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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아이를 낳으면 정말 행복할까

초저출생을 겪고 있는 지금, 다둥이 가족의 출생 소식이나 이따금 시골 동네에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무엇보다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포항 호미곶면에서도 18개월 만에 아이가 태어나 마을이 들썩였다. 그리고 이들 부모는 아이를 낳은 게 정말 기쁘다고 말한다.그렇다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정말 행복할까. 물론 아이를 가진 부모들은 대부분 행복하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아 기르는 건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과 마주하고 있다. 아이를 낳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키우는 일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그 첫 번째가 경제적인 이유를 들 수 있다. 직장인 대부분도 경제 문제를 이유로 아이 낳기를 포기하고 있다. 지난해 5월 한 인구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아이를 성인이 될 때까지 키우는 비용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평균 3억6500만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소득 계층별 출산율 분석과 정책적 함의’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태어나는 아이들 열 명 중 아홉 명은 중산층 이상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모두가 아이를 낳지 않기 시작한 시대이지만 가난한 집일수록 아이를 낳는 걸 더 포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국민권익위원회에서는 지난달 17일부터 26일까지 출산지원금 1억 원을 지원해 준다면 아이를 낳는데 동기부여가 되겠는냐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질문에 대해 분명 경제적인 이유로 아이를 낳을지 고민하는 가정에서는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반응을 보였다.두 번째는 육아휴직과 경력 단절이다. 경제적인 문제뿐 아니라 당연히 함께 고민을 해봐야 하는 문제다. 어쩌면 여성들에게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여성의 경력 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연구에 따르면 아이가 있는 여성들의 경력 단절 가능성은 14%나 높고 이를 우려해 출산을 포기하게 되는데 전체 출산율 감소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여성들에게 출산과 양육의 일이 비대칭적으로 과대하게 쏠려있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없는 노동환경, 남성들의 낮은 가사 참여도 등이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게 되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육아휴직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도 차이가 나는데 중소기업에서는 주변 눈치를 보느라 지원 정책이 있어도 현실에서는 당당히 쓸 수가 없다. 경북에서는 지난 3월 올 상반기 ‘나의 직장동료 크레딧’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을 보면 14곳 만이 지원했다. 이 사업은 직장동료가 휴직자의 일을 더하고 추가 수당을 받는 것인데 여전히 중소기업에서는 금전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육아휴직을 쓰려는 수요가 적으며 이런 정책들이 현실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하지만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건 예나 지금이나 어렵지만 가치 있는 일이다.현재 둘째를 임신 중인 프리랜서 장 모(34) 씨는 “주위 친구들도 결혼과 함께 아이를 낳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아이가 있으면 분명 아이가 우선순위가 되고 나의 삶은 거의 포기를 해야 될 때가 많다. 자신의 경력 문제와 도우미를 구하는 것 등 현실에 부딪치고 있지만 그래도 아이의 존재는 엄청난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인간으로서 삶을 창조하고 스스로도 성장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30

봉화군, 베트남 리 왕조 건국기념축제 참가

봉화군 우호대표단은 지난달 21일부터 6일간 국제우호교류 도시 베트남 뜨선시를 방문했다. 상호 교류협력 및 유대강화를 도모하고,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등 민간교류사업 확대를 위해서다.이번 방문은 베트남 리(李)왕조 건국기념축제(음력 3월 14~16일)에 맞춰 뜨선시의 공식 초청으로 성사됐다. 박현국 봉화군수, 김상희 봉화군의회 의장과 관계 공무원, 화산 이씨 봉화군 종친회와 봉화 보부상 마당놀이단 등이 참여했다.뜨선시를 방문해 레 쑤언 러이 당서기장, 황바휘 뜨선시장, 뜨선시 관계자들과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으며, 베트남 문화관광체육부를 방문해 협조를 부탁했다.그리고 박린성 인민위원회 당서기가 봉화군 우호대표단을 찾아와 환대했다. 베트남 뜨선시에서 열린 리(李)왕조 건국기념 축제에는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였다. 덴도축제 개막식에 초청된 봉화 보부상 마당놀이가 5천여 명이 운집한 가운데 펼쳐졌고, 이는 봉화군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또한, 봉화 우호대표단은 2천여 명이 참여한 수상행렬단과 천도재에 동참해 우호를 다졌다. 수상행렬이 지나는 거리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렸고, 특히, 곳곳에 많은 유치원생이 나와 수상행렬을 지켜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민들은 손을 흔들며 봉화군 우호대표단을 맞아주었고 물과 과일을 나눠주며 환대했다.베트남 뜨선시 딘방방에 있는 덴도사원은 베트남 최초 독립국인 리 왕조 태조의 고향이자 8대 왕의 위패가 모셔진 사원이다. 뜨선시에서는 리 태조의 즉위일인 음력 3월 14일에서 16일까지 매년 덴도축제를 열고 있다.베트남 최초 독립국가인 리 왕조는 9대 216년 동안 통치했고, 리 왕조 개국 이태조는 이공온이며, 우리나라 화산이씨 시조 이용상은 6대왕 이천조의 일곱 번째 아들이다. 1226년 정란으로 왕족들이 살해당하자 이용상이 옹진군 화산면에 피난, 정착해 오늘날 화산 이씨로 불리게 됐다.화산 이씨 13세손인 이장발은 19세의 나이로 임진왜란 의병으로 참전해 문경에서 싸우다 전사했고, 장인이 시신을 거둬 봉화군 봉성면 창평리에 묻었다, 이런 충절을 기리기 위해 1750년 충효당이 건립됐다. 충효당은 베트남 리 왕조와 관련한 국내 유일의 유적지로 경상북도 문화재자료 제466호다. 이 일대에는 충효당 외에도 이장발을 기리는 유허비와 산소, 제사를 준비하는 재실이 보존돼 있다.봉화군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추앙의 대상인 리 왕조와의 역사적 인연을 연결고리 삼아 ‘K-베트남밸리 조성사업’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이번 봉화군 우호대표단 베트남 뜨선시 초청 방문은 K-베트남 밸리 조성사업의 양 도시간 협력을 강화시켰고, 문화, 예술, 교육,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발한 교류 발판이 됐다. /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30

환성사 겹벚꽃

깊은 산속에 아직 겹벚꽃이 남아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다. 떨어진 꽃잎이 마르기 전에 가려고 이른 아침 경산시 하양읍 하기리 팔공산 기슭에 자리한 환성사로 차를 몰았다. 찾아가다 보니 익숙한 무학로 교회가 왼편에, 오른쪽에 무학고등학교를 끼고 산으로 산으로 내비게이션이 우리를 안내했다.굽이굽이 몇 굽이 돌아 깊은 골짜기에 또 다른 마을이 나타나더니, 그 인적마저 끊긴 길 끝에 초파일 연등이 내걸렸다. 아침 햇살이 조심스럽게 산사에 스미고 있었다. 너무 조용한 공간이라 햇살이 나무들 사이로 내려앉는 소리까지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주차장 바로 앞에 부도탑 주위로 겹벚꽃이 가득했다. 새소리에 한 잎, 나비의 날갯짓에 또 한 잎 떨어졌다.환성사는 835년(신라 흥덕왕 10)에 왕사 심지(心地)가 창건하였다. 산이 성처럼 절을 둥글게 둘러싸고 있어서 환성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전한다. 대웅전과 명부전·심검당·수월관·산신각·천태각 등이 남아 있고 부속 암자로 성전암이 있다. 이 중 대웅전은 고려 말 조선 초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며, 보물 제562호로 지정되었다. 수월관은 이 절의 문루인데, 예전 대웅전 앞에 있던 연못에 잠긴 달을 수월관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가히 일품이라 하여 붙인 이름이다.1856년(철종 7)에 편찬된 하양현의 읍지 ‘화성지(花城誌)’에 따르면 환성사는 임고서원에 속하였다가, 숙종 때는 하양향교에 속하게 되었다. 입구의 일주문은 자연석 덤벙주초 위에 기다란 네 개의 돌기둥을 일렬로 세우고 맞배지붕을 얹었다. 양산 통도사·부산 범어사·강릉의 낙가사에도 돌기둥 일주문이 있으나, 통도사나 범어사의 일주문보다 그 규모가 크다.산사의 고요를 깨우는 건 뜨문뜨문 들리는 개구리 웃음소리였다. 어디에서 소리를 내나 살피니 연못이 양옆으로 두 개였다. 환성사 연못은 재밌는 이야기를 품었다. 고려 말 환성사에 큰불이 나서 거의 폐사에 이르렀는데,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설화가 전한다. 절 입구에는 자라처럼 생긴 자라 바위(또는 거북바위)가 있었는데 창건주인 심지는 “이 바위가 있는 한 절이 번창할 것”이라 예언하였다. 자라 바위 덕분인지 하루가 다르게 신도가 늘어나면서 번창하였다. 고려 때에는 대선사(大禪師)가 난 것을 기념하여 일주문을 세우고, 대웅전 앞에 커다란 연못을 팠다. 선사는 “연못을 메우면 절이 쇠락할 것”이라고 예언하였고, 승려들은 선사의 유지를 받들어 연못을 잘 돌보았다.그러던 어느 해, 신도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는 것이 귀찮아진 주지가 자라바위의 목을 잘라버리도록 하였다. 그러자 연못이 핏빛으로 물들었고, 이를 기이하게 여긴 신도들이 더 많이 몰려들었다. 이를 또 성가시게 여긴 주지의 명령으로 연못을 메우기 시작하자 연못 속에서 금송아지가 한 마리가 날아올라 구슬피 울며 사라졌고, 연못을 다 메우자 절 전체에 불이 붙기 시작하여 대웅전과 수월관만 남긴 채 모두 태워버렸다. 이후 선사들의 예언대로 신도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고 한다.절 아래쪽에는 비석 3기와 부도 6기로 이루어진 부도밭이 있다. 비석의 내용이나 부도들의 주인은 알 수 없지만 석종형·원구형 등 조선 후기에 조성된 것으로 짐작되는 이 부도밭은 옛날 전성기 환성사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 환상적인 분홍빛 꽃잎으로 뒤덮였다. 겹벚꽃이 나무의 가지를 부도탑 위로 늘어뜨려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든다. 화려하던 불국사 겹벚꽃이 다 지고, 소나무가 송화 가루를 날려 온 동네를 노랗게 물들일 때까지 봄을 서성거리는 환성사의 겹벚꽃을 보려면 아침 일찍 이슬이 마르기 전에 가길 권한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30

아름다운 불굴사

경산시 와촌 무악산에 위치한 불굴사는 690년 신라 신문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다. 원효대사는 불굴사를 세우기 전부터 최초의 수도지로 이곳 석굴 홍주암을 찾았다. 이 홍주암을 불굴암 또는 원효암이라도고 부른다. 이 홍주암은 김유신 장군이 통일을 염원하고 기도한 곳이기도 하다. 김유신 장군에게 난승 스님이 삼국통일의 신표인 보검을 주었고, 그 후 김유신은 김춘추(태종 무열왕)와 함께 삼국통일을 이루어냈다고 전해진다.산중턱에 자리잡고 있는 불굴사는 사계절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신선한 공기가 더해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사찰이다. 차를 타고 사찰 바로 앞까지 들어갈 수 있으며, 입장료와 주차료가 없어서 누구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사찰 한가운데 위치한 적멸보궁은 본래는 대웅전이 있던 자리였으나, 1988년 인동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 봉인하기 위해 건물을 지어올렸다. 내부에는 불상 없이 큰 유리창이 있어 창밖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그 곳에는 진신사리가 모셔진 사리탑이 바로 보인다. 불상 대신 사리탑을 바라보고 기도할 수 있도록 지어진 것이다.적멸보궁 앞쪽에는 불굴사 삼층석탑이 있다. 이는 통일신라 때 세워진 것으로 각부의 비례가 균형을 이루고 있어 아름다움을 더한다. 오랜 세월에도 상륜부 일부만 훼손되고 온전한 상태로 보존되어 1955년 보물로 지정되었다.적멸보궁 옆에 있는 약사보전 내부에는 경상북도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된 불굴사석조입불상이 있다. 이는 갓바위 약사여래불과 같은 시대에 조성된 불상으로 추정된다. 갓바위 약사불은 갓을 쓴 남성상이, 불글사 약사불은 족두리를 쓴 여성상이 보여 음양설로 조성되었다고 전해진다.불굴사의 아름다움은 관음전으로 가는 길에 있는 큰 호수와 홍주암에서 그 절정을 이룬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홍주암이 나오는데, 좁은 통로 속 석굴 안에는 양옆에 수문장을 둔 부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앞으로는 소원을 적은 초들이 질서정연하게 놓여있어 마음이 정갈해진다. 바위 틈에서 흘러나오는 약수는 원효대사와 김유신 장군이 기도하며 마신 물로 전해진다. 때문에 이를 ‘장군수’라고 부른다. 소화불량과 신장염에 효능이 있다고 한다. 석굴 위에는 기도를 올릴 수 있는 독성각이 있다. 뒷쪽으로 펼쳐진 풍경은 마음을 탁트이게 한다.이루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있다면, 이번 주말 불굴사를 찾아가 김유신 장군이 삼국통일을 기원하며 기도드렸던 것처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드려보는 것은 어떨까?/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25

