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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코믹-반전으로 그린 가족의 초상, 연극 ‘살벌한 형제’

연극 ‘살벌한 형제’가 11월 16일까지 대구 아트플러스씨어터에서 관객과 만난다. 작품은 사라진 500억 원짜리 다이아몬드와 암호화된 비밀 노트, 그리고 예기치 못한 한 여인의 등장으로 얽히는 형제의 추적극을 그린다. 추리와 코믹, 반전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시시각각 변주(變奏)되고, 형제의 갈등과 애증은 웃음 속에 녹아든다. ‘살벌한 형제’는 제목처럼 자극적인 사건을 내세우지만, 그 이면에는 가족의 진심과 화해의 서사가 깔려 있다. 겉으로는 ‘살벌한’ 다툼이지만, 그 안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형제 간 경쟁과 오해, 그리고 이해가 있다. 작품을 기획한 홍재임 예술감독은 “형제라는 관계는 평생의 경쟁이자 가장 깊은 유대”라며 “코믹한 설정 속에서도 가족의 책임과 사랑을 묻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은 단순한 웃음극을 초월해 가족이라는 가장 오래된 관계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평범한 일상에서 비롯된 오해와 사고, 그리고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적인 감정들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연극 ‘살벌한 형제’는 10월 17일부터 11월 16일까지 공연되며, 화~금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3시·6시, 일요일·공휴일 오후 2시에 열린다. 월요일은 휴관.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0-26

인류 번영은 멸종의 씨앗이 되었나

영국왕립학회 과학도서상 수상자인 영국의 저명한 고생물학자 헨리 지는 신간 ‘인간제국 쇠망사’(까치)에서 인류의 흥망성쇠를 거시적 시각으로 조망한 역작을 통해 “인류는 멸종할 수밖에 없다”는 도발적 주장을 펼치며 이를 체계적으로 논증한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인간 종(種)으로서 번영의 정점을 찍었지만, 로마 제국이 그랬듯 화려한 성공이 오히려 쇠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로마 제국 쇠망사’를 집필한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의 통찰을 인류사에 적용해 “한 종이 멸종하는 시점은 정점에 올랐을 때의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는 충격적 메시지를 전한다. △제1부: 인류의 부상-정점으로 향하는 질주 저자는 약 5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다른 인간 종들과 경쟁하던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직립보행과 도구 사용, 사회적 협력 능력으로 무장한 인류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에렉투스를 비롯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유일한 인간 종으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농업혁명(약 1만 년 전)은 인구 폭발과 문명 발전의 기폭제가 됐다. 식량 생산이 안정화되면서 인구는 급증했고, 기술과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 성취가 ‘생태계에 대한 과도한 착취’의 시작이었음을 지적한다. 농업은 토양 침식과 생물 다양성 감소뿐 아니라 질병의 온상이 되었고,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제2부: 쇠락의 징후-번영의 대가를 치르다 인류의 황금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저자는 기후 위기, 자원 고갈, 감염병 확산을 현대 문명의 3대 위기로 규정한다. 저자는 1만 년 만에 처음으로 둔화된 인구증가율을 예로 들며, 우리가 몰락의 길 어디쯤에 와 있는지 파악하려면 번영의 절정 직후부터 나타난 균열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농업혁명이 풍요와 인구증가를 이끌었지만 동시에 건강 문제, 사회적 불평등, 작물 종 다양성 감소 등 예상치 못한 희생을 강요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배경에서 출생률 감소, 정자 수 감소, 기후변화와 자원 고갈 등 복합적 위기들이 사회 구조 전반을 뒤흔드는 경고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이미 시작된 인구증가율 하락세가 금세기 말까지 인구 급감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러한 추락이 현실화되면 인류는 절멸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농업의 역설과 인구 감소, 환경 파괴의 악순환이 구체적으로 설명된다. 농업은 풍요를 가져왔으나 정착 생활로 인해 질병이 만연해졌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출산율이 급감하며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마을이 필요하지만, 노벨상 수상자나 혁신가를 배출하려면 수십억 인구의 문명이 필요하다”는 말로 문명 쇠퇴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화석 연료 의존과 탄소 배출이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하며, 이는 극단적 기상 재해와 생태계 붕괴로 이어진다. 저자는 “자연에 이토록 광범위한 위협을 가한 종은 인류뿐”이라며 “멸종의 낫질이 더 빨라질 것”이라 강조했다. △제3부: 탈출구 모색-우주에서 미래를 찾다 헨리 지는 인류가 멸망을 피하려면 새로운 진화적 다양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구 내에서 종 다양화를 이루기에는 이미 호모 사피엔스가 단일 개체군으로 고착화된 상태다. 그가 제안하는 해결책은 우주 진출이다. 저자는 “우주 식민지 개척을 1~2세기 안에 준비해야 한다”며 “달이나 화성 등 다른 행성에 고립된 개체군을 형성해 새로운 종으로 분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 강조한다. 이는 SF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생명의 역사가 위기 속에서 길을 찾아온 기록”이라는 점에서 현실적이라고 덧붙인다. 다만 이 과정은 막대한 기술적 도전과 사회적 결단을 필요로 한다. “우주 개척은 말처럼 쉽지 않다. 아직 태동 단계에 머물러 있는 신기술과 인간이 가진 남다른 상상력과 생명력만이 그 돌파구를 열어줄 수 있다. 생명의 역사는 곧 위기 속에서 길을 찾아온 기록이며, 우리 눈앞에 펼쳐진 상황도 그러한 위기의 하나일지도 모른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3

“복지와 돌봄은 시민의 권리” 한국 경제의 판을 새로 짜다

지금 대한민국은 저성장과 양극화가 구조화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신뢰의 해체와 공동체 붕괴, 기후 위기와 생태적 파국의 위기 앞에 놓여 있다. 효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시장경제 체제와 질주하는 과학기술을 맹목적으로 추종한 결과, 주거와 일자리, 교육과 의료, 먹거리와 돌봄, 신뢰와 공동체, 소득과 미래 설계의 기회 등 당연하고 ‘기본적인’ 삶의 조건들이 더 이상 보장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신간 ‘기본경제 기본사회’(다할미디어)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저성장, 양극화, 공동체 붕괴 등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혁신적 사회경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인 경기연구원 기본소득연구단장 출신으로 청년기본소득 정책 설계에 참여한 유영성 박사는 이 책에서 “시장경제의 한계를 넘어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재정립하자는 것”이라고 적고 있다. 유 박사는 프롤로그에서 “효율과 성장만을 추구해온 신자유주의적 질주가 주거, 일자리, 교육, 의료 등 기본적인 삶의 조건을 파괴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OECD 최고 수준인 43.2%(2022년 기준)에 달하며, 청년들은 주거비와 학자금 대출에 시달리고 중년은 돌봄과 노후 준비의 이중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책은 ‘기본경제’와 ‘기본사회’라는 두 개념을 제시한다. 기본경제는 주거, 식량, 의료, 교육, 돌봄, 에너지 등 인간다운 삶에 필수적인 영역을 공공적이고 공동체적인 방식으로 재설계하자는 제안이다. 단순히 복지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구조 자체를 전환해 시장 실패 영역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기본사회는 신뢰, 연대, 존엄을 핵심 가치로 삼아 서로 돌보며 살아가는 공동체적 삶의 제도화를 의미한다. 기본경제를 토대로 한 사회 구조로서, 개인의 자율성과 공동체의 연대를 조화시키는 것이 목표다. 이 두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책은 6가지 실천 전략을 제시한다.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해 삶의 안전망을 구축한다. 기본자산은 생애 초기 단계에서 교육, 주거, 창업 등에 필요한 자산을 제공해 자립 기반을 마련한다. 기본금융은 사회대출, 신용회복지원 등으로 금융 소외계층을 포용한다. 기본서비스는 교육, 돌봄, 건강 등 공공인프라를 보편적으로 제공한다. 사회적경제는 협동조합, 지역기업 등을 통해 공동체 중심의 경제활동을 촉진한다. 지역화폐는 지역 내 소비 순환을 강화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한다. 책은 총 4장으로 구성된다. 제1장 ‘기본경제:삶의 기반을 다시 짜다’에서는 시장경제의 한계와 기본경제의 필요성을 분석한다. 제2장 ‘기본사회: 관계의 구조를 다시 세우다’에서는 공동체적 가치 회복을 위한 사회 모델의 방향을 제시한다. 제3장 ‘통합: 기본경제와 기본사회, 하나의 구조’에서는 두 개념의 유기적 관계를 설명한다. 제4장 ‘실천: 기본경제와 기본사회의 구체적 실현’에서는 앞서 언급한 6가지 전략을 세부적으로 다룬다. 유영성 박사는 “기본경제와 기본사회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현 가능한 사회 계약”이라고 말한다. 그는 “주거, 교육, 돌봄 등 삶의 필수 요소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아닌 모두의 권리로 인식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책 설계부터 시민 참여까지 다층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3

