다. 새의 노래, 매미의 열창, 퍼붓는 소나기는 단순한 듯 강렬하다. 참 위대함은 단순함이며,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다.

2021-07-19

취수원 이전과 정치(政治)

김락현​​​​​​​경북부 “정치하는 분들 빼고 진짜 주민들만 참석하는 설명회를 다시 한 번 마련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지난 14일 구미코 대회의실에서 열린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구미지역 합동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이 환경부 장관에게 건의한 사항이다. 기자가 이날 설명회를 취재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바로 이 장면이다.왜 그는 정치인들을 배제해 한 설명회를 다시 열어 줄 것을 건의했을까.사실, 그날 고성을 지르고 앞에 나가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를 한 사람들 대부분이 지역 정치인들이었다. 물론, 그들이 주민들을 대변하는 위치에 있으니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하지만 주민이 정치인을 빼고 다시 설명회를 열어달라고 건의했다면 정치인들이 하는 행태가 진정으로 주민들의 뜻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일부 주민들은 지역 정치인들이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를 내년 선거를 위해 이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실제, A시의원은 대구취수원 이전 반대 현수막을 거리에 게시하면서 그 현수막에 자신의 사진까지 집어넣었다. 그러니 주민들이 대구취수원 이전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고 믿겠는가.대부분의 지역 정치인들은 대구취수원 문제를 자신의 정치에 이용하지 않는다고 하겠지만, 이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 또한 자신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모든 것이 그렇겠지만, 특히 정치(政治)는 사람의 마음을 얻어야만 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정치인은 제 아무리 큰 소리로 떠들고, 큰 액션을 취하더라도 그것은 부질없는 행위일 뿐이다.그래도 그날 행사가 끝났음에도 주차장 입구를 막고 서 있는 주민들을 설득해 돌려보내는 한 시의원의 모습을 보고 진심으로 주민들을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는 지역 정치인도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그가 아니었으면 낮 기온이 35℃를 넘는 폭염과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아랑곳 않고 행사장 주차장을 가로 막고 서 있던 주민 40여명은 한동안 그늘도 없는 그 곳에서 시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대구취수원 이전 문제도 그 시의원처럼 자기 정치가 아닌 진정성을 가지고 주민들을 대변하길 지역 정치인들에게 바란다./kimrh@kbmaeil.com

2021-07-18

법리로 본 검수완박 부패완판

전정주 경북로스쿨 교수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중점적으로 수사·기소하는 독립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오는 21일 출범 6개월을 맞는다. 2019년 12월 3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2020년 1월 7일 국무회의를 통해 공포됐다. 이후 12월 10일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12월 15일 공포·시행에 들어갔다. 공수처는 2021년 1월 21일 초대 공수처장 취임과 함께 공식 출범했다.공수처 설치를 두고 야권에서는 “야권을 탄압하고 청와대와 여권의 비리수사방탄을 위한 것 아니냐”며 “공수처설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자 여권은 그게 아니고 “검찰개혁의 완성판으로서 공수처설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2월 30일 공수처설치법이 여권의 독주로 국회를 통과하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심장이 터질 듯이 기쁘다”, 법무장관을 물러난 조국은 “눈이 핑 돌 정도로 기쁘다”고 했고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 모두의 승리”라고 만세를 불렀다. 그 후, 당시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직무배제당하고 징계위는 2개월의 직무정지를 결정했다. 그때마다 법원에 의해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하자 난데없이 여권에서 들고 나온 게 중수청, 즉 6대중대범죄수사청 설치다.공수처 설치로 검찰개혁이 완성된다고 야권의 설득을 시도한 게 다름 아닌 여권이다. 그런 여권이 스스로 말을 뒤집고 중수청 설치를 주장하면서 내세운 명분은 또다시 검찰개혁이고 검찰개혁의 완결판으로서 검찰에게서 수사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수사권조정을 통해, 올해 1월 1일부터 검찰은 경제·부패 등 6대중대범죄만 직접 수사하고, 나머지 모든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에 넘어간 상태다. 그런데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여권은 일부 남은 이 검찰 수사권마저 완전 박탈(검수완박)하여 중수청이라는 새로운 수사기관을 설치하고 이에 맡겨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한 상태다.여권과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은 검찰이 수사권을 갖지 않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했다. 그러나 실은, 국가의 범죄대응능력 관점에서 검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이 글로벌 스탠다드다. 여권 등의 그러한 논거 제시는 국민들로 하여금 사실에 근거한 상황 인식을 어렵게 한다. 이에 야권, 법조계, 학계, 검찰, 일부 여권도 포함하여 지각 있는 많은 국민들이 검수완박에 반대의견을 표시했고 지난 3월,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수완박’은 부패가 완전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 될 것임을 경고했다.한 나라의 범죄는 형법이 담고 있지만 형사사법시스템은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이 담고 있다. 형법의 기능 중 하나에 ‘보호’라는 게 있다. 곧 우리의 생명· 재산·성적자기결정권 등 법익을 보호하는 일을 한다. 즉 1단계로는 살인하는 것은 범죄라고 형법에 규정함으로써 살인범죄의 의지를 저지시켜 사람의 생명을 보호하고, 2단계로는 실제 살인이 일어난 경우 그 살인범을 잡아서 형벌에 처함으로써 사람의 생명이라는 법익을 보호한다는 2중구조로 되어 있다.그런데 이 2단계의 보호기능은 그 수행이 순전히 형사사법시스템에 좌우된다. 따라서 거악 제거를 위해 아무리 형법을 잘 만들었다 해도 형사사법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면, 실제 처벌이 불가능하고 그것은 곧 형법의 보호기능 포기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범죄가 발생했다고 해서 부패완판이 아니라 눈앞에 부패가 존재함에도 검수완박의 잘못된 형사사법시스템이 국가형벌권 발동의 발목을 잡는다면 이게 부패가 완전 판치는 세상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범죄자 처벌은 공판절차에서 검사의 유죄입증에 달렸다. 그 입증은 법원을 설득할 정도의 증명이라야 한다. ‘검수완박’의 형사사법시스템으로는 당장 이게 쉽지 않게 된다.검찰이 중대범죄 수사권을 유지해야 하는 법리는 대체로 수사역량과 재판역량의 두 지점에서이다. 하나는, 복잡하고 고도의 법리적 전문지식과 그에 터잡은 수사역량이 요구되는 난해한 사건이라는 점, 또 하나는 수사에서 패싱된 검사보다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를 들여다보면서, 유죄의 심증을 형성한 검사가 공판정에서 유죄를 위한 증명에 강하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운용은 차치하더라도 제도적으로는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점도 있다.전쟁에서 승리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전쟁 대비 훈련도 못해 본 군인보다 훈련받은 바로 그 군인이 전투에 투입될 때다. 수사도 재판을 위한 준비라는 점에서 그와 같다. 분명한 건 검사의 공판정에서의 역량 발현은 수사역량과 별개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이때의 수사역량은 잘 짜여진 형사사법시스템과 그의 정상적인 작동에서 출발한다.작금, 여권발 ‘검수완박’은 국가의 중대기능인 형사사법시스템 오작동의 결정적 원인이 될 수 있다. 검수완박에 한 나라의 형법 기능이 무력화되고 형벌권발동이 발목 잡힌다면 국가의 범죄대응능력이 동력을 잃어 필시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에 블랙홀이 될 것이다. 퇴행적 제도도입은 안 된다. 아무리 가고 싶은 유토피아가 있다 해도 문명의 시계바늘을 거슬러 갈 수는 없다.

