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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죽변항 수산물 축제를 즐기다

얼마 전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죽변항을 찾았다. 전날 많은 비로 인해 축제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지만, 다행히 비는 멎었다. 지난 15일부터 3일간 ‘죽변항 수산물축제’가 열렸다. 첫째 날은 비로 인해 행사가 거의 열리지 못했다. 올해 경상북도 지정축제는 시·군에서 추진할 85개 축제를 대상으로 시군별 1개의 우수한 축제를 추천받아 축제콘텐츠, 마케팅, 안전관리 대책 등에 대해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울진 ‘죽변항 수산물축제’가 우수축제로 선정이 되었다. 축제와 더불어 오전에는 ‘울진군민 건강 걷기대회’가 진행되었다. 얼어붙은 몸을 녹이기 위해 준비운동도 했다. 노래와 함께 하는 운동은 언제나 즐겁다. 거센 바닷바람을 맞으며 걷기 코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생각도 했지만, 어린 아이들도 부모님과 함께 온 몸을 꽁꽁 싸매서 걷고 있었다.반환점에서 받은 스크래치 추첨권은 항상 행운이 따르지 않는다. 당첨된 사람들은 가벼운 발걸음에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완주한 사람에게 주는 간식은 날씨가 너무 찬 탓에 먹히지가 않았다. TV와 압력밥솥 등 다양한 경품도 행운이 따르는 사람이 따로 있는 듯하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축제 부스를 찾았다.어등 만들기, 석고방향제 만들기, 그립톡 만들기 등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체험할 수 있는 부스가 있었다. 매년 인기 있는 ‘활어 맨손 잡기’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 가오리와 성대 등 여러 가지 어종이 있었다. 잡는 사람은 그 물고기를 가져갈 수 있다. 참가한 어린 아이는 무덤덤하게 두 마리를 잡더니 추운지 바로 물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귀엽기만 하다. ‘대방어 해체 쇼’를 관람한 사람들에게는 무료 시식의 기회도 주어졌다.수산물뿐만 아니라 지역특산품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다. 죽변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책책빵빵’에서는 축제를 방문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도서 열람도 가능했다. 이전 온라인 신청을 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그림책과 함께하는 업사이클링’ 프로그램에서 손거울을 만들기도 하였다.바람이 많이 불어 추운 날씨 속에서도 다양한 먹을거리와 체험 부스가 있어 아침부터 저녁까지 재미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즐거움을 기억으로 남긴 채 내년을 또 기약해본다./사공은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26

대구미술관 나들이

날이 너무 춥다. 이런 날씨에 야외에 오래 머물기에는 큰 용기와 체력이 필요하다. 일단 지나가는 소나기는 피해가자싶어 대구미술관을 찾았다.대구박물관은 계절마다 찾아갔지만, 미술관은 첫 방문이다. 건물 전면에 렘브란트의 초상이 있는 포스터를 크게 붙여서 미술사에 끼친 그의 영향력이 1층부터 옥상까지 가득하다.렘브란트는 미술사에서 가장 많은 이야기를 지닌 화가 중 한 명이다. 그는 어릴 적에 일찍 학교 교육을 그만두고 화가로서 도제 생활을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들을 익힌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공방을 열었고,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 그는 자신의 상을 포착하기 위해 두 개의 거울을 사용하여 다양한 표정을 지어보곤 했고, 자화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극적인 장면에서도 이런 감정들을 전달했다. 그 당시의 비평가들은 이 방법을 전혀 쓸데없는 짓이라고 충고했으나, 후대의 사람들은 이것은 자아에 대한 탐구였을 뿐 아니라 미술에 대한 탐구였다고 평가했다. 렘브란트의 그림들은 밝은 부분이 작은 공간을 차지하고, 그 주위와 배경에 어두운 부분이 넓게 배치되어, 마치 어둠 속에서 집중 조명을 받는 것처럼 밝은 부분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비범한 사람들 속에 있는 평범한 사람들을 날카로운 시각으로 주목하고, 작품에 일상생활을 그렸으며, 종교적인 작품에서조차 이러한 자신만의 특징을 유지했다. 또한, 그는 자신이 직접 인쇄한 것으로 여겨지는 수많은 에칭들을 제작했다. 그는 평생 회화로 얻은 명성만큼이나 판화로 상당한 명성을 얻었다.대구미술관에서 ‘렘브란트, 17세기의 사진가’란 제목으로 그의 판화작품이 내년 3월 17일까지 열린다. 오픈런에 렘브란트 달력을 나눠주었다고 한다. 주말엔 줄을 서서 보아야 하니 방학을 이용해 아이들과 평일에 방문하면 더 자세히 볼 수 있다. 렘브란트의 유명한 ‘야경’을 비롯한 채색화는 한 점도 오지 않았다. 하지만 렘브란트가 손수 그리고 찍어낸 에칭 작품이 가득해서 몇 시간이 순삭된다. 그림 크기가 작아서 몸을 그림 앞으로 숙여서 자세히 집중하게 만든다.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어울리게 빨간 방과 초록 방으로 나눠진 전시가 판화와 더 잘 어울렸다.성경에 나오는 장면이 많다. 글을 그림으로 그리면 화가의 상상이 손을 통해 화면에 그 시대의 한 장면으로 살아난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종교가 다른 사람도 알만한 이야기이다. 그 장면이 여러 개다. 다른 작가에 비해 렘브란트는 이야기에 현실감을 더하려 강아지를 그렸다. 전시장에 가면 그 강아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 바란다. 이 그림을 보며 렘브란트의 유머 감각이 좋았을 거 같다는 상상을 해본다.대구미술관은 관람객에게 아주 융숭한 대접을 한다. 입장료 천 원을 내면 네 개의 전시를 한꺼번에 선물처럼 안긴다. 17세기 화가의 판화를 보고 나면 같은 층에 2023 어미홀 프로젝트 칼 안드레의 조형물이 보인다. 그 사이로 걸어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2층으로 가면 23회 이인성 미술상을 받은 작가 윤석남(1939~, 만주) 작가의 작품을 두 개의 관에서 볼 수 있다. 유기 강아지들을 한 방 가득 만들어서, 그 사이를 거닐게 한 것은 작가의 의도가 분명하다. 강아지들의 눈빛을 보면 누구나 가슴이 아리다. 다음 방에 여성 독립운동가의 그림은 처연하다.네 번째 전시는 청년 작가 이성경의 작품이다. 시선이 신선하다. 달리는 차에서 본 듯한 풍경이 발을 멈추게 한다. 마지막으로 3층에 ‘몰입’은 시간마다 입장객이 제한되니 미리 신청해 두고 다른 전시를 보는 걸 추천한다. 대구미술관은 자연이 풍부한 곳이다. 지금 공사 중인 건물이 완공되면 또 한 번 들러 봐야겠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26

겨울에 더 아름다운 봉화 청량사

경북 봉화 청량산의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열두 봉우리 아래에 있는 청량사는 연화봉 기슭 한 가운데 연꽃처럼 둘러쳐진 꽃술자리에 있다. 바위가 희끗희끗한 회색빛이라 하늘에서 장삼의 소맷자락을 활짝 펼치고 감싸주는 듯 절집을 품고 있다. 이 절은 663년에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며 순천 송광사 16국사 중 한명인 법장 고봉선사에 의해 중창된 천년고찰이다. 창건 당시 33개의 부속건물을 갖추었던 대찰로 봉우리마다 자리 잡은 암자에서는 스님들의 독경소리가 산을 가득 메웠다고 한다.자연경관이 수려한 청량산. 한때는 신라의 고찰인 연대사와 망선암 등 27곳의 암자를 거느려 당시 신라불교의 요람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청량사의 유리보전은 웅장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담하고 정갈해 산사의 고즈넉함을 오롯이 품고 있다, 낭떠러지 위에 걸터앉은 오층석탑은 준수하게 날렵한, 층층으로 이어지는 균형의 조화로 풍경의 주인공으로 서 있고, 시야는 일망무제로 열려있어 이리 봐도 비경이요, 저리 봐도 절경이다.청량산은 사계절 모두 아름답지만, 겨울 청량사에서 펼쳐진 풍경을 누군가와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추운 날씨도 물러날 듯하다. 기암의 열두 봉우리와 연꽃 속에 푹 안긴 청량사는 솔바람 소리에 어우러진 풍광이 그림같이 평화롭다.청량산에서 내려다보는 낙동강과 고산마을의 풍광은 가슴 속에 깊은 감동의 물결과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청량산 입구 학소대폭포의 빙벽은 낙동강의 겨울 풍경과 어울려 한 폭의 그림이다.주차장에서 15분 정도 걸으면 청량사가 나오고 유리보전(경북유형문화재 46호)이 있으며, 법당에는 동방의 정유리세계를 다스리는 약사여래불을 모셨다는 뜻으로 공민왕의 친필로 쓴 유리보전이란 현판이 걸려 있다.유리보전 아래 지장전에는 목조 지장보살 삼존상이 있다. 16세기 불상 가운데 종교성과 완성도를 두루 갖춘 조형물로 평가된다.청량사에서는 차 한 잔의 여유도 가질 수 있다. 청량사 입구에 ‘바람이 소리를 만나면’이란 이름이 붙은 전통찻집이 있는 것. 청아하고 정갈한 분위기에 넓은 창으로 보이는 자연의 풍경과 조화를 이루는 찻집이다.입석 방향으로 퇴계 선생이 후학을 가르쳤던 청량정사와 ‘아픈 다리 쉬어가세요’라는 간판이 있는데 누구나 무료로 차를 나눌 수 있는 ‘산꾼의 집’이 있다.입석 방향으로 응진전이라는 암자가 있는데,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청량사의 암자로 경관이 수려한 금탑봉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어 인상적이다.기암괴석들이 기기묘묘한 자태를 거침없이 뽐내는 풍광과 멋, 여기에 정취가 어우러진 천년의 숨결 청량사의 겨울은 그야말로 선경이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26

디지털 전환시대, 지혜롭게 사는 법

“65세 이상 어르신에게만 한국시리즈 티켓 양도해 드립니다.”한창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진행 중이던 지난달 10일, 중고 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글이다. 구하기 힘든 한국시리즈 표를 양도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도쿄올림픽, WBC 참사로 떠들썩했던 것이 무색하게 현재 한국 프로야구는 코로나19 규제 완화와 더불어 젊은 세대의 유입이 크게 늘며 나날이 관중 수가 늘고 있다.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29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LG 트윈스와 플레이오프 5차전서 이기고 올라온 KT 위즈의 경기를 기대하며 추운 날씨에도 많은 남녀노소가 야구장을 찾았다. 100% 온라인으로 진행된 예매는 시작과 동시에 빠르게 매진되었다. 하지만 성황리에 치러진 한국시리즈는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되진 못했다.해가 갈수록 매크로를 이용하거나 비싼 가격으로 재판매를 위해 표를 구매하는, 소위 암표상이 늘며 티켓 경쟁이 더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도 구하기 힘든 좌석을 디지털에 취약한 노년층은 온라인은 물론 현장에서도 쉽게 구할 수 없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온라인 예매를 진행한 후 나온 취소 표만을 현장 판매하는데, 이 또한 극소량이기 때문에 구경조차 쉽지 않다. 현장에서는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웃돈을 주고 파려는 암표상들이 즐비하다.지난달 8일 JTBC 밀착카메라에서 몇몇 팬들은 “MBC 청룡서부터 팬이지만 인터넷으로만 100% 예매해 나같이 나이 칠십이 다 된 사람들은 들어갈 수가 없다, 현장 예매를 10%라도 진행한다면 전날 자정부터라도 기다릴 수 있다”며 인터뷰했다. 해당 방송이 나간 후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 많은 누리꾼들이 일부라도 현장 판매를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그로부터 이틀 뒤, 한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LG 트윈스의 팬인 65세 이상 어르신에게 티켓을 정가에 양도하겠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렇듯 온라인 예매에 어려움을 겪기 쉬운 어르신들에게 배려한 선행은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지만 KBO 차원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설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피치클락, 로봇심판 등을 도입해 경기 시간을 줄이거나 심판 판정으로 인한 논란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KBO가 앞으로의 야구팬의 유입과 유지를 위해 진정 고민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때인듯하다.비단 이런 문제는 스포츠계만의 것이 아니다. 이동 수단도 마찬가지인데, 고속철도는 애플리케이션이나 자동발매기로만 표를 구입할 수 있다. 택시 또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앱을 사용하지 않고 바로 택시를 잡는 것이 이전보다 어려워졌다. 한 누리꾼은 노인 승객을 배려해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는 택시 호출 앱을 켜놓지 않는다는 택시 기사의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어느 순간부터 각종 음식점에 우후죽순 생겨난 키오스크처럼 생활의 모든 면에서 온라인으로 대체되는 것이 많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불평하지 말고 모르면 배우면 되지 않냐는 반응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누구나 처음 접하는 것에는 서툴기 마련이다. 급변하는 디지털 사회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사람도 함께 발맞추어 갈 수 있도록 온라인 서비스 비중을 보다 서서히 늘려가고 시민들은 서로 도와주는 등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최유정 시민기자