솔거·우양미술관서 한국 미술 특별전

문화체육관광부는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2025 APEC 정상회의’를 맞아 경주 솔거미술관과 우양미술관에서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특별전을 개최한다. 특별전은 ‘APEC’의 주제어인 ‘지속 가능한 내일’을 예술적 언어로 풀어내며, ‘연결, 혁신, 번영’이라는 국제적 담론과 조응하는 한국 미술의 확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다. 솔거미술관에서는 ‘신라한향: 신라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향기(10월 22일~2026년 4월 26일)’ 전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내일’을 신라의 문화와 미학에 기반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수묵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 불화장 이수자 송천 스님, 문화재 복원 전문가 김민 작가, 새활용(업사이클링) 유리공예가 박선민 작가 등 4인이 참여한다. 이들은 신라의 정신과 불교 미학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며 전통과 현대, 물질과 정신의 조화를 선보인다. 1년여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올해 7월 재개관한 우양미술관은 ‘백남준: 휴머니티 인 더 서킷츠(7월 20일~11월 30일)’ 전시를 진행 중이다. 고(故) 백남준 작가는 기술을 인간의 확장으로 인식하며 ‘유기적 회로’로서의 예술 세계를 펼쳤다. 이번 전시에서는 복원된 소장품 ‘나의 파우스트–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영혼성’을 비롯해, 기술과 예술,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 대표작을 집약적으로 선보인다. 솔거미술관이 전통에서 비롯된 현대 미술의 실천을 모색한다면, 우양미술관은 기술과 인간성의 관계를 탐구하며 글로벌 시대의 소통 방식을 제안한다. 이는 APEC의 지향점인 ‘지속 가능한 내일’과 맞닿아 있어, 한국 미술이 국제 사회에서 문화적 교류의 장으로 기능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문체부 시각예술디자인과 한정인 학예연구사는 “이번 특별전이 한국 미술의 전통과 혁신을 조명하는 뜻깊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열리는 만큼, 한국 미술의 독창성과 다양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2

조선 실존 김설보 여사 일대기 뮤지컬 ‘설보:여인의 숲’ 선보여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조선시대 실존 인물 김설보 여사의 삶과 포항 송라면 하송리에 전해지는 ‘여인의 숲’ 설화를 소재로 한 뮤지컬 ‘설보: 여인의 숲’을 오는 24일 오후 7시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쇼케이스 형식으로 공개한다. 뮤지컬은 마을 번영을 위해 사재를 털어 숲을 조성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한 김설보 여사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혼란한 시대 속에서도 신념을 지켜낸 한 여성의 용기와 희생을 그린다. 이번 쇼케이스는 2026년 10월 예정된 본 공연에 앞서 진행되는 시범 무대로, 낭독극 형식에 라이브 음악을 결합한 실험적 공연이다. 역사적 사실과 전통 설화를 예술적으로 재해석해 ‘읽는 공연’의 감동과 ‘듣는 서사’의 울림을 동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출연진은 주인공 ‘설보’ 역의 배우 오유민을 비롯해 아역배우 정은서(소월 역), 소리꾼 조용주(수 역), 배우 김진철(권진사 역) 등이 참여한다. 이외에도 박희수(최해문 역), 김수연(임막례 역), 김성재(윤기석 역), 옥경민(고분희 역), 안현석(덕구 역), 김시현 등이 합류해 개성 넘치는 연기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 특히 이번 작품은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신예 배우들과 경험 많은 창작진이 협업해 제작됐다. 포항의 역사와 지명을 바탕으로 한 철저한 조사와 구술 채록을 거쳐 지역 고유의 문화 자원을 공연예술로 재탄생시켰다는 점에서 지역 창작 생태계 확장 차원의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받는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설보:여인의 숲'은 지역 설화와 인물을 예술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첫걸음”이라며 “쇼케이스를 통해 본 공연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지역 예술인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문화 기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뮤지컬 ‘설보:여인의 숲’ 쇼케이스는 티켓링크를 통해 사전 예약이 가능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공연 일정 및 세부 사항은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와 공식 SNS 계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1

APEC 성공 기원 ‘한국-대만 문화예술 교류전’

2025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기념하고, 한국과 대만의 문화예술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한국-대만 문화예술교류전’이 오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경주 화랑마을 화랑전시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교류전은 대한민국천진서화협회(회장 김상지)가 주최하고 한국-대만 문화예술교류전 조직위원회가 주관하며, 주한국부산타이베이대표부 사무처가 협력기관으로 참여한다. 또한 한국수력원자력(주) 월성원자력본부와 경주국제교류회가 후원 기관으로 함께한다. 이번 전시는 2024년 한국 경주시와 대만 타이난시의 우호도시 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교류전으로, 양 도시 간 문화예술 분야 협력의 실질적인 결실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한국과 대만 각각 20명의 작가가 총 40점의 작품을 출품해 더욱 풍성한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 경주 측에서는 서예가 덕봉 정수암(대한민국서예대전 자문위원), 서예가 도홍 김상지(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 서예부문 대상), 서각가 최병두(대한민국미술대전 운영위원장), 서양화가 최한규(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 감사), 동양화가 박선영(전 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장), 문인화가 허필란(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김락현(국가유산수리기능인 5070호(도금공)), 도예가 하태훈(대한민국공예품대전 대통령상)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참여한다. 대만 타이난 측에서는 정유무(타이난시 서법학회 이사장), 오숙진(예진국제서법교류회 회장), 황지황(대만중국서법학회 여중화홍도서학회 고문), 임륭달(국립대만예술대학교수) 등 여러 우수한 작가들이 대거 참가해 예술적 교류와 상호 이해의 장을 펼칠 예정이다. 김상지 대한민국천진서화협회 회장은 “이번 교류전은 역사 문화가 비슷하고 고도였던 경주와 타이난 양 도시가 우호도시 협정 체결 이후 처음으로 맺는 역사적이고 어느 교류전보다 값진 결실이다. 문화와 예술을 매개로 진정한 우호 관계를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양 지역의 우수한 문화적·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1

조슈아 벨 &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 10년 만의 내한

독일 함부르크의 명문 오케스트라 NDR 엘프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이하 NDR 엘프필)가 오는 23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10년 만의 내한 공연을 선보인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과 함께 하는 이번 무대는 클래식 애호가들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NDR 엘프필은 1945년 북서독일 방송교향악단으로 출발해, 1956년 ‘북독일 방송교향악단’으로 명칭을 변경하며 북부 독일의 대표적인 교향악단으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에는 함부르크 항구에 개관한 세계적 공연장 엘프필하모니 콘서트홀의 상주 오케스트라로 선정되며 현재의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이번 공연은 2015년 첫 내한 이후 10년 만의 한국 방문으로, 오랜 기다림 끝에 국내 관객과 다시 만나는 뜻깊은 자리다. 지휘는 NDR 엘프필의 상임 지휘자 앨런 길버트가 맡는다. 그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뉴욕필하모닉 음악감독을 역임하며 세계적 명성을 쌓았으며, NDR 엘프필과는 2004년부터 2015년까지 수석 객원 지휘자로 호흡을 맞춰왔다. 2019년부터는 공식 상임 지휘자로 활동 중이며, 이번 무대는 2014년 뉴욕 필하모닉과의 내한 이후 11년 만의 한국 공연이기도 하다. 협연자인 조슈아 벨은 약 40년의 연주 경력을 자랑하는 현존하는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다. 2023/2024년 시즌 NDR 엘프필의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의 음악감독으로도 활약 중이다. 소니 클래식 전속 아티스트로서 40장이 넘는 앨범을 발매하며 그래미상·머큐리상·그라모폰상·오푸스클래식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라 장조 작품번호 77’을 연주한다. 브람스의 고향인 함부르크를 기반으로 하는 NDR 엘프필과의 협연은 단순한 연주를 넘어선 음악적 순례로서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은 현대 영국 작곡가 안나 클라인의 작품 ‘요동치는 바다, 2018’의 한국 초연으로 막을 연다.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주제로 한 이 곡은 강렬한 감정적 울림으로 현대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어 2부에서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7번 d단조 Op.70, B.141’가 연주된다. 체코 민족주의적 정서와 낭만적 서정이 조화를 이루는 이 작품은 극적인 구성과 서정적인 선율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공연에는 NDR 엘프필의 한국인 정단원 3인도 함께 무대에 오른다. 제1바이올린 전하림(2011년 입단), 비올라 김영도(2016년 입단), 플루트 수석 한여진(2023년 입단) 등 세계적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이들의 연주는 또 다른 관람 포인트가 될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1

“성공 개최 응원해요” 국민 참여주간 운영

문화체육관광부는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이하 에이펙) 정상회의’ 성공적 개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망과 열의를 모은 ‘국민 참여 응원 이어가기(릴레이) 주간'을 20일부터 25일까지 운영한다. ‘에이펙 정상회의’에서는 21개 회원 정상과 대표단, 기업인, 언론인 등 세계각국의 인사들 2만여 명이 모인다. 회원국 간 무역과 투자 협력 강화와 더불어 디지털 전환과 인공지능 시대를 선도하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번영을 이끌어 나갈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산업 성장 가능성 확보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방송·연예·체육 등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 30여 명이 에이펙 성공개최에 대해 한목소리로 응원한다. 에이펙 정상회의를 맞이하는 준비 관계자들과 지역상인·방문객 등 국민 20여 명 등도 응원에 참여해 성공 개최를 기원하며 힘을 보태고 있다. ‘응원 이어가기(릴레이)’는 지난 17일 에이펙 정상회의에 대한 국민적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한 소개 홍보영상을 기반으로, 유명인 4편과 일반 국민 2편 등 영상 총 6편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또한 문체부는 20일부터 11월 1일까지 에이펙 홍보영상, 응원 영상 1편과 연계해 국민 참여 응원 댓글 행사를 진행해 응원 열기를 이어간다. 자세한 참여 방법은 대한민국 정부 누리소통망(유튜브,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체부 이정은 디지털소통관은 “국가적으로 큰 행사인 에이펙 정상회의 개최가 10일을 남겨 둔 만큼, 국민적 관심과 응원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며 “에이펙의 성공적 개최를 응원하는 많은 국민의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1