일흔 넘어 홀로 떠난 중남미 여행

사진작가 임세권은 2013년 안동대 사학과를 퇴직한 후 ‘사진 갤러리 유안사랑’을 개설했다. 10년을 훌쩍 넘긴 세월 동안 사진 전시와 교육에 힘썼다. 지난달에는 기존 동부동에 있던 갤러리를 옥정동(태사길53-7)으로 확장 이전하면서 이전 기념으로 ‘마야와 잉카의 땅’ 사진전을 열었다. 또 전시와 함께 선보인 중남미 여행기 ‘세상의 반대편으로 가다’를 총 2권의 책으로 묶어 1권은 마야 편, 2권은 잉카 편으로 출간했다.5월 25일까지 열리는 ‘마야와 잉카의 땅’ 사진전은 임세권 작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일흔을 넘기면서 홀로 중남미 여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긴 결과물을 선보이는 것이지만 중남미를 다녀오고 그는 제2의 삶을 살고 있는 중이다.5년 전 멕시코, 페루, 볼리비아를 거쳐 칠레까지, 마야 문명과 잉카 문명 답사를 위한 세상의 반대편으로 향했다가 칠레 남쪽 끝 마을 푼타 아레나스에서 쓰러져 의식을 잃은 것이다. 급히 가족이 칠레로 향했고 산티아고 한국영사관, 현지 교민 등의 도움으로 무사히 안동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그간 수술 후유증과 코로나19로 정리가 늦어진 여행기를, 미완성인 채로 완성해 세상에 내놓게 된 것이다. 1권 마야 편에는 ‘이름 없는 도시-멕시코시티’를 시작으로 ‘마야 여행의 에필로그-툴룸’까지 320쪽을 채웠고 2권 잉카 편에는 ‘잉카의 관문, 사회적 포용의 도시- 리마’부터 ‘끝나지 않은 여행의 끝-다시 모아이를 꿈꾸며’까지 448쪽으로 방대한 분량을 꽉 채웠다.책의 볼륨은 크지만 ‘목숨 걸고 다녀온 결과물’에는 아름다운 색감의 사진과 꼼꼼한 서사가 가득하다. 특히 ‘끝나지 않은 여행의 끝’에는 생사를 오갔던 긴박한 순간과 후일담에 대한 기록이 시선을 끈다.임세권 작가는 지금도 매일 아침 낙동강을 따라 갤러리가 있는 원도심까지 출퇴근을 한다. 낙동강의 새와 풍경, 사람의 모습을 담고 기록한다. 세상의 반대편으로 갔던 결과물 이후 그는 또 어떤 계획과 도전을 구상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안동 시내 중심에 자리를 잡고 앞으로도 사진을 알리는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25

충무공 이순신 탄신 4월은 축복 받은 달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는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는 많은 이에게 4월을 잔인한 달로 인식시켰다.가장 잔인한 달 4월의 28일은 충무공 이순신 제독의 탄신일이다. 임진왜란이 치욕의 역사라면 정유재란은 삼도수군통제사에 복귀한 이순신이 명량해전과 노량해전에서 왜군을 괴멸시키며 7년 전쟁을 끝낸, 왜군이 충남 이북에 발도 못 붙인 구국승전의 역사다. 후손들에게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과 함께 자부심을 갖게 해주는 한국사의 대표적인 구국(救國)영웅으로, 영웅이라는 호칭으로도 부족해 성웅이라는 칭호로 불리는 유일한 위인이다. 세종대왕과 함께 한국사 최고의 위인으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중심 광화문 광장에 대형 동상이 세워져 있다.포항 출신 사학자 서상문 박사가 국방부 연구원 시절 국방일보에 ‘충무공 이순신 제독의 활쏘기’, ‘충무공 이순신 제독과 술’을 주제로 칼럼을 기고한 바 있다.“충무공이순신 제독은 활을 잘 쏜 명궁이었다. 서서 활을 쏘는 보사(步射)와 말을 타고 쏘는 기사(騎射)에 모두 능해 명중률이 대략 84% 정도였던 그는 무과 전시(殿試)에 급제했다. 공이 활에 능했던 것은 타고난 생득적 감각에다 활쏘기 훈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후천적 획득형질이 가미된 것이다. ‘열녀전(烈女傳)’에서는 화가 가라앉지 않으면 화살을 날려선 안 된다고 했는데, 공의 높은 명중률은 고도의 정신통일 및 집중력이 발휘된 결과로 그만큼 마음이 안정돼 있었다는 증거다. 공의 활쏘기는 전투에까지 고스란히 이어져 빛을 발했다. 임진전쟁에서도 여러 해전에서 몸소 함선갑판 위에서 병사들과 같이 활을 쏘았으며 사천해전에선 사부(射夫)들과 함께 활을 쏘다가 일본군 조총에 왼쪽 어깨를 맞기도 했다. 먼 섬에서 포를 쏘는 왜군을 활로 쏘아 목을 맞힐 정도로 적중률이 높아 왜군들이 공의 활을 두려워했을 것이다. 충무공에게 활쏘기는 단순히 무기를 다루거나 체력을 단련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정신집중과 마음수양이라는 정신영역에까지 확장돼 있었다.또한, 충무공 이순신은 길흉 양면의 기능을 지닌 술을 군 지휘통솔과 병사의 사기 진작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활용했다. 공은 술 자체를 즐기지 않아, 병든 팔순 노모 걱정으로 밤을 지새울 때도 시를 지을 때도 술에 의지하지 않았다. 술을 마실 경우는 상관이나 명나라 장수들을 대접할 때뿐이었다. 병사들에게는 전투 중에는 일절 음주를 허락하지 않았지만, 포상과 사기진작을 위한 단체 회식 때에는 음주를 허여했다. 공에게 술은 평소 엄한 신상필벌로 조성된 부하들의 긴장을 녹여주는 윤활유였다.”(이상 서상문 박사의 칼럼 요약)임진왜란 발발 430여 년이 지났다. 여전히 우리는 충무공 이순신 제독과 같은 위인이 필요한 사회를 살고 있다. 깊이 잠든 뿌리를 깨우는 봄비가 잔인하다 했던가. 봄비는 만물의 보약이다. 조선의 봄비 같았던 충무공 이순신이 탄생하신 4월은 잔인한 달이 아니라 축복받은 달이다./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25

아름다운 풍광의 화산마을과 산성

봄비가 자주 내린다. 촉촉이 새순을 적시는 풍경을 보러 길을 나섰다.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달리니 누군가 먼 산에 연두색 붓을 들고 점묘법으로 수채화를 그린 듯하다. 산을 깎아 길을 낸 곳엔 등나무가 한창 꽃을 피워 보라색 폭포가 쏟아지는 형상이다.우리는 군위군 삼국유사면과 영천시의 경계에 자리한 화산으로 향했다. 해발 828m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고로면의 산 중에 크기가 가장 큰 산이다. 신녕IC에서 내려서니 화산을 오르는 길은 가파르고 좁은 길이라 차의 속도를 늦췄다. 오르는 내내 급하게 구불거려 조심조심 운전해야만 한다. 길 바로 옆은 낭떠러지라 아찔하다.하지만 구불거리는 길 덕분에 풍광은 그저 그만이다. 밤새 내린 비가 금방 꺼낸 떡시루에서 김이 나는 것처럼 하얗게 산 위로 기어오르며 능선을 넘어간다. 그 아래 멀리 옹기종기 산밑에 엎드린 동네가 장난감 같다. 정상 가까이 갈수록 산밑 마을엔 벌써 져버린 벚꽃, 개나리가 아직 반쯤 꽃잎을 남겨뒀다.정상에 다다르자 마을이 나타났다. 이렇게 높은 곳에 사람이 산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고랭지 채소가 주 농작물인데 비탈의 과수원에는 하얗게 사과꽃이 피었다. 화산마을에 사람이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1962년부터다. 정부가 주도한 산지 개간 정책으로 180가구가 이주하여 재건한 개간촌이다. 대부분 자기 땅이 없는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산 아래에서부터 7.6㎞ 마을까지 길을 만들고, 농토와 집 사이 길을 열었다. 세월이 흐르며 인구가 감소하여 20여 가구로 줄었다가 화산마을의 풍광과 아름다움에 반한 이들이 하나둘씩 이주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60여 가구가 살고 있다.정착민과 귀촌인이 힘을 합쳐 마을 경관 단지와 풍차 전망대를 조성하면서 마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풍차전망대에서 사진을 찍으면 빨간 풍차를 배경으로 2010년 준공된 군위댐과 군위호가 한 장면에 나오는 사진은 관광객을 불러들이기에 충분하다. 조금 더 올라간 곳에 자리한 하늘 전망대에서는 풍차 전망대를 멀리서 볼 수 있다. 화산 정상부 능선에 풍력발전기도 돌아간다. ‘누가 화산에 밭을 구하려 하는가/신선의 근원이 여기에서 비롯되었는데/여보게 구름다리를 나에게 빌려주구려/옥정에 가을바람 불면 푸른 연못 피리로다’. 서애 유성룡이 지은 시 ‘옥정영원’을 전망대 옆 바위에 새겨놓았다.이제 화산산성을 볼 차례다. 마을에서 옆으로 난 외길을 조금만 가면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울창한 숲과 작은 호수가 보인다. 차를 세우고 100미터를 걸으면 아름다운 반월형의 홍례문이 모습을 드러낸다. 깊은 숲에 돌로 만든 성문이라니, 그것만으로도 신비하다. 지방기념물인 화산산성이다.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1709년(숙종 35) 윤숙이 천연의 요새인 화산에 병영을 건설하고자 4문의 기초공사를 시작하여 홍예문을 짓고 혜휘, 두청 스님에게 군수 물자를 비축해 두기 위한 사찰을 짓게 하였다. 국가의 지원을 받지 않고 윤숙의 재산과 승려들의 시주에 의해 시작된 공사는 성을 축조하던 중 심한 흉년과 질병으로 인하여 공사가 중단되었는데, 윤숙마저 전라도 병마절도사로 전출되고 20년간 후임자가 없어 공사가 헛되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지금은 홍례문과 수구문이 남아 있으며 산성 안에는 옥정영원이라는 샘물이 있는데 지름 5m의 바위구멍에서 솟는 석간수이다.북문 터는 안팎의 아치문을 무사석과 부형 무사석으로 만든 수법과 내·외 겹축의 성벽을 내탁의 방법을 이용하려던 모습이, 수구문 터는 조선 중기 이후 유행한 2층 수구로 축조하려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어 조선시대의 축성 기법과 공사 순서를 연구하는 데 귀중한 자료이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23

일상의 활력소, 도시 농업의 매력

최근 도시 농업이 인기다. 도시에 풀 내음 향기가 시민들의 지친 일상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도시 농업을 하고자 하는 시민들도 늘어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봄이면 지인들이 베란다에서 직접 키우는 꽃과 반려 식물들, 마당의 작은 텃밭에서 자라는 푸릇푸릇한 식물들 사진을 보내오기 바쁘다.도시 농업은 도시의 제한적 공간에서 소규모로 농작물을 재배해 생산하는 농업활동이다. 여기에 기후조절, 공동체 문화,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 자원 등의 기능을 수행하며 홈 가드닝(home garderning)과 홈 파밍(home farming)도 도시 농업에 속한다.농림축산식품부의 도시 농업 육성계획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도시 텃밭은 1052㏊, 참여자는 195만 6000명이며 실내 농작물 재배도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이에 따른 지원센터와 전문인력양성기관 등 교육기관 설치와 2017년 도시농업관리사 자격제도 시행 후 전문인력도 9373명을 육성했다. 또한 지속 가능한 도시 환경 조성에 꼭 필요한 도시 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4월 11일을 ‘도시 농업의 날’로 지정했다.도시 농업의 매력은 무엇보다 작은 공간에서의 수확과 요리하는 즐거움, 텃밭 관리로 일상의 스트레스 해소를 들 수 있다. 먼저 작은 공간에 어울리는 채소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근, 상추, 브로콜리, 고추 같은 채소들은 작은 텃밭에서도 훌륭하게 자랄 수 있는 채소이다. 텃밭 관리는 정기적인 물 주기, 토양 관리, 유기물 사용 등을 포함하고 이러는 사이 자연과 소통을 경험하고 일상에서 벗어난 휴식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텃밭에서 자란 채소를 수확하는 것은 또 다른 큰 성취감과 즐거움을 준다. 직접 키운 채소를 수확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먹으면 건강은 물론 자연과의 연결을 깊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도시 농업 커뮤니티 참여도 할 수 있는데 이는 공동체를 활용하는 것으로 도시 농업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다른 도시 농업 애호가들과 소통하고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또 도심에서 탄소중립 실천과 생태환경 보전을 위해 생활권, 건축물 내 공간을 활용해 수요자 맞춤형 텃밭 조성이 가능하고 텃밭 부산물, 커피 찌꺼기 퇴비화 등 자원순환 재배 기술의 실용화, 초미세먼지 저감 식물 발굴 등으로 일상생활 속 도시 농업이 확산될 수 있다.도심 속에서 농작물을 기르는 도시 농업은 포항에서도 시민들의 힐링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포항시 농업기술센터는 북구 흥해읍 성곡리의 활력퐝퐝 케어팜 72구획, 남구 대송면 장동리 철강상생 텃밭 64구획 2개소에 136구획, 총 8000㎡의 도시형 케어팜을 운영하고 있다.도시 농업을 하는 직장인 김 모(46) 씨는 “주말에 두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좋다. 내가 직접 기른 채소로 먹을 걸 생각하니 더 건강해진 기분이라 더 좋다”고 말했다.포항에서는 장애인과 어린이집, 유치원에서도 도시 텃밭을 이용할 수 있다.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식물을 만지는 걸 보면 어릴 때부터 자연을 접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전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23

