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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노교수가 말하는 ‘물질의 시대’ 행복은

“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른 다음에는 더 이상 행복이 커지지 않는다”는 ‘이스털린 역설’의 주인공, 행복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97·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1974년 발표와 동시에 경제학의 방향을 바꾼 그의 이론은 ‘소득과 행복’의 관계를 말할 때 자주 인용된다.이번에 출간된 ‘지적 행복론’(윌북)은 그 후에도 50년간 지속된 그의 연구를 쉽고 명쾌한 언어로 풀어 쓴 책이다. 최근 몇 년간 학교에서 진행한 행복경제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은 내면의 행복에 관한 질문들에 대해 그 해답을 촘촘하면서도 다정하게 들려준다.그의 관심은 언제나 개인과 행복, 부와 행복, 사회와 행복, 국가와 행복의 관계를 경제학의 언어로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었다.좀 더 많이 벌면 더 행복해질까? 결혼하고 자녀가 생기면 더 행복할까? 어떤 정책을 약속하는 후보에게 표를 던져야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문득문득 우리의 내면에서 떠오르는 행복에 관한 거의 모든 질문에 대해 평생 행복경제학에 투신해온 97세의 석학이 들려주는 촘촘하고도 다정한 대답으로 가득한 책이다. 직접 강의를 열고 학생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방식으로 쓰여 있어 경제학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술술 읽을 수 있다.복지 정책부터 환경오염, 종교, 자원봉사, 정치체제에 이르기까지 행복에 영향을 끼치는 영역들을 두루 살피고, 현실적이면서도 정곡을 찌르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추론하면서 함께 ‘행복의 진짜 모습’을 찾아나가는 방식의 책이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행복’이라는 인간의 감정이 경제학의 프레임 속에서 더욱더 구체성 있게 드러난다.“소득을 높이는 것과 다르게 건강을 증진하는 것은 윈-윈 상황입니다. 모두가 자신의 소득을 높이려고 한다면 준거 기준도 함께 높아지기에 어느 누구도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지 않을 겁니다. 이에 반해 운동을 해서 건강을 증진하고 과거의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둔 준거 기준이 변치 않는다면 모두가 예전보다 더 행복해지겠지요.”이 책은 행복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거쳐 ‘행복혁명’이라는 개념도 새롭게 제시한다. 역사적 맥락에서 볼 때 산업혁명, 인구혁명에 이어 행복혁명을 맞이할 것이라는 얘기다. 개인은 건강과 가정생활을 개선하는 데 힘쓰고, 국가는 복지 정책을 펼치고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데 총력을 가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가 세상을 향해 내놓는 진단이자 고언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1

에너지 패러다임 이끄는 국가 미래 ‘부와 힘’ 지형도 바꾼다

‘왜 지금 전 세계의 자본과 인력이 에너지에 몰려드는가?’19세기 석탄, 20세기 석유…. 인류, 산업, 투자의 역사가 뒤바뀐 결정적 순간 뒤에는 늘 에너지가 있었다. 최근 기후변화 대응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에너지는 단순히 산업의 주요 요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펀더멘털적(기초요건적) 요소이자 국제관계를 좌우하는 ‘숨은 권력’으로 존재해왔다.2050 탄소중립,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강화의 움직임으로 세계 경제는 다시 한번 대전환의 순간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석유의 시대를 살아가는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이 탄소를 내뿜고 있고 점점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경제 활동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는 우리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비즈니스북스)는 석유·가스 개발과 에너지 산업 현장의 최전선에 있는 국내 최고의 두 전문가가 펴낸 책으로, 앞으로 30년간 펼쳐질 에너지 대전환의 시대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설명하며 달라질 미래 경제 패권 시나리오를 전망한다.한국석유공사 사장을 지낸 양수영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와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최지웅 씨는 석유·가스 분야를 비롯해 에너지 산업 전반에 걸쳐 현장에서 바라본 석유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미래에 대해 분석한다.제1부는 석유의 탄생, 현재, 미래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고갈된다’고 경고해온 석유의 오늘과 내일을 이야기한다. 영국의 메이저 석유회사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통계에 따르면 남아 있는 석유의 양은 2020년 기준 약 50년분이다. 이 잔존량의 의미는 과거와 다르다. 탈탄소의 시대, 이제 더 이상 석유 산업에 자본과 인력이 몰리지 않는다. 또 새롭게 개발될 수 있는 탐사 대상도 찾기 어려워졌다. 매년 감소 중인 석유 개발 투자가 일으킬 석유 수급의 불균형이 세계 패권 구조와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설명한다.제2부에서는 ‘검은 황금’을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에서는 대체에너지로 주목받는 재생에너지와 지구상에 가장 풍부한 물질인 수소를 다룬다. 고갈의 염려가 없고 탄소 배출이 없는 이 에너지원들의 현실과 가능성을 살펴보고 왜 아직 상용화가 쉽지 않은지, 특히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비중이 낮은 이유와 재생에너지 확대와 시장 선점에 성공한 다른 주요국들의 움직임 속에서 무엇을 고민하고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시사점을 던진다.제3부 탄소중립이 바꿀 미래의 패권 지도에서는 기후변화 대응으로 요구되는 탄소중립의 올바른 경로와 그 과정에서 나타날 산업 구조의 변화를 살펴본다. 탄소중립을 선도하는 유럽 국가들이 취하는 탄소세 등의 행정적 방침이 한국 경제와 기업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에너지 전환을 이루는 한국의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는지 심도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전 세계적으로 2050년 탄소중립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의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미래의 부와 힘의 주인이 결정될 것이다. 과거 석유가 인류, 산업, 투자의 역사를 뒤바꿨듯 새로운 에너지원이 전혀 다른 세상,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열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1

강성위 ‘한시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 출간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들의 작품을 한시로 옮겨 시를 이해하는 색다른 관점을 선보이는 ‘한시(漢詩)로 만나는 한국 현대시’(푸른사상)가 출간됐다. 한문학자이며 한시인이기도 한 강성위 씨가 지은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4부까지는 김소월, 윤동주로부터 오늘날 활동하고 있는 정호승, 안도현 등의 현역 시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인들의 작품 총 64편을 수록했다. 우리말로 된 시를 한시로 옮기고, 주석을 달아 시어와 구절을 이해하게 하고, 한역시를 다시 한글로 직역해 그 의미를 곱씹어보게 하고, 저자의 깊이 있는 해설이 담긴 한역 노트까지 곁들인 이 책은 한국시를 읽고 감상하는데 있어 이제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뜻깊은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 5부에는 저자의 자작시와 자작 한시가 실려 있다.한국 현대시를 한시로 옮기는 일은 두 언어 사이의 표현방식 차이 때문에 섣불리 다가갈 수 없는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한시를 창작하고 번역해온 저자의 경험, 그리고 한시와 현대시 양자에 대한 깊은 이해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맹문재 교수(안양대학교 국문학과)는 “한국 현대시를 한시(漢詩)로 옮긴 작업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학계나 시단에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만큼 강성위 시인은 시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고, 학문이 깊으며, 이 세계를 끌어안는 자세가 진지하고도 넓다”고 평했다.푸른사상 출판사 측은 “이색적이고 의미있는 이 책의 출간으로 한시가 딱딱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던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고, 근·현대에 이르는 한국 시인들의 주옥같은 시가 한시로 번역, 소개되면서 한국 현대시가 중국 등 동양문화권으로 전파할 수 있는 ‘한국시의 글로벌화’를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한문학자이며 시인이기도 한 저자 강성위 씨는 한시 창작과 번역을 지도하는 작은 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면서 대학 출강과 생활한시를 창작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30권이 넘는 저서와 역서를 비롯 창작 한시집으로 ‘술다리(酒橋)’ ‘감비약 처방전’ 등이 있다. 현재 월간 ‘우리詩’와 한경닷컴 ‘The Pen’에 ‘한시공방(漢詩工房)’이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 중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20