‘곧음의 도’를 지키다···옥천 조덕린의 삶

조선 후기 남인의 대표 학자이자 지조와 절의의 상징인 옥천 조덕린(玉川 趙德隣·1658~1737)의 삶과 사상을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학술대회가 열린다. 영양군이 주최하고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정종섭)이 주관하는 ‘옥천 조덕린의 학문과 사상’ 학술대회가 21일 오후 2시 한국국학진흥원 대강당에서 개최된다. 조덕린은 하회의 겸암 류운룡과 서애 류성룡의 학문적 전통을 이어받고, 갈암 이현일의 학문을 계승한 영남 남인의 거목이었다. 문과에 급제한 뒤 여러 관직에 제수됐으나 대부분 사양하고 학문과 후진 양성에 매진했다. 1725년 영조에게 올린 ‘을사십조소(乙巳十條疏)’에서 당쟁 폐해 극복, 인재 등용, 민생 구제를 촉구했으며, 군신 간 도리 회복과 도덕·예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로 인해 68세의 나이에 함경도 종성으로 유배됐고, 이후 두 차례의 귀양과 재유배를 겪었으나 학자적 지조를 끝까지 지켰다. 1736년 서원 난립을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탄핵돼 제주 유배 길에 강진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의 일생은 진리와 공공 책임을 추구한 조선 지식인의 기록으로 평가받는다. 조덕린 사후에도 가족들은 그의 뜻을 이어갔다. 아들 조희당은 초당을 세워 학문을 계승했고, 손자 조진도와 형제들은 조부의 신원(伸冤)에 평생을 바쳤다. 남인 학통을 이은 채제공, 이가환, 정약용 등과 교유하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262년 만인 1899년 복관이 이뤄졌다. 영양 주실에 터를 잡은 한양조씨 옥천문중은 조덕린의 지조와 학문을 가문의 근본으로 삼아 ‘곧음’의 도를 지켜왔다.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우인수 경북대 명예교수(옥천 문중의 신원 노력과 가학 전통), 윤재환 단국대 교수(조덕린의 삶과 시세계), 이근호 충남대 교수(현실인식과 ‘을사십조소’의 경세론), 송혁기 고려대 교수(사직 상소문의 입의와 수사), 서근식 성균관대 초빙교수(‘역경의의’ 연구) 등이 발표자로 나서 다각도로 조덕린을 분석한다. 권진호 한국국학진흥원 한국국학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아 종합토론을 진행한다. 정종섭 한국국학진흥원장은 “조덕린 선생은 진리와 정의를 추구한 학자의 본분을 지킨 인물”이라며 “학술대회를 통해 그의 사상을 성찰하고, 개인의 양심과 공동체의 책임이라는 인문정신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0

앙망(仰望)

사진작가 김주영의 개인전 ‘앙망(仰望)’이 21일부터 29일까지 포항시 북구 죽도로 19에 위치한 갤러리포항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꽃’이라는 이름 이전에 존재하는 사물의 본질을 탐구하는 ‘잎꽃’ 시리즈를 중심으로, 일상 속 사물의 숨겨진 생명력과 존재의 의미를 흑백 사진으로 풀어낸다. ‘앙망’은 ‘우러러 바라본다’는 뜻으로, 김주영은 이번 전시를 통해 평범한 사물과 풍경을 경외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 특히 ‘잎꽃’시리즈는 배추, 파, 마늘 등 식재료를 화병에 꽂아 꽃처럼 재탄생시킨 작품들로, “꽃이라는 이름은 어디서 시작되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작가는 컬러 대신 낮은 콘트라스트의 흑백을 선택해 사물의 본질에 집중하며, 유리와 물, 빛의 상호작용을 통해 익숙한 대상을 낯설게 만든다. 김주영은 “저녁을 준비하다 문득 배추의 잎맥에서 꽃의 형상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식재료를 화병에 꽂는 행위는 단순한 장식적 목적이 아닌, 생명의 순환과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식이다. 빗방울이 흙을 적시고, 빛이 잎사귀를 스치는 순간을 포착한 작품들은 “유한한 삶 속에서 모든 것에 감사하며 작업을 이어가기로 했다”는 작가의 성찰을 담았다. 특히 흑백의 질감은 시간의 흐름을 압축하며, 사물의 표면 아래 숨겨진 내면의 소리를 시각화한다. 평론가 박이찬은 ‘앙망(仰望)’을 “삶과 자연의 미묘한 호흡을 느끼게 하는 시각적 명상”이라 평한다. ‘나무의 안부’ 시리즈는 버려진 나무와 화분의 식물을 통해 ‘존재의 자리’를 재확인시키며, ‘잎꽃’ 시리즈는 화병 속 식물과 창밖 풍경이 겹쳐지는 구조로 자연과 인간의 경계를 허문다. 낮은 콘트라스트의 흑백 화면은 강렬한 자극 대신 은은한 여운을 남기며, 관객으로 하여금 사물의 본질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또 다른 평론가 여국현은 “사진은 죽은 순간의 부활”이라는 바르트의 개념을 빌려, 김주영의 작업이 “유한한 것에서 무한한 것을 포착하는 예술”이라 설명한다. 화병에 꽂힌 파와 배추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닌 ‘잎꽃’으로 재탄생하며, 유리창에 비친 빛과 그림자는 생과 사의 교차를 상징한다. 특히 “고사리 뒤에 자리한 유리창과 화병 수면 아래 잠긴 뿌리”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생명의 순환을 암시한다. 손진국 갤러리포항 관장은 “이번 전시는 일상의 사물이 지닌 숭고한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기회다. 김주영의 렌즈를 통해 평범한 채소와 나무가 ‘꽃’으로 호명되는 순간, 관객은 사물의 본질과 존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0

포항출신 허씨 삼형제 실화 소설 ‘붉은 고래’ 북 콘서트

포항 출신 허화평 전 국회의원 등 허씨 삼형제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이대환 작가의 장편소설 ‘붉은 고래’의 북 콘서트가 24일 포항에서 열린다. 이번 행사는 오는 24일 오후 3시 포은중앙도서관 어울마루 1층에서 진행되며,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과 이대환 작가의 특별대담 ‘분단의 격랑과 청춘의 초상’이 마련된다. 소설 ‘붉은 고래’(아시아)는 광복 80년, 분단 80년을 맞아 포항 출신 삼형제가 겪은 청춘의 사상 여정을 760쪽 분량으로 담아낸 대서사시다. ‘붉은 고래’는 1945년 해방 이후 한반도의 격변기를 살아낸 청춘들의 이야기를 140개의 소제목으로 구성했으며, 에세이 형식의 담담한 서사로 풀어냈다. 2004년 3권으로 초간된 후 2023년 ‘문학뉴스’ 재연재를 거쳐 20년 만에 개정 증보판으로 재탄생했다. 이대환 작가는 “분단의 아픔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은 삼형제의 삶을 통해 오늘날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고 밝혔다. 허화평 이사장은 “소설 속 이야기가 단순한 개인의 역사가 아닌, 우리 모두의 기억이자 교훈”이라고 강조했다. 북 콘서트에서는 작품 배경과 집필 과정, 삼형제의 실제 경험담 등이 소개될 예정이며,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도 마련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20

포항 출신 장두건 화백 추모 움직임 확산… “유산 방치 안타까워”

척박했던 한국 화단에 독창적인 구상 회화의 발자취를 남긴 서양화가였던 포항 출신의 장두건 화백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럼에도 그의 업적에 걸맞은 지역의 추모 사업과 사회적 예우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장 화백은 생전 평생 창작에 몰두하며 작가이자 교육자로서 후배 양성에 힘썼다. 또한 주요 미술 단체를 결성하고 후원하는 등 한국 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해 국민훈장 석류장, 문화훈장 보관장, 서울특별시 문화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장두건 화백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그가 창립한 서양화 단체 ‘이형회’ 회원들은 지난 18. 19일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포항에서 참배 행사를 열었다. 그의 예술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50여 명의 이형회 회원과 포항미술협회 회원, 지역 미술인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번 행사를 계기로 미술계는 그의 업적을 체계적으로 조명하고, 지역사회 차원의 추모 사업 추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 구상회화 거장으로 독창적 발자취 남겼지만 걸맞은 지역의 추모 사업·사회적 예우 등 미흡해 흥해읍 생가는 개인 소유… 묘비 안내판조차 없어 전남도 ‘고 오지호 화백 기념관’ 건립 등과 대조적 “재단설립·생가 복원 등 市 차원 적극적 홍보 필요” △전남 오지호 vs 포항 장두건···극명한 대조 전라남도는 고(故) 오지호(1905~1982) 화백을 지역의 대표 문화적 자산으로 삼아 매년 기념행사와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다. 오 화백의 고향인 화순군에는 ‘오지호기념관’이 건립돼 그의 생애와 작품을 체계적으로 조명하며, 인근 관광지와 연계한 작품 테마 투어,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등 다양한 문화 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특히 오지호의 예술 세계를 재해석한 현대적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고 관광객 유치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하지만 포항은 장두건 화백(1918~2015)을 위한 공식 기념 시설은커녕 시 차원의 체계적인 연구·교육 지원이나 대중적 홍보 전략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그가 태어난 흥해읍 달전리의 생가는 현재 개인 소유로 방치돼 있으며, 같은 읍내에 위치한 묘소 역시 묘비나 안내판 하나 없이 초라한 상태로 남아 있다. 지역 미술계는 “포항 출신인 장두건 화백의 업적을 포괄적으로 기리기 위한 기념관 건립 등 시 차원의 종합적 노력과 적극적인 홍보가 부족하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포항 대표 화가를 기억할 계기를 마련하라”···지역 미술계의 추모 운동 최근 서양화가이자 전 포항예총회장인 류영재, 최복룡, 원로화가 박수철 등이 주축이 돼 장 화백이 창립한 서양화 단체인 이형회가 그의 서거 10주년을 기념해 42회 정기회원전을 9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포항 포스코갤러리에서 개최하고 있다. 포스코의 후원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의 대표작을 함께 전시해 시민들에게 그를 알리고 있다. 또한 개인 소유로 넘어간 생가를 시에서 매입해 기념관으로 건립하자는 건의 등을 추진하는 등 생가 복원을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화유산 보존은 미래 투자”···전문가들의 제언 미술평론가 김모 씨는 “장두건의 작품은 포항 근대사의 예술적 가치를 증명하는 자료”라며 “그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할 수 있는 재단 설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생가 복원을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학생과 관광객에게 지역 문화를 알리는 방안도 제시됐다. 일부에서는 포항시의 문화정책 방향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포항은 철강 산업 도시 이미지가 강해 문화예술 분야 투자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인데, 이번 사례가 지역 예술가 발굴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포항, 장두건을 품을 준비가 필요하다 장두건 화백의 유산은 과거의 흔적을 넘어 포항이 세계적 문화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자산이 될 수 있다. 전남의 오지호 화백 사례는 지역 출신 예술가의 작품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홍보함으로써 문화적 위상을 높이는 성공 모델이다. 포항시 역시 장두건의 삶과 예술 세계를 재평가하고, 그의 업적을 시민들에게 널리 알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예술품 전시 이상의 문화적 가치 창출로 포항만의 독특한 문화 브랜드를 구축, 세계적 문화도시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9