2021-07-18

홈트레이닝의 득과 실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부경대 겸임교수 요즘 코로나19 재확산과 폭염으로 홈트레이닝으로 건강을 챙기려는 사람이 많다.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쉽게 홈트레이닝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하지만 전문적인 관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잘못된 방법으로 운동을 할 경우 신체에 무리를 주고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스쿼트(Squat)와 함께 팔굽혀펴기(Push-Up)는 가장 많이 하는 홈트레이닝 중 하나이다. 팔굽혀펴기는 하체 일부를 제외한 전신운동으로 가슴, 어깨, 팔, 배의 근력을 향상시키며 다양한 형태로 동작의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어 초보자부터 상급자까지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잘못된 자세로 팔굽혀펴기를 지속하면 운동 효과가 적고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실례로 팔굽혀펴기는 엉덩이 위치가 높고 상체만 내려가면 운동 효과가 떨어진다. 이런 경우 상체에 체중이 집중되기 때문에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 반대로 엉덩이가 먼저 바닥을 향해 내려가면서 자세가 흐트러져도 운동 효과가 덜하다. 또한 팔꿈치와 몸통의 간격이 지나치게 먼 쪽으로 내려가도 어깨, 팔꿈치, 손목 등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이런 이유로 손바닥은 어깨 밑에 위치해야 하며 손가락이 앞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야 한다. 상체, 엉덩이, 다리가 휘어짐 없이 곧은 직선을 이루어야 한다. 복근과 엉덩이 근육에 힘을 주고, 시선은 아래로 향하고 목은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도록 중립을 유지한다. 팔을 굽힐 때에는 몸 전체가 아래로 내려올 수 있도록 하고 엉덩이만 들어 올리지 않도록 주의한다.다시 말해, 양손을 어깨너비보다 약간 더 넓게 벌리고 양발을 가까이 모은 채 몸을 발뒤꿈치에서 머리까지 일직선으로 유지한다. 팔꿈치는 구부리며 가슴을 바닥 쪽으로 내리면서 어깨와 팔꿈치가 일직선이 되도록 주의한다. 팔이 몸과 45도 각도를 이루도록 하고 손을 팔꿈치 바로 아래에 위치시키고 둔근과 복근을 수축시키고 전신을 긴장시킨 채 팔을 굽혀 가슴이 지면과 닿도록 한다.자신의 체력과 운동 목적에 맞게 횟수를 반복한다. 일반적으로 횟수는 1회에 15~20회가 적당하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능력에 맞게 하면 된다. 첫 시작이 5개면 5개씩 5~20세트를 하면 된다. 우리 근육은 자극을 받으면 굵어지고 힘도 세진다. 횟수는 차근차근 늘려가서 20회를 5세트씩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면 된다. 이때부터는 세트 수는 더 늘려도 된다.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참고로 팔굽혀펴기를 처음 할 때 근력이 약한 경우 무릎을 땅에 붙이고 시작하고, 숙달이 되면 무릎을 땅에서 떼고 하는 것이 좋다.양손의 너비에 따라 운동 효과가 달라진다.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좁게 하면 삼두박근, 극하근(가시아래근), 상부승모근 순으로 근력이 발달한다. 또한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좁게 하면,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이 넓게 하는 것에 비해 대흉근과 삼두박근의 근력 강화에 더 효과적이다.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넓게 하면, 전거근(앞톱니근)의 근력이 가장 많이 발달한다. 이처럼 자신이 특별히 발달시키고자 하는 근육이 있다면, 양손이 바닥에 지지하는 간격을 넓게 하거나 좁게 하는 운동 방법을 통해서 조절하면 된다.저항운동(resistance exercise)에서 호흡은 매우 중요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힘을 낼 때 일시적으로 호흡을 중단한다. 이를 발살바 메뉴버(valsalva mannuver) 현상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성문이 닫힌 상태에서 힘을 주기 때문에 나타난다. 힘을 발휘하면서 호흡을 중단할 경우 흉강 내부의 압력이 증가되면서 심장으로의 정맥 흐름을 방해한다. 이와 반대로 반복해서 의도적으로 숨을 아주 힘껏 내쉴 경우에도 어지러움이나 현기증이 나타나게 되는데, 이는 혈액에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감소되면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다. 자신의 체중을 이용하여 근육에 자극을 가하는 팔굽혀펴기 운동에서 호흡은 내려가면서 들이마시고 올라오면서 내쉰다.홈트레이닝에서도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은 필수이다. 홈트레이닝 동영상을 보면 준비운동 없이 바로 운동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체조와 스트레칭은 반드시 하도록 한다. 운동 후 스트레칭은 몸에 젖산이 적게 쌓여 몸이 훨씬 가벼울 뿐만 아니라 운동부상도 예방된다. 특히 비만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들은 마무리운동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안정시보다 심장박동수가 대개 2배, 수축기 혈압은 10~20mm Hg 정도 올라가므로 마무리운동으로 심장박동수와 혈압을 빨리 평소 수준으로 낮춰야 심장과 혈관에 주는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의사의 절반 이상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홈트레이닝은 시간적, 공간적 접근의 편의성이 있다. 약간 부정확하거나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더라도 아예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장기간 잘못된 자세와 동작으로 운동을 하면 신체 불균형이 생기고, 그로 인해 통증과 부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했으면 한다.