경주에서 펼쳐지는 흥미로운 도자기축제

뿌연 하늘을 닦아내듯 봄비가 내리던 날 간절한 기다림, 설레임, 희망을 가득 담아 ‘바램’을 주제로 ‘22회 경주도자기축제’가 열렸다. 이 행사는 경주시 주최, 주관 경주도예가협회, 경상북도, 한국수력원자력(주) 월성원자력본부 후원으로 황성공원 실내체육관 광장에서 펼쳐졌다.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다수의 관람객에게 선보일 수 있고 구매자들은 한자리에서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고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행사로 매해 개최되고 있다.궂은 날씨에도 많은 내빈들과 회원들이 참석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경주도예가협회는 회원과의 교류, 그리고 협동조합처럼 전시 판매를 할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하고자 1995년에 결성된 단체다. 경주에는 현재 120여 명의 도자기 작가가 활동 중이다. 그중 협회 회원은 60여 명으로 출발, 현재 50여 공방이 참여하고 있다.이번 축제에는 27개의 도예공방과 9개의 기타공예공방이 참여했다. 공방마다 저마다의 개성을 보이는 작품들로 공간을 만들어냈다. 전통적인 도자기 작품에서 현대적 미와 실용성을 보여주는 작품까지 다양하다.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컵이나 그릇 이외에도 작가의 고유성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함께 선보이고 있어 볼거리가 더욱 풍성하다.흙, 불, 물이란 자연과 작가의 마음이 만나 탄생된 작품들은 손님들을 맞느라 저마다 광을 잔뜩 낸 모습이다. 이번 축제에선 기계로 다량 생산하는 기성품이 아닌 하나하나 수작업으로 만들어낸 작품들이 선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은 도자기축제의 큰 장점이다. 다양한 개성은 기본, 재료에 변화를 주어 반전매력을 보이는 공방도 보인다.두툼하게 올린 흙으로 얼핏 무겁게 보이는 다기들이 가볍게 들려진다. 부스를 지키고 있던 작가로부터 재료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맥반석이 도자기에도 활용된다는 사실이 새로웠다. 자주 사용하는 식기는 손목에 무리 가지 않는 가벼움도 구매요건 중 하나다. 또한 이번 축제에선 ‘만원의 행복’이란 행사도 진행해 참여하는 공방 앞에선 주머니와 마음 모두 가볍게 구매도 가능하다.19일부터 28일까지 이어지는 축제의 주요 행사로는 개막식 공연을 비롯해 부대행사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포함돼 있다. 그 중 개막식에 열린 이색적인 패션쇼는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그 외에도 청화백자전시관, 흙 밟기, 토우 만들기 체험, 유명작가 발물레 시연, 물레체험 등 가족들과 함께 하기에 좋은 행사가 준비되어 관람객을 맞고 있다.특히 흙을 가까이 하기 쉽지 않은 요즘 아이들에게 흙과 함께 하는 시간은 더 없이 좋을 기회다. 행사장 운영시간은 오전 10시에서 오후 6시까지며 가족, 어린이 도자기 만들기 대회 신청은 당일 오후 1시부터 선착순으로 30팀 접수 가능하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23

1박 2일의 합천여행

경남 합천 영상테마파크는 다양한 공간과 시대적 배경을 지니고 있어 ‘태극기 휘날리며’, ‘암살’, ‘강철비’ ‘덕혜옹주’ 등과 같은 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세트장으로 유명하다. 본래는 세트장의 목적으로 지어지고 기능했으나 합천군에서 영상테마파크 관광지로 개발하여 합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가 되었다. 영화 세트장인만큼 일제강점기부터 힌국전쟁까지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있다. 조선총독부와 서울역, 국민학교 등의 건물들과 작은 상점과 집터가 마치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생생하게 재현되어있다.모노레일을 타고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을 감상하며 올라가면 청와대와 넓은 정원을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실제와 최대한 유사하게 지어진 건물이라 안팎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이들에게 인기있는 대형 코끼리 미끄럼틀은 국내 최대 규모로 길이가 47m로 길게 이어져있다. 분배온실에는 기암괴석을 축소한 암석을 가운데 두고 다양한 나무들이 있으니 눈이 즐거워진다. 청와대 세트장 옆에는 카페와 함께 숙박시설이 있는데, 여행 온 가족들이 주로 숙박한다. 하룻동안 많은 체험을 즐기고 한옥으로 꾸며놓은 따뜻한 온돌방에서 편안한 밤을 보내고 새롭게 맞이하는 청와대 정원은 전날과 다른 상쾌함을 준다. 아침을 먹고 새로운 볼거리를 위해 차로 약 15분 거리의 장소를 이동했다.합천 8경 중 하나인 황계폭포를 보았다. 주차장에서 500m정도만 걸으면 폭포를 볼 수 있으니, 잠깐의 시간 투자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다. 한참을 폭포를 바라보다 꽃놀이를 위해 이동했다. 약 1시간 가량을 이동하여 생초국제조각공원으로 갔다.생초국제조각공원에는 ‘제5회 산청 생초국제조각공원 꽃잔디 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다양한 색으로 수놓아진 꽃잔디가 물고기, 하트, 축구공 등 여러가지 모양으로 꾸며져 있어 마음을 빼앗는다. 산청 생초가 국가대표 축구감독 박항서 감독의 고향이라서 축구공 모양의 꽃잔디와 실제 박항서 감독이 온 듯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 그와 함께 사진을 남기는 사람도 있었다.마지막으로 동의보감촌으로 갔다. 동의보감촌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동의보감을 주제로 한 한방테마공원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슴과 반달가슴곰도 볼 수 있고, 다양한 약초와 체험장 한의학박물관도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은 한방미로공원 체험이었다.‘인생은 미로와 같다’고 적힌 입구를 따라 들어가니 기나 긴 미로가 이어졌다. 이 미로는 동의보감의 내경편에 나오는 신형장부도를 형상화하여 만들어졌다. 신형장부도는 사람의 체내에서 정기신의 흐름과 오장육부의 운행을 그린 개념도이다. 휴일에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즐기며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해보는 건 어떨까?/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8

가슴 졸이는 봄날

지난 3월 중순 어느 날, SNS에 서설이 내렸다며 좋은 징조이기를 바란다는 남편의 글이 농장 사진과 함께 올라왔다. 초봄 날씨에 민감한 농부가 걱정스러운 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였다. 아직 주말부부로 살고 있기에 청송의 날씨를 모르는 나는, 글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곧바로 전화했다. 아침에 서설은 내렸으나 다행히 오전 중에 다 녹아서 괜찮다는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자신도 불안한 마음일 텐데 아내를 안심시키는 농부가 안쓰러웠다.농부의 아내로 날씨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뭐가 바쁜지, 며칠 챙기지 못했다. 해마다 3, 4월이면 날씨에 민감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나날이 조심스럽다. 꽃 필 시기의 기상 상태가 한 해 농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지난해 집중호우와 냉해, 긴 장마로 농사를 망쳐 모든 농가가 피해를 보았다. 우리 낙원농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해마다 수확기에 태풍이나 잦은 비로 다 된 열매를 제대로 수확한 일이 한 번도 없었다. 개화 시기의 이상 기온이나 긴 장마, 자두 수확기인 9월에는 어김없이 태풍과 지루한 비가 찾아온다. 귀농 후 매년 같은 일을 겪으면서 100% 성공적인 수확한 해가 없었다. 그래도 작년과 같이 허무한 피해는 없었다. 예년의 30%도 안 되는 수확에 하늘이 하는 일이라며 눈물을 삼켜야 했다. 재해보험에 가입하였기에 안심이 되었다.지난해 집중호우와 냉해로 직격탄을 맞은 사과 농가에 ‘농작물 재해보험’에서 지급된 돈이 전년 대비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는 기사를 보았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자연재해 등으로 손해를 입은 농가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이다.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하는 비용도 정부 예산으로 지원한다. 가입자가 늘면서 매년 예산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에서는 농가 소득 보전을 위해 정부가 예산을 너무 많이 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다. 지난해 잦은 재해가 발생했음에도 농작물재해보험 보험금 지급과 직불금 확대 등으로 농가 소득은 늘어났다는 모 신문의 농업 현장의 현실을 모르는 기사에 은근히 화가 났다.지난가을 냉해 피해와 잦은 비로 인한 착과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나마 잘 익은 자두를 보면서 위로받으며 수확 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막 자두를 딸 시기에 태풍이 올라왔다. 연일 거센 바람과 비는 탐스럽게 익은 자두를 거세게 흔들어 무참히 떨어트렸다. 나무에서 썩고, 멀쩡하다 싶으면 꼭지 쪽이 터져있었다. 상품이 되는 열매가 손꼽을 정도였다. 우리는 조심스러워 서로 입 밖으로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착과기와 수확기 두 차례 손해사정인이 피해 조사를 나왔다. 예년의 30%도 안 되는 수확에 마지막으로 기대했던 보상액은 너무나 동떨어진 금액이었다. 손해사정인의 현장 조사는 적기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사에 대해 ‘착과 조사의 표본 축출이 적절했는가?, 일일이 낙과 수를 조사한 것을 제대로 적용했는가?’라는 의문을 가졌다. 그들이 농민의 피해에 진심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다면 이런 결과가 있을 수 없다 싶었다.해마다 재해보험을 꼭 가입했다. 혹시 모를 피해에 피해액의 보전을 기대하면서 매년 넣었다.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있어도 자부담 10% 남짓한 보험료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적은 피해에 보상을 받게 되면 정작 큰 피해에 영향을 미칠까 웬만한 피해는 보험 청구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같은 엄청난 재해에 보상액은 턱없이 적었다. 화가 난 남편은 농협 직원의 거듭된 권유에도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 올해는 재해보험도 넣지 않아 더 걱정이다.조심스러운 4월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매일 날씨를 살핀다. 올가을엔 우리 농장과 전국의 모든 농가가 환하게 웃을 수 있는 대풍을 이루도록, 하늘이 도와주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봄날 마음 놓고 꽃놀이를 즐기고 아기 솜털 같은 신록에 마음껏 기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손정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8

왕벚꽃은 우리나라 순수 특산종

봄은 벚꽃의 계절이다. 4월이 시작되면 왕벚꽃은 살랑대는 봄바람에도 하얀 꽃잎을 눈처럼 흩날린다. 꽃비 내리는 그 황홀한 풍경이 온 세상을 들썩이게 하면 봄은 절정에 이른다. 하지만 탄성을 자아내는 황홀함의 기간은 잔혹하리만치 짧다. 꽃잎 진자리 붉은 꽃받침 뒤로 연두 잎이 돋아날 때 흩날린 봄을 다시 부여잡은 겹벚꽃이 기다렸다는 듯 바통을 이어받아 화려하게 피기 시작하면 벚꽃축제는 4월 말까지 이어진다. 이렇듯 벚꽃으로 봄을 향유하며 축제를 즐긴 역사는 그러나 그리 오래지 않다. 조선시대까지도 봄날 꽃구경으로는 복숭아꽃과 살구꽃이 최고였다. 고전작품에도 봄꽃으로는 쉽게 지는 벚꽃보다 매화 또는 복숭아꽃, 살구꽃 등을 더 선호했으며 진달래꽃은 조선의 풍속인 화전놀이에, 오얏꽃(자두꽃)은 조선왕조와 대한제국 황실을 상징하는 데 쓰였다. 벚나무는 나무껍질이 매우 단단하고 결이 아름다워 꽃보다 목재로 더 많이 사용되었다. 고려시대 팔만대장경 목판의 절반 이상이 산벚나무로 만들어졌으며 조선시대에는 주력 무기인 각궁을 만들 때 벚나무 껍질로 겉면을 감아 마무리를 했다. 벚꽃이 봄꽃 축제의 상징이 된 건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들여온 왕벚나무를 가로수로 심기 시작하면서였다.1901년 동경대 식물학 교수 마쓰무라 진조가 왕벚꽃을 세계 학계에 등재한 학명이 ‘푸르노스 에도엔시스 마쓰무라’로 이름에서 드러나듯 일본의 꽃으로 알려진다. 매년 100만 명이 찾는다는 워싱턴D.C. 포토맥 강변의 국립 벚꽃 축제도 일본이 1912년 제주도 왕벚나무를 자국 꽃이라고 선물하면서 시작되었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벚나무가 제거될 위기에 처했을 때 당시 미국 유학 중이던 이승만, 서재필 박사가 벚꽃의 원산지가 한국임을 알려 건재했다. 벚꽃 하면 일본을 떠오르게 할 정도로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여 국화(國花)로 불리기도 하지만 정식 일본 국화(國花)는 없다. 일본 황실을 상징하는 꽃도 국화(菊花)이다.식물학자였던 프랑스 에밀 타케 신부가 제주도 한라산에 자생하는 왕벚나무를 발견한 것은 일제강점기 직전인 1908년이었다. 그가 당시 세계적인 식물학자였던 독일 베를린 대학 괴테 교수에게 이를 알려 왕벚나무의 자생지가 제주도로 학계에 보고된다. 반세기가 지난 1962년 식물학자인 박만규 국립과학관장이 우리나라 연구자로서는 처음으로 제주도에서 왕벚나무 자생지를 확인했지만 2018년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제주 왕벚나무와 일본 왕벚나무 사이에 유전적 뒤섞임이 없다는 것을 밝혀내고서야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임이 증명된다. 야생식물의 유전체 해독과 정보 분석 능력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로써 왕벚꽃의 자생지가 제주도라는 것을 더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일본에서도 일본산 왕벚나무의 야생 원종을 찾아 일본 전역을 뒤졌지만 끝내 자생지를 찾지 못했다.우리가 흔히 보는 왕벚꽃은 우리나라 순수 특산종이며 4월 중순경 불국사를 장식할 겹벚꽃은 일본이 산벚나무를 육종(育種)해 만든 품종이다. 80년대만 해도 벚꽃을 즐기기 위해 진해 장복산을 찾았다. 그러나 지금은 전국 어디서든 벚꽃을 즐길 수 있다. 왕벚꽃의 짧은 절정기간이 그저 아쉬울 뿐.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라는 무명 시인의 시구(詩句)처럼 벚꽃 잎이 흩날린 건 바람 탓이 아니라 세월 탓이런가.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8