이형회 ‘제42회 정기회원전’… 장두건 정신 계승

포항 출신으로 한국 근·현대미술의 거목인 고(故) 장두건 화백. 98세를 일기로 타계한 지 10주년이 되는 올해. 그의 고향 포항에서 예술혼을 다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전시와 행사가 막을 올렸다. 한국 서양화의 발전을 견인하는 한 축의 역할을 하는 미술 단체인 이형회는 지난 18일부터 19일까지 포항에서 ‘제42회 정기회원전’ 축하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행사는 9월 30일부터 11월 7일까지 포스코갤러리에서 열리는 회원전과 연계해 진행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포항 출신 서양화 거장 고 장두건 화백의 예술 정신을 기리고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목적으로 기획됐다. 18일 오후 4시 이형회 회원 60여 명은 포스코갤러리에서 42회 정기전 축하행사 및 작품 감상회를 열었다. 행사는 운영위원인 류영재 화백의 진행으로 각 실별 3명의 회원이 참석해 작품을 해설하며 교류했다. 회원들은 버스로 호미곶으로 이동해 한반도 해맞이의 성지인 호미곶 주변과 수려한 영일만의 풍광을 관광하고, 만찬과 레크리에이션으로 친목을 다졌다. 19일에는 포항시 북구 흥해읍 초곡리의 장두건 화백 묘소를 참배하며 추모행사를 진행했다. 이어 포항시립미술관을 방문해 장두건 화백 상설관을 둘러보고 미술관에서 전시 중인 작품들과 화백의 유품 등을 관람하는 등 문화 탐방 일정을 소화했다. 이형회의 이번 정기전은 ‘사사무은(事師無隱)’을 주제로, 고(故) 장두건 화백을 포함한 총 67명의 작품이 출품됐다. 이형회는 강광식, 노희정, 허계, 고윤 등 원로 작가를 비롯해 중견작가 등 전국에서 활동하는 회원 70여 명이 소속된 단체다. 1984년 장두건 화백이 창설한 서양화 단체로서 그가 98세로 타계할 때까지 회장직을 역임하며 애착을 가지고 운영함으로써 한국 서양화의 토대를 다지는데 크게 기여했다. 원로 작가부터 신진까지 폭넓게 참여하고 있는 이형화는 매년 정기전을 통해 신진 작가 발굴 및 한국 서양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1918년 포항에서 출생한 장두건 화백은 2015년 타계하기 전인 2014년 포항시립미술관에 유화 작품을 비롯해 드로잉 등의 유작 전부와 작업도구 등 유품 1000여 점을 기증했다. 포항시립미술관은 장두건관을 마련해 상설 운영하고 있으며, 포항시는 2005년부터 장두건미술상을 제정해 후배 작가를 지원하고 있다. 축하행사에서 권숙자 이형회 회장은 “장두건 화백의 예술 정신을 되새기며 지역민과 소통하는 뜻깊은 자리”라며 “이번 전시는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작품들로 구성돼 한국 서양화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9

400년 세계사 속 혁명과 반동의 변증법

최근 기술 발전과 글로벌 팬데믹, 정치적 극단화로 인해 ‘역사의 진보’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고 있다. 이런 시기에 미국 CNN 간판 국제 정세 프로그램 ‘파리드 자카리아 GPS’의 진행자이자 미국 대표 국제정치학자 파리드 자카리아가 출간한 ‘역사는 어떻게 진보하고 왜 퇴보하는가’(부키)는 근대 400년의 세계사를 혁명적 변화와 그에 따른 반동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현대 사회의 난제를 풀어낸다. 이 책은 네덜란드 혁명부터 현대의 정체성 혁명까지, 인류가 마주한 진보와 후퇴의 패턴을 분석함으로써 ‘혼돈 속에서도 역사는 전진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16세기 네덜란드 혁명은 종교개혁과 금융 혁신, 해상 무역의 결합으로 자유주의 실험의 원형이 됐다. 그러나 종교 갈등과 대외 전쟁이라는 역풍에 부딪혀 좌초됐다. 하지만 지역 자치와 기술 혁신의 성과는 영국으로 이전되어 명예혁명과 산업혁명의 토대가 됐다. 1688년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왕정 입헌제를 수립한 명예혁명은 정치적 안정을 통해 영국을 실용적 국가로 변모시켰다. 이는 네덜란드의 제도와 사상을 수용한 결과였으며, 자본주의 세계화의 출발점이 됐다. 자유와 평등을 외쳤던 프랑스 혁명은 급진주의와 공포 정치, 나폴레옹 제국으로 귀결되며 실패로 끝났다. 그러나 그 유산은 미국에 영향을 미쳐 독립전쟁 승리와 민주공화국 모델 수립으로 이어졌다. 기계화와 도시화로 생활 혁명을 이끈 산업혁명은 노동 착취와 계급 갈등을 심화시켰다. 영국은 곡물법 폐지와 자유방임 정책으로 이를 극복하며 ‘해가 지지 않는 제국’으로 성장했다. 자본·상품·아이디어의 국경 초월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올렸지만, 외환위기와 양극화라는 역풍을 초래했다.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경제 질서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인터넷과 SNS는 지식과 참여를 민주화했으나, 음모론과 혐오 확산으로 사회적 분열을 가속화했다. 미국 사례에서 보듯, 온라인 연결이 오히려 개인을 ‘고독한 왕’으로 만들고 있다. 민권·여성·성소수자 운동은 진보를 이끌었지만, 젠더 갈등과 문화 전쟁을 촉발했다. 저자는 유럽의 세속화 물결과 미국의 정치적 부족주의를 예로 들며 정체성 정치의 양면성을 분석한다. 냉전 붕괴 후 중국·러시아의 부상으로 다극 체제가 재편되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패권 경쟁이 발생했다. 저자는 한국을 “혁명과 역풍이 가장 압축적으로 교차하는 사회”로 규정한다. 세계화와 정보화의 최대 수혜국이지만 외환위기, 청년 실업, 온라인 혐오, 미·중 갈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든 혁명은 진보와 반동의 변증법적 과정”이라고 말한다. 기술 발전이 정체성 변화를 일으키고, 이는 다시 사회 혁신을 요구하지만, 변화에 뒤처진 이들의 반발(백래시)이 반드시 따라온다. 따라서 역사적 교훈은 “변화 속도를 조절하고 역풍을 관리하는 것”이다. 자유방임적 세계화나 기술 신봉은 위험하지만, 폐쇄적 퇴행 역시 답이 아니다. 사회적 안전망 강화, 민주주의 제도 존중, 균형 잡힌 외교가 필수적이다. 이 책은 미국 출간 직후 아마존 역사, 정치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강력한 역사적 통찰’, ‘왜 어떤 나라는 성공하고 어떤 나라는 실패하는지 알려 주는 사상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6