트라우마 지우는 특수 청소부의 삶

“당신의 고통을 존중합니다.”죽은 쥐, 널브러진 파편, 두려움과 함께 사는 동물 조련사, 우발적인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을 거둔 젊은 여성, 40년 동안 쌓아 둔 쓰레기 더미 속에서 잠을 자는 70대 여성, 거실에서 조용히 피를 흘리며 죽어 간 버스 운전기사….‘트라우마 클리너’(열린책들)는 특수 청소 서비스 전문 회사를 운영하는 트라우마 생존자 샌드라 팽커스트의 삶과 내면을 다룬 에세이다. 호주의 논픽션 작가 세라 크래스너스타인은 샌드라가 산 자와 죽은 자의 집에 질서를 찾아주는 과정과 지금껏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한 그녀의 특별한 삶을 담아냈다.작가는 4년 동안 샌드라를 따라 20여 곳의 현장을 방문하고 취재하며 그녀의 삶을 온전히 되살려냈다.트라우마 클리닝 혹은 특수 청소 일은 뭔가 음울하고 괴짜 취향의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다른 직업만큼이나 전문성을 요한다. 무엇보다 샌드라는 탁월한 공감력을 지니고 있다. 그녀는 집에 스며들어 있는 악취를 없애고, 괴상한 포르노물과 사진과 편지를 버리고, 비누와 칫솔에 붙은 그들의 DNA까지 없애지만 사람을 지우는 실수를 하지 않는다. 반려동물로 삼은 죽은 쥐를 내다 버릴까 예민해진 고객을 안심시키고, 40년 동안 치우지 않은 집의 주인과 수다를 떨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오래된 청구서를 정리한다. 침구, 텔레비전, 가구 등 물려받을 유족이 없어 남아 있는 물건은 따로 보관해 두었다가 필요한 곳에 무료로 설치해 주기도 한다.냉대와 따돌림, 차별과 폭력으로 얼룩진 샌드라의 삶은 언뜻 평범해 보이지 않지만, 마음에 여러 가지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간다는 면에서, 그리고 내면의 욕구를 인지하고 자기다운 삶을 찾아 나간다. 작가는 샌드라의 삶을 취재하며 활기찬 그녀의 모습 이면에, 힘든 일을 티 내지 않는 문제, 도움을 청하지 못하는 문제, 누군가에게 정착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문제 등을 발견한다. 하지만 샌드라는 타고난 확신과 놀라운 회복력으로 자신의 삶을 가꿔 나갔다. 그녀는 침묵을 두려워하고 소음이 있어야 잠들 수 있지만, 그녀의 집에는 꽃이 가득하고 아늑한 소파와 향기 좋은 비누가 있다. 트라우마는 그녀의 기억 속을 배회하지만, 새로운 기억과 계획으로 삶을 채워 나가고 있는 것이다.작가는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함께 지워 버린 샌드라의 삶을 복원하고 마음 깊숙한 곳까지 꿰뚫어 봄으로써 샌드라와 독자 사이에 인간적 유대 관계를 맺어 준다. 작가는 사람들은 자신의 취약성을 들키고 싶어 하지 않지만, 취약성을 드러냄으로써 연민 넘치는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말한다. 샌드라의 활기찬 모습 이면에는 부모에게 학대받고 성소수자로서 차별과 폭력에 노출된 아픔이 있었다. 저자는 샌드라의 청소 현장과 그 자신이 갖가지 트라우마의 생존자인 샌드라의 인생역정을 번갈아 조명한 뒤 이렇게 말한다.“트라우마의 반대가 트라우마의 부재는 아니다. 트라우마의 반대는 질서와 균형이다. 그것은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중략) 빛이 가득 들어오는 그 집에서도 샌드라의 과거 최악의 기억들은 여전히 이 구석 저 구석을 배회한다. 하지만 그런 기억들은 이제 대부분 공간을 메우고 있는 좋은 기억과 새로운 계획, 살아온 삶과 살고 있는 삶에 자리를 내주지 않을 수가 없다.”세라 크래스너스타인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2018년 빅토리아 문학상, 논픽션 부문 빅토리아 프리미어 문학상, 오스트레일리아 출판산업상ABIA ‘올해의 일반 논픽션 상’, 도비(Dobbie 문학상), NSW 프리미어 문학상 ‘더글러스 스튜어트 상’(공동 수상)을 수상했으며 2019년 오스트레일리아 국립전기상, 영국 웰컴 문학상 등에서 최종 후보작에 올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4

가치관 변화, 세상을 더 좋게 만들 수 있을까?

금융은 자본주의의 꽃이자 핵심으로도 불리지만, 탐욕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불평등을 심화해나가는 시스템이자 업계라는 사실이 거의 상식으로 통용된다.코로나 팬데믹과 기후위기, 전쟁과 식량 위기 등으로 세계가 막다른 길을 향해가고 있다는 전망이 인류 위에 그림자처럼 드리운 지금, 정치-경제-금융적 가치관의 실질적인 변화로 세상을 더 좋게 만들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캐나다 중앙은행과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 총재를 지내는 등 세계 금융 핵심부에서 활동해 온 마크 카니는 ‘초가치’(윌북)에서 금융의 역사를 되짚으며 ‘공정한 금융’의 가능성을 탐색한다.마크 카니는 금융 시장에서 왜곡돼온 가치에 대한 인식을 짚고, 어떻게 하면 이 거대한 세계적 위기의 시대에 세계적 차원에서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금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긴급하고도 대담한 통찰과 제언을 내놓는다.세계 금융의 핵심부에서 활동해온 마크 카니는 2013년 비영국인 최초의 영국 중앙은행 총재로 취임해 2020년까지 브렉시트 이후의 혼란을 성공적으로 수습한 유능한 경제 리더이자,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로 있었던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에는 과감한 판단과 정책적 결정으로 캐나다를 G7 가운데 위기에서 가장 먼저 탈출시킨 강력한 리더십으로 찬사를 받은 주인공이다.그에 따르면 시장경제는 외부의 가치를 기반으로 한다. 사회적 가치에 균열이 생기면 시장경제도 흔들리게 된다. 그는 자본주의 속성상 시장 가치 영역이 지속적으로 팽창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 즉 인간 가치를 위협한다고 본다.따라서 ‘부의 유토피아이자 인간성의 디스토피아’를 극복하려면 시장의 ‘가치’와 사회적 ‘가치관’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우리는 시장이 제대로 잘 작동하도록 사회적 자본을 재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개인과 기업은 시장 시스템을 위해서 연대감과 책임감을 회복해야 한다. 한층 더 폭넓게 말하면, 사회의 가치관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하고 ‘초(超)가치’를 지향함으로써 우리는 번영의 여러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4

다양한 커리어 6인, 일하는 진짜 ‘나’를 찾다

우리는 일을 한다. 생계를 위해서든, 자아실현을 위해서든 어떤 것이 먼저이든 간에 어쨌든 우리는 일을 한다. 하지만 일을 하면서 자꾸만 놓치는 물음이 있다. 바로 일하는 마음이다. 일의 성과를 인정받는 것만큼이나 일하는 우리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일하는 마음과 앓는 마음’(이봄)은 일에 대한 우리의 마음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진짜 나를 알아가는 삶의 과정을 담은 책이다.이 책은 다양한 일의 모습, 각기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진실된 이야기와 솔직한 마음들을 전한다.다양한 커리어를 가진 작가들이 참여했다. 회사원에서 프리랜서가 된 삽화가이자 에세이스트 임진아, 7년차 용접공이자 사회와 노동에 대한 글을 쓰는 천현우, 퇴사와 함께 쓴 책으로 주목을 받은 뒤 그림을 그리고 글 쓰는 일을 하게 된 하완, 청소부, 작가, 강연가 등 다양한 일을 하는 ‘N잡러’ 김예지, 자연의 비밀을 품고 있는 작은 생물들을 연구하는 과학자 김준, MZ세대가 열광하는 패션 브랜드 ‘THE MUSEUM VISITOR’를 이끄는 박문수가 그 주인공이다.각자 활동하는 분야는 다르지만, 불안과 뿌듯함을 오가는 여섯 명의 일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긍정적인 마음 속에 일의 의미를 찾는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14