2021-07-18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윤영대​​​​​​​수필가 제헌절이 있는 7월, 마을 길에도 무궁화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우리의 ‘나라꽃 무궁화’, 학명 Hibicus는 이집트의 히비스 신의 이름이며 ‘샤론의 장미’라고 부른다. 샤론은 가나안 복지 중에서도 제일 좋은 곳, 성경에는 ‘수선화’로 번역돼 있다. 꽃말은 ‘일편단심’ ‘영원’이다. 신라의 옛 기록에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의 고향’이라고 했고 중국의 ‘산해경’에도 ‘군자의 나라에 훈화초(무궁화)가 많다’고 했으니 우리나라는 근역(槿域), 즉 무궁화동산이었음이 틀림없다.무궁화는 7월부터 100여 일간 한 그루에 삼천 송이 이상 끊임없이 피고 지며, 아침에 활짝 피었다가 저녁이면 고이 꽃잎을 닫고 져버린다. 꽃이 귀한 여름철에 유난히 우아하게 피어나는 꽃잔치를 보노라면 무궁화 축제가 기억난다. 1991년 8월 경희궁에서 제1회 ‘무궁화 큰잔치’를 연 이후에 매년 전국적으로 시행하여 오고 있는데 포항에서도 2012년부터 청하의 기청산식물원에서 포항시향과 오페라단의 음악인들을 초청하여 뜻깊은 무궁화 축제를 열어왔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축제 소식이 없기에 식물원을 찾아가 보았다.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미안해하시는 이삼우 원장님과 무궁화 축제가 잘 계승되어 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무궁화원으로 갔더니 숲 가득히 아름다운 무궁화를 잘 가꾸어 놓으셨다.무궁화는 크게 3품종이 있다. 꽃 전체가 하얀 배달계, 꽃 중심이 빨간 단심계, 꽃잎에 무늬가 있는 아사달계가 있고, 단심(丹心)계는 꽃잎 색깔에 따라 백단심, 적단심, 자단심, 청단심으로 분류된다. 대부분 홑꽃이지만 수술과 암술이 꽃잎처럼 화려한 겹꽃도 있어 전 세계 300여 종의 무궁화 중에 220여 종이 기청산식물원에 피어나고 있단다. 이름 또한 배달 사임당 새한 화랑 한얼 아사녀 삼천리 평화 등 우리말 이름이 많은 것도 서울대 류달영 박사를 중심으로 품종 발굴과 개량, 체계적 분류에 힘쓴 공로이리라.일제 강점기에는 한민족의 상징목이라고 만지거나 바라만 보아도 몸에 병이 든다고 유언비어를 퍼뜨리며 전국적으로 뽑아버리고 불태워 버린 수난의 역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독립투사들이 민족의식으로 지킨 덕분에 오늘날 ‘나라꽃’으로 삼천리 방방곡곡에 환한 겨레의 얼을 보여주고 있다.그런데 1896년 독립문의 주춧돌을 놓을 때 당시 애국가 후렴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라고 부르며 나라꽃이 되었고, 지금 대통령 휘장을 비롯하여 입법·사법부의 휘장으로 또 태극기 깃봉으로 되어있지만 무궁화가 법적으로 국화(國花)임을 결의하거나 법령공포를 한 적이 없고 그냥 상징적 의미로만 있을 뿐, 오히려 일본의 신화(神花)라는 주장도 있다. 봄만 되면 전국이 벚꽃 축제로 떠들썩대지만 정작 우리꽃 무궁화 축제는 그렇지 않다. 이제 우리 민족의 역사와 얼이 담긴 나라꽃을 잘 보듬어가야 하리라.향기가 없고 진딧물이 많다고 멀리할 수도 있겠지만 씨앗과 꽃, 껍질이 약재로도 훌륭한 꽃이니 모두의 가슴에 무궁화를 심고 어지러워지는 듯한 국민의 마음을 단심으로 가꾸자. 시골집에도 무궁화 한 그루를 심었다. 이름은 ‘산처녀’. 무더위 속에서도 티 없고 맑은 무궁화 꽃이 피어나리라.

2021-07-18

깨끗한 공장(Clean Factory), 기업 생존 필수조건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인간은 누구나 3D업종에서 벗어나 보다 안정적이고, 쾌적한 곳에서 직장생활을 하길 원한다.3D업종이란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Dangerous)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용어로 주로 제조업·광업·건축업 등을 지칭하고 있다.하지만 실제 속내를 들여다보면 같은 제조업에서도 어떤 기업은 현장이 호텔처럼 깨끗하고 안전한곳이 있는 반면에 어떤 기업은 분진과 악취로 숨쉬기조차 힘든 곳이 있다.필자는 어떤 업종에서도 3D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그 기업의 현장을 변화시켜 3D의 반대 의미인 편하고, 깨끗하고, 안전한 현장이 실현되기를 바란다.필자는 물 맑고 공기 좋은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 좋은 공기를 마시며 살아온 터라, 기업을 컨설팅 하면서 방진마스크를 쓰고 일하는 직원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팠고 방진마스크 없이도 깨끗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발생원을 근본 뿌리부터 해결할 수는 없을까라는 고민을 하면서 공장 환경개선컨설팅을 해왔다.이번 환경부분에서 소개할 회사는 우즈베키스탄 페르가나 방적공장이다.방적이라 함은 솜 상태의 섬유(Fiber)로부터 실을 뽑는 과정이라 할 수있다.이 실을 뽑는 과정에서 단섬유가 빠져나오거나, 실이 끊어지면서 발생되는 하얀 면을 풍면이라 하며, 공장 내 날리는 풍면의 양은 어마어마하였다. 공장을 들어갔다 나오기만 해도 어느새 옷에는 눈이온듯 풍면이 온통 붙어있었다.이를 개선하기 시작하여 1년안에 공장내 풍면은 50%이상 감소하였고, 이후 전원 참여 청소활동을 통해 현장을 몰라보게 바꾸었다.“풍면 없는 공장만들기를 통해 깨끗한 일터가 구현되는 것은 마치 깊은 산속에서 순수한 공기를 마시면서 일하는 것처럼 착각이 들 정도로 신선하다”는 직원의 소감도 있었다.이 기업을 컨설팅 하면서 느낀 환경개선 성공 노하우 3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첫째 Data를 측정한다. 측정할 수 없다면 개선할 수 없다는 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측정만이 개선할 수 있다는 것으로 이 측정기준을 근거로 목표를 수립하고 추진해 나아가야 한다.둘째 발생원에 대한 근본 원인을 없애야 한다. 풍면의 근본원인은 바로 단섬유로 단섬유의 함유량을 줄임으로 풍면의 발생량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셋째 최적화된 집진구조를 강구해야 한다. 현재의 집진성능을 기반으로 풍면이 많이 발생되는 곳에는 집중하여 최대로 집진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 많이 발생되는 곳은 많이, 적게 발생되는 곳은 적게 흡입되도록 가변식 집진을 실시한 것이다.위에서 언급한 3가지의 노하우와 함께 청소를 한 결과 공장이 몰라보게 변화되었다.깨끗한 공장(Clean Factory)은 기업생존 필수조건이다.이는 직원들이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일하는 것의 기초이 되고, 나아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가 된다고 생각한다.