인간의 심리적 약점 교묘히 이용한 나치

30여 년간 나치 역사를 집요하게 추적해온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 로런스 리스가 역사와 심리학을 결합해 나치와 인간의 어두운 심연을 파헤치는 신간 ‘나치 마인드-역사가 주는 12가지’(책과함께)를 펴냈다. 이 책은 나치의 부상에서 몰락까지를 심리학적 분석과 역사적 기록으로 재구성하며, 히틀러와 나치가 민주주의를 붕괴시킨 12가지 전략을 낱낱이 분석한다. 저자는 최신 신경과학 연구와 전범들의 증언을 통해 ‘나치의 범죄가 역사적 조건과 인간 심리의 취약성이 결합된 결과’임을 밝히며 나치즘이 남긴 잔재가 오늘날에도 위협으로 남아 있음을 경고한다. 리드는 나치가 세력을 확장하며 사용한 전략을 음모론 유포, 집단 갈라치기, 청년 세뇌, 공포 조장 등으로 정리한다. 특히 히틀러는 베르사유 조약으로 인한 독일 국민의 굴욕감을 이용해 반유대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이데올로기를 구축했다. ‘등에 칼을 맞았다’는 피해의식을 부추기며 유대인과 사회주의자를 희생양으로 삼아 내부 결속을 다진 것이다. 나치의 권력 장악 과정은 치밀했다. 1933년 총리로 임명된 히틀러는 수권법을 통해 입법부를 무력화하고 독재 체제를 구축했다. 저자는 ‘민주주의 절차가 어떻게 악용되었는지’ 보여주며, 권위적 리더십이 어떻게 대중의 비판적 사고를 마비시켰는지 분석한다. 책은 나치 체제가 인간의 심리적 약점을 교묘히 이용했음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히틀러 유겐트와 독일소녀연맹은 뇌 발달 단계(전두피질 미성숙)를 악용해 충성도 높은 추종자를 양성했다. 또한 가스실 설계나 먼 거리에서 사격하도록 한 전술은 살인의 정서적 부담을 줄이는 심리적 트릭이었다. 폴란드 유대인에게 길바닥 청소를 강요한 굴욕적 행위는 ‘인지부조화’를 유발해 피해자를 무력화시키는 전략이었다. 저자는 이처럼 나치가 종족주의와 유사다윈주의를 앞세워 ‘강한 민족만이 살아남는다’는 이데올로기로 홀로코스트를 정당화했다고 설명한다. 30년간 수집한 나치 전범들의 증언은 이 책의 핵심 자료다. 친위대원이었던 베른트 린은 “나치 시절이 독일에는 좋은 시대였다”고 주장했고, 돌격대원 볼프강 토이베르트는 홀로코스트 피해 규모를 축소하며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증언은 나치즘이 단순한 악행이 아니라 자기합리화와 책임 전가로 지속됐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들을 새로운 성찰로 이끈다. 나치는 패망했지만, 증오, 희생양 찾기, 극단적 민족주의 등 나치즘의 본질은 여전히 현대 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리스는 “역사는 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지 않지만, 그 징후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피즘, 포퓰리즘, 소수자 혐오 등 오늘날의 갈등 구조에서 나치의 심리 전략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SNS를 통한 음모론 확산과 공포 정치는 나치가 사용했던 수법과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6

팬데믹 후 심화된 글로벌 무질서의 기원

최근 몇 년간 세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경쟁,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붕괴 등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단순히 개별적 사건이 아니라, 에너지, 금융, 민주정치라는 세 가지 역사적 흐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하는 책이 출간됐다. 케임브리지대 정치경제학 교수 헬렌 톰슨의 신작 ‘질서 없음-격동의 세계를 이해하는 세 가지 프레임’(윌북)은 120년 현대사 패턴을 관통하며 현재의 위기를 진단한다. 책의 1부 ‘지정학’은 석유 시대의 도래와 함께 미국이 패권국으로 부상한 과정, 자원 부족에 시달린 유럽 열강들이 중동을 각축장으로 삼은 역사를 추적한다. 특히 1956년 수에즈 위기 이후 독일이 러시아산 에너지에 의존하게 된 것이 NATO 내 분열을 초래했고, 이는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폭발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저자는 “석유의 정치적 도구화는 현대 지정학의 출발점”이라며 에너지 수급 구조가 국가 간 갈등의 씨앗이 됐음을 강조한다. 2부 ‘경제’에서는 1970년대 오일 쇼크와 브레턴우즈 체제의 붕괴가 달러 중심의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을 낳았고, 이로 인해 유로화 도입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중국 경제의 부상, 미국의 견제 정책이 현재의 미·중 관세 전쟁으로 이어졌으며, 2008년 금융 위기와 같은 반복적 위기가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결함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국경을 넘나드는 자본 이동이 ‘메이드 인 차이나’ 시대를 열었지만, 동시에 탈국가적 위기를 촉발했다”고 말한다. 3부 ‘민주정치’에서는 에너지·금융 변동이 국가의 과세 능력을 약화시켜 ‘경제적 국가공동체주의’를 붕괴시켰다고 분석한다. 시민의 경제적 삶을 보장하지 못하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브렉시트, 트럼프 당선, 극단 세력 지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 역사가 폴리비오스의 ‘정체순환론(왕정·귀족정·민주정 등 여섯 가지 정치 형태가 일정한 순서로 반복된다는 이론)’을 차용해, “현대 정치 체제도 성장과 쇠퇴를 반복한다”며 지정학·금융·민주정치 간의 피드백 루프가 위기를 증폭시킨다고 경고한다. ‘질서 없음’은 단순한 역사서가 아니다. 저자는 “현재의 위기는 수십 년 전부터 누적된 구조적 선택의 결과”라며, 단기적 사건보다 장기적 흐름을 읽는 통찰을 제공한다. 특히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을 “과거 에너지 의존 구조가 폭발한 사례”로 해석하며, 독자들에게 미래 위기에 대비할 수 있는 지침을 제시한다. 출간 직후 라이오넬 겔버상과 파이낸셜 타임스 ‘올해의 책’ 후보에 오른 이 책은 학계와 언론으로부터 “복잡한 현대사를 명쾌하게 해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헬렌 톰슨은 영국 정치 팟캐스트 ‘토킹 폴리틱스’ 고정 패널이자 ‘가디언’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며 대중과의 소통에도 주력해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6

‘빛과 쇠’…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 25일 개막

전국 유일의 철(鐵·steel) 소재 예술축제인 ‘2025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오는 25일부터 11월 9일까지 영일대해수욕장과 동빈문화창고1969에서 열린다. 올해 14회차를 맞아 ‘철 예술의 도시’에서 ‘철이 예술인 도시’로 도약을 선언한 이번 축제는 ‘빛과 쇠’를 주제로 전시, 참여, 학술 세 분야에서 포항의 산업적 정체성과 예술적 가능성을 재해석한다. 전시1 ‘철, 읽다’ 는 문학, 디자인, 조각 분야의 거장들이 협업해 포항의 역사와 현실을 다층적으로 해석한다. 소설가 김훈은 ‘영일만의 빛과 쇠’를 주제로 1500년 전 신라 시대부터 현대 제철산업까지 2000년 역사를 문명사적 스케일로 풀어낸 ‘영일만의 빛과 쇠’를 선보인다. 디자이너 안상수는 한 글자 감탄사 ‘오’로 포항의 정체성을 상징화한 ‘일자충연(一字充然)’ 작품을, 조각가 정현은 폐침목과 철근 등 산업 폐기물로 만든 역설적 미학의 조각을 전시한다. 이섭과 이웅배는 조각가·철학자의 대화 기록과 배관·철근을 활용한 설치작품으로 ‘쇠와 삶의 관계’를 탐구한다. 전시2 ‘철예술, 보다’ 는 13년간 수집된 포항 스틸아트 컬렉션 중 선정된 14명의 작가들이 해변 설치전을 연다. 강대영, 김병철, 모준석, 최일 등의 작품은 영일대해수욕장과 철강단 풍경을 배경으로 산업 유산과 예술의 조화를 보여준다. 포스코 제1고로가 보이는 위치에서 열리는 전시는 과거와 현재, 도시와 자연, 예술과 산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삼경(三景)’을 선사할 예정이다. 전시3 ‘철기술, 펼치다'는 기술과 예술의 협업을 통해 도시 풍경을 혁신하는 실험적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동국제강과 제일테크노스는 각각 이웅배, 이섭 작가와 협업해 H형강 조형물 ‘공동체’와 레이저 커팅 작품 ‘포항십경철병’을 제작했다. 대송초등학교 등굣길은 학생·예술가·포스코 기술진의 ‘아트펜스’ 프로젝트로 변모했고, 동빈문화창고1969 입구에는 시민 워크숍으로 제작된 ‘해와 달의 길 Solaris’가 설치됐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으로는 ‘포항 철예술 시민기획단’을 통해 공공미술 큐레이션에 참여하고, ‘철철공작소’에서 공예 워크숍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철철 아트 투어’는 도슨트와 함께 철 예술이 담긴 명소를 탐방하며 산업 유산과 문화 자원을 연결하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5

섬세한 여성의 필치로 묘사된 사군자, 그 느낌은?

사군자의 고결한 기상과 여성적 섬세함이 만났다. ‘매일 서예-문인화 대전’ 대상(2022년) 출신 이은실 작가가 22일부터 28일까지 첫 개인전을 연다. 대구시 중구 김광석거리 ‘갤러리 토마’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엔 홍매와 석류, 대나무, 능소화 등 총 53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비교적 늦게 서예에 입문한 작가는 매일신문서예대전 대상 외에도 △대구시 서예대전 초대작가 △대한민국 서예대전 입선 △신라미술대전 추천작가 △대구경북 서예대전 특선 등 다양한 이력을 쌓아왔다. 이번 전시회의 테마를 관통하는 사군자는 예로부터 고결한 선비의 절개, 지조를 상징하며 문인화의 화제(畵題)로 널리 쓰여왔다. 작가는 각 소재가 지닌 고유한 생명력과 정서를 다양한 필법으로 표현하며, 한국적 아름다움을 현대적 감성으로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가는 전통적인 사군자 외에도 능소화, 나리, 장미, 조롱박 등 다양한 초화(草花)들과 교감하며 동양화 정물의 지평을 넓혀 왔다. 한때 건강이 악화돼 투병 시절을 거친 작가는 힘들었던 그 시절, 비로소 내 안을 들여다보는 자성(自省)의 시간을 갖게 되었고 그 감성을 붓과 한지, 먹으로 풀어냈다. 이 작가는 대구 문인화의 맥을 이어온 석경(石鏡) 이원동에게 사사(師事)했다. 이 작가는 “스승은 과감하면서도 치밀한 선으로 절제된 아름다움을 담아냈다”며 “그 화선(畵仙)일치의 화풍은 자연스럽게 내 작품에 투영되었고, 지금은 자신만의 결로 녹여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전시회에 임하는 소감을 말했다. 같은 문우(文友)로부터 “석경의 대나무와 홍매가 강렬한 화의(畵意)를 보여준다면, 이 작가의 죽(竹)과 매화에는 부드러운 은유와 절제된 필치가 숨어 있다”는 평을 받을 만큼, 이번 전시는 단아하면서도 깊은 감흥을 자아낸다. 이은실 작가의 첫 개인전은 전통 문인화의 품격과 현대적 감성이 어우러진 사군자의 세계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한상갑기자 arira6@kbmaeil.com