울림의 시 한편 품어가는 ‘목월백일장’

황성공원은 지금 연두의 세계다. 굴참나무가 몸통에 물을 올려 가지 끝까지 푸르름을 전하고, 버드나무는 꽃가루를 날려서 숲이 뿌옇다. 목월 시비 앞에는 백일장이 열려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이 공기를 채웠다. 오전 10시 백일장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자 다람쥐도 백일장에 참여하려 나무에서 쪼르르 내려왔다. 경주문협 회장님과 어린이 대표가 꽃바구니를 맞잡고 목월 시비 앞에 놓아드렸다. 최상문 회원은 목월 백일장 1회부터 참여했다가 지금은 심사위원이 되었다. 행사에 축사를 담당한 도의원도 어릴 적 선생님과 함께 목월백일장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받았었다고 기억을 나누었다. 그때의 추억이 이 자리까지 오게 하는 힘이 되었다고 참가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시제는 초등 저학년은 강아지 또는 우산, 고학년은 엄마손과 봄비 중에 선택한다. 중학생은 달력과 사춘기, 고등학생은 보름달과 돌다리, 대학 일반부는 계단과 회오리였다. 원고지를 받아 든 참가자들이 숲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텐트와 글을 쓰려고 앉은뱅이 탁자를 들고 오기도 하고, 소풍 나온 것처럼 돗자리를 깔고 두런두런 시제에 대해 가족이 머리를 맞대고 애를 쓰기 시작했다. 낮 12시까지 본부석에 제출해야 하니 모두 마음이 바빠 보였다.사람들을 이렇게 시를 쓰게 만드는 사람은 박목월 시인이다. 얼마 전 그가 생전 써놓았던 미발표 육필 원고 166편을 아들 박동규 교수가 공개했다. 1936년부터 1970년대까지 집필된 시인의 작품이 세상에 처음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미발표작이 출간되기까지는 굴곡이 적지 않았다. 박목월 시인의 아내 유익순 여사는 남편이 습작하다 휴지통에 버린 메모까지 허투루 버리지 않았다.“6·25 전쟁 때는 천장 위에 숨겨놨고 이후 장농 밑에, 모기장 밑에 보자기로 싸서 쟁여놨던 작품들”이라고 박동규 교수는 회고했다.누렇게 바랜 페이지마다 박목월 시인 특유의 꼼꼼함이 묻어 나온다. 시어와 행·연을 바꿀 때마다 그는 육필로 다시 썼는데, 토씨 하나만 바꿔도 개작(改作) 과정을 모두 노트에 적어놨다.박 교수는 “어떤 시는 발표하기 싫으셔서 안 내신 게 아닌가 싶어 이번 공개를 망설였던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미발표작에 더 실험적인 작품도 많다. 한 시인의 생애를 살피는 데 아니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이번 미발표작 공개는 우정권 단국대 교수가 작년 4월 박동규 교수에게 노트 열람을 요청하면서 이뤄졌다. 이후 유성호 한양대 교수와 방민호 서울대 교수, 박덕규 단국대 명예교수, 전소영 홍익대 초빙교수 등이 ‘박목월 노트’를 디지털화한 뒤 전수 분석했다.새롭게 발굴된 박목월의 작품들은 전집과 평전 형태로 올해 6월 전에 독자를 다시 찾을 예정이다. 경주시는 박목월유작품발간위원회의 협조를 얻어 미발표 작품들을 동리목월문학관에서 전시할 예정이다.낮 12시에 마감한 작품들을 경주문협 회원들이 나눠 심사했다. 챗GTP에 입력만 하면 글을 써 주는 시절이라 백일장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며 걱정하지만, 팀별로 100명이 넘는 참가자의 작품을 찬찬히 읽고 평가했다. 부분별로 장원을 뽑고 검색했다. 장원, 우수, 장려, 가작을 가려 뽑고 시상식을 했다.지금은 시를 읽지 않아 시가 사라진 시대라 한다. 중학교 선생님이 아이들이 규칙을 어길 때 시 한 편 읽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오늘 백일장에 참가한 이들의 머리 위에 시 한 편 얹고 황성공원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니, 아직 시는 우리 곁에서 작은 역할을 담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6

봉화 오지산골 까치구멍에도 따스한 봄볕이…

봄기운이 절정에 이른 4월. 겨울이 긴 봉화 오지 산골에도 화사한 야생화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산 높고 골 깊은 산골에 100여 년 전에 지어진 도토마리집과 까치구멍집이 원형 그대로 남아 있다.따스해진 봄날 찾아간 초가집. 옛 주인은 간 곳 없고, 빈집 용마루 까치구멍으로 한줄기 봄 기운 가득한 햇살이 비쳐든다. 봉화는 정자의 고장이요, 20여 군데의 전통마을에는 솟을대문에 고래등 같은 기와집이 많은 선비의 고장이다.면적은 서울의 두 배 크기지만 산지 면적이 83%로 쌀을 생산할 수 있는 평지는 그리 많지 않은 산간마을들이 많은 곳이다. 옛날 봉화 땅은 농토가 많은 곳은 양반들의 한옥이 자리를 잡았으나 농사를 짓기 힘든 산골 오지로 갈수록 서민들의 주택은 빈약할 수밖에 없었다.봉화군 소천면 분천리 황목 수안골 서민들의 전통 가옥인 도토마리집과 까치구멍집을 찾아가는 길은 봄꽃들이 가득했다. 면 소재지에서 산골길을 6km는 더 들어간다.산세 따라 골을 만든 강물은 굽어 돌아가고 철길은 산이 있으면 굴속으로, 물이 있으면 우회하면서 이어진다.다리 두 개를 지나고 높은 산 아래 언저리마다 군데군데 터를 잡은 산골마을 풍경이 정겹게 다가온다. 예전에는 아무나 갈 수 없는 오지였지만, 지금은 잘 다듬어진 포장도로가 굽이굽이 잘 되어 있어 불편함은 크지 않다.봄과 함께 시원스럽게 흐르는 계곡물 소리와 수줍게 미소 짓는 진달래, 까치구멍집을 찾아가는 목적을 잊을 만큼 봄기운 가득한 산골 오지의 대자연 속에 빠져 들어간다. 황목 수안골 입구에는 이끼 낀 돌담을 둘러친 서낭당과 곧게 자란 전나무, 으름덩굴 등이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으며, 100여 미터 오르면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107호 도토마리 집이 있다.도토마리는 베를 짜는 베틀의 부속이며 H형으로 생길 널판자로 실을 감는 데 사용하는데 집안 내부가 도토마리처럼 생긴 구조여서 붙여진 이름이다.도토마리집의 특징은 집안 내부에 있으며, 부엌을 중심으로 좌측에 안방과 우측으로 건너방앞으로 외양간을 붙였고, 부엌을 가운데에 둔 평면형태가 베틀의 도토마리와 유사하다고 하여 도토마리집이라 부른다.조금 더 오르면 경상북도 민속문화재 108호 까치구멍집이 산기슭 남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19세기 말에 건축한 기역자형 초가집으로 어간의 두 짝 문을 들어서면 봉당을 사이에 두고, 뒤쪽 중앙에 마루를 두고 안방과 건넌방이 있으며, 출입문 맞은편에 작은 방이 있고, 부엌과 도출된 부분에 외양간을 두었다.까치구멍집은 집안에 연기를 빼며 부엌에 빛을 받아들이고, 습도 조절을 할 수 있는 용마루의 양쪽 끝에 구멍을 만들었다.이 구멍이 까치둥지처럼 생겼다고 까치구멍집이라 부른다.분천리 수안골 까치구멍집은 출입문을 잠그면 집안과 바깥이 단절되는 구조로 한 지붕 아래 외양간이 부엌과 터져있어 오늘을 사는 우리는 위생상 기겁을 할 일이지만 그 당시로 보아 슬기롭게 설계된 집이라 한다.이 집의 초입 좌측에는 돌담으로 두른 뒷간의 모습이 이채롭다. 입구를 제외하고는 동그랗게 돌로 쌓은 모양으로, 재미있는 옛이야기가 들리듯 정답게 다가온다. /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6

으랏차차 ‘신중년 전성시대’

지금은 100세 시대이다. 현대의학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100세라는 장수 시대를 맞고 있다.주민등록상 지난달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는 981만 명으로 내년에는 1천만 명 시대를 앞에 두고 있다. 경북은 100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높은데 그중 포항은 100세 이상 인구수가 가장 많다. (2021년 5월 말 기준) 이들 중에는 고령화로 인한 그늘로 힘들고 어려움을 겪는 이들도 있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생활을 하며 인생 후반기를 즐기려는 고령층도 늘어나고 있다. 여행을 즐기고 자원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서며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나이는 들었지만 젊게 사는, 늙지 않은 노년의 모습을 보여준다.노년의 즐거운 삶을 위해 포항에서는 교복을 입은 어르신들의 조금은 특별한 학교인 신중년 사관학교가 있다. 이곳을 다니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삶의 활력소를 느끼고 만족하며 학교를 다니고 있다.사관학교 생도인 박 모 할머니(76)는 “평생 농사일만 하다가 학교를 가니까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 거리가 한 시간 넘게 걸려도 힘든지도 모르고 다닌다. 친구와 함께 하는 등굣길은 늘 기다려진다”며 배움의 기쁨을 말했다.경북 칠곡에서는 시 쓰는 할머니는 물론 ‘수니와 칠공주’라는 평균 나이 85세의 할머니 래퍼들이 인기다. 최근에는 폴란드 출신 감독의 다큐까지 제작하게 되었는데 그 시작은 성인문해교실에서의 한글 공부였다.이렇듯 배움은 즐거운 노년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를 위해서 준비도 필요하다.먼저 건강은 활기찬 노년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식단관리와 꾸준한 운동, 정기검진 등을 챙겨야 한다. 은퇴 후에는 금융 준비는 물론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고 지역사회, 자원봉사 등 사회적 연결성을 이어나가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새로운 목표나 취미를 갖도록 하는데 여행, 미술. 음악, 글쓰기 등이 도움이 된다. 가족과의 소통으로 추억을 쌓도록 한다.UN에서는 65세 이상을 활동력 있는 청년으로 보고 66~79세 중년, 80세 이후를 노인이라 한다. 100세 이후는 장수 노인으로 달라진 연령 구분을 하고 있다.최근 갈수록 늘어나는 100세 인구를 위한 외부 활동도 많아지고 있다. 사회에서는 이들의 활력있는 삶을 위해 질 좋은 프로그램 개발이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한다.삶이 계속되는 한 누구나 맞게 되는 노년, 은퇴 이후에도 끊임없는 배움으로 인해 삶의 질이 달라지고 이어지는 사회적 활동으로 인해 처음에 상상할 수 없었던 효과를 거두고 있다. 활력있는 인생 후반전을 위해 배움이 어디서든 함께하기를 바란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6