2023-12-21

영일민속박물관, 포항 역사를 담다

어느덧 또 일 년이 역사 속으로 포개진다. 이맘때면 한 해를 보내는 송년회며 각종 모임이 줄을 선다. 열심히 살아온 시간을 반추하는 모임이지만 연말 분위기 탓인지 마음에 부산함도 따른다. 여타 모임을 얼추 마치고 마지막 남은 문학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지인을 만나러 간 김에 머리도 식힐 겸 흥해읍 성내리에 위치한 산책하기 좋은 ‘영일민속박물관(迎日民俗博物館)’을 찾았다. 영일민속박물관은 포항 유일의 공립박물관이다.지역의 고유한 향토 문화가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는 이곳은 4천600여 점의 소중한 자료들과 향토 유물을 보존하고 있다. 전시된 자료들은 토기류를 비롯하여 의관 류, 관혼상례 용구, 구서적류와 생활 용구류, 농기구, 어구류 등이며 유물들은 이 지역 고유의 유물들로서 지역 특유의 향토 문화 형성과정을 잘 엿 볼 수 있다. 김종철 박물관 관리자의 설명에 의하면 박물관 중심에 위치한 제남헌(濟南軒)은 조선 헌종 원년에 건립되어 옛 흥해 군의 동헌으로 쓰였던 것으로 이 제남헌을 제1전시실로 하여 민속 박물관이란 이름으로 1983년 개관하였다. 제2전시실은 1985년에 신축하여 자료들을 재분류 전시하였고 그해 1월에 경상북도 향토 역사관으로 지정되었으며 1987년 6월 군 단위 민속 박물관으로서는 국내 처음으로 준 박물관으로 공식 지정되었다.박물관 출입문을 통과하면 마주하게 되는, 정갈하게 정돈된 제남헌의 모습은 옛 고택에 들어온 느낌을 준다. 제남헌은 문화재자료로 지정된 지정문화재로 이 건물에서 바라보이는 600년 된 회화나무의 기품은 제남헌의 모습을 한껏 더 운치 있게 한다. 운치를 더하는 이 노거수는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으며 박물관의 상징이자 지역의 역사까지 고스란히 품고 있다.입구 측 전시동인 실내전시실 3개 동은 2023년 12월 현재 수리 중으로 관람 불가이며 야외전시장 2곳은 노란 초가의 지붕을 한 옛 농가의 모습과 곡식을 빻던 연자방아가 있는 곳으로 특히 신기해하는 아이들의 관심도가 높다. 멀리 경산에서 왔다며 열심히 아이들에게 설명하던 관람객이 “지역문화 해설사가 이 곳에도 있었으면 아이들이 더 잘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했다.박물관이란 유물을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전시된 유물을 그냥 재미삼아 본다는 기본 개념과 달리 전시된 자료들에 대해 제대로 된 관람과 감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도 필요하다. 창조는 모방에서 온다는 말이 있듯이 무심히 보아 넘길 무디듯 한 유물에서 예술의 감성을 느낄 수 있고 그 영감으로 새로운 관점들을 창조해내는 것이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자신도 모르게 과거로의 여행에 빠져들게 하는 작지만 옹골찬 영일민속박물관. 이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에 대한 역사를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전문 해설사가 없음이 무엇보다 아쉽다.곧 갑진년 새해가 밝아 온다. 새해를 준비하는 차분한 마음으로 가족이나 지인들과 함께 산책하는 마음으로 가까이 우리지역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영일민속박물관을 한번 다녀가 보기를 권한다./박효조 시민기자

2023-12-21

머잖아 다가올 우리의 모습

청송군 파천면에 사는 아흔 살의 박씨 할머니는 오늘도 혼자서 벽을 보고 누웠다. 한숨소리가 벽을 친다.11살에 돌림병으로 하루아침에 어린 동생과 둘만 살아남았다. 살던 마을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녀와 동생은 친척 집으로 뿔뿔이 헤어졌다. 학교는 고사하고 잔심부름으로 뼈가 굳었다.16살에 청송으로 시집와, 어려운 살림에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녀. 나름 자식 농사에 성공했다고 자부하셨다. 그러나 최근 몇 해, 아들이 연락이 없다. 외면과 무관심으로 그녀는 한숨만 내쉬고 있다.천성이 밝아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그녀는 우울감에 빠진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전혀 딴판이다. 고생한 세월을 떠올리며 어디 내놔도 번듯한 아들이라고 자랑했다. 으쓱했던 어깨가 요즘은 움츠려 돌아눕는다. 아무 일 아니라고는 하지만, 입을 다문 그녀를 바라보는 이웃은 마음이 편치 않다. 크게 바라는 것도 아니고 전화 한통화면 벌떡 일어날 일이다. 전화 한 통, 따뜻한 말 한마디면 되는데, 같이 늙어가는 아들에게 그것이 어려울 만큼 어떤 일이 생긴 건가 하는 마음이 든다.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연시다. 젊은이들은 분주히 사람들을 만나며 바쁜 날들을 보낸다. 이럴 때일수록 외로이 방 한 귀퉁이를 지키는, 할머니와 어르신들은 더욱 쓸쓸해진다. 바쁜 일정 속에 잠시 시간을 내어 ‘어무이 잘 계시니껴? 진지는 잘 챙겨 드시니껴?’라고 전화 한 통만 해 준다면 그동안 얼어붙었던 마음이 눈 녹듯 녹을 것이다. 하지만 야속한 자식들은 오늘도 깜깜무소식이다.할머니의 외로움, 어르신들의 쓸쓸한 뒷모습은 머잖아 다가올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식들은 이런 사실을 생각도 못 한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듯 보인다. 돌아누운 할머니의 뒷모습에 이미 일흔이나 된 그 아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지금의 그의 행동을 그의 아들이 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을 일이 생긴 걸까. 할머니의 왜소한 어깨가 장차 다가올 자신의 모습이란 것을 모르는 걸까 생각하면 안타깝다.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할머니께 따뜻한 사랑의 처방전 ‘어무이, 밥은 드셨니껴, 오늘따라 어무이가 보고 싶어서 전화 했심더.’라고 전화를 한다면, 할머니의 축 처진 어깨가 단번에 펴질 것이다. 아흔 살의 박씨 할머니의 축 처진 어깨를 보면서 ‘내 자식들이 해 주기 바라는 것과 똑같이 네 부모에게 행하라’라던 테스 형의 명언을 떠올려 본다. /손정희 시민기자

2023-12-21

흰머리 할머니의 비애(悲哀)

“안녕하세요. 그간 잘 지내셨나요?” 예약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오셨다. 여느 때와는 달리 조금은 무거운 표정이기에, ‘어디가 불편하세요?’ 라고 여쭈었다. 시간 맞추어 집을 나서려니 생리적인 현상으로 긴장감에 변비가 말썽이라 성급히 약국에 가셨다고 한다. 약사에게 증상을 얘기했는데, 빠른 처방을 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다른 환자들은 아무도 없었다고 한다. 맘이 급해 재촉을 했더니, 본인이 더 바쁘니 기다리라고 데퉁스럽게 말했다고 한다. 흰머리 노인이라 업신여기는지 눈물이 날 만큼 맘이 불쾌했다고 하셨다.미국에서 30년 살다가 한국으로 오셨다기에 일명 LA할머니라고 부른다. 한국은 태어나고 자란 곳이지만, 낯선 땅 낯선 사람들. 어디 한곳에 정 붙일 때가 없다고 하셨다. 나이(연세) 84세. 미국에 있는 아들, 딸이랑 영상통화로 고독을 견디며 따뜻한 가족애를 느끼며 살아간다. 아들이 한국에 나오면 집안의 곳곳에 미루어 두었던 것을 손보고 정리한다고 한다. 거실등 교체, 샤워기 교체, 건전지 교체 등등. 남동생의 부인인 올케가 소개를 시켜 주었고, 가까이 있어서 가끔씩 안부를 한다고 하셨다. 디지털 시대에 대부분의 것들이 자동화기능에 맞추어 살아야 하니 쉽지 않다. 출입할 때 현관 비밀 번호 익히는데 반복연습, 장보기, 산책하기 등 여러 가지 안전을 전수 받았다고 하셨다. 신문화를 받아들이고 혼자 살아가기에는 다소 어설프기는 해도 문제는 없다고 하셨다.그런데,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 간의 문화 속에서 문제다. 한국인들의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상대를 배려하기 보다는 누군가에게는 상처를 주기 쉬울 수 있다. 있는 그대로만 봐 주면 좋겠는데, 혀를 차며 이야기보따리를 늘어놓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셨다. 젊은 시절부터 수영을 했었고, 나이가 들어 아쿠아로빅으로 바꾸었다고 하셨다.홀로 적적(寂寂)해서 경로당에 가면 며느리 흉보기, 아들 자랑, 손자 자랑, 돈 자랑에 귀가 시끄러워 싫다고 하셨다. 젊은이들 속에서 함께 운동 하는 것이 본인의 삶에 에너지가 된다고 하셨다. 흰머리 할머니가 뒷방구석 차지하고 있지 않고 젊은이들 생활 속에서 주책없다고 눈치 줄까 으레 걱정을 하셨다. 티나지 않게 무리 속에 섞여서 함께 운동 하고 싶은 맘뿐이다. 누군가는 가까이 다가와서 “연세가 어떻게 되냐? 대단하시네요”라고, 그 인사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고 하셨다.목욕탕 갈 때에도 본인이 가고 싶은 시간에 못 간다고 하셨다. 빈 공간에 자리를 잡아 앉으면, 힐끗 쳐다보며 옆으로 자리를 이동한다고 했다. 그래서 젊은이들이 밥하러 가는 시간, 즉 주부들이 집안일로 바쁜 시간을 틈타서 목욕탕에 가신다고 하셨다. 흰머리 할머니가 앉는 것이 냄새나고 싫어 할까봐서이다.인간은 누구나 세월을 거를 수가 없고, 연습도 반복도 없는 것이 인생이다. 하루해가 빠르게 저물듯 나이는 언제 이렇게 따라 붙었는지? 그들은 아무런 뜻 없이 쳐다볼 수 있지만, 연세 드신 어르신들은 눈치가 보이나 싶기도 할 만큼 살아보지 않아서 시민기자는 안타까움이 더 크다. 눈물을 훔치며, 털어놓으니 속이 시원하다고 하시며 말문을 닫으셨다. 누구나 겪어야 할 길인데. 노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야 따뜻하고 건강한 이웃이 된다./김영주 시민기자

