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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다시 목단꽃 피었는데… 현직 기자 애틋한 사부곡

“겨우 내내 빈 제비집을 쳐다보면서 집을 떠난 엄마, 그 뒤를 따라간 아버지를 기다린다. 빈집을 우두커니 지키고 있는 아들의 마당에는 엄마 닮은 목단꽃이 올해에도 피었다. ‘지지배배 지지배배’, 제비식구들의 지저귐으로 아버지와의 ‘불편했던 동거’를 추억한다.” -이창형 자전적 에세이 ‘두 남자를 위한 에피그램’ 중현직 언론인인 이창형사진 씨가 자전적 에세이 ‘두 남자를 위한 에피그램’(도서출판 선)을 펴냈다. 이 책은 어머니를 먼저 보내고 경북 포항 시골집에 홀로 남은 팔순 아버지와 ‘불편한 동거’를 통해 티격태격 애정을 쏟아낸 일상이 담겼다.1부 ‘다시 목단꽃은 피었는데’, 2부 ‘버리고 기다리는 봄’, 3부 ‘홀로서기’, 4부 ‘아버지의 유산’ 등으로 구성된 207쪽의 책은 병석의 아버지를 지키는 아들의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사랑과 그리움이 4계절을 물들이고 있다.저자 이창형 씨는 “아버지의 사계절이 형형색색 곱게 물들어 황금빛 들판을 남겼다”며 아버지를 회고했다.이 씨는 포항 출신으로 포항고, 충남대 사회학과, 경북대 대학원 언론정보학과를 나와 기자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10년 후 무얼 먹고 살 것인가’(2007년)가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24

걷고 읽고 쓰고… 혼자 시간을 사랑하는 법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자신과 행복하게 지내기 위해 혼자의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보냈을까? 세계적 역사학자인 데이비드 빈센트 영국 오픈대 사회사 명예교수는 저서 ‘낭만적 은둔의 역사’(더퀘스트)에서 혼자 있기의 다양한 방식과 의미를 소개한다. 이 책 서장은 스위스의 의사이자 철학자 요한 게오르그 치머만이 1791년에 쓴 고독에 관한 세기의 고전이 된 책 ‘고독에 관하여’를 소개한다. 사색적으로 보이고 싶은 18세기 당대 젊은이들이 품에 껴안고 다닌 이 책은 어떻게 행복한 혼자가 될 것인가에 관해 지금도 유효할 만큼의 엄청난 통찰을 보여준다. 이 책은 은둔과 사회생활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낙담이나 종교적 광신에 따른 은둔은 내면을 가다듬을 목적의 은둔과 다르다. 그는 사색으로 고독의 장점을 취하고 현실에 다시 뛰어드는 정신력을 높이 샀다.1장에서는 ‘산책’의 역사가 펼쳐진다. 존 클레어, 윌리엄 워즈워스를 포함해 19세기 낭만주의 시인들이 산보의 기쁨을 노래한다. 도보 거리나 속도를 치열하게 경쟁한 신사들을 비롯해 런던 골목골목을 활달하게 걸으며 인파 속의 고독을 즐긴 찰스 디킨스 이야기, 귀부인들과 노동자 계층의 서로 다른 산책 생활 등을 엿본다.2장에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는 ‘여가활동’의 탄생을 다룬다. “이 게임은 생각을 멈추고 종일 시달린 업무를 밤에 떠올리지 않게 해준다”는 기록처럼, 빅토리아시대 독신 여성들이 1인용 카드게임에 몰입한 나머지 최강의 권위자가 돼 안내서를 출판하기에 이른 배경부터 낭만과 괴기가 섞인 고딕소설이 유행해 책 읽기가 위험천만한 오락으로 여겨진 에피소드 등이 펼쳐진다.3장에서는 매혹의 대상인 수도원과 공포의 대상인 감옥의 뿌리가 된 ‘독방’을 이야기한다. 18세기 독자를 휩쓴 소설 ‘수도사’나 금서로 지정된 ‘수녀’, 독방에 감금된 수감자가 신과의 대화를 시도한 감옥의 역사는 은둔이 지닌 어둠과 낭만의 양면성을 들춘다.4장에서는 지금의 각종 ‘취미’ 산업들이 자리 잡는 과정이 망라된다. 도보와 독서, 수집, 흡연 등 어떻게 사회경제적 특권층의 여가활동은 전 계층의 오락이 되었을까? 2022년 한국에서 ‘TV를 배경으로 켜두고 안 본다’고 대답한 조사결과와 1980년대 영국의 조사결과가 일치한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5장에서는 ‘회복’하는 은둔으로서 행해지는 자연 탐험, 홀로 먼 대양을 항해하기, 최근의 마음 챙김 열풍이 지닌 역사적 맥락을 살핀다.6장에서는 고독과 구분되는 ‘외로움’을 이해하게 돕는다. 찰스 디킨스가 스크루지 영감을 “독거한다”고 묘사할 때만 해도 외로움이란 말은 탄생하지 않았지만, 19세기 ‘멜랑콜리’라는 신조어와 20세기 최고의 영어소설로 꼽히는 ‘노스트로모’ 이야기 등을 통해 외로움이 현대사회의 병으로 오해받는 이유를 밝히고 정작 간과되고 있는 불평등 구조와의 연관성을 짚는다.7장에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몇백 년의 역사에 걸쳐 디지털 시대 우리의 혼자 있는 시간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돌아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7

현대인들의 일상 지배한 싸구려 물건

‘싸구려의 힘’(글항아리)은 현대인들의 일상에 싸구려 물건들이 넘쳐나게 된 경위와 원리, 그리고 싸구려의 본질을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연구해낸 책이다. 미국 럿거스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 저자 웬디 A. 월러슨은 도서관, 박물관, 학회, 대학, 기업 자료실을 찾아다니며 수집한 엄청난 양의 자료를 바탕으로 ‘싸구려 잡동사니에 대한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책에는 카탈로그, 광고 지면, 팸플릿, 상품의 흑백 사진과 컬러 사진 등 100여 컷의 도판이 수록돼 있으며 19세기 판매자와 소비자의 글이나 발언까지 생생하게 인용돼 있다.112가지 도구를 합쳐 배보다 배꼽이 커져버린 스위스 나이프, 애초부터 수집품으로 통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형이나 접시. ‘싸구려’라는 말에는 가격이 저렴하다는 뜻도, 품질이 조잡하다는 뜻도 있다. 저자가 말하는 싸구려(crap·크랩)는 특정한 물건들의 범주가 아니라 존재 방식, 사물 이면의 음모와 위선을 의미한다.저자는 현대인의 일상에 싸구려 물건이 넘쳐나게 된 이유와 싸구려의 본질을 역사·문화·경제적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증정품이나 경품은 필요를 넘어서는 물건을 사도록 소비자를 자극한다. 공짜로 주는 판촉물은 소비자를 걸어다니는 광고판으로 만든다. 저자는 “크랩은 더 고상한 것으로는 폭로할 수 없는 우리의 가장 심오한 욕망, 충동, 열망을 폭로해준다”고 말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7