2021-07-18

노골적인 ‘언론 손보기’ 시작됐다

심충택 논설위원 신문사 편집국에 찬물을 끼얹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늦어도 다음달 중에는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민주당은 지난 주말(16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를 열어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언론중재법 개정안)’를 단독 의결하려다 한 주 보류했다. 법안소위에 포함된 국민의힘 간사를 비롯한 의원 2명이 코로나19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번 주 중 법안소위를 다시 열어 이 법안을 처리할 계획이다. 현재 문체위 전체 위원 16명 중 민주당 의원이 8명이고 비교섭단체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까지 합치면 9명으로 과반이 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이 법안은 일사천리로 국회에서 통과된다.야당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언론재갈법’으로 부른다. 권력에 대한 언론의 비판기능을 틀어막겠다는 의도를 가진 법률이라는 의미다. 당초에는 SNS, 유튜브, 1인 미디어 등도 이 법률 적용 대상에 포함됐지만 최근 민주당 미디어특위 회의에서 제외됐다. 친여권 유튜버를 비롯한 지지층 반발과 SNS를 이용하는 여권 정치인들의 계산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지난해부터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에서 쏟아진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안들을 묶어 이달 초 민주당 미디어특위가 만든 통합안이다. 언론사가 허위·조작 보도를 했을 경우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주 이 법안과 관련 “저는 (언론이)가짜뉴스에 가깝게 왜곡할 때 징벌 배상을 거의 회사가 망할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까지 언급했다.말문을 닫히게 하는 독재적인 생각이라서 놀랍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취재기자나 편집국 간부들은 한층 더 ‘셀프검열’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폭로·비판기사나 의혹기사를 쓰거나 편집할 때 회사의 입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비민주적 발상이라고 보고 있다. 가짜뉴스라는 개념이 모호해서 기사가 마음에 안 들면 사법권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자들이 어떻게든 법 적용 대상으로 몰아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판단이다.문재인 정부 들어 여권 권력자들이 언론중재위를 거치지 않고 언론사와 기자를 형사범으로 고발하는 사례는 줄을 잇고 있다. 권력자들이 검찰을 비롯한 공권력을 이용해서 언론을 손아귀에 쥘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언론사에 징벌적 손해배상제까지 적용될 경우 권력비판 뉴스와 관련한 고소·고발은 남발될 것이 뻔하다. ‘취재원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홍창우 부장판사는 “언론의 자유는 우리사회의 최후의 보루인 만큼 취재행위를 형사처벌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수결원칙을 만능열쇠로 착각해 법을 개정하면서까지 ‘표현의 자유’를 옥죄려 하는 권력자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판결문이다.

2021-07-18

신공항 특별법 10만 서명, 정치권 분발 필요하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시민추진단은 지난 15일 국회를 찾아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제정을 촉구하는 건의서와 함께 대구경북 시도민 10만 명의 서명서도 전달했다. 시민추진단은 “특별법 제정을 계기로 속도를 내고있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과 달리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지지부진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신속하고 안정적인 건설을 뒷받침하기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정치권에 설명했다. 시민추진단은 지난 4월부터 서명운동을 벌여 시도민 10만4천946명의 서명을 받았다.잘 아는대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영남권 5개 광역단체장이 합의한 김해 신공항 확장안을 뒤집고 여당이 밀어붙인 사업이다. 부산시장 재선거를 의식해 무리하게 추진한 선심 정책의 결과다. 앞으로도 이렇게 추진될 사업은 아마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영남권 신공항 건설은 2005년부터 논의됐다. 수많은 갈등 끝에 2015년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마무리했다. 1천300만 영남권의 주민이 공동으로 이용할 영남권 신공항의 입지가 국제적 권위기관의 검증을 통해 마무리된 것이다. 당시 가덕도는 3위권으로 후보지 중 가장 경제성이 낮았던 것으로 평가됐다.그럼에도 선거를 의식한 여당이 밀어붙여 5개 단체장 합의의 국책사업은 무시되고 가덕도 신공항이 살아난 것이다. 가덕도를 위한 특별법이 만들어지고 국회 법안통과 등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정부정책을 믿고 군공항이전과 함께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추진하던 지역으로서는 참으로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심한 배신감과 분노를 느꼈지만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을 멈출 수는 없다.가덕도 신공항이 특별법 제정과 정부의 엄청난 지원으로 추진된다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도 그만한 수혜를 받아야 한다, 그것이 특별법 제정을 바라는 시도민의 생각이다.지난 2월 국회에서 가덕도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대구경북을 보류한 것도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가덕도 신공항과 달리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이 법적 차별대우를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통합신공항은 대구경북 성장의 거점이 될 민간공항으로 지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서명서 제출을 계기로 통합신공항 문제를 재점화하는 지역정치권의 분발이 있어야겠다.

2021-07-18

아마존의 경고

최근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는(INPE)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더이상 지구의 허파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뿜어대는 탄소가 빨아들이는 탄소보다 오히려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아마존 숲이 파괴되고 지구적 문제로 등장한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파괴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지구인이 경각심을 가지는 것만큼 중요한 일도 없다. 잘 알려진대로 아마존 열대우림은 지구 전체 열대우림 면적의 40%다.지구에서 필요로 하는 산소의 4분의 1을 이곳에서 생성하고 있다. 이곳을 ‘지구의 허파’라 부르는 이유다. 아마존 숲의 황폐화가 지속된다면 지구의 허파는 손상되고 지구는 온난화 문제를 포함 심각한 기후 변화의 후폭풍에 시달리게 될 것이 뻔하다.열대우림(熱帶雨林)은 고온 다습하고 연중 2천mm 이상 강수가 내리는 곳이다. 다양한 식생과 동물이 서식하는 복잡한 생태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마존은 전 세계 생물종의 절반 이상이 생존할 정도로 열대우림의 대표적 지역이다. 그래서 열대우림의 생물상의 다양성이나 산림생태학적 가치는 매우 높게 평가된다.하지만 지구를 정화하는 측면에서 보면 열대우림의 존재 가치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만큼 크다. 아마존 숲 내 수십억 그루의 나무가 지구에 존재하는 막대한 양의 탄소를 저장하지 못한다면 지구의 환경변화가 줄 고통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지난 15일 독일 등 서유럽지역을 강타한 폭우로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100년만에 최악을 기록한 이번 폭우도 지구 온난화가 배경이 된 기상이변 때문이라 한다. 지구 기상변화에 대한 경고음이 너무 자주 들린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7-18