2023-12-21

화폭에서 꿈꾸는 흰수염 고래와 나비

올해로 두 번째로 열린 G-아트마켓. 주최 한국수력원자력, 경주문화재단 주관, 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 운영으로 열린 행사로 지난 13일부터 5일간 경주예술의 전당4층 갤러리 해에서 진행되었다. 험지에서 각개전투중인 지역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으며 작가별 개별 부스 형태로 진행된다. 한 해 동안 부지런히 가꾸고 키운 작품들을 내보이기 위해 29명의 작가들과 1개의 갤러리가 나섰다. 명제표 옆에 작가도 구경하는 이도 기분 좋게 만드는 붉은 딱지들이 제법 붙어있다.그 중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참여한 꽃님 작가를 만났다. 그림 속 파란 고래처럼 시원한 웃음을 가진 작가. 친숙하면서도 바로 기억에 남는 이름이다. 꽃님 작가는 지역 내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중 한 명이다.작가에게도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과 육아라는 과정 속에서 쉬어가던 시기가 있었다. 그 무렵 참여한 전시회를 통해 전환기를 맞게 되었다. 할로겐 조명 아래 반짝이는 작품을 보자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일렁였다. 그 일렁임은 열정으로 바뀌었고 그 이후 쉬지 않고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의 작품은 크게 흰수염 고래와 나비로 나눠진다. 둘은 자유를 상징한다. 하늘을 사는 나비, 바다를 사는 고래. 각자는 다른 공간 속에서 머무르다 때때로 한 공간에서 조우해서 꿈의 세계를 넓힌다.화폭 속에서 수많은 고래들이 바다 위를 헤엄치고 다닌다. 지구상 가장 큰 포식자 흰 수염고래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엄을 가지고 있다. 하늘로 치솟을 것 같은 블리칭 동작을 통해 생명에 대한 경이로움과 자유를 표현했다. 바다는 꽃밭이 되기도 하고 자작나무 숲 혹은 제3의 세계가 되기도 한다. 고래들의 공간은 한정되지 않고 그녀의 상상 속에서 끝없이 펼쳐진다.꽃길 시리즈에서 나비는 몽환적인 꽃밭 위를 날아다니며 보는 이를 꿈꾸게 한다. 다양한 재료에 대해 실험하길 즐기며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그는 버팀 시리즈와 안정 시리즈에 대해 이어 설명했다.버팀 시리즈는 한지라는 매력적인 재료로 개인적으로 힘들었을 때 시작된 작업이다. 여러 겹의 한지에 여러 재료와 기법들로 거칠게 표면을 만들어냄으로 당시 그녀의 시간을 표현했다. 안정 시리즈는 뿌리를 박고 굳건히 버티는 나무로 안정과 꿈의 결실을 맺길 바라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작가는 고래와 나비가 되어 화폭 위를 채워나간다.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는 행위는 결코 쉽지 않지만 관람객, 주변 작가들의 조언과 작품에 대한 좋은 평이 영양제가 되어 힘을 준다고 한다. 그림 속에 빠져 자신조차 잊어버리는 순간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는 꽃님 작가. 처음 미술대 진학을 결정한 것도 ‘그냥’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좋아서였다고 했다. ‘그냥’ 만큼 순수하면서 강한 말이 있을까.끝으로 그녀에게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을 물었다. 멈추지 않기. 꾸준히 이어나가길 스스로에게 바란다. 쉽지 않은 작품 활동의 길이기에 중단 없이 끝까지 종주할 수 있기를. 그리고 한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폭넓은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했다.시공간의 제약 없이 세상을 힘차게 유영하는 작품 속 푸른 고래와 나비처럼 그녀의 삶도 그러하길 바라본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19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영덕도서관의 12월은 결실의 달이다. 이곳에서 열어놓은 여러 강좌에 참여한 회원들의 노력이 책이나 자격증으로 태어난다. ‘당신의 일상이자 습관이 되는 영덕도서관’이라는 운영 지표로 안상기 관장을 비롯한 직원이 가족 같은 분위기로 군민들의 문화생활의 큰 부분을 담당한다.2023년 가을학기에 시작한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라는 제목의 강좌에 열 명의 회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썼다. 매주 한 가지 주제로 좋은 글 한 편 읽은 후 자신의 경험을 서로 이야기한다. 기억나지 않던 일도 다른 사람의 사연을 듣다 보면 다시 떠올라 좋은 글감이 된다. 그렇게 수필을 쓰고, 시를 써서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12월 15일 마지막 수업에 출판기념회를 했다. 안상기 관장님의 영덕 군민 모두가 글을 쓰면 좋겠다는 축사로 시작해 한 번도 빠지지 않은 박숙희씨와 황숙현씨는 개근상을, 문집에 회원들 사진 대신 초상화를 그려준 김영해씨는 공로상을 받았다. 창포말 등대 근처 마을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오시는 권숙님은 가장 연장자이면서도 가장 열심히 글을 썼다. 도서관에서 책거리 떡을 준비해 주었고, 귤 한 상자를 들고 오신 분, 책 제목을 케이크에 써서 맞춰 온 분으로 인해 분위기가 한층 더 끓어올랐다. 도서관에서 배운 기타 연주로 분위기를 띄운 분도 있었고 다과와 선물로 풍성한 출판기념회를 완성했다.많은 회원이 도서관에서 하는 다른 수업도 듣는다고 했다. 그림그리기와 독서 모임, 매주 첫째 금요일 오전 그림책동아리에서 공부하고 도서관 부모 교육 우리 아이 글쓰기 코칭 그림 편지 수업도 참여한다고 했다. 또 시간 될 때마다 작가 특강에도 참여해 자기개발에 도움이 된다고 도서관이 사랑방이라고 전했다.이렇게 평생교육으로 모여 수강한 강좌에서 즐거움을 느끼면 곧 동아리로 다시 모인다. 도서관에서는 이런 회원들의 의견을 모아 모임 장소와 강사를 지원하는 등의 적극적인 후원을 한다. 도서관의 지속적인 관심으로 지역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경북도교육청 영덕도서관은 8만2천여 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는 연간 8만여 명이 찾을 만큼 지역 문화의 중심 공간이었다. 위치가 영덕읍 중심지에 있어 군청, 교육청, 경찰서, 법원 등 주요 관공서와 가까워 접근성이 좋다. 또 야성초등학교와 영덕중학교가 코앞이라 1층 도서관 입구 얼음이 나오는 정수기 앞에 학생들이 참새들처럼 들렀다 가기도 한다. ‘책동무 독서회’는 매주 수요일 방과 후에 독서토론과 독서 체험, 글쓰기 지도 등 초등학생들의 독서 습관 형성과 다양하고 독서 활동으로 책앞으로 아이들을 이끈다. 그리고 그림책 작가 연구 및 작품분석, 자녀교육, 영화, 미술 등의 인문학까지 책을 매개로 동아리로 모여 공부하며 다양한 정보를 나눈다.영덕교육지원청은 영덕도서관을 신축해 2024년 경북도교육청 영덕도서관으로 개관할 예정이다. 신축 도서관의 강점은 1층 어린이 자료실이다. 경북지역에서 최고로 꼽힐 만큼 넓은 면적과 고품질의 다양한 도서,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인테리어가 돋보인다는 평가다. 또 3~4층에 있는 종합자료실에는 일반인들의 꿈을 키울 수 있고 책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전용 공간이 마련된다. 20~50대 주민을 위해 안락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카페에 버금가는 환경과 양질의 도서를 비치할 계획이며 실버세대의 독서를 장려하고자 큰 글자 도서와 신문 등을 볼 수 있는 장소도 준비한다. 또 전국 최초로 도서관 건물에 북 드라이브 스루를 설치해 코로나19 시대 이후의 도서관 이용 문화를 선도할 것으로 보인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19

경북의 서낭당을 찾아 사진을 남기다

안동사진동호회는 사진작품 활동을 통해 사진예술과 향토문화 발전에 기여하고자 1981년에 창립한 안동의 대표 예술동호회다. 창립해에 가진 창립전시회를 시작으로 매년 회원전을 갖고 매월 월례회와 촬영회를 통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특히 안동사진동호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매년 개최하는 회원전의 주제를 지역의 문제와 이슈, 사라져가는 민속과 문화 등을 선정해 담아내어 지역 문화계의 파동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오늘의 농촌’, ‘댐에 남은 이야기’, ‘안동의 옛집’, ‘도청 이전지’ 등을 주제로 회원전을 개최했다.또한, 1995년 안동시군 통합원년 안동의 모습을 기록한 ‘안동 1995’, 풍천면 가일마을의 사계를 남은 영상기록보고서 ‘가일 2003’을 발간하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해 왔다.이번 창립 40주년 기념 사진집에는 지난 12월 5~10일 안동문화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제43회 사진전에 공개된 100여 점의 사진 외 2년 동안 카메라에 담아낸 경북 지역의 서낭당을 지역별로 묶어냈다. 2010년에 발간한 창립 30주년 기념 사진집 ‘안동을 기억하다’에는 30년간 안동의 사람, 풍경 등 생활밀착형 사진을 담아냈다면 이번 ‘신들의 거처 서낭당’에는 사라져가는 민속, 서낭당의 모습을 담아냈다.코로나19로 당초 계획보다 2년 늦었지만 마을을 수호하는 서낭당(성황당)의 현재를 기록하느라 안동, 문경, 영덕, 영양, 봉화 등 경북 지역 10개 시군 141곳의 서낭당으로 매월 발품을 팔아 사계절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아낸 회원들의 노고가 돋보이는 작품집이다.김복영, 임세권, 윤태권, 김영석, 권일혁, 오기석, 이정희 등 18명의 회원이 참여했으며 특히 작품집 발간을 채 보지 못하고 지난 10월 작고한 창립회원 권찬규(96)씨의 영덕군 창수면 서낭당 사진이 표지를 장식해 아련함을 더했다.이건우 회장은 “눈이 오고 비가 오는 상황에서도 서낭당을 담기 위해 열심히 다녔으며 허물어져 가는 서낭당이 많아 안타까웠다. 사람들의 관심 속에 잘 보존될 수 있도록 이번 사진집을 통해 서낭당에 담겨있는 이야기와 가치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마을과 마을주민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며 치성을 드렸던 서낭당. 과거의 모습에서 변화한 현재의 모습까지를 가감 없이 담아낸 사진집 ‘신들의 거처 서낭당’을 통해 마을 어귀에서 노목과 오랜 세월 희로애락을 함께한 서낭당이 갖는 의미와 우리의 풍속을 되새겨볼 수 있을 것이다./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19

학령인구 절벽 시대, 내실 있는 적정규모학교 활성화해야

학령인구 절벽 시대, 적정학교의 육성 정책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교의 통폐합이 당면 과제처럼 되고 있고 복식학급이 공존하는 등 여러 가지로 교육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경북의 상황을 보면 초등학교 입학생 수가 내년도 1만7천413명으로, 올해 1만8천 802명에 이어 2년 연속 2만명 아래로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올해는 초등학교 입학생을 받지 못한 곳도 본교 18곳, 분교 14곳을 포함해 32곳으로 나타났다. 그중 3년 동안 신입생이 없는 학교도 있었고 입학생이 1명인 학교를 30곳을 포함해 10명 이하인 학교도 경북이 최다였다.학교의 학생 수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학령인구의 감소 문제는 유치원과 초등학교 폐교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경북에서는 초등학교 2곳, 공립유치원 2곳과 사립유치원 5곳이 문을 닫았다. 이처럼 학교의 폐교가 지역소멸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통폐합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소규모 학교에 대한 정부의 정책의 기조는 ‘통폐합’이다. 이유는 작은 학교 여러 개를 하나의 일정 규모 이상의 학교를 만들면 예산뿐 아니라 교육과정도 효율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인 정적규모의 학교육성사업은 단순히 소규모 학생을 가진 학교의 통폐합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통폐합과 함께 신설 학교 대체 이전 재배치, 학교 통합 운영 등을 포함하고 있다. 경북교육청에서는 지난 2018년부터 현재까지 적정규모의 학교 육성을 추진한 결과 폐교 30교, 신설 대체 이전 3교 분교장 개편 1교 등 총 34교를 통폐합 추진해 교육부로부터 1천80억원의 인센티브를 지원받았다. 또 2019년부터 작은 학교 학구제를 시행하고 있는 경북교육청은 꾸준히 큰 학교에서 작은 학교로 유입되고 있고 초등학교까지 그 범위를 넓혀 추진한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통폐합은 어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유는 작은 학교이지만 교육활동이 잘 이뤄지고 있어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이 높은 편이어서다. 그러면 단순한 통폐합이 아닌 내실 있는 적정규모의 학교가 돼야 한다. 적정규모의 학교 육성이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동문, 지역사회 등 이해 관계자들의 공감대 형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적정규모 학교의 우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경기도 포천에서는 3개의 초등학교를 통합한 포담초등학교가 문을 열었다. 이는 3개 초교 학부모를 상대로 적정규모학교 육성계획에 대한 설문조사 실시, 89.1%의 찬성을 얻어 추진의 방향을 잡았다. 폐교 위기에 처한 초등학교를 통합해 신설학교를 설립해 적정규모의 학교 정책이 빛을 본 사례이다. 경남 남해와 전남 곡성은 성공적인 통폐합 사례로 꼽히는데 남해에서는 100명 이하의 5개 초등학교를 1개교로 통합해 연간 8억원의 재정 절감과 교육과정 운영 정상화라는 효과를 거뒀다. 곡성에서는 군 단위의 전제학교를 재구조화, 유·초·중·고 전체 28개교를 14개교로 통폐합해 연간 63억원을 절감했다.두 자녀를 키우는 김 모 (45·포항시 북구 송라면)씨는 “해마다 입학생이 줄어들면서 아이가 다닐 학교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 생각한다. 작은 학교는 선생님들이 복식학급으로 교육과정운영에 어려움도 겪고 있다. 통페합이 대세라면 무엇보다 학부모와 교육청과의 소통을 통한 내실 있는 적정규모학교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고 말했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19