‘질병을 건강으로, 노화를 젊음으로’ 가능성에 집중하라

노화 전문가로 유명한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엘렌 랭어 교수가 집필한 ‘어떻게 건강하고 지혜롭게 살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통찰을 전하는 책 ‘늙는다는 착각’(유노북스)이 출간됐다. 랭어 교수는 책에서 우리가 가능성의 심리학을 안다면 얼마든지 질병을 건강으로, 노화를 젊음으로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 늙는다는 착각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살아갈 기회가 무궁무진하다고 강조한다.저자는 70~80대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에서 답을 찾는다. 70~80대 노인들은 실험 전까지만 하더라도 안경을 써도 글자가 보이지 않아 독서를 포기했고, 느릿느릿 걷는 게 민망해 골프도 치지 않았으며, 식사 메뉴를 선택할 때조차 소화가 잘되는 음식만 골라 먹었다. 그러나 타임머신을 타고 20년 전으로 되돌아간 것처럼 독립적으로 일주일을 보낸 후에 노인들은 청력, 기억력, 악력 모두 현저히 향상했으며 키, 몸무게, 걸음걸이, 자세 등 수많은 측정 결과에서 훨씬 ‘젊어졌다’. 노인들의 발목을 잡은 것은 신체가 아닌 신체적 한계를 믿는 사고방식이었던 것이다.저자는 ‘의식의 집중’을 강조하고, 이상징후가 발생한 자동차를 엔지니어에게 넘기듯 몸에 대한 통제권을 의사에게 주는 대신, 자기 몸의 변화에 의식을 집중하자고 제안한다.랭어 교수는 이 책에서 우리가 가능성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드는 고정 관념, 사회적 통념, 이름표, 숫자, 의학 상식 등의 한계를 언급하며 점화 효과, 플라시보 효과, 사적 자극의 개념과 심리 연구 사례들로 우리가 얼마나 불확실성 속에서 의심 없이 지내고 있는지를 일깨우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7

‘기본소득’ 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열어야

포항을 기반으로 전국 규모의 시민사회운동을 펼쳐온 유성찬 지속가능사회연구소장이 다섯권째 단행본 ‘그날이 오면’(도서출판 나루)을 출간했다.이를 기념하는 북콘서트의 부제가 ‘지속가능한 사회와 기본소득’인 점인데서도 알 수 있듯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향성이 강한 유 소장의 ‘기본소득 예찬론자’로서의 면모가 책 곳곳에서 묻어 난다.주요 내용들은 포항지역에도 민주화운동의 역사가 이어져 왔으며,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한 장을 차지하고 있음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80~90년대 사회운동 과정에서 겪은 시련과 가족사의 쓰라린 경험을 함께 한 가족에 대한 애잔함도 묻어나고 있다. ‘대구에서 왔다’, ‘아버지’, ‘그날이 오면’의 이야기들은 ‘겨울밤 집나간 아들을 찾아 야학에 찾아온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노동현장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한 동지’에 대한 저자의 애잔함이 생생히 전해진다.1989년경 재정이 어려워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상근자가 ‘꽃을 던지고 싶었다’라는 이름의 커피숍에서 더부살이하며 활동했던 추억담도 소소한 읽을거리다. 남북평화와 통일문제, 자치분권, 지역차별, 시민사회운동과 NGO의 역할에 대한 유 소장의 성찰은 이론적 탐구에다 현장경험까지 더해진 결과임을 알 수 있다.이를 바탕으로 유 소장은 미래 비전으로 ‘기본소득정책’을 활성화시켜 경제적 불평등, 인권문제, 환경문제를 극복해가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유성찬 소장은 “‘포항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라는 북콘서트 포스터 속 문구에 이번 책의 메시지가 담겼다”면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포항에서 펼쳐진 민주화운동을 되돌아보면서 내일의 길을 찾고, 저를 비롯해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이 역사를 기록하는데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유성찬 소장은 한국환경공단 상임감사 및 관리이사, 경기도 일자리재단 자문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경주대학교 로고스컬리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책 발간을 기념하는 북콘서트는 오는 13일 오후 2시 포항 남구 오천읍 다빈치커피 오천힐링강변점에서 열린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0