경북도 역량 모두 모아 ‘그린바이오’ 유치를

포항시가 농림축산식품부 공모사업인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유치에 도전했다. 최근 농식품부가 마감한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사업 공모에는 포항시를 비롯해 강원 평창, 충남 서산, 충북 충주, 전북 익산, 전남 곡성 6개 지자체가 신청했다. 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는 생명공학 분야의 미래 5대 유망산업인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 산업), 대체식품·메디푸드, 종자, 동물용의약품, 곤충 등 생명소재의 산업화를 위한 전문기관으로 신설된다. 30여개의 벤처기업도 함께 입주하며, 오는 2024년까지 건립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이번 주 중 현장실사 이후 지자체별 발표평가를 거쳐 오는 30일 최종 후보지를 선정한다.포항시의 경우 이미 전담행정조직을 신설해 두고 있을 정도로 미래 도시 성장동력인 바이오산업 육성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백신 및 바이오산업 육성조례를 통해 제도적으로 지원할 뿐만 아니라 바이오 기업의 창업과 보육을 돕기 위한 전문시설을 구축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포항시가 그린바이오 벤처 캠퍼스 예정부지로 정한 포항융합기술산업지구에는 지난해 착공한 그린백신 실증지원센터가 곧 국내 최초로 가동된다. 이 센터가 가동되면 포항에는 포항지식산업센터, 세포막단백질연구소와 함께 3대 바이오산업 플랫폼이 완성된다. 이 플랫폼에서는 바이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연구시설과 장비, 생산지원시설, 기업지원 프로그램 등이 제공돼 국내 어느 지역보다 경쟁력이 높아진다.그린바이오 벤처캠퍼스 사업은 공공기관 이전과 기업 유치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어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유력한 경쟁 지역으로 꼽히는 강원도 평창의 경우 서울대 평창캠퍼스와 춘천바이오산업진흥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강릉분원이 참여해 포럼 등을 개최하면서 유치전략을 짜고 있다. 강원도는 사업부지 외에도 서울대 평창캠퍼스의 기숙사를 입주기관에 제공하는 인센티브도 내걸었다. 포항시도 경북도내 바이오관련 모든 기관의 역량을 총동원해 현장실사 및 발표평가에 대비해야 한다. 경북도 농식품유통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수 전 농식품부 장관이나 농림부 차관을 지낸 김주수 의성군수의 자문을 받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

2021-07-18

별이 빛나는 밤에

영일대로 걸었다. 저녁을 먹고 나온 산책길, 북부 바닷가에는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사람들로 붐볐다. 장미정원 가까이 무대에서 행사진행자의 마이크 소리에 따라 함성이 오르내렸다. 광장에는 농구공을 튕기는 아이들, 더운 날씨와 상관없이 다정하게 어깨를 맞댄 연인들, 강아지에게 이끌려 나온 이웃들, 부딪히지 않으려 애쓰며 걸어야 할 정도였다. 바다로 조금 더 가까이 나앉은 누각에 오르니 바람이 훨씬 시원하다. 누각은 네 방향으로 열려있어 동해로 이어진 바다 방향에서는 하얀 요트가 다가왔다가 멀어져가고 저 멀리 포스코 건물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공장에 불빛이 밤을 낮처럼 일하는 이들이 있다고 알려준다.환여동 카페촌으로 몸을 돌렸다. 가게들이 불빛을 환하게 바다에 쏟아붓는다. 영문을 모르고 몰려나온 그 불빛을 파도가 일렁이며 휘젓는다. 동행한 아들에게 이 풍경 어디서 본 것 같지 않냐고 물었다. 글쎄요 하더니 금방 ‘고흐’의 그림이 떠오른다고 했다. 맞다, 고흐가 그린 두 개의 ‘별이 빛나는 밤에’ 중 론강에 비친 별빛과 닮았다.빈센트 반 고흐는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을 죽기 전 1888년 9월에 그렸다. 그는 70~80도의 압생트를 즐겨 마셨다고 하는데, 독주 속에 테르펜이라는 물질이 있었다고 한다. 이는 황시증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했는데, 일부에선 고흐가 이 병을 앓았을 거라 주장한다. 황시증에 걸리면 노란색이 유독 진하게 보이고, 빛을 볼 때 빛이 일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 근거로, 고흐의 초기작과 후기 작품을 비교하며, 그림에 별빛과 햇빛이 무리지는 표현이 많다고 지적한다. 고흐가 밤하늘을 표현하는 나름의 방식이라기보다는 실제로 하늘과 별이 그림과 같이 보여서, 보이는 대로 그렸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흐가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자주 ‘어지럼증’을 호소했다는 내용이 있으니, 더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그러나, 영일대 누각에서 이 풍경을 본다면 해석이 달라질 것이다. 론강 빛의 이지러짐이 포항 앞바다에 일렁이는 빛과 너무나 똑같으니 말이다. 카메라로 바다에 흐르는 별빛을 그려본다. 아들이 영일대의 불빛을 보고 바로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제목을 떠올릴 만큼 고흐는 사랑받는 화가이다. 많은 이가 고흐의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은 그의 제수씨인 요한나 덕분이다. 고흐가 3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죽고, 동생 테오도 몇 달 후 세상을 떠났다. 잠깐의 결혼 생활에도 불구하고 남편을 잃은 요한나는 아들을 혼자 키우며 두 형제가 18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번역하는 일을 진행했다. 편지 속에 담겨진 형제애와 예술에 대한 사랑을 사람들에게 알려 무명의 화가로 세상을 떠난 고흐의 실력을 빛나는 별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그녀가 세상을 떠나자 아들 빈센트(형의 이름을 따서 테오가 지어줌)는 어머니가 못다한 번역을 마무리하고, 고흐의 그림만을 위한 미술관 건립 하는 일에 힘썼다. 암스테르담에 지어진 고흐 미술관은 세계 사람들을 네덜란드로 향하게 만드는 스타가 됐다.‘고흐’ 하면 선명한 노랑이 떠오른다. 그의 해바라기가 좋아서 매일 덮고 만지는 무릎담요 디자인이 해바라기인 것으로 골랐다. 여름에는 화병에 해바라기 꽃을 꽂아두고 즐기기도 한다. 또 동생 테오가 아들을 낳았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 그린 아몬드꽃이 파란 배경에 가득한 그림은 우산에 담아 들고 다닌다. 경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고흐 그림을 좋은 친구와 보려고 갔는데 이틀 연속으로 보아도 좋았다. 퇴근길에 보니 누군가 나처럼 고흐를 좋아하는 이가 ‘별이 빛나는 포항’이라는 공연을 기획했는지 거리 곳곳에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이 여름, 포항을 여행하게 된다면 바리톤의 묵직한 음색과 재즈 콘서트를 날짜별로 찾아보아도 좋다. 그리고 밤이 깊으면 영일대 누각으로 나가 내가 발견한 고흐의 그림을 찾아보기 바란다. 고흐가 사랑했던 론강의 별들이 포항에 내려와 흔들리는 명작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이다. /김순희(수필가)