아태평화교류협회 ‘평화친구’ 제6호 출간

아태평화교류협회(대표 안부수)가 지난 2020년 12월 독자들의 마음에 ‘평화 텃밭’이 되겠다는 취지로 창간한 계간지 ‘평화친구’ 제6호가 올해 봄호로 최근 출간됐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 생명과 다름없는 평화의 소중한 가치를 강력히 일깨우는 가운데 발간된 이번 호는 책을 여는 권두에 베트남전쟁 기간(1964∼1975)에 청춘의 십여 년을 전장에 바치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아 전후 베트남을 대표하는 작가가 돼 전쟁의 참상을 탁월하게 그려낸 바오닌(71)과 반레(1951∼2020)의 대화를 ‘평화친구의 영혼’ 코너에 실었다.이번 호 ‘평화친구’는 ‘간첩 누명을 극복하고 하나의 코리아를 향해 그 길 없는 길을 걸어간 평화운동가 구말모 선생’ 추모특집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구말모 약전(略傳), 안부수 대표의 추도사, 구말모의 이산편지, 재심 청구 대법원 무죄 판결에 대한 소회, 귀국선을 타고 북한으로 들어간 재일한국인 디아스포라에 대한 이대환 작가의 에세이 ‘동해의 슬픔’ 등으로 짜였다.이번 호로 6회째 맞은 안부수 대표의 기획연재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과 조국 봉환의 현장을 가다’는 일본 오사카 지역과 필리핀의 유골 발굴 현장을 다루고 있다.이밖에도 정태헌 우리경제협력기업협회장의 평화 제언 ‘환경보존을 위한 남북 축산자원 교류협력 방안’, 1930년대 미국 유학의 심회를 담은 수필가 한흑구 선생의 시편, ‘내 안의 평화’를 위한 김용국 시인의 시와 산문 등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새봄을 맞은 독자들의 마음에 ‘평화 텃밭’을 가꿔줄 글들을 담고 있다. /윤희정기자

2022-04-12

이경재, 여덟 번째 평론집 출간

국내 문단에서 독자적인 평론의 영역을 구축한 문학평론가 이경재 숭실대 국문학과 교수의 신작 평론집 ‘비평의 아포리아’(도서출판 강)가 출간됐다.이경재 교수는 2006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문학과 사회와의 경계를 넘는 폭넓은 이해를 토대로 한국문학 연구를 이어왔다. 등단 이후 제14회 젊은 평론가상, 제29회 김환태평론문학상 수상 등 작품 내적 논리를 충실하고도 꼼꼼하게 읽어내는 깊이 있는 비평으로 주목 받았다. 이번 평론집은 그 맥을 이어 출간된 여덟 번째 책이다.저자는 제1부부터 제4부까지 네 주제로 나눠 정보화 사회의 태동과 문학의 생존 가능성, 한국문학과 이데올로기의 관계, 한국문학의 세계화 전망 등에 관해 논한다.1부 ‘재현과 환기’는 ‘우리 시대 재현의 세 가지 빛깔’을 비롯해 ‘아주 가까운 것과 아주 먼 것’, ‘과거가 돌아오는 방식’ 등 모두 6편의 평론으로 꾸며졌다. 저자는 특히 우리 시대 한국문학의 재현을 둘러싼 여러 가지 난제들, 독자와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방안, 애도되지 않은 역사의 파국적 귀환, 말년성의 미학적 형상화 등을 주제로 문학이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할 것을 묻는다.2부 ‘한국문학의 수호성인들’에서는 ‘인간을 넘어 참된 존재로’ 등 7편의 평론을 담았다. 작가론에 해당하는 글들로 1950년대에 등단한 작가부터 2010년에 등단한 작가까지 총 일곱 명의 소설가(정연희, 전상국, 최윤, 하성란, 노정완, 해이수, 채영신)를 통해 지난 반세기 한국문학의 전개 양상을 살펴본다. 그들이 펼쳐간 존재에의 지향, 분단 상처의 극복, 타자에 대한 이해의 (불)가능성, 현대 사회의 인간 소외, 가족이라는 형식의 근원적 한계, 한국 현실의 저변에 대한 탐색, 삶의 심연이 지닌 폭력과 희망 등은 한국문학의 가능성과 비평의 보람을 동시에 느끼게 해준다.3부 ‘새로운 가능성의 근거’에서는 최근 한국소설이 가닿은 성취를 대변할 수 있는 7편의 소설들(‘철도원 삼대’, ‘악어’, ‘총구에 핀 꽃’, ‘희박한 마음’, ‘일곱 해의 마지막’, ‘휴가 중인 시체’, ‘탑의 시간’)을 자세하게 비평한다. 작품 하나의 해명에 시종하기보다는 한국소설의 중요한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고민을 아울러 드러낼 수 있도록 고민한 흔적이 담겨 있다. 노동소설의 21세기적 가능성, 제국과 제국주의의 관련성, 국가폭력의 역사적 문제성, 여성을 둘러싼 공포와 불안의 정체, 이념이 사라진 자리에 남는 작가적 진정성, 죽음 충동의 문학적 형상화, 세련된 연애 서사의 존립 여부 등이 3부에 수록된 작품론들을 통해 탐구해본 핵심적 테마들이다.4부 ‘한국문학 비평의 맥락들’에서는 최근 한국문학이 낳은 비평들을 대상으로 한국비평의 맥락을 조망한다. 대상이 된 비평들은 통일을 지향하는 실천적 사유, 창발적 문학 탐구의 전범, 리얼리즘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성찰, 역사·유물론적 문학 이론의 계보 등을 탐색한 것들이다.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과 김윤식의 ‘한일문학의 관련 양상’을 중심으로 한 ‘이어령과 김윤식에게 일본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분단 극복의 간절한 서원과 실천-염무웅론’, ‘창발적 문학 탐구의 한 전범-방민호론’ 등 5편의 글이 실려 있다.저자는 “문학이라는 바다를 오랜 시간 바라본, 때로는 물안경 하나만 가지고 그 심연 속에 잠수해본 기록의 일부다. 여러 평론집을 내놓으면서 가져온 포기하지 않는 나름의 원칙 하나가 ‘가능한 한 정확하게 읽자’는 것이었다. 이번 평론집 또한 거기에 이르고자 한 분투의 산물이라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07

세 누이 시선으로 본 빈센트 반 고흐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동생 테오와 주고받았던 편지들이 빈센트 반 고흐라는 예술가의 통찰력과 예술성을 생생하고도 흥미롭게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반 고흐의 누이들’(만복당)에서는 빈센트의 세 여동생 안나와 리스, 빌레민의 목소리를 통해 때론 애틋하고, 때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갈등을 겪기도 했던 반 고흐 남매들의 관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또한, 고흐라는 이름에 위대한 명성을 가져다준 빈센트의 삶과 예술은 물론, 그가 살았던 시대의 사회, 경제, 예술이 격동하는 순간을 포착할 실마리를 제공한다.네덜란드 사업가와 결혼하기 전 영국에서 가정교사로 일했던 첫째 누이 안나는 부친이 세상을 떠난 후 빈센트와 갈등의 골이 깊었던 인물이기도 했다. 문학에 대한 열정으로 오빠 빈센트에 관한 책을 쓰기도 했던 둘째 누이 리스, 네덜란드 페미니즘 운동이 태동하던 시기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셋째 누이 빌레민. 이 세 여성의 시선을 좇아 가족의 일원으로, 또 예술가로서의 빈센트 반 고흐를 다시 만나볼 수 있다.빈센트와 테오는 19세기 말에 요절했고, 세 여동생은 20세기까지 살았지만 오빠의 작품과 다소 거리가 있었다. 다만 시인이자 작가였던 둘째 여동생 리스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오빠의 그림을 팔아 생계를 꾸려야 했다. 여동생들은 빈센트의 작품이 사후 평가를 받는 데 별다른 역할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빈센트는 부모와 형제자매들에게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움직였던 신념”을 받았다고 저자 빌럼 얀 페를린던은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4-07

고립과 두려움… 우리는 다시 연결될 수 있을까?