부패한 문화가 부패권력자 만든다

“나쁜 사람이 권력을 손에 넣는가? 권력이 사람을 악마로 만드는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국제정치학과 부교수이자 정치 컨설턴트인 브라이언 클라스 박사는 10여 년간 벨라루스, 영국, 코트디부아르, 태국, 튀니지, 호주 등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백 명의 최고위 지도자를 인터뷰했다. 브라이언 클라스의 신간 ‘권력의 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은 500건 이상의 인터뷰와 인간 행동에 관한 최신 이론을 토대로 어떤 사람, 어떤 시스템이 더 쉽게 권력을 손에 넣고 부패하는지 밝혀낸다.뉴욕시에 머무르는 UN 대사들은 한때 법 위에 군림했다. 외교관 면책특권으로 1997년부터 2002년까지 5년 동안 UN 외교관 차량의 불법 주차 딱지 발행 수는 무려 15만 회에 달했다. 보다 못한 뉴욕 시장은 ‘삼진 아웃’ 규칙을 시행해 불법 주차의 시대를 끝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이 있다. 스웨덴, 노르웨이, 일본 등에서 온 외교관들은 법 시행 전에도 미납된 주차 딱지가 없었다. 반면 부패 문화로 악명 높은 쿠웨이트 외교관들의 주차위반 건수는 인당 평균 249회에 달했는데, 시행 후에는 0.15회로 줄어들었다.여기서 발견할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다. 부패한 문화가 부패한 권력자를 만들어낸다는 점, 시스템이 부패를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도 책은 전 이라크 행정책임관이었던 스키 강사 제리가 언론을 통제하고 약탈자에게 발포를 허가한 사례를 통해 나쁜 국가 시스템이 권력자의 선택을 규정짓는 현실을 살펴보고, 인도 벵갈루루 공무원 집단의 부패가 현지 대학생들의 진로 선택에 미친 영향을 통해 악한 사람을 끌어당기는 권력의 구조를 살펴본다.사이비종교 지도자, 쿠데타 음모자, 사이코패스 장군, 선동가, 부패한 CEO…. 권력의 정점에 섰던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이해하고 행동의 배경인 시스템을 연구하는 일은 부패하는 권력자를 멈추기 위한 핵심 작업이 된다.하지만 독재자, 부패한 CEO라고 해서 우리와 완전히 다른 종은 아니다. 책은 인간 행동에 관한 다양한 분야의 이론을 토대로 그들의 행동을 촉발한 요인을 설명하고, 우리 손에 통제권을 쥐기 위한 과제를 제안한다.더불어 책은 선사 시대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지도자 선택의 오류, 권력의 정점에 설수록 나쁜 선택을 거듭하게 되는 이유 등 결국 부패하고 마는 ‘권력의 심리’를 실제 사례와 정치학, 심리학, 신경학, 행동경제학 분야의 최신 연구 결과를 융합해 풀어낸다. 이 책에 담긴 권력의 본질에 대한 통찰은 리더가 부패할 수 없도록 우리 손에 통제권을 쥐는 방법을 알려줄 것이다.한편, 브라이언 클라스 박사는 영국 팟캐스트 어워드에서 3위를 차지한 ‘권력은 부패한다(POWER CORRUPTS)의 진행자로 세계적 전문가들과 함께 세상을 움직이는 힘의 이면과 악한 권력자들의 실체를 파헤치고 있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0

세계 최대 소셜 플랫폼 ‘페이스북’의 명암

미국 최고의 테크 저널리스트로 꼽히는 스티븐 레비가 쓴 ‘메타 페이스북’(부키)은 페이스북의 성장 과정과 명암을 들여다본 책이다.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와 가진 아홉 번의 인터뷰를 포함해 전현직 임직원, 그리고 책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과 나눈 300여 차례의 인터뷰가 이 책의 줄거리를 이룬다.저자는 대학생 인맥 쌓기 앱에서 SNS 왕국, 플랫폼 제국을 거쳐 메타 월드 구축으로 나아가는 페이스북의 거침없는 행보를 낱낱이 추적하고 해부한다. 마크 저커버그는 하버드대 2학년 때 캠퍼스 소셜 네트워크 역할을 하는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 사소한 대학 기반 스타트업은 오늘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라는 세계 4대 소셜 플랫폼을 보유한 채 절반 가까운 지구인의 일상을 좌우하는 기술 거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제 가상현실과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에 근거해 메타버스의 창조를 선도하고 있다.페이스북 이야기는 소셜 미디어 산업의 역사 자체이자 IT 업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페이스북을 비롯한 빅테크와 기술 산업이 어떤 식으로 사람들의 경험과 비즈니스를 바꾸어왔는지, 어떤 미래로 세상을 데려가려 하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은 소중한 실마리를 제공해줄 것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10

최제우 동학 핵심사상 오롯이

동학은 고조선에서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우리의 사유를 바탕으로 서세동점의 절박한 순간에 수운 최제우의 통찰에 의해 새롭게 탄생한 사상이다. 동학 사상가 수운 최제우가 쓴 한글 경전 ‘용담유사’를 도올 김용옥이 현대 한국어로 풀이한 책 ‘용담유사’(통나무)가 나왔다. 이 책은 도올의 엄정한 문헌비평에 의해 밝혀진 용담유사의 집필 순서대로 용담가, 안심가, 교훈가, 도수사, 권학가, 몽중노소문답가, 도덕가, 흥비가 등 8편의 가사 원문 전체를 다루고 있다. 1883년 계미중추본의 판본 한글을 그대로 담고, 독자의 이해를 위해 각 어휘에 해당하는 한자를 첨가했다. 각 편의 전체개요와 현재 우리말 풀이, 보충설명을 달았다.수운 최제우는 하느님과의 해후를 통해 1860년 4월 무극대도를 얻은 후 포덕을 시작했으나, 자신의 목숨을 맞바꾸지 않고서는 새로운 개벽의 진리를 선포할 수 없다는 완고한 현실에 직면한다. 그리하여 그는 저술과 출판을 통해 그의 창조적 사유를 후세에 남기기로 결심한다.동학의 사상은 수운 최제우가 직접 저술한 ‘동경대전’(순 한문)과 ‘용담유사’(순 한글)라는 두 문헌으로 온전히 남아있다. ‘용담유사’는 순 한글로 지은 4.4조 가사다. 용담은 경주 인근의 최수운이 활동하던 지역 이름이고 유사는 깨우침을 주는 노래라는 뜻이다. 19세기 중엽 이미 수운은 우리 한글로 자신의 생각을 민중과 소통하겠다는 위대한 발상을 한 것이다.동학의 주요경전이자 영묘(靈妙)한 문학이고 철학인 ‘용담유사’에는 수운이 깨닫고 가르치는 동학의 핵심사상과 그의 고유한 감성이 오롯이 들어있다.역자 도올 김용옥은 우리가 서양 학문체계와 철학에 익숙해져 수운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는 용담유사를 “수운이라는 한 인간의 발가벗은 실존 모습”이라고 평가했다.‘용담유사’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① 용담가(龍潭歌)는 수운 자신이 태어나 자라고 득도했던 경주 구미산 용담의 아름다움과 득도의 기쁨을 노래한 가사다.② 안심가(安心歌)는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불안하고 천대받던 여성들을 현숙하고 거룩하다고 떠받들면서 춘삼월 호시절에 태평가를 함께 부를 주체로 설정하고 여성들을 안심시키는 내용이다.③교훈가(敎訓歌)는 자질(子姪)들에게 내리는 형식이다. 교도들에게 힘써 수도할 것을 당부하면서, 하늘 조화의 참된 마음을 고이 간직하고 믿는 데서 창조의 바른 기운을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④몽중노소문답가(夢中老少問答歌), 이 가사는 수운의 출생, 성장, 득도 과정, 득도 내용 등을 설명하고, 꿈속에서 노소(老少)가 문답하는 형식을 통해서 조선왕조의 멸망과 새로운 동학의 탄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⑤ 도수사(道修詞)는 수운이 제자들에게 자신이 가르친 연원도통(淵源道統)을 지키면서 성(誠)과 경(敬)으로 도를 닦기를 당부하고 있다.⑥ 권학가(勸學歌)는 수운 자신이 자각 창도한 동학을 믿음으로써 다 같이 동귀일체(同歸一體)할 것을 권유한 노래다. 어질고 뜻있는 사람에게 이 가사를 주고 결의해서 가르침을 존중하도록 하라는 내용이다.⑦ 도덕가(道德歌)는 1863년 7월 경주 현곡면 등지에서 순회 설법하면서 지은 가사로 지벌과 문벌보다 도덕의 귀중함을 강조한 노래다.⑧ 홍비가(興比歌)는 ‘시경’의 노래체인 흥興(목적한 바를 끄집어내어) 비比(비슷한 다른 사물 등과 비교하는 것)를 사용해 도를 닦는 법을 가르친 노래다. 도를 닦는 일은 결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일부터 요령 있게 행하는 데서 깨달을 수 있다고 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03