이름을 불러주면 거기 다른 세상이 있다

시클라멘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저 유명한 김춘수 시인의 시를 빌려오지 않더라도 이름을 안다는 것은 굉장히 큰 의미이다. 이름을 앎과 모름의 간극은 참으로 크다. 이미지로만 알다가 이름을 알고 나면 그때부터 그 사물과 나는 더 깊은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 그것이 백과사전을 통한 앎이 아닌 시를 통한 앎이라면 더욱 그러하다.“화분에 붉은 꽃대 두 주가/ 나란히 올라와 서 있다/ 혼례를 올리는/ 신랑 신부 같다/ 신랑은 신부를, 신부는 신랑을/ 아내와 남편으로 받아들이고 영원히 사랑하겠느뇨?/ 주례목사가 되어 나는 묻고/ 눈먼 신부가 울음을 터뜨렸는지/ 꽃 이파리의/ 뒷등이 흔들렸다/ 키 작은 신랑의 어깨도 흔들렸다// 오늘은 눈이 부시게 좋은 날!/ 부케를 던지고/ 가까운 온천에 신혼여행이라도 다녀와야지// 꽃이 피었다 지는 사이/ 저 캄캄한 꽃들에게도/ 평생 지켜야 할 약속이/ 생겼다” (고영민 ‘시클라멘’ 전문)시를 읽는 순간 내게 ‘시클라멘’은 특별한 꽃이 되었다. 꽃집에서 흔하게 보는 꽃임에도 이름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를 통해 이름을 아는 순간 ‘시클라멘’은 전에 알던 그 시클라멘이 아니게 되었다. 일상적으로 보아오던 평범한 사물이 시인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아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붉은 꽃 두 송이는 막 혼례를 올리는 신랑 신부가 된 것이다. 평생 함께하겠다는 붉은 약속을 하며 봄바람에 가늘게 몸을 흔드는 꽃송이. 이것이 바로 시의 힘이지 않을까? 무심한 마음으로 바라보면 결코 보아낼 수 없는 것을 시인이 발견해 준 것이다. 시를 통한 이런 새로운 만남은 수도 없이 많다. 그저 무심코 습관적으로 보아오던 사물과 사건에서 시인은 전혀 다른 세상을 발견한다. 그래서 우리는 시인을 보이지 않는 것도 보는 존재라고 말한다. 습작생 시절 함께 공부하는 팀원들이랑 수업 마치고 돌아오며 ‘우리가 무당인가 안 보이는 걸 어떻게 보라고 그러지’ 투덜투덜 행복한 투정도 하곤 했었다.이제 꽃집 앞을 지날 때면 시클라멘 꽃송이가 오늘도 약속을 잘 지키고 있나 하는 마음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나와 시클라멘은 암묵적인 비밀을 간직한 사이가 된 것이다. 작은 꽃을 보아도 독자에게 시큰둥한 일상이 아닌 은밀한 기대를 하게 하는 시의 힘. 소백산 주목에 관한 시를 읽으면 높은 소백산 꼭대기로 달려가고, 백령도 사곶해변 시를 읽으면 출렁이는 파도에 삶의 고통 따위 다 던져버리고 오게 하는 힘. 시공간의 제약 없이 마음을 온 세상으로 확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 시이리라. 시클라멘은 어딘가 또 피어있을 것이고 꽃피는 일처럼 굳은 약속도 꽃잎처럼 붉으리라. /엄다경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1

봄날, 경주를 거닐다

경주는 벚꽃과 함께 봄몸살을 앓는 중이다. 벚꽃으로 좀 알려졌다 싶은 곳은 어김없이 차와 사람이 엉켜 북새통이다. 그럼에도 꽃바람은 맞고 싶어 차를 몰았다. 왼쪽으로 나서면 벚꽃이 하늘을 뒤덮는 터널이고 오른쪽은 전자만큼은 아니나 잔잔히 오래 눈에 담을 수 있어 즐겨 찾는 코스다. 오른쪽을 택했다.참고로 대구방면에서 경주로 들어올 때 아화리 쪽을 통하면 꽤 오래 벚꽃길을 볼 수 있다. 오늘의 코스는 금척리 고분군에서 박목월 생가, 무열왕릉 벚꽃 가로수 길이다. 봄을 한껏 느낄 찰나의 시간. 바람이 불 때마다 연분홍 꽃잎들은 비처럼 내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금척리 고분군에 도착했다.소문에 빠른 사람들 몇몇이 벌써 나무 아래 자리 잡고 사진 찍기에 한창이다. 잠시 차를 세우고 고분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책에 나섰다. 고분 수가 많다 보니 길도 제법 길어졌다. 큰 길에서는 보이지 않던 고목들이 나타났다. 강렬한 인상의 잿빛 고목들은 아직 잎이 나지 않아 그로테스크한 느낌마저 주고 있었다. 인근의 무열왕릉이나 다른 곳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푸른 잔디를 눈에 가득 담고 다음 장소로 향했다.3월 12일, 박목월 시인의 장남 박동규 서울대 명예교수(국문학)의 자택에서 소장 중인 노트 62권과 경주 동리목월문학관에서 보관 중인 18권의 노트에서 박 시인의 미발표 육필 시가 다량 발견됐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이 중 미발표 시는 총 290편이다. 태어나 20대까지 박 시인이 지냈다는 모량리 생가를 방문했다.금척에서 경주 시내 쪽으로 얼마가지 않아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박목월 생가터. 큰 도로에서 제법 들어가니 작은 마을과 함께 생가터 주차장이 보였다. 가는 길엔 복사꽃이 한창이다. 생가는 안채, 사랑채, 디딜방앗간, 나그네정, 우물, 목월동상, 시 낭송장, 관리사무실동, 화장실로 이루어져 있다. 동상과 관리사무실 동 앞엔 시인의 시들이 이곳 분위기에 맞게 꾸민 기와에 올려져 있다. 뜰엔 밀싹과 키 낮은 꽃들이 채워져 있었다. 안채와 사랑채엔 시인의 자필 원고들과 소품들이 장식되어 있다. 작은 방들은 옛 느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햇볕 잘 드는 낮에 한쪽 팔을 괴고 누워 문지방 넘어 바깥 풍경을 보는 모습이 상상되었다.사랑채 앞엔 어릴 적 누구나 한번쯤 불러봤을 송아지 시가 적혀있다. 읽다보니 절로 음이 따라왔다. 마을을 둘러싼 산엔 푸른 싹을 갓 틔운 나무들 사이로 연분홍 벚꽃나무들이 어우러져 고향의 봄이 연상된다. 주변의 풍경은 절로 시상을 떠올리게 할만치 아름다웠다. 윤사월 속 주인공은 저 산 어느 즈음에 살았을까 올려다보았다. 시 ‘나그네’에서 이름을 땄다는 나그네정은 반질반질하니 관리가 잘 되어있었다. 그 너머 개울가 물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돌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수선화와 제비꽃이 자리잡고 있다.봄은 벚꽃만의 계절은 아니니. 방문객이 많지 않다 보니 조용히 시간을 보내기 그만이다. 안채 뒤 작약 꽃봉오리가 피어날 쯤 다시 오기로 하고 그곳을 나왔다. 10여 분도 되지 않아 무열왕릉이 나타났다. 해마다 자라는 나무의 키만큼 핑크빛 팝콘들도 꽤 풍성해졌다. 일요일 오후라 그런지 예년보다 차가 막히지 않는다. 봄바람 나들이는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1

아름다운 튤립 이야기

지난 7일 ‘튤립 트래블’이 개최된 대구 이월드 튤립가든에 다녀왔다. 이월드 튤립가든은 2천 평 규모의 넓은 공간에 1천만 송이의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튤립들을 모아놓았다. 덕분에 많은 관람객들이 찾아와 인생사진을 남기기도 했다.많은 사람들이 튤립하면 네덜란드를 떠올리곤 한다. 풍차가 돌아가는 언덕 위에 피어난 알록달록 튤립이 머릿속에 그려질 것이다. 또한 매년 튤립축제가 열리는 곳과 국화가 튤립인 곳이 네덜란드이기 때문에 원산지가 네덜란드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튤립의 원산지는 네덜란드가 아닌 터키이다.터키는 국민의 99%가 이슬람 신자이다. 이슬람 신자들이 머리에 두르는 터번이 있는데, 이 터번을 ‘튤리반드’라 부른다. 튤리반드의 모양이 튤립과 유사하여 그 이름을 ‘튤립’이라 부르게 되었다.튤립은 씨앗이 없다. 땅 밑 뿌리 부분에 영양분을 보관하는 양파 모양의 공간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씨앗을 대신하는 튤립의 구근이다. 구근은 10월에서 12월의 쌀쌀해지는 가을부터 겨울에 껍질을 제거하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 심어주어야한다. 배수가 잘 되지 않으면 구근이 썩거나 싹이 나더라도 병들거나 약하게 자라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물을 주는 것도 지나치게 많이 주거나 주지 않아서 습하거나 건조하지 않도록 관리해주어야 한다. 재배하는 곳의 흙 표면이 말랐을 때 물을 흠뻑 주는 것이 가장 좋다.이렇게 자라난 튤립은 한 철 꽃을 피우고 진다. 재배시에 충분한 물과 비료로 관리를 잘 한다면 다음 해에도 예쁜 튤립을 다시 볼 수 있다. 튤립의 뿌리에 새로운 구근이 자라나기 때문이다. 튤립 개화 후 약 40일 동안 구근이 가장 비대해지는 시기라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관리가 필요하다. 툴립 잎이 누런 빛을 띄기 시작하면 구근을 수확할 수 있는 적절한 시기가 된 것이다. 구근에 흠이 나지 않게 잘 파내어 수확해야 한다. 수확한 구근은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 한 달 정도 건조시킨 후, 신문지 등에 싸서 냉장고와 같은 서늘한 곳에 보관하였다가 10월에서 12월 경에 다시 심으면 이듬해에 새 튤립을 볼 수 있다.튤립이 가진 다양한 색깔마다 그 꽃말이 각각 다르다. 빨간 튤립은 사랑의 고백, 노란 튤립은 헛된 사랑 또는 혼자하는 사랑, 하얀 튤립은 추억, 과거의 우정, 실연, 새로운 사랑, 분홍 튤립은 애정과 배려, 주황 튤립은 매혹의 의미를 가진다. 누군가에게 튤립을 선물한다면 꽃말을 고려해서 선물하면 좋을 것 같다.놀랍게도 튤립은 잘린 상태에서도 자라난다. 줄기가 잘린 튤립을 물이 담긴 꽃병에 꽂아 두는 것만으로도 줄기가 물을 먹고 자라난다. 때문에 튤립을 선물 받으면 꽃병에 잘 꽂아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아름다운 튤립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고 싶다면 대구 이월드로 방문해보는 걸 추천한다. 4월 말까지 튤립 트래블이 열릴 계획이니 사랑하는 가족, 연인,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11

또 다른 이웃사촌, 외국인 주민

이제 외국인은 우리가 생활하는 일상 곳곳에서 만나고 있다. 그 모습 또한 낯설지가 않다. 유명 관광지는 물론이고 TV프로그램에서도 한국의 음식과 문화에 대해 유창한 한국말로 소개하는 외국인의 모습이 익숙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고 있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이 자연스럽게 우리들의 이웃사촌이 되고 있다.점점 유입되고 있는 국내 외국인 주민은 지난해 행정안전부의 ‘2022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 발표에 따르면 역대 최대인 225만8천248명으로 나타났다. 결혼이민자로 늘어나던 외국인은 지금은 유학생들이 그 수를 넘어서고 있으며 그중 경북은 경주와 경산, 포항에서는 1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산업현장이나 거리 곳곳에서도 쉽게 마주치고 있어 그 수치를 실감하고 있다. 여기서 외국인 주민이란 국내에 거주한 지 90일을 초과한 외국인·귀화자와 그 자녀를 말한다.이처럼 국내 거주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고 외국인을 고용하고자 하는 산업현장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농촌에서는 농번기를 앞두고 일손 확보가 어려워 애를 먹는데 외국인 인력을 확대 요구하고 있으며 알바 사이트에서도 외국인 환영이라는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다. 실제로 지인의 음식점에서는 중국인 부부를 수년 전부터 고용하고 있고 또 다른 사장님은 젊은 베트남 출신 외국인을 요리사로 고용해 자식처럼 여기며 함께 일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국 사람들이 나간 빈자리를 이들이 채우고 있다. 자주 이직하지 않아서 좋다”고 반기며 말한다. 또 경주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 다문화 학생을 비롯해 외국인 학생 비율이 50%가 넘는다”고 말했다.앞으로도 외국인 주민은 계속 늘어날 예정인데 이들을 이웃사촌으로 품기 위한 여러 가지 정책도 필요해졌다. 이를 위해 먼저, 외국인 주민들의 정착을 위한 언어와 문화는 물론 그들을 위한 개방된 인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아직까지 외국인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엔 긍정적인 것만 있지 않아서다. 그들로 인해 혹시라도 우리 삶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들의 이런 시선으로 인해 외국인들이 체감하는 한국에서의 생활은 차별과 인권 침해를 겪는 등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아무래도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에서 오는 외국인들이 많다 보니 가난한 나라에서 한국으로 돈 벌러 왔다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어 여기에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외국인과 거주하는 내국인과의 마찰도 자연스레 발생하면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의 민원도 제기되고 있다. 경북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어와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교육을 실시하고 외국인이 많은 사업장에서는 차별방지교육 등. 이주민 2세를 위해 자녀 맞춤형 돌봄을 통해 이들이 한국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려고 한다.일손 부족이나 지방소멸 등의 이유로 꾸준히 외국인 유입은 자연스러워지는데 그들 중 일부는 미래의 희망을 가지고 우리의 이웃으로 다가오고 있다. 이젠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소중한 구성원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때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9