‘낯선 사람’이 곧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은 모두가 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낯선 이를 마주하면 몸을 움츠린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타인을 환영하기보다 의심하고, 안전을 위해 단절을 마다하지 않는다. 고립과 두려움을 넘어 연대와 신뢰감을 되살릴 수 없을까? ‘다름’ 앞에서 삶을 열어젖힐 때의 즐거움과 가능성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까?‘타인이라는 가능성’(아크로스)은 그 방법을 찾기 위해 문학과 철학, 인류학과 역사학을 가로지른 지적 탐사의 기록이다. 영국 출신의 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저자 윌 버킹엄은 이 책에서 타인을 맞이하고 받아들일 때의 위험과 가능성을 전방위로 탐구한다. 고대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에 그려진 낯선 만남들을 살펴보고, 몽골 유목민의 이방인 맞이 예법이 복잡해진 이유를 해석하며, 풍성한 만찬과 선물에 담긴 인류학적 의미를 포착하고, 다문화 도시에서 인종과 국적이 다른 이들과 이웃하게 될 때 실제로 벌어지는 일들을 기록했다.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비이성적 감정일까. 저자는 그렇지는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를 의미하는 제노포비아(xenophobia)는 ‘오디세이아’나 ‘길가메시 서사시’의 주요 테마 중 하나였을 정도로 이미 오래전부터 인간 삶에 깊숙이 뿌리내려 이어져 왔다며 삶을 지키기 위해 불확실성과 거리를 두는 것은 합리적 행위라고 말한다.이 책은 낯섦이 불러일으키는 합당한 불안을 살피는 한편, 미지의 타자를 환대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온 우리의 다종다양한 실천들을 탐구한다.낯선 사람을 맞이하는 방법과 관련해 나라마다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몽골에서는 타인의 집을 방문할 때 오른발부터 디뎌야 하며, 외투의 소매는 손목까지 내리고 모자는 쓰고 있어야 한다. 고기를 대접받으면 적은 양을 입에 넣은 뒤 양이 많고 넉넉한 것처럼 과장하며 씹는 것이 관례다.물론 모든 낯선 만남이 늘 별 탈 없이 마무리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환대는 갈등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폭력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저자가 여행 중 머문 적 있는 불가리아의 한 마을에서는 주인의 대접을 사양하는 손님을 곤봉으로 때려 쫓아내는 관습이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고 한다. 주인의 명예를 실추시킨다는 이유에서라는 것이다.이스마일 카다레의 소설 ‘부서진 사월’를 통해 우리에게도 익숙한 알바니아 북부의 예법 ‘카눈(Kanun)’에 따르면, 지위나 명예가 손상되면 반드시 피로 복수해야 한다. 이들 예법은 낯선 만남에 친절과 적대감, 환영과 폭력이 동시에 잠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하지만 저자는 낯선 만남에 도사린 위험보다 그로부터 얻게 되는 보상에 더 초점을 맞춘다. 낯선 이에 대한 불안감이 좀 더 열리고 관대한 마음으로 바뀌는 것이다.이외에도 저자는 관계에 즐거움과 신뢰를 더해 공동의 미래를 여는 데 이바지하는 선물의 힘, 낯선 사람과 어울릴 때의 지침이 돼준 논어 속 예법들, 성 베네딕토와 이마누엘 칸트가 생각한 적절한 만찬의 규칙, 오늘날 남아 있는 작별과 배웅의 관습을 차례차례 탐구해나간다.저자는 무수한 사람들이 현재 앓고 있는 외로움의 고통을 해소하는 것이 책의 집필 동기 중 하나라고 말한다.“외로움, 즉 주변부에 위치할 때의 느낌은 위협에 대한 반응을 강화한다. 우리는 외로울 때 타인을 가장 불신하는 경향을 보이며, 타인을 불신할 때 가장 큰 외로움에 휩싸인다. 관계를 맺을 가능성은 낮아지고, 위험을 회피할 가능성은 더욱 커진다.”(297~298쪽)저자는 프랑스 철학자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말 “낯선 이와의 관계는 곧 미래와의 관계”(12쪽)를 인용하며 환대는 고독과 불신, 적대를 해소하는 방법일 뿐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열어젖히는 단초이기도 하다고 강조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31

“詩 한 편 쓰고 나면 그냥 살아졌다” 문영숙 첫 시집 출간

문영숙 작가가 생애 첫 시집 ‘당신의 북쪽’(애지)을 출간했다.2011년 ‘한국작가’로 문단에 데뷔한 문 작가는 ‘당신의 북쪽’을 통해 어긋난 세계의 흔적과 진실한 것들의 인기척을 담아내고 있다. 현실 세계의 불안과 갈등에서 비롯되는 통증이 시적 공간을 낳으며 감각과 사유로 확장되는 방식이다.그의 언어는 ‘달력을 넘겨도 계절이 바뀌지 않(태화동·실직)는 무력감’이라든지, ‘입안에 생긴 반점’처럼 쓰라리게 견뎌야 하는 삶의 구멍들을 온몸으로 교감한다. 또한, ‘되돌리기엔 너무 늦어버린”(놓치다) 시간의 자국들 혹은 ‘눈치 볼 것 없는 무명’의 세계를 감각적으로 어루만진다. 감정에 휘말리지 않고, 서두르지 않고, 냉철하면서도 온기를 찾아가는 시선이 이 시집의 미덕이다.2006년 안동에 살면서 시를 만났다는 문 작가는 “시 한 편을 쓰고 나면 그냥 살아졌다. 시는 내가 나한테 들려주는, 말로 하지 못하는 어떤 것들이다.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예기치 않은 복병들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삶의 편린들, 그것들과 싸우지 않고 화해하는 방식이 나의 시 쓰기 작업이었다”며 “2월인데 꽃을 피우는 나무가 있다. 마음을 어느 쪽에 두느냐에 온도차가 생겨 나무는 꽃을 피우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지치고 힘든 누군가에게는 내가 쓴 시처럼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로 다가오기도 할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공감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출간 소회를 밝혔다.문영숙 작가는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2011년 ‘한국작가’로 등단했으며 2020년 이육사문학관 상주 작가로 근무하면서 샘문학 동인과 안동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피현진기자phj@kbmaeil.com

2022-03-31

낯선 길 들어선 ‘글쟁이’ 전종건

신간 ‘낯선 길’(학이사)은 가톨릭신문사 기자와 영남일보 편집부 기자를 거쳐 수성문화재단 등 지역 문화계에 몸담았던 고(故) 전종건 씨의 유고집이다. 전 씨의 작고 1주기를 맞아 그가 생전에 모아 정리해 둔 원고에 추모글을 더해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전 씨는 췌장암으로 인해 큰 수술을 받았지만 현대적인 의학 치료보다 자연치료를 결심하고는 청도 성모솔숲마을로 들어가 숲을 걷고 책을 읽으며 글을 썼다. 자신이 쓴 글을 모아 책으로 내기 위해 원고를 정리했으나 끝내 완성하지 못하고 지난해 4월 8일 선종했다.가톨릭 수사로 있다가 수도원을 뛰쳐나와 세속의 길을 걷게 됐다는 저자는 자신을 혼자 생각하고 실행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으로 주변에 인식되는 인물이다. 산골 토굴에 틀어박혀 읽고 쓰는 일에만 몰두하던 때와 아날로그 사운드에 푹 빠져 소리를 찾아 홍길동처럼 전국을 휘젓던 나날의 이야기, 시인과 성악가, 의사의 서재에서 그들과 나눈 대화를 담은 글에서는 저자의 문화예술적 소양을 엿볼 수 있다. 삶의 방향성이 현실에 있기보다는 문학적이거나 음악적이거나 철학적인 분위기에 놓여 있는 것 같은 사람, 사람에게 살갑진 않지만 티 내지 않고 한정 없는 마음을 내주는 친구, 인간의 내밀한 역사 엿보기를 끊임없이 갈구해 온 탐구자, 신앙인의 외식적인 행위가 아닌 신앙의 본질을 찾고자 몸부림치던 고뇌하는 수도사…. 그를 수식하는 많은 문장이 있지만, 정작 저자는 ‘글쟁이’라는 간단한 단어로 자신을 표현한다.총 4부로 나뉜 유고집에는 저자의 수필 24편과 추모글 5편이 수록돼 있다. 1부에서는 일상을, 2부에서는 저자의 취미였던 오디오와 관련된 수필을 모았다. 3부에서는 문화예술에 대한 단상과 예술인을 인터뷰한 글이 정리돼 있으며 추모글로 구성된 4부로 마무리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31