건축과 가구 그리고 리빙 인문학

‘가구, 집을 갖추다’(싱긋)의 저자는 트렌디하면서도 실용적인 가구로 인기 있는 (주)매스티지데코의 김지수 대표이사다. 매스티지데코의 가구들이 탄생한 데에는 가구에 대한 저자의 인문학적 시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자는 가구가 놓일 공간, 가구를 이용할 사람, 가구를 만드는 시기의 사회·문화적 맥락 등을 이해하고 그것을 제작 과정에서 폭넓게 고려한다. 가구를 인간의 편안한 삶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맥락을 품고 인간의 곁에 자리잡은 동반자로 여기는 것이다. 가구를 이해한다는 말은 곧 인간과 사회를 이해한다는 말과 같다. ‘가구, 집을 갖추다’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쓰였다.1장 ‘리빙’은 우리 일상과 함께했거나 갑자기 등장한 리빙 문화에 대한 이야기다. 요즘 유행하는 미드 센추리 모던 스타일이 무엇인지, 메타버스 세상에서 가구를 사고파는 세상이 올 것인지, 온돌 문화가 생겨난 원인이 무엇인지 등을 다룬다. 2장 ‘사물’은 다양한 가구들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다. 과거에는 침대가 거실의 소파처럼 접견용 가구로 쓰였던 일, 의자로 권력을 표현했던 일 등을 소개한다. 3장 ‘공간’에서는 리빙 문화가 반영된 공간을 살핀다. 안방이라는 공간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소로가 살았던 월든 호수의 오두막집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등을 보여준다. 부록 ‘가구사 연대기’에서는 그리스 로마 문명 기반의 헬레니즘과 기독교 문명 중심의 헤브라이즘을 중심으로 가구의 변천사를 설명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2-03

맥시조문학회 동인지 41집 발간

맥시조문학회 동인지 41집 ‘저토록 환한 웃음’ 표지.경북 동해 남부 유일의 시조문학단체인 맥시조문학회(회장 예병태)가 최근 동인지 41집 ‘저토록 환한 웃음’을 출간했다. 이번 동인지에는 조주환 시조전집·평론집 발간과 회원 16명의 신작 시조 78편, 맥시조 연간활동 화보, 연혁 등을 짜임새 있게 엮었다. 특히 조주환 명예 회장의 시력(詩歷) 45년을 정리한 조주환 시조 전집과 조주환 시조 평론집 ‘서정의 맛과 빛깔’을 특집으로 꾸며 눈길을 끈다.대표 시조선으로 ‘사할린의 민들레’등 11편과 신작 시조 2편을 실었으며, 시조 평론으로 김우연 문학평론가의 ‘절대고독의 벼랑 끝에서 꽃피운 우담발화’, 이정환 한국시조시인협회장의 ‘고독의 서정적 육화, 역사의식 미적 재현’을 실었다.또한 신입회원 박한규 시인의 대표시를 소개하고 오랜 세월동안 동인활동을 해온 회원들의 작품 각 3∼6편을 담았다.예병태 회장은 머리말에서 “우리 정형시의 튼튼한 맥을 이어가기 위해 지핀 조그만 불씨가 무려 41집이나 되는 동인지를 발간해 내게 됐다”며 “시조를 쓰기에 앞서 대상을 새롭게 관찰하고 새롭게 표현해 독자에게 기억되는 좋은 시조를 남기도록 더욱 분발하자”고 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25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고 나답게 살아가라

‘개인주의를 권하다’ 이진우 지음 21세기북스 펴냄·인문‘개인주의를 권하다’(21세기북스)는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지 못하는 현대인에게 힘이 돼줄 철학적 통찰을 선사하는 책이다. 혼란스러운 시대적 흐름 속에서도 자신이 나아갈 길을 찾고 조금 더 담대히 나답게 살아가라는 지침을 담았다. 저자인 니체 철학 최고의 권위자 이진우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는 ‘개인’으로 살아가기 힘든 우리 사회를 진단하고 이러한 분위기에서 벗어나 ‘내 삶을 사랑하는 개인’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심도 있게 모색한다.타인의 눈치를 보며 사는 일에 지쳤다면, 일상에서 부딪히는 기준들 때문에 나만의 개성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느낀 적 있다면, 본연의 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다면, 이진우 교수가 전하는 메시지에 귀 기울여 볼 것을 권한다.이 책을 통해 ‘나는 개인주의자다’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용기, 무거운 시대를 가볍게 그러나 의미 있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힘을 얻게 될 것이다.책은 21세기북스의‘인생명강’ 시리즈 중 다섯 번째 책으로 ‘당신은 나를 사랑하고 있습니까?’, ‘당신은 쓸모있는 사람입니까?’ 등 8가지 질문으로 우리 스스로가 삶의 진리가 되는 길을 모색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20