2021-07-18

민선7기 3년, 군민들과 함께 해 온 시간을 돌아보다

오도창 영양군수 벌써 민선 7기 3년의 시간이 지나갔다.지난 3년 동안 민선 7기 군정 운영에 있어 많은 성과를 냈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고 부족함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민선7기 3주년을 맞이해 남은 1년 동안 ‘변화의 시작 행복영양’의 슬로건을 되새기며 새롭게 각오를 다지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취임 이후 3년 동안 기존의 추구해 왔던 군정 운영의 물길을 바꾸고 군민이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취임식에서의 약속을 지키고자 화합과 소통으로 영양군민 모두의 군수가 되고자 앞만 보고 묵묵히 달려왔다. 성과와 속도 중심의 행정에서 소통과 협력을 중시하고 내실 있는 밀착행정으로 군정의 혜택을 피부로 느낄 수 있고 군민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고 지속가능한 행복을 영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왔다.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려움은 있었다.민선7기 2년차 때 불어닥친 코로나19와 해마다 찾아오는 장마·태풍 등의 자연재해가 군민들의 생활에 큰 어려움을 주었다.코로나19 직후부터 영양군에서는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소비위축 대응을 위한 지역화폐 특별할인을 실시했고 상수도 사용료 감면, 농기계 임대 사용료 50% 감면, 경영안정 지원금 지급, 특별공공근로사업을 실시해 군민들의 생활안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왔다.그리고 민선 7기의 목표는 확고하다.생활밀착 행정 구현과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장 우선 목표다. 영양의 당면한 주변 환경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기본적인 군민생활 분야에서 행정의 책임을 높이고 속도감 있게 실천해 안심하고 기댈 수 있는 행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그동안 대규모 SOC 위주의 정책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우리 군민들의 일상에 필요한 생활밀착 행정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그래서 군민의 삶을 보살피는 일에는 더욱 정성을 기울였다. 각종 주민불편사항을 신속히 해결해주는 생활민원 바로처리반이 2019년 3월부터 운영을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4천여건 이상의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지역 어르신들은 군에서 지원된 목욕상품권을 들고 목욕탕에서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전통시장 장보기 배송서비스 시행, 농어촌 버스 개편, 행복택시 운행 확대 등을 시행해 군민들이 변화된 행정서비스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 정주여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가져왔다. 우선 영양소방서 신설 확정시키고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직접 마을가꾸기의 주인으로 나서도록 했다.마을정비형 공공주택사업과 행복주택 건립, 석보면 농촌중심지 활성화, 청기면 기초생활거점 육성사업, 인구지킴이 대응센터·청소년 수련관·노인복지관 개관, 가로등 LED 교체사업 및 읍 시가지 간판개선사업 시행도 성과다.농업분야에서는 농산물품질관리원 영양분소 유치,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과 농작업 대행반 운영, 고추품질개선 장려금 인상과 고추 수매단가 및 수매량 증가, 농업재해보험 자부담 경감 등 성과를 냈다. 이렇게 민선7기에서는 군민 생활과 밀접한 정책으로 행정 방향을 바꾸어 군민 모두가 행복한 영양을 만들어 가고 있다.또 마을과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어 침체되고 활력을 잃은 지역 상권을 살리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민선 7기의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들이 일방적인 정책 추진이 아니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하는 등 행정의 보호망을 강화함으로써 소상공인의 형편이 나아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사람과 지역경제의 활력 넘치고, 군민들 얼굴에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살기 좋은 영양의 기반을 마련해 온 소중한 순간들이었다.이제 남은 1년의 임기 군정은 지난 3년의 경험을 토대로 농업의 경쟁력과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군민이 행복한 환경에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시를 건설할 것을 약속한다.

2021-07-18

코로나 신기록 대행진, 주말 방역에 집중하자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9일 연속 1천명대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월 20일 국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첫 발생한 이후 연일 신기록이다. 지금의 상황대로라면 하루 2천명대 돌파는 시간 문제다.수도권 중심으로 번진 4차 대유행이 이젠 전국화하면서 대구와 경북도 불안한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 15일 0시 기준 대구는 51명, 경북은 전날 22명보다 줄어들었지만 13명의 신규 감염자가 발생했다. 안정세를 보였던 흐름이 갑자기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국적으로 비수도권에서 첫 400명대를 넘어 비수도권도 이젠 비상이다.대구에서는 수성구 헬스장 관련 확진자가 23명 발생하고, 이곳을 다닌 교사와 학생의 감염사례가 확인되면서 인근학교 9곳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다. 과거 집단별로 발생하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이제는 전방위적으로 발생해 방역관리가 더 힘들어졌다. 주점과 식당, 카페, 헬스장 등 우리 일상의 대부분이 감염원으로 등장한 것이다. 생활주변 곳곳이 사실상 감염 지뢰밭인 셈이다.당국의 철저한 방역관리도 중요하지만 시민 각자가 거리두기, 마스크 쓰기, 손씻기 등과 같은 개인별 방역수칙 준수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오랜 코로나 사태로 다수의 시민이 피로감을 느껴 방역수칙 준수에 소홀해지기 쉬운 때다. 지난해 신천지발 코로나가 발생했을 때를 생각하면 지금 우리의 긴장도는 많이 떨어져 있는 것도 사실이다.코로나 4차 대유행이 델타 변이를 동반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다. 백신 접종이 가장 효과적이나 정부의 백신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아 접종 속도가 더디다. 각자가 경각심을 갖고 코로나 방역에 대처해야 한다.대구는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하고 첫 주말을 맞는다. 때마침 폭염이 닥치면서 주말을 이용, 피서를 떠날 사람도 많다. 코로나 감염증이 확산 일로에 있다고 생각하면 주말에 이동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정부가 거리두기 단계를 한 단계 올렸으나 경북은 여전히 1단계다. 전국의 거리두기가 제각각이어서 휴가철을 맞아 지역에 따라 풍선효과도 예상된다. 이번 주말을 잘 넘겨야 거리두기 격상에 따른 차단효과도 나타날 것이다. 이번 주말 방역 정말 중요하다.