안동의 사전투표 풍경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지난 5, 6일 양일에 걸쳐 전국 3천565개 투표소에서 진행됐다. 사전투표 첫날인 5일 안동에서도 풍산읍사전투표소를 비롯 읍면동 24개 투표소가 마련됐다.‘사전투표’는 선거일 당일 투표가 어려운 선거인이 별도의 신고 없이 사전투표 기간 동안 전국 사전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는 제도이다. 선거일이 법정 공휴일인 만큼 미리 사전투표를 하고 선거일 당일은 나들이 계획을 가진 시민들이 많아지는 추세다.안동시 용상동 행정복지센터 3층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도 유권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입구에서 주민등록지 기준 관내, 관외 선거인을 구분하여 안동시민은 관내투표함에 투표지를 투입하고 안동시 외 거주자는 회송용 봉투에 담아 관외 투표함에 투입하면 되었다.본임임을 증명할 수 있는 신분증을 지참해야 하는데 이날 신분증을 갖고 오지 않은 시민이 그냥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안동은 1948년 제헌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1950년 2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고 안동읍이 안동시로 승격된 1963년 6대 국회의원 선거를 치렀다.원래 안동시 갑과 안동시 을로 나뉘어 있었으나 1995년 안동시군이 통합되고 2000년 16대 총선부터 안동시 전체를 관할하는 선거구로 바뀌었다. 그러다 2020년 21대 총선부터 경북도청 이전지인 안동시·예천군이 한 선거구로 통합 획정되었다.보수의 중심이라 여겨지는 안동은 예로부터 보수 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 특정 성씨 독식이 이어졌다. 보수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지역이지만 일자리는 없고 청년들은 대도시로 떠나고 인구 소멸이 계속되고 있다.고루한 ‘양반도시’의 이미지가 아닌 격조 있되 활기찬 ‘양반고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변화의 바람이 불어야할 때이다. 후보자의 공약과 비전, 지역에 대한 이해와 지역민에 대한 애정도를 꼼꼼하게 점검하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9

영천 자양댐 ‘벚꽃 백리길’ 연분홍 물결 찬란하다

벚꽃이 찬란하다. 봄에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만사 제쳐두고 벚꽃을 즐겨야 한다. 피었다 지는 기간이 길어야 2주 정도면 화르륵 떨어져 그다음엔 또다시 봄을 기다려야 하니 아픈 것도 뒤로 미뤄야 할 판이다. 아침 일찍 벚꽃 투어를 떠났다. 첫 코스, 포항 장성동 떡고개, 두호고 앞에 벚꽃이 가장 먼저 꽃 문을 열었고 철길숲을 따라 유강의 가로수가 4월의 신호를 기다렸다는 듯 팝콘을 터뜨렸다. 이제는 자명으로 차를 돌려 기계면을 지나 죽장 휴게소까지 벚꽃은 쉬지 않고 이어달리기 중이다. 휴게소에서 맛있는 김밥으로 첫 끼니를 챙긴다. 주말이면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꽃구경을 나올 테니 느지막하게 나가면 사람 몸살을 앓기 마련이다. 4월의 해는 아침 6시에 떠서 저녁 7시까지 서성이니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그러니 조금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서는 게 좋다. 9시에 나섰는데도 죽장 휴게소 김밥집에 줄이 길다. 한 팀이 열 줄씩 사려 하니 김밥 싸는 할머니 손이 잠시도 쉬지 못한다.죽장 휴게소를 나서자마자 좌회전을 급하게 하면 영천 자양댐으로 가는 길이다. 이 길을 ‘벚꽃 백리길’이라 부른다. 벚나무가 터널을 만들어 그 밑을 지나는 자동차의 속도를 저절로 늦추게 만든다. 왼쪽은 자주 내린 봄비로 호수에 물이 가득하다. 그 물에 산 그림자, 벚꽃 터널, 늦게 핀 개나리, 그늘진 곳에 진달래까지 비친다. 물이 가까이 있어 꽃이 더 고운가, 유난히 더 빛나는 백 리 벚꽃길이다.자양면의 망향공원에 잠시 차를 내렸다. 이곳에 물이 차기 전 살았던 사람들이 고향이 그리울 때 찾도록 만든 전시관이다. 오래전에 사용하던 풍금, 농사에 사용하던 풍로 같은 것을 기증받아 전시했다. 전시관에서 내려다보는 물빛이 실향민들에게는 더 애틋하다. 전시관 앞 과수원에 배꽃과 자두꽃이 한창이다. 그 사이로 걸으니 꽃 향이 진하다. 꿀단지 뚜껑을 열어놓았나 싶다.자양면 행정복지센터 앞길부터는 산책로가 있어서 벚나무 아래를 거닐 수 있다. 이 길은 댐을 돌고 돌아 ‘영천댐 공원’까지 이어진다. 휠체어에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태우고 함께 걷는 가족, 친구와 단체 사진을 찍느라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애완견과 함께 꽃길을 만끽하는 사람, 차보다 천천히 즐기는 자전거 행렬, 부릉부릉 오토바이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람들로 길이 가득 차 속도는 점점 느려진다. 그래도 어차피 꽃구경이니 느릴수록 좋다.쉬엄쉬엄 달리다 보니 임고서원이다. 여기는 하얀 벚꽃에다 분홍빛 복사꽃이 더해져 눈이 더 즐겁다. 서원 앞을 흐르는 자호천 주변까지 벚꽃 가로수이다. ‘벚꽃 예쁜길’이라 이름 붙였다. 벚꽃을 즐기기 위해 이 기간에는 차량은 통제하고 사람만 걸을 수 있다. 바람이 살랑 불어서 걷는 사람들은 더 상쾌해진다. 벚꽃 터널 끝까지 다녀오니 6천 보를 채웠다.다시 포항으로 가는 길은 오래된 헌 길을 택했다. 평천초등학교를 지나자 길 양쪽은 복사꽃이 한창이다. 농번기라 길에는 경운기가 흙을 뿌리기도 한다. 마실에서 마실로 이어지는 노인보호구역이라 속도는 시속 30킬로미터 유지하며 달린다. 구불구불 달리다 사 2리 회관 앞에 다다랐다. 이곳 버스정류장이 봄에 가장 어여쁘기 때문이다. 비를 피하도록 지붕에 유리로 바람도 막아주고 앉아서 시간차를 기다릴 수 있게 벤치도 놓였다. 유리창 너머로 개나리가 환하다. 동네 주민처럼 앉아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개나리처럼 노란 행복이 묻어나는 인증샷을 건졌다.또 달려 고개를 넘으면 영천은 끝이 나고 포항 기계면 봉계리에 접어든다. 벚꽃을 보며 백 리나 달렸더니 눈이 시릴 지경이다. 주중에 가면 좀 더 조용히 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애완견과 함께라면 배변 봉투 꼭 챙겨서 가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9

그래도 투표는 해야 한다

이달 10일에 실시하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공보물이 투표안내문과 함께 우편으로 배달되었다. 봉투 겉면에 10일에 투표할 수 없는 선거인은 전국에 설치된 사전 투표소에서 누구든지 별도의 신고 없이 4월 5일과 6일 이틀 동안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투표할 수 있다고 커다랗게 적혀 있었다. 다른 겉면에는 당해 정당 또는 후보자가 제출하지 아니하여 발송하지 못한 선거공보물도 있음을 알렸다. 그런데 봉투를 열자 머리가 멍해진다. 발송하지 못한 선거공보물이 있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미래 녹색당·정의당 새로운미래당 개혁신당 자유통일당 조국혁신당 가가호호공명선거대한당 국가혁명당까지 우르르 쏟아진 선거공보물. 이 많은 정당은 가지가지 색으로 당을 홍보하고, 공식 공천 받은 후보자들은 각양각색 포즈로 공약이 곧 상대 비방이라는 듯 얽히고설켜 어느 당이 어느 색인지 조차 헷갈린다. 밝은 미래를 위해 투표하고 싶은데 머리는 안개속이다.고대 철학자 플라톤은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지 않으려고 춘추전국시대 공자 맹자는 왕들을 찾아다니며 인(仁)과 덕(德)을 바탕으로 한 왕도정치를 주창하며 유세하였으나 왕들은 힘으로 백성들을 통치하는 패도정치를 즐겼다. 어느 왕도 공자 맹자 말을 듣지 않았다. 혹 들으려는 왕이 있어도 결코 실천은 하지 않았다. 정치에 대한 정의는 고대나 지금이나 백성의 안위보다는 권력 장악을 위한 투쟁에 있는 듯하다.논어 자로(子路)편에 공자의 두 제자 자장과 자하가 스승에게 “정치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 공자는 자장에게 거지무권 행지이충(居之無倦 行之以忠)이라 하고 자하에게는 무욕속 무견소리(無慾速 無見小利)하라고 답한다. 어질지 못한 자장에게는 “마음에 게으름을 없애고 행하기를 충심으로 하라” 일렀고 병통이 천근(淺近)하고 소심한 자하에게는 “속히 하려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보지 말라”고 했다. 같은 질문에도 제자 성품 따라 답을 달리했던 공자에게 일상에서 듣기 힘든 거칠고 험한 말이 난무한 지금 정치인들이 정치에 대해 묻는다면 뭐라고 답할까? 먼저 그 욕부터 하지 말라며 호통 치지 않을까?선거를 앞둔 총선 판에서 타 당을 향한 정치인들의 욕설은 가히 입에 올리기도 싫을 정도다. 패륜공천, 비명횡사 공천, 친일공천, 극우공천, 돈봉투공천이라 맹비난하며 “이런 패륜 정권은 몽둥이로 때려야한다”는 거친 막말쯤은 무시해도 좋으련만 또 다른 거친 막말로 대응하는 도긴개긴 정치인들을 보며 유권자들은 지지정당을 떠나 불쾌함을 넘어 불안하다.말은 그 사람의 인격을 밖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지혜로운 사람은 생각과 말 사이에 간격을 유지 한다’라는 명언도 남겼다. 그러나 선거를 며칠 남겨두지 않은 초조한 후보자들의 유세에서 인격을 논하기란 어렵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상대를 향한 욕만큼이나 선심성 공약도 난무한 유세는 말과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후보자의 유세에 귀 기울여 본다.나름의 생각과 판단으로 지지하는 당과 후보자는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나 각기 다른 판단의 밑바닥에는 내 삶에 안위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기대만큼은 같은 마음이다. 그 판단의 옳고 그름은 세월이 심판할 것이니 나라가 평안하길 진심으로 바라며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포기하지 않으련다. /박귀상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4

나도 작가, 중장년 컬처트립 포토 에세이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던 삼월 중순, 대구시 북구의 카페 자작나무에서 ‘우리는 모두, 자기 인생의 여행자’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드디어 나도 작가가 되었다. 작년 11월 여행 이후 기다리던 포토에세이가 나왔다. 세상을 읽고 나를 읽는 어른의 인문 여행,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함께한 ‘스스로 공부하고 떠나는 여행’은 한차례 사전 워크숍과 영주 여행, 전주 여행 3차례 운영된 프로그램이었다. 여행 참여자들이 찍은 사진에 짧은 단상을 담아 제출했다.그 결실을 확인한 순간 모두가 “아!, 오!, 최고다!” 등 감탄사를 연발했다. 작은 책이었지만 11월 여행지의 감흥이 다시 살아났다. 중복된 사진이 있으면 내 것은 잘리는 게 아닐까 했던 염려는 기우였다. 같은 장면에 각기 다른 사연들 모두가 반짝반짝 빛이 났다.지난해에는 유독 영주 여행 일정이 많이 잡혔다. 사정이 생겨 두 번의 기회를 놓치고 실망하던 차에 소식이 왔다. 오래전에 글쓰기 카페에서 만났던 글 벗의 문자였다. 비용부담 없이 여행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해보라는 것이었다.알려준 사이트는 ‘중장년 청춘문화 공간’이었다. 여러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먼저 탐방 신청을 살펴보았다. ‘2023 어른의 컬처트립-읽다, 쓰다, 걷다’ 세상을 읽고 나를 읽는 어른의 인문여행-영주, 전주’, 영주가 눈에 들어왔다. 탐방 신청을 한 후 지인들에게도 신청하라고 링크를 보냈다.로컬의 인문 콘텐츠를 익히고, 여행을 통해 문화를 체험하고, 사진 에세이를 출판하는 과정에 지인 3명과 함께 참여했다. 첫 여행지가 영주였다. ‘오늘 하루, 선비로 살다’를 주제로 무섬마을, 무섬 다리, 소수서원과 선비마을을 둘러보는 코스였다. 가을의 끝자락 세 번째 기회로 영주 땅을 밟았다. 글 벗 둘이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영주로 왔다. 무섬마을 초입에서 만난 그녀들을 안고 펄쩍펄쩍 뛰던 우리는 아직 청춘이었다.두 번째 여행지는 전주. ‘오늘 하루, 책쾌로 살다’를 주제로 연화정 도서관과 서학예술마을도서관, 전주사고와 전주향교를 둘러보고 그 소회를 나누었다. 책쾌가 서점이 귀하던 조선 시대에 책의 보급과 유통에 발 벗고 나섰던 직업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에 쫓기던 기존의 여행과는 차원이 달랐다. 여유 있게 사색하고 가져간 책으로 도서관에서 잠깐의 독서도 했다. 영주와 전주에서 찍었던 사진 중에 인상 깊었던 장면에 개인의 단상을 담은 사진을 제출했다. 포토에세이가 12월에 나온다고 했다. 주최 측의 사정으로 그 일정이 삼월까지 늦춰졌다. 오래 기다린 시간만큼 감동도 컸다. 여행자 중 사진을 낸 인원이 적어 소책자로 나온 것이 오히려 더 귀하게 느껴졌다. 여행객 모두가 작가가 되었다.‘중장년 청춘문화 공간’(https://youthculture.kr/front/)을 소개한다. 우리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중장년층 세대가 신바람 나는 인생 후반기를 설계할 수 있도록 문화관광부와 고용노동부가 조성했다. 전국 17개 지역에 ‘중장년 청춘문화 공간’을 만들고, 은퇴 전후 중장년의 인생 2막 설계를 돕는 프로그램을 작년부터 진행했다. 내가 경험한 ‘2023 어른의 컬처트립-읽다, 쓰다, 걷다’도 그 일부이다.올해도 중장년의 활력과 재도약을 위한 ‘중장년 청춘문화 공간’은 계속 운영될 것이다. 40대부터 60대의 중장년들이 지역 공간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100세 시대를 현명하게 설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손정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4