시대 앞서간 혁명적 해방론자의 세계관

‘벤저민 레이’ 마커스 레디커 지음 갈무리 펴냄·인문‘벤저민 레이’(갈무리)는 대서양 노예무역상들의 해상 대학살을 고발한 최초의 인물로서, 계급의식, 인종의식, 성별의식, 환경의식을 통합한 혁명적인 세계관을 가진 벤저민 레이(1682∼1759)의 전기다. 벤저민 레이는 대부분의 유럽인들이 인간을 속박하는 일이 하늘에 태양과 별 그리고 달이 뜨는 것처럼 자연스럽고 영원하다고 생각했던 시대에 노예제가 없는 세상을 상상했다. 그는 시대를 훨씬 앞선 사람이었다.벤저민 레이는 178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노예제 반대 운동이 시작되기도 전 2세대의 시기를 앞서서 노예제에 대한 비판을 형성했다. 그는 노예제에 반대하는 맹렬하고도 논쟁적 내용을 담은 ‘무고한 이를 속박해두는 모든 노예 소유자, 배교자들’을 썼고 벤저민 프랭클린이 1738년 이를 출판했다. 지은이인 미국의 역사가 마커스 레디커는 이 책에서 “벤저민 레이는 18세기 후반 계몽운동과 같이 고위층과 연관된 계보가 아닌, 더 긴 궤적을 가진 “아래로부터의” 노예제 폐지론 역사에 속하며, 그에게는 양치기, 선원, 장갑장이, 소규모 상인, 평민으로서 보통 노동자의 사상과 실천이 있었다”고 평가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20

생존의 벼랑 끝 서 있는 위기의 인류

“인류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 있다”최근 들어 수많은 책과 방송에서 기후 위기와 환경·생태 위기에 관한 이야기가 쏟아지지만, 쉽게 믿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우리에게 “지구는 정말 멸망할 것”이라고, “우리는 망했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책이 나왔다.세계적인 환경 사상가 반다나 시바와 다큐멘터리 ‘반다나 시바의 씨앗’의 촬영감독이자 사진작가인 카르티케이 시바가 함께 집필한 책 ‘누가 지구를 망치는가’(책과함께)는 오늘날 생태적 위기의 근본 원인과 배경을 추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이다.반다나 시바가 지목하는 위기의 배후는 전 세계 인구 상위 1%에 속하는 억만장자들과 1%의 이익에 복무해온 경제체제다.45년간 환경운동에 투신해온 반다나 시바는 지금이 “생물종으로서 인간의 멸종을 걱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하며, 파멸을 막기 위해 1%의 제국에 맞서 99%의 사람들이 싸움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저자들은 우선 왜 1%의 재벌들과 1% 경제가 현재 위기의 원인인지 이론적 근거를 제시한다. 태초에 인류는 하나의 공동체였으며, 지구에 깃들어 살아가는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이었다. 하지만 현재 인류는 1%와 1%를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로 분열됐다. 1%가 탐욕스레 이익을 추구하는 사이 99%의 인류와 지구는 생존의 벼랑 끝에 서게 됐다고 논증한다.1%는 쉽게 세계를 지배하고 통제하기 위해 환상을 창조했다. 바로 ‘분리주의’ 환상이다. 서로 연결돼있는 인간과 지구를 분리해 지구를 채굴 가능한 자원으로 환원시키고, 자연을 인간이 극복하고 이용해야 할 대상으로 착각하도록 만들었다.저자들이 말하는 ‘경제’는 ‘돈이 돈을 버는 것’을 가능하게 한 ‘금융’이다. 탐욕과 축적을 오히려 미덕으로 여기는 1% 경제체제에서는 금융 경제가 실물 경제를 대체한다. 누가 무엇을 생산하는지, 실제로 생산된 것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이 돈을 버는 도구는 무엇인지, 돈으로 돈을 버는 방법은 무엇인지와 같은 질문으로 대체되는 세상에서 부의 분배는 더욱 불평등해진다.1%는 ‘기술’을 이용해 우리 삶의 다양한 분야를 장악하고 지배해왔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거대 다국적 농업기업 몬산토와 바이엘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폭발물과 유독성 가스를 만들고, 베트남전쟁 때는 고엽제 원료를 공급했던 기업이었다.이들을 비롯해 전쟁 와중에 폭발물과 유독성 가스로 돈을 번 듀퐁과 다우 케미컬 등의 기업들은 ‘유독성 카르텔’을 형성해 농업과 생명공학 산업을 장악했다. 이들은 유독한 살충제, 화학물질, 유전자 조작 종자를 유통시키며 농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우리의 식량을 오염시켰다.저자들은 유독성 카르텔 외에도 허구에 가까운 유전자 결정론과 유전자 환원주의를 정설로 만들기 위해 록펠러 재단이 막대한 자금을 투여한 일, 빌 게이츠가 유전자 조작 농산물에 투자하며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묵살시키기 위해 언론을 이용하거나 농민이 개발한 종자를 강탈하며 벌인 생물 해적질, 마크 주커버그가 무료 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해 농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해서 제공해 이득을 취하는 과정 등을 조목조목 밝히고 있다.저자는 1%가 만든 환상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찾기 위한 대안으로 마하트마 간디의 원칙, 자치·자립·인간성과 자유를 강탈하는 체제에 대한 비협조, 비참여, 거부를 의미하는 진정한 저항(사티아그라하) 등을 제시한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20