2021-07-15

대구·구미 수돗물 갈등 해법은 ‘이웃사촌 정신’

환경부 주관으로 지난 14일 오전 구미시 산동읍 구미코(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낙동강 통합물관리방안 구미지역 합동 설명회’는 예상대로 찬·반 주민들의 집회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열렸다. 합동 설명회에는 한정애 환경부 장관, 권영진 대구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장세용 구미시장, 구미 지방의원, 읍면동 이장협의회장 및 통장협의회장 등이 참석했으며, 경찰은 6개 중대를 투입해 시민들간의 충돌에 대비했다. 한정애 장관은 이날 해평취수장 대구 공동사용을 반대하는 구미시민들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을 하거나 대책을 제시했다. 한 장관은 대구시가 해평취수장을 공동 이용하더라도 상수원보호구역 확대는 절대 없다고 전제하면서, “해평취수장은 하루 80만t을 취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현재 구미시가 하루 40만t을 사용하기 때문에 대구시가 30만t을 사용해도 물 부족 현상은 없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구미지역 상생방안 조건들을 정부와 5개 광역단체들이 문서화했기 때문에 정부를 믿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30년간 구미공단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때문에 대구시민들이 수돗물에 대해 공포에 가까운 고통을 갖고 있다. 하루 30만t의 물을 대구로 가져가도 구미지역 수량·수질에 문제없고 재산권 침해도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구미시민 입장에서 문제를 풀어갈 것이고, 구미에서 요구하는 8조3천억원 규모의 각종 사업이 잘 추진돼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취수장 공동사용에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대구 취수원 문제는 구미시민 의견이 반영된 후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 했다.한 식구와 다름없는 대구와 구미가 물 문제로 30년 동안 갈등을 겪고 있는 것은 정말 안타깝다. 대구시민 대부분은 현재 식수원인 낙동강 취수원이 대규모 공업단지 바로 하류에 있어 수돗물을 아예 식수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구미가 손해 보는 것을 눈 뜨고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 지사의 약속을 믿고, 취수장 공동사용에 반대하는 일부 구미시민들은 이웃사촌 정신으로 낙동강 물을 대구와 나눠 쓰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길 기대한다.

2021-07-15

정치 테마주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이른바 정치 테마주가 올 상반기 중에도 격하게 요동을 쳤던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종목은 6개월 동안 무려 900% 가까이 상승했으니 놀라운 기록이라 하겠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와 코스닥시장을 통틀어 올해 주가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종목은 부동산 매매·임대업체인 A사다. 이 업체 주가는 지난해 말 동전가격 수준인 677원에서 지난 6월말 현재 6천650원으로 882%가 폭등했다.대선주자 이재명 경기지사의 장기 공공주택 정책의 수혜주로 주목받는 정치 테마주로 상반기 줄곧 상승세를 이어왔다고 한다.정치 테마주는 정치인의 정책이나 인맥 등에 의해 대개는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으로 손꼽히며 후보 움직임에 따라 심한 등락을 거듭한다. 문제는 회사의 실적이나 기초체력과는 무관하게 움직여 비이성적으로 과열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소문에 따라 움직일 때가 많아 대체적으로 개미군단이 최대 피해자가 된다.2017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돌연 대선 출마선언을 중단하면서 관련 테마주들이 줄줄이 하락하고 황교안, 안희정 관련 테마주들이 급등했던 사실을 생각해 보면 지금도 한국증시의 취약성이 정치테마주에 남아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전문가들은 기업의 본질 가치와 무관하게 가격이 급등하는 정치 테마주 현상은 국제적으로도 잘 없는 사례라 한다. 있다 해도 대부분의 정치 테마주는 개발도상국에서 일어나고 개도국은 정경유착이 높은 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부정적 현상으로 평가한다.내년 대선을 앞두고 하반기에도 정치 테마주의 움직임이 요란할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테마주가 대선주자의 당락에 상관없이 끝장엔 폭락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7-15

각자무치(角者無齒)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옛말에 각자무치(角者無齒)란 말이 있다.‘뿔이 있는 놈은 이가 없다.’는 뜻이다.즉, 뿔이 있는 소는 날카로운 이빨이 없고, 이빨이 날카로운 호랑이는 뿔이 없으며, 날개 달린 새는 다리가 두개뿐이고, 날 수 없는 고양이는 다리가 네개다. 예쁘고 아름다운 꽃은 열매가 변변찮고, 열매가 귀한 것은 꽃이 별로다. 세상은 이렇듯 공평하다. 장점이 있으면 반드시 단점이 있고, 때론 단점이 장점이 되고,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세상 이치다. 사람이나 동·식물만 장·단점이 있는 게 아니다. 사람이 만들어낸 정책도 장·단점이 있을 수 밖에 없다.요즘 정치권에서 포퓰리즘 논란이 많은 재난지원금 정책도 그렇다. 어떻게 시행한다 해도 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여당은 전 국민재난지원금을 당론으로 결정하고, 재정당국 협조를 압박하고 있다.하지만 정부를 대변하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당초에 당정이 합의했던 소득 하위 80% 지급안을 고집하면서 당정갈등으로 번진 상태다. 당정이 소득 하위 80%에 한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가 전국민대상 지급으로 입장이 바뀐 것은 형평성 문제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산이 많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가 소득 하위 80%라는 이유로 재난지원금을 수령할 경우 형평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길은 정치가 내고 정부는 낸 길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홍 부총리에게 전국민 지급 합의를 수용하라고 압박했는 데도 홍 부총리는 재정운용의 정치적 결정을 반대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재정을 놓고 여권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해 3월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소득 하위 70%에 지급하기로 한 기존안을 전 국민으로 확대할 것을 요구하자 강하게 반발했고, 올해 초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를 놓고서도 충돌한 바 있다.정당 사상 최연소 당대표로 등장해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온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여야 대표간 회동에서 전 국민재난지원금 지급에 합의를 했다가 반론에 부딪쳐 합의를 번복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 당 대표실 앞에서 협상과정과 관련, 송 대표가 ‘선별 비용 문제가 있으니 80%가 아니라 전 국민 재난지원금으로 가면 어떠냐’고 해서 “방식 문제라면 80%나 100%나 차이가 크지 않다. 그 부분은 검토할 수 있다고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당 내부 비판에 대해 못마땅한듯 이렇게 반박했다.대선을 앞두고 재난지원금을 ‘주자·말자’의 논쟁에 저희가 ‘주지 말자’의 자세로 서는 것 자체가 전략적으로 옳은 선택인가 반문하고 싶다는 것이었다.사실 진영논리를 떠나 국민 전체에 대한 격려와 위로 차원이라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이 나쁜 선택일 수 없다. 최선의 정치는 순리를 따르는 데서 이뤄진다고 했다.알쏭달쏭한 정치, 참으로 요지경이다.