노거수(老巨樹)를 사랑하는 사람들

풀은 대지의 영양분을 빨아들이며 질긴 생명력을 유지한다. 여름내 햇빛과 물로 활발히 광합성 작용을 하며 유기물을 만드는 한해살이풀은 가을이면 품었던 씨앗을 뱉어내고, 자라면서 두 배가 된 유기물을 아낌없이 대지에 돌려주고 간다. 그 유기물을 먹는 나무들은 천년을 살아간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회화나무 등 온갖 풍파 견디며 300년을 훌쩍 넘긴 노거수들이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워 모인 노거수를 사랑하는 사람들. 1991년 포항 청하 기청산식물원에서 시작되었다.㈔노거수회의 슬로건은 ‘숲과 마을은 생명공동체’이다. 숲은 마을 입구에 조성되어 외부인으로부터 마을이 잘 보이지 않게 가려주고 북서풍을 막아주며 숲 나무들의 얽힌 뿌리는 휘몰아치는 폭우로 인해 마을의 도랑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준다. 추위도 더위도 오롯이 버티며 수백 년을 살아가는 나무가 하늘에 닿을 듯이 키가 20여m를 넘어서는 노거수가 되면 보이지 않는 생명의 기운이 안테나가 되어 사람들의 소원을 하늘에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도 한다. 우리 선조들은 수백 년이 지나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노거수에게 풍요와 다산(多産)을 빌었다. 예부터 동양은 치도(治道)의 근본이 치산치수였으니 산을 다스려 물을 다스리고 그 물을 다스려 농사가 잘되면 백성이 잘 살 수 있었으므로 산과 마을의 나무를 함부로 하지 않았다. 전통이 있는 마을은 숲이 잘 보존되지만 사람들이 떠나 마을이 쇠락하면 숲도 함께 흉하게 되니 숲과 마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생명공동체이다.지난 주말 노거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노거수 보호사업의 일원으로 포항시 죽장면에 있는 매현마을 숲을 찾아 퇴비 50포를 뿌렸다. 당산목인 500년 이상 된 느티나무와 100년 이상 된 느티나무 10여 그루, 갈참나무, 고욤나무, 말채나무 등이 있는 이 숲은 포항시와 (사)노거수회가 마을주민과 한마음 한뜻으로 ‘마을 숲 회복사업’을 진행한 곳이다. 우거진 숲에 체육, 유희시설의 유입으로 한여름 피서객들에 의한 답압(踏壓)이 극심한 곳에 뿌려진 퇴비가 유기물 역할을 하면 습기를 유지하게 되어 지렁이와 작은 생명체들이 살아가며 땅을 푸슬푸슬하게 해주니 노거수는 편안히 영양을 공급받는다. 합덕리 비술나무와 현내리 느티나무도 찾아가 물과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세근(細根)이 많은 부분에 고형복합비료를 깊지 않게 묻어주었다.산림청에서는 보호수의 문화 자원화와 국민적 관심도 제고 방안으로 노거수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올해의 나무 콘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 우영우의 팽나무를 문화재청에서 천연기념물로 실제 지정한 것처럼 막연히 지정해서 보호하는 것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유명한 나무로 만들어 테마관광,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키우면 나무를 궁극적으로 보호하게 된다는 개념이다. 나무는 하나의 생명체이며 다양한 것들을 사람에게 준다, 생태적으로도 나무에 찾아오는 새와 곤충과 작은 생명체들에게는 나무 한그루가 그야말로 숲이다. 조상들이 잘 가꾸어 온 노거수를 후손들도 누릴 수 있도록 우리 대에서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노거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하나같은 마음이다. 사라져가는 노거수의 안위(安危)를 누구보다 우려하는 강기호 박사를 주축으로 지금 (사)노거수회는 산림청의 움직임에 발맞춰 노거수에 얽힌 역사와 신비한 영험 등의 스토리텔링을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들과 함께한 주말은 마음이 참 따뜻했다./박귀상 시민기자

2023-12-14

왜 결혼 안 해요?

결혼 자금 부족, 출산과 육아 부담, 결혼에 대한 필요성 느끼지 못함,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한 선택적 비혼….20대 후반부터 30대의 미혼이라면 가족과 친척을 넘어 지인들에게도 ‘언제 결혼하느냐’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학원 강사인 시민기자는 이제 학원 아이들에게도 자주 듣는 말이 되었다.“선생님 남자친구 있어요?”“응, 있지.”“거짓말하지 마세요. 있으면 결혼했겠지. 왜 결혼 안 해요?”“선생님이 결혼을 하려니 돈이 부족해요. 영훈이가 좀 보태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좀 보태줄 마음이 있나?”“제가 왜 보태줘요. 그럼 돈 있으면 결혼 할 거예요?”“근데, 선생님이나 선생님 남자친구나 30년 넘게 다르게 살아왔는데, 같이 살면 서로 너무 달라서 맨날 싸우면 어떡하지?”“맨날 싸우면 그냥 맨날 싸우면 되는 거죠. 우리 엄마, 아빠도 자주 싸워요.”“그럼 애기를 낳았는데, 영훈이처럼 말 안 듣고 맨날 용돈 달라고 하면 어떡해?”“저 엄마 말 잘 들어요. 학원에서만 그렇지. 그리고 용돈은 심부름 할 때마다 준다고 하면 되죠.”“그러면 선생님 애기 키우느라 영훈이랑 수업하러 못 와서 돈도 못 벌면 어떡하지?”“에이, 그야 벌어놓은 돈으로 아껴 쓰면 되죠. 그리고 선생님 애기가 저처럼 크면 다시 일하면 돼요. 우리 엄마도 일해요.”“그런가? 그래도 결혼하기 싫으면 어떡하지?”“선생님, 그럼 남친이랑 왜 사겨요. 남자친구 불쌍해요. 빨리 헤어지세요.”아이들 이야기에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결혼이 부담으로만 느껴지는 20, 30대 층에서 선택적 비혼이 늘고 있다.‘연애는 좋은데, 결혼은 싫어.’, ‘외롭긴 하지만 그걸 결혼으로 극복하고 싶진 않아.’라고 생각하며 자기 개발이나 취미활동, 반려동물 키우기와 같은 방법으로 결혼 이외의 자신의 길을 걸어간다. /김소라 시민기자

2023-12-14

시골 배 여사의 김장하기

“봄부터 멸치젓을 담그고 여름에는 마늘을, 가을에는 빛깔 좋고 맛있는 고추를 사서 저장해놓고 나니 겨울이 시작된 지금은 김장 준비로 바쁘네요. 올해에는 물가가 많이 올라 김장 비용이 많이 들 거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김장철이 되니 무와 배추 값이 많이 안정이 된데다 해마다 김장을 하는 양이 줄어 이래저래 부담이 많이 줄었습니다.”경북 봉화에 귀농한지 8년차의 배재순씨는 매년 이맘때면 김장을 하는데 올해는 갑자기 시댁 형제들이 같이 김장을 하기로 했다. 얼마 전 맏시누이와 통화를 하다 서로 나이 들어가는데 얼굴이라도 한번씩 보고 살자는 말에, 이참에 넓은 마당이 있는 시골 봉화에서 김장을 핑계로 같이 모이자고 한 것이다. 육남매 부부가 다 모인다고 하니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잠자리며, 식사며 또 김장준비는 뭘 얼마나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마침 맏시누이가 이것저것 알아서 챙긴다. 누구는 젓갈을, 누구는 김장 속 넣을 생선을, 누구는 다시 물 낼 재료를, 누구는 고춧가루를, 또 누구는 굴을 이런 식으로 역할분담을 해주니 시골에서는 무, 배추 그리고 같이 모였을 때 먹을 음식만 준비하면 되니 수월하게 일이 진행된다.남편이 평소 이웃과 잘 지내 온 덕에 무와 배추를 심지 않았지만 이웃에서 그냥 얻어온 무 배추가 김장을 하고도 남아 썰어서 무말랭이로 말리기도 하고 저온창고에 내년 봄까지 먹을 수 있게 저장도 한다.마침내 모이기로 한 날짜가 다가왔다. 토요일에 모이기로 했는데 금요일부터 바쁘다. 오전에 마트 가서 사 온 소머리는 핏물을 빼기 위해 물을 부어 우려 놓고, 배추는 다듬어 넓은 욕실에다 절여 놓고, 마늘도 두 접이나 까서 준비를 해놓는다.토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배추절인 거부터 한번 뒤집어 주고, 손님맞이 이부자리도 점검을 하고, 남편은 가마솥에 소머리를 삶기 시작한다. 소머리는 소주 한 병과 생강을 넣고 한소끔 끓인 국물은 모두 버리고, 고기는 꺼내서 뼈와 기름기 있는 걸 모두 가려낸 다음, 맑은 물을 붓고 소주와 생강 그리고 약간의 커피를 넣고는 물렁하게 익을 때까지 세 시간 정도를 푹 끓인다.오후가 되니 손님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먼저 온 막내부부가 절인 배추를 씻어 물기를 빼놓고, 양산서 출발한 동생도 오자마자 소머리 손질하는 걸 거들고 부산에서 도착한 시누이는 다시 물 준비에 바쁘다. 왁자지껄 시종 웃음이 넘치는 속에 각자 맡은 역할에 분주하다. 저녁만찬으로 종일 준비한 소머리수육을 푸짐하게 내놓았더니, 모두들 맛있다며 빠른 속도로 젓가락이 움직인다. 쫄깃쫄깃, 오돌오돌, 그냥 살살 녹는 듯이 맛있다. 소머리수육이 이렇게 맛있는 줄 미처 몰랐다며 칭찬 일색이니, 준비 하느라 애쓴 남편 표정이 아주 흐뭇해 보인다.드디어 김장을 하는 날. 늦잠 자는 이 없이 모두들 일찍부터 어수선하게 설친다. 바깥 기온이 차서 데크 위에 있던 탁자를 거실로 들여와 그 위에 비닐을 깔고 양념 버무릴 채비를 하니, 바닥에 앉아서 하는 것 보다 아주 편하고 좋다며 모두들 대만족이다. 여자들은 양념을 버무리고, 남자들은 배추꼭지를 따고, 무도 썰고, 갖다 나르기도 하면서 여자들이 시키는 대로 뒤치다꺼리를 해주니 진도가 엄청 빠르다. 막 버무린 김장에 싱싱한 굴을 싸서 한입 넣으니 이게 또 꿀맛이다. 양념으로 빨갛게 칠해진 입을 보며 서로 웃고 농담도 하니 모두들 정말 즐겁다. 양념에 버무린 배추는 속에다 미리 준비한 갈치와 가자미를 한 토막씩 넣어서 김치 통에다 차곡차곡 담는다.이렇게 해서 시끌시끌하면서도 즐거웠던 김장은 끝이 나고…. 각자 가지고 온 김치 통을 챙겨서 한꺼번에 왕창 빠져나가고 나니 배씨 가슴 한켠엔 왠지 모를 허전함이 인다. “내년에도 봉화에서 같이 김장을 해야겠다”./이동주 시민기자