‘버핏 조언자’ 찰리 멍거가 말하는 투자, 경제, 비즈니스 그리고 삶

오늘날 가장 널리 알려지고, 가장 존경받는 투자자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찰리 멍거(98)에게 직접 듣는 투자의 지혜를 소개한 책 ‘찰리 멍거의 말들’(워터베어프레스)이 나왔다. 멍거의 투자와 삶에 관한 통찰이 담긴 이 책은 워런 버핏의 투자 방법론에 관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미국의 저명한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데이비드 클라크가 찰리 멍거가 남긴 말과 글을 꼼꼼히 살피고 138가지 문구를 선별해 해설을 달았다.△찰리 멍거를 통해 곱씹는 투자의 기본투자, 특히 가치투자를 처음 공부할 때 반드시 마주하는 개념이 있다. 바로 ‘안전마진’이다. 이는 적정 가치와 주가의 괴리를 뜻하는데, 잃지 않는 투자를 위한 기본 지식으로 통용된다. 복잡하지 않은 기본 개념인 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만, 그 의미를 제대로 곱씹어 볼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찰리 멍거를 통해 우리는 이런 투자의 기초를 되돌아볼 수 있다.투자의 대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벤저민 그레이엄이 대공황 이후에 개발한 개념인 ‘안전마진’은 손실의 공포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따라서 투자자가 잃지 않을 수 있는 건실한 기업의 주식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 가치보다는 확실하게 계산이 가능한 현재 가치를 기반으로 투자를 하게 되기 때문에 기업이 성장하면서 만들어내는 장기 복리 가치를 누리기 힘들다. 찰리 멍거와 워런 버핏은 바로 이 문제를 지적하며 30∼40년 장기 보유하는 투자 철학을 만들어나간다.가치투자, 분산투자, 투자 타이밍, 지수 투자 등 다양한 투자 전략에 대해 찰리는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힌다. 더 나아가서는 투자를 위해 갖춰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지혜로움이란 무엇인가?찰리 멍거는 가장 성공한 투자자는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장 지혜로운 투자자를 꼽으라고 하면, 그 안에 분명 찰리 멍거가 있을 것이다. 이는 그의 말에서 드러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사람들은 똑똑해지려고 노력한다. 나는 그저 멍청해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그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힘들다.”“모른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지혜의 여명입니다.”찰리 멍거는 ‘능력 범위’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는데, 그때 핵심은 모르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번뜩이는 천재가 되는 것보다 바보가 되지 않는 것을 중시했다. 바로 그것이 멍거가 생각하는 지혜였다.△멍거리즘을 지탱하는 삶의 철학“나는 에픽테토스가 가진 삶의 태도가 최고라 생각한다. 에픽테토스는 인생에서 놓친 모든 기회는 예의 바르게 행동할 수 있는 기회이고, 무엇인가를 배울 기회이며, 기회를 놓친 사람의 의무는 자기 연민에 잠기는 것이 아니라 건설적인 방법으로 끔찍한 충격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무척 좋은 생각이다.”멍거는 삶을 긍정했고, 삶의 기회가 확대되기를 바랐다. 특히 배우고 향상되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그가 인간 문명에 대해서 어떻게 말했는지를 음미하기 바란다.“인간 문명이 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준의 사회는 가치 있는 신뢰의 그물망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복잡한 절차 없이 그저 신뢰할 만한 사람들이 올바르게 서로를 믿는다. 자신의 삶에서 극대화할 것은 응당한 신뢰의 그물망이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13

보통의 일상을 아끼고 사랑하라

‘좋은 건 다 네 앞에 있어’(마음의숲)는 국내 불교계 최고의 문장가로 알려진 성전 스님의 잠언집이다.현재 BBS 라디오 ‘좋은 아침 성전입니다’를 진행하는 스님은 살아가면서 바로 앞에 있는 좋은 것들을 보지 못해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혜안을 선사한다.스님은 에세이에서 세상은 당신이 보는 대로 보이지만, 당신은 왜 그것을 보지 못하는지 묻는다. 매일 반복되는 보통의 일상이라고 여기고, 내 앞에 있는 것을 사랑하지 않고, 좋은 것은 밖에 있고 멀리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스님은 즐거움을 채워야 할 공간이 부족해 제 발로 들어오는 행복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정작 비워야 할 것에 자신을 옭아매며 지친 하루를 만들고 있다며 무소유가 불안으로 다가오더라도 내 것이 아님을 알고 과감히 버릴 수 있어야 내 앞에 즐거움과 행복이 찾아온다고 강조한다.책은 ‘지금 이 순간 내 앞의 가장 좋은 나와 만나세요’,‘우리의 삶은 매 순간 새로운 시작입니다’두 장에 걸쳐 자아·인생·지혜·인연·평안·행복이란 여섯 주제를 현대인들이 받아들이기 쉽게 짧고 울림이 있는 문장으로 전한다.“사랑은 나를 비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좋은 사람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 사람에게 어떠한 조건도 없을 때 그냥 같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고마울 때 비로소 사랑이 되는 것입니다.”(p.33, ‘좋은 사람도 당신 앞에 있습니다’ 중에서)/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13

코로나 팬데믹 속 치유의 메시지를 찾아서

‘포항문학’ 48호 표지.포항문인협회(회장 서숙희)가 최근 기관지 ‘포항문학’ 통권 48호를 발간했다. 연간지로 발간하는 ‘포항문학’은 이번 48호에서 특집1 ‘불안과 문학’과 특집2 사진에세이 ‘얼굴, 포항의 문인들’을 필두로 전국에서 주목받는 문학평론가의 초대 작품과 포항문인협회 회원들의 시, 수필, 소설, 서평 등 90여 편의 작품을 실었다.호를 거듭할수록 전국 문단과 문인들의 주목을 받아온 ‘포항문학’은 올해 사회에 좀 더 천착하고자 특집 ‘불안과 문학’과 사진 에세이 ‘얼굴, 포항의 문인들’을 마련했다.특집1은 2년이 지났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화에서 문학이 미래의 불안을 건너는 하나의 지팡이가 되는 가능성을 꿈꿔본다. 오민석 문학평론가(단국대 교수)의 ‘미래의 불안, 그리고 유토피아의 언어’와 손창기 시인의 ‘포항에서 울리는 불안의 변주곡, 치유에의 꿈’을 실었다.특집2 사진에세이에서는 소설가 김강 씨가 비대면 시대 힘들어 하는 시민들의 디딤돌이 되겠다는 포항문인협회 회원들의 다짐을 쓴 글을 김주영 사진가가 촬영한 91명의 포항문인협회원들의 사진과 함께 실었다.문예지 특성을 살린 본격 문학작품으로 김나연, 김만수, 하재영 시인의 신작 시들과 박창원, 장숙경의 회원 수필, 김영 회원 수필, 김일광 회원 동화 등 74편을 실었다.이밖에도 서평으로 김성민의 ‘김현욱 동시집 새우깡 먹으며 동시집 읽기’ 등 11편을 실었고 회원 시조 서숙희 시조시인의 ‘젖은 시’ 등 15편을 소개하고 있다.서숙희 포항문인협회장은 권두언에서 “74명 회원들의 문학정신의 산물을 한 권에 담아내면서 우리는 문학의 힘과 역할을 새삼 생각해 볼 것이다. 아울러 문학이라는, 포항이라는 이름으로 묶인 끈끈한 공동체에서 회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지닌 사유와 고뇌를 떠올려 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12