2025-10-14

‘천’과 ‘실’과 ‘바늘’이 함께 놀면 작품이 되죠

"제 손은 섬섬옥수와는 거리가 한참 먼 거친 손이어서 사람들 앞에서 자신 있게 내밀지 못해요. 그러나 이 거친 손이 제겐 더없이 고맙고 사랑스럽습니다. 이 손으로 수를 놓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제 손에서 천과 실과 바늘이 함께 놀면 작품이 되니까 사실은 자랑스러워해야 예의이겠죠? 사각사각 천을 자르는 가위 소리가 제겐 그 어떤 노랫소리보다 즐겁고, 천 위에 온갖 형상을 새기고 빚어내는 작업을 하며 늘 행복한 기대를 하게 되죠.” 실노리공방 김향미(60) 대표는 자수작가이자 대구의 평생학습센터에서 명성이 자자한 생활 자수 강사다. 수성구평생학습센터, 수성문화원, 가톨릭대학평생교육원에서 자수를 가르치면서도 이화자수연구회 정회원, 자연닮기업사이클링연구소장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3일 작품전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김향미 작가를 어렵게 만났다. - 어떻게 자수를 하게 됐는지?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가르치는 일을 했다. 나름 보람되기도 했지만, 늘 “나를 위한 행복한 직업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이 있었다. 29년 전인 1996년 퀼트를 접하며 바느질에 매력을 느꼈다. 조각조각 다른 색의 천을 잇는다는 것이 무척 재미있었다. 그때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게 바느질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후 자수, 침선, 그림, 염색, 다도, 민화, 천아트 등 손으로 하는 공예라면 무엇이든 즐겼다. 밤새워 작업해도 지치지 않을 만큼 행복했다. 결국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작은 작업실을 얻었다. 취미가 일이 된 순간이자 꿈을 이루는 순간이기도 했다. 옆지기(남편)의 응원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고, 지금도 설레고 감사한 마음이다. -처음부터 한 것은 아니었지만 성과가 큰 듯하다. △퀼트로 시작해서 자수와 예절지도사 등 자격증을 취득했고, 대학교평생교육원과 평생학습센터 등에서 강의를 하게 됐다. 대구시 여성회관 창업보육센터에 자수공방 창업자로 3년간 입주해서 1인 창업에 도움을 받았다. 전통자수의 현대화와 실용화를 위해 생활 자수 개념으로 강의하는데 매우 호응이 좋았다. 이후 박람회, 플리마켓, 마을축제 등의 행사에 생활 자수 소품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대구시 수성구 캐릭터(뚜비)를 활용해 자수를 입히는 강의도 진행했다. 대구공예품대전, 대구관광기념품디자인공모전, 안동기념품공모전에 입상하기도 했다. 두 번의 개인전, 다수의 회원전과 자수, 한복, 염색, 민화 등 타 장르와의 콜라보 전시와 교류전도 가졌다. - 자수에 대한 무한 애정이 느껴진다. 나눔을 실천한다는 생각이 든다. △자수를 빼고 나의 삶을 이야기하기는 힘들 것 같다. 자수는 문화유산으로서 우리의 생활상을 담고 있다. 느리지만 한 땀 한 땀 수를 놓으며 마음의 안정과 몰입감을 얻을 수 있다. 단순한 기술을 넘어 예술적 가치와 문화적 의미를 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고, 교육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배우고 소통하고자 했다. 자수 강사들의 모임인 이화자수연구회에서 활동하면서 자수의 전통성과 예술성을 추구하고 있다. -업사이클링연구소에서는 어떤 일을 하는지? △버려지고 오래된 소재에 자수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불어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단순한 재활용이 아니라, 이야기를 담아 더 높은 가치로 끌어올리는(up-cycle) 것이다. 요즘은 버려지는 한복으로 작은 인형 한복을 만들고 있는데, 1년 뒤쯤 전시회를 계획하고 있다. 동성시장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청바지, 가방, 병뚜껑, 그릇을 리폼하거나 조각천에 자수를 놓아 그림으로 완성하기도 한다. 헌 청바지의 일부분이 눈베개가 되거나 액자 속 그림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매우 뜻깊다. 업사이클은 내 손끝에서 낡음이 새로움으로 바뀌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자수와는 또 다른 매력과 보람이 있다. -강의와 작업을 하는 바쁜 중에도 또 다른 취미도 있다고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손끝으로 하는 작업은 집중력이 필수여서 요즘은 일기처럼 매일 저녁 불경, 명언, 시구 등을 필사하는 습관을 들였다. 좋은 글귀를 옮기는 일은 명상과도 같아서 하루를 되돌아보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아마도 오래도록 자수를 손에서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의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도 수놓는 삶을 놓지 않고 오랫동안 이어가고 싶을 뿐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4

포은중앙도서관 ‘이은경 작가 초청 강연’

포항시립도서관(관장 서양진)은 10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오는 29일 오후 2시 포은중앙도서관 1층 어울마루에서 ‘인문학 in 포항’의 마지막 강연자로 이은경 작가를 초청해 강연회를 연다. ‘인문학 in 포항’은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인 ‘문화가 있는 날’에 다양한 분야의 저명 강사를 초청해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는 포항시립도서관의 대표 프로그램으로,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이어져 왔다. 이은경 작가는 1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했으며, 두 아들을 둔 엄마로서 20여 년간 쌓아온 교육 경험과 정보를 나누기 위해 글쓰기와 강연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그는 최근 7년 동안 ‘초등 공부’, ‘학교생활’, ‘부모 성장’ 등을 주제로 한 강연을 유튜브와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 공유하며 초등 학부모들 사이에서 신뢰받는 멘토로 자리매김했다. 현재는 초등 교육 분야 대표 콘텐츠인 유튜브 채널 ‘슬기로운 초등생활’을 운영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초등 자기주도 공부법’, ‘초등 매일 공부의 힘’, ‘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등이 있다. 이번 강연에서는 ‘다정한 관찰자로서 부모의 역할과 태도’를 주제로, 비교와 경쟁이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 부모가 가져야 할 올바른 자세와 자녀를 바라보는 ‘다정한 관찰자’의 역할에 대해 소통할 예정이다. 참가를 희망하는 시민은 포항시립도서관 홈페이지(https://phlib.pohang.go.kr) 문화행사신청 코너에서 사전 접수하면 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4

웹툰으로 즐기는 경주 시간 여행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원장 이종수·이하 진흥원)이 운영하는 경북웹툰캠퍼스(이하 캠퍼스)가 ‘2025 경북웹툰캠퍼스 지역 작가 전시 공모’ 세 번째 순서로 경주 황리단길에 있는 캠퍼스 전시홀에서 오는 11월 7일까지 ‘배찌’작가의 개인전 ‘Zeit(시간)-경주’를 선보인다. ‘배찌’작가는 경주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며, ‘2023 경주시 청년감성상점 입점 상품 공모전’ 당선 및 2024 아트플랫폼 G-아트마켓 (경주예술의전당 알천미술관) 등 다양한 수상 및 전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작가는 자신의 대표 캐릭터를 활용하여 오프라인 행사 및 SNS에서 일상과 상상을 넘나들며 회화, 일러스트, 웹툰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작품을 선보여왔다. 전시 제목인 ‘Zeit(시간)’은 독일어로 ‘시간’을 의미하며, 이번 전시를 통해 옛 문화를 추억하고 새롭게 기억하는 시간, 경주의 문화유산과 자연이 선사하는 아름다움을 눈으로 감상하고 마음으로 음미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가 담겼다. 이번 전시에서는 액자와 아트워크 30여 점, 기획 영상 1점, 경주 굿즈, 기타 작업물과 오브제 등 풍부한 볼거리가 마련된다. 특히 작가의 귀여운 캐릭터와 경주의 상징적 문화유산을 직접 색칠해 보는 ‘컬러링 체험존’을 운영해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배찌 작가의 개인전 ‘Zeit(시간)-경주’는 11월 7일까지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캠퍼스 1층 전시홀에서 무료로 관람 가능하다. 이종수 진흥원장은 “귀여운 캐릭터들과 함께 경주의 문화유산과 자연의 매력을 재발견하며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4