‘대구 개구리소년’ 미제사건 30년 추적

국내 최대 수사 인력이 동원됐으나 결국 미제사건으로 남은 ‘개구리 소년 변사사건’의 사인을 비교·분석한 현직 기자의 추적기가 발간됐다.책은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가운데 하나인 이 사건이 발생한 지 꼭 31년 되는 3월 26일을 앞두고 출간돼 주목받고 있다.‘아이들은 왜 산에 갔을까?’(부제 개구리 소년 변사사건 30년 추적기·사진)라는 제목의 책은 ‘책을 쓰면서’와 ‘책을 마무리하면서’를 포함해 모두 7부로 구성됐다. 저자인 김재산 국민일보 대구경북본부장은 대구경찰청을 출입하던 1991년 3월 26일, 사건 발생 당시부터 달서경찰서는 물론 아이들이 살던 마을과 학교, 와룡산 등 현장을 뛰어다니며 취재를 시작했다.김 본부장은 사건 발생 초기 경찰이 ‘집단 가출한 아이들은 앵벌이 조직의 일원으로 생활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서울에 대규모 형사들을 파견하자 실종 어린이 가족과 함께 동행취재를 하기도 했다. 또, 한 범죄심리학 박사가 다섯 아이 가운데 한 명인 김종식(당시 9세) 군 아버지 김철규 씨가 아이들을 살해한 뒤 사체를 집 주변에 묻었다고 주장해 경찰이 발굴작업을 진행할 때도 직접 현장을 지켜봤다.그는 아이들의 사인을 ‘저체온사’라고 자신 있게 주장하는 퇴직 경찰관 김영규(사건 당시 대구경찰청 강력과장) 전 총경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한 것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그는 최근 5년 동안 이 사건과 관련된 전·현직 경찰관, 법의학자, 유족 등과 만나 인터뷰하면서 아이들의 사인이 ‘타살’인지, ‘저체온사’인지를 비교·분석했다. 김재산 국민일보 대구경북본부장. 그는 “명확한 사인을 가리기 위해서는 첨단기법을 동원한 경찰의 재수사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정년퇴직을 앞둔 저자는 “대중들에게 ‘살해 암매장 사건’으로 각인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누군가는 정리해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용기를 냈다”며 “경찰의 재수사로 사건의 진실이 오롯이 밝혀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개구리 소년 변사사건은 1991년 3월 26일 대구 성서초교 학생 다섯 명이 도롱뇽알과 탄피(탄두)를 줍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된 지 11년 6개월 만인 2002년 9월 26일 마을 인근 와룡산 중턱에서 유골로 발견된 사건이다. 논란 끝에 경북대 법의학팀이 사인을 타살로 발표했으나 범인 검거는 고사하고 범행 도구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결국 2006년 3월 25일 자로 공소시효가 만료됨에 따라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아이들을 찾기 위해 32만명의 경찰력이 동원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23

포항문화 한획 그은 ‘인물’들 속으로

(재)포항문화재단 문화도시 사업단의 시민자치기구인 문화도시 포항 인문기획위원회가 미래자산화 사업의 일환으로 포항문화에 굴곡을 남긴 ‘인물’을 발굴·조명한 인문콘텐츠 개발서 ‘포항문화, 길을 연 사람들’을 발간했다. ‘포항문화, 길을 연 사람들’은 죽장면 입암서원에 얽힌 장현광과 박인로에 관한 이야기, 청하현감시절 진경산수화를 완성한 겸재 정선, 짧은 기간이지만 지금의 포항 장기면에 큰 영향을 끼친 다산 정약용, 동학의 선구자인 해월 최시형의 삶 등 우수한 우리지역의 인물자원에 대해 새로운 관점의 글이 수록됐다.또한, 근현대 포항문화에 영향을 끼쳤으며 아직 기록화되지 않은 새로운 인물에 대해서도 담고 있다.청포도 다방을 중심으로 ‘청포도 살롱시대’를 연 사진작가 박영달, 포항교육을 일으킨 평보 하태환 선생의 일대기, 지역문화진흥의 산증인인 신상률, 지난해 타계한 ‘포항방송계 1호 아나운서’ 방송인 아나운서 최규열, 환동해 중심지의 주요문화자산인 동해안별신굿의 명맥을 이어온 김용택의 일생까지 그동안 미처 주목하지 못했던 지역 소수적 관심인물들의 면면을 만나 볼 수 있다.포항문화재단 측은 “이 책이 지역문화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작은 연결점이 되어 지역 예술가와 기획자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담은 문화콘텐츠로 창출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한편, 문화도시 포항 인문기획위원회는 삶과 인문성에 주목하는 문화도시로의 전환을 꾀하고자 대학교수, 문화예술전문가 등 지역의 오피리언 리더로 구성돼 2019년부터 포항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자문기구로써 지역의 인문성 발굴과 가치 확산을 위해 자치적으로 운영되고 있다./윤희정기자hjyun@kbmaeil.com

2022-03-22

시와 삶을 지탱하고 있는 뿌리를 따라

‘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난다)는 최문자 시인(77)의 첫 산문집이다.최 시인은 1982년 ‘현대문학’을 통해 등단한 후 사랑과 슬픔의 힘, 깊은 상처와 철저한 자기 응시로 이뤄진 시세계를 펼쳐보여 왔다. 시집으로 ‘귀 안에 슬픈 말 있네’, ‘사과 사이사이 새’ 등이 있으며 제3회 박두진 문학상, 제4회 신석초문학상, 한국여성문학상 등을 수상했다.시인은 자신이 “해가 지고 있는 저녁”의 시간을 지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붉은 저녁”을 그는 “많은 기억을 품은 채 말없이 걸어가고” 있다. 산문집에서 그는 이 기억을 따라 그의 시와 삶을 지탱하고 있는 뿌리를 따라 내려간다.산문집은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그때는 정말 뿌리를 부르게 된다’를 비롯해 총 53편의 글이 실렸다.“누구나 바라보고 싶은 대상이 있다. 거기에 닿고 싶어 하고, 그것을 바라보면서 걷고 멈추고 다시 걷는다. 그러다 가끔은 어찌할 수 없는 일들이 생겨난다. 걸음은 멈춰지고 더는 갈 수 없을 때, ‘닿고 싶은 곳’은 ‘슬픈 쪽’으로 바뀐다. 그러면서도 쓰러지는 순간까지 그쪽을 오래 바라본다. 결국은 슬픈 쪽, 그쪽으로 쓰러진다.” (‘사랑은 왜 밖에 서 있을까’ 194~195쪽)/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7

역사적 혁명 배경에는 세금이 있다?