2021-07-15

공정(公正)의 잣대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 요즘 들어 부쩍 공정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것은 현실이 그만큼 공정하지 못하다는 반증일 터이다. 지금의 정권이 출발부터 공정과 평등, 정의를 기치로 내걸고 지난 정권을 모조리 적폐로 몰아 단죄한 것이 공정에 대한 논란의 발단이었다. 이 정권과 여당은 그것이 마치 자기들만의 전유물인 양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러 댔다. 저들은 무슨 짓을 해도 공정하고 정의롭다는 황당한 선민의식과 후안무치가 사회를 편파와 분열의 막장으로 몰아간 것이다.말은 쉽지만 공정이란 간단명료하게 시비가 가려질 개념은 아니다. 편을 갈라 내 편은 옳고 네 편은 그르다는 식의 적대적인 양분논리와는 더더욱 거리가 멀다. 서울대 김범수 교수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을 때 세상에 완벽하게 공정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저마다 사회경제적 배경이 다르고 타고난 능력과 성향, 외모 등 차이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삶의 모든 순간이 불공정의 연속이다.”고 했다. 그렇다고 불공정을 묵인하고 방치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을 지향해야 하는 것은 그것이 보다 다수가 안정되고 행복한 사회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공정사회란 법과 원칙이 지켜지고, 상식이 통하며, 못 가진 자에 대한 가진 자의 양보와 배려가 있는 사회이다. 그런 사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부의 시책과 법 적용이 공정해야겠지만 그것만으로 다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사회 전반에 걸쳐 국민들의 양식과 도덕적 수준이 향상되어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공감과 배려가 다른 한 축이 되어야 한다. 기득권자들의 지위와 인맥을 이용한 비리와 부정이 판을 치는 사회에서는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현상만 가증될 따름이다.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 국민에게 일인당 얼마씩 지급하는 게 가장 공평한 처사라는 주장도 있고, 절박하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선별해서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공평하기로야 국민 모두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는 게 맞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재난지원금이란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별다른 경제적 손실이 없거나 오히려 득을 보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양보나 배려가 우선되지 않은 공평이 올바른 일일 수 없다는 걸 안다면 무엇이 더 공정한 잣대인지 자명해 질 것이다.여당의 대권주자들 중에는 전 국민이나 하위 80%까지 지원 대상으로 하자는 인사들이 있다. 재난지원금으로 매표행위를 하려는 속셈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수작이다. 그들의 관심사는 절박한 국민들의 고통이 아니라 어떻게 하는 것이 더 많은 표를 긁어모을 수 있는가 일 뿐이다. 그래서 곤경에 처한 사람들의 아우성에는 아랑곳없이 정의로운 척 공평이란 잣대를 갖다 대는 것이다. 재난지원금은 마땅히 가장 심각하게 피해를 본 사람들을 위한 긴급 구호책이 되어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매표행위를 하는 사악한 포퓰리즘에 현혹되는 국민이 없기를 바란다.

2021-07-15

이상한 사회적 거리두기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지난주 끝난 세계적인 테니스 메이저 대회 윔블던 대회에서 수만명의 관중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관람하는 모습이 TV에 비추어졌다. 마스크를 쓰고도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있는 한국에서 TV를 보는 테니스 팬들에겐 대단히 충격적인 장면이었다.전에는 듣지도 못했던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이 작년 봄 시작된 코로나 사태와 함께 이제는 일상의 단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이 생소한 단어는 영어의 소셜 디스턴싱(Social Distancing)을 번역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유행성 감염을 막기 위해 사람과 사람 간의 거리를 두자는 캠페인이다.우리 정부가 내놓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화제가 되고 있다.특히 세부 지침에 포함된 ‘그룹운동 음악속도 제한’은 세계적으로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지침에 따르면 스피닝, 에어로빅, 줌바 등 그룹운동을 할 때 음악 속도를 120bp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피트니스센터는 러닝머신을 이용할 때 속도를 6km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속도를 제한하는 이유는 고강도·유산소 운동을 하면 침방울 발생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뉴욕타임즈(NYT)는 스포츠 음악 분야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하여 음악속도 제한 규정은 근거가 없는 규제라고 보도했다.NYT는 러닝머신 속도를 시속 6㎞ 이하로 유지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는 러닝머신 속도는 제한하면서 사이클 등 다른 운동 기구에는 제약을 두지 않는 것이 의문이라고 했다.택시 탑승도 사적 모임으로 규정해 오후 6시 이후 탑승 인원을 2명으로 제하고 식당도 2인 이하로 제한 것도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만원버스나 지하철, 기차에서도 다수 인원이 이동하는데 택시만 규제하는 것은 불공평하고 과학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이 같은 방역수칙에 대해 정치권의 야권은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지금까지 거리두기 지침으로 영업에 타격을 입어온 자영업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편의점, PC방, 음식점, 카페 등 자영업체들은 “확진자가 늘어날 때마다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희생만을 강요해왔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싱가포르에서는 이제 확진자 카운트를 안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은 윔블던 경기에 마스크 없는 많은 관람객들을 허용하면서 규제를 풀고 코로나와 공생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로나 음성판정을 받은 입국객에 대하여 자가 격리를 푸는 국가도 증가하고 있다.어떤 정책이 맞는 것인지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개인의 자유를 과학적으로 확실히 증명되지 않는 방법을 통해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다.인간의 행복은 질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유로운 삶에 대한 욕구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정부의 코로나 대응 대책에 운영의 묘를 기대해본다.

2021-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