화폭에 담아낸 내면과 자연의 교감

몸과 마음이 쉬어 가는 계절, 가을이 깊어 가고 있다. 대구 대백프라자갤러리에서는 14일부터 19일까지 ‘자연’을 매개로 인간의 내면과 교감하는, 지역에서 주목받는 두 명의 작가 개인전과 초대전이 열린다. 서양화가 김바름의 개인전 ‘Spring Shower’와 문인화가 최영희의 초대전 ‘사군자, 현대적 지평을 열다:연당 최영희의 화업 50년’이 A관과 B관에서 각각 개최된다. △김바름: 자연의 숨결을 캔버스에 새기다 김바름(39) 작가는 장미 한 송이를 100개의 캔버스에 담아낸 ‘장미 100송이’ 시리즈를 비롯해 유화 30점 등 총 13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자연 재현을 넘어 빛과 공기, 찰나의 감각을 화폭에 녹여낸다. 봄의 상징적인 소재-장미, 개나리, 벚꽃, 유채꽃-는 반복적 붓질과 섬세한 색채로 생동감과 환희의 순간으로 재탄생한다. 특히 ‘봄비’, ‘분분하니’ 등의 작품은 수묵과 유화의 경계를 허물며 관람자의 내면과 마주하는 예술적 공간을 연출한다. 작가는 “물감 냄새가 나는 작업”이라 표현하며, 차분히 쌓은 붓질의 층위에서 솔직한 감정과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전시는 감각적 색채와 서정적 터치로 잊힌 자연의 숨결을 되살리며, 관람객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김바름은 2022 대구아트페어, 울산·경주·부산 아트페어 등에 참여했으며, 2018 사군자 미술대전 대상 수상 경력이 있다. 현재 자관회와 고금미술작가회에서 활동 중이다. △최영희: 전통 문인화의 현대적 변주 최영희 작가는 사군자를 중심으로 한 근작 30여 점을 통해 전통 문인화의 현대적 가능성을 탐구한다. 필획의 겹침과 번짐으로 선의 리듬감을 강조한 작품들은 ‘공필화(가는 붓 세밀화)’와 ‘지두화(손가락으로 그린 그림)’ 등 다채로운 기법으로 제작됐다. 광목천과 같은 현대적 재료를 활용해 먹의 스밈과 주름까지 작품의 일부로 수용하며, 비대칭적 구성과 추상적 색채로 전통적 균형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했다. 예를 들어, 수묵 위에 배색(配色)한 매화의 진홍빛과 소나무 배경의 추상적 색채는 문인화의 전통미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감각적 시각 언어를 구축한다. 작가는 “온고지신의 자세로 전통을 재해석한다”고 설명한다. 2019년 ‘길상화’ 시리즈에서 복숭아·석류 등 상징적 소재를 활용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도 묵죽, 연꽃, 석류 등이 현대적 해석으로 재탄생한다. 최영희는 50년간 문인화 교육에 헌신하며 국내외 단체전(러시아, 프랑스 등)과 공모전에서 수상했으며, 현재 대구미술협회·죽농서단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는 “김바름 작가는 서양화 기법으로 자연의 순간적 감각을 포착하는 반면, 최영희 작가는 전통 문인화를 현대적 재료와 실험적 기법으로 재해석한다. 두 작가는 자연을 매개로 인간의 내면과 교감하며, 전통적 소재를 현대적 감성으로 풀어내 심리적 치유와 예술적 성찰을 선사한다”고 전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3

1만 명이 즐긴 해와 달의 축제

“포항 시민의 삶과 기억을 공유하는 문화의 장에서 전통과 현대, 시민과 예술인이 어우러져 포항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함께 노래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포항의 대표 향토문화예술축제인 ‘제16회 일월문화제’가 1만여 명의 관람객을 유치하며 지난 11일과 12일 이틀간의 여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재)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이 연오랑세오녀테마공원에서 개최한 이번 행사는 지역 역사와 신화를 재해석한 독창적인 구성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호평받으며 막을 내렸다. 특히 포항의 상징적 공간인 연오랑세오녀 테마공원에서 열려, 지역의 정체성을 담은 문화적 의미가 한층 부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축제는 ‘우리는 이곳에서 살며, 놀았다’를 슬로건으로 삼아 자연, 사람, 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축제로 기획됐으며, 개막 퍼포먼스 ‘춤이 되고, 노래가 되고, 빛이 되어’는 10여 개 예술단체와 시민 그룹 300여 명이 협업한 대규모 공연으로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11일 일몰과 함께 시작된 개막식은 동해안별신굿의 신명나는 가락과 대북의 장엄한 울림으로 문을 열었다. 곧이어 등장한 300여 명의 대형 행렬이 무대를 가득 메우며 등장하자 관람객들은 숨을 죽인 채 장면에 몰입했다. 100여 명의 풍물패와 취타대가 힘찬 선율을 더했고, 무용수들은 영일만의 파도를 형상화한 역동적인 장면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공연이 절정에 이르자 무용수와 시민참여자들은 ‘해’와 ‘달’을 상징하는 소리와 몸짓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공동체적 이야기를 펼쳤으며, 피날레에서는 전통 민속놀이 ‘월월이청청’이 시민들과 어우러져 대동제의 장으로 확장되며 관람객이 축제의 주인으로 함께하는 참여형 무대를 완성했다. 이번 축제는 포항예총 산하 7개 지부를 비롯해 포항무형문화재이수자협회, 취타대, 흥해농요보존회, 죽장지게상여놀이, 월월이청청 등 지역 예술단체와 시민 커뮤니티가 주체적으로 참여해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의 의미를 구현했다. 또한 11, 12일 이틀간 지역 자원을 중심으로 기획된 겸재 정선 강연, 포항문학 토크쇼, 규방공예와 도자기 체험, 지역 특산품을 활용한 시민마켓 등 27개 커뮤니티 프로그램이 운영돼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다. 포항시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하는 ‘스탬프 미션 프로그램’은 ‘해’와 ‘달’을 테마로 한 퀴즈와 경품 이벤트로 어린이와 청소년층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상모 포항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이번 개막 퍼포먼스는 포항의 자연과 예술, 그리고 시민이 함께 만들어낸 ‘공동체의 예술’이었다”며 “서로 다른 빛이 모여 하나의 빛을 이루듯, 포항의 다양성과 조화를 상징하는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정모 씨(32·포항시 남구)는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대에서 포항의 정체성을 느끼며, 가족과 함께한 도자기 체험과 지역 특산품 마켓, 전통 놀이 공연이 특별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일월문화제’는 격년제로 개최되며, 제17회 축제는 2027년에 열릴 예정이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2

옻칠로 생명의 꽃 피워낸 ‘시간의 정원’ 속으로

포항의 중진 옻칠작가 김덕기 작가의 개인전 ‘칠화: 꽃 이야기’ 전이 개최된다. 오는 26일까지 포항시 북구 장량로에 위치한 옻칠아트 려연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옻칠의 독특한 광택과 질감을 활용해 꽃의 생명력, 시간의 흐름을 표현한 작품 30여 점이 선보인다. 전통 옻칠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꽃의 생명력을 담은 작품들은 작가의 ‘자연의 본질 탐구’ 테마를 이어가며, 옻칠 회화의 기술적 완성도와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보여준다. 자연과 삶의 순환, 영원을 탐구하는 서사를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김덕기 옻칠작가의 작품은 꽃을 소재로 한국적 미감을 현대적으로 독특하게 재해석한다. 옻칠 특유의 깊고 풍부한 색감 위에 분홍, 보라, 흰색 꽃들이 세밀하게 배열돼 있으며, 자연의 생명력과 화려함을 동시에 담아냈다. 작가는 옻칠의 느린 제작 과정과 층층이 쌓아 올린 질감을 통해 ‘생명의 언어’와 ‘시간의 기록’을 구현해냈다. 대표작인 붉은 바탕 위 연꽃을 담은 칠화 ‘25B03’은 전통 옻칠 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연꽃의 고결함과 정신적 숭고함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단순한 구도 속에 강렬한 시각적 울림을 담아 삶의 희망과 깨달음을 상징하며, 표면에 흩어진 금빛 무늬는 신비로운 분위기를 부여한다. 칠화 ‘25B07’ 은 화폭을 가득 채운 작은 꽃들이 찰나의 순간을 초월한 ‘시간의 정원’을 연상시킨다. 반복되는 패턴과 색채 대비를 통해 시각적 리듬을 형성하며, 옻칠의 광택과 질감이 입체감을 더한다. 작가는 전통 공예 기법에 현대적 감각을 접목해 자연의 순환과 아름다움을 강조했으며, 이는 그의 작업 세계관인 ‘생명의 지속성’과도 연결된다. 김덕기 작가는 “옻칠은 기다림의 예술이자, 순간 속에 영원을 새기는 작업”이라며 “관람자들이 작품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그는 대학에서 미술을, 대학원에서 옻칠 조형을 전공했으며, 전국 사찰과 목조건축물에서 단청·옻칠 작업을 통해 전통 기법을 익혔다. 2022년부터 포항에서 ‘옻칠아트 려연’ 작업실을 운영하며 독자적인 칠화 세계를 구축해왔다. ‘칠화: 꽃 이야기’ 전 관람 시간은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무료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2

거장 지휘자·스타 협연자 ‘환상의 하모니’

대구를 대표하는 클래식 축제 ‘2025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의 KBS교향악단 공연이 오는 18일 오후 5시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KBS교향악단이 출연하는 이번 공연에는 70대 거장 지휘자 피터 운지안과 20대 스타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가 협연자로 나서, 세대를 아우르는 특별한 무대를 선보인다. 1956년 창단 이래 수준 높은 연주로 클래식 음악 발전에 기여해 온 KBS교향악단은 교향악부터 실내악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로 관객에게 감동을 전해왔다. 2024년에는 폴란드와 체코 페스티벌에 아시아 오케스트라 최초로 초청받아 세계 무대에서 한국 클래식의 위상을 높였으며, 19만 구독자의 유튜브 채널로도 대중과 소통하며 ‘클래식 힙’을 선도해 왔다. 이번 대구 공연에서도 다채로운 레퍼토리와 무료 공연으로 시민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 지휘봉을 잡는 피터 운지안은 뉴욕과 시애틀에서부터 암스테르담과 베를린에 이르기까지 세계 주요 콘서트홀에서 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온 지휘자다. 바이올리니스트 랜들 구스비는 재일교포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혼혈 배경을 지닌 줄리어드 출신 음악가로, 클래식계의 다양성과 포용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뉴욕 타임즈와 BBC 매거진이 ‘세대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극찬한 그는 이번 대구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다채로운 음악적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공연은 미국 현대 음악의 거장 조앤 타워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협주곡 모음곡’으로 시작된다. 각 악기군이 독주자처럼 활약하며 현대 음악의 혁신적 에너지를 구현하는 이 곡은 KBS교향악단의 정교한 연주로 기대를 모은다. 2025년 1월 뉴욕 카네기홀에서 예일 필하모니아와 피터 운지안의 지휘로세계 초연된 뒤, 아시아에서는 KBS교향악단이 첫 연주를 맡는다. 이어 랜들 구스비의 협연으로 차이콥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 연주된다.작곡 당시 난해함으로 연주 불가 판정을 받았으나 현재는 바이올린의 정수로 꼽히는 이 명곡을, 2018년 ‘영 콘서트 아티스트’ 우승자인 구스비가 특유의 음악적 감각과 테크닉으로 생동감 있게 풀어낼 예정이다. 공연의 피날레는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 제3번 라단조 Op.33’으로 장식된다. 풍부한 오케스트레이션과 유려한 선율의 조화가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길 전망이다. 1936년 완성된 후기 걸작으로, 러시아적 정서와 화려한 악기 편성이 결합됐다. 특히 미국 망명 중 고향의 정서를 재구성해 예술적 열정을 응집한 이 작품은 청중에게 강렬한 감동을 전하며 음악사에 빛난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2