동서양에 걸쳐 대제국을 건설한 인류 최대의 정복 군주 칭기즈칸은 금나라를 정복한 다음 다른 정복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주민들을 모두 말살하려고 했다. 이때 그 곁의 참모가 “죽은 농민은 세금을 내지 못 한다”고 진언해 수많은 중국인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렇듯 예나 지금이나 세금은 전 세계 모든 정복자의 주요 사업이다. 칭기즈칸의 이야기는 세금이 국가 권력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일례에 불과하다. 영국의 금융 전문 작가인 도미닉 프리스비의 세금이야말로 인류의 역사를 좌우하는 첫 번째 이유라고 단언하는 책 ‘세금의 세계사’(한빛비즈)가 나왔다. 세금이 문명의 성격을 결정한다는 시각을 지닌 저자는 한마디로 조세제도는 국가의 운명, 즉 국민의 번영과 빈곤, 자유와 억압, 만족감과 불만을 결정한다고 본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부터 오늘날의 디지털 경제까지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보여주며 세금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고 강조한다.인류 역사의 모든 중요한 사건에는 늘 세금이 얽혀 있다. 예수가 베들레헴에서 태어난 것은 마리아와 요셉이 그곳에 세금 신고를 하러 갔기 때문이며, 세금을 내는 새로운 노동자계급이 출현한 것은 흑사병으로 중세의 봉건제도가 사실상 무너졌기 때문이다. 여성의 참정권이 허용된 것도 제1차 세계대전 중 여성들이 공장에 투입돼 그들이 소득세를 납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라미드부터 백악관까지 인류의 주요 건축물들 또한 세금이 없었다면 짓지 못했을 것이다. 중국 만리장성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되기도 했지만 비단길을 따라 중국을 드나드는 물품에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전쟁, 재난, 재해 뒤의 재건 과정에도 세금이 항상 등장한다. 세금이 없었다면 인간은 달에 첫발을 내딛지 못했을 것이다.세금은 고대 수메르제국부터 권력의 근간이었고, 수많은 전쟁과 혁명의 단초였다. 프랑스에서는 소금 가격의 열 배를 물리는 소금세가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러시아혁명의 배경에도 황제가 소작농에게 부과한 세금이 있었다.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전쟁에는 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금은 전쟁비용을 버는 동시에 선전·선동의 도구로 쓰였다. 미국은 1942년 소득세 과세 대상을 대폭 늘리면서 승리세(Victory Tax)라는 이름을 붙였다.나치 독일은 세금을 이용해 유대인을 재정적으로 말살하고 전쟁비용도 벌었다. 유대인은 20%의 부유세를 물고, 국내외 재산등록을 누락하면 전 재산을 몰수당했다. 나치가 전쟁에서 쓴 돈의 3분의 1은 압수한 유대인들 재산이었다.종교 또한 그러하다. 징벌 수준의 세금과 강제노동의 속박에서 벗어나 시나이반도로 탈출한 히브리인들은 역사상 최초로 세금을 피해 탈출한 난민으로 기록되며, 십일조는 기독교의 역사와 함께한다. 이슬람교가 7~8세기에 빠르게 퍼질 수 있었던 것도 이슬람의 세금 제도로 모두 설명된다. 죽음, 세금, 이슬람 중에서 선택해야 했기 때문이다.이 외에도 영국 헌법의 시초인 마그나카르타가 탄생한 비화, 세계대전의 승패를 가른 소득세, 나치가 유대인에게 저지른 차별적 조세정책,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채무로 몰락한 영국 등등 이 책은 세금이 역사와 얽히고설키며 인류 문명과 늘 함께해왔음을 보여준다.저자 도미닉 프리스비는 20세기에서 21세기로,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경제로 모든 것이 대전환하고 있는 지금, 세금 문제를 다시 전면에 부각해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한다. “세금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다. 역사는 어리석고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나온, 시대에 맞지 않는 세금이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를 반복하여 보여준다. 이제는 21세기에 맞게 새롭고 더 나은 조세제도가 필요하다. 조세개혁은 정치인들이 진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다. 세금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 세금이 출발점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7

자연·사물·자아에 대한 사유… 김기찬 첫 시집 출간

“내게 찔레꽃은/ 늘 고향의 안부 같은 것이다//민들레, 진달래도 그렇지만/특히 그 아릿한 향기는/문간방 고향 누나들의 분 냄새처럼/언제나 살갑게 다가오는 것이다//….//뒤안길 홀로 훌쩍이던 누이의 흔적일 때도 있고/할아버지 상여 뒤따르는/열 두 살 내 흔적도 함께 묻어 있는 것이다”- 김기찬 시 ‘찔레꽃’ 부분서정성과 통찰력으로 자아와 사물을 따뜻하게 관조하는 김기찬 시인이 그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과 최근 작품을 묶어 ‘붙잡히지 않는 둥근 거울’(학이사)이라는 이름으로 첫 시집을 출간했다.시집은 1부 꽃과 나무, 2부 사색, 3부 바다와 산, 4부 생활 주변, 5부 미래 세계 등 총 5부로 나눠 62편의 시에 자연과 사물, 자아에 대한 사유를 담았다. 특히 “문간방 고향누나들의 분 냄새처럼/언제나 살갑게 다가오는 (‘찔레꽃’)” 꽃 시편들과 “바닷가 조약돌에는/태고부터 이어 온/자연의 리듬이 담겨 있다(‘조약돌’)”는 사색 시편들이 눈길을 끈다.큰 바위와 작은 자갈을 시냇물처럼 자연의 속도로 어루만지는 시어는 읽는 이를 편안하게 작품 안으로 끌어들인다. 소통이 되는 시를 찾아보기 힘든, 생경한 언어의 시대에 단정하고 아름다운 미적 형상화와 더불어 여백과 통찰이 들어 있는 김기찬의 시는 본연의 서정시에 가장 근접한 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해설을 쓴 손진은 시인은 “김기찬 시인은 생래적 서정시인인 동시에 삶 속에 숨은 존재의 깊은 어스름은 물론 근원적인 시간성을 향해 나아가는 시인”이라는 평을 남겼다.2017년 동리목월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김기찬 시인은 1940년 안강 출생으로 경북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교 영문과 교수를 거쳐 현재 명예교수로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7

20세기 대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일생

‘장기 19세기’를 다룬 3부작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와 ‘단기 20세기’를 다룬 ‘극단의 시대’로 명성을 떨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1917∼2012)의 10주기를 앞두고 ‘에릭 홉스봄 평전’(책과함께)이 번역·출간됐다.홉스봄이 역사에 미친 영향과 역사에 대한 인식에 미친 영향은 지대했다. 그의 저작은 50개 언어로 번역되고 수백만 부가 판매돼 여러 세대의 독자와 학자에게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영향을 줬다. 나아가 그는 공적 지식인이자 좌파의 영향력 있는 대변인이었다.저자인 저명한 역사가 리처드 J. 에번스는 이러한 홉스봄의 인생 역정을 꼼꼼하게 톺아보면서 그가 일평생 추구한 테마와 이념을 서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의 진짜 모습, 즉 불안한 10대, 연인, 가정적인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인간적인 면모를 세세히 묘사한다. 또 그가 공산당원으로 한평생 투신한 까닭과 역사가의 길을 선택한 계기,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연구 실적에도 모교인 케임브리지의 교수로 임용되지 못한 이유, 나아가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 이후 어떠한 생각을 가졌으며 미래 사회를 어떻게 전망했는지 등 홉스봄 삶의 변곡점과 갈등, 그에 따른 내면의 변화를 깊게 들여다볼 수 있다. 이처럼 이 책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홉스봄의 사적인 측면을 풍부하게 재구성해 그의 총체적 삶을 그려낸다.이 책은 홉스봄에 대한 기본 정보 없이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것은 홉스봄이 워낙에 파란만장한 삶을 오래 살아서이기도 하지만(95세까지 살았다), 이 책의 지은이인 리처드 J. 에번스의 필력과 구성력, 그리고 무엇보다 성실함 덕분이다.1917년 이집트에서 폴란드계 유대인 혈통의 영국 부모 가정에서 태어나 10대 초반에 고아가 된 홉스봄은 베를린에서 대공황의 위력과 정치권의 변덕스러운 대응을 목격했고, 공산당원이 돼 나치즘에 저항했다. 그로 인해 목숨이 위험해지자 런던으로 이주한 뒤 케임브리지대학에 입학했다.그는 혁명기의 쿠바를 방문해 체 게바라의 통역사로 활약하기도 했고, 1980∼1990년대에 그의 저술은 영국 정계와 신노동당 운동의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한평생 마르크스주의에 충성하면서도 공산주의의 현실에 눈감지 않았고, 그 때문에 줄곧 영국 공산당의 의심을 샀다. 사후에 공개된 영국 정부의 홉스봄 관련 파일을 통해 그가 50년이 넘도록 정부의 감시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그가 평생 놓지 않은 마르크스주의는 독일 베를린에 살던 1930년대 초반 싹텄다고 설명한다. 자본주의는 대공황으로 총체적 붕괴가 임박한 듯했고, 나치가 바이마르 공화국을 무너뜨리기 직전이었다. 좌파는 공산주의 운동으로 파시즘을 척결하려 했다. 가난에 시달리다가 일찍 부모를 잃은 홉스봄은 공산당에서 가족의 대체물을 찾았다고 저자는 말한다.홉스봄은 역사 분야뿐 아니라 다른 많은 장르에서도 호소력 짙고 매력적인 작가였다. 그의 방대한 저술에는 단편, 시, 자연 묘사, 여행기, 정치적 소책자, 개인적 고백 등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그는 1933년 나치가 권력을 장악한 베를린부터 1936년 프랑스 인민전선 선거 이후 처음 열린 프랑스 혁명 기념식, 같은 해의 스페인 내전, 1939년 2차 세계대전 발발과 뒤이은 냉전, 그 이후까지 20세기 역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함께하고 참여했다.홉스봄은 세상을 떠나기 전 삶을 돌아보며 이렇게 적었다. “나는 무엇보다 스스로를 일종의 게릴라 역사가로, 이를테면 포격을 퍼붓는 문서고의 뒤편에 놓인 목표물을 향해 곧장 진격하기보다는 측면의 덤불에서 사상의 칼라시니코프 소총으로 목표물을 공격하는 역사가로 묘사하고 싶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0