2023-12-14

국화 사랑 김원영씨… 잠을 부르는 국화

국화 효능을 살펴보니 만병통치약인 듯하다. 소화, 안정과 진정, 감기, 시력, 혈액 순환, 피부, 해독, 혈당, 염증, 간과 뇌, 콜레스테롤, 면역력, 호흡기, 심장에 두루 좋다니 말이다. 의성에는 국화 베개로 불면을 다스리는 사람이 있다. 김원영씨사진다. 농업기술센터에서 퇴직하고, 고향에서 소일삼아 온갖 농사를 짓는다. 평생 농사법을 익히고 지도하였으니 정통하다.국화는 씨앗이 없단다. 봄에 새싹을 한 삽씩 떠서 가식했다가 40cm 간격으로 밭에 옮겨 심으면 된다. 수입은 그리 기대할 수 없다. 다만 고추 농사보다는 낫다고는 한다. 말린 국화 600g(1근) 가격은 2만7천원 쯤 한다. 한 사람이 하루 6근 정도를 딸 수 있으니 일당은 16만2천원 가까이 된다.그나마 국화는 고추 농사에 비하면 품이 덜 든다. 심어놓으면 별 탈 없이 수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고추는 여름 땡볕에 일여덟 번 따는 데 비하여 국화는 가을에 세 차례면 끝이다. 말리기도 편리하여 고추 자동 건조기에 말려 읍내 가게에 내다 팔면 된다.발견과 발명은 우연한 기회에 온다. 김상영씨는 건조기를 고추에 맞춘 고온에 국화를 말린 적이 있었다. 하나, 꽃이 갈색으로 변색해 시중에 팔 수 없게 됐다. 그는 할 수 없이 국화로 베개를 만들어 봤다. 그런데 이 베개가 진가를 발휘하였다. 불면을 잠재우기에 직방이었던 게다.불면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고는 논할 수 없다. 김원영 씨도 한때 심한 불면증을 겪었었다. 그의 하소연이 이를 증명한다.“잠과의 전쟁을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마 몇 십 년 전부터였을 거다. 잠이 오면 자고 오지 않으면 안자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잠 못자 한 밤 중에도 뽀스락거리니 옆에 있는 아내도 덩달아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아내를 피하여 안방에서 거실로 이사 나온 이유도 불면의 밤 때문이었다.”“하루에 잠을 두세 시간 자는 게 일상화되니 7~8시간 잤다는 얘기는 먼 나라처럼 여겼다. 한밤중에도 저절로 눈이 떠져 버리고 한번 깨면 끝이다. 새벽 너덧 시에 겨우 잠들 때도 많았다.” “국화가 잠 잘 오게 한다는 얘기는 주워들었지만, 귓결에 흘렸다. 그러나 국화 베개를 만들어 벤 이후엔 정말 신기하게도 잠이 잘 왔다. 매일 꿀잠을 잘 수 있었다. 커피를 마셨는데도 쉽게 잠을 잤다. 신기하고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대박이었다. 나 혼자 비결을 갖고 있기보다는 국화 베개를 소개함으로써 불면에 시달리는 분들에게 꿀잠의 기회를 드려봐야겠다고 생각했다.”김원영씨는 이웃에게 국화 싹 나눔을 즐긴다. 재배는 물론 국화 베개 만드는 법을 공유한다. 그가 전하는 국화 베게 만드는 법이다. 국화를 따서 소금물에 담갔다가 건진 뒤 건조기에 넣고 말린다. 줄기와 잎도 썰어 함께 건조한다. 이후 국화 줄기와 잎과 꽃을 적당한 비율로 혼합하여 베개를 만들면 된다. 건조가 덜된 걸 사용하면 벌레가 일거나 짠 내가 나니 피해야 한다. 밥이 보약이듯 잠도 그에 못지않다. 국화 베개로 불면의 찌뿌등함에서 벗어나 보자./김상영 시민기자

2023-12-14

“봉화 분천산타마을에 산타할아버지 오신다”

12월하면 제일 먼저 크리스마스가 떠오른다. 감성으로 맞이하는 하얀 눈이 아름답고 어린이들은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는 12월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설레는 마음으로 특별한 추억을 남기고 싶은 그런 날이기도 하다.봉화 분천산타마을이 16일 개장해 내년 2월 12일까지 59일간 운영된다. 봉화군 소천면 분천역 일대에서 산타마을이 운영되며, 올해는 특별히 핀란드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에서 공인 산타클로스가 방문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16~17일과 크리스마스 연휴인 23~25일 ‘핀란드 산타방’을 운영해 산타와 함께 사진 촬영, 깜짝 선물증정 등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게 된다. 핀란드 공인 산타와의 만남을 자녀들과 함께 할 좋은 기회다.겨울왕국 핀란드 로바니에미에는 산타마을이 있고, 산타클로스 종주국으로 자칭한 핀란드인 만큼 로바니에미 산타마을에는 ‘공식 산타’가 있다. 관광객들이 핀란드 로바니에미를 찾는 이유는 거의 대부분 산타마을 때문이다. 로바니에미는 북부 라폴란드 지역의 중심도시로 우리들에게는 산타클로스의 도시로 잘 알려진 곳이다.일 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는 곳인 로바니에미에서도 산타를 보기 위해서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서는 돈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산타클로스 빌리지에는 선물상자가 가득하고, 요정들이 관광객과 어린이들을 맞이하고 담소도 나눈다.성탄절이 되면 착한 어린이들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빨간 옷을 입고 순록이 끄는 설매를 타는 산타가 전 세계의 아이들을 찾아가 선물을 준다. 이는 크리스마스의 상징이기도 하다.바로 이 아이들의 꿈의 대상인 산타할아버지가 봉화 분천산타마을에 오는 것이다.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많은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 주고, 어른들에게는 동심으로 돌아가는 설렘을 주기 위해 핀란드 공인 산타가 분천산타마을 등 봉화군 여러 곳을 방문할 예정이다.16일 개장식을 위해 ‘레노와 친구들 마칭밴드’, ‘안동MBC 어린이합창단’, 이보람, 우디 등이 준비한 축하공연이 준비됐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마술사인 쇼갱의 서커스쇼를 비롯해 실시간 사운드 퍼포먼스, 클로즈업 마술쇼 등을 선보인다. 싱잉엔젤스 어린이합창단, 혼성 5인조 팝재즈 아카펠라 그룹 제니스, 가수 탑현 등이 꾸미는 음악 콘서트도 열릴 예정이다.핀란드 공인 산타가 봉화 분천산타마을에서 꿈과 희망을 어린이들에게 선물할 특별한 시간을 기다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12

작은 책방이 살아야 지역문화가 살아난다

작은 책방을 다녀왔다. 포항역 맞은편 아파트 상가 3층에 조용하고 아담한 ‘책방 그린’이 있다. 그림책을 주로 판매하는 곳이다. 이런 서점을 독립서점으로 분류한다. 독립서점이란 전통적인 의미의 서점과 달리 학습지와 참고서를 판매하지 않고, 책 판매 외에 음료·문구 등을 판매하거나 큐레이팅·문화 활동 등의 서비스를 병행하는 서점을 일컫는다. 마을이나 동네를 지역적 기반으로 삼아, 지식과 문화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책방 그린에서도 그림책 작가를 초대해 북토크를 열고, 매월 셋째 주 수요일 저녁 7시에는 그림책 독서 연구회로 모인다. 그림책을 좋아하는 선생님들이 많고 일반인도 여럿이다. 곧 그림책 필사 모임도 만들 계획이다. 오전에 서점 한 칸을 소모임 장소로 빌려주기도 한다.수도권과 제주도가 독립서점이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이다. 이런 서점은 얼마나 많을까? 언제부터 늘어났을까?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 친구들과 만나려면 미리 장소와 시간을 정해서 만나야 했다. 버스 정류장에 있던 경북서점, 포항문고, 학원사 앞이 만남의 장소였다. 모퉁이마다 있던 동네 서점이 하나둘 자취를 감추더니 대형서점도 견디지 못하고 사라졌고, 그중에 학원사만 아직 명맥을 유지 중이다. 그렇게 줄어들던 것이 몇 해 전부터 다시 늘어났다. 일반 서점보다 작은 책방 같은 독립서점이 늘어서 전국 서점 4곳 중 1곳은 독립서점이라는 통계다.한국서점협회에서 2022년에 나온 통계로 전국의 책방이 2천528개이다. 그중 23.5%인 594곳이 작은 책방이다. 또 눈에 띄는 점은 수도권 위주로 들어서던 것이 지방으로 번지는 추세다. 도시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귀촌하여, 지역에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을 작은 서점을 운영하면서 실현하려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포항에 문을 연 독립서점은 양덕에 위치한 책방 수북과 리본 책방, 오천의 지금 책방, 유강의 그림책 방, 효자 시장의 달팽이 책방, 송도의 두근두근 그림책, 흥해의 책방 그린, 효자의 민들레 글방(무인책방) 등이 있다. 그중 책방 그린 대표를 만났다. 숲유치원을 운영했던 경험에서 숲의 ‘그린’과 꿈을 ‘그리다’ 두 가지 뜻의 그린이 책방 이름이 되었다. 로고나 작명 센스가 돋보인다. 2023년 5월 어린이날 즈음 문을 열었다. 그림책 전문 서점이라 특별히 그날로 정했다.경기도 분당에 살다 고향인 포항으로 내려와 전직인 유치원 교사의 경험을 살려 어린이집 원장이 되었다. 아이 가르치는 게 천직 같아서 자신의 아이도 함께 키울 겸 시작한 일이었다. 사춘기 전에 아이들과 시간을 갖고자 안식년 겸해서 생업을 정리하고 1년 살기를 시작했다. 제주도를 제대로 즐기자 해서 오름, 맛집,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아이와 책방에 가기도 하고 혼자 책방을 하나씩 방문하기 시작했다. 첫 책방이 풀무질이라는 곳인데 책방 투어 지도를 추천해 주셨다. 그 지도를 들고 도장을 찍으러 제주도를 한 바퀴 돌며 보고 느낀 경험으로 지금 책방을 열었다.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4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사업설명 자료’를 보면, 2023년 8억3천100만 원이었던 지역 서점 활성화 예산이 1억6천만원으로 대폭 삭감됐다. 그 예산조차 ‘지역서점 통합전산망 POS 지원’ 명목으로만 책정됐다. 이에 따라 ‘지역서점 문화 활동 지원’이나 ‘지역 서점 포럼 개최’ 등과 관련한 정부 지원은 사라지게 됐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겨우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독립서점이 제대로 걷지 못하고 사라질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12

편안한 힐링의 공간 울진 구수곡 휴양림

울진군 북면 상당리에는 자연휴양림인 구수곡 휴양림이 있다. 아홉 물줄기가 아홉 가지 경치를 보인다는 뜻을 가진 구수곡은 18개의 늪과 10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절경을 이루며, 가을 단풍의 명소로도 유명하다. 물론, 겨울날의 쓸쓸하지만 평화로운 풍경도 사람들의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그곳엔 천연기념물인 산양 등 야생 조수가 서생하고 있으며, 소나무와 박달나무 등이 자란다. 휴양 시설은 계곡 초입에 위치하고 있으며, 각 숙박시설마다 주차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날이 추워져서 물이 많진 않았지만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며 산책로를 걸으니 힐링하는 느낌이 든다.응봉산 정상까지 6개의 등산로와 4코스의 생태숲길도 조성되어 있다. 소나무, 대나무 숲과 볼거리들이 많아 지루하지 않으며, 산책로마다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가족들의 추억을 사진으로 남기기 좋았다.숲속의 집, 2,4,6인실로 이루어진 연립동과 12인실로 단체 숙박을 할 수 있는 숲속교육장, 야영장 등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야영장은 짐을 직접 걸어서 옮겨야 한다. 야영장 한 편에는 멋진 구름다리가 있으며, 그 아래에는 물놀이장이 있어 여름철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기도 한다.숲속의 집 아래에는 야생화단지도 있고, 축구 등의 공놀이를 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응봉산과 덕구온천이 있어 등산과 온천욕을 즐기는 사람들이 자주 휴양림을 찾기도 한다.휴양림 인근에 있는 금강송문화관에서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울진 금강송을 직접 체험할 수도 있다. 조용하게 휴양하기 좋은 장소를 찾는 관광객들이 있다면 구수곡 휴양림을 방문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사공은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12

가정폭력 늘어나는데 줄어든 예산, 막막해진 피해자 보호

최근 정부가 가정폭력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내년도 여성폭력 관련 예산을 줄여 이를 운영하는 기관들의 피해자 보호가 막막해졌다.구체적으로 정부에서는 내년 가정폭력 상담소의 지원 예산을 84억4천만원으로 세웠다. 이는 올해116억4천만원보다 32억원 줄인 예산이다. 이 예산으로 전국 128개의 상담소를 지원하겠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다. 이 때문에 광역자치단체인 대구에서는 가정폭력 피해자 치료와 회복을 돕는 임시 거처 역할 ‘쉼터’ 예산마저 절반으로 크게 줄여 운영기관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경기도를 비롯해 전북과 제주 등에서도 관련예산이 줄어 운영기관들이 막막함을 토로하고 있다.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예산은 줄었지만 가정폭력은 전국적으로 한 해 평균 22만건으로 적지 않은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피해자 또한 17만1천760명으로 그중 12만명 이상이 여성이 차지했으며 구속률 또한 0.17%에 그쳤다. 경북에서도 가정폭력 신고 건수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9천185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8천723건보다 400건 이상 많아진 수치이다. 대구도 1만건 이상 가정폭력신고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1만1천560건으로 높게 나타났다. 그 가해자 또한 1년 사이 30% 증가했으며 재범과 범죄 수위도 높아 피해자들은 신고 후 보복이나 두려움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정부의 가정폭력 예산이 줄어든 가운데 경북에서는 관련된 시설 또한 태부족으로 나타났다. 경북은 31곳의 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는데 인구 1만명당 0.08곳의 상담소를 이용하는 수준이다. 충남(0.17), 제주(0.15), 강원(0.14)보다 적은 수를 보였다. 예산 삭감으로 상담소 종사자 인력도 줄일 것이 불을 보듯 뻔한데 이는 줄어든 인원으로 서비스의 질 저하와 업무 부담으로 피해자 보호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경북에서 피해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은 통합상담소 5곳, 해바라기센터 3곳, 여성긴급전화1366 1곳, 가정폭력피해 상담소 10곳, 성폭력피해상담소 9곳, 성매매피해상담소 1곳, 장애인여성성폭력피해상담소 2곳이다,포항에서 성폭력과 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를 통합으로 운영하는 경북동부해바라기센터는 24시간 연중무휴로 의료진과 전문상담사, 경찰관이 상주해 피해자들에게 원스톱으로 의료지원과 수사 지원을 하고 피해자와 가족들의 심리적인 안정과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이 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의료지원에서는 어렵지 않게 운영되고 있어 다행이다. 전체 예산이 준다면 분명 영향이 있을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도의원이나 시의원의 역할이 중요해 보인다”면서 “해바라기센터는 피해가 발생하면 전문가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의 심리상태와 상담과 미술치료 등 후유증 평가 치료 프로그램, 가족캠프, 부모모임, 피해자 모임 등 집단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피해자들을 보호에 있어 관계 기관의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고 말했다.경북의 한 도의원도 지난달 내년도 예산 예비 심사에서 “최근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고 복합피해 발생도 높아지고 있는데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한 원스톱 지원체계를 위한 예산은 물론 안전한 경북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12