‘삼성현역사문화공원’에 다녀오다

가족들을 차에 태우고 운전연습을 하다가 어느새 바퀴는 대구에서 경산까지 닿게 되었다. 경산 남산면 어느 골목을 지나는 길에 ‘삼성현역사문화공원 가는 길’이라 적힌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나들이 삼아 방문한 이 공원은 넓은 규모와 다채로운 체험거리로 가득했다.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전통 놀이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널뛰기, 그네, 투호, 굴렁쇠와 같은 전통놀이들을 아이들은 물론 함께 온 어른들까지 웃으며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어 보이는 미끄럼틀, 시소, 회전무대 등이 있는 놀이터는 아이들이 뛰거나 넘어졌을 때 큰 사고 없이 안전하도록 바닥이 고무매트로 깔려있었다. 놀이터 옆에 있는 미로찾기는 출구를 찾을 수 없어서 입구로 다시 되돌아가야할 만큼 어려웠다. 공원 곳곳에 마련된 포토존에서는 함께 사진을 찍으며 오늘을 기억할 추억을 만드는 모습도 보였다. 5월부터 9월의 여름철에는 바닥 분수를 운영하여 시원한 여름을 날 수 있도록 해준다. 아름다운 경관 뿐만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들어가서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고하니 시즌이 되면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넓게 펼쳐진 무궁화동산은 영원히 피고 지지않는 우리의 국화 무궁화를 볼 수 있다. 무궁화는 7월에서 10월 경 꽃이 피니, 개화기에 맞춰 가면 아름다운 무궁화를 감상할 수 있다. 애플민트, 카모마일, 레몬밤 등 11가지의 각종 허브를 볼 수 있는 허브동산과 9~10월 경에 꽃이 피는 수선화과인 꽃무릇이 있는 꽃무릇 동산도 있었다.체험시설도 다채롭게 마련되어있다. 레일썰매장, 국궁체험교실, 유아숲체험원, 국제클라이밍파크, 콘텐츠누림터가 있어 다양한 체험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다. 레일썰매장은 3월에서 11월까지 운영되며, 인원수는 회당 32명으로 제한하고 운영 전 10분간 안전교육을 실시하여 안전하게 운행된다. 국궁체험교실은 우리나라 전통무술인 국궁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본자세와 활쏘기 체험, 예절교육을 배울 수 있다. 유아숲체험원은 유아들이 자연을 더불어 뛰놀며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마련한 공간이다. 꽃들이 피어나는 따스한 봄날 아이와 함께 숲을 체험해보기를 추천한다. 콘텐츠누림터는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체험할 수 있는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공간이다.삼성현이란 세 명의 성현이라는 의미로, 이곳에서는 경산이 고향인 원효, 설총, 일연 세 성현의 업적을 되새길 수 있다. 삼성현역사문화관에서는 각 성현들의 이야기를 엿볼 수 있도록 일연실, 원효실, 설총실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가족들과 함께 학습하고 쉴 수 있는 온가족실도 마련돼 있다. 문화해설사의 해설을 통해 더 깊이 있는 역사이야기를 접할 수 있으니 해설을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삼성현역사문화관을 나와서 오른쪽으로 가면 원효대사 깨달음 체험장이 있다.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은 원효대사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원효대사가 마신 해골물을 VR로 체험해볼 수 있다. 그리고 깨달은 바를 직접 기록해 화쟁나무에 걸어두는 것까지 완료하면 체험이 종료된다.이번 주말 경산 삼성현역사문화공원으로 나들이 가보는 건 어떨까? 놀이와 자연탐구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학습하는 것까지 한 자리에서 가능하니 아이와 함께 즐기기도 좋고, 친구와 연인과 함께 주말을 즐기기에도 아주 좋은 장소이다. /김소라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4

봉화 산수유마을서 열린 신춘 시낭송회

봄 내음이 묻어나오는 상큼한 흙냄새가 정겹다. 며칠 전에도 눈이 내리고 미루적거리던 겨울이 산수유꽃이 피면서 물러나고 있다. 이렇듯 봉화의 봄은 더디게 온다. 지난달 30일 산수유로 유명한 띠띠미 마을에서는 산수유 신춘 시낭송회가 열렸다. 봉화 문인협회 회원들의 시 낭송과 바이올린, 퓨전 성악, 기타 등 음악이 어우러져 봄날의 포근함과 여유를 느끼게 하는 향연이 펼쳐진 것이다.토담 너머 노란 산수유꽃이 피어있는 홍의락 고택 뜰. 옛 정취 속에 낭송하는 시 구절은 일상을 정화해 주는 느낌이었다. 봄을 맞으면서 맨 처음 만나게 되는 소담스러운 꽃 산수유는 이른 봄에 피는 노란색의 다년생 꽃나무. 수백 그루가 전통마을 고택과 어울려 꽃동산을 이루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봉화의 봄은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띠띠미 마을 산수유꽃으로부터 시작된다. 짙은 꽃향기와 논밭의 흙냄새와 새움 돋은 풀냄새가 상큼한 완연한 봄날. 햇살을 포근하게 껴안고 고향 집 같은 고택 마을에서 봄의 전령사 산수유 꽃를 만나고 있는 젊은 연인들, 아이들 손잡고 나온 부부들이 호젓하게 즐기는 모습이다.마을 골목길에는 협회 회원들의 시화가 걸려있다. 노란 산수유꽃과 토담 길 따라 이어진 시구에 발걸음이 가볍다. 매년 이맘때면 산수유꽃이 뒤덮는 봉화 띠띠미 마을은 봉화 읍내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들어가는 길에는 춘양목 군락이 있다. 멋스러운 전통마을 입구를 지키는 수십 그루 노송이 군락을 이뤄 선비처럼 고고한 자태로 손님을 맞는다.노란 물결이 봄을 알리는 띠띠미 마을의 고가와 토담 너머로 가지를 늘어뜨린 산수유꽃은 조선의 청빈과 결의의 향기인 것처럼 충만하다. 문수산 끝자락 야트막한 산기슭에 산수유가 고택을 품고, 대명절의가 만들어낸 400년이나 된 원조 산수유 군락지.수령 100년이 넘은 산수유꽃들이 고즈넉한 고택들 사이로 장관을 이루고, 토담 기와 너머로 우아하고 위엄을 갖춘 한옥 풍경이 선비의 모습을 닮은 듯하다. 산수유꽃 풍경에 취해 토담길을 걷다 보면 역사와 세월의 흔적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남양 홍씨 집성촌이다.병자호란의 굴욕적인 화의에 통분해 조선의 신하로 청나라를 섬길 수 없다는 ‘대명절의’로 황색 짧은 옷에 삿갓을 쓰고, 앉을 때도 북쪽을 향하지 않았다는 ‘태백오현’ 중 한 사람인 두곡 홍우정(1595~1656)이 이곳에 은거했다. 두곡은 후손들에게 벼슬길에 나가지 말고 산수유 농사를 짓고 살라며 경기도 이천에서 산수유 두 그루를 가져와 심었다고 한다.띠띠미 마을은 산수유와 더불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작은 산촌이다. 입향조 홍우정의 두곡종택, 종택 옆으로 옥같이 맑은 물이 떨어져 흐른다는 옥류암이라는 정자가 있고, 두곡의 유허비, 홍재선 고택, 홍가선 고택, 동호당, 홍승렬 고택 등이 어우러진다.이곳은 봄에는 노란 산수유꽃, 가을에는 빨간 산수유 열매와 더불어 고향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전통마을로 봉화 8경 중 5경에 속할 정도로 아름다운 장소다. 노란 꽃과 빨간 열매라는 특징 때문에 일찍이 추사 김정희는 산수유를 가리켜 ‘황화홍실’이라 표현했다.산수유꽃은 꽃잎은 차로, 열매와 뿌리는 약재로 사용된다. 영원한 사랑, 강인한 의지와 긍정적 에너지를 상징하는 산수유꽃은 겨울의 혹독함을 견디고 봄을 맞이하는 생명력을 간직해 우리에게 희망과 위로를 선사한다. 봉화 띠띠미 마을의 산수유꽃은 3월 말부터 4월 초가 절정이다. 이 시기엔 역사의 향기 그윽한 세월의 흔적과 지천으로 핀 산수유꽃을 함께 만날 수 있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2

딸기의 제철은 왜 겨울이 되었을까

며칠 전 마트에서 딸기를 샀다. 최근 과일값이 크게 올라 장을 볼 때마다 머뭇거려지지만 탐스럽고 새콤달콤한 딸기는 자꾸만 손이 간다. 이 맛있는 딸기는 겨울 초입부터 사람들의 입맛을 유혹하며 언젠가부터 겨울을 대표하는 과일이 되었다. 하지만 딸기를 먹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왜 딸기의 제철이 겨울일까’하는 의문이다.그러다 문득 지구온난화로 사라지는 과일에 대한 기사를 읽은 기억을 떠올렸다. 왜냐하면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장 큰 변화를 겪는 분야가 바로 농업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지역 포항에서도 바나나와 한라봉 재배가 이루어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사과의 재배지도 경북에서 강원도로 옮겨간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있다.이처럼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과일 중 하나가 노지 딸기다. 어릴 적 시간을 돌아보면 딸기는 겨울이 아니라 5월쯤 되어서야 맛볼 수 있는 과일이었다. 그때는 하우스가 아닌 대부분이 노지로 재배되던 시절이었다. 사실 노지 재배 딸기는 지금의 하우스 재배에 비하면 맛이 없다. 소비자는 맛없는 딸기를 원하지 않았고 날씨가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하면서 보관기간의 문제도 발생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한 고온다습한 날씨, 초여름 태풍 등 예측할 수 없는 기후로 딸기 재배에 어려움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생산자의 입장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딸기의 노지 재배가 점점 온도 조절에 용이한 하우스재배로 옮겨갔고 그게 대중화되었다.하우스재배로 생산되는 딸기는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숙성해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며 양분도 많아졌다. 단맛은 말할 것도 없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입맛을 찾게 되었는데 우리가 겨울에 흔히 딸기를 맛볼 수 있게 된 이유다.여기에는 기업들의 마케팅도 한몫한다. 연말과 연초에 크리스마스를 비롯해 여러 기념일과 행사에 빠지지 않는 케이크. 이 케이크는 하얀 생크림 위에다 빨간 딸기를 토핑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케이크는 맛까지 좋아 가게마다 가장 많이 찾는 디저트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겨울딸기의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공급도 많아지게 되면 식품업계에서도 딸기를 활용한 마케팅에 더 활발하게 움직일 거라 예상된다.겨울에 딸기 케이크를 사 먹으면서도 딸기는 제철이 겨울이라는 생각이 어색하기만 하다. 겨울딸기를 소비자들이 즐겨 찾게 되면서 기후 온난화에 일조를 한다는 딸기. 하우스재배로 딸기를 비롯해 여러 과일이 점점 제철을 잃어가고 이게 대세가 되고 있다. 다시 말해 초여름쯤에 생산되는 노지 딸기가 완전히 사라진다고 해서 더 이상 이상하지는 않다는 거다. 사람들은 제철에 나는 딸기의 새콤함보다 당도가 높은 하우스재배 딸기를 선호할 것이기에. 딸기의 제철은 겨울이 아니라 봄과 초여름쯤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요즘 소비자의 요구도 무시할 수는 없다. 결국 겨울딸기도 소비자의 선택에 달린 문제다. 딸기를 먹다가 제철 과일이라는 게 갈수록 무색해지고 있는 지금을 생각해본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2