손 씻기·수술용 장갑… 인류 구한 의학 전설들

‘세상을 구한 의학의 전설들’(한빛비즈)은 위대한 의학적 선구자들과 그들이 이뤄낸 위대한 발견을 소개하는 책이다. 코로나19의 지구촌 엄습에 따라 지금 우리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를 갖는 ‘손 씻기’를 최초로 주장한 이그나즈 제멜바이스부터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린 ‘수술용 장갑’을 발명한 윌리엄 할스테드, 인류를 고통과 공포의 위협에서 해방시킨 제임스 심슨의 ‘기적의 마취제’에 이르기까지, 현대 의학의 토대를 만든 다양한 발전과 진보를 이뤄낸 당시의 선구자들과 그들의 위대한 발견을 다룬다.의사이자 역사가인 저자 로날트 D. 게르슈테는 1840년부터 1914년까지 인류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역사적인 사건들을 환상적인 역사적 맥락 속에서 소개한다. 덕분에 의학적·과학적 발견이 단지 그 분야에서 갖는 의의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보다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다채로운 배경 설명과 풍부하게 활용된 인용문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흥미로운 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한 독서에 빠져들게 한다.책은 ‘죽음의 손’, ‘등불을 든 여인’, ‘세기의 전환’, ‘폭발하는 진보의 새 발걸음’ 등 23개 장으로 구성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0

‘중국 3대 석학’ 장치청 교수의 도덕경 연구

도가 경전인 ‘도덕경’을 중국 3대 석학으로 평가받는 장치청(張其成)이 해설한 책이다. 도덕경은 도가(道家)의 사상을 약 5천자로 압축해 담아낸 중국 최고 경전 중 하나인데, 저작 연대와 저자가 불분명하고 후대에도 계속 변형된 형태로 전해져 내려와 그 판본이 다양하다.‘도덕경 완전해석’에서는 중국에서 가장 널리 읽히고 오래 연구해 온 통용본인 ‘왕필본’을 중심으로, 가장 최근에 발견된 죽간본과 백서본, 그리고 하상공본 등 권위 있는 판본들을 참조해 저자가 직접 원의에 가깝게 원전을 재구성하고 이를 쉽고 명쾌하게 풀이한다. 한자 해석, 전체 맥락, 역사적 의미, 현대의 적용 사례 등을 두루 소개하며 한 구절, 한 단어도 독자들이 놓치지 않고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덕경’의 모든 것을 담아낸다.저자는 도덕경 사상을 축약한 글자가 ‘도’(道)라고 강조한다. 도는 자연계의 ‘물’과 인간 세상의 ‘아기’라는 두 사물로 이해해야 한다고 논한다.그는 “공자가 사회 참여적이었던 반면 노자는 은둔했다는 생각은 오해”라며 “노자야말로 세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대표적 인물”이라고 주장한다.적게 가질수록 기쁘고, 아래로 갈수록 귀해지며, 부드러워질수록 강해진다는 것이 도덕경이 전하는 가르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10

‘시대의 대표 지성’ 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열림원) 은 이 시대의 대표 지성 고(故) 이어령 초대 문화부장관이 마지막으로 들려주는 삶과 죽음에 대한 가장 지혜로운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오랜 암 투병으로 죽음을 옆에 둔 이어령 전 장관은 제자인 김지수 조선비즈 기자에게 사랑, 용서, 종교, 과학 등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며,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낮고 울림 있는 목소리로 전달한다.고 이 장관은 “재앙이 아닌 삶의 수용으로서 아름답고 불가피한 죽음에 대해 배우고 싶어”하는 제자의 물음에 은유와 비유로 가득한 답을 내놓으며, “죽음이 생의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가르친다.‘유언의 레토릭’으로 가득한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 “왜 케이스 바이 케이스에 진실이 있는지, 왜 인생은 파노라마가 아닌 한 커트인지, 왜 인간은 타인에 의해 바뀔 수 없는지” 등을 설명하며, 한평생 “평화롭기보다 지혜롭기를 선택”했던 자신이 발견한 삶의 진리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한다.이어령은 자신의 죽음이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내 육체가 사라져도 내 말과 생각이 남아” 있으니 “그만큼 더 오래 사는 셈”이라고…. 글을 쓰고 말하는 것이 자신의 “마지막 희망”이라는 그는 “보통 사람은 죽음이 끝이지만” 작가에게는 “죽음에 대해 쓰는” 다음이 있다며, 현재 자신에게 벌어진 “모든 일을 아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털어놓는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03

세상을 바꾼 여성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의 삶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스티브 잡스’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전기작가인 월터 아이작슨의 신작 ‘코드 브레이커’(웅진지식하우스)가 나왔다. 이 책은 2020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이자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선구자, 세계적인 여성 과학자 제니퍼 다우드나의 삶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다우드나는 어린 시절 “여자가 무슨 과학을 한다고” 같은 업신여김을 당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연구자의 길로 나아갔다.그리고 프랑스 미생물학자 에마뉘엘 샤르팡티에와 협업해 박테리아가 바이러스로부터 자신을 방어하는 후천적 면역체계인 크리스퍼(CRISPR) 시스템의 작동 메커니즘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냈다.이 시스템은 유전자 편집 기술(크리스퍼 가위)로 발전해 암과 유전병 치료에 크게 기여해왔다. 지구촌에 엄습한 코로나19의 백신 개발과 진단 및 치료 연구에도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저자는 근래에 보기 드문 애플의 공동 창업주 스티브 잡스의 공식 전기 ‘스티브 잡스’를 그가 타계한 지 19일 만인 2011년 11월에 펴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된 바 있다.다우드나의 성장기와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의 발전사를 엮은 이 책은 ‘생명의 기원’, ‘크리스퍼의 발견’, ‘유전자 편집’, ‘크리스퍼의 활용’, ‘공공 과학자’, ‘크리스퍼 아기’, ‘도덕적 문제’, ‘전선에서 날아온 특보’, ‘코로나바이러스’ 등 모두 9부로 구성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03

노동·부동산… 사회경제적 문제와 분리된 민주주의

‘조세 없는 민주주의의 기원’(후마니타스)은 유럽에서는 민주주의를 탄생시킨 도화선으로 평가되는 ‘조세’(租稅·세금)가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주의 바깥에 존재해 온 이유를 역사적으로 살핀 책이다. 저자 손낙구 씨는 2008년 ‘부동산 계급사회’라는 책을 펴내 부동산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해 ‘부동산 계급사회’를 하나의 개념으로 만들었던 역사학자이자 정치·노동운동가다.손 씨는 이 책에서 민주화 이후 각 분야에서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났음에도 왜 민주주의가 노동·부동산·복지와 같은 사회경제적 문제와 분리되고 있는가(왜 평범한 사람들이 사회경제적으로 여전히 고단한가)라는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조세 없는 민주주의’의 기원을 찾아 나선다.손 씨는 서구에서 근대 시민 혁명은 ‘대표 없는 과세’에서 ‘대표 있는 과세’로의 전환을 가져왔으며, 복지국가 혁명은 민주화된 국가가 적극적 조세정책과 복지 확대를 통해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개선하는 변화를 이끌어 냈다고 주장한다.반면 1948년 입헌주의, 보통선거권, 대의제 등의 제도적 형식을 갖추며 시작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조세 및 이를 둘러싼 계급 간 이해관계와 무관했고, 출발할 때부터 조세는 민주주의 바깥에 존재했다고 지적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3-03