시골 사는 재미 ‘국화꽃 차 만들기’

시골에 귀농·귀촌을 하면 즐겁고 재미난 일이 많다. 그중에서도 나는 자연에 지천으로 널린 각종 꽃과 식물들로 차 만들어 마시는 재미를 즐기는 중이다, 그 재미가 보통이 아니다.도회지 태생으로 시골 생활을 몰랐던 아내도 나를 따라 귀촌 10년 차가 되었다.어느덧 산과 들에서 얻은 각종 재료로 차 만드는데 재미를 익혀서 차 만든 데는 거의 달인이 다 된 아내다.차 만들기를 위해 꽃을 채취하느라 여기저기 산과 들로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운동도 되고 다이어트도 되어 건강에도 좋다. 그럴 뿐만 아니라 만드는 즐거움과 마시는 즐거움도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차 만들어 마시는 재료는 제비꽃, 달맞이꽃, 칡꽃, 국화꽃 등의 꽃들도 있지만, 표고, 무, 비트, 방아, 허브 등등 자연과 논밭에서 얻을 수 있는 온갖 식물과 꽃들이 거의 다 해당이 되니까, 재료를 얻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지천으로 널렸다. 이렇게 많은 각각의 재료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색과 향과 맛을 지니고 있어서, 색다른 풍미를 즐길 수가 있으니 더없이 좋다.오늘은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오는 길목에서 이 계절에 쉽게 구할 수 있는 국화꽃으로 차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동의보감에는 “가장 좋은 물이 새벽에 긷는 우물의 정화수이고 두 번째로는 찬 샘물인 한천수를 꼽으며 세 번째 좋은 물이 국화수라고 하였는데 그 성질이 온순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는 물”이라고 하였다.본초강목에서는 국화차를 오래 계속 마시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여 쉽게 늙지 않는다고 할 정도로 국화차가 몸에 좋다고 하고 있으며 그 밖에도 혈액순환, 노화 예방, 숙취 해소, 어지럼증과 두통 해소 등 아주 좋은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국화차 재료로는 대국이 아닌 꽃이 작은 잔잔한 국화로 만들며 산이나 들에 피는 산국이나 감국 등 야생 국화로 해도 좋다.모두가 그 나름대로 맛과 향이 있으니까 취향대로 해도 좋겠지만, 같은 국화 종류라고 해서 여러 가지 꽃들을 한꺼번에 섞어서 하게 되면, 각각의 오묘한 풍미를 느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맛도 이상야릇하게 되니까 삼가야 할 주의사항이다.시골에서는 마당 한쪽에 꽃차 만드는 국화를 심어놓으면 해마다 수확할 수 있으니까 크게 신경을 쓸 것도 없으니, 이것도 재료를 손쉽게 얻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우리 집에도 아내가 국화차를 좋아해서 화단에 국화를 심어놓았더니 해마다 아주 샛노랗고 탐스럽게 피어나니까 관상용으로도 정말 좋아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도 하지만, 국화차 만들어서 마시는 즐거움도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이렇게 핀 국화는 너무 확 펴서 꽃잎이 뒤로 젖혀지기 전에 깨끗하게 하나하나 정성들여 딴 다음 깨끗한 물에 살짝 헹궈서 그늘에다 하루 정도 두고 물기가 없이 약간 시들할 정도로 말려준다.이걸 말리지 않고 곧바로 하게 되면 차를 만들었을 때 꽃의 색이 검게 변하게 되니까 반드시 말렸다가 하는 게 좋다. 하루를 그늘에서 말린 국화는 감초를 조금(한두 쪽) 넣고 끓인 물에 살짝만 데쳐서 건져낸다.이때, 감초를 많이 넣게 되면 국화 향도 없어지고, 맛도 이상하게 되니까 감초는 조금만 넣어서 끓여야 한다.데쳐서는 건진 국화는 물기가 많은데, 이때 물기를 짜지 말고 그대로 자연스레 물기가 빠지도록 한 다음 가정용 건조기나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약한 온도로 하룻밤을 건조 시킨 다음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완전하게 말려서 적당한 용기에 담아두고 1년 내내 그윽한 국화 향이 나는 국화차를 즐길 수 있다.이렇게 만든 국화차는 손님이 왔을 때 다과용으로 내놓아도 아주 운치 있는 대접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능하면 부부가 그윽한 국화 향이 나는 차 한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대화도 나눈다면 부부 금실 또한 좋아지고 시골살이에 또 다른 멋이 아닐까 한다./이동주 시민기자

2023-12-07

포항시립포은오천도서관에 가 보셨나요

도서관의 넓은 창으로 어둠이 내리기 시작하여 보던 책을 주섬주섬 챙겨 나서다 나도 모르게 가슴 뭉클함을 느낀다. 도서관 책장 사이로 한 엄마가 책상 양쪽에 두 아이를 앉혀놓고 공부하는 모습이 언뜻 보인 것이다. 그 장면이 얼마나 좋은지 한참을 서서 그렇게 바라보다 방해될까 조용히 도서관을 나섰다.포항시립포은오천도서관 인근 오천에는 젊은 부부가 많이 살고 있어 어린이가 많다.포항시는 그런 지역 특성을 고려하여 오천 지역에 기존에 있던 도서관을 뼈대만 남긴 채 단장하고 그 옆에 신축한 신관과 두 건물을 연결하여 어린이 특화 도서관으로 지난 10월에 재개관했다. 기말시험을 앞둔 만학도로서 가까이 대잠도서관을 두고도 멀리 포은오천도서관을 찾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넓고 편안한 그 분위기가 너무 좋기 때문이었다. 1층은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전용 공간으로 6세에서 초등 2학년까지 사용 가능한데 어린이 클라이밍이 앙증맞고 예쁘게 자리하고 있다. 1층과 2층을 잇는 계단 형 독서공간인 해오름마루는 종일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 아늑함과 편안함을 준다. 층층이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 또한 다양한 모습으로 넓게 구비되어 있다.어린이와 청소년은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로 가치관과 정체성이 형성됨에 사회적 환경은 절대적이다. 좋은 문화를 접하게 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포은오천도서관은 어린이 특화 도서관답게 이들을 위한 다양하고 질 좋은 문화프로그램을 짜임새 있게 빈틈없이 진행하고 있다.엄마들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를 살핀다면 포은오천도서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좋은 문화프로그램을 자녀들이 양껏 누리게 해 줄 수 있다.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이 대한제국을 두려워했던 것은 다른 지배국에 비해 뿌리 깊은 우리의 정신문화였다. 그 힘이 많은 국민을 독립투사로 만들었다. 서슬 퍼런 일제시기 소중하고 소중한 훈민정음 해례본을 목숨 걸고 지켜낸 간송 전형필 선생도 결국 그런 정신문화가 바탕 된 것이다.포은오천도서관 1층과 2층에 전시 되어 있는 포항이 낳은 동화작가 손춘익 선생과 포은 정몽주 선생을 알아가는 것도 아이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이다.지난달 18일에는 지역 문화 예술 발전에 기여한 고(故) 한흑구 선생을 기리기 위해 ‘한흑구의 밤’ 음악과 낭독이 함께하는 인문학 콘서트도 진행되었다. 도서관을 나서다 가슴 뭉클하게 했던 아이들에게 다가가 너희들은 좋은 사람이 될 거라고 속삭여 주고 싶었지만 방해하고 싶지 않아 조용히 도서관을 나왔다.한 나라의 미래는 아이들에게 달려있다. 한번가 보면 자꾸 가고 싶어지는 포항시립포은오천도서관이 지역사회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사회적, 정서적 발달과 지식적인 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 역할을 톡톡히 해주길 기대해 본다./박귀상 시민기자

2023-12-07

포항 청포도공원의 빈 의자

포항시 남구 청림동에는 이육사의 ‘청포도 문학공원’ 이 있다. 어느 날 그곳을 들렀더니 한 시민은 ‘청포도 문학공원이 빈 의자 같다’는 말을 했다.시설이라곤 동네 주민만을 위한 근린공원뿐인데 왜 문학공원 이름을 붙였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시민기자가 봐도 그랬다. 이 문학공원에는 일제에 맞서던 이육사 시인의 저항 정신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운동기구와 쉼터가 간혹 오는 방문객을 맞이할 뿐이었다.이 문학공원은 이육사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여 년 전 지역의 뜻있는 문학인들과 포항시가 힘을 합쳐 조성했다.그러나 그동안 관리 부실 등으로 포항시민들도 이곳에 문학 공원이 있는 줄조차 잘 모르고 있다. 그곳에서 만난 시민도 문학을 하는 지인이 소개해서 와봤는데 실망 그 자체라고 투덜거렸다.이육사 시인은 일제강점기 민족의 독립을 위해 갖은 고초를 겪으며 17번이나 감옥을 드나들었던 독립운동가다. 그리고 유명한 ‘청포도’시를 썼고,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열망한 작품들 ‘광야’‘절정’‘꽃’등을 연작 발표했다. 그의 뜨거운 마음은 국민들 누구나 다 알고 있다.이육사는 일제의 탐욕과 폭압과 무질서를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내다 지치고 피폐해진 육신을 추스르기 위해 일월지 언덕에 앉아 눈앞에 펼쳐지는 포도밭과 동해면 도구 바다의 부서지는 하얀 파도를 보며 ‘청포도’ 시를 썼을 터.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울분을 달래며 시상을 떠올린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그러나 이제는 이육사가 앉았던 의자도 그 언덕도 없다. 포도밭은 주택지로 변하였고 일월지 언덕은 군부대 안에 있어서 일반인 접근도 불가능하다.지금 우리나라는 한류라는 문화를 온 세계에서 꽃 피우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포항은 어떨까. 시민기자 느낌으로는 포항문학 문화를 위한 노력들은 소외 받고 있다고 본다. 이제부터라도 포항의 문학 문화정책이 달라졌으면 한다.청포도 문학공원에 이육사 시인이 앉았던 문학 향기 나는 의자 하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더 욕심낸다면 이육사 시인의 정신이 살아 있는 문학관이 위용을 갖추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한다.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수건을 마련해 두렴’ 시구처럼 지역의 문인들과 포항시가 힘을 합쳐 문학이 시민 속으로 스미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 본다.이곳은 호미곶 둘레길 1~4 코스 중 제1코스의 출발점이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둘레길을 찾는다.이육사 시인을 기리는 시그니처 하나쯤 있으면 문학공원이 더욱 빛을 발하지 않을까. 아무도 다녀가지 않은 빈 의자 같은 문학공원을 보면서 이육사 시인을 욕되게 하지는 않는지 고개가 숙여졌다.이육사 문학의 뜻을 기리고 이곳을 다녀가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 주소를 올린다.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안로 5824번길 4이다./박효조 시민기자