아태평화교류협회, ‘평화친구’ 5호 발행

(사)아태평화교류협회(대표 안부수)가 2020년 12월 독자들의 ‘평화텃밭’이 되고 싶다며 창간한 인문종합교양 계간지인 ‘평화친구’ 5호가 임인년 새해 벽두에 발간됐다.고정지면인 ‘평화의 명작, 명작의 평화’에 류영재 화가는 프란시스코 고야의 작품들, 방민호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일본 근대소설의 문제작들 중에 시마자키 도손의 ‘파계’를 소개한다. 나폴레옹 군대의 스페인 침략과 양민학살을 그려낸 고야의 ‘1808년 5월 2일과 5월 3일’에 얽힌 사연과 근대회화의 새 지평을 열었던 그의 예술가로서 삶에 대해 관련 작품을 곁들여 담담히 풀어낸 류 화가의 에세이는 명작과 스며든 예술과 시대의 불가분성을 새삼 확인시켜 준다. 일본 근대소설 초창기의 대표작으로 이름난 시마자키 도손의 ‘파계’를 분석한 방 교수의 에세이는 러일전쟁이 그 작품에 끼친 영향을 읽어낸다.지난해 12월 13일 서거 10주기를 맞았던 박태준 포스코 창업회장의 인생과 정신을 ‘하늘에 띄우는 엽신 10편’으로 담아낸 이대환 작가의 에세이는 궁핍시대에서 융성시대까지 철교를 놓아준 거인의 발자취를 감동적으로 담아낸다. 고은 시인의 저명한 역작 시집 ‘만인보’에 실린 시 ‘박태준’에 나오는 ‘영일만 세모래’를 주목하는 것으로 시작한 에세이는 왜 우리가 그의 정신, 그의 고뇌, 그의 투쟁을 제대로 기억해야 하는가를 감동적으로 일깨우고 있다. 창간호부터 기획연재로 싣고 있는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 대표의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 현장보고’는 이번 호에서 2007년 4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진행한 일본 시즈오까 지역과 아이치 지역, 2009년 12월부터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후쿠시마 지역에 대한 발굴 성과와 향후 과제를 보고한다. 여기서 독자들은 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유골 발굴과 조국 봉환이 이역만리에 버려진 무주고혼의 원한을 풀어주고 평화정신의 밀알을 심는 인도주의의 실천이라는 사실을 거듭 확인할 수 있다.또 평양에서 성장해 1930년대 공황기에 미국 유학을 하고 해방 후 포항으로 내려와 은둔의 문학인으로 생을 보낸 한흑구 수필가의 시와 수필, 김용국 시인의 시와 신문, 이용운 한의사의 건강칼럼, 이경재 숭실대 국문학과 교수의 ‘코로나19 시대 소설 읽기’ 등은 ‘내 안의 평화’를 가꿔주는 글이다. /윤희정기자

2022-01-09

코로나 팬데믹서 ‘행복’을 묻다

검은 호랑이의 힘찬 기운이 넘치는 임인년 새해가 밝았다. 코로나19 역병이 창궐한 지 3년 차에 접어들어 더욱 삭막해진 세상에 마음의 양식이 되는 책 한 권 가까이하면 우리의 마음이 잠시나마 위로가 되지 않을까.‘행복’이야말로 인간 삶의 궁극적 목표 중 가장 중요한 목표라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해 벽두에 출간된 행복을 주제로 한 신간 세 권을 소개한다. △ ‘우리, 행복합시다’‘우리, 행복합시다’김형석 지음·김영사 펴냄‘우리, 행복합시다’는 올해 103세에 접어든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의 신작 에세이집이다. ‘영원과 사랑의 대화’ ‘백년을 살아보니’ 등 기록적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한 김 명예교수가 전해주는 충만한 삶의 고백과 행복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김 명예교수는 사명감을 갖고 인생의 마라톤을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늙지 않고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입증하기라도 하듯 매일 크고 작은 강연과 집필 요청에 응하며 성실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를 사랑해준 분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주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에서란다.책은 100세의 일상 이야기를 담은 ‘또 하나의 새로운 시작’, 자신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사람들에게 그리움과 감사를 보낸 ‘진실과 사랑이 남는다’, 인생길에서 얻은 삶의 웅숭깊은 지혜가 실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와 ‘산다는 것의 의미를 찾아서’ 등 모두 4부로 구성됐다. △ ‘행복경제학’‘행복경제학’박정원 지음·한울엠플러스 펴냄현대 한국인의 행복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평균 행복도가 낮은 것과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행복도가 하락하는 것.저자 박정원 전 상지대 교수(경제학과)는 인간의 행복은 자신이 사는 사회체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이러한 저행복의 원인을 시장경제 체제에서 찾는다.교육, 직장 등 삶의 주요한 영역에서 이뤄지는 경쟁이 협력과 공감의 감정을 사라지게 했고, 가까운 사람들마저 경쟁자로 여기면서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주는 관계재가 줄어들었다는 것이다.저자는 그동안 경제학에서 제시한 다양한 행복의 정의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행복의 본질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진정한 행복은 자신의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이며 ‘자기실현은 홀로 깨달음을 통해 얻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성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사회구성원으로서 각자가 자기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서로 협력할수록 행복은 커진다는 얘기다. △ ‘우리, 아름답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우리, 아름답게 나이 들어갈 수 있을까’추기옥 지음·풀빛 펴냄우리나라 노인들의 대부분은 실제로 또는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왜 그럴까?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노인복지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 20년 가까이 일한 저자 추기옥 씨는 어떻게 나이 드는 것이 아름다운 삶인지, 노인이 아름답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소중한 이야기를 조용한 목소리로, 그러나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들려준다.누구나 아름답고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 그러나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에는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노년은 저절로 찾아오지만 아름다운 노년은 결코 저절로 이뤄지지 않는다.이에 저자는 나이가 들면 사람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아야 하며, 가능하면 늦게까지 자신의 권리를 존중받고 자기 결정권과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와 함께 노년기에 닥칠 다양한 어려움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하며, 외롭지 않기 위해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인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06