국립경주박물관, 추석연휴 15만명 넘게 찾았다

국립경주박물관(관장 윤상덕)은 올해 추석 연휴 6일(추석 당일 휴관) 동안 총 15만3342명의 관람객이 신라의 문화유산을 관람하기 위해 박물관을 찾았다고 밝혔다. 예년보다 길었던 올해 추석 연휴(10월 3~9일) 동안 국립경주박물관은 온 가족이 즐기는 역사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며 15만명 이상의 방문객을 기록했다. 휴관일인 6일을 제외한 엿새 동안 누적 관람객 수는 15만3342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하루 평균 관람객은 2만5557명으로, 전년 7982명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관람객 추이를 보면 추석 당일을 전후해 방문객이 급증했으며, 특히 연휴 마지막 날인 7일에는 3만8477명이 방문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박물관이 공식 집계를 시작한 2014년 5월 4일의 3만4034명을 넘어선 수치다. 이어 8일 2만9480명, 9일 2만2900명 순으로 방문객이 몰렸다. 관람객 증가 요인으로는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개최로 지역 관심이 증대된 점과 성덕대왕신종 타음조사 공개회, 특별전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등 다채로운 전시·행사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모(43·포항시 북구)씨는 “추석 연휴에 가족과 함께 방문했는데, APEC 정상회의 개최로 경주가 활기를 띠면서 박물관도 새롭게 단장해 관람하기 편했다"며 “아이들이 천마총 금관과 신라 보물을 보며 즐거워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국립경주박물관은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방문객 수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신라 문화유산의 역사·문화·예술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 위한 전시·교육 프로그램·문화행사를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윤상덕 관장은 “방문객들이 신라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관람 환경과 서비스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세계적 박물관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11

노벨문학상, 헝가리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수상

올해 노벨문학상의 영예는 헝가리 출신 작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9일(현지시간) 오후 1시(한국시간 오후 8시) 스톡홀름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그의 장편소설인 ‘저항의 멜랑콜리'(1989), ‘북쪽에서 언덕, 남쪽에서 호수, 서쪽에서 도로, 동쪽에서 강’(2003) 등을 소개하면서, “인간 존재의 불안과 문명의 몰락을 심오하게 탐구한 서사로 현대문학의 지평을 확장했다”고 수상 이유를 밝혔다. △ 헝가리 문학의 거장, “긴 문장 속의 묵시록적 세계” 1954년 헝가리 북동부 지오르에서 태어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동유럽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장광설(長廣舌)처럼 이어지는 긴 문장과 묵시록적 세계관으로 유명하다. 대표작인 ‘사탄탱고'(1985)는 공산주의 붕괴 직전의 헝가리 농촌을 배경으로 인간의 타락과 구원을 탐색하며, 벨라 타르 감독에 의해 7시간짜리 영화로도 제작돼 전설적 명성을 얻었다. 그의 작품은 유럽의 변방과 몰락한 공동체를 무대로, 체제 전환의 공포와 인간 내면의 허무를 독특한 문체로 직조한다. ‘끝없는 문장 속의 명상’으로 불릴 만큼 고독하고 철학적인 문체는 독자에게 일종의 정신적 체험을 남긴다. △ ‘노벨문학상 단골후보’에서 마침내 현실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수년 전부터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2015년 영국의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하며 세계문단의 주목을 받았고, 독일의 괴테상, 오스트리아 국립문학상 등을 통해 유럽 내 위상을 확립했다. 평단에서는 “20세기 후반 동유럽 문학의 잿빛 유산을 21세기 문명비판의 언어로 변환시킨 작가”로 평가된다. △ ‘변방에서 중심으로’··· 동유럽 문학의 복권 최근 몇 년간 노벨문학상은 아프리카·아시아 등 비서구권 문학을 조명해왔지만, 올해는 다시 유럽 내 변방으로 눈을 돌렸다. 헝가리라는 지정학적·문화적 경계의 땅에서 태어난 작가의 수상은 “문학의 중심은 여전히 언어와 사유의 깊이에 있다”는 상징적 선언이기도 하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9

생명 진화서 AI 예측까지 미래를 설계하다

세계적인 화제작 ‘빅 히스토리(Big History)’ 창시자인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신작 ‘빅 퓨처’(북라이프)에서 인류의 미래 예측 메커니즘을 집중 조명한다. 호주 매쿼리대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빅 히스토리’에서 우주론, 생물학, 역사학 등을 통합해 빅뱅부터 현재까지의 138억 년의 시간을 분석했었다. 그는 새 책에서 접근법을 확장해 이번에는 생명의 진화 전략에서 AI 예측까지 다양한 미래 사고법을 제시한다. 데이비드 크리스천은 21세기 새로운 세계사로 불리는 지구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이다. 그가 창시한 빅 히스토리는 우주론, 지구물리학, 생물학, 역사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통합해 빅뱅(약 138억 년 전)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프레임워크다. 이번 신작에서는 이를 확장해 “미래를 설계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크리스천은 ‘빅 퓨처’에서 시간의 본질을 과학적·철학적 차원에서 재정의한다. 엔트로피(무질서도) 증가와 같은 물리적 법칙을 통해 ‘시간의 화살’ 개념을 설명하며,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의 시각으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탐구한다. 예를 들어, 박테리아는 환경 변화에 즉각 반응하는 신호전달 체계를 갖추고 있으며, 식물은 확률적 전략을 통해 생존을 도모한다. 이러한 자연계의 메커니즘은 인류가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때 참조할 수 있는 ‘자연의 미래 관리 시스템’으로 해석된다. 그는 또한 생명체의 진화적 적응 방식을 분석한다. 대장균은 유당 부족 시 효소 생산을 중단하고, 파리지옥은 단기 기억으로 먹이 포획 여부를 판단하며, 애기장대는 장기 기억으로 계절 변화를 인지해 개화 시기를 조절한다. 크리스천은 이와 같은 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인간의 예측 도구(점술, 통계, 과학적 모델링)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크리스천은 30~40억 년 후 태양의 밝기 증가로 지구 생명체가 멸종할 것이라는 천문학적 예측을 제시하며, 일론 머스크의 화성 식민지 계획을 성간 이동의 초기 단계로 해석한다. NASA와 스페이스X의 탐사 기술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생존 전략으로서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크리스천은 시간과 미래에 대해 인도의 경전 ‘바가바드 기타’부터 아우구스티누스를 거쳐 아인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여러 철학자와 신학자, 인류학자와 과학자들이 고심해낸 가설과 이론을 소개한 뒤,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관해 생각하는 법, 이른바 ‘미래 사고(future thinking)’에 적용되는 근본 원리의 도출을 시도한다. 제1부 ‘미래를 생각하는 법’에서는 시간의 본질부터 파고든다. 제1장 ‘미래란 무엇인가?’는 결정론과 인과관계를 넘어 시간의 화살(엔트로피 증가 등)을 과학적·철학적 관점에서 재정의한다. 이어 제2장 ‘미래를 예측하다’에서는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을 차용해 가상의 미래 지형도를 그리며, 예측의 한계와 가능성을 탐구한다. 제2부 ‘미래를 관리하는 법’은 생명체의 진화적 전략을 분석한다. 미생물부터 다세포 생물까지, 생명이 환경 변화에 대응해온 메커니즘(예: 대장균의 신호전달 체계, 식물의 확률 기반 생존 전략)을 통해 ‘자연의 미래 관리 시스템’을 조명한다. 이는 인간 사회가 지속가능성을 모색할 때 생물학적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3부 ‘미래를 대비하는 법’에서는 인류의 지적 도구가 미래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추적한다. 언어를 통한 집단 학습, 기술의 발전, 통계적 사고의 등장 등이 역사 속에서 어떻게 미래 예측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는지 살펴본다. 특히 점술에서 과학적 모델링으로 전환된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의 ‘미래학’이 가진 실용적 가치를 강조한다. 제4부 ‘미래를 상상하는 법’은 가장 도전적인 섹션이다. 기후 위기, 인공지능, 우주 확장 등을 종합해 2040~2100년의 시나리오, 1000년 뒤 인류의 진화, 우주 종말론까지 세 가지 시간 축에서 미래를 상상한다. “향후 수 세기 동안 태양계의 여러 위성과 행성, 소행성은 물론, 소행성이나 작은 행성만 한 특수 목적 우주선에도 식민지가 세워질 것이다. 아직 지구에 거주하는 인류를 위한 제조업도 그 근거지를 대거 우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351쪽)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10-09