2023-12-07

침산초등학교 아이돌은 나

이른 아침,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수업종소리보다 앞서 대구 침산초등학교를 깨운다. 매서운 추위도 아이들의 끼와 열정을 얼릴 수 없는 이곳은 침산초등학교 ‘아침을 이끄는 돌메 버스킹’ 현장이다. 사진지난 2022년 2월, 대구 침산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재능을 뽐낼 수 있도록 실외학습공간인 ‘돌메체빛마루’를 완공하였다. 이후 2022학년도부터 ‘아침을 이끄는 돌메 버스킹(이하 아이돌 버스킹)’ 프로그램이 학생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참여를 원하는 학생은 개인 혹은 팀을 구성하여 직접 공연을 기획하고 음원, 악기, 악보 등을 준비하여 무대에서면 된다.공연 순서 추첨, 음원관리, 무대 준비 및 사회도 이 학교 학생회 임원들이 직접 맡아 추진한다.아이돌 버스킹은 1년에 총 14회의 행사를 1학기와 2학기로 나누어 진행한다. 2023학년도는 1학기 8회, 2학기 6회 진행하였고, 참여 팀은 70여 개로 총 150여 명의 인원이 참여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아이돌 버스킹이 이루어지는 현장에는 참여자뿐만 아니라 관람하는 학생과 학부모들도 앞자리를 차지하려 공연 시작 전부터 모이는 등 ‘인기짱’이다. 공연이 시작되면 한바탕 잔치가 벌어진다. 아이들은 자신이 아는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기도하며 함께 무대에 오르기도 한다. 침산초등학교는 아이돌 버스킹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준비함으로써 자신의 장점을 살려 자기 계발을 도와주고자 이 행사를 기획했다고 한다. 자기 효능감을 증진시켜 긍정적 자아개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올해는 지난 11월 17일 2023학년도의 마지막 아이돌 버스킹이 끝났다.아쉬운 마음보다 오는 2024학년도에는 더 새롭고 멋진 무대로 가득차길 희망한다. /김소라 시민기자

2023-12-07

겨울의 입구, 김장하는 날 풍경

지난 일요일 오전 10시. 삼형제가 모두 모였다. 올해도 최서방네 김장이 시작되었다. 결혼 이듬해부터 시작되어 8번째 김장이다. 시골집에 도착하자 시어머니가 미리 준비해두신 절임 배추들이 처마 아래 쌓여 남은 물기를 마저 빼고 있다. 올해는 몸에 좋은 배추라 하여 예년 구입하던 씨앗의 두 배를 주고 구입 했다며 서문을 여셨다. 뿌리 색의 차이를 들어 설명하시며 다시금 강조하셨다. 노란빛이 강하다 못해 붉어 보이는 게 달라 보이긴 했다. 다른 집들처럼 건강을 이유로 자식들이 김장을 말린 연유로 갈수록 배추 수가 줄어간다.결혼하던 해엔 예비 새 가족 분량을 포함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100포기의 김장을 했다고 했다. 그해 김장은 손위 두 형님께는 잊지 못할 기억이 되었다. 올해는 65포기. 처음 전해 들은 수량보다 다섯 포기가 늘었다. 배추 크기가 작아서라는 부연 설명이 붙었다. 작년까지 있는 힘껏 말리던 아들들은 이제 어머니가 원하시는 대로 두기로 했다. 어쩌면 그것이 도리어 어머니의 큰 낙을 앗아버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이다. 허리는 여전히 불편해 보이셨고 힘든 기색이셨으나 김장 내내 어머니의 얼굴은 밝으셨다. 자식들에게 먹일 요량으로 한해 내내 마음 졸여 키운 배추로 함께 모이는 시간이 좋으셨을 테다.시어머니의 텃밭은 그리 크지 않다. 어른의 큰 걸음으로 열 걸음 남짓 정도다. 하지만 수확량만큼은 어느 농부 못지않게 풍성하다. 크지 않은 그 밭 안에선 배추, 무, 파, 양파, 쑥갓, 고추, 들깨 등 어지간한 건 다 자라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품질과 맛이 좋다. 대농이 농작물에 기울이는 마음과 비교해 부족하지 않아서일 것이다. 해마다 최소한의 조건으로 최대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신다.어느 어르신께서 그러셨다고 했다. 자식들은 말리지만 자식들한테 도움을 받으면서 마땅히 줄게 없으니 농사라도 지어 나눠주고 싶다고. 내리사랑이 온몸에 박힌 부모의 마음으로 짐작해본다. 명절과 특별한 일 이외에 삼형제가 한 번에 모이는 일이 잦지는 않다 보니 김장이라는 행사는 식구들이 모일 좋은 핑계거리다.마당 가운데 판이 차려지고 앞치마와 고무장갑을 장착한 식구들이 빨간 고춧가루를 입혀나갔다. 새파란 바구니에 담겨있던 배추 한 더미가 작업대 위에 쌓였다. 올해는 텃밭 작물 중 갓이 늘어나 갓김치가 추가되었다. 저마다 취향대로 붉은 양념을 입혀나갔다. 배추 속을 가득 채우는 집, 없이 하는 집, 고춧가루를 적게 발라 희멀건 한 배추, 보기만 해도 매워 보일 정도로 붉은 배추. 저마다 제각각이다.10시 조금 넘어 시작된 김장은 1시 즈음 종료되었다. 그리고 세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각각 그간의 사정들이 흘러나왔다. 올해 입시를 치를 큰조카 이야기부터 그간 쌓아뒀던 남편들에 대한 가벼운 투정까지 이야기는 쉬지 않고 이어졌다.배추 무더기가 쌓이고 사라지기를 몇 차례 반복하자 마침내 김장이 끝났다. 보쌈 대신 중화요리가 배달되었다. 대체 가능한 부분들은 점점 간편해져 간다. 한두 해 전부터 달라진 문화다. 삼형제가 모이는 최서방네 김장의 유효기간은 어머니께서 농사를 짓는 동안엔 아마 계속 유효할 것이다. /박선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05

봄에는 노란 꽃 겨울엔 빨간 꽃을 즐기는 의성

의성군 사곡면 화전리로 꽃을 찾아 나섰다. 오전은 영하였고 낮 최고 기온이 영상 7도에 머무는 전형적인 12월 날씨에 꽃이라니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하지만 동네로 들어서자 붉은 꽃을 영롱하게 가지에 달고 선 나무들이 줄지어 우리를 반겼다. 오후의 햇살을 조명처럼 받으니 더 빛났다. 오전 해가 뜰 무렵에 가면 더 눈부시다고 하니 이른 아침에 방문도 추천한다.화전리 1·2·3리 일대에 4킬로미터 넘게 산수유나무가 골고루 흩어져, 특히 화전2리(숲실)가 더 붉다. 숲실(禾谷)은 약 300년 전 최 씨와 조 씨가 정착해 사방이 산으로 쌓여 있고 다래 넝쿨로 덮여 있는 골짝을 개척하였다고 숲실이라 칭하였다고 한다. 또한, 화전 3리의 역사를 살펴보면 조선조 선조 13년(1580) 호조참의 노덕래가 이 마을에 정착했으며, 풍병에 효과가 있는 산수유나무가 많고, 산과 물이 좋아 계속 풍년이 든다하여 전풍(全豊)이라고 칭하였다 한다.생활이 어려웠던 시절 약재로 팔기 위해 산비탈에 드문드문 심어 놓았던 산수유가 마을을 대표하는 상징이 되어 우리를 겨울에도 이곳으로 오게 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배경이 된 곳이 이 동네이다. 주인공이 자전거를 타고 노란 산수유가 흐드러진 길을 달린다. 원경으로 보이는 산과 들이 모두 노란 물결인 골짜기가 지금은 알알이 붉은 열매로 변신하여 반짝인다.노란 산수유가 한창일 때는 이 골짜기기에 사람들로 붐볐다. 사람을 피해 사진 한 장 찍기가 힘들고 곳곳에 줄지어 서서 더 멋진 풍경을 담으려고 꽃몸살을 앓았다. 하지만 붉은 열매 밑에는 우리 일행뿐이다. 며칠 추위에 살얼음이 낀 계곡에 낮게 흐르는 물소리만 우리를 반겼다.동네가 산 깊은 곳에 자리잡아서 오후 3시인데도 햇살 그림자가 산을 기어오른다. 이마가 서늘해지는 겨울 기온이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추위다. 빨간 산수유 열매가 가득한 산책로를 따라 더 깊숙이 들어갔다.의성은 마늘 파종이 한창이다. 산수유 열매가 다 익어 냇물에 붉은 알을 떨구어도 밭에는 마늘을 심고 또 비닐을 덮어 은빛으로 반짝인다. 사곡면 화전리는 의성읍의 동남쪽에 자리한 골짜기 마을이다. 북서쪽에 오토산, 서남쪽에 금성산과 비봉산, 동북쪽에 늑두산이 솟아 앉은 전형적인 산골로 서쪽에서 동쪽으로 긴 골에 화전2·3리가 숨은 형세다.산수유 열매는 신선이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옛날에 효심 깊은 소녀가 병든 아버지를 위해 기도하자 탄복한 신령님이 산수유 열매를 내려 주어 병을 낫게 했다고 전한다. 지금은 차와 술, 한약재로 쓴다. 씨앗에는 독성이 있어 과육만 쓴다. 요즘은 기계로 열매의 씨앗을 분리하지만, 옛날에는 사람의 이로 하나하나 씨를 꺼냈다. 그래서 산수유와 오래 동고동락한 어르신들의 치아는 다 닳아 있다. 또 붉은 열매가 떨어진 계곡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고 한다. 이 또한 씨앗의 독성 때문이라니 살살 언 얼음 밑에 송사리나 겨울잠 자는 개구리는 보지 못할 것 같다.꽃으로 눈과 마음이 배불렀다면 이제는 허기를 달랠 시간이다. 의성에는 붉은 게 또 하나 있으니 닭발이다. 의성 전통시장에서 50년 장사하신 분의 솜씨가 젊잖다. 차림표부터 시골 냄새 물씬 풍겨와 할머니 집에 온 기분이다. 주문하면 바로 숯불에 구워주는 닭발이라 더 특별한 맛이다. 비빔밥과 묵사발과 함께 후룩 마시면 속까지 붉어지는 하루 일 것이다.다만 아쉬운 점은 겨울에 산수유 마을을 찾는 이가 적어서인지, 주차장에 화장실이 잠겼다. 빨간 산수유 열매를 좀 더 알리려면 이런 소소한 부분부터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05

옛 풍경 고스란히… 안동댐 수몰 마을 기록한 권영목 작가

최근 안동시 와룡면 산야리에 안동댐 망향공원이 준공됐다. 1976년 안동댐 건설로 고향이 물에 잠긴 이들에게 고향을 추억할 수 있는 공간이 생긴 것이다. 이를 기념해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지사가 주최한 권영목 작가 초대전 ‘안동 옛 모습 사진전’이 세계물포럼센터 기획전시실에서 열렸다.권영목 작가는 안동댐 본댐이 있는 엄달골(성곡동)이 고향으로, 안동댐 착공 당시 측량기사에게 사진 찍는 것을 배운 후 펜탁스 카메라를 들고 1972년부터 수몰을 앞둔 마을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1980년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에 입사해 2017년 조경과장으로 퇴직했다. 안동의 명소가 된 낙강물길공원(일명 비밀의 숲)도 그의 손을 통해 탄생한 공간이다.고향의 곳곳을 누비며 찍은 사진으로 총 47회의 사진전을 가졌으며 안동댐 수몰 마을 기록사진을 비롯한 방대한 양의 사진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진전을 위해 필름사진을 디지털 작업화 하였으며 1973년 전후 수몰 마을의 생생한 풍경을 담아낸 사진 25점을 선보였다.특히 지금은 사라진 임청각 앞 회화나무가 있는 안동댐 진입로 풍경, 안동댐 건설 초기의 모습을 담은 진모래 풍경, 물속에 잠긴 월곡면 도목동 전경, 부포리 계상고택의 옛 모습, 예안 영락정, 선성산과 예안장터 풍경까지 안동 현대사의 중요한 기록사진을 공개했다.아직 공개하지 않은 귀한 사진은 디지털 작업을 거친 후 향후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점에 공개할 예정이다.드론 촬영이 가능한 요즘과 달리 동네 커다란 나무에 올라가 위험천만하게 찍었던 소중한 안동의 옛 모습은 오랜 세월이 흘러도 많은 이들에게 각인될 것이다. 이번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백소애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05