유채꽃처럼 사랑한다면 지금 말하라

사랑한다면 지금 말하라, 유채꽃의 전설에 나오는 말이다. 꽃이 피면 당장 보러 가자는 좌우명에 딱 맞는 이야기라 주말 아침 일찍 포항시 남구 호미곶면에 자리한 호미곶으로 향했다. 유채꽃 축제가 지난주에 지나갔지만, 올봄 꽃들이 유난히 추운 날씨 탓에 모두 늦게 봉오리를 열어 유채꽃도 이번 주가 절정이다. 아마 한낮이면 관람객이 몰려올 것 같아 새벽부터 서둘러 찾아갔다. 역시나 꽃밭에는 아침 햇살만 일렁거렸다.10만 평이 넘는 대단지로 조성된 꽃밭이 노랗게 물들어 푸른 동해와 어우러져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주차장에서 꽃밭 가까이 다가갈수록 향이 진하게 풍겼다. 아직 70% 개화 상태라 4월 한 달 호미곶은 노란 유채의 바다일 것이다. 관람로를 너른 들 곳곳에 만들어 놓아 따라 걸으며 사진을 찍기에 좋았다. 코너를 돌 때마다 한흑구 작가의 글이 있어서 읽는 맛도 곁들였다.노란 물결 한가운데 소나무 한 그루가 섰다. 가로로 누운 유채의 노랑과 세로로 선 늠름한 소나무와 멀리 파랗게 뒤를 받쳐주는 바다에 유유히 떠 있는 배, 포항 호미곶에서만 찍을 수 있는 풍경이다. 노란 풍경 가장자리에 커다란 거울을 세워서 셀카봉 없이 셀카를 찍도록 한 것은 좋은 아이디어다.이렇게 멋진 노란 봄의 전설은 이집트에서 나왔다. 이집트 대 평원에서 수천 마리의 양을 키우는 한 청년 ‘헤잠’ 이 있었는데 어느 날 가난뱅이 아딜러라는 아가씨가 양털을 훔치려고 왔다가 양을 죽이고 말았다. 그러다가 헤잠에게 들켰고, 용서를 빌어서 헤잠은 양을 죽인 아딜러를 용서했다. 그것도 모자라서 아딜러가 시장에서 기름을 짜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는 좋은 감정이 생겼지만, 시간은 그냥 흘러가고, 아딜러는 같은 기름쟁이 무함마드로부터 청혼을 받았다. 헤잠도 그것을 알았지만, 아딜러를 잡지 못하고 그렇게 시집을 가버렸다.헤잠은 사랑 고백을 하지 못하고 아딜러를 떠나보냈다는 슬픔에 수천 마리의 양들을 모두 죽인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시간이 흘러 양들이 죽은 초원에는 붉은색 꽃이 피어났다. 마을 사람들은 그 꽃을 동물의 피가 양분이 되었다고 생각해 기름이 나올 거라고 꽃의 씨앗을 짜봤더니 역시나 많이 나왔다. 아딜러의 남편은 헤잠이 살던 집으로 이사하자 졸랐고, 아딜러가 이사를 온 후에 붉은 꽃으로 핀 유채꽃 씨앗을 받아 이듬해 몇 배나 더 많은 씨앗을 뿌려서 다시 얻은 씨앗으로 짜낸 기름을 팔아서 행복하게 살았다.이런 전설을 가지고 있는 유채꽃 꽃말은 명랑, 쾌활이다. 아름다운 전설과 꽃말을 가진 꽃 종자의 38~45%는 기름이 있는데, 최근에 많이 사용하고 있는 카놀라유가 바로 유채꽃의 열매에서 채취한 것이다. 무하마드와 아딜러 둘 다 죽을 때까지 헤잠이 왜 그렇게 죽었는지는 알지 못했다고 하는데, 둘 다 죽고 나서 수년 후에 헤잠의 일기가 발견되었다. 일기에는 ‘사랑한다면 지금 말하라. 내일이면 그 사랑이 남이 되어버릴지 모른다’라고 적혀있었다.유채는 배추(야생종)와 양배추(야생종)의 자연 교잡종이다. 이것은 우장춘 박사가 밝혀냈다. 그리고 이는 당시 생물학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는데, 유채를 통해서 종의 합성과 종간 잡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대표적인 GMO 작물 중 하나이기도 하다.유채꽃이 만발한 10만 평 이상의 호미 반도 경관농업단지는 해마다 유채꽃·유색 보리·메밀꽃·해바라기 등을 계절별로 선보이며 색다른 모습을 연출한다. 유채꽃만 보기에 아쉽다면 인근 호미곶 상생의 손, 국립등대박물관, 장길리 복합낚시공원 등을 방문해 봄의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란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4-04-02

당신 덕분에 봄이 왔습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단박에 힘이 나고 긍정적으로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건 바로 ‘덕분입니다’라는 말이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나면 그 일의 어두운 면만 바라보고 좌절하며 절망한다. 하지만 세상은 음양으로 이루어져 있기에 어떠한 일이라도 반드시 밝은 면이 있기 마련이다. 밝음과 어둠은 종이의 앞뒷면처럼 항상 붙어 있기에 어둠 이면의 밝음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아, 이렇게 찬바람 마시며 자전거 타고 다니는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가!/ 오늘도 아침에 따슨 밥을 먹고 맑은 물 마신 게/ 얼마나 대단한 사건인가!// 지금도 병실에 갇혀 창밖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을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나는 105일 동안이나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주사만으로 버텨본 일이 있는 사람이다.’(나태주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1’ 부분)‘풀꽃’으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시다. 시인이 105일 동안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하고 주사로 연명했을 때는 분명 불행한 사건이라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살아있는 순간 순간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게 되었다. 심각한 건강의 위기를 겪어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는 일상의 소중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러니 그 일이 다 나쁘다고만 할 수 없는 것이다.이렇게 그 어떤 일에도 희망의 줄기는 있는 법이다. 아침에 눈을 뜬 것이 이미 기적이란 말도 있다. 삶과 죽음의 차이가 눈 뜸과 눈 감음의 차이일 뿐이라는 말이다. 뱉은 한 호흡이 다시 들어오지 않으면 그것이 죽음이라고 했다. 아침마다 눈을 뜨고 숨이 들어오고 나가고 있음은 굉장한 일인 것이다. 유명 스님은 강연에서 왜 꼭 50명이 버스를 타고 가다 교통사고가 나서 다 죽고 나 혼자 살아야만 기적이라고 생각하느냐 지금 살아 있는 것이 그 기적과 다른 것이 무엇이냐며 우리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 눈을 뜨고 숨을 쉬고 맑은 물을 마셨으니 오늘이 바로 기적의 날이라는 것이다.봄이다. 봄빛이 부챗살처럼 내린다. 먼 들판에서 희망처럼 흰 연기 한 자락도 솟아오른다. 우리를 단박에 행복하게 해 주는 말을 지금 당장 써 보자. 공기 덕분에 숨 쉬고 있고 태양 덕분에 얼어죽지 않고 땅 덕분에 음식을 먹고 물 덕분에 몸을 유지하고 겨울 덕분에 봄이 더 눈부시다. 부모님 덕분에 이 세상에 태어났고 스승 덕분에 배우고 동료 덕분에 힘을 얻고 라이벌 덕분에 성장한다. 모두가 나 아닌 이들의 덕분이니 그저 감사할 일만 남는다. 이 글을 읽어주는 바로 당신 덕분에 나 또한 이토록 아름다운 봄을 맞이했다. /엄다경 시민기자

2024-03-28

달팽이 책방의 작은 전시회

포항 효리단길에 있는 달팽이 책방에서 야생초를 사랑하는 정현주 작가가 소담스럽게 준비한 그림과 글 그리고 꽃 사진이 오는 4월 3일부터 5월 31일까지 전시된다.해당 전시가 열리는 달팽이 책방은 독립 서점이다. 독립서점이란 도서관이나 대형서점에서 책을 분류할 때 쓰는 한국 십진분류법(KDC)의 표준체계를 사용하지 않고 서점 주인의 취향에 맞게 도서를 구비 하는 작은 서점을 말한다. 대형 서점과 달리 고객이 구매한 서적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음료와 다과, 소품 등의 판매로 부가적인 수익 창출도 가능하다. 달팽이 책방의 한쪽 모퉁이에는 이 서점만의 감성이 담겨있는 작품들이 항시 전시되어 있다. 서점 주인의 감성에 맞는 작품이라면 작가가 프로든 아마추어든 상관하지 않는다. 이처럼 독립서점은 고객들을 위한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위해 작품 전시 및 도서에 대한 토론 장소로 제공되기도 한다.온라인 서점의 성장으로 오프라인 서점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지금, 대형서점과의 차별화로 2000년 대 후반부터 코로나 불황 속에서도 개체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지역마다 개성 있는 매력을 어필하는 독립서점을 찾아 감성 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생겨났다.4월 3일부터 달팽이 책방에 작품을 전시 할 정현주 작가는 전혀 유명하지 않다. 그는 자연을 아끼고 야생초를 사랑하며 방송대 농학과 졸업 후 경주에 위치한 경북산림환경연구원에서 숲 해설가로 일하고 있는 평범한 소시민이다. 그러나 그녀의 꽃 사진은 유명작가들의 사진 이상으로 사랑과 정성, 그리고 무엇보다 진실한 감성을 담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고요를 자아낸다. 달팽이 책방 주인의 권유로 혼자 두고 보기 아까운 작품들을 공유하기 위해 전시를 준비하면서도 ‘유명작가도 아닌데….’ 라며 망설이고 또 망설였다.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에서 ‘유럽 어느 술집의 한 바텐더는 여행자에게 자신을 시인이라고 소개했다. 여행자가 “당신 이름으로 나온 시집이 있나요?”라고 물었을 때 바텐더는 “‘아뇨. 시집을 낸 적은 없지만, 시를 쓰기 때문에 시인이죠’라고 답했다”라고 했다. 이는 문화의 차이다. 우리는 문단에 등단을 하며 타인에게 인증을 받아야만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우리는 유독 타인의 삶에 관심이 많다. SNS(Social Network Service)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화려한 삶을 호기심으로 들여다보며 얻는 것은 사실 위로보다 비교로 인한 비참함이다. 경제 수준은 높지만 행복도가 낮은 한국은 집단주의 사회가 주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문화 속에 있다. 이제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참견을 버리고,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인정하는 ‘자존감’을 가지는 사회적인 변화가 필요한 때다. 유명한 시인이 아니더라도 시를 쓰기에 시인이듯,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리는 행위 자체만으로 정현주 작가는 유, 무명을 떠나 작가로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번 봄, 자신의 작품을 처음으로 펼쳐내는 정현주 ‘작가’의 전시를 관람하러 달팽이 책방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정현주 작가의 맑은 기운이 담긴 소박한 글과 그림과 꽃 사진이 전시되는 동안 달팽이 책방을 찾는 모든 이에게 평온한 기운이 전해지기를 기대해본다. 작가의 작품을 엮은 책 ‘木·花 숨결’과 엽서도 판매한다. /박귀상 시민기자

2024-03-28

경주 시내의 유적지를 산책하며

경주는 통상 신라의 수도로 인식되어 있다. 그러나 신라에서 현재로 곧장 타임슬립을 하지 않은 이상 그 사이 역사가 없을 리 만무하다. 박물관, 천마총, 첨성대가 아닌 시내권에 위치한 유적지들은 앞선 유산들의 위용에 가려져 관광객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크게 인지되지 못하고 있다. 몇 년 전 복원된 경주읍성 근처엔 새로 들어선 식음료 가게들로 늦은 밤에도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다. 경주읍성은 고려시대 처음 축조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성곽 둘레가 2km가 넘었으나 대부분 소실되었다. 최근 동쪽성벽을 중심으로 복원이 진행되어 동쪽성벽과 옹성, 향일문 등이 복원되었다. 달이 뜬 밤에 보는 읍성이 특히 아름답다.읍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동경관이 위치하고 있다. 동경관은 경상북도 문화재자료로 1985년 8월5일에 지정되었다. 영조시대 최석신이 쓴 ‘동경관’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신라 왕실에서 사용하던 집기 등을 보관하던 곳이었으나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외국 손님이나 중앙 관리들이 경주지방을 방문했을 때 머물거나 대기하던 객사로 이용되었다,동경이란 명칭은 경주의 옛 지명이 동경이었기 때문이다. 고려시대 개경, 서경, 동경의 고려 3경 중 하나였다. 해방 후에 3동 건물 중 서헌만 현재 자리로 옮겨졌다. 골목을 돌아나오자 노란색 페인트가 인상적인 옛 야마구찌 병원이 있다.1925년경에 지어진 경주 최초의 신식의료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양식의 고풍스런 느낌이 든다. 2005년 이후 경주경찰서 화랑수련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근현대기 건축물 변화의 과도기적 건축기법이 남아있는 중요한 근대건축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 외에도 이 병원은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와 인연이 있다.골동품상에서 경주 얼굴무늬 수막새를 구입해 일본으로 반출했다 1972년 10월 국내에 반환한 다나카 도시노부가 근무했던 병원이다. 길을 건너면 경주 사람들에겐 경주문화원 건물 혹은 옛 박물관 자리로 알려진 경주부 관아건물이 보인다.경주부 관아건물은 2020년 2월 17일 경상북도의 기념물 제 177호로 지정되었다.총 3동의 건물로 현재 경주문화원에서 향토사료관, 도서실, 수장고로 활용하고 있다. 조선 중기~후기의 건축물.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으나 18세기 말에 제작된 경주 지역 전도에서 확인되는 바 그 이전으로 추정된다. 수령 500년에 달하는 보호수 은행나무가 있다.100년 이상 역사를 가진 건축물로 추정되며 일제 강점기 이래 1975년까지 경주박물관 건물로 활용되었다. 향토사료관에 좀 전에 들린 동경관 사진이 걸려있다.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건물 사진을 보는 뒤로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들렸다.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농장물이 자라고 있던 자리에 원래 건물이 있었다고 한다.그리고 곧이어 만난 곳은 집경전터다. 경주 평생 학습관 옆에 위치하고 있다.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인 어진을 봉안하기 위해 지은 전각이다. 어용전이라 불리다 세종 때부터 집경전이라 고쳐 불렀다. 임진왜란 이후 소실되어 현재는 터만 남아있다. 경주 평생 학습관 뜰에는 하마비와 집경적 구기가 남아있다. 다 봤다 싶으나 또 볼 것 많이 남은 곳이 경주다. 벚꽃 흩날리는 봄, 신라의 경주를 충분히 보았다면 상대적으로 한산한 시내권 유적지 방문을 추천 한다./박선유 시민기자

2024-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