한국인 DNA에 각인된 미역문화

‘세계 미역문화의 발상지, 포항 영일만’.국내 처음으로 미역과 관련된 인문전문서로서 한민족의 해조류문화(Korea’s Seaweed History)를 집대성한 책 ‘미역인문학’(휴먼앤북스)이 출간됐다. 미역의 해양생태적 가치와 첨단산업으로서의 미역의 활용성 등 미역문화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보고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브랜딩(branding) 작업의 일환으로 바다를 지켜온 민중들의 이야기를 담은 의미 있는 책이라는 평가다. 저자인 김남일 씨는 경북 상주 출신으로 행정학박사이자 경북도 환동해지역본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이 책은 말 그대로 미역에 관한 인문학적 보고서다. 역사를 추적해 고구려 시대 이후 미역이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이자, 마을 공통체에서 공동작업을 통해 채취한 주요 수산물임을 밝혀낸다. ‘삼국유사’의 연오랑세오녀 신화 속에 나오는 바위가 미역바위임을 추측해 내는 것처럼, 저자 김남일 씨는 여러 문헌과 자료를 통해 미역의 과거와 현재를 인문학적으로 읽어낸다.미역은 해조류 음식 재료의 하나가 아니라 한국인의 DNA에 깊이 각인된 해양문화유산이다. 생일날 또는 산모가 출산 후에 먹은 음식이기도 하지만, 미역은 그 이상의 문화적 요소가 담겨있다.이 책은 미역 문화의 탄생, 어촌마을 공동체에서 차지하는 미역의 중요성, 미역의 문화사, 문학작품과 민요 속에 나타난 미역, 미역의 생태학적인 위치, 미역의 유통과 관련한 미역 길(켈프로드·Kelp Road), 미역 음식의 진화와 변신, 세계진출 등 여러 항목의 풍부한 자료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한국인에게 미역은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역 문화가 있기에 그 미역(해조류) 문화를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2021년 ‘울진·울릉 돌미역 떼배 어업’이 국가중요어업유산으로 등재됐고, 2014년 말을 타고 새우를 잡는 벨기에의 ‘우스트덩케르크의 전통어업’과 2016년 ‘제주도 해녀 어업’이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으로 지정돼 있기에 충분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한국인들은 해조류 중 한국산 ‘김’이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세계시장에서 ‘김’은 일본이 종주국이다. 이에 저자는 미역도 자칫하면 이웃 나라에 그 주도권을 빼앗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저자가 심혈을 기울여 여러 자료를 섭렵해 이 책을 쓴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저자는 서문에서 “2021년 2월 19일 시행된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발맞춰 우리 청소년들에게 바다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역동적인 동해의 역사문화를 깊게 이해하도록 하고 싶었다. 일본이 와카메(wakame)라는 이름으로 이미지를 선점할 우려가 있어 세계 미역 문화의 발상지인 우리의 미역 문화의 주권을 회복하는 데도 디딤돌이 되고 싶었다”고 밝혔다.저자는 1989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공보처 장관 비서관, 국무총리실 행정쇄신위원회를 거쳐 1995년 경북도로 옮겨 새경북기획단장, 환경해양산림국장, 독도수호대책본부장, 문화관광체육국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독도, 대양을 꿈꾸다’, ‘마을, 예술을 이야기하다’, ‘독도 7시 26분’ 등이 있다. /윤희정기자

2022-03-03

촛불 후 5년, 우리 삶 현주소는

세계 경제 10위의 부자 나라인 한국은 대격변이 일고 있다. 기회와 충격의 양면성을 지니는 디지털 전환,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생태 위기,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 간에 존재하는 극심한 격차, 높은 자살률 그리고 마침내 세계 최저의 출산율 등 시민은 불안하다. 이러한 변화와 위기의 시대에 시민의 안전한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복지와 고용, 환경 등 사회정책은 물론 복지국가 시스템의 전면적인 재구조화가 시급하다. 이태수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등 각계 전문가 일곱 명이 2년여간의 집요한 공부와 토론을 거쳐 집필한 ‘성공한 나라 불안한 시민’(헤이북스)이 출간됐다. 촛불 이후 5년, 다시 ‘정치의 시간’을 맞아 우리 삶의 현주소를 짚고, 우리 사회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모색하기 위한 ‘한국 복지국가의 재구조화를 위한 담대한 제안서’다.모두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는 ‘대격변 시대, 시민은 정말 안전한가?’이다. 저자들은 불평등과 격차가 세습화하고 불공정마저 일상화한 사회에서 대안과 희망이 부재한 현재적 조건은 대한민국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가 낮고 높은 수준의 울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한다.팬데믹이 이런 위기적 현상을 가속화하고 중층화하고 있고, 우리를 ‘초격차-단절-공포’의 미래로 몰아붙여 회복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렇기에 당장 현시점부터 정치, 경제, 사회, 특히 생태 환경 등에 걸쳐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며 그 핵심은 새로운 복지국가의 틀을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한다.특히 한국 복지체제가 시민이 직면한 사회적 위험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현실은 지난 80여 년 가까이 분배를 둘러싸고 제도화된 정치경제 변화의 누적된 결과이며, 따라서 복지체제의 변화만이 아닌 한국의 산업구조와 정치질서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이 책의 2부는 ‘대전환 시대, 우리는 무엇을 바꿔야 하나?’이다. 저자들은 한국 사회보장제도가 그동안 가족-개인 사이의 부양 및 돌봄이란 가족 기능을 전제하고 그 기능이 부족하거나 없는 경우에 한해 국가가 제도적 지원을 하는 방식의 보충적 지원이 강조돼왔다고 전제하고 이제는 국가의 개입이 개인의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해 직접 작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또한 노동시장을 둘러싼 여러 변화는 필연적으로 복지 시스템의 변화를 강제하며 노동의 세계가 기존의 정규직 중심의 모델에서 벗어나 파트타임, 한시적 일자리, 취업준비생, 실업자, 프리랜서, 비정규직 임금근로자 등 실로 다양한 종류의 ‘일하는 사람들’로 된 다층적 구조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에 조응하는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이 모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이외에 우리 시대의 가장 큰 사회적 위험으로 떠오른 생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경제사회적 전환이 필요한데, 그 전환은 녹색 전환과 탈탄소사회이며 그 핵심 전략이 ‘국가의 녹색(복지)화’라고 제안한다.이 책의 3부는 ‘새로운 복지국가,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가려면?’이다. 전 국민 사회보험, 전환기적 기본소득, 보편적 사회서비스, 혁신 역량 강화, 정의로운 전환을 비롯한 녹색 복지 전략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복지 정치 전략 등을 다룬다.저자들은 한국 사회보장제도의 중심축인 사회보험은 고용 관계를 근간으로 확립돼있기 때문에 불안정노동자가 증가하고 있는 노동시장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해 많은 사각지대를 낳는 한계를 지닌다고 주장한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서는 현재 고용에 기반한 사회보험 가입체계를 소득에 기반한 가입체계로 전면 전환하는 것이라는 것.복지국가의 또 하나의 핵심축이 사회서비스이지만 우리나라 사회서비스는 공공의 책무성이 거의 실종된 상태라고 주장하고, 사회서비스의 공공 인프라를 대폭 확충해 공공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 역할을 확대해 모든 국민이 사회서비스를 권리로 보장받는다는 방향을 제시한다.녹색 복지국가 전략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생태 위기 시대의 복합 위험에 대응해 시민의 사회권을 보장하기 위한 ‘생태사회정책’에 있다면서 시민의 권리와 삶의 질을 신장하는 한편, 자연과의 호혜적 공존이란 생태적 가치를 동시에 또렷이 담아야 하고,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사회정책을 주문한다. /윤희정기자

2022-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