생활밀착형 ‘여성 안심 귀갓길’ 조성, 지속적으로 이어져야

“여성을 상대로 한 흉악범 사건이 끊이질 않고 있다. 여성 안전 귀갓길이 문구만 내세우는게 아니라 어두운 골목길을 언제라도 안심하고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포항시민 이 모 씨(38·포항시 북구 장성동).각종 사고와 사건으로 안전에 대한 요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이다. 특히 대부분의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야간 보행에 있어 더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실정이다.여성 안전 귀갓길이 조금 더 생활밀착형 ‘안심 귀갓길’ 조성에 지속적이고 적극적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이런 시민들의 안전 공간에 대한 요구를 수렴해 안전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최근 포항시에서는 ‘시민 안전 안심 거리’를 조성해 지역 주민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포항시 북구의 용흥동 쌍용아파트와 서산터널 사이의 지하도, 남구 연일읍 유강리 골목길이 그곳이다. 이중 서산터널은 학생들의 통학로와 주민들의 주 진·출입 도로로 활용되고 있지만 내부도색의 노후화로 주변이 삭막해 주민들의 불안감이 높았던 곳이었다. 주민 친화형 캐릭터와 조도 개선, 도색, 포토존 설치로 누구나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안전 공간으로 만들었다.또 연말까지 천마산 둘레길, 효자교회 앞, 동빈 큰다리 등 4개소를 대상으로 시민안전 CCTV 6대를 설치할 계획이다.영주에서도 지난 10월 여성 아동 안심 귀갓길 조성 사업의 하나로 동양대학교 운낌봉사단과 영주경찰서 직원들이 가흥 서부초등학교 인근 옹벽에서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펼쳤다. 벽화 그리기에 참여한 대학교 봉사단은 ‘주민들이 안심하고 생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동안 경로당, 골목길, 옹벽 등에서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을 2018년부터 6년째 꾸준히 해오고 있다.경주에서는 노서동 여성안심귀갓길 조성에 동화 ‘토끼와 거북이’를 주제로 하여 공모전에서 당선된 편안토끼길, 안심거북길을 셉테드(CPTED·환경개선을 통한 범죄예방)로 설치하여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 칠곡에서는 야간 귀가 시에 안심할 수 있도록 다세대, 원룸 단지 주변에 솔라지병을 설치했다.이처럼 경북에서 추진하고 있는 안심 귀갓길 조성 사업이 도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 도민의 92.4%가 이 사업에 만족하고 있으며 시설물 만족도 93.5%, 불안감 해소 92.4%, 안전감 변화 91.8% 등의 만족감을 보였다.‘안심 귀갓길 조성 사업’은 경상북도, 경북도의회, 경북경찰청, 경북교육청이 2014년부터 업무체결 후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내 범죄 사고와 취약지역에 벽화거리를 조성하고 방범 CCTV·보안등·바닥등·비상벨 등을 설치하고 있다.특히 이 사업에서 도민들은 여성과 아동 안전에 큰 효과를 느끼고 있다.저녁을 먹고 근처의 철길 숲을 자주 이용한다는 정 모 (51·포항시 북구 양학동)씨는 “철길 숲을 내 집 앞이라 생각하며 자주 산책길에 나선다. 하지만 저녁이면 어둠 때문에 불안한 마음도 든다. 위급한 상황이면 당황하기 마련인데 비상벨이 음성 인식이 되거나 손에 닿을 수 있는 위치에서 평소에도 잘 눈에 띄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또 포항시민 김 모(45·포항시 북구 용흥동) 씨는 “얼마 전 서산터널 안이 밝게 바뀌어서 여성들이 다니기가 훨씬 안전해졌다. 하지만 쌍용사거리 같은 곳은 밤길이 무서운데 더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다. 여성 1인 가구도 점점 늘어나는데 공포의 귀갓길이 되지 않도록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한 것 같다”고 전했다./허명화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2-05

눈물 글썽이며 뮤지컬 ‘알사탕’을 보다

지난 18일, 울진군 후포면에 위치한 울진문화예술회관에 뮤지컬 ‘알사탕’ 공연이 있었다. 14일부터 네이버에서 예매가 시작되었는데,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얼마 후 바로 매진이 되었다. 뮤지컬 ‘알사탕’은 백희나 작가의 그림책인 ‘알사탕’을 원작으로 만들어진 것이다.아동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릴 만큼 유명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시민기자는 이 공연을 보기 전까지 그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 당일 예술회관을 방문했을 때, 12개월 이상의 어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아이와 함께한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울진은 지역적 특성상 공연을 보기 위해 도시까지 나가기 힘든 편이어서 이런 기회를 그냥 놓칠 수는 없었다.주인공 동동이는 혼자서 구슬치기 놀이를 즐긴다. 새 구슬을 사기 위해 들른 문방구의 주인은 연기가 일품이다. 재치 있는 말솜씨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관객들은 배우의 연기에 동화되어 함께 뮤지컬을 즐기고 있었다. 동동이가 문방구에서 구입하게 된 구슬처럼 생긴 알사탕 한 봉지. 사탕을 먹으면 원래 들을 수 없었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집에 있는 소파의 목소리, 동동이가 키우고 있는 늙은 개 구슬이, 아빠의 속마음, 동동이가 그리워하는 할머니의 목소리, 친구에게 내미는 동동이의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다.특히 아빠가 동동이에게 하는 잔소리는 랩처럼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이 장면에서 ‘아이에 대한 나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왔다. ‘ㅅㄹㅅㄹㅅㄹㅎ’라는 아빠의 마음이 자막으로 무대에 퍼져나간다. 동동이가 아빠 뒤에서 껴안아 주는 장면에서는 뭉클한 마음에 눈물이 맺히기도 하였다.아이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비슷한 터이다. 할머니의 목소리 부분에서는 유년 시절을 함께했던 외할머니가 생각나기도 했다. 주인공들의 디테일한 연기력에 1시간의 러닝타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특별한 감동을 주는 뮤지컬로 유명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이와 함께 공연을 볼 수 있어서 더 특별한 하루였다. 다음에도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획공연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공은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28

수려한 자연 환경 속 봉화에서 제2의 인생을!

지방시대를 열어가는 봉화군이 살고 싶은 지역으로 주목받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소중히 지켜온 봉화는 청량산, 백두대간 수목원, 산타 마을,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정자의 고장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며 조선시대부터 휴양과 풍류, 학문의 고장이었다.봉화로 귀농·귀촌해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모임인 봉화군 귀농·귀촌 연합회는 이웃과 함께 따뜻한 정을 나누는 행복한 바자회를 최근 열었다. 멋진 인생, 활기찬 마을공동체를 주제로 직접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하고, 다양한 먹을거리를 준비해 지역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교류의 장을 만든 것이다.따뜻한 서로의 이웃이 되어 전원생활을 하고 있는 봉화의 귀농·귀촌인들이 앞장서 지역민들과 소통하고 봉화군민으로서 나눔과 봉사, 만남의 시간을 실천했다. 또한, 봉화군도 ‘2023년 전원 생활포럼’을 개최해 귀농·귀촌 실태와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보다 행복한 전원생활이 되도록 힘쓰고 있다.봉화군으로 귀농·귀촌한 인구는 1만여 명에 이르고 이들에게 귀농·귀촌의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전원생활과 자연환경이 좋아서”가 가장 많은 대답으로 돌아온다. 도시생활에 회의를 느껴서, 가족·친지의 고향을 찾아서, 본인이나 가족의 건강 때문이라고 응답하는 사람도 더러 있다.귀농자의 경우 봉화에서 농업의 비전을 갖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은퇴한 후 수려한 자연환경에서 건강하고 행복한 제2의 인생을 보내려는 사람들이 봉화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봉화군은 문화와 레저 환경 조성, 교육 추진체계를 점검하고 데이터베이스 구축해 맞춤형 지원과 체계적인 사후 관리에 힘쓰고 있기도 하다. 또 봉화군은 귀농과 귀촌에 관심이 있는 도시민들에게 선도 농가 방문, 농가 일자리 체험, 영농 체험, 지역탐방 등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월 30만원 연수비를 지원함으로써 3개월간 봉화에 머무르며 귀농·귀촌을 돕고 있다.봉화군은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민을 위한 정돈된 전원주택단지도 조성해 기본 생활 인프라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봉화군 물야면 북지리에 이어 춘양면 소로리 전원주택단지를 분양했고, 백두대간수목원 인근 도심지구, 봉화읍 삼계지구도 이어 분양할 예정이다.봉화군은 전입지원금, 이사 비용 및 정착장려금 등의 지원과 귀농인 정착지원사업을 시행해 농기계 구매, 하우스 설치 등 영농기반 확충자금도 지원한다. 이는 도시민들의 빠른 정착과 행복한 전원생활을 돕고 있다는 평가다.쾌적한 농촌에서 여유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봉화로의 귀농·귀촌이 주목받고 있다. 봉화군 농촌활력과, 인구정책과, 봉화를 찾는 사람들(다음 카페), 봉화군 귀농·귀촌 연합회 등이 귀농·귀촌인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류중천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28

햇살 좋은 곳에서 맨발 걷기

겨울의 문턱에서 맨발 걷기 100일을 완성했다. 여름에 시작한 걸음이었다. 지인이 맨발 걷기를 1년간 빠짐없이 걸었더니 당뇨와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며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었다. 그렇잖아도 신체검사에서 당뇨 전 단계라는 진단을 받고 어디서부터 무얼 바꿔야 하나 고민하던 참이다.포항에는 맨발 걷기 할 수 있는 곳이 다양하다. 송도 소나무 숲은 벗은 신발을 보관하는 신발장과 바로 옆에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까지 곳곳에 만들어 놔서 가장 편리한 숲이다. 그래서 늘 걷는 사람으로 붐빈다. 영일대 모래밭은 낮에는 땡볕이라 밤에 주로 많이들 걷는다. 그중 한여름에 걷기 좋은 장소는 집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흥해 북송리 북천수이다.매일 열대야인 날이 이어지던 중에도 거의 매일 걷기가 가능했던 이유는 북천수 덕분이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빽빽한 숲에 들어가면 체감 온도가 5도나 내려간다. 가끔 산들바람이 땀을 식혀주고 여름 철새 후투티가 발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부리로 땅속에 먹이를 파먹는다. 매미가 매일 다른 노래로 주위를 따라다녔다. 산책로는 모두 흙길이라 맨발로 걷기에 딱이다. 발이 아프면 통나무를 반으로 잘라 만든 벤치에 앉아 쉬었다 걸을 수 있다.이제 겨울이 찾아오니 그늘에서 걷기가 힘들다. 차가운 날씨에 맨발로 걸으니 냉기가 올라와 으스스하다. 그래서 햇살이 바닥을 데워놓은 흙길로 골라 걸었다. 하루 종일 그늘이 드리우지 않는 공원도 여러 곳이다. 법원 옆 나무은행은 키가 큰 나무가 없어서 겨울에 걷기 맞춤맞다. 대신에 쌀쌀한 바람에도 장미가 피었고, 어린 모과나무인데도 노랗게 익은 열매를 여럿 달았다. 쨍쨍한 햇살 때문에 여름에는 한산하던 곳이 추워지니 걷는 사람이 많다. 집 가까운 곳에 또 하나의 공원이 두호동산이다.두호동산은 새마을공동체공원이라고도 부르는데 여러 기관 이름이 붙은 꽃밭이 있다. 겨울이라 꽃은 모두 누런 빛깔로 변했지만, 다음 봄이 되면 다시 색색깔로 피어날 것이다. 곳곳에 쉼터와 앉아 쉴 자리가 있어 나이 드신 분들이 두런두런 운동하다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둘레길을 걷다 보니 운동기구가 산밑에 있어서 근육 운동하기에 좋았고 산으로 난 길로 오르면 근처 산으로 이어져 더 긴 산책로가 완성된다.포토존도 여럿이다. 하트모양, 뽀로로, 토끼가 절구질하는 동상이 꽃밭 사이사이 심심찮게 놓였다. 아이들과 함께 와도 좋은 곳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들도 보인다. 테마정원 그사이의 흙길이 따뜻한 햇살이 비춰 온종일 따끈하다. 그래서인지 옷을 두툼하게 입은 동네 주민 여럿이 여전히 맨발 걷기에 열심이다.100일 걷기 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다시 받았다. 당뇨 수치가 경계선 아래로 내려왔다. 혈압은 더 올라가지 않아 그것만으로도 기뻤다. 사실 맨발 걷기 시작하고 한 달쯤, 무심코 손가락의 마디가 욱신거렸던 것이 아프지 않다는 걸 알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 스멀스멀 나아지고 있었다. 20대처럼 완전하게 통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가만히 있어도 아프던 손가락이 맞나 싶어 웃음이 절로 났다.매일 걸음 수를 측정해 일기를 썼다. 5000보 이상 걸으려고 애쓰며 조금씩 그 걸음 수를 더해가는 중이다. 백 일 챌린지가 끝났지만, 겨울에도 꾸준히 걸을 것이다. 다만 온도가 내려간 만큼 햇살 가득한 곳을 찾아다니며 걸을 작정이다. 형산강변, 철길숲 중에 효자교회에서 유강 가는 길, 양학 체육 운동장, 동네마다 사람들 가까이에 흙길을 골라 자신에게 맞는 걷기를 하면 좋겠다. /김순희 시민기자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2023-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