佛-오스트리아 전쟁서 워털루 전투까지

‘나폴레옹 전쟁은 어떻게 세계지도를 다시 그렸는가’. 알렉산더 미카베리즈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유럽사 교수가 쓴 ‘나폴레옹 세계사’(책과함께)는 1792년 프랑스 입법의회가 오스트리아에 대한 선전 포고로 시작된 프랑스-오스트리아 전쟁부터 1815년 나폴레옹이 패주한 워털루 전투까지 23년간 유럽 전쟁사를 다룬 역사서다.미카베리즈 교수는 20년 넘게 나폴레옹(1769~1821)과 나폴레옹 시대를 연구해온 학자다. 그는 나폴레옹 전쟁이 결코 유럽 안에서 고립된 채 펼쳐지지 않았으며, 전 지구적인 반향을 낳았다는 사실을 1천440쪽에 이르는 벽돌책에서 낱낱히 보여주고 있다. 주석과 참고문헌만 270쪽에 이른다.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 부분에서는 1789년 프랑스 혁명의 시작부터 1799년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장군의 집권까지의 혁명기를 개관한다. 이 시기를 들여다보지 않고서는 나폴레옹 전쟁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저자는 나폴레옹 전쟁을 혁명적 투쟁의 지속으로만 인식하는 것에서 벗어나 18세기 국제질서의 맥락에서 살폈다. 유럽을 중심으로 전개된 이른바 ‘나폴레옹 전쟁’뿐 아니라 유럽 제국주의의 역학 관계, 각국의 상황, 아메리카 대륙·인도·남아시아 등 식민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개괄하며 격동기의 역사를 써 내려갔다.저자는 “나폴레옹 전쟁은 무엇보다 유럽 내 갈등이었지만, 유럽과 나머지 세계와의 관계를 형성했다”며 “이 무력 분쟁은 유럽 국가들이 개혁과 근대화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통과하도록 강요하고 촉진했으며 그 과정에서 세계 여러 지역 간 세력 균형을 변화시켰다”고 설명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06

열혈제자 눈에 비친 스승 소크라테스는?

‘소크라테스 회상’ 크세노폰 지음고대 그리스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크세노폰이 소크라테스의 행적에 관해 쓴 기록을 모은 책 ‘소크라테스 회상’(아카넷)이 번역 출간됐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행적에 대한 크세노폰의 여러 서적 중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다. 직접 남긴 책이 없는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알 수 있는 기록은 그의 제자였던 플라톤과 크세노폰 저작뿐이다.플라톤의 저술을 참고했을 가능성이 높은 다른 저서들과 달리 이 책은 생전에 소크라테스와 교류했던 크세노폰의 기억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근대 서양의 르네상스 시기 인문학자들이 소크라테스와 관련해 주로 참고한 책이 크세노폰의 책이었다고 한다.해당 텍스트와 직접 관련된 번역·주석서뿐만 아니라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참고문헌을 활용해 풍부한 주석을 달아놓고 있어서 일반 독자의 이해 수준에 맞추고 아울러 크세노폰 연구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소크라테스의 종교관과 청년교육에는 털끝만큼의 잘못도 없었다.” 소크라테스의 열혈제자였던 크세노폰은 4권으로 이뤄진 ‘회상’ 첫 권에서 국가의 신들을 신봉하지 않고 새로운 신을 신봉했으며 청년을 부패시켰다는 죄목으로 처형됐던 소크라테스에 대해 ‘스승의 죽음과 그 소장 내용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며 그만의 반론을 제기한다.군인이자 역사가였던 저자는 전통적인 지자(智者)를 지향하는 인물의 시각으로 소크라테스를 본다. 그에게 비친 소크라테스는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현실과 타협을 거부하고 도덕적 원칙과 신의 명령에 따르는 도덕군자이며 주변 사람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인 실천가였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06

밭 갈고 씨 뿌리며 행복한 미래를 꿈꾼다

권현구 씨 도시에 살면서 바쁘고 복잡한 세상살이에 지칠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시골에 내려가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맑은 공기, 넉넉한 인심, 저녁 무렵 집집마다 피어오르는 연기를 떠올리면 마음이 여유로워진다.포항시 북구 죽장면의 오지마을 상사리에서 농사를 지으며 작가로 활동하는 권현구 씨가 수필집 ‘시골에 사는 즐거움’(오늘의문학사 간)을 펴내 귀농·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고 있다.수필집 ‘시골에 사는 즐거움’은 삶의 희로애락뿐만 아니라 농가월령에 맞춰 살아가는 다양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시골에 살지만, 물질적 풍요로움으로 생활하는 전원생활이 아니라 직접 밭을 일구고 농사를 지으며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는 시골 생활의 소박한 일상과 행복, 그리고 꽃과 나무들을 통해 얻은 기쁨과 깨달음을 짧은 글에 담백하게 담았다. 특히 직접 찍은 사진을 곁들인 소소한 일상들은 작가 부부의 정겨운 시골살이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 재미가 있다. 권현구 씨 수필집 ‘시골에 사는 즐거움’ 표지. ‘낭만농부’를 자처하는 저자는 머리말에서 “남들은 왜 불편한 시골에 사느냐고 하지만 자연의 냄새를 맡고, 자연의 변화를 느끼며, 자연의 소리를 듣는 것이 너무 좋았다. 아주 가끔은 도시의 편리함과 화려한 불빛이 그리울 때도 있었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주는 계절의 선물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골이 더 좋았다.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정원을 이렇게 저렇게 구상하며 작은 손길로 꾸미는 재미도 있었다”고 밝혔다.‘시골에 사는 즐거움’은 권현구 씨의 9번째 수필집으로 ‘낭만농부의 시골편지’에 이어 도시 생활에서 시골 생활로 거듭나는 과정을 담담하게 담아냈다. 자연과 함께 느릿느릿 사는 이야기가 153편의 글에 담겨 있다.권현구 씨는 2000년 ‘한맥문학’, ‘문학사랑’을 통해 수필가, 동화작가로 등단한 이후 현재까지 ‘해바라기와 나팔꽃’, ‘길’, ‘행복한 동행’, ‘포항기행’, ‘신라왕릉’, ‘명가 안동권’, ‘장 이야기’, ‘낭만 농부의 시골편지’를 출간하는 등 지역에서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해오고 있다./